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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까지 번질라”…트럼프·사우디發 ‘핵무장 도미노’ 우려 확산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면서 중동을 넘어 세계적으로 핵무장 경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이른바 '123 협정'으로 불리는 원자력 협정에 서명했다. 123 협정은 1954년 제정된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해 미국 민간기업이 해외에 원자력 기술과 핵물질 등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24개국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27개국) 등 51개 정부·기구를 상대로 26건의 123 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은 핵물질과 관련 장비를 제조·수출하는 미국 기업의 거래를 규율하는 동시에 사찰 의무와 핵 비확산을 위한 법적 틀을 제공한다. 원자력 기술과 핵물질 이전이라는 민감성을 감안해 미 의회의 심사 절차도 거쳐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정에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적용됐으며 당시 미국 정부는 이를 핵 비확산의 모범사례로 내세웠다. 이날 사우디와 체결된 123 협정은 약 30년에 걸쳐 수백억달러 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에 AP1000 원자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최대 수혜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문제는 이번 123 협정이 과거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체결한 원자력 협정보다 핵 비확산과 관련한 조건이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사우디는 약 20년 동안 민간 원자력 협력을 논의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시작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협상이 이어졌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폴리티코는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정 체결을 가로막았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가 핵 비확산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사우디 역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체결된 123 협정에는 미국과 사우디가 공동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뒤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사우디 내에서 우라늄 농출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블랙박스' 방식으로 미국이 우라늄 관련 시설을 운용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우디 영토 내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잠재적 활동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로이터는 또 이번 협정에는 IAEA가 불시에 미신고 시설까지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의정서(AP)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그간 AP 수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간 핵 비확산을 기조로 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전제로만 예외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이번 협정 내용만 보면 사우디와 협정에서는 이런 원칙이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존 미국의 핵 비확산 원칙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번 협정이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체결됐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고 핵무기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對)이란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사우디가 우라늄을 자체 농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애널리스트는 “보도된 협정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이 바뀌었다는 신호이며 중동에서 핵무장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전쟁까지 벌이며 막으려 했던 바로 그것, 즉 우라늄 농축을 사우디에는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협정이 중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핵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핵확산 전문가 안드레아 스트리커는 “튀르키예, 이집트, UAE를 비롯해 카타르와 오만 등도 비슷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우라늄 농축이나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을 갖춘 새로운 국가들이 다수 등장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단계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공화·루이지애나)은 우려 범위를 중동을 넘어 아시아까지 확대했다. 그는 “중동과 일본, 한국에서의 핵확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국이 사우디와 123 협정을 체결한 배경에는 미국이 빠질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그 공백을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경우 핵확산 기준이 다른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다고 오랫동안 밝혀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동맹인 튀르키예와 이집트는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스톰과 협력해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패니코프 연구원은 “미국과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사우디는 거의 확실하게 중국이나 러시아로 향했을 것이며, 이 경우 123 협정에 포함된 안전조치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고 미국과 이번 협정에 위험이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 수준의 안전과 비확산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협정은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과 핵 비확산 기준을 준수한다"며 미국 원자력법에 규정된 강력한 핵 비확산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번 미·사우디 협정은 의회가 90 회기일 이내에 반대하는 표결을 하지 않을 경우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이를 뒤집기 위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위기 때보다 못 믿겠다”…美 국채시장에 무슨 일이 [머니+]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심리적 저항선인 5%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불어나는 국가부채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 국채 매도로 시장에 경고를 보내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까지 올해 들어 총 27거래일 동안 5%를 웃돌았다. 이는 전체 거래일의 약 19%에 해당한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미 장기 국채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0.018%포인트 오른 연 5.149%에 거래를 마치며 12거래일 연속 5%선을 넘어섰다.