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예외주의'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15년 가까이 소외됐던 신흥국 증시가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강세장을 펼칠 것이란 관측이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 뱅크오브아메리카, 프랭클린 템플턴 등의 글로벌 기관들이 신흥국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2010년부터 400% 넘게 폭등한 반면 MSCI 신흥국 지수는 고작 7% 상승하는 등 상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과거 흐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S&P500 지수는 지난 16일까지 1.53% 오른 반면 MSCI 신흥국 지수는 10% 가까이 폭등하자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 블룸버그가 집계한 결과, 지난 9일까지 1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 국가 등에 투자하는 뉴욕증시 상장 ETF(상장지수펀드)에 18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이는 전주 대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 투자전략가는 최근 투자노트를 달러 약세와 중국 경제회복으로 신흥국 증시에 “다음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며 “신흥국 주식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주장했다. AQR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향후 5~10년 동안 현지 통화 기준으로 신흥국 증시가 연간 6%씩 올라 달러 기준 미국 주식보다 더 큰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크리스티 탠 투자 전략가는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은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며 “미국 예외주의가 당분간은 끝났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지목하면서 “주요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이 견고하며 대외 부채가 적고 GDP 대비 부채 비율 또한 양호하다"며 “미국과 비교했을 때 부채가 적은 점은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한 달러 약세, S&P500 지수의 롤러코스터 장세, 미 국채 안전성 훼손 우려 등이 그동안 미국 예외주의를 흔드는 요인으로 지목됐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로 강등한 것이 미국 시장에 새로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웰스파고 전략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무디스의 이번 강등으로 미국 10년물, 30년물 국채금리가 5~10bp(1bp=0.01%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30년물 국채금리가 10bp 상승하면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인 5%를 넘어설 수 있다. 하트넷 전략가는 30년물 국채금리가 5%선을 웃돌 경우 미국 증시에 매도세가 다시 출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신흥국 특유의 정치적 격변, 지역적 위기와 이에 따른 시장 반전,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들쭉날쭉한 기업 실적 등이 신흥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JP모건자산운용의 가브리엘라 산토수 최고 시장전략가는 광범위한 자금 흐름을 봤을 때 아직까지 미국에서 신흥국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유럽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신흥국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 2년 전부터 신흥국 증시를 주목한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지타니아 칸다리 부최고투자책임자는 달러 약세를 두고 “마침내 촉매재가 생겼다"며 과거에 비해 신흥국 강세론에 더욱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