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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극말라” 시진핑 편든 트럼프?…日 “외교상 언급 자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편을 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외교상 대화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다카이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 관련 발언 수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가진 후 이뤄졌다. 시 주석은 1시간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중 절반가량을 '중국이 역사적으로 대만에 대한 영유권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과 '미국과 중국이 세계 질서를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이후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이 미묘했고, 타카이치 총리에게 해당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종의 조언 수준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우려스럽게 받아들였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무역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올해 말까지 1200만톤의 대두를 수입하고, 앞으로 3년간 해다마 2500만톤씩 구매하기로 했다고 약속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 이후 “중국에 좀 더 빨리 대두를 구입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은 양국 정상 통화 이후 3억 달러(약 4400억원) 상당의 대두를 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좋고, 이는 미국의 소중한 동맹인 일본에도 좋은 일"이라며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미국과 일본에 모두 이득"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일본, 중국, 한국, 그리고 많은 나라와 훌륭한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세계는 평화롭다"며 “이 상태를 유지하자"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도 26일 의회 답변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과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할 의도는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본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 관련 보도가 사실인지에 관한 질문에 “회담(통화)의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 대화이므로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기하라 장관은 “미일 정상이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정세와 과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직후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해 소개했다. 기하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의 미중 관계에 관해 설명했다"며 “양 정상은 현재의 국제 정세에서 미일 간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사이에 사태 진정화를 위해 협력해 가자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있었다"며 “(미국이) 자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통째로 불태운 홍콩 아파트 화재…‘대나무 비계’가 피해 키웠다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보수 공사용 '대나무 비계(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가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참사로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포함한 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오후 2시 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4명으로 집계됐고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은 실종 상태다. 이번 사태는 44명의 사망자를 낸 1962년 이후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공사 중인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하는 비계는 현재 통상적으로 금속 제품을 쓰지만, 홍콩에서는 여전히 대부분 대나무 비계가 사용된다. 홍콩은 건설 현장에서 대나무 비계를 사용하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금속 비계를 설치하고 있는 중국 본토보다도 전환이 늦다. 대나무 비계는 가볍고 유연한 데다 비용도 저렴하지만 위험성도 만만치 않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대나무 비계 관련한 사망 사고가 20건 넘게 발생했다. 작년에는 대나무 비계가 무너지면서 2명이 사망했고 지난달에도 대나무 비계 화재가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에 홍콩 정부는 대나무 비계를 현장에서 점진적으로 퇴출하고 공공 건설 공사의 50%에 금속 프레임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지난 3월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홍콩 경찰은 외벽에 설치된 보호망과 방수포, 비닐 등이 방화(防火)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한편, 공사용 우레탄폼이 화재를 급속하게 번지게 했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국장은 “보호망, 방수포, 비닐 등이 일반적으로 기준을 충족시키는 소재보다 훨씬 더 강하게 연소되고 빠르게 퍼진다"며 현 상황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불이 붙기 쉬운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담뱃불 같은 '불씨' 관리는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로 42년 된 '웡 푹 코트'는 40년이 넘은 건물은 대규모 보수를 해야 한다는 홍콩 당국 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공사 중이었는데, 이미 공사 작업자의 흡연 문제를 지적하는 주민 민원이 제기됐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화재가 난 아파트가 홍콩 특유의 밀집형 건축물이라는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올해로 42년이 된 노후 건물로 총 1984세대가 거주한다. 건축 면적 48∼54㎡(약 14.5∼16.3평)인 소형 세대로 구성돼있다. 