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돈 전체 거래일과 연속으로 5%선 위에서 거래된 기간 모두 2007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2007년에는 총 50거래일 동안 5%를 웃돌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2007년 당시보다 1.5%포인트 낮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당시보다 크게 낮은데도 30년물 국채금리는 같은 5%대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됐던 당시보다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미국 30년물 국채의 실질금리도 올해 들어 약 0.5%포인트 상승해 3%에 근접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국채시장 규모는 2007년 4조5000억달러에서 현재 31조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두 배로 뛰어 100%를 넘어섰다. 수년에 걸친 과도한 재정지출의 결과로 미국 정부가 부담하는 연간 이자 비용도 1조달러를 돌파했다. 막대한 부채를 조달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 정부의 부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다. 그럼에도 영국을 제외하면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일본과 프랑스 등 다른 주요 경제국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미국의 부채 부담이 동일한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의 초장기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배경에는 정부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누빈자산운용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전략 책임자는 “매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장기채 금리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0억달러 넘게 자금을 조달한 것도 채권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거나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될 때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미 장기채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십 년간 미국 국채에 대한 강세론을 고수해온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최근 약세론으로 돌아섰다. 밴 호이징턴 창업자와 레이시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명한 최근 보고서는 더 커진 재정적자와 높은 자본 수요라는 '광범위한 구조적 환경'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과 미 장기 국채금리가 모두 상승 추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표적 채권 강세론자로 꼽히는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최근 들어 약세론으로 전환했다. 밴 호이징턴 창업자와 레이시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명한 최근 보고서에는 재정적자와 자본수요 증가라는 “광범위한 구조적 환경“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과 미 장기 국채 금리가 모두 상승 추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심지어 레이시 헌트마저 국채 약세론으로 돌아섰다"며 “그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5.10% 수준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약 20년 만의 최고치와 불과 0.1%포인트(10bp)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 저항선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해리슨 블룸버그 전략가는 “미 장기채 금리에서 5%가 천장이 아니라 바닥으로 굳어지기 직전"이라며 “50일 이동평균선은 이미 5%를 넘어섰고 100일 이동평균선도 그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다음 목표치는 5.5%"라고 전망했다. 헤버포드 트러스트의 행크 스미스 투자전략 책임자는 “채권과 주식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가장 큰 위험은 채권 자경단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라며 재정문제에서 촉발된 '채권 시장 발작'이 발생할 경우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AI 투자, 월가와 미 정부가 멈출 수 없는 이유

인공지능이 몰고 올 미래를 두고 두 가지 역사적 비유가 맞선다. 1차 산업혁명의 방직 기계는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끌어올렸지만 그 과실은 공장주에게 집중됐고 숙련공들은 거리로 내몰렸다. 반면 2차 산업혁명의 철도와 전기는 초기 투자 거품이 꺼진 뒤 운송비를 폭락시키고 모든 산업의 혈관이 되어 시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AI가 어느 길을 걸을지는 단순한 공학의 문제가 아니라 배분의 정치경제학에 달려 있다. AI가 인플레이션을 잡고 금리를 낮추려면 기술이 소수 거대 기업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체로 번져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의 공급망을 최적화하고 지역 병원의 행정 비용을 낮추고 항만 물류의 병목을 풀어내는 범용 기술로 진화할 때 비로소 경제 전체의 총공급이 확대되며 구조적 물가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결정적 변수는 접근성이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살아나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수요 예측 모델을 돌릴 수 있게 되면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소비자 가격 하락으로 스며든다. 반대로 몇몇 빅테크가 독점적 모델로 시장을 장악하면 생산성 증가분은 주주 배당에 갇히고 거시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진다. 그런데 지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준이 20여 년 만의 고금리로 긴축하는데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연간 수백조 원을 AI 데이터센터에 쏟아붓는다. 본래 고금리는 장기 투자에 독이지만, 월가 은행권의 이해관계가 이 흐름을 떠받치고 있다. AI 생태계는 고금리 한파 속 거의 유일한 핫 마켓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사모대출, 부동산 유동화 증권 발행, 스타트업 투자 자문까지 AI 벨류체인 전체가 은행들의 수수료와 이자 이익을 떠받치는 거대한 자금 회로로 작동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 붕괴 이후 벤처캐피털의 초기 자금이 마른 자리를 은행권 신용이 메우며 고금리에도 기술 인프라에 과잉 투자되는 기묘한 균형이 유지되는 이유다. 한국 반도체 산업도 여기에 깊숙이 얽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HBM을 비롯한 AI용 반도체 수요는 빅테크의 CAPEX 사이클과 직결된다. 은행권이 AI 투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것처럼, 한국 반도체 주식의 밸류에이션 또한 이 거대한 자금 회로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고금리 압박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다면 그 충격은 반도체 라인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강력한 플레이어인 미국 정부의 셈법도 맞물린다. 국가 부채는 34조 달러를 넘겼고 연간 이자 비용만 국방 예산을 추월했다. 이 빚더미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출구는 명목 성장률을 금리보다 높게 유지해 부채 비율을 희석시키는 길이다. AI는 '고성장-저물가'라는 방정식을 풀 유일한 열쇠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생산성 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이 실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센터가 굶주리지 않도록 전력망 확충과 신규 원전 인허가를 밀어붙이고, 중소기업의 AI 도입에 세액공제를 확대해 기술 파급을 의도적으로 촉진하려 들 것이다. 결국 이 거대한 흐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AI를 사실상 유일한 수익 파이프라인으로 삼아 고금리 시대의 돌파구를 찾고 있고, 미국 재무부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AI 기반 생산성 향상 말고는 마땅한 시나리오가 없다. 은행의 이익 증대와 미국 정부의 부채 부담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AI 투자의 지속을 강제하는 셈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 버블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과 패권국의 재정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치경제학적 필연에 가깝다. AI 투자는 살아있다. bienns@ekn.kr

