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엔화 환율 다시 160엔?”…‘매파 연준’에 日銀 초비상 [이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급등(엔화 약세)하자 18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긴축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할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은 3.75~4.00%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통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반까지 연준이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엔/달러 환율도 즉각 반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FOMC 직후 달러당 155엔 수준에서 최고 156.42엔까지 치솟았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5엔을 단숨에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달 들어 이어졌던 엔화 강세 흐름이 반전된 것이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 160엔에 육박했지만 일본은행이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한때 153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신호를 내놓으면서 엔화 강세가 지속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미일 금리차가 상당 기간 큰 폭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기준금리를 0.25%로 올렸고 지난해 1월에는 0.5%, 12월에는 0.75%로 추가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과 3월, 4월 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지난 6월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로 올렸다. 지난 7월에는 다시 동결했지만 이달 17~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최근 10개월 동안 세 차례 금리를 올리게 되는 것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긴축 속도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로이터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일본은행이 내년 3월과 2분기에 기준금리를 각각 1.5%, 1.75%까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엔/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한 것은 일본은행의 긴축 속도가 연준을 따라잡지 못해 미일 금리차가 상당 기간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상 여부보다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긴축 속도와 폭에 대해 얼마나 매파적인 신호를 내놓을지에 쏠리고 있다. ACCM의 글렌 인 리서치 디렉터는 “일본은 금리 인상과 함께 매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아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단기간에 엔/달러 환율이 160엔까지 치솟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MBC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린토 수석 금리 및 외환 전략가는 이번 회의 결과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될 경우 엔/달러 환율의 다음 상승 목표를 158엔으로 제시했다. 이어 미국 금리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상승할 경우 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엔화 약세가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다시 160엔선에 접근할 경우 일본과 미국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가능성이 재차 부각될 수 있어서다. 일본과 미국은 지난 7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공동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까지 한 달 동안 외환시장 개입에 사상 최대인 15조4000억엔(약 986억달러)을 투입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후 강한 엔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이 엔화 약세에 다시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최근 엔화가 급격히 강세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했던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이 상당한 손실을 본 점도 엔화 매도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엔화 약세 베팅 규모를 크게 줄인 상태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지난 8일까지 한 주 동안 엔화 약세 베팅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다음 금리 인상은 10월?”…美연준, 긴축 사이클 재가동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물가 대응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남아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 여부'에서 '얼마나 더 올릴 것인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이후 3년여 만으로, 12명의 투표권자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에 따르면 전망을 제출한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은 올해 안에 적어도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일부 위원들은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역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FOMC 회의가 열리는 10월 기준금리가 4.00~4.25%로 0.25%p 추가 인상될 가능성을 약 52%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4.25~4.50% 이상 수준에 머무를 확률은 79%에 달한다.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치기보다 추가 긴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시장이 무게를 두기 시작한 셈이다. 추가 인상론의 핵심 근거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3.6에서 3.7%로 상향됐으며, 물가가 연준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는 시점도 기존 예상보다 1년 늦은 2029년으로 밀렸다. 특히 연준은 이번 FOMC 성명에서 높은 물가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던 '공급 충격'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국제유가와 관세 등 외부 요인뿐 아니라 견조한 소비와 고용, 인공지능(AI) 관련 대규모 투자 등 미국 경제 내부의 수요까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워시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명백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라며 “최근 지표는 기저 물가 흐름이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은 견해는 위원회 내에서도 폭넓게 공유됐고, 이에 따라 완화의 일부를 제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파적인 발언"이라며 “연준 의장이 현재 정책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준이 마침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했다"며 “이제 논쟁의 초점은 추가 인상 여부가 아니라 앞으로 몇 차례 더 올릴지로 옮겨갔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어 “만장일치 결정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비둘기파 위원들까지 인상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는 의미"라며 “이번 한 차례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일단 금리 인상에 착수하면 한 차례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추가 긴축 전망에 힘을 싣는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역사를 보면 연준은 일단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여러 차례 인상했다"며 다만 “연속된 회의에서 계속 올릴지, 중간에 동결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준이 그동안 금리를 한 차례만 인상한 전례는 드물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7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같은 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후 금리를 동결했다. 