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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늦출 수도”…오픈AI의 ‘속도 조절’, 삼성·하이닉스에도 불똥 튀나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첨단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오픈AI와 차세대 반도체를 비롯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향후 양사 협력은 물론 AI 반도체 수요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 열린 사내 회의에서 회사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오픈AI가 단독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는 방안뿐 아니라 다른 주요 AI 기업들과 보조를 맞춰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AI 기업들은 이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논의는 최근 주요 AI 기업 내부에서 첨단 AI 시스템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공개적으로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왔다. 실제로 AI 기업 앤트로픽의 제이컵 콕슨 연구원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AI가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으며 회사를 떠났다. 콕슨은 올해 초 오픈AI를 떠나 앤트로픽에 합류했다. AI 안전을 중시하는 앤트로픽의 기업 문화 때문에 이직했지만, 결국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AI의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콕슨의 설명이다. 이어 이날에는 최근 앤트로픽과 구글 딥마인드를 각각 떠난 연구자 2명도 AI 기술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AI 개발 기업들이 해당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지금보다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픈AI의 야쿠프 파초키 수석과학자도 최근 게시물에 글을 올려 AI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면서 AI 기업들이 필요할 경우 향후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I 역시 최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부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특정 내부 AI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오픈AI가 삼성전자와 차세대 AI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슨 김 오픈AI 코리아 총괄은 지난 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가장 많은 진전을 이뤘고 가장 많은 인정을 받은 분야 가운데 하나가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칩의 공동 생산과 연구"라고 밝혔다. 다만 오픈AI 코리아 측은 김 대표의 발언이 삼성전자의 챗GPT 도입과 지난해 10월 체결한 의향서(LOI) 등 기존 협력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새롭게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오픈AI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과 공동 설계한 첫 자체 AI칩 '할라피뇨'를 공개했다.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에서 이용자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추론용 반도체로, 생산은 대만 TSMC가 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오픈AI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한 의향서를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번 간담회에서 더욱 빠르고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해지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역시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협력을 오픈AI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에 따라 오픈AI가 실제로 최첨단 AI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출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반도체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훈련하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AI 업계의 개발 속도 조절이 곧바로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수요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반도체 업계에 미칠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금융시장 초비상인데…트럼프 “이란전쟁 후회 없다” [이슈+]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고, 이에 따른 국채금리 급등이 증시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다. 그러나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투자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이란과의 전쟁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후회라는 단어를 믿지 않는다"며 “물론 스스로에게 약간의 의문을 가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을 되돌려) 다시 해야 한다고 해도 나는 정확히 똑같이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자신의 지지층 일부가 실망하거나 위축됐다는 주장도 일축했다. 그는 “그들이 사기가 꺾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내가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선거가 끝난 직후 끝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비슷한 발언을 내놓으며 이란이 미국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격했고, 이에 이란은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동시에 걸프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한 점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핵심 정치적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이 미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이 단순히 소비자들의 휘발유 가격 부담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1일 아시아 거래 시간에서 4.972%까지 치솟아 심리적 저항선인 5%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07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기도 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번 주에만 20bp(1bp=0.01%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더욱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이번 주 한때 4.59%까지 뛰었고, 30년물 국채금리는 5.37% 수준으로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금리는 10일 하루에만 16bp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해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다. 미 국채시장의 충격은 이미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호주 벤치마크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일본 국채금리도 심리적 저항선인 3%에 근접했다. 글로벌 국채금리를 추종하는 지표 역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국채금리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선을 넘어섰다. 지난 9일 이미 100달러선을 돌파한 브렌트유도 이날 배럴당 107.63달러에 장을 마쳐 110달러선까지 넘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72.4%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해당 확률은 50%를 밑돌았다. 연준은 오는 15~16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5%에 근접한 10년물 국채금리는 높은 금리를 노린 저가 매수세를 끌어들일 수 있지만, 이와 동시에 추가적인 채권 매도세를 촉발해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주식의 상대적 투자 매력을 떨어뜨려 증시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존 히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금융시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물 국채금리 5%에 대해 “일부에서는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가 반드시 그런 '마법의 숫자'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 국채금리가 더 상승하면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분명한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의 5% 돌파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파드라이크 가비 ING그룹 미주 리서치 책임자는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하는 것은 이제 전망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일처럼 보인다"며 “채권시장에는 우려스러운 시기"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쟁 끝난다”던 트럼프…국제유가 110달러 육박, 국채시장 ‘패닉’ [이슈+]

