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너지경제신문 이재현 기자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거장이자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문빅토르미술관 관장 문 빅토르 화백이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며 겪고 만나온 타민족들의 표정을 수채화 작품으로 표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2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고려인 강제이주의 역사적 서사와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문 빅토르 화백의 작품에서는 그가 개발한 독특한 “수채화 빗살무늬 점묘기법"이 두드러진다. 이 기법은 빗살무늬로 한땀한땀 찍어내 입체감과 역동성을 극대화하며, 작품의 생동감을 더한다. 그의 작품은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외곽에서 중심으로 감상할 때 더욱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의 배경은 노란색, 갈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고려인들이 강제 이주된 중앙아시아 각 나라의 토양 색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 색들은 빗살무늬 점묘기법으로 하얀색 물감으로 덮여 있다. 이는 고려인들이 이방인의 신분으로 타민족의 영토에서 살아가며 느낀 소외감과 민족적 활동의 한계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중절모와 바바리코트를 입은 한 여행자가 등장한다. 여행자는 뒤돌아보고 있는 찰나의 순간으로, 그 몸에는 중앙아시아 7개국의 민족들의 얼굴과 표정이 그려져 있다. 이는 화백이 중앙아시아에서 보고 느낀 민족적 다양성과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경험을 준 민족들의 얼굴은 형체만 남아 표정 없이 그려진 반면,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민족들의 얼굴은 역동적인 색감과 생생한 표정으로 표현되었다. 이를 통해 문 화백의 의도와 작품의 감정적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고려인 강제 이주의 역사적 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강제 이주된 고려인 후손들이 조상의 땅 귀환에 앞서, 자신들이 살아온 중앙아시아 삶을 회상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순간을 그렸다. 작품은 과거의 아픔과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낯선 조상의 땅에서 살아갈 새로운 시작에 대한 막막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문 빅토르 화백은 이 작품 제목에 대해 “내 삶의 모든 순간과 감정을 담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제목은 '추상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한 장르적 구분을 넘어선, 삶 자체를 담아낸 예술임을 보여준다. 그는 또한 “우리 고려인은 늘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여행자' 신분으로 살아왔다"며 “부모 세대부터 이어져 온 이 기나긴 여행이 조상의 땅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문 빅토르의 작품은 고려인의 역사적 기억과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예술적 보고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그림의 아름다움을 넘어, 고려인으로서 살아온 피어린 삶과 고난, 회복,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관람객에게 전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samwon559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