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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 연장 없다”…‘결단의 순간’ 임박, 트럼프 선택은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하면서 이번 이란 전쟁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이란의 인프라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실행에 옮길지, 아니면 협상 기회를 주기 위해 스스로 설정한 시한을 다시 연장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한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시한이 연장될 가능성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이란 발전소 공격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한 만료일인 23일 공격을 닷새간 유예한다고 발표했고, 26일에는 유예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연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심 인프라 타격 시점을 세 차례 미룬 셈이다. 다만 이번에는 추가 연장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관련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7일 오후 8시'가 최종 시한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시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장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그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실제로 그들은 7일을 요청했고, 나는 10일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10일이 끝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한을 반복적으로 연기했지만 화요일(7일)이 마지막일 것임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박 수위도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체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도 있으며, 그 시점은 내일(화요일) 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내일 밤 12시까지 이란의 모든 교량을 파괴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모든 발전소는 불타고 폭발해 다시는 사용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4시간 안에 완전한 파괴가 가능하다"면서도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한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즉각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고, 단시간 내 이란에 궤멸적 피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강경 기조를 반영하듯 또 다른 미국 당국자는 “대통령이 미친 개처럼 가장 피에 굶주린 사람"이라며 “그들(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대통령에 비하면 비둘기파로 보인다"고 악시오스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과 참모들에게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공격하는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인프라의 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을 내릴 경우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폭격 작전이 준비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 가능성도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들이 협상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이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본다"며 “곧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 국가들이 이 사태의 종식을 원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하며 파키스탄 등 중재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재국들이 제안한 '45일 휴전안'에 대해서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안은 1단계 45일 휴전 이후 2단계 종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만 이란은 10개 항으로 구성된 답변을 통해 일시 휴전안 대신 영구적 종전을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란의 요구를 '최대치 요구'로 평가하면서도, 백악관은 이를 협상 결렬이 아닌 협상용 카드로 보고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재국들은 시한 내 합의를 도출하거나 시간을 확보해 파국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란의 느린 의사결정 구조를 고려할 때 시한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 최종 타격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이 바뀔 수 있으며, 과거처럼 시한이 다시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은 시한 직전까지 불확실한 상태로 남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합의가 이뤄진다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것이지만, 이란이 준비돼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화요일 오후 8시까지 상황은 극도로 긴박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합의가 성사될 조짐이 보인다면 공격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최종 결정은 오직 대통령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시장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0.82% 오른 2494.78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1.87% 상승한 2552.19로 출발해 장 초반 2594.90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한때 하락 전환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승세를 제한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약세를 나타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6일 오후 4시 45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17%, S&P500 선물은 0.35%, 나스닥100 선물은 0.47% 각각 하락했다.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전장 대비 2.43%, 1.54% 오른 배럴당 115.14달러, 111.46달러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T 글로벌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분석가는 “시장 참여자들은 중동 상황 전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투자 심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현재 시장의 방향성은 하방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쟁만 없었어도…고물가·저성장 이어진다” IMF의 경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이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분쟁이 신속히 해결되더라도 IMF는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전망은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전쟁이 없었다면 IMF는 2026년 3.3%, 2027년 3.2%로 예측됐던 기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할 