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2026년 들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으로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면 올해에는 군사·외교 전반에서 미국 중심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거리를 두는 기조 역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에 대한 관활권도 확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적인 새 정부 수립이나 사회 안정보다는 경제 이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7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3000만에서 5000만 배럴 상당의 원유를 넘겨받아 시장에 팔고 그 수익금의 사용까지 통제하기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합의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골드만삭스 행사에서 앞으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시장에서 “무기한" 판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의 임시 정부 당국이 그 원유를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해 매우 곧 여기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이 원유를 국제시장에서 판매하는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고 밝혔다. 원유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재량에 따라 미국인과 베네수엘라인의 이익을 위해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주요 석유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의 일부인 서반구 장악력 강화 목표를 담은 '돈로주의'(19세기 미국식 고립주의인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 행보도 심상치 않다.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듯 한 양상이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 그린란드에 대한 영유권을 보유한 덴마크와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논의가 작년에 첫 언급된 이후 우선순위에 밀려 사실상 중단됐지만 마두로 대통령 체포 이후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산하기구 31개와 비(非) 유엔기구 35개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경제사회국, 국제무역센터, 유엔무역개발회의, 유엔민주주의기금,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평화·인권, 기후, 무역 등과 관련한 기구 및 기금 31개가 탈퇴 대상 유엔 산하기구로 명시됐다. 탈퇴할 비 유엔기구 역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국제에너지포럼, 세계자연보전연맹 등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감을 보이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나 'PC(정치적 올바름)'와 관련된 단체 또는 협약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면서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 대한 탈퇴도 결정한 바 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가 “미국의 국가 이익, 안보, 경제적 번영, 주권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모든 정부 부처·기관은 (해당 기구에) 참여 및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납세자들은 이들 기구에 수십억달러를 냈다"며 “이런 기구들에서 탈퇴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납세자의 돈을 절약하고, 그 자원을 미국 우선 과제에 다시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국방예산을 50%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지난달 18일 서명한 2026년도(2025년 10월∼2026년 9월) 국방수권법(NDAA)의 국방 예산은 1조 달러에 살짝 못 미치는 9010억 달러(약 1307조원)인데 이보다 6000억 달러(약 870조원) 더 많은 1조5000억 달러(약 2176조) 규모로 증액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베네수엘라 공격과 다른 중남미 국가에 대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무력사용 불배제 기조 등과 맞물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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