이듬해인 1998년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연준은 결국 그해 가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 증시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B매크로의 루이지 부티글리오네 최고경영자(CEO)는 “공급과 수요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리를 올려 수요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채권과 주식이 이러한 역풍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다만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남아 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4%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슷하고, 근원 PCE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지만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휴대전화 가격 급등 등 일시적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만한 지표의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겪어보지 않은 지진위험

지진재해는 지진의 크기와 지진과의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큰 지진이 가까이에서 발생하면 위험하고, 먼 곳에서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지진재해가 언제나 이런 상식과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재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2025년 3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진으로 1,000 km 가량 떨어진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들이 크게 흔들렸고, 건설 중이던 30여 층 건물이 붕괴했다. 지진으로부터 이처럼 멀리 떨어진 대도시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진재해의 핵심에는 장주기 지진동이 있다. 지진파는 땅속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점차 에너지가 감소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주기 지진파 성분은 단주기 지진파 성분보다 먼 거리까지 효과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큰 지진일수록 장주기 에너지가 풍부하게 발생한다. 여기에 퇴적분지의 증폭 효과까지 더해지면 특정 주기의 지진동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 방콕의 두꺼운 연약 퇴적층은 이러한 장주기 지진동을 증폭시켰고, 고유주기가 긴 고층 건물의 진동과 결합하면서 큰 흔들림을 일으켰다. 큰 지진에서 발생하는 장주기 지진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듯 지진의 규모나 거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또 다른 형태의 지진 위험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1985년 멕시코 미초아칸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8급 지진은 350 km 떨어진 멕시코시티에 큰 피해를 입혔다. 연약한 호수 퇴적층에서 특정 주기의 지진파가 증폭되면서 많은 건물들이 무너졌다. 지진파의 주기와 건물의 고유주기가 일치하여 공진이 일어나면서 먼 거리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원거리 지진의 경우, 어떤 주기의 에너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가 위험의 핵심 요소이다. 이런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로부터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동남해안에 위치한 난카이 해곡에서는 과거 100~150년의 간격을 두고 규모 8급 이상의 거대지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44년 도난카이 지진과 1946년 난카이 지진 이후 이미 80년이 흘렀다. 일본 지진조사위원회는 2025년 초 난카이 해곡 규모 8~9급 지진의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80%로 평가하기도 했다. 난카이 해곡의 남쪽 구간은 한반도 남해안 지역에서 불과 500 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서울 등 한반도 중부 지역까지도 1,000 km 이내의 거리다. 미얀마 지진보다 훨씬 크고,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할 지진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반드시 평가되어야 할 문제다. 특히 대규모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단주기 최대지반가속도를 바탕으로 한 위험도 평가뿐 아니라, 장주기 지진파에 의한 지진재해 평가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인 사례가 있다. 2024년 8월 난카이 해곡 남단에서 발생한 규모 7.1 지진에 의해 남해안 일대에서 1 cm의 수직 지진동이 관측되었다. 이곳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 9.0 지진이 발생하면 30 cm가량의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7월에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6.8 지진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 진도 2~3 가량의 지진동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보다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진동 역시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특히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과 대규모 도시 기반시설이 들어선 시기는 난카이 해곡에서 마지막으로 규모 8급 거대지진이 발생한 1946년 이후이다. 많은 초고층 건물과 대형 교량, 원전, 산업시설, 데이터센터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한반도에 이러한 지진동은 큰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장주기 지진동을 설계기준에 반영하기 어렵고, 재난대응 시나리오에서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다. 더욱이, 긴 주기의 진동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건물은 견디더라도 가스관이나 배관, 승강기, 천장, 외장재와 같은 비구조 요소의 파손이 인명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경험의 부재가 자칫 안전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은 앞으로도 그런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구분해야 한다. 겪어보지 못한 지진이 위험한 이유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난카이 해곡 거대지진은 단순히 일본에서 발생할 큰 지진이기보다는 도시화된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지진동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사건일 수도 있다. 