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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주택난에 유럽 전역 ‘분노의 시위’…프랑스 55만명 거리로

고물가와 주거비 급등, 교육환경 악화에 대한 불만이 유럽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생활비와 연료 가격 상승에 반발한 시민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2018년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운동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스페인 등에서도 주택난과 임금 정체,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집회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8일 AFP통신과 AP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마르세유·리옹·툴루즈·낭트·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서 노동자·학생·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국 110곳에서 행진이 진행됐으며, 파리 11만명을 포함해 총 55만명이 참가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전국 1750곳에서 집회와 시위가 열렸고 참가자가 80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진 고등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가 출발점이다. 학교 시설과 교육 여건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학생들의 집단행동에 고물가와 연료비 급등, 임금 정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특히 2018년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었던 '노란조끼' 운동의 일부 핵심 인사들까지 시위에 가세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운동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란조끼 운동은 2018년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에 반발해 시작됐다. 이후 생활비 부담과 경제적 불평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결합하면서 수개월간 프랑스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이번에도 생활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시민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연료비 급등과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공공서비스가 악화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학생과 노동자, 일반 시민들이 공동 전선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시위가 격화하면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잇따랐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후드와 마스크를 착용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에 나섰다. 도심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지하철역 여러 곳이 폐쇄되면서 시민들의 이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파리 서부에서는 보수 성향 방송사 CNews 등 언론사 시설을 공격한 시위대 약 20명이 체포됐다. 파리에서만 약 100명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대가 도심 상점과 경찰서를 파손했으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시청 건물에 진입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폭죽 등으로 관광안내소에 화재가 발생했다. 남서부 리모주에서는 시청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이는 등 공공시설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졌다.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충돌로 경찰관 약 150명이 다치고 시위 참가자 120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보도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위의 권리를 존중한다면서도 폭력과 공공시설 파괴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공기물을 파손하고 상점과 시청 등을 공격한 행위자들을 기소하고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CGT는 정부에 시위 진압 중단과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을 촉구했다. 노동계는 임금과 연금 인상, 물가 안정, 공공서비스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시위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장뤼크 멜랑숑이 이끄는 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시위에 지지를 표명했다. 정부 측은 일부 정치세력이 학생들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 프랑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삼전닉스보다 더 위험하다”…AI 거품 경고에 소부장株 ‘초비상’ [머니+]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의 조달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16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의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낙폭은 약 16%에 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역시 지난 한 주간 5.5% 하락해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AI 열풍에 힘입어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에도 새로운 위험 요인이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AI 산업의 호황을 뒷받침해 온 대규모 투자가 위축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TSMC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AI 연산에 필요한 반도체와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실적 역시 궁극적으로는 AI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소부장 업체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개별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투자 일정과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피낭시에르 드 레시키에의 케빈 넷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 자금조달 압박은 핵심 컴퓨팅 생태계보다 그 하위 단계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들에 더 큰 도전 과제"라며 “기본적으로 실제 반도체에서 멀어질수록 투자 일정이 지연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구성한 아시아 AI 하드웨어 관련주 바스켓은 지난주 11% 급락하며 7월 중순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를 넘어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온 소부장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제조업체이자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대만 난야플라스틱은 사상 최고치 대비 12% 하락했다. 같은 지수에서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일주일 만에 14% 급락했다. 국내 소부장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기 역시 이달 고점 대비, 지난 6월 역대 최고가 대비 각각 약 30%, 48% 폭락했다. GAM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지안 시 코르테시 펀드매니저는 “자금조달 비용은 AI 호황에 작용하는 중력과 같다"며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 집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공급업체들의 실적 전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재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언방케르프리베의 링 베이선 전무이사는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다면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아시아 공급업체에 대한 주문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이 현재 매우 예민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반도체 소부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까지 자금조달 압박이 실제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주문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도 AI 관련주에 대한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쿤잘 갈라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 