글로벌 국채시장 매도세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확대 계획 발표 이후 처음 실시한 국채 바이백(재매입)마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탓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6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12bp 뛰어 4.95%까지 오르며 2023년 말 기록한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30년물 국채금리는 8bp 상승한 5.37%로 치솟아 19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다. 국채 매도세를 부추긴 것은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결과였다. 미 재무부는 이날 만기 10~20년 국채를 대상으로 바이백을 실시했지만 실제 매입 규모는 51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앞서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최대 60억달러 규모의 바이백 계획 자체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실제 매입액은 이보다도 적었던 셈이다. 재무부에는 총 105억달러 규모의 매도 제안이 들어왔지만 절반가량만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지난 6개월간 이어져온 미 국채 매도세를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국채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백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돌려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조지 카트람본 DWS 아메리카 채권부문 대표는 “베선트 장관은 대형 화재에 물총을 들고 온 격"이라며 “현재 미국의 부채와 재정적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30년물 국채를 사들이기 위해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낮추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국제유가 급등도 채권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정세 악화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해 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되면서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긴장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은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월 전쟁에 돌입한 이후 전 세계 채권시장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전쟁 초기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 내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전쟁이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시장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끝나면 전쟁이 종료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최측근들은 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공개로 경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토니 패런 미슐러파이낸셜그룹 금리 세일즈·트레이딩 담당 전무는 “원유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움직인다"며 “유가 상승이 경제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하면 이를 억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채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유가 급등과 함께 2년물 국채금리가 크게 뛴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로 인상될 가능성을 71%가량 반영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50% 미만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국채 매도세는 아시아 채권시장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11일 아시아 시장 초반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금리가 일제히 급등했다.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고, 뉴질랜드 10년물 국채금리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韓 대미투자 1호 합의 임박…에너지 분야에 134조원”

한국 정부가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3500억달러(약 46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첫 사업으로, 최대 8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사업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4조1000억원)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 발표될 수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미 양국이 이 같은 내용의 대미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놓고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사업 내용, 발표 시기는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원전 건설 지역과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소유한 부지에 들어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약 2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다. 텍사스주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이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따라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첫 대형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으로부터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한국은 이와 별도로 향후 4년 동안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원전과 반도체, 바이오의약품 등 전략산업에 투입하는 구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돈 줄 테니 찍어달라”…트럼프의 ‘670만원 승부수’, 자충수 되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과 생활비 부담에 따른 민심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성인 국민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현금성 공약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만 1조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40조달러를 넘어선 만큼, 표심을 잡기 위한 승부수가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유지할 경우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것은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불릴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공약이 실제 법제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제안했던 관세 수입을 활용한 배당금 지급 방안에 반대해왔다. 여기에 1조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배당금'을 실제로 시행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고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등 현실성이 낮아 보이는 공약들도 잇달아 내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미 국채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배당금 지급안의 실현 가능성을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의 마크 커드모어 마켓라이브 수석에디터는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이 매우 제한적인 이유는 모두가 이 정책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이미 강하고 과열될 위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자금 조달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정도 규모의 추가 재정 부양책을 투입할 경우 시장이 이미 우려하고 있는 흐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 국채는 더 약세를 보이고, 달러화는 하락하며, 원자재와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점차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고유가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후반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사실상 중간선거의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 자체가 또 다른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고 생각해달라"며 “내가 투표용지에 있다. 딱 한 번만 더 내가 출마한다고 생각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운 강성 지지층뿐 아니라 민주당 선거 전략가들도 반길 만한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할수록 민주당이 반(反)트럼프 표심을 결집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불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금 지급 공약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은 의원들이 해당 정책이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금 지급보다는 근로 요건이 포함된 세금 환급 방식으로 설계하는 편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당대회 분위기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한 만큼 뜨겁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만1000석 규모의 아메리칸항공센터가 “가득 찼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연설 당시 상층부 좌석 상당수는 비어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도중 “아무도 행사장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100분 넘게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는 모습도 포착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폴더블 뛰어든 애플…삼성에 뺏긴 아이폰 고객 되찾을까 [이슈+]