주도면밀한 사전 평가와 준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캐나다 데려가면 가만 안 둔다”…트럼프, 유럽에 초강수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캐나다를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미국에 대한 적대적 행위로 판단할 경우 유럽에 대규모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EU의 캐나다 준회원국 제안에 대해 “그들이 그렇게 하고, 내가 그것을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행위라고 판단한다면 유럽에 매우 심각한 관세를 부과하거나 많은 품목에 대해 유럽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이 나쁜 의도를 갖고 그렇게 한다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좋은 의도라면 괜찮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제안 자체에 대해서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캐나다는 끔찍한 무역 상대국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연설에서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연설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 “캐나다가 EU의 첫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며 양측 관계를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외국 정상이 EU 집행위원장의 연례 정책연설에 초청된 것은 카니 총리가 처음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오랜 동맹국이자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서 이미 격화하고 있는 무역전쟁에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지난달 양국 간 무역협상이 결렬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 정부도 이에 맞서 비슷한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각서를 통해 연방정부 조달 계약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한하도록 지시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백악관은 캐나다 정부가 '바이 캐나디안'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캐나다 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편중된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EU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캐나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남북 방향의 교역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 등 동서 방향으로 무역을 다변화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EU 준회원국 구상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캐나다가 EU의 '준회원국'이 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지위와 권한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최종 합의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새롭게 거론한 대유럽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를 실제로 시행할 경우 어떤 법적 권한을 근거로 삼을지도 불확실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리 1%로” 트럼프…‘매파 워시’에 건넨 한마디는 [이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만큼 케빈 워시 연준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관계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은 16일(현지시간)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p) 높은 3.75~4.00%로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미국 상단 기준 1.00%p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상해 현재 3.00%로 운용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나타났다. 19명의 FOMC 위원 중 16명은 올해 말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전체를 기준으로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6명에 그쳤다. 또 8명의 위원은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추가로 0.25%p 더 높아져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워시 의장은 이번에도 자신의 금리 전망치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번 금리 인상은 물가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성장과 고용이 비교적 탄탄해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FOMC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오늘의 정책 조치는 위원회의 2% (인플레이션) 목표로 보다 적시에 복귀하는 것을 뒷받침할 것이다.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 및 신용 여건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에 보다 부합하도록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며 “오늘의 조치는 우리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며 물가 안정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특히 워시 의장이 “완화적 정책 기조를 일부 제거했다"고 언급한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파적인 발언"이라며 “연준 의장이 현재 정책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TD증권의 오스카 무뇨스 수석 매크로 전략가도 “연준은 현재 분명히 인플레이션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금리를 올렸고 추가 인상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노동시장을 포함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으며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역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인이 모두 오늘의 확고하고 만장일치인 결정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는 1%이거나 그보다 낮아야 한다"며 “우리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모든 나라, 즉 대부분의 국가와 교역을 중단한다면 최소 연간 1조500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를 떠받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의 금리를 낮춰라. 그것도 빨리 낮춰라"고 촉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뢰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을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나는 케빈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시 의장과 통화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통화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설득하려 하지는 않았다면서 “어차피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와 같은 쪽에 투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어 워시 의장에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했다면서 “그에게 충분한 표가 없기 때문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에게는 적대적인 이사회가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당분간 자신이 직접 지명한 워시 의장에게 일정 수준의 재량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동시에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워시 의장은 앞으로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이에서 복잡한 관계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리 왜 올렸나가 핵심”…증시 운명 가를 ‘워시의 입’ [머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기가 실리고 있지만, 연준이 예상 밖으로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17일 오전 3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발표된다. 이어 30분 뒤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연다. 연준은 2025년 마지막 세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뒤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미국 물가 지표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될 가능성을 약 92% 반영하고 있다. 