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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이유에 의문”…비트코인 폭락장, 과거와 다른 8가지 [머니+]

비트코인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크립토 윈터'는 과거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된 안전자산·결제수단·투기자산이라는 정체성이 동시에 흔들리면서다. 이번 하락장의 본질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3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2시 31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4.61% 하락한 6만4773달러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달 초 약 7만8000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한 달에만 시세가 18% 가까이 빠진 상황이다. 이달 마지막 한 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은 5개월 연속 하락하게 된다. 이는 2018년 하락장 이후 최장 기간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61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현재 반 토막 난 상태다. 문제는 이번 비트코인 하락세가 생태계의 실패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가상자산의 중심지"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으며, 월가에서도 비트코인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활용 사례가 없는 투기적 자산"이라고 표현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개최된 '월드 리버티 포럼'에서 자신이 비트코인을 소량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환경 또한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그동안 비트코인의 가치를 지지해온 핵심 내러티브(서사)들이 붕괴되며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비트코인은 무조건 오른다" 내러티브 붕괴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원자재와 달리 실적이나 수요 같은 기본적인 펀더멘털이 없다. 대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기반으로 가치가 형성돼 왔으며, 이는 신규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서사는 이제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믿고 시장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깊은 손실 구간에 갇혀 있다. 아카디안자산운용의 오웬 라몬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비트코인의 핵심 내러티브는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이었는데, 이제는 그 서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이는 해당 내러티브에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 내러티브 붕괴 결제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의 위상도 무너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던 잭 도시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캐시앱'에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한때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테슬라는 전기차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바 있고,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공식 법정통화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시의 이 같은 태세 전환은 결제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미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각국 통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펀더멘털이 없는 비트코인을 굳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 역시 스테이블코인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세큐리타이즈의 카를로스 도밍고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를 위한 수단이지, 오늘날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은 특별한 자산" 내러티브 붕괴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은 역설적으로 특유의 신비성을 약화시켰다. 2100만개로 제한된 총공급량, 반감기, 탈중앙화 지위, 채굴 구조 등은 비트코인에 가치를 부여하는 핵심 요소로 꼽혀왔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와 레버리지 파생상품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은 월가의 여느 금융상품과 다르지 않은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 내러티브 붕괴 비트코인은 거시경제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디지털 금'으로 각광받아 왔지만, 최근 중대한 시험대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약세 등 요인이 부각되는 국면에서 금과 은은 상승 랠리를 펼친 반면, 비트코인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자금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미국 금 관련 ETF에는 16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약 33억달러가 유출됐다. 톰 에세이 세븐스리포트 창립자는 “비트코인은 금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고, 디지털 금도 아니며, 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도 않고, 금과 같은 효용성을 제공하지도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헤지도 아닐 뿐더러 변동성 부담 없는 더 나은 헤지 수단도 있다"고 지적했다. ◇ “비트코인은 비축자산" 내러티브 붕괴 디지털 애셋 트레저리(DAT) 모델은 비트코인이 기업의 비축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스트래티지 등 기업들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비축하면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낙관론이다. DAT 전략은 강세장에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이 이를 담보로 신규 주식을 발행해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는 구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반전됐다. 가상자산 비축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1년간 비트코인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고, 대부분 보유 자산 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 “비트코인은 최고의 투기자산" 내러티브 붕괴 비트코인은 높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대표적인 투기 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투기적 수요마저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폴리마켓과 칼시 등 베팅 플랫폼이 투자자들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마켓의 주간 거래 규모는 지난 1년간 급증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 역시 베팅 시장에 진입했다. TMX 베타 파이의 록산나 이슬람 리서치 총괄은 “베팅 시장은 가상자산의 투기적 성격을 즐기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음 유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은 투명한 시장" 내러티브 붕괴 또 다른 문제는 접근 방식과 가격 형성 구조 간 괴리다. 