애플이 처음으로 접이식(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최근 아이폰 이용자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더블폰으로 갈아타는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애플이 새 폴더블 아이폰을 앞세워 삼성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변인은 아이폰 사용자 가운데 삼성의 최신 폴더블 제품인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로 전환한 비율이 전작인 갤럭시 Z 폴드7·플립7 때보다 전 세계적으로 1.6배 높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선보이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왔다. 그동안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애플도 마침내 경쟁에 합류했다. 이날 존 터너스 애플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애플파크에서 첫 폴더블 아이폰인 '아이폰 듀오'를 선보였다. 아이폰 듀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이 기존 아이폰 고객을 실제로 끌어들이는 데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에 따르면 미국에서 갤럭시 Z 플립8 구매자 가운데 30%는 경쟁사에서 넘어온 고객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구매한 소비자였다. 갤럭시 Z 폴드8 구매자들은 얇고 가벼운 디자인과 멀티태스킹 및 콘텐츠 감상에 유리한 내부 디스플레이를 주요 구매 요인으로 꼽았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구매자들은 넓은 화면과 별도의 태블릿PC 없이도 더 큰 작업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 생태계에서 갤럭시 생태계로 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 이전 기능도 강화해왔다고 CNBC는 전했다. 최근에는 '스마트 스위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아이폰 이용자가 별도의 스마트 스위치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QR코드만 스캔하면 무선으로 데이터를 갤럭시 기기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이 갤럭시로 이탈한 아이폰 고객을 다시 애플 생태계로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 듀오의 올해 출하량이 최대 600만대에 달하면서 애플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25%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삼성(38%)에 이어 시장 진입과 동시에 2위에 오르고 화웨이(22%)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판매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진입 첫해부터 2위에 오르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IDC는 내년 말까지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높은 가격은 애플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최고 사양 모델 가격은 3199달러로 애플의 고급형 맥북 프로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며, 3699달러인 비전 프로 헤드셋 가격에도 근접한다. 비전 프로는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부담이 판매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제품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아이폰 듀오 최고 사양 모델은 삼성의 최고급 폴더블 제품인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 최고 사양 모델(2699달러)보다도 500달러 비싸다. 다만 아이폰 듀오는 최대 2테라바이트(TB)의 저장용량을 제공해 최대 1TB인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보다 두 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아이폰 듀오 기본형의 가격 역시 1999달러로 갤럭시 Z 폴드8보다 100달러 높다. 결국 소비자들이 이 같은 높은 가격을 감수할 만큼 아이폰 듀오의 차별화된 기능과 사용 경험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가 흥행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제품 경쟁력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폰 듀오에는 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최신 'A20 프로' 칩과 애플이 자체 설계한 새로운 'C2' 모뎀 칩이 탑재된다. 갤럭시 Z 폴드8에는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터너스 CEO는 기존 폴더블폰들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화면 스크롤이나 동영상 시청 같은 일상적인 작업에도 제대로 최적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폰 듀오는 맞춤형 힌지와 일관된 화면비를 구현하는 듀얼 디스플레이, 새로운 티타늄 바디를 적용해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에서도 아이패드와 유사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는 두 화면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 사용 기준으로 최대 24시간을 지원하며, 약 2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5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아이폰 듀오는 오는 10월 23일 출시된다. 방수·방진 성능에서도 아이폰 듀오는 IP68 등급을 지원해 IP48 등급인 갤럭시 Z 폴드8보다 높은 수준을 갖췄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다급해지더니 돈풀기?…트럼프 “중간선거 이기면 5000달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미국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대규모 현금성 공약을 꺼내든 것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 다수당 지위를 모두 유지할 경우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트럼프 배당금'이라고 불릴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된 돈은 미국 내에서만 사용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5000달러를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제안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는 통상 중간선거에서 집권 대통령의 반대 정당이 의회 의석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란 전쟁 장기화와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 내 물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간선거 판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초당파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상원의 경우 박빙 승부가 예측됐다. 현금 지급을 현실화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가 이미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1월이면 전쟁 끝난다”는 트럼프…이란 셈법은? [이슈+]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극심한 경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결사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란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이 미국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반대 입장이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자국 영토와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경우 보복 수위를 높여 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며 “미 해군의 해상봉쇄와 이란 유조선 공격에도 이란은 물러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봉쇄로 이란이 받는 경제적 타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의 전쟁을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쟁을 계속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또 전쟁이 가장 격렬했던 지난 4월 이후 이란이 군사력을 재건해왔으며, 장기전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미사일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측의 이 같은 입장은 중동에서 양국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는 와중에 나왔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던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미 군함을 두 차례 공격하려 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미 군함 2척과 유조선 8척을 공격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란은 이와 별도로 요르단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향해 약 20발의 탄도미사일도 발사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 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중동에 위치한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이란 유조선 등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이르면 오는 11월 끝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텍사스로 향하기 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유가는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며 “선거 직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는 “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7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미국의 승리를 강조해왔다. 이어 “그들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필사적"이라며 “그래야 약한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 자신들을 내버려두고 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공격은 우리가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전쟁과 이에 따른 고물가가 적어도 중간선거 전까지는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종전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 유가정보업체 개스버디의 패트릭 드한 석유시장 분석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중간선거 이후 유가 하락' 전망에 대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어떠한 보장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란 정치권에서는 확전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현재 수준에서 저항을 이어갈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란은 미국의 확전에 어떻게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보복할지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는 이란이 미국의 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단계의 대응 수단을 마련해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포함한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전쟁이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비공개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의 봉쇄로 이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이란은 원유 수출이 사실상 막히고 주요 생필품 수입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물가상승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리알화 가치도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제난을 배경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까지 발생했고, 당국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천 명이 숨졌다. 