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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트레이드’ 흔들리자 글로벌 증시 급락…골드만은 “이곳 주목해야”

인공지능(AI) 트레이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연말 '산타 랠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1% 밀린 4만8458.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7% 떨어진 6827.41,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급락한 2만3195.17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 하락은 AI 관련주로 지목됐던 브로드컴과 오라클이 주도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로드컴은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향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의 수주 잔고는 최소 730억달러라고 전망했으나 이 또한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거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점화했다. AI 산업이 인류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픈AI를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들여 인프라 확장에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브로드컴의 이같은 입장은 AI가 기대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우려로 이어지면서 AI 테마에서 투매가 촉발됐다. 브로드컴은 이날 11.43% 급락하면서 시총 2조달러 문턱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이 1조9500억달러까지 불어났었으나 이날 마감 기준 1조70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오라클은 전날 10.83%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47% 떨어졌다. 오라클이 일부 데이터 센터의 완공을 1년 미루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이에 AI 및 반도체 종목 위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5.10% 폭락했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3.23% 하락했다. 나벨리어 앤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거품이 터지지는 않지만 꺼지고 있다"며 “오픈AI와의 합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 관련주들의) 추가 상승 여력이 어려울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렇듯 빅테크들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막대한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자 분산투자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윌슨은 “현재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주식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과 기타 신흥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내러티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증시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 전망과 관련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17명의 전략가 중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한 전략가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와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4명의 전략가는 약 13%의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올 연말에 이어 내년에도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에드워즈자산운용의 로버트 에드워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7000선에 도달한 뒤 2026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 고객들은 더 큰 수익을 쫓기보다 이미 얻은 수익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이는 과열 국면이 아니라 전형적인 '걱정의 벽' 현상"이라고 말했다. 걱정의 벽은 불안과 우려가 커질수록 오히려 증시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골드만스의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S&P500 지수가 내년에 7600선에 도달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RBC캐피털마켓 등의 전략가들도 미국 증시가 내년에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에 “케빈 두 명 모두 훌륭”…2파전으로 압축되나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유력 후보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난 두 명의 케빈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뒤를 이을 새 의장으로 해싯 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워시 전 이사가 여전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백악관에 4명으로 압축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명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명단 중 2명은 워시 전 이사와 해싯 위원장이 포함됐다. 이 명단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은행 감독 부의장 겸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도 포함해 당초 11명이었던 후보군을 좁혀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워시 전 이사를 면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전 이사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워시 전 이사를 압박했다고 면접 내용을 아는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워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화한 다른 모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첫 임기 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부 장관의 조언대로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난 후보들을 전부 좋아하지만 (파월을 선택할 때) 나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연준 의장을 고를 때 워시 전 이사도 면접했지만 최종적으로 파월을 선택했다. 그러나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을 자기와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일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나는 똑똑한 목소리이며 나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매우 성공적이었기에 적어도 내 역할은 (금리 결정을) 추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연준)은 내가 말한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미 기준금리와 관련해 “1%, 혹은 이보다 낮게"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3.50∼3.75%임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 다시 시작?…“ESS가 리튬 수요 견인”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주가 전망 등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주가는 11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9월말 4만7000원대였던 에코프로 주가는 10월에만 85% 폭등했고 이달에도 30% 넘게 오른 상태다.