현물 ETF는 비트코인 매수를 간편하게 만들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100배 레버리지가 허용되는 파생상품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파생시장은 자동화된 청산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포지션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즉각 강제 청산이 이뤄지고, 이는 연쇄 매도로 이어져 현물 가격을 단시간에 붕괴시킬 수 있다. 이 구조는 지난 10월 폭락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십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순식간에 정리됐고, ETF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확인했을 때는 이미 충격이 발생한 뒤였다. ◇ “존버는 승리한다" 내러티브 붕괴 비트코인이 반등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디지털 자산이며, ETF를 통해 제도권 포트폴리오에 자리 잡았다. 과거 '크립토 윈터'도 수차례 극복한 전례도 있다. 판테라 캐피탈의 댄 모어헤드 설립자는 “항상 공포와 불확실성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회의적인 사람들은 늘 새로운 걱거리를 찾아내려는 자연스러운 욕구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는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100만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생존이 현재의 가치를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를 떠받치던 내러티브들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시장의 관심이 서서히 이탈하는 '표류 현상'이 최대 위협이라는 분석이다. 노엘 애치슨은 '크립토 이즈 매크로 나우' 뉴스레터 저자는 “베팅사이트 같은 새로운 투기 수단은 물론, 원자재 거래소마저 가상자산의 관심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매크로 자산'이 된 이상 이해하기 쉽고 설명하기 쉬운 수많은 대안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관세 전선 재편…한국, 민간 중심 대미투자로 돌파구 찾아야”

미국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이른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대법관 9명 가운데 '위법' 6명, '합법' 3명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우세한 연방 대법원의 구도지만,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구두 변론 과정에서 위법 입장을 보인 대법관이 많아 트럼프 패소가 예상되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10%의 기본관세와 그것 위에 국가별 차등세율을 더해서 매긴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붕괴되었다. 이번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정책을 무효화시킨 것으로, 트럼프의 막가파식 행동과 정책에 철퇴를 가한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외교적으로도 세계 각국에 압박을 가하는 가장 강력한 위협 수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곧이어 15%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무역법 122조 등 대체 수단을 동원해 고강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IEEPA를 대체하는 트럼프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150일 이후 이 조치를 계속하려면 의회가 연장을 승인해야만 한다. 상원이 공화당 의원 4명의 이탈로 '트럼프 상호관세 중단'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서도 '캐나다 관세 철회 결의안'이 통과되는 등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해 의회 내 반감이 커지고 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조치를 의회가 연장 승인해 준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미 연방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상승했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예봉이 꺾인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미 연방 대법원의 관세 판결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특히,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은 여야의 '대미투자법'을 통과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우리로서는 다행스런 측면이 강하다. 그렇다고 크게 떠들 필요가 없다. 미국과 새롭게 무역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은 눈치보기를 할 것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과 합의를 했던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보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미투자법은 서두르지 말고 보류하되, 대미 투자는 철저히 민간 중심의 상업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동시에 품목관세 등 추가 압박 가능성에 대비해 산업별 리스크 점검과 시장 다변화를 병행하고, 한미 FTA 틀 안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미간에는 핵잠수함 건설 등 여러 가지 현안이 있을뿐더러 미국은 한국이 개척할 여지가 많은 거대시장이다. 대미 투자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 위주로 철저히 상업적 베이스로 추진하면 된다. bienns@ekn.kr

美 “무역협정 지켜라”…EU·인도 등은 시큰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주요 교역국과 체결된 무역협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는 다른 유형의 관세로 대체될 수 있는 만큼 대법원 판결과 무역협정은 별개라는 주장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미국이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체결한 새로운 무역협정에 대해 “우리는 이 합의들을 지킬 것이며 우리 파트너들도 이를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합의들이 좋은 합의가 될 것이라는 점을 그들이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말에 EU와 다른 나라 카운트파트와 통화했다"며 “(소송의) 승패 결과 상관 없이 우리는 관세를 부과하고 대통령의 정책은 지속될 것이란 점을 1년 넘게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송이 진행 중일 때 그들이 서명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역국들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인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5%'가 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우리가 시행했던 관세 유형과 대략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가능한 한 연속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지난 20일 서명했다. 이어 21일 글로벌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추가 행정명령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한다. 150일 이후 이 조치를 계속하려면 의회가 연장을 승인해야만 한다. 그리어 대표는 글로벌 관세 15%가 종료된 뒤에는 “이 도구가 만료되면 무역법 301조 조사들을 수행할 것이다. 