계획이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모든 길은 더 높은 물가와 더 느린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우리는 불확실성이 고조된 세계에 살고 있다"며 지정학적 긴장, 기술 발전, 기후 충격, 인구 구조 변화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이번 충격에서 회복한 후에도 다음 충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번 전쟁으로 세계 원유 공급이 13% 감소했으며, 그 여파가 석유·가스 운송에서 헬륨, 비료 등 관련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이 빠르게 종식되고 비교적 빠른 회복이 이루어지더라도 성장 전망치는 “비교적 소폭" 하향 조정되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또 에너지 비축분이 없는 저소득·취약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많은 국가들이 재정 여력이 부족해 전쟁으로 인한 가격 상승 충격을 완화하기 어렵다"며 “이는 사회적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더욱 자극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은 피해야 한다"며 광범위한 에너지 보조금 지급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쟁이 오늘 당장 종료되더라도 세계 경제에는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이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또 일부 국가들이 이미 자금 지원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국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IMF 회원국의 85%는 에너지 수입국이다. 아울러 카타르가 이란의 피습으로 천연가스 생산량의 17%를 복구하는 데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IMF는 오는 14일 발표 예정인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IMF는 앞서 지난달 30일 블로그를 통해 이번 전쟁이 비대칭적 충격을 초래하고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고 있다며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삼성전자 지금이 고점이라고?”...사상 최대 실적날 나온 섬뜩한 경고 [머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열풍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AI 관련주들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경계론도 제기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평균인 39조3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도 133조원으로 예상치(116조8000억원)를 상회하며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익 최고 실적을 찍었다. 특히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원)을 한 분기 만에 넘어선 규모다. 과거 연간 최대 실적인 2018년(58조8900억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D램과 낸드를 중심으로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까지 맞물리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CLSA증권 코리아의 산지브 라나 리서치 총괄은 “이번 실적은 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견인했으며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며 “전체 영업이익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과 일반 D램 모두 공급이 매우 빡빡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의 숀 킴 등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가파른 이익 회복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전례 없는 공급 제약 국면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피터 리 등 애널리스트들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64% 급등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추론용 AI 수요 확대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 산업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메모리 탑재량 증가 흐름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낙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 역시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요와 가격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하며 시게이트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주간 HDD 시장 점검 결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고객 수요 가시성 또한 길어지고 있다"며 “2027년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HDD 최종 수요 시장 전반의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씨게이트의 목표주가를 기존 468달러에서 582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강세 시나리오 기준으로는 796달러까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웨스턴디지털의 목표주가도 369달러에서 380달러로 소폭 올렸으며, 강세 시나리오는 519달러로 설정했다. 두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 또한 '비중확대(Overweight)'로 유지됐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저장장치까지 포함한 데이터센터 전반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 처리뿐 아니라 저장 수요까지 동시에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이 동반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관련주 전반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1년간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초 5만원대에서 현재 19만원대로 4배 가까이 폭등한 상태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모건스탠리의 씨게이트 보고서를 겨냥해 “1년 전 실적 예측을 10배나 틀린 애널리스트들이 이제 2년 후 실적을 믿으라고 한다"며 “주가가 60달러에서 470달러로 폭등한 종목을 두고 '시장에서 가장 저평가되고 간과된 주식'이라고 부른다"고 비꼬았다. 씨게이트 주가는 이미 저점 대비 약 7~8배 상승한 상황에서 강세론을 제시하는 월가의 후행적 분석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일에도 AI 관련주들이 급등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콜라노비치는 “글로벌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도 AI 모멘텀 관련 주식들이(샌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EWY(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 루멘텀 홀딩스 등) 지난 24시간 동안 약 25% 급등했다"며 “이는 거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보고서에 의해 부풀려진 결과로, 내가 본 것 중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지난 1일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에 크게 오른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때 삼성전자 주가는 13.40% 폭등했고 SK하이닉스도 10% 상승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426.24포인트(8.44%) 오른 5478.70을 기록, 역대 두 번째로 큰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간달프'라는 별칭을 얻었던 콜라노비치는 지난달부터 '코스피 거품론'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42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0.73% 오른 19만4500원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20만원선을 돌파했으나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고유가 시대,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비용 절감을 위한 대책 시급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100달러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동지역 군사·정세 불안이 원유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면서, 원유 선박 운항 차질과 일부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국제유가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 있다. 