“레버리지 ETF만 문제가 아니었다?”…다시 커진 ‘CFD 폭탄’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증시 하락의 또 다른 뇌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촉발했던 차액결제거래(CFD)에 다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인용해 증거금을 포함한 CFD 잔액이 지난 20일 기준 3조28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5월 18일(3조720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1년 전보다는 64% 급증한 수준이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최소 40% 수준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지만 정해진 증거금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된다.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삼천리 등 일부 종목들이 2023년 4월말 무더기로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것도 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발생한 영향이었다. 당시 CFD 거래의 96% 이상은 개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CFD 잔액은 1조원대까지 감소했지만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국내 증시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코스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CFD 매수 포지션이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했으며, 개별 종목 CFD 투자 역시 지난 1년 동안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CFD 잔액은 지난 1년 동안 2500% 폭증한 2350억원에 달했고, 삼성전자 CFD 잔액도 같은 기간 5배 증가한 2170억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대상으로 한 CFD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문제는 투자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된 상황에서 증시 급락시 시장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CFD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ETF의 매도가 맞물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2023년 시장 혼란을 촉발한 CFD가 위태로운 시기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시장 변동성이 이미 심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케비움 캐피털의 막상스 비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 같은 CFD의 시장 충격이 “CFD는 자체적인 장외거래 유동성 안에 존재하는데 이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경우 질서 있는 조정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유동성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누스헨더슨의 나타샤 시블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융시스템 전반에서 레버리지가 증가하면 위험도 함께 커진다"며 “CFD나 주식 신용거래를 통해 한국 반도체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강제로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면 실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가격 변동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ETF가 적정 수준까지 약 75% 청산됐다며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1만2500로 유지했다. UBS 역시 최근 AI 반도체주의 하락이 펀더멘털 약화 때문이라기보다는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포지션 축소에 따른 수급 충격이라며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인 슐리 렌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거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임박하는 등 거시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약화될 경우 반도체주가 가장 큰 폭의 매도세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도체주는 시장 전체보다 변동성이 큰 고베타 종목"이라며 “강력한 랠리가 일어나면 많은 것들이 잘못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향후 발표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이 반도체주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74% 오른 6797.70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1% 오른 7052.09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7166.00까지 치솟으며 상승률을 6.2%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상승 동력이 급격히 약화하면서 장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오는 23일 오전 발표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을 앞두고 높아진 기대감에 대한 경계 심리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T&D자산운용의 나미오카 히로시 수석전략가는 “알파벳의 실적은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실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더라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끝도 없이 오르네”…日 엔화 환율, 163엔도 뚫었다 [머니+]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3엔선마저 넘어서는 등 엔저(円低)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2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한국시간 오후 2시 9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3.17엔을 나타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63엔대를 기록한 것은 1986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말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2024년 7월 고점(161.96엔)을 돌파하며 162엔선마저 넘어섰지만 이후에도 엔화 약세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일본의 경기 부양적인 재정·통화정책 환경이 이러한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며 “일본 당국이 정책 방향을 실질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이 같은 추세가 