상무부는 232조에 따른 기존 관세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관세가 여전히 제자리에 있다"며 “현실은 우리가 (관세)정책을 가능한 한 연속성을 확보하면서 유지하길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무역법 301조 및 무역확장법 232조를 거론, “이런 다른 관세 권한을 통해 합의의 우리 몫을 재건(reconstruct)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상호관세 없이 중국에 대해 평균 4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역 상대국들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을 마음에 들어 한다"며 “그것들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CNN방송 인터뷰에서도 “대법원이 결정한 것은 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는 다른 권한이 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IEEPA에 관한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이 취할 조치에 대해 전면적인 설명을 요청한다"면서 현재 상황은 양측이 합의해 2025년 8월 EU·미 공동 성명에 명시된 바와 같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상호 이익이 되는' 대서양 간 무역·투자 관계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집행위는 또한 이날 성명에서 “합의는 합의"라며 “EU는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서 EU가 약속을 지키듯이 미국도 (무역합의 당시) 공동 성명에 명시된 약속을 존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24일 EU와 미국 간 무역합의를 승인할 예정이던 유럽의회의 계획도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차질이 전망된다. 유럽의회 무역위원회의 베른트 랑게 위원장은 “적절한 법적 평가와 미국 측의 명확한 약속이 있을 때까지 입법 절차 보류"를 요청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명확성과 법적 확실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정부가 잠정 합의 단계인 무역합의를 마무리하기 위해 예정된 방미 계획을 연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는 이달 초 트럼프 행정부와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8%로 낮추고 징벌적 성격인 추가 25% 관세를 철회하는 내용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기본 관세(10%)만 부과받았던 호주 정부는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돈 패럴 호주 무역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호주는 부당한 관세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며 “호주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지지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상호관세 위법’에도…“세계 각국, 무역협정 번복 가능성 낮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이 내려졌지만 세계 각국은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을 번복하려는 유의미한 움직임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통상 및 법률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체결한 무역협정을 되돌리려고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의 지렛대를 쥐고 있으며, 특히 방위와 안보 협력 등 비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보복 수단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각국이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전날 미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에 한정됐다.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의료용품 등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결국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번복하려는 국가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고율 관세 부과로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처럼 주요 산업이 보복 위험에 노출된 국가와의 무역협정은 재협상이나 파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유럽의회는 미국과의 무역협정 비준 연기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자동차 산업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전면 재검토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이먼 에버넷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교수는 미 대법원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을 약화했다기보다는 다른 위협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50일 이후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협상 상대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전날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0%의 전면 관세를 다시 부과했고, 하루 뒤 이를 15%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조치는 의회의 추가 승인 없이 150일간 유효하다. 다만 미 대법원 판결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활용하려는 국가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싱크탱크 브릿지 인디아 설립자 프라틱 다타니는 “이번 판결은 인도 같은 교역 상대국의 협상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원 판결뿐 아니라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의 권력 구도 변화를 기다리기 위해 인도가 협상 속도를 늦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이달 초 미국과 무역과 관련한 잠정 합의 이후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와의 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트럼프 뿔났다…“글로벌 관세 15%로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비판하며 전 세계에 새롭게 부과하겠다고 밝힌 '글로벌 관세'를 10%에서 15%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전 세계 관세 10%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까지 올리겠다"며 세계 많은 국가가 “수십년간 미국을 갈취해왔고 아무런 보복을 받지 않았다(내가 등장하기 전까지)"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수개월 간 고민 끝에 전날 내린 터무니없고 형편 없이 작성됐으며 극도로 반미적인 관세 결정에 대해 철저하고 상세하고 완전한 검토에 근거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관세 인상은 “즉시 효력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향후 몇 달 안에 트럼프 행정부는 새롭고 법적으로 허용되는 관세를 결정하고 발표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놀라울 정도로 성공적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전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미국,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 2심의 위법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미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보수 우위 구도였지만 이번 판결에는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3명이 소수의견을 냈다.