이 같은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도 빠르게 전이됐다. 올해 3월 들어 국내 주유소 기준 휘발유 가격은 한 달 사이 1,700원대 초반에서 2,000원을 눈앞에 두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가계 및 화물·운송업계의 교통비, 물류비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유가가 국내 경제와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상당히 크다. 유가 10% 상승 시 한국의 수출이 약 0.39% 감소할 수 있다는 한국 무역협회의 보도처럼 우리 경제는 원자재·에너지 수입 의존형 구조이다.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은 유가 상승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의 부담을 동시에 겪으며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채산성이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 가계 측면에서는 자가용 운행비, 버스·택시 등 운송 관련 비용이 증가해 실질 구매력이 하락한다. 또한, 유가 급등은 국내 자본시장에까지 파급된다. 과거 고유가 국면에서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을 들 수 있다. 2008년 상반기 국제유가는 WTI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7월 최고 147달러 수준까지 급등하며, 국내 원유 수입 가격과 운송비·물류비가 크게 상승했다. 해당 과정에서 코스피는 1년간 약 40% 이상 하락하는 등 전방위적인 약세를 겪었다. 특히, 2008년 5월 고유가 국면에서는 '고유가의 늪'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증시가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학술연구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기에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운송업 중심의 주가 수익률이 둔화되며 코스피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실증분석도 보고된 바 있다. 이로써, 정부의 시의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유류세를 자동 조정하는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처럼 정부의 개별 연장·확대가 아니라, 고유가 구간(예: 배럴당 90·100달러 통과 시)을 기준으로 유류세 인하 폭과 기간이 사전에 조정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고유가를 에너지 구조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즉, 전기·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확장, 대중교통 요금 안정화 및 서비스 확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전기·수소차의 구매보조금 지원과 자동차세 감면을 고유가 기간에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수도권·광역시를 중심으로 버스·철도 요금을 유가 상승 구간에 동결 또는 인하해 자가용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셋째, 국내 석유제품 안정화를 위해서 원유의 공급원 다변화와 비축 체계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중남미·아프리카 등 산유국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하고, 해외 석유개발사업·전략비축유 공동 비축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전략비축유의 규모를 확대할 뿐 아니라, 국제유가 구간에 따라 방출량·시기를 사전에 공개하는 '단계별 비축유 방출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한다. 넷째, '포괄적 보조금' 중심에서 벗어나, 고유가 충격의 직접 타격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에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화물·택배·버스·택시 업계의 유가 연동 보조금, 중소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설비구축을 지원하는 대출 등 분야별로 보조금 지급 기준과 기간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1,900원대 수준으로 밀어 올리며 가계 부담과 제조·운송업의 수익성에 커다란 압박을 주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과 수출 경쟁력 약화를 동반하는 구조적 위기 요인으로도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유류세 인하, 석유 가격 상한제에 그치지 말고, 국제유가 연동 유류세 체계 도입, 전기·수소차 확충, 원유 공급원 다변화와 전략비축유 방출 로드맵 구체화, 그리고 화물·택배·버스·택시와 중소기업 중심의 맞춤형 보조·금융 지원 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kn@ekn.co.kr

호르무즈 해협 열리나…美·이란 ‘휴전후 종전합의’ 소식에 증시 일단 환호

미국과 이란이 휴전 이후 종전 협상으로 이어지는 2단계 구조의 중재안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린 지 하루 만이다. 다만 휴전 기간을 둘러싼 보도가 엇갈리는 데다 이란이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거부하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양측의 적대 행위 종식을 위한 2단계 협상안을 마련해 미국과 이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재안에는 양측의 즉각적인 휴전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이후 15~20일 이내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슬라마바드 협정(Islamabad Accord)'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있는 이번 구상에는 해협 운영을 포함한 지역 차원의 관리 프레임워크가 포함되며, 최종 대면 협상은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최종 합의에는 이란의 핵무기 포기와 대이란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모든 요소가 이날 중 합의돼야 한다"며 초안은 파키스탄을 단일 소통 창구로 하는 전자적 양해각서(MOU) 형태로 체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JD밴스 미국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특사,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각각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이란 정부는 해당 제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파키스탄 외교부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란은 중재안의 핵심 조건인 해협 재개방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제안 검토 과정에서 어떠한 시한 설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시 휴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일시 휴전이 아닌 완전한 종전과 재공격 방지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1단계 45일 휴전 이후 2단계 종전으로 이어지는 협상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미국과 이란이 45일간 휴전과 해협 재개방을 포함한 초안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협상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를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휴전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는 분위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6일 오후 5시 42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15%, S&P500 선물은 0.4%, 나스닥100 선물은 0.7%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전장 대비 1.68%, 0.8% 하락한 배럴당 109.67달러, 108.16달러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전쟁에 노젓는 사우디?…5월 아시아 원유 판매가 역대급 인상 [머니+]