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에코프로의 누적 상승률은 1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55%), 엘앤에프(73%), 삼성SDI(50%), LG에너지솔루션(28%), 포스코홀딩스(16%), SK이노베이션(13%) 등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 수요의 초점이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환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ESS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며 리튬 시장의 과잉공급 국면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년 배터리 셀 생산에서 ESS 성장세가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UBS, 번스타인 등은 ESS 수요 확대가 내년 글로벌 리튬 시장을 공급 부족 국면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SS가 주목받는 시작한 배경엔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이 최근 몇 년간 크게 하락해 경제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ESS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싱크탱크 엠버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낮아졌고, 2024년 한 해에만 4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버는 가격의 추가 하락 여지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ESS용 배터리 비용이 전년 대비 45% 하락한 킬로와트시(kWh)당 7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SS용 배터리 비용은 2021년 kWh당 184달러에서 2022년 191달러로 반등했지만,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BNEF는 지난 10월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까지 매년 성장해 누적 용량이 2테라와트(TW)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2027년까지 누적 ESS 설비용량 180기가와트(GW)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BS는 미국에서도 ESS가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UBS에 따르면 내년 ESS 부문 리튬 수요는 55% 증가하는 반면 전기차 부문에서는 증가율이 19%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번스타인은 올해가 리튬 가격의 바닥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엔 리튬 시장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들도 낙관론을 잇따라 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톈치리튬의 쟝 안치 회장은 ESS 수요를 근거로 내년 리튬 시장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고 간펑리튬의 허 지아얀 부사장은 “ESS 붐이 예상보다 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컨설팅업체 CRU의 마틴 잭슨 배터리 소재 시장 총괄은 “내년에도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낙관론 일부는 위험할 정도로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ESS용 배터리 제조량이 실제 설치 속도와 비교해 “엄청나게 괴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이올라 휴즈 리서치 총괄은 내권식(內卷式·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을 단속하는 중국 정부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가속을 예고했다. 휴즈 총괄은 중국 정부의 단속과 배터리 셀 과잉생산이 맞물릴 경우 2026~2027년 리튬 수요 증가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은값 고공행진, 내년도 ‘형보다 아우’?…“금값 시세보다 크게 오른다”

국제 금값이 안전자산 수요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이 금보다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09% 오른 온스당 43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값은 올 한 해에만 63% 가량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또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한 차례씩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에서는 내년에만 두 차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 수록 금의 투자매력도가 커진다. 여기에 연준이 12일부터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점도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연준의 국채 매입은 장기 금리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4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최근 재확인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러 투자자들이 금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류벤 원유 리서치 총괄은 지난달 26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과 연준 금리 인하가 내년에도 금값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 가격이 내년말까지 49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앞으로 14% 가량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웰스파고 역시 금 시세가 내년에 4500~4700달러 범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이와 맨티 원자재 전략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금값 전망'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지속, 고조된 지정학적 위험, ETF 보유량 증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지목하면서 “금 강세장이 더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는 금 평균 가격이 온스당 432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금값 강세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또 다른 안전자산이자 산업용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은 가격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띈다. 이날 내년 3월물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64.59달러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은값은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60달러선을 돌파한 뒤 고점을 연이어 높이고 잇다. 이날 종가 기준 은값은 올 들어 120% 급등하며 금보다 두 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공급 부족, 안전자산 수요 증가, 산업용 금속으로서의 중요성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은 전자 스위치, 태양광 패널,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며, AI(인공지능) 붐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및 인프라의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은 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은의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술 혁신에 점점 더 필수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영국 귀금속 유통사 솔로몬 글로벌의 폴 윌리엄스 이사, BNP 파리바의 필리프 지셀스 수석 전략 책임자 등은 내년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이날 종가 대비 55% 높은 수준이다. 윌리엄스 이사는 “은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5% 가량 오르면서 현재 60달러선을 넘어섰고, 이러한 상승세는 매우 견고히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구조적 공급 부족을 고려하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은값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금값 대비 은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금은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NBC에 따르면 현재 금은비는 약 68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금 1온스를 은 68온스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금은비가 높을 수록 은값이 금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 총괄은 “여전히 은은 금에 비해 저렴해 보인다"며 “1971년 이후 금은비 평균은 약 66 수준이었고, 과거 은 강세장이 나타났을 때 금은비는 4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6 월드컵 입장권 가격에 “역대급 배신”…얼마나 올랐기에