총괄은 “AI 수요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주 매도세를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라 총괄은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TSM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믿었는데”…기름값 폭등에 탄핵론까지 부상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당시 휘발유 가격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절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간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공화당의 선거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평균 휘발유 가격이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평균인 갤런당 3.47달러를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약 40% 상승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으며 경유 가격과 전기요금도 각각 74%, 15%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정책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고 비판하며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기에는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글로벌 연료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휘발유 가격이 치솟았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경제학 및 공공정책 교수인 캐런 클레이는 “사람들은 물가를 낮출 수 있는 변화를 기대하며 투표했지만 그런 변화는 실현되지 않았다"며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행동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에 대한 신뢰를 흔들면서 공화당의 중간선거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이란 전쟁과 이를 종식하려는 시도의 잇따른 실패로 유권자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의 책임을 공화당에 돌리기 쉬워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대로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우려까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의 AI 산업 육성 정책이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잃을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는데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유권자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트럼프 대통령을 넘어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유권자들의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이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에너지 가격을 '매우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의료비와 주거비,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 같은 응답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특히 높은 에너지 가격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마저 경합주로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당파 선거 분석기관 쿡폴리티컬리포트는 캔자스와 아이오와, 오하이오, 텍사스, 알래스카 등 5개 주의 상원 선거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지역으로 분류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 격차로 승리했던 곳이다. 멜리우스리서치의 제임스 웨스트 대표에 따르면 이들 5개 주 가운데 텍사스를 제외한 4개 주는 가계 소득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는 “사람들은 이란 전쟁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유가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은 미국 경제 전반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은 달걀이나 자동차 같은 개별 상품과 달리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을 통해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까지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9.1% 급등하며 전체 소비자물가의 월간 상승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최근 발표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월 대비 1.3% 상승하며 2022년 3월(1.7%) 이후 4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대인플레이션에도 반영되면서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긴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평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란 전쟁 이전 6%를 소폭 웃돌던 수준에서 7.5%까지 급등했다. 2023년 이후 이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락세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몇 주 동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금이 면제되는 경유의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주요 7개국(G7) 동맹국들에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도록 압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추가 연료 공급을 위한 합의도 체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격적인 현금 지급 공약까지 강조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그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면 미국 성인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자신이 탄핵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화당에 대한 지지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을 추진할지를 놓고 당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이미 두 차례 하원에서 탄핵소추됐으나, 두 번 모두 상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다. 카네기멜런대학교의 클레이 교수는 “모든 선거에서 현직 정부는 반드시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비난을 받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행동이 실제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믿을 만한 실질적인 이유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달 앞둔 中 선전 APEC…미·중·러 빅매치 속 김정은 당길까

다음 달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중·러 정상외교와 북미 대화의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선전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4~15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17~18일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이어 18~19일 정상회의 본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중국은 지난 15일 각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올해 회의 주제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 공동번영 촉진'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인공지능(AI)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과 함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상 간 접촉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 회의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최근 휴전 시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다. 선전 회담에서는 무역 갈등 관리와 양국 관계 안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미·중·러 3자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관련 질문에 “우리는 대찬성(all for it)"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다만 3자 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APEC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I may)"며 “흥미진진할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동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북한의 현실을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러와 교역망 확충…北 협상 여지 커져 북한의 달라진 외교 환경은 국경 교량 개통에서도 드러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5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했다. 