세계 주요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사상 최대 폭으로 인상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6일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5월 아시아로 수출되는 아랍 경질유(아랍 라이트)의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19.50달러로 책정했다. OSP는 사우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두바이·오만산 원유의 평균 가격에 할인 또는 프리미엄(할증)을 더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5월 물량에 적용된 프리미엄은 당초 정유업계가 예상했던 배럴당 40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 폭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우디는 점유율 방어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1.00달러 높게 책정한 바 있다. 이는 같은 해 11월 프리미엄(2.20달러)보다 낮아진 수준이다. 이후 아람코는 올해 1월과 2월 프리미엄을 각각 0.60달러, 0.30달러로 낮췄고, 3월에는 벤치마크와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OSP를 벤치마크 대비 배럴당 2.50달러로 높이더니 5월에는 배럴당 19.50달러의 '역대급 프리미엄'이 적용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인 2022년 아람코가 책정한 최고 프리미엄은 배럴당 9.80달러였다. 사우디의 OSP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수출 가격 책정에 기준 역할을 하며, 아시아로 공급되는 하루 약 9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OSP 인상은 국내 정유업계에는 통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뒤흔들렸기 때문이다. 이란은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페르시아만 인근 국가들의 원유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고, 각종 연료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현재 걸프 지역 산유국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대체 수출 경로를 보유한 국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두 곳뿐이다. 아람코는 홍해 연안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가동을 하루 700만 배럴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경로를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전쟁 이전 전체 수출 물량의 약 70% 수준이다. 사우디는 현재 서부 얀부항을 중심으로 아랍 경질유와 초경질유(엑스트라 라이트)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에 언급한 바 있다. 반면 중질유 계열 원유 생산은 대부분 축소된 상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제유가 150달러 넘을 수도”…이란 전쟁에 힘 못쓰는 OPEC+ [머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대응해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OPEC+ 장관급 공동감시위원회(JMMC)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소속 8개국이 5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만6000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상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자흐스탄, 알제리, 오만 등이다. OPEC+는 “손상된 에너지 시설을 완전한 생산 능력으로 복구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인프라 공격이나 수출 경로 차질 등 공급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시장 안정 노력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이들 8개국은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2023년 시행한 두 단계의 자발적 감산을 되돌리는 방식으로 작년부터 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220만 배럴 감산은 지난해 9월 모두 되돌려졌고, 165만 배럴의 또 다른 감산도 작년 10월부터 하루 13만7000배럴씩 점진적으로 복원됐다. 다만 공급 과잉 우려로 올해 1~3월에는 증산이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OPEC+는 이달부터 다시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에 나서기로 했고, 다음 달에도 이같은 증산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증산은 상징적인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는 호르무즈 해협 차질이 지속되는 한 OPEC+의 증산은 “이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라이스태드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핵심 변수는 OPEC+ 정책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이라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과하는 만큼, 이 지역의 차질은 산유국들의 증산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이번 증산으로 시장에 추가되는 물량은 거의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는 OPEC+의 추가 공급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역시 이번 증산 규모가 호르무즈 봉쇄로 막힌 공급량의 2%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 공급의 15%인 하루 1200만~15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전쟁의 수혜국으로 알려진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석유 생산과 수출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원유 수송 차질이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부 물량을 홍해 연안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으며, UAE 역시 푸자이라 항을 통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회 수송만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평소 운송되던 막대한 물량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국제유가는 OPEC+의 증산 결정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6일 한국시간 오후 3시 8분 기준 브렌트유 6월물은 전장 대비 0.74% 오른 배럴당 109.84달러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알라도 못 구한다”…욕설·조롱 날린 트럼프, 이란 진짜 때리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또 한차례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이란 인프라 공격 유예 시한 만료를 앞두고 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새로 제시된 데드라인이 이란 국교인 시아파 이슬람 전통의 '아르바인' 시점과 겹치는 점에서 이번에는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화요일(7일)은 이란에서 '발전소의 날'과 '교량의 날'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 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켜보라"라고 비속어를 사용한 뒤 뜬금없이 “알라에게 찬양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게시물에서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했다. 