2026 국제추구연망(FIFA) 북중미 월드컵 입장권 가격이 직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크게 오르자 축구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축구협회가 공개한 내년 월드컵 조별리그 입장권은 180∼700달러(약 26만∼103만원)로 나타났다. 결승전의 경우 가격이 4185달러(약 616만원)에서 시작해 최고 8680달러(약 1280만원)에 달한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69∼1607달러와 비교하면 최대 5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FIFA는 지난 9월 조별리그 입장권 가격이 60달러부터 시작하고, 결승전 입장권은 최고 6730달러라고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회부터 '유동 가격제'를 적용해 실제 가격은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결승전 입장권은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 1만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유럽축구서포터즈(FSE)는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이는 월드컵 전통에 대한 역대급 배신으로, 월드컵이라는 볼거리에 기여하는 팬들의 역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FSE는 특히 7년 전 미국이 월드컵 유치 당시 최저 21달러의 입장권을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티켓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테라·루나 폭락’ 권도형 징역 15년 선고…“희대의 사기”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씨의 형량을 이같이 결정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번 사건 피해금액이 40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규모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며 “미 연방 기소 사건 가운데 권씨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8월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다. 권씨 변호인은 한국에도 추가 형사 기소에 직면한 점, 범행 동기가 권씨의 탐욕이 아닌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띄우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이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엥겔마이어 판사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그는 검찰이 구형량에 상한선을 씌운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하며 미 연방법원의 양형기준에 견줘볼 때 15년형도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또 “첫 번째 법원이 두 번째 법원의 결정을 추측해 결정할 수는 없다"며 경감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권씨가 작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 구금된 기간과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기다리며 보낸 17개월의 구금 기간은 이미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했다.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가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 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이후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더라도 미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씨는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후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전망이다. 국제수감자이송이 승인될 경우 권씨는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여서 한국 송환 시 미국 재판과는 별개로 한국 법정에 설 전망이다. 권씨는 이날 법정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의 모든 이야기는 참혹했고 내가 초래한 큰 손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에 대해 다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라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나를 향한 비난은 모두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이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된 가상자산 루나의 가격이 2022년 5월부터 폭락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해왔다. 미 검찰 조사 결과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기준치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권씨는 테라 프로토콜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22년 5월 다시 테라와 루나 가격은 폭락했고 이는 권씨의 말을 믿고 두 화폐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사태 직후 해외로 도피한 권 대표는 11개월 만인 이날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에 꼬리를 잡히며 체포됐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쟁송을 벌이다가 결국 미국으로 송환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중국, 올해 ‘5% 안팎’ 성장 청신호?…국제기구들 상향 조정 잇따라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국제 금융기구들의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다. 11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4.9%로 지난 6월 발표(4.5%) 대비 0.4%포인트(p) 높아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0.4%p 상향된 4.4%로 제시됐다. 세계은행은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이 국내 소비·투자를 지지했고 개발도상국들의 수요로 수출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노동시장 둔화화 주택가격 하락세로 가계는 소비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부동산 산업 조정과 제조업 및 인프라 투자 둔화로 3분기 투자 증가율은 완만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는 '5% 안팎'이다. 중국의 올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5.4%, 2분기 5.2%였지만 3분기 4.8%로 떨어졌다. 1∼3분기 성장률 합계는 5.2%인데, 견조한 추세가 유지됐다는 게 세계은행 평가다. 마라 워릭 세계은행 중국·몽골·한국 담당 국장은 “향후 몇 년간 중국의 성장은 내수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도 대체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기업 실적 악화, 노동시장 둔화, 무역정책 불확실성 등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보호 강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 등을 포함해 재정 지출이 예상보다 높을 경우 성장률 또한 전망치 대비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0월 발표 때보다 0.2%포인트 높은 5.0%로 제시한 바 있다. 