길이 3㎞, 왕복 4차로인 이 다리는 중국이 2014년 약 22억 위안(3억1000만 달러)을 들여 건설했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시설 등이 마련되지 않아 12년 가까이 사용되지 않았다. 개통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리 총리는 교량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고 전통적 우호 관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나선 지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첫 도로 교량을 개통했다. 북중·북러 육상 교역망이 잇달아 확충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약 98%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현금·연료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가운데, 중국도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며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과 물질적 지원을 고려해 북한을 자국 영향권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양국은 무역·농업·건설·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선택지가 넓어지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서두를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선전 APEC의 주요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논의될 수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협력 확대가 다뤄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의 회동 여부도 중일 관계의 변수다.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유인을 얼마나 크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미·중·러 정상 간 접촉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태원 참사 판박이’ 인도 힌두교 축제 최소 19명 사망

인도 동부의 힌두교 축제 행사장에서 좁은 통로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최소 19명이 목숨을 잃는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 인파 관리 실패와 현장 통제 부재가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10·29 이태원 참사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 마련된 힌두교 축제 '두르가 푸자'의 임시 행사장 밖에서 군중이 비를 피하기 위해 몰리며 도미노처럼 바닥에 넘어졌다. 이 사고로 7세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25명 정도가 다쳤다. 현지 경찰 고위 관계자는 밤사이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안내방송과 함께 현장 혼란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 CCTV 영상을 확보해 당국의 군중 통제 조치가 미흡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2022년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와 발생 구조가 유사하다. 두 사고 모두 수많은 인파가 한정된 공간에 밀집한 상태에서, 경사가 있거나 병목이 발생하는 좁은 통로로 인파가 쏠려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사고 직후 SNS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들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했다. 아울러 서벵골주 정부가 피해 가족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대규모 종교행사 때마다 부실한 안전관리와 미흡한 통제로 인해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행사장 등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 있다. 인파 밀집 행사에서 특정 지점으로 군중이 갑작스럽게 몰릴 때 이를 분산할 사전 가이드라인이나 현장 통제 인력이 부재할 경우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다. 인도 정부를 향한 부실한 안전관리 규탄과 현장 통제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日총리,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 봉납…정부 “깊은 실망과 유감”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자 우리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이 한일관계의 주요 현안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본 지도자들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17일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거나 참배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나타냈다. 외교부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들을 합사한 곳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일본 지도자들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사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가 양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토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논평은 다카이치 총리가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보냈다. 일본의 가을 제사인 추계 예대제는 오는 19일까지 이어진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기간 신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공물 봉납으로 대신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이전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다. 지난해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도 공물을 바치고 직접 신사를 찾았다. 총리 취임 이후에는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 예대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을 보내는 방식을 택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군속 등 약 246만6000명의 영령을 기리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어 일본 정치인들의 참배와 공물 봉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北, AI 탑재 초고속 어뢰 시험발사…미사일 이어 수중무기까지 확대

북한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신형 초고속 어뢰의 시험발사에 나섰다. 이달 초 AI 기술을 도입한 미사일은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수중무기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과 잠수함 등 다양한 무기체계의 성능 개선을 추진하면서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과 미사일총국, 수뢰무기연구국은 지난 15일 신형 초고속 정밀유도 어뢰무기체계 '잠-2.0'의 수중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북한은 이번 시험을 통해 어뢰의 추진 성능과 유도 기술 등 핵심 기능의 개선 성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신형 어뢰에 목표물 탐색과 유도를 위한 AI 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5년간 180차례에 걸친 시험을 통해 개발한 추진효율 향상 기술과 로켓 추진 장치의 성능을 이번 발사에서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기술적 특징을 고려할 때 '초공동어뢰' 개발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초공동어뢰는 어뢰 앞부분에 기포층을 형성해 물의 저항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반 어뢰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무기다. 다만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목표물을 정확히 탐지하고 궤도를 제어하는 기술은 구현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AI 기반 유도 기능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AI 무기 성능 과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은 지난 3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AI 기술을 활용한 비행궤도 변경 능력을 주장했다. 당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미사일이 낮은 고도에서 비행경로를 바꿀 수 있다며 상대가 공격을 피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해당 미사일이 최소 4가지 비행궤도를 설정할 수 있고, 하강한 뒤 다시 상승하는 방식으로 상대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을 반박했다. 