아파트 간 간격이 좁으면 화재 발생 시 옆 건물로 옮겨붙기 쉽고, 연기가 빠져나갈 공간도 부족하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 경보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희비 교차…삼성·SK하이닉스 주가 ‘방긋’, 소비자는 ‘울상’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들의 주가는 최근 몇 달 새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가전업계는 이미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이번 분기에 30%, 내년 2분기까지 20%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올들어 이미 50% 상승한 상태다. 연초와 비교하면 내년엔 가격이 두 배까지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이 현실화될 경우 스마트폰, 의료기기,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제조업에서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개최된 'SK AI Summit(서밋) 2025'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서 이걸 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PC·서버 제조업체 델의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날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런 수준의 비용 상승을 본 적이 없다"며 DRAM부터 하드드라이브, 낸드플래시 메모리 등에서 전반적으로 공급이 빠듯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제품군에 걸쳐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공급난에 따른 비용 증가분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델은 일부 제품의 가격 재책정을 포함해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또다른 PC 제조기업인 HP의 엔리케 로레스 CEO 역시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필요시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 하반기 가이던스에 대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공급망 다각화, 메모리 탑재 축소 등의 대응책을 공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P 측은 메모리 반도체가 일반적인 PC 제조비용의 15~18%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의 케반 파레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가격에 약간의 상승 요인이 있다"며 “신제품 일부는 비용 구조가 다소 높다"고 했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는 주력 제품들의 가격을 이미 인상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샤오미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내년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PC 제조사 레노버의 윈스턴 쳉 CFO는 최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가전제품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 최대한 비축해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니트북 제조사 에이수스(ASUS) 역시 재고 확보에 나섰다. 레노버와 에이수스는 올 연말까지 가격을 동결하되 내년엔 시장 상황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의 핵심 원인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목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용 고성능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기존 범용 메모리의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엔비디아와의 거래를 더 우선시함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SMIC 측은 공급난 여파로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생산도 덩달아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CLSA증권 코리아의 산지브 라나 리서치 총괄은 “메모리와 연관된 모든 제품의 수요가 강한 반면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DRAM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 몇 분기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에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는 재고 감소와 공급 부족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몇 달간 급등했다.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홀딩스 주가도 지난해 12월 상장 이후 420% 넘게 치솟은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63년만 최악의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44명 사망·279명 실종

약 5000명이 거주하는 홍콩 고층 아파트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2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32층짜리 주거용 고층 아파트단지인 '웡 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불이 났다. 홍콩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브리핑에서 불이난 건물 총 7개 동 중에서 4개 동이 10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나머지 3개 동은 아직 진화 작업 중이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4명으로 집계됐고 현재 45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에는 화재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1명이 포함됐다. 또 내부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79명은 실종 상태다. 이번 사태는 44명의 사망자를 낸 1962년 이후 최악의 화재참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이사 2명과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1명 등 공사업체 책임자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의 나이는 52세에서 68세 사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숨진 소방관과 희생자 가족에 위로를 표했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이번 화재에 대해 “대규모 참사"라고 표현했다. 화재와 관련해 홍콩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22분께 최고 등급인 5급으로 경보 단계를 격상했다. 5급 경보는 4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다친 2008년 몽콕 나이트클럽 화재 이후 처음이다. 화재가 난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이뤄져 있고, 2000가구에 약 48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가 위치한 타이포 구역은 중국 본토에 인접한 교외 주거지역으로 유명하며 약 30만 명이 거주한다. 