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된 셈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15% 범위 내에서 150일까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기간 연장이 필요할 경우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하루 만에 글로벌 관세율을 10%에서 15%로 올린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0%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분명히 했다"며 대통령이 관세를 복원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닥칠 경제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외에도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기존 상호관세 등을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관련 부처 조사를 통해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며, 이미 자동차와 철강 등 여러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할 경우 미 무역대표부(USTR)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시행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세율 상한은 없지만 USTR의 추가 요청이 없을 경우 4년 뒤 자동 폐지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이외에도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이 상호관세 대체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무역법 201조에 따르면 특정품목의 수입급증으로 미국 해당 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가 발령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무역법 201조를 활용해 수입 세탁기에 20~50%, 태양전지·모듈에 3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했다. 관세법 388조는 미국과 상거래에서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5개월간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실제 발동될 경우 새로운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역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WSJ는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이 무역법 122조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 상황이 무역법 122조의 '근본적인 국제 지급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그간 무역법 122조가 발동된 적이 없었다며 추가적인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관세 전쟁 ‘2라운드’ 폭풍전야···韓 정치권도 통상 리스크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치권도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미국 대법원이 한국 등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반발하면서 앞으로 경제·수출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국익 중심' 원칙을 지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후속 발표한 만큼 추가 조치와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합동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이 참석했다. 강 대변인은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라 현재 미국이 부과 중인 15%의 상호관세는 무효가 된다"며 “이번 미국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간의 특별한 동맹관계를 기초로 우호적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납부한 상호관세의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 협회 등과 긴밀히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오후 경북 포항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 자리에서 한미 통상 협상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그동안 관세 협상을 다 제로로 돌릴 수 있는가, 아니면 뭔가 좀 조건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등의 문제를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우리가 논의해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국 정부 간에 합의한 내용들을 지켜가면서 하되, 한 나라의 법적인 문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약속을 지켜가면서도 조금 더 종합적으로 보면서 갈 수 있는 정도의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와 정부가 '원팀'으로 우리 기업과 산업이 흔들림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며 “국익 중심·실용 외교의 원칙 아래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일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야당도 오직 국민과 국익만을 바라봐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당부했다. 야당은 '플랜B'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긴밀한 대응을 촉구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상호 관세 법적 기반이 흔들린 지금 우리만 대규모 투자를 떠안고 협상 지렛대가 약화한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을 조인트 팩트시트로 포장하며 거창한 외교 성과로 홍보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일방적으로 패를 먼저 내준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굴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협상 전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와 국민 앞에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등 IEEPA에 입각해 부과한 관세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신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靑 “美 관세 무효···10% 추가 관세 등 후속조치 면밀히 파악”

청와대가 21일 “미국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후속 발표한 만큼 추가 조치와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등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한 것과 관련한 입장이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회의를 열고 이같은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 등이 참석했다. 강 대변인은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문에 따라 현재 미국이 부과 중인 15%의 상호관세는 무효가 된다"며 “이번 미국 사법부의 판결로 국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는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한미간의 특별한 동맹관계를 기초로 우호적 협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납부한 상호관세의 환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기업에 정확한 정보가 적시에 전달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 협회 등과 긴밀히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또 “(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공청회 등 입법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자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각)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등 IEEPA에 입각해 부과한 관세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대신 곧바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 관세 위법판결에 일본·인도·EU 등 각국 ‘신중 모드’