내년 전망치는 10월보다 0.3%포인트 높은 4.5%다. IMF는 거시 경제 부양책과 함께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 따른 예상보다 낮은 대중국 관세를 전망치 수정 근거로 들었다. 다만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 등 불균형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전날 수출과 부양책 효과를 근거로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4.7%에서 4.8%로 높인 바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3%로 변함이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일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9월보다 0.1%포인트 높은 5.0%로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사 스탠다드차타드는 총요소생산성 증대와 견조한 수출 흐름 등을 근거로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4.6%로 올리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멕시코, FTA 미체결국에 관세 최대 50% 인상…“한국도 타격”

멕시코가 한국과 중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50% 인상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10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일반수출입세법(LIGIE) 정부 개정안을 찬성 76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 처리했다. 앞서 하원에선 해당 법안이 찬성 281표, 반대 24표, 기권 149표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멕시코 행정부에서 주도한 이 법안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서명 후 내년 1월부터 곧바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9월 셰인바움 정부는 17개 전략 분야에서 섬유, 의류, 철강, 자동차 부품, 플라스틱, 신발 등 1463개 품목을 선정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관세율은 품목에 따라 5~50%가 적용되며 대부분의 수입품에는 최대 35%의 관세가 적용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가 50% 관세 대상이다. 중국 기업들은 멕시코 자동차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멕시코 정부는 이번 관세 조치를 통해 28억달러(약 4조1200억원) 상당의 추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멕시코 간 교역액은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성장했는데, 무역수지의 경우 대부분 멕시코에서 적자를 봤다. 그 규모는 약 1200억달러(176조원 상당)에 이른다. 멕시코를 대(對)중남미 최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1993년 이후 멕시코를 상대로 내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졋다. 올해에는 한국이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17조8000억원 상당)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수출품은 기계 및 자동차 부품과 전자기기 부품으로, 지난해 기준 수출 비중이 대략 3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아랍에미리트(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 수입품 역시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 멕시코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멕시코는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의 거의 모든 국가보다 자유 무역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저가 수출 공세를 이어가자 자국 산업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멕시코 집권당인 모레나의 엠마누엘 레예스 상원 의원은 “이번 관세 조정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멕시코 제품을 더욱 확대시켜 주요 산업에서 일자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햇다. 이번 관세 인상안은 내년에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협상 도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블록경제 통상 질서를 놓을 수 없는 멕시코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무역 갈등을 빚었던 중국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셰인바움 정부는 이를 계기로 멕시코산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멕시코 교역 비중이 미국에 절대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 경제부와 미국 무역대표부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멕시코 입장에서 수출품 80%는 미국으로 향했으며, 수입품 40% 이상은 미국에서 들여왔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약 8399억 달러(1162조원 상당)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결국은 안정성과 비용”…석탄발전 포기 못하는 아시아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 개발도상국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의존도를 오히려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핀란드 비정부기구(NGO)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 생산과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올해에만 80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 설비를 추가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0년 중 최대 규모이며, 내년과 내후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증설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기업들은 원유와 플라스틱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백억 달러를 들여 신규 석탄 및 석유화학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 역시 2047년까지 석탄발전 설비 용량이 현재보다 87% 증가한 420GW에 이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세계 최대 발전용 연료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에선 작년까지 지난 10년간 석탄발전 설비가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석탄발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CREA는 “이 세 나라만으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글로벌 탄소 배출과 석탄화력 발전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들 국가만 없었더라면 글로벌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 배출은 2020년 이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 석탄발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엔 에너지 안보와 비용이 기후변화 대응보다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냉방 수요부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분야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각국 정부는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드맥킨지의 좀 마단 수석 애널리스트는 “결국은 공급 안정성과 비용 문제"라며 “풍력과 태양광 설치량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인구 증가와 소득 상승, 데이터센터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가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실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서도 확인됐다. 