올 12월까지 최소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약 77%에 육박한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도 연준이 이달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HSBC, 도이체방크 등은 이달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도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오는 12월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 “연준 금리 동결은 역대급 서프라이즈"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이처럼 높은 확률로 기정사실화했을 때 연준은 예외 없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를 감안하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1994년 이후 정례 통화정책 회의에서 나타난 가장 큰 “비둘기파적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알렉스 코헨 외환 전략가는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90%까지 반영한 상황에서 연준이 이 단계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은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에 대한 의문을 다시 키우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빌 캠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국채에 더 큰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AP통신에 “역설적으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이 나중에 장기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선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로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그 충격이 증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금리 올려도 끝 아니다…시선은 '추가 인상'으로 문제는 연준이 예상대로 이번에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인상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본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의 시작이 될지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FOMC에서 공개되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가 향후 금리 경로를 가늠할 주요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 올리고 멈추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통상 연준은 경제와 물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을 택한다. 실제로 한 차례 인상에 그친 전례는 드물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7년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같은 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이후 금리를 동결했다. 이듬해인 1998년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연준은 결국 그해 가을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와 관련해 루네이트의 시저 마스리 투자리서치 총괄은 “시장은 금리 동결이나 비둘기파적인 금리 인상에 대비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워시, 이번엔 기자회견서 불안 잠재울까 워시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블룸버그는 “기자들은 FOMC의 정책 결정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이번 한 차례 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인상 사이클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장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금리 인상 자체보다 “왜 금리를 올렸느냐"에 대한 설명이라고 짚었다. 소통 축소 방침을 내세운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명확한 신호를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워시 의장이 금리 동결 배경과 향후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서 장기채 금리가 급등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배경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향후 채권시장과 증시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FOMC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 FOMC 결과가 한국시간으로 오는 17일 새벽 발표되는 만큼 당일 국내 증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7% 오른 6717.97에 장을 마치며 5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날까지 나흘간 코스피가 6% 급락한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는 2.01%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4.08% 급등하는 등 반도체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달러 버리면 100% 관세”…트럼프 발끈한 ‘브릭스 탈달러’, 현실 가능성은 [이슈+]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는 데 뜻을 모았지만, 실제로 탈(脫)달러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에서 “브릭스는 자국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국경 간 결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 연계성을 더욱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재로 달러화 거래에 제약을 받고 있는 만큼 브릭스 내부에 독자적인 결제·청산·예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현재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해 “소수 통화에 집중돼 있어 정치적 충격에 취약하다"며 달러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결제 통화를 다변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난관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달러화의 지배력도 여전히 압도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글로벌 외환거래에서 미국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전년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비중은 각각 29%, 17%였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이언트 크리슈나 선임연구원은 CNBC에 “브릭스는 달러가 세계적으로 제공하는 본질적인 유동성과 신뢰를 대체하는 데 필요한 통합된 제도적·금융적·거시경제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그동안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를 활용한 교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강하게 경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가 달러화에서 벗어나려 할 경우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24년 11월 당시 “이들 국가가 새로운 브릭스 통화를 만들거나 강력한 미국 달러를 대체할 다른 통화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100% 관세에 직면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브릭스의 탈달러 구상을 실제로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많지 않다고 CNBC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에는 브릭스 공동통화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회원국 통화를 활용한 무역결제와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 대신 선언문에는 “브릭스 결제 태스크포스(BPTF)가 현재 진행 중인 논의를 바탕으로 회원국 간 국경 간 결제를 보다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길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리마 바타차리야 아시아 리서치 총괄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무역의 약 90%를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면서도 “이러한 변화는 브릭스 차원의 조율된 정책이라기보다 2022년 이후 미국의 제재를 계기로 가속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브릭스 통화가 자국 밖에서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이 때문에 수출업자들이 해당 통화를 받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글로벌 원자재 거래에서는 달러화로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장 편리한 선택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브릭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점도 탈달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바타차리야 총괄은 “인도와 중국의 경쟁 관계야말로 브릭스 내부 결속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는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인도 모두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기를 원하지만 제조업과 기술, 투자, 지역 영향력 등을 놓고 서로 직접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양국 간 무역 불균형까지 갈수록 확대되면서 보다 긴밀한 금융 통합에 필요한 상호 신뢰를 쌓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 가운데 하나다. 