화재 당시 건물은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와 공사용 안전망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불기둥이 치솟았다. 홍콩의 건설 현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에 대해 홍콩 정부가 안전 문제로 공공 프로젝트에서 사용 금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올해 초 밝힌 바 있다고 AP는 짚었다. 외벽에 설치됐던 안전망, 방화포, 비닐막 등을 타고 화재가 이례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또 불에 타지 않은 건물 외벽 쪽에서 발포 스티로폼 판이 붙어 있던 사실이 확인됐으며 건물 내부에서도 환풍구 등에서 스티로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로폼은 화재에 매우 취약한 소재다. 이번 화재로 오는 28∼29일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엠넷 마마 어워즈(MAMA AWARDS)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구글 ‘제미나이3’ 의식했나…엔비디아 “우리가 앞선다”·오픈AI “챗GPT 구독자 확대”

구글이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에 대한 업계의 호평이 잇따르자 AI 산업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이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엔비디아는 2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공식 계정을 통해 “구글의 성공에 기쁘다.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엔비디아는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모든 AI 모델을 구동하고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우리 플랫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주문형 반도체(ASIC)보다 뛰어난 성능과 다용성과 호환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실적발표 후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와 관련해 “구글은 고객사이며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도 엔비디아의 기술로 구동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칩인 TPU는 2015년에 출시됐지만 지금껏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열풍에 밀려 AI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TPU를 활용한 제미나이3가 추론 성능 등에서 오픈AI의 '챗GPT 5.1'보다 낫다는 호평을 받기 시작하자 구글이 AI 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여기에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메타)은 구글의 AI 칩인 'TPU'(텐서처리장치) 수십억달러어치를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구글은 지난달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엔스로픽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TPU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가 챗GPT의 유료 구독자 수가 5년 안에 2억20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샘 올트먼 CEO는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픈AI의 올해 매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2030년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디인포메이션은 챗GPT의 WAU 증가폭이 최근 들어 극심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에는 전달 대비 42% 급증했지만, 9월에는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또 오픈AI가 이와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은 구글이 최근 시장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는 경쟁 서비스 '제미나이3'를 발표하기 이전이라고도 이 매체는 언급했다. 한편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맞춤형 TPU와 엔비디아 GPU 모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수년간 그래왔던 대로 양쪽 모두를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잠자던 거인 깨어났다”…구글 ‘제미나이3’, 오픈AI·엔비디아가 장악한 AI판도 흔드나

구글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가 추론 성능 등에서 '챗GPT'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AI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특히 구글이 AI모델 훈련에 자체 개발한 칩을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시장을 장악해온 엔비디아의 아성까지 흔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미나이3의 등장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AI 거품론'을 일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구글이 새로운 AI 생태계를 구축해 엔비디아·오픈AI의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0.67% 상승한 2만3025.59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엔 2.69% 급등하면서 지난 5월 12일(4.3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구글이 지난 18일 공개한 제미나이3에 대한 업계의 호평이 잇따르자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달러선을 넘어섰고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알파벳 주가는 이날에도 1.62% 오르면서 시총도 약 3조9000억달러로 불어나났고 4조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알파벳의 강세 속에 기술주 전반이 동반 상승하며 최근 불거진 AI 과열 논란도 잠잠해진 모습이다. '제미나이3 프로'는 현존 가장 똑똑한 AI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AI 모델 평가사이트인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제미나이3 프로는 지난 21일 기준 1495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선보이는 '그록4.1 씽킹'과 '그록4.1'가 각각 1481점, 1462점으로 2·3위를 차지했고 '챗GPT5.1 하이'(1454점)는 4위에 그쳤다. 구글은 제미나이3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인 '나노 바나나'의 새로운 버전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나노 바나나는 현실적 이미지를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주는 성능이 탁월해 인터넷에서 '내 사진으로 피규어(모형) 만들기' 유행을 일으키고 있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제니마이3를 “확실한 1티어(최상위) 대형언어모델(LLM)"라고 극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공동 창립자인 닐 샤는 “구글은 AI 경쟁에서 항상 다크호스에 불과했다"며 “잠자던 거인이 이제 완전히 깨어났다"고 평가했다. 