미국 상호관세에 대한 미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나오자 일본, 인도, 베트남 등 각국은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아직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만큼 대부분 '눈치보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각국 매체들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21일(이하 현지시각) 현재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나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는 이번 판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정부에서도 대미 투자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대미 투자는 일본에도 이익이 된다. 이번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진행하는 것으로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대미 투자 1차 프로젝트로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 미국산 원유 수출 인프라, 가스 화력발전 등 3개 사업을 실시하기로 최근 발표한 상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다음달 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다.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이 이미 납부한 상호관세에 대한 반환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스미토모화학, 가와사키모터스, 도요타통상 등은 지난해 말 미국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라 부과·징수된 관세를 환급해달라는 소송을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에 제기했다. 인도 역시 내부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인도 매체 NDTV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당분간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미국 내 법·정치적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역시 최근 미국과 '빅딜'을 성사시킨 국가다. 인도산 상품 관세율을 50%에서 18%로 내리는 대신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판결에도 인도와의 무역 합의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의 경우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생겨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무역 합의 논의를 시작하려는 와중에 또 다른 이벤트가 발생한 것이다. 럼 서기장은 미국에서 베트남 3개 항공사의 보잉 항공기 96대 등 370억달러(약 53조6000억원) 규모의 구매 계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전 럼 서기장과 첫 회담을 갖고 베트남의 양국 무역 균형 노력과 주요 계약을 환영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판결로 19% 수준의 상호관세가 폐지되고 10% 관세로 대체되는 상황을 이용하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은 유럽연합(EU)이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미 행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올로프 길 EU 무역대변인은 “무역에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며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가 취하려는 조치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긴밀히 접촉 중"이라고 언급했다. EU는 지난해 7월 회원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6000달러(약 868조2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반응은 엇갈렸다. 이들은 일몰조항에 따라 북미무역협정(USMCA) 연장 여부를 협상 중이다. 미국과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캐나다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비교적 순항 중인 멕시코는 추가 관세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무역부 장관은 “이번 판결이 '관세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먼저 미국 측이 어떤 구체적인 조처를 할지 지켜본 뒤 그것이 우리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에 따라 대부분 수출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예측불허 美관세 ‘2라운드’…수출·기업 ‘불확실성’ 가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상호관세 정책에 미 대법원이 위법 판결로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랑곳 않고 새로운 관세 10% 부과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에 우리 기업들은 대미수출 상호관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새로운 15% 관세 부과를 포함해 품목별 관세를 비롯해 지난해 합의한 한·미 관세협상 합의와 대규모 대미투자 프로젝트 등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대미수출 환경과 수출기업 지원정책, 현지 기업투자 계획 등 전반적인 대외경제정책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 대법원은 20일(이하 현지시각)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및 멕시코, 캐나다, 중국 등에 대한 '펜타닐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지난 1·2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구성원 9명 가운데 '위법' 6명, '합법' 3명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이날 상호관세 등 IEEPA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를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우리나라 입장에서 '상황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불확실성 확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미 동부시간 기준 24일 0시1분부터 해당 관세가 발효하도록 하는 포고문을 냈다. 무역법 122조에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 승용차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가를 건드릴 수 있는 일부 소비재와 식료품 등에도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법 301조에 기반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도 선언했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 등에 맞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또 다른 관세 수단인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관세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당장은 상호관세 무효에 따른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그간 위법하게 징수한 관세의 환급 문제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뿐 아니라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비해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날 판결 이후 환급 소송 건수는 급증할 확률이 높다. 대법원에서 상호관세 합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낸 보수성향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정부가 수십억달러를 반환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며 “그 과정은 엉망진창(mess)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걷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에 미국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이 세계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큰 타격을 입혔고 급변하는 (미국의) 무역 정책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계 시장에도 새로운 불확실성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정책에 가해진 치명타이자 뼈아픈 정치적 후퇴"라며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지난 1년 동안 그의 정책 대부분에 청신호를 켜줬지만 이번에는 가장 중대한 좌절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재도입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있긴 하지만 해당 법률들은 절차적 제약이 따르는 데다 이번에 법원이 기각한 조치만큼 광범위한 관세를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영국 BBC 방송은 “대통령이 펜을 한번 휘두르거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클릭하는 것만으로 세자릿수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혹은 실제로 부과할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전했다. 