국방부는 지난 4일 한미 연합 방어자산으로 해당 미사일을 충분히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사 준비 단계부터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했으며 발사 이후에도 비행경로와 발사 지점을 추적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주장한 미사일 비행거리 역시 한일 군 당국의 분석과 차이를 보였다. 북한은 목표 지점까지 1000㎞를 비행했다고 밝혔지만 합동참모본부는 700㎞ 이상, 일본 방위성은 약 680㎞로 파악했다. 최근 북한은 수상함과 잠수함 전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3년 전술핵 공격잠수함이라고 주장하는 3000t급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으며, 이달 14일에는 잠수함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종을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신형 어뢰 시험도 잠수함 탑재 무기의 성능을 높여 한국 해군과의 전력 격차를 줄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트럼프, 현대트랜시스 美 5억6000만달러 투자 발표…“공화당 리더십 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트랜시스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직접 언급하며 자신의 경제정책 성과를 강조했다. 이미 발표된 한국 기업의 투자 계획을 중간선거 유세 현장에서 다시 소개한 것으로, 해외 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공화당의 정책 성과와 연결한 모습이다. 17일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달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현대트랜시스가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확장에 5억6000만달러(약 7486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트랜시스의 투자 계획을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사례로 제시했다. 이어 미국이 공화당의 지도력 아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집권 2기 경제정책을 강조했다. 현대트랜시스의 투자 계획은 앞서 지난 8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가 발표한 내용이다. 당시 조지아주 정부는 현대트랜시스가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기존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신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기존 1·2공장의 설비 현대화와 제3공장 신설에 사용된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용 변속기와 전동화 파워트레인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산시설 확충에 따라 관리·감독·생산직 등에서 320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로 변속기와 시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1994년 설립됐으며 전 세계 10개국에서 32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현대트랜시스가 북미 자동차 고객사에 대한 부품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기존 생산시설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 생산라인을 확보해 하이브리드 및 전동화 차량용 부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삼전닉스 더 오른다”더니…경고 날린 월가 강세론자 [머니+]

불과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전망한 월가의 대표적 기술주 강세론자가 이번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경고음을 알렸다.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낙관하면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일부가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이브스 요크빌아이브스 파트너 겸 선임 전무는 현재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5~10%가 결국 실제 건설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브스는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치적 발언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이 한발 물러설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언은 아이브스가 최근 한국 증시와 AI 산업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이브스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증시에 대해 “6∼12개월 내에 전고점을 돌파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나치게 과도한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정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에서 비롯됐다"며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메모리는 필수적인 요소인 만큼 시장이 다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AI 혁명은 아직 15%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년에 걸쳐 AI 관련 설비투자에 3조∼4조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에 대해서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 전체에 과도한 조정이 있었고, 메모리 종목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변동성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또 한국경제TV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향후 각각 약 20%, 30% 오를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이브스가 이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일부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당분간 글로벌 증시의 추가 하락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 위축과 주가 조정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실제로 뉴욕증시에서는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기술주들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 대비 1.09% 하락한 7659.44에 마감했다. 주간 낙폭은 1.95%로 지난 6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이번 한 주간 5.5% 하락해 작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1% 하락해 지난 6월 고점 대비 24% 빠졌다. 이러한 매도세를 더욱 부추긴 것은 미국의 대표적인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주식과 채권 가격 폭락이다. 네오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지 않고도 AI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코어위브 주가는 이날 12% 가까이 급락했다. 주간 낙폭은 25%에 달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코어위브의 경쟁력이 날마다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날 주가가 6% 반등했지만 매도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반등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5% 오른 5668.05에 장을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글로벌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티커명 EWY)는 이날 전장 대비 3.7% 하락한 150.4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80여개 국내 우량주로 구성된 EWY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증시가 명절 연휴 등으로 장기간 휴장할 경우 연휴 기간 EWY의 움직임이 이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왔다. 문제는 코어위브의 채권시장에서 더욱 심각한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어위브가 지난 6월 연 9.675%의 수익률로 발행한 채권은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15%까지 치솟았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투자자들이 코어위브의 채무 상환 위험을 그만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코어위브의 부채는 약 500억달러에 달한다. 코어위브는 지난 8월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기존보다 40억달러 늘어난 350억~39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약 130억달러에 그치고 순손실은 21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빌려온 기업들이 앞으로도 필요한 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코어위브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인 1200bp(1bp=0.01%포인트)에 육박했다.