구글은 수년간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로 검색 시장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오픈AI의 챗GPT가 3년 전 등장하자 구글의 검색 엔진은 처음으로 실질적인 위협을 맞았다. 당시 수많은 애널리스트들과 전문가들, 심지어 구글 엔지니어와 전 최고경영자(CEO)조차 구글이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구글은 또 챗GPT 등장 이후 AI 챗봇 '바드'를 내놨지만, 성능이 들쭉날쭉하고 틀린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체면을 구겼다. 그럼에도 구글이 짧은 기간 내 유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배경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모두 쥐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 크롬 브라우저, 유튜브,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등에서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했다. 또한 자체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고, 텐서처리장치(TPU)라고 불리는 AI 칩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 이는 AI 학습과 서비스 제공 과정 전체를 구글 생태계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로,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우위 요소로 꼽힌다. 오픈AI는 챗GPT에서 나오는 사용자 데이터 외 다른 데이터는 다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우리는 AI에 대해 완전하고 깊은 풀스택 접근을 해왔다"며 “이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레스터의 토마스 허슨 애널리스트는 “제미나이3 출시로 구글이 다시 경쟁에 복귀했다는 평가가 타당하다"고 말했다. 특히 제미나이3가 TPU만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우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 인포메이션은 “메타플랫폼이 2027년 자사의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는 그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던 '큰손'이었다. AI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도 지난달 말 구글의 TPU 100만 개를 탑재한 클라우드 이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구글 TPU의 확장 가능성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매그니피센트7' 중 유일하게 하락한 종목이다. 장중 7% 이상 급락하기도 했으며, 마감 때 낙폭을 2.59%로 줄였지만 AI 시장이 더 이상 엔비디아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경계심은 커진 상태다. AMD 또한 이날 4% 이상 내렸다. 오픈AI에 30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도 25일 일본증시에서 10% 가까이 급락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퀼터 체비엇의 벤 바링어 기술 리서치 총괄은 “수많은 기업들이 맞춤형 칩을 개발하려다 실패했지만 구글은 이 분야에서 새로운 강점을 추가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구글이 AI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는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선발주자인 챗GPT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은 제미나이 사용자가 6억5000만명이라고 지난 주 밝혔다. 반면 오픈AI는 챗GPT 사용자가 8억명을 넘어섰다고 최근 발표했다. 리서치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제니나이 앱 다운로드 건수는 월 7300만회로, 챗GPT(9300만회)를 크게 밑돌았다. 또한 메타·앤트로픽처럼 대규모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구글 TPU가 시장 전반에서 선택지를 넓히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TPU는 구글 클라우드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엔비디아 GPU보다 제약적이다. AI 스타트업 더블워드의 메리엄 아릭 CEO는 “TPU를 도입하는 순간 구글 생태계에 묶이게 된다"며 “반도체 산업은 단일 승자가 존재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찐바닥 왔나요?”…비트코인 시세 9만달러 재돌파 코앞, 관건은?

가상자산 비트코인 시세가 9만달러선 재탈환을 눈앞에 두면서 한 달 넘게 이어졌던 하락장이 마침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17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0.64% 오른 8만7476달러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7일 12만61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21일 8만659달러까지 미끄러지면서 한 달 넘게 폭락했다. 이후 반등에 성공해 9만달러 재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날 오전에는 8만900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 가격도 2.51% 상승한 2901달러를 보이면서 3000달러선 재탈환을 시도하고 있다. 리플(+7.03%), 바이낸스(+0.39%), 솔라나(+4.79%), 도지코인(+2.08%), 카르다노(+1.28%)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 구간에서 비트코인 8만~9만달러 영역을 핵심 지지선으로 평가해왔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시장 분석가 킬라XBT는 비트코인 시세가 8만5000달러 밑으로 확실히 떨어질 경우 강세 시나리오는 완전히 무효화되고 전반적인 상승 추세가 반전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비트코인의 반등 흐름 속에서 낙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 옵션 시장에서는 가격 하방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비용이 크게 낮아져 투자심리가 개선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오빗 마켓의 캐롤라인 마우론 공동 창립자에 따르면 1주일 풋옵션 프리미엄이 지난 21일 기록한 올해 고점(11%)에서 현재 약 4.5% 수준으로 하락했다. 마우론 창립자는 “이는 스트레스 수준이 크제 낮아졌음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은 단기 바닥을 형성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 역시 지난 22일 22.70에서 현재 32 수준으로 회복했다. RSI가 30 아래로 내려가면 통상 과매도로 분류된다. 