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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들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모처럼 국내 증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28일에는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급등해 코스피가 6000선을 회복했다. AI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는 모습이지만, 최근 반등에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와 주목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 25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6.27% 급등한 5990.97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6003.22까지 오르며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6000선을 넘어섰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나란히 8~9%대 상승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과 대규모 AI 인프라 자금조달 소식이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브로드컴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스톤, 시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사들과 손잡고 앤트로픽의 고성능 반도체 구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목적법인(SPV)이 금융사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네트워킹 장비를 구매한 뒤 이를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구조다. 이처럼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되살아났다. 실제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27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이 기간 약 7% 올랐다. 같은 기간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도 2% 넘게 상승했다. ◇ SK하이닉스 호실적에 주주환원까지…AI 낙관론 '솔솔' 여기에 이날 SK하이닉스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반도체 호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3배 급증한 것으로 시장 예상치를 7%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액도 104조6155억원으로 사상 처음 분기 기준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회사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최소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2029년까지 생산할 일반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모두 판매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현금배당에 30조원 이상, 자사주 매입·소각에 6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총 100조원 안팎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는 지난 8월 발표한 40조원이 포함된다.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에 대한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 상당 부분도 주주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윤정인 피보나치자산운용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AI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실제로 주주들에게 얼마나 돌아갈지를 의심해왔다"며 “오늘 SK하이닉스의 발표는 이 두 가지 우려를 모두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 찬물 끼얹은 크레이머…“아직 안심할 때 아니다" 그러나 최근 AI 관련주들의 반등을 두고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경제매체 CNBC의 간판 주식 프로그램 '매드 머니'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27일(현지시간) 방송에서 최근 AI 관련주들의 반등을 두고 AI 투자 열풍이 다시 시작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레이머는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술주가 이제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안심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고 선언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경제의 다른 업종에도 눈을 돌려야 할 이유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크레이머가 AI 산업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CNBC는 전했다. 우선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재무건전성 문제가 떠올랐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들 기업이 막대한 차입 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는 것이다. 크레이머는 특히 회사채 수익률이 한때 15%까지 치솟았던 코어위브를 비롯해 네비우스와 아이렌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했다. 코어위브 주가는 27일 약 8% 반등했지만 코어위브에 대한 새로운 악재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어떤 긍정적인 소식이 나오더라도 그 뒤에는 코어위브를 포함해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크레이머는 또 브로드컴과 앤트로픽의 자금조달 거래에 대해 지적했다. 63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은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막대한 AI 투자에 자금을 공급할 의향이 있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크레이머는 앤트로픽이 자체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이 아닌 외부 조달 자금에 의존해 브로드컴의 장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브로드컴이 주선한 자금조달 계약을 통해 앤트로픽이 확보한 돈으로 브로드컴 장비를 구매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크레이머는 마지막으로 최근 나타난 미 국채시장의 안정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차입에 의존하는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일부 완화했다. 그러나 크레이머는 이러한 시장 환경이 언제든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경로 전망, 미국 중간선거, 중동 갈등 격화 등이 시장 변동성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레이머는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이들 데이터센터 기업은 보유 자금이 많지 않다. 따라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서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 구축 확대를 확고하게 믿고 있다"면서도 자금조달 문제가 완화되기 전까지는 모든 위험이 해소됐다고 선언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는 돈 버는데…“실적보다 수익성이 문제" 이러한 경고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AI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과정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수 있지만, 정작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AI 기업들이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크레이머가 지적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경우 AI 인프라 투자 자체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 역시 전날 기사에서 “장기 공급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AI 인프라 투자 둔화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거나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장기 공급계약이 체결됐다고 해서 현재의 공급 부족 현상이 향후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WBC의 크리스 브리가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의 관심은 실적 자체보다 AI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가 이들 기업의 지속 가능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며 “이는 여전히 커다란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승세가 모든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던 시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기업들이 성장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위험과 미래의 성공 가능성이 현재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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