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발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승인이 임박한 가운데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합병 이후 상황을 상정해 일찌감치 경쟁력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취항과 운항 편수 증대, 해외 현지 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 등을 조기에 이뤄냄으로써 시장 내 우위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4일 대한항공 보도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24일부터 매일 1회 일정으로 인천-일본 구마모토 노선에 복항한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사태로 노선 운휴에 들어간 지 27년 만이다. 또한 저비용 항공(LCC) 자회사 진에어는 지난 7월 18일 인천-일본 다카마쓰·보홀, 9월에는 부산-나고야 노선 취항을 개시했다. 해당 노선들의 특징은 보홀과 나고야를 제외하면 타 LCC들이 이미 일본 소도시에 비행편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인데,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뛰어든 것이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가 자사 고객 8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약 85%가 1년 내 일본 소도시 여행 계획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도시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 68.6%는 소도시만의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경험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여행객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여행을 즐기고 싶어서(58.7%), 도쿄, 오사카 등 유명한 여행지는 이미 다녀와서(20.3%)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항공은 좌석 공급량을 미리 산정해뒀고,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저 가격 기준으로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의 일정으로 왕복 항공권을 조회해보면 24만5800원에 판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운항하는 티웨이항공보다도 6만3220원 저렴한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이달 7일부터 아시아나항공도 인천-구마모토 노선에 8년 만에 복항했다. 비행 스케줄이 있는 25일부터 29일까지의 운임을 조회해보면 티웨이항공보다 2만1620원 낮은 가격을 책정했음을 알 수 있다. 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을 최종 승인하면 사실상 '통합 대한항공'이 좌석을 판매하는 모양새로, 수송력 증대에 따른 해당 노선에서의 시장 지배력 상승과 더불어 소비자 편익 증대까지도 예상된다. 인천-다카마쓰와 인천-보홀은 당초 에어서울이 각각 2016년 10월, 올해 7월 운항을 시작한 노선들로, 진에어가 후발 주자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에어서울이 기재 부족 탓에 만성적인 연결 지연을 겪고 있는 와중에 진에어가 해당 노선의 수익성을 파악했고, 동시에 해당 노선 공항에 대한 접근 절차 등 제반 경험을 쌓아 운항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달 15일 에어부산이 다니고 있는 부산-나고야 노선에 대해 진에어가 신규 취항식을 가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차후 LCC 3사 통합의 중심으로 떠오를 진에어도 '통합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원가 경쟁력을 갖춰 좌석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대한항공은 국내 지상 조업 자회사 한국공항과는 별개로 일본에서도 같은 사업을 전개하고자 지난달 17일 도쿄도 미나토구 시바 3가 4-15 도쿄 KAL 빌딩 6층에 '코리안 에어 에어포트 서비스(KAAS, Korean Air Airport Service)'를 설립했다. 대표는 20여년 간 현지에서 근무한 이석우 대한항공 일본 지역 본부장(상무)이다. 자본금은 1000만엔(약 9030만7000원)이고 직원은 40명 수준이다. 삿포로 신 치토세 공항에서 KAAS는 △항공 화물·우편물·수하물의 취급·탑강재 △항공기 유도·견인 △항공기 내 청소 △여객 도착 수하물 △기내 용품 취급에 관한 업무 등을 담당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력 확보 차원에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통해 양동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상 조업사 신설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인수 이후 늘어날 여객 수요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