끝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엔화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하자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잇따라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좀처럼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미국과 이란의 상황이 전 세계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갑작스럽게 악화하면서 매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적절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한다는 우리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지난주에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단호한 조치'라는 표현은 통상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할 때 사용되는 문구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잇따른 경고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우에다 마리토 SBI FX 트레이드 회장은 “당국이 같은 메시지를 계속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는 개입에 따르는 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행동에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달러 환율은 그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자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11조7300억엔(약 111조 9600억원)을 투입해 엔화를 매수했다. 당국의 대규모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5엔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화는 다시 약세 압력을 받았고 결국 163엔선마저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이 급격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당국이 당장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린토 수석 외환 및 금리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이제 163엔을 넘어섰지만 상승 속도는 이례적일 정도로 점진적이었다"며 “기본 시나리오는 여전히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시장 개입이 없다면 시장은 달러당 165엔 수준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일본 당국이 실제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엔화 약세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스스로 모멘텀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을 엔화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보다 오히려 다시 확대할 기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보다 강력한 계기가 필요하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의 해외 투자자금이 일본으로 환류되거나 미 국채금리가 급락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무너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미 국채금리가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러다 경제 박살난다”…폭염이 부른 유럽의 ‘S공포’ [이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유럽에서 기후변화가 경제 성장 전망을 위협하는 중대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핵심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폭염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충격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는 최근 폭염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결과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오는 2030년까지 약 1300억달러(약 192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예상 손실 규모는 2400억달러(약 355조원)에 달한다. 알리안츠의 이 같은 추정치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폭염의 경제적 비용을 토대로 향후 피해 규모를 산출한 것이다. 알리안츠의 하젬 크리셴 선임 기후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분석 결과가 자사 이코노미스트들에게도 예상 밖이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피해 규모가 이 정도로 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는 폭염이 경제에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으로 자본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 투자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경제의 생산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에서도 폭염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버던트는 지난 6월 영국을 강타한 폭염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이 최소 23억6000만파운드(약 4조6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고온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와 사회기반시설 및 장비 고장 등에 따른 피해를 반영한 결과다. 버던트는 폭염이 지난 10년과 같은 속도로 계속 심화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매년 여름 발생하는 무더위로 인한 누적 경제적 손실이 최소 250억파운드(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폭염이 유럽 경제 전반의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공동으로 참여한 지난해 여름 폭염 관련 분석에 따르면 유럽 경제는 폭염으로 전체 생산의 0.3%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경제적 손실은 오는 2029년까지 누적으로 0.8%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전쟁보다 더 무섭다"…식품물가 끌어올리는 폭염 이와 동시에 폭염은 특히 식품 물가에 강한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둔화하는 반면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고온과 가뭄 등 기상 요인만으로 내년 식품 물가상승률이 최대 1%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마스 드보락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올여름 폭염이 이란 전쟁보다 내년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더 강력한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크 엘더슨 ECB 집행이사 역시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폭염과 인플레이션, 국내총생산(GDP) 등 주요 경제지표 간 연관성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엘더슨 이사는 “이례적으로 더웠던 2022년 여름을 생각해보면 당시 식품 물가상승률이 0.4~0.9%포인트 높아졌고 독일 GDP에도 상당한 수준의 충격이 있었다"며 “이러한 요인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ING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글로벌 거시경제 총괄은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이 “유럽의 모든 정책 입안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유럽 전역을 완전히 휩쓸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앞으로 거시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 기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제 온도계도 선행지표가 됐다"고 덧붙였다. ◇ 6월 최고기온 2년 연속 경신…유럽 폭염 일상화 실제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달 서유럽의 평균기온은 20.74도를 기록했다. 