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요구되는 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코어위브가 향후 5년 이내 부도날 가능성을 60%가 넘는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 신용정보 및 분석업체 나인핀의 맥스 프룸스 부실채권·레버리지 금융 부문 글로벌 총괄은 “코어위브는 분명히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대형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나타나는 조기 경고 신호를 뜻한다. 프룸스는 “이번 사태는 AI 호황을 뒷받침하는 신용의 가격과 공급 가능성, 자금 조달 구조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자금 조달 비용은 더욱 비싸지고 투자자들의 심사는 훨씬 엄격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는 코어위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약 80%가 오는 2030년까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수익이 모든 기업의 막대한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본격적인 수익을 거두기 전에 GPU 구매와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차입 비용 상승과 GPU의 빠른 기술 발전에 따른 장비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 투자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연산 수요 자체가 붕괴하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우려 요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투자업체 IG그룹의 악셀 루돌프 수석 기술적 분석가는 “AI 연산 수요가 갑자기 붕괴했다기보다는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외국인 떠나면 끝장?”…28년 만의 대폭락에 한국도 긴장 [머니+]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약 28년 만에 최악의 폭락 사태를 맞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인도네시아 증시가 올해 40% 가까이 추락하자 한국 증시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세에 급락세를 이어온 만큼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증시의 대표 지수인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이날 11% 넘게 폭락했다. 이는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JCI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폭락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통화인 루피아화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이날 증시 폭락은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인도네시아 증시를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퇴출할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촉발됐다. MSCI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투자 적격성과 관련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기존 신흥시장(EM) 지위에서 프런티어시장(FM)을 거치지 않고 독립시장으로 곧바로 강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두 단계에 걸친 강등 조치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것으로, 현실화할 경우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주요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등이 독립시장으로 분류돼 있으며 현재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해당 지위를 부여받은 곳은 없다. 앞서 MSCI는 지난 1월 거래 투명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인도네시아를 신흥시장에서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지난 6월 시장 분류 검토 결과에서 신흥시장 지위를 일단 유지한 바 있다. MSCI는 내년 4월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같은 해 6월에 인도네시아의 증시 지위를 최종 결정을 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증권사 BCA세쿠리타스의 펠릭스 다르마완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이라며 “MSCI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실질적인 법 집행 부재를 문제 삼으며 사실상 금융감독당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6월까지 당국이 시장을 정비할 시간은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훼손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9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외국인 자금 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증시가 독립시장으로 강등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증시가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될 경우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에서 약 50억달러(약 6조원)의 추가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또 다른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FTSE러셀까지 시장 지위를 강등할 경우 약 35억달러(약 4조원)의 추가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폭락 사태는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증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스피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면서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208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 순매수를 기록한 기간은 1월(약 1494억원)과 4월(약 1조2319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면서 이 기간에만 152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두 배 가까이 급등했지만 지난 7월 22% 폭락한 데 이어 이달에도 17%가량 하락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주식은 약 59조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약 2조원, 기관과 기타법인은 각각 약 5조원, 51조원을 순매수했다. 기타법인 순매수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효과마저 이달 들어 약해지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할 새로운 매수 주체가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믹소 다스 한국 주식 전략 총괄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종료되면서 시장이 새로운 매수 주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한국과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원인은 다르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증시 변동성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폭락 사태는 한국에도 경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05% 오른 5668.05에 장을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전날 코스피(-7.57%)와 코스닥(-7.65%)가 동반 급락하고 약 두 달 반 만에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3430억원을 순매수하며 8거래일 동안 이어온 매도 행진을 끝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4860억원, 682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날 반등만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에만 21% 가량 폭락했다. 이날 상승폭은 그동안의 낙폭을 만회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반등에 나서기 위해서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도요증권의 오쓰카 류타 전략가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다소 안정을 되찾으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이 증시의 바닥을 찾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실적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다음 주에도 시장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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