그는 “미 동부시간으로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해당 발언이 실제로 미국의 이란 공격 시점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면서 이란 발전소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한 만료일인 23일 닷새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26일에는 유예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 시점을 세 차례 미룬 셈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의 핵심 인프라까지 타격 대상으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발전소의 날', '교량의 날'이라는 표현은 유예 시한 종료 즉시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란을 향한 압박과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요일(6일)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의 석유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이 충돌은 몇 주가 아니라 며칠 내로 끝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나라 전체를 폭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협상이 실패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날려버리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힐과의 인터뷰에서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연장은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 시한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지 40일째 되는 날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49재를 지내는 것처럼 이슬람 시아파는 죽은 지 40일째(아르바인) 되는 날에 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정부가 40일간의 공식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것도 이러한 시아파 전통과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 시한을 단순한 압박으로만 분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라에게 찬양을'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폭격 위협을 늘어놓은 뒤 이 말을 붙여 “네 신도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의 냉소적 조롱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대로 이란을 실제로 폭격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구준히 제기된다. 미 육군 출신 릭 크로퍼드 하원 정보위원장(아칸소·공화)은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이란이라면 그를 시험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강단이 있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도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이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외교적 해결을 거부한다면 그(트럼프 대통령)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며 이란을 향해 “이란이 잘못 선택하면 대규모 군사 작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핵심 참모들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정당한 군사 목표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7일 오전 2시) 예고한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지가 현재로서는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개시 이후 보통 중대한 발표를 뉴욕증시 개장 전이나 폐장 후에 했는데 이번 회견은 장중에 잡혔다. 확전 가능성과는 별개로 물밑에서는 휴전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중동 중재국들을 통해 최대 45일간의 휴전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는 휴전을 계기로 종전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2단계 구조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향후 48시간 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중재국들은 이란 측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고, 남은 48시간이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옥 열린다”…트럼프 새로운 최후통첩, 이란 전쟁 중대기로 [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며 중대 분수령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재차 꺼내든 가운데, 미국은 장거리 스텔스 미사일 'JASSM-ER'의 중동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전쟁이 6주째에 접어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데드라인을 앞두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에 10일 내 (종전안에) 합의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옥이 펼쳐질 때까지 48시간 남았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란이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시한 만료일인 23일 중동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26일에는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중지한다는 것을 알린다"며 사실상 추가 시간을 부여했다. 이런 와중에 “지옥이 펼쳐질 것"이란 말과 함께 새로운 '48시간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 전략을 반복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두 차례 공격 시한을 연장한 만큼 또다시 물러설 경우 미국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이란의 협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향후 2~3주 내에 그들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이 군사적 공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향후 대(對)이란 군사작전은 스텔스 장거리 순항미사일 JASSM-ER을 사실상 총동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무기 체계를 태평양 지역 비축분에서 이동시키라는 지시가 지난 3월 말 내려졌으며, 미국 본토를 포함한 다른 지역의 미사일도 중동의 미 중부사령부 기지나 영국 페어퍼드 공군기지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재배치가 완료되면 전 세계에서 운용 가능한 JASSM-ER 재고는 전쟁 전 약 2300발에서 약 425발 수준으로 급감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약 75발은 손상이나 기술적 결함으로 사용이 