이는 1991~2020년 30년간 평균보다 3도 이상 높은 수준으로, 관측 사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다. C3S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부 지역 등을 서유럽으로 분류한다. 지난달 서유럽의 평군기온은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 20.49도마저 넘어섰다. 지난달 말에는 서유럽 각국의 기온이 40도 넘게 치솟았다. 이로 인해 유럽 주요 관광 명소는 조기 폐관하고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을 멈춰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6월 평균기온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유럽에서 6월 폭염이 일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폭염에 따른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 당국이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현재까지 폭염으로 유럽에서 이미 1만3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유럽 대부분의 주택과 사회기반시설이 추위에 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설계됐다는 점이다. 매년 극심한 더위가 반복되면서 이제 유럽의 인프라는 혹한뿐 아니라 극한의 폭염까지 견딜 수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크리셴은 “불과 20~30년 사이 기온이 매우 빠르게 변화했다"며 “그 결과 도시 인프라가 폭염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기온 상승에 따른 피해에 적응하기 위해 오는 2050년까지 매년 약 700억유로(약 118조원)를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 역시 런던에서 폭염에 가장 취약한 주택들을 극단적인 더위로부터 보호하는 데만 약 90억~450억파운드(약 17조원~89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월드컵 축구의 승자와 패자들

스페인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북중미 FIFA 월드컵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무적함대다웠다. 다만, 심판의 편파적인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아르헨티나에게는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것이 뼈아팠다. 또 다른 승자는 카보베르데다. 우승팀 스페인과 예선전에서 비겼고 32강전에서는 준우승팀 아르헨티나와 막상막하의 경기를 하였다. 인구 52만에 불과한 알려져 있지 않은 아프리카의 섬나라가 이번 대회 최고 히트 상품이라는 말이 나왔다. 최고의 패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하여 레드카드를 받아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는 선수를 출전토록 하였다. 규칙을 파괴하고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가 FIFA 규정까지 무너뜨리자 세계인들이 화가 났고 벨기에를 응원하였다. 결국 출전 금지 유예를 받은 그 선수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미국은 벨기에에 1대4로 대패하고 말았다. 트럼프 압박에 굴복한 FIFA 회장도 공동 패배자라 할 수 있는데. TV 화면에 비춰진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이마에 '출전 금지 유예'라는 주홍글씨가 쓰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국민들이 볼 때 최고의 패배자다. 남아공에게 0대 1로 진 한국은 2위를 하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4위 팀에게 패배하여 32강전 진출에 실패한 유일한 팀이 되었다. 세계 언론들도 졸전이라고 평가했고, 우리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였다. 경기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문제는 가슴 졸이며 응원하고 승리를 기원하였던 국민들의 희망을 사실상 '자의적으로' 꺾어 버렸다는 것이다.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출전하고 단기전 승부로 결판이 나는 경기에서는 핵심 선수의 역할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노르웨이는 골잡이 '홀란'의 활약으로 사상 최초로 8강에 진출했고, 영국은 '헤리 케인'의 활약으로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역시 4강에 진출한 프랑스의 '음바페' 역할은 발군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활약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월드스타이자 우리나라 팀의 핵심인 손흥민 선수를 남아공전 선발에서 제외하였고, 심지어 그 사실을 당일 선수들에게 통보하였다. 손흥민 선수를 중심으로 플레이를 전개해 왔던 선수들이 받을 충격은 상당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뒤로 공을 굴리기에 급급하였다.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전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센터링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는데, 찬스메이커인 이재성을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흥민 선수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이재성 선수를 배제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감정과 아집이 작용하였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하다. 홍 감독은 손흥민의 병역 특례를 조롱하는 취재진의 사담으로 인한 인터뷰 거부 사태에서 손흥민 선수와 이재성 선수가 끝내 인터뷰에 응하지 않자 불쾌하게 여겼다. 멕시코와의 2차전 직후 손흥민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아 놓고 한 발언이 길어지자 선수단 이동을 지시했다고 한다. 선수 고참이자 주장이 경기가 잘못되었을 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 하도록 말하는 것은 당연한데, 감독이 끼어든 것이다. 홍명보는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최고 선수들을 배제하여 한국팀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반성 없는 태도로 인터뷰를 하고 귀국하더니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버려 도피 행각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자신의 자존심을 앞세우는 리더십은 일을 그르치고 희망과 꿈을 앗아간다는 뼈아픈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다음 대회에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황희찬 등 황금세대가 다시 활약할 수 있다. 용장과 지장을 겸비한 훌륭한 감독을 선임하여 준비하기 바란다. ekn@ekn.kr