이란 내부에서도 협상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당국자들은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미국이 먼저 봉쇄를 해제하고 지난 6월 체결됐다가 무산된 종전 양해각서(MOU)의 조건으로 복귀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이란의 굴복을 끌어내려 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이 향후 재공격을 주저할 정도의 억지력을 확보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 종전을 자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먼저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호르무즈 파병, 노무현의 교훈과 이재명의 숙제

최근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정국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정치권의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정권 당시의 이라크 파병 논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자 여권과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진보 진영의 반발에 직면하자,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2003년 4월 2일 임시국회 국정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굳건한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며 파병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한미관계의 갈등 요소를 (투자자들은) 더 큰 불안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라는 경제적 이유도 함께 제시했다. 한마디로 안보와 경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런 노 대통령의 당시 인식은 지금의 상황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이재명 정권 역시 '원활하지 못한' 한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압박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란 비핵화 노력에 한국이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한국 측이 “No thanks!"라고 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산 천궁-II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칼럼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일련의 행동은,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불만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인식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야만 한미 공조를 통해 안보 불안을 완화하고, 경제적 차원의 문제 역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라크 파병 당시 노무현 정권과 현재 이재명 정권이 직면한 고민 사이에는 분명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뚜렷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노무현 정권이 파병을 결정한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었다면, 지금의 대북정책 기조는 당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3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북한 비핵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선 비핵화'론을 사실상 폐기하고, 핵 동결을 의미하는 '우선 중단'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정 장관의 언급에 비추어 보면, 과거 노무현 정권은 북한의 비핵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파병을 결정했던 반면, 지금은 북한의 즉각적인 비핵화보다 우선적인 핵 활동 중단을 추구하는 국면에서 파병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한데, 핵무기가 없는 우리로서는 파병을 통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혹은 전략 핵무기의 한국 배치를 확실히 보장받는 것을 반드시 관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국방력이 세계 5위 또는 6위 수준이라는 점을 자주 언급하지만, 이는 재래식 무기만을 기준으로 한 순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래식 무기에 핵무기까지 더해 국방력 순위를 다시 계산하면, 오히려 북한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진보 세력 일각에서는 미국의 '침략 전쟁'에 우리나라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마도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의 전략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핵 방어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미국의 요구마저 들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어떤 방식으로 실효적인 방어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평화가 이상주의만으로 구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고대 플라톤부터 나온 이야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말자는 식의 이상주의적 주장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호응할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bienns@ekn.kr

“증산 아니면 탈퇴”…이라크 압박에 OPEC ‘초비상’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가 내년에 적용될 자국의 원유 생산 쿼터를 대폭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증산 문제를 둘러싼 갈등 끝에 OPEC을 탈퇴한 데 이어 이라크마저 이탈할 경우 중동 산유국 카르텔의 결속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라크가 향후 원유 생산 목표를 산정할 때 하루 600만배럴을 기준선으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에 적용되는 9월과 10월 원유 생산 상한선은 하루 443만1000배럴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라크의 지속 가능한 전체 원유 생산능력을 하루 490만배럴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이라크는 지난 6월 생산 할당량이 대폭 상향되지 않을 경우 OPEC 탈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UAE 역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생산 할당량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있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그러나 OPEC이 이라크의 할당량 확대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라크가 실제로 탈퇴할 경우 지난 5월 UAE의 이탈로 이미 흔들리고 있는 산유국 카르텔 체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라크는 1960년 OPEC을 창설한 5개 산유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여기에 또 다른 OPEC 창립 회원국인 베네수엘라마저 탈퇴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OPEC 결속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국 석유 매장량 일부에 대해 미국이 상당한 통제권을 갖는 내용의 대규모 석유 합의를 추진하면서 OPEC 잔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의 이런 계획은 OPEC과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내년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생산 능력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알려졌다. 현재 OPEC+는 외부 컨설팅 업체에 각 회원국이 물리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원유 생산량을 평가하도록 맡긴 상태다. 각국의 실제 생산능력을 토대로 향후 생산 쿼터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작업이다. 관련 검토는 이달 말 마무리될 예정이며, 오는 11월 말 열리는 OPEC+ 장관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전망이다. 이번 결과는 글로벌 원유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 전쟁으로 차질을 빚었던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이 다시 공급과잉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심 모하메드 쿠다이르 이라크 석유장관은 지난 5월 이란과의 분쟁이 종료되면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0만배럴로 늘리기 위해 OPEC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 알자이디 이라크 총리도 오는 2030년까지 원유 생산량을 하루 약 1000만배럴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달 언급했다. 한편, OPEC은 잇따른 탈퇴로 현재 회원국이 11개국으로 줄었다. 2016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19년 카타르, 2020년 에콰도르, 2024년 앙골라, 지난 5월 UAE가 OPEC을 떠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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