가상자산 분석가 노엘 애치슨은 “트레이더들이 상·하방 어느 쪽 움직임에도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옵션 시장에서는 가격 하방에 대한 베팅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결과, 글로벌 가상자산 상장지수상품(ETP)에서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6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2018년 첫 집계 후 최대 규모의 월간 유출이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시세가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BTC 마켓의 레이첼 루카스 애널리스트는 “매도 압박이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 바닥이 8만달러, 주요 저항선이 9만~9만5000달러 범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우론 창립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결정까지 시장은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10만달러선 위에서 물량을 처분해왔던 장기 보유자들은 현재 가격대가 매도하기엔 너무 낮다고 보면서 홀딩에 나서고 있는 반면, 신규 진입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8만5000달러 아래로 추가 하락 시 매수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를 다시 두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미 기준금리가 12월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이 81.1%의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50% 수준에 그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우크라, 완화된 종전 수정안 마련…영토 양보 등 핵심 쟁점은 ‘미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기존 종전안을 대폭 수정해 완화된 새 종전안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대표단 협상 등을 통해 기존 종전안의 28개 항목을 19개 항목으로 줄인 새 종전안 초안을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 2명은 수정된 새 종전안 초안은 우크라이나군의 규모를 80만 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WSJ에 설명했다. 기존 '60만 명으로 제한'에서 한층 완화한 조건이 제시된 것이다. 아울러 기존안에 담겼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추가 확장 제한과 관련한 표현도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기존 종전안에 상당한 수정을 가해 러시아의 요구사항 일부를 걷어냈다고 보도했다. 제네바 협상에 참여한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쪽 모두 긍정적이라고 느낄 만한 완전히 수정된 초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언론을 통해 유출된 종전안과 새 초안에는 유사성이 적고 “원래 안에서 남은 게 거의 없다"면서 수정 폭이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미국 대표단이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견해를 경청하고 제안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우리가 제안한 거의 모든 걸 (고려 대상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 등 민감한 항목은 '미완'으로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쟁점은 정상 차원의 협상으로 넘겼다는 설명이다. 키슬리차 차관은 영토 문제, 나토와의 관계와 같이 가장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괄호로 묶어 뒀다"고 전했다. 회담 내용을 보고받은 당국자들도 이제 영토 문제는 정상 차원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WSJ에 설명했다. 기존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도네츠크 및 루한스크) 지역 등을 러시아에 양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언급도 맥을 같이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새 초안을 두고 “정말로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며 “민감한 사안들, 가장 섬세한 부분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담판'이 언제 열릴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가 이르면 이번주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만남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먼저 합의를 도출하고 러시아 측과 협상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러시아가 수정된 종전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미국의 계획이 우크라이나의 우려를 완화할수록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짚었다. 크렘린궁은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 초안을 받아보거나 브리핑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수장들이 들고 나간 초안 사본 외에 나머지 사본은 모두 회수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루스템 우메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등이 참석했고,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 등이 참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 엔화 환율, 지금이 고점?…“내년 140엔까지 하락 전망”

강달러 등의 영향으로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지만 내년부터 큰 폭으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25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매튜 혼바흐 전략가는 최근 발표한 투자노트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보이는 와중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기준금리를 연이어 인하할 경우 엔화 가치는 향후 몇 달 안에 10%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제 엔/달러 환율은 공정 가치와 괴리돼 있는데 미 국채금리가 떨어지면 공정 가치도 덩달아 하락해 내년 1분기에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재정정책은 특별히 확장적이지 않다"며 “내년 하반기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 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다시 살아나 엔/달러 환율에 상승 압박이 다시 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수준까지 급락한 뒤 연말에는 147엔대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2시 18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83엔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달러당 157.90엔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 환율은 이번 분기에만 5.6% 급등하면서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최악의 실적을 보이는 통화다. 