새롭게 열린 '관세 전쟁 2라운드'에서 우리나라도 포화를 피해가기는 힘들 전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USTR이 개시할 무역법 301조 조사가)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두 가지 측면을 염두에 둬야 하는 처지다. 우선 미국 대법원이 무효로 판단한 상호관세 관련, 이와 연계된 투자 집행 계획 등을 약속대로 이행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 계획을 포함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했었다. 논리적으로는 상호관세가 무효가 됐기 때문에 무역 합의도 없던 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새로운 관세 수단을 꺼내든 상황에서 이처럼 강경한 행보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앞으로 관세 장벽이 어떤 방식으로 생겨날지 종잡을 수 없다는 고민도 있다.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난해 한미 협상 타결을 통해 가까스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관세 리스크가 이번 판결 이후 재점화되며 골치가 더 아파진 형국이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입법 지연 등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거론한 데 이어 이번 판결까지 나온터라 정책 불확실성이 더욱 높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산업계는 자동차·반도체 등이 15% 굴레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트럼프 정부의 대미투자 추가 요구가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존의 대미투자를 추진중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주요기업들에 천문학적인 추가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호관세 상쇄효과를 놓고 해당기업들은 이해득실을 면밀하게 따져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한미 협상의 결과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도 기존의 투자 로드맵에 어떤 변수가 생길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21일 유관부처장관 회의를 연데 이어 2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와 주요 경제부처장이 참석한 비공개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갖는 등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 미칠 영향과 지원책을 논의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국 상호관세와 함께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부과했던 펜타닐 관세(10~20%)도 무효화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히려 불리한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국 상호관세와 함께 펜타닐 관세도 무효화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주력 산업에서 중국과 경합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오히려 불리한 처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기존 상호관세에 더해 10~20%의 펜타닐 관세까지 부과받아왔다. 우리나라 등 상호관세만 적용받던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었다. 다만 이번에 이들이 모두 사라지면서 경쟁국들과 거의 동등한 입장에서 수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우리 기업들은 11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선출직 공무원 임기 중후반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도 살피고 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청와대는 21일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와 정부는 21일 유관부처장관 회의를 연데 이어 22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와 주요 경제부처장이 참석한 비공개 통상현안 점검회의를 갖는 등 우리 경제와 기업들에 미칠 영향과 지원책을 논의했다. 여야는 한미 통상 협상에 따른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심사를 당초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 상호관세 무효에도…세계 각국은 ‘신중 모드’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단에도 각국 정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결 직후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새로운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천명하면서 나라별 셈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미 행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로프 길 유럽연합(EU) 무역대변인은 무역에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국 행정부가 취하려는 조치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긴밀히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EU는 지난해 7월 EU는 6000억달러(약 868조원)를 미국에 투자하는 대가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30%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가 “최소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이번 판결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다음 단계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특권적 무역 지위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과 영국은 지난해 5월 무역 협상을 통해 영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영국산 자동차 수출 관세를 27.5%에서 10%로 인하한 바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영국과 나머지 세계의 관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위해 미 행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몰조항에 따라 북미무역협정(USMCA) 연장 여부를 협상 중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캐나다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비교적 순항 중인 멕시코는 트럼프가 언급한 추가 관세에 더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무역부 장관은 이번 판결이 “관세가 정당하지 않다"는 캐나다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다만, 캐나다에 고통을 안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별 조치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멕시코는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10% 추가 관세'가 가져올 잠재적 영향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먼저 미국 측이 어떤 구체적인 조처를 할지 지켜본 뒤, 그것이 우리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에 따라 대부분의 수출품에 대해 상호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의 경우 미국 수출품의 85%는 이 협정에 따라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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