“이래도 미국 안 와?”…트럼프, 2028년부터 복제약에 100% 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복제약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026년 8월 1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복제약은 2년간 관세 0%가 적용된다"며 “그 이후 약 1년간 관세가 100% 인상되고 그다음부터는 200%로 올라갈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따라 수입 복제약에는 오는 8월 1일부터 무관세가 2년간 유지된다. 이후 2028년부터 관세율이 100%로 인상되고 2029년에는 200%로 인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복제약 생산을 미국으로부터 돌아오게 하기 위한 조치"라며 “지정된 기간 내 시설을 구축하지 않기로 결정한 기업들에게 불이익이 부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책의 목적은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큰 성과를 보인 특허 의약품, 브랜드 의약품,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정책은 유지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에 걸쳐 제약 공장들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제유가 떨어진다더니”…美·이란 충돌에 ‘올해 120달러 전망’도 나왔다 [머니+]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이 지속될 경우 국제유가가 올해 4분기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단 스트루이븐 등 애널리스트들은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 물동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45% 밑으로 추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다만 배럴당 120달러 전망은 골드만삭스이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브렌트유가 올해 4분기 배럴당 80달러, 내년에는 7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완화될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홍해에서도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가 전망을 둘러싼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올해 2분기 글로벌 원유 재고가 감소하면서 원유시장이 공급 충격에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와 수요의 가격 탄력성 확대 등이 추가적인 유가 상승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날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분석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원유시장을 지배했던 '공급 과잉' 전망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되고 원유 수요마저 부진할 경우 국제유가가 내년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글로벌 원유 현물가격의 기준인 '데이티드 브렌트(Dated Brent)'의 올해 3·4분기 평균 가격을 배럴당 75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전망과 비교하면 각각 15달러와 5달러 낮춘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의 흐름도 급격히 뒤바뀌고 있다. 특히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1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을 둘러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에너지 애스팩츠의 암리타 센 설립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감소와 전 세계 원유 재고 고갈이 맞물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같이 월드컵도 구경했는데”…트럼프, 다음날 캐나다에 ‘50% 관세’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50%의 관세를 새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건) 캐나다의 미국산 제품 차별 대우에 대응하기 위해 1930년 제정된 관세법 338조를 근거로 특정 캐나다 제품을 대상으로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 3건에 서명했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의 상거래에서 차별을 한 나라의 수입품에 의회 승인 없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캐나다의 차별적 대우로 미국 상거래가 떠안은 부담과 불이익을 상쇄하고 자동차와 주류, 유제품 등 미국의 핵심 수출품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관세 대상에는 와인부터 하키채, 시멘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이 포함됐다. 새 관세는 포고령 서명 후 30일 뒤부터 발효된다. 특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온 캐나다산 제품에도 이번 관세가 적용된다. 다만 에너지와 수산물, 비료, 핵심광물 등 일부 품목은 제외된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미 별도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제품 역시 예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관세가 예고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무역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캐나다산 제품 중 USMCA 요건을 충족한 제품의 비중은 81%에 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층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포고령 서명 불과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월드컵 결승전을 관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는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 지역을 뒤덮은 것을 문제 삼아 캐나다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 산불 문제와 관련해 별도의 제재 방안을 여전히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50% 관세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맥밀런의 윌리엄 펠러린 국제무역 변호사는 “이번 조치는 갈등을 크게 끌어올리며,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항상 알고 있었다"며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합의에 가까워지거나 상황이 안정되는 듯할 때마다 긴장이 다시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USMCA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면서 일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가장 최근의 일방적인 미국 무역 조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USMCA의 현행 갱신을 거부하고 최장 10년간 매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이 10년 이내 갱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USMCA는 2036년 자동 종료된다. 다만 이번 50% 관세가 예고대로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향후 진행될 USMCA 후속 협상에서 최대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를 즉각 시행하지 않고 30일의 유예기간을 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캐나다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지난 1월에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경우 캐나다산 상품과 서비스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울러 이번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활용된 338조를 둘러싼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조항이 실제 관세 부과에 활용된 전례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역시 1930년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일본 등을 상대로 338조를 근거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한 적은 있지만 실제 발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킹 앤드 스폴딩의 라이언 메이저러스 국제무역 파트너는 “338조는 차별적 무역 행위를 다루는 조항으로 적용 범위가 매우 넓지만 실제 관세 부과에 활용된 적은 한 번도 없어 법원에서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현재 진행 중인 USMCA 협상에서 미국이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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