최근 엔화 약세의 핵심 배경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적극 재정과 완화적 금융정책을 선호하면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내달 19일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주 다카이치 총리와의 면담에서 “물가 상승률 2%를 지속적·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서서히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이해했다고 답했다. 금융 당국은 엔화 환율의 상승세를 예의 주시하면서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지난 21일 엔화 약세에 대응한 당국의 외환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선택지로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며 “정부는 무질서한 외환 움직임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60엔선을 넘어설 경우 일본 당국이 직접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매년 20%씩 성장”…기후위기 속 글로벌 보험사들 새 먹거리로 떠오른 ‘이것’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 위험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보험사들이 기후위기 속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사고 이후를 보상하는 기존 모델을 넘어 기업 시설들의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진단·보강하는 '기후 리스크 커설팅' 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직군까지 생겨나 기후위기 대응과 저성장 국면을 동시에 해결하는 사례로 떠오를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 취리히보험은 이러한 사업을 전담하는 '취리히 리질리언스 솔루션즈(ZRS)'를 새로 출범시켰다. 기후재난이 발생했을 때 보상해주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기후 리스크 관리의 초기 단계부터 개입하는 전략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 해운 대기업 머스크 등이 포함된다. ZRS에 소속된 기후 리스크 엔지니어들은 기업 시설을 직접 찾아가 기후재난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하고 각 시설별 잠재적 손실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제시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보험업계에서 이런 직군은 드물었지만 현재 ZRS에서 50명의 기후 리스크 엔지니어와 수백 명의 다양한 전문 리스크 엔지니어들이 활동하고 있다. ZRS의 성장도 눈에 띈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로, 모회사 상업부문(6%)을 크게 웃돈다. 기업에 기후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고, 동시에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해 '컨설팅+보험'의 쌍방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ZRS의 성장률 또한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평균 성잘률은 20%로 모회사의 상업보험 부문의 6%를 크게 웃돈다. ZRS가 기후 리스크 컨설팅을 제공하면서 이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는 동시에 재난·재해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쌍방 수익 구조를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독일의 한 기업은 소유 자산이 기후 리스크에 너무 취약하다는 이유로 기후보험 가입이 거절됐으나, ZRS의 도움을 통해 시설을 보강한 뒤 보험 가입에 성동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몸집 확장도 계속되고 있다. ZRS는 지난해 100명의 리스크 엔지니어를 새로 채용했고, 올 연말까지 100명을 추가로 뽑을 예정이다. 리스크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직접 방문하는 횟수도 출범 초기보다 10배 늘었다. 경영진은 사업 규모가 5년 안에 두 배로 커지면서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른 보험사들도 ZRS와 유사한 전략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처브, FM 등 보험사들은 이미 미국 내 기후 엔지니어를 대거 채용했고, 프랑스 악사(AXA)에선 280명의 컨설턴트들이 자연 재난 위험을 평가해 컨설팅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일본 최대 손해보험그룹 도쿄마린홀딩스는 최근 6억4000만달러를 들여 기업 자산 보강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인수했다. 알리안츠는 기업이 각 사업장의 기후 리스크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아대 마크 레이긴 교수는 “보험사가 단순히 보험을 넘어 컨설팅 산업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피해 발생 확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보험업계가 기후 위기 컨설팅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험중개업체 에이온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재난'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은 162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장기 평균치인 1470억달러보다 약 15% 높고, 21세기 중간값인 1260억달러도 훌쩍 웃돈다. 자연 재난 발생으로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 고객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최소 1000억달러로 2011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재난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 규모는 1994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선 향후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P 글로벌은 전 세계 상장사 1200개가 시설 등 자산을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향후 25년 동안 매년 1조2000억달러의 기후 관련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올 상반기 경고한 바 있다. ZRS의 아만 라만 기후 및 지속가능성 솔루션 총괄은 “노후화된 인프라는 늘어나고, 도시화는 진행되고, 기후위기 등에 노출된 자산은 더 많아지고 있다"며 “환경은 늘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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