참석한 194개국은 2주간 협상을 이어갔음에도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한 채 COP30가 폐막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에 가동 중인 2000여기의 석탄발전소는 유럽과 미국보다 가동기간이 수십 년 짧아 조기 폐쇄를 위해서는 전력구매계약(PPA) 중단에 따른 막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영국 개발금융기관인 브리티시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BII)의 레슬리 마스도르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더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석탄을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추가하는 문제는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의 현실은 10년 전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 강화됐다"며 “석탄을 닫고 재생에너지를 짓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각국 정부는 이제 세부적인 현실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단 애널리스트 역시 “가격에 민감한 아시아 시장에서 석탄발전소를 조기에 퇴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2년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200억달러를 지원받고 660메가와트(MW) 급 치르본-1 석탄발전소의 폐쇄 시점을 당초 2042년 7월에서 2035년 12월로 7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이 지원한 금액은 30억달러에 불과하자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7년 조기폐쇄 계획을 최근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회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기후 지원 프로그램에서 탈퇴한 이후 내려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싱가포르에서는 록펠러재단 등이 주도하는 '전환 크레딧'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의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정부나 기업의 참여 의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탄소 감축의 실효성, 일자리 감소,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주요 걸림돌로 지적된다. 일각에선 청정에너지 관련 기술 비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아시아에서도 석탄발전 비중이 점차 줄어들 것이란 낙관론도 제기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규 석탄발전 설비용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탄발전량은 올해 들어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CREA의 공동 창립자인 로리 뮐리비르타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석탄에 대한 투자는 갈수록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빌 게이츠의 방향 전환과 에너지 지정학

빌 게이츠의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화제다. 그는 지난 10월 28일 '기후변화의 혹독한 3가지 진실'이라는 자신의 글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멸망할 정도가 아님에도 인류 종말론적 시각이 단기 탄소 감축에 집착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4년 전 그가 출간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서의 종말론적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방향 전환 이전에 또 다른 구루의 피벗이 있었다. 대니얼 예긴은 올해 2월 포린 어페어에 '문제에 직면한 에너지전환'이라는 글을 통해 전 세계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 생산량은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석유와 석탄 에너지 생산량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장기간에 걸쳐 전 세계 1차 에너지 믹스에서 탄화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5%에서 2024년 80%로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을 두고 '에너지전환이 아닌 에너지 추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2022년 그는 뉴욕타임스 에즈라 클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 탈피를 위해 재생에너지가 기존 용량의 3배가 필요하다면서 재생에너지 경로 가속화는 서구 세계가 기억을 잃어버린 에너지 안보에 관한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급속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느라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지 않았고 에너지 비용과 경제성도 소홀했다고 말하면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기려다 더 많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입장 변화엔 포지션 정리라는 뚜렷한 공통점이 보인다. 빌 게이츠는 기후 문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게이츠 재단의 단계적 폐쇄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기후정책 그룹 해체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대니얼 예긴은 그의 재생에너지 관점을 통째로 바꿨다. 유럽은 더 많은 전력을 얻기 위해 천연가스보다 풍력에 의존할 것이며 재생에너지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가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이후 신재생에너지가 '과도하게 설정'되면서 화석연료 투자가 줄어들어 에너지전환 목표를 낮추지 않으면 70년대 오일 쇼크보다 더한 에너지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 진단했다. 대니얼 예긴이란 이름이 없었다면 OPEC 관계자 말처럼 들릴 정도다. 빌 게이츠가 새롭게 관심을 두는 분야는 저소득 국가의 에너지와 식량 부문이다. 그는 이들 국가의 화석연료 프로젝트 자금지원 중단이 전 세계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의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프리카 대륙에 더 이상 에너지전환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천연가스와 석탄 프로젝트가 이들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시사했다. 뉴스위크는 '다음 대형거래는 아프리카'란 장문의 기사에서 세계 핵심 광물 30%가 매장되어 있는 아프리카와 2,400억 달러의 무역 관계를 맺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10년 전보다 투자와 대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중국, 사헬지역 및 기타 아프리카 국가들에 안보 측면 지원의 한계가 뚜렷한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이 아프리카의 영향력 확대와 더불어 전략 금속과 핵심 광물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빌 게이츠와 대니얼 예긴의 방향 전환은 기존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이 실패로 돌아갔으며 에너지 정책에 지정학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의 '기후의제 사기'라는 표피를 걷어내면 미국의 '에너지 지배'를 통한 전 세계 영향력 확대라는 대전략을 마주할 수 있다. 유럽과 일본, 한국은 미국 LNG 수입을 확대할 것이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두고 미국은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는 넷제로 정책으로 영국이 미국의 가장 가난한 주보다 소득이 낮은 이유로 에너지 전환으로 2005년 이후 28%나 줄어든 에너지 소비 감소를 들었다. 세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더 많은 에너지가 경제적 번영'을 가져온다는 '에너지 추가' 내러티브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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