지난 3월까지 1년 동안 양국 간 무역액은 사상 최대인 1511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 역시 사상 최대인 1121억6000만달러까지 불어났다. 종전 기록인 992억1000만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인도와 미국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액은 지난해 약 2390억달러에 달했다. 인도는 미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584억달러의 흑자를 냈고 서비스 교역에서도 4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인도 입장에서 달러화 사용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선택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크리슈나 비마바라푸 아시아태평양(APA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 확대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자본통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루피화 사용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브릭스 회원국들은 서로 매우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며 “결국 현재로서는 브릭스가 주도하는 어떠한 대안도 달러가 가진 유동성과 시장의 깊이, 신뢰성, 글로벌 수용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기후변화는 사기” 트럼프의 역주행?…美 탄소감축 10년 늦어진다 [이슈+]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는 가운데,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약 10년 뒤처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환경보호청(EPA)은 전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기존 및 신규 화석연료 발전소에 탄소포집·저장(CCS) 등 특정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도록 의무화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를 폐지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당시 EPA는 2039년 이후에도 가동할 계획인 기존 석탄발전소와 신규 천연가스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2년까지 최대 90%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해당 발전소들은 CCS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환경 규제는 잇따라 철회되고 있다. EPA는 앞서 냉장·냉방 장비에 사용되는 초강력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연기하고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폐지했다. 탄소배출 규제의 핵심 법적 근거 역할을 해왔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위해성 판정'도 뒤집었다. 여기에 EPA는 이번 G20 회의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중대한 대기오염원으로 규정한 연방정부의 기존 판단을 폐기하는 새로운 규정도 제안했다. 청정대기법에 따라 발전소에 별도로 적용돼온 위해성 판단까지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PA 측은 “이 제안이 확정될 경우 향후 EPA가 기후변화를 이유로 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을 막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미국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향후 탄소배출 감축 속도를 크게 늦출 것으로 전망된다. EPA 자체 추산에 따르면 이번 발전소 온실가스 규제 폐지로 오는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억3300만t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약 5억8800만t으로 집계됐다. 이번 규제 폐지 하나로 한국의 연간 배출량에 육박하는 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당적 에너지·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이노베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철회를 모두 고려하면 미국의 204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기존 정책이 유지됐을 때보다 약 10억t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기존 석탄·가스발전소뿐 아니라 향후 건설될 발전소에 대한 탄소 규제 폐지 효과도 반영됐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는 2040년까지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존 정책이 유지됐다면 2030년에 도달될 배출량이 2040년에 달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실상 탄소 감축 시계가 10년가량 뒤로 밀리는 셈이다. 에너지이노베이션의 모델링·분석 담당 로비 오비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유지됐다면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향후 몇 년간 가파르게 감소하는 경로에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모든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배출량 자체는 여전히 감소 추세에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감소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우리가 가야 할 수준에도 전혀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규제 폐지로 미국의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의존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기존 석탄발전소가 조기 폐쇄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데다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CCS 설치 역시 사실상 강제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화석연료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 로펌 브레이스웰의 스콧 시걸 파트너는 “CCS 의무를 폐지한다는 것은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불확실한 의무가 사라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온실가스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는 것과 달리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에 힘입어 2년 넘게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중국의 탈석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도 1% 줄었다. 