어려운 상태로 전해졌다. JASSM-ER은 600마일(약 960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로, 적 방공망 밖에서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전쟁 발발 이후 4주 동안 미군은 1000발 이상의 JASSM-ER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투입 등 추가적인 군사 옵션을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측 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와 A-10 선더볼트Ⅱ 공격기는 전날 이란군에 의해 격추당했다. F-15E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 중 1명은 전날 구조됐고 나머지 한 1명은 격추된 후 실종된지 약 36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특히 실종된 조종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실종자가 있는 지역에 병력을 파견해 저지에 나섰으나, 미 공군 전투기는 이란군 진입을 막기 위해 공습을 진행하며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이 조종사에 6만6000달러의 현상금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A-10 선더볼트Ⅱ조종사 역시 격추된 전날 무사히 구조됐다. 이로써 전날 이란에서 추락한 미군기 탑승자들이 전원 무사히 구조됐지만 이번 사건은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다. 이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가능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란 지도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장관은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는 없음을 시사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파키스탄의 노력에 깊이 감사하며 이슬라마바드 방문을 거부한 적도 없다"면서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에게 강요된 불법 전쟁을 끝내는 최종적이고 지속 가능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군사 충돌이 격화될 경우 “중동 전역이 당신들에게 지옥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강하게 경고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전투기 격추에도 “협상 영향 없다”…트럼프, 발전소 타격 강행할까 [이슈+]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전투기와 공격기가 이란군의 공격으로 잇따라 격추되면서 중동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로, 교전 강도가 한층 격화되는 동시에 종전 협상 전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됐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해당 전투기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공 사격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하며 잔해 사진을 공개했으며, CNN은 이를 미 공군 F-15E 자료 사진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F-15E에는 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비상 사출 후 미군 수색·구조 작전을 통해 구조됐다. 미군은 HH-60G 구조헬기와 C-130 급유기를 투입했으며 구조 과정에서 헬기 2대가 추가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부상을 입었지만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명은 현재 실종 상태로, 이란 당국은 현상금을 내걸고 수색을 진행 중이다. 같은 날 미 공군의 A-10 선더볼트Ⅱ(워트호그) 공격기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게슘 섬 남단에서 격추됐다. 미 당국자들은 단독 탑승한 조종사는 구조됐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이번 사건은 전쟁이 6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가능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동안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해온 미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투기 격추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미 백악관 측은 밝혔다. 그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이란과의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그는 미군을 2~3주 내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상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특히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대국민 연설 이후 미군은 수도 테헤란 인근 대형 교량을 공습으로 파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관련 영상을 게시하며 “이란에서 가장 큰 다리가 무너졌고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일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한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 시한이 오는 6일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 등 핵심 시설 타격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이번 주말이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전투기 격추 소식 이후 트루스소셜에 의미가 불분명한 짧은 문장을 남겼다. 그는 “석유 가질 사람 있나?(KEEP THE OIL, ANYONE)"라고 적었는데, 전쟁 이후 이란 석유 확보 의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계류 중인 유조선의 원유를 동맹국들이 가져가라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 국민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CNN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전 이후 1만2000회가 넘는 공습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약 절반이 여전히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수천 기에 달하는 일회용 공격 드론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주변 걸프 국가들을 향한 공격도 이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웨이트 미나 알아흐마디 정유소가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합샨 천연가스 시설도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란 드론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여론조사에서 군사작전에 대한 반대와 경제적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이후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고용 지표 개선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부각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나의 경제 정책은 강력한 성장 엔진을 만들어냈고 그 어떤 것도 이를 멈출 수 없다"며 “관세가 촉발한 리쇼어링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공장 건설 일자리가 증가했고, 무역적자는 1년 만에 52%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8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5만9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4.3%로 집계, 한 달 전 수치이자 전문가 예상치인 4.4%를 밑돌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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