석유 소비 감소가 중국의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를 이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CREA는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시노펙도 최근 자국의 석유 소비가 지난해 이미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당초 15차 5개년 계획 기간인 2026~2030년 중 석유와 석탄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급진 좌파 민주당이 퍼뜨리는 AI 사기극은 얼마 전 '극심한 더위로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했던 지구온난화 사기극을 떠올리게 한다"며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주장했다. AI 발전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의 파멸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개발 속도를 늦추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을 반박하면서, AI 위험에 대한 경고가 지구온난화 경고처럼 과장됐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대미 투자, 전략적으로 하자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는 줄어들지만, 중국은 동남아와 EU 시장에 대한 수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체시장을 찾았다. 중국은 관세가 낮은 국가를 경유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수출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자, 결국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를 다시 낮추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조치는 단순히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국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넘어 첨단 제조업으로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이 급속도로 약화하면서 무기 제조나 군함 건조・수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 안보까지 타격을 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제조업 특히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침 피지컬 AI가 발전하면서 로봇 제조가 활성화할 경우 미국에서도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과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중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상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 관세 합의와 투자협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반도체와 같이 전략적으로 자국에 필요한 업종이나 품목의 투자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한・미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 투입하여 첨단 파운드리 팹 2곳과 첨단 패키징 R&D 및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40억 달러 이상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및 R&D 시설을 착공하였다. 그럼에도 베선트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억 달러를 들여 미 필리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자격(MSRA)을 획득하고 미 현지 방산 업체 및 조선 파트너들과 협력을 타진하며 미국 시장 공급망 편입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의 앨라바마주 변압기 투자, 효성중공업의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투자 등 전력 관련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확정적이라고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1호는 기존 투자나 투자 예정인 건과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 기업 간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한・미 투자협정과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은 정부와 소통 없이 투자할 경우 향후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하여 더 이상 한・미 투자협정 관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하면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국내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특별기고] 대미 원전투자,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정부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사업에서 미국 원전 건설이 핵심 과제로 급부상했다. 구상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협상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정체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공급망과 전문인력, 건설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원전을 계획된 기간과 예산 안에서 건설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설계, 주기기 제작, 시공, 시운전과 운영에 이르는 전 주기 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풍부한 건설·운영 경험도 축적했다. 미국에는 원전산업을 신속히 재건할 역량이 필요하고, 한국에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대미 원전투자는 양국의 필요와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투자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조건과 구조다.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우리 원전산업의 참여와 미래 시장 진출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전략투자라고 하기 어렵다. 대미 원전투자는 다음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미국 원전사업에 한국 원전산업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한국의 자금이 미국 원전사업에 투입된다면 사업 여건과 기업별 경쟁력에 따라 설계, 기자재 제작, 시공, 사업관리 등의 분야에서 투자 규모와 산업적 기여에 걸맞은 역할과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검증된 공급망과 건설 역량을 활용해 미국 원전사업의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 위험을 낮추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사업 발굴과 선정 단계부터 양국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와 합리적인 수익 구조, 그에 따르는 책임과 권한을 정부 간 협의와 사업 계약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의 원전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한국의 공급망과 전문인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협력이 지속될 수 있다. 둘째, 대미 원전투자의 일부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의 미국 내 건설로 이어져야 한다. APR1400은 국내외에서 건설·운영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추고 있다. APR1400의 미국 건설은 한국의 투자에 대한 단순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미국이 검증된 노형과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확보해 원전 건설의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는 미국 노형과 APR1400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하자는 뜻이 아니다. 사업 여건에 따라 미국 노형 사업에서 양국 기업이 협력하는 한편, APR1400을 적용한 사업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두 노형이 각자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함께 추진된다면, 미국은 원전사업의 선택지를 넓히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양국 원전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호 호혜적 협력은 이러한 구조에서 가능하다. 대미 원전투자는 미국의 원전산업 재건과 한국 원전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이루는 산업전략이 돼야 한다. 한국 원전산업의 실질적인 참여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이 함께 실현된다면, 미국은 원전 확대에 필요한 공급망과 건설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나아가 양국이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한다면, 대미 원전투자는 한미 산업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될 것이다. chyyb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