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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1~2년만에 늘리려면 결국, 민간보다는 공공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방법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라며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의 타당성 논란과는 별개로,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리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무제한으로 풀겠다고 말한 건 아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억제하면서도, 단기간에 확대하려면 공공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주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의 통폐합과 재생에너지 전담 기구 신설이 검토될 전망이다. 전담 기구가 입지 개발·계통 확보·인허가 단축·주민 수용성 제고를 전담하고, 통합된 발전공기업이 설비를 빠르게 설치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 풍력 고정가격계약에서는 공공 해상풍력 4건(총 0.7GW)이 모두 낙찰됐다. 반면 민간 해상풍력은 전부 탈락했다. 태양광 고정가격계약은 모집물량 1GW 중 4.6%만 낙찰되며 대부분 미달했다. 이 공백은 공공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을 예상보다 높게 책정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민간사업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엄격하게 비칠 수 있다. 환경부는 환경규제 못지않게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며 물가 안정에도 신경을 써 왔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기후위기 대응만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체감상 산업통상자원부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 2021년 700만원에서 올해 300만원까지 줄여왔다. 공공 전기차 충전요금은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항변해도 동결 기조를 유지 중이다. 물 요금은 투자보수비용도 못 건지는 수준인데 9년째 동결이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소각장이 더 엄격한 환경 규제를 받음에도, 처리비용이 저렴한 시멘트 소성로 의존을 염두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환경부가 재생에너지를 맡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와 비교해 민간사업자에게 높은 전력가격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력가격 억제 기조를 유지한 채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사업성에 덜 민감한 공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산 설비를 더 써야 한다는 명분,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공유하는 '햇빛·바람 연금' 구상까지 고려하면, 말을 잘 안 듣는 민간보다 공공이 더 맞는 그릇일 수 있다. 다만, 공공 역할 확대는 공기업 비대화와 한전·발전공기업의 재무 부담 심화라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간사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다. 공공과 비슷한 조건에서 수익구조를 재설계하든지, 정부에 시장 논리 존중과 민간 참여 위축 완화를 요구하든지로 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위기 속 드러난 비자 제도의 허점, 전화위복 삼아야

미국에서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 등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가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근로자들은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미 이민당국은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 작전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고, 이 중 한국인이 300을 넘었다. 게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에 단속 현장 사진과 영상을 공개까지 했다. 우리 근로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다행이 한미 양국간 긴급 협의를 통해 구금된 근로자들이 귀국했지만, 이번 사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첫째, 단속 요원들이 전쟁터(war zone) 들이닥치듯 공장 건설현장에 진입하였는데, 동맹국가 투자기업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전격적, 대규모 작전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경찰이 공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막은 뒤 약 500명의 단속요원이 현장을 급습했다. 단속에는 헬기와 군용 차량이 동원됐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고려대에서 개최된 심포지움 기조연설에서 “동맹에 대한 합당한 처사가 아니다. 안타깝고 화난다"고 말했다. 둘째, 한국기업 건설 현장 근로자들은 중남미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데, 심한 대우를 받았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현지 인력이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 생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숙련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이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은 제한돼 있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린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핵심 동맹국임에도 호주, 싱가포르, 칠레가 받고 있는 전용 비자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상당수 기업들은 미국에 직원 출장을 보낼 때 최대 90일 단기 관광 및 출장 시 비자 신청을 면제해 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이민 비자인 '단기 상용(B-1)' 비자 등을 활용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으나, 트럼프 정부 들어 엄격해지고 있다. 셋째,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 10일 경과한 시점에서 한국기업 공장에서 대규모 체포·구금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700여조의 선물보따리를 안기고도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에서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자국에 투자하라고 다그치나 비자 확충에는 미온적이다. 참 이기적이다. 이 와중에서도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합의 서명을 압박하면서, “한국 근로자 구금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차에 있다"며 한국측에 책임을 돌렸다. 넷째, 이재명 대통령이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이 총력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나, 주미대사는 이 대통령이 당선된 후 얼마 안 되어 불러들여 공석이다. 대사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사는 주재국 고위인사를 긴급히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필요할 경우 항의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다. 원래는 후임 대사 임명절차가 끝나 부임할 준비가 되면 기존 대사를 불러들이면 된다. 이것이 관행이고 국익에 부합되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특임공관장이라는 이유로 주미대사를 소환해 버려 현장 대응능력을 약화시켰다.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가 우여곡절 끝에 자진 출국으로 일단락되면서 이제 관심은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제도 개선을 이루느냐에 쏠리고 있다. 한미 외교당국은 워킹그룹을 만들어 신속한 논의를 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비자 문제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만간 미국 내 공장 구축 활동을 위한 단기 파견자 등 비자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국민의 미국 내 작업·취업 등을 위한 비자 확대 문제는 해묵은 이슈로, 지금까지 진전이 없었는데 이번 구금사태를 계기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이강국

[EE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우려

정부는 9월 7일 조직개편안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를 환경부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부가 맡고, 자원과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일방향 정책에 속칭 '올인'하겠다는 의도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원전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탈원전이 아니란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가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만들기 원하는 입장에서는 원전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은 독극물과 같다. 스웨덴 국영기업 바텐폴은 400메가와트 갈렌 해상풍력 투자 결정을 연기한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꼽았다. 유럽 에너지 언론 몬텔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양립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기사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기저, 중간, 피크부하 발전의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충족하며 역할을 마친 후 남은 역할을 수행하는 '잔여 부하'로의 변화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전력 부문의 원전은 진흥이 아닌 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내 에너지산업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이 이원화된 이유다. IEA는 2050년 에너지 믹스에서 66%가 재생에너지이며 원전은 11%, 석유 등 화석연료는 22%에 불과하다는 넷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복잡하고 할 일은 많지만 정책 집행 효능감은 떨어지는 화석연료 자원산업 같은 '잔여 업무'는 산업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스웨덴 대정전 같은 사례에서 배운 것이 없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과잉 공급으로 발생한 정전 역시 재생에너지 우호적인 백업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고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관성과 안정적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존 발전소 대신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그리드 포밍 인버터, 플라이휠로 관성을 제공하고 보조 서비스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은 2022년 이후 보조 서비스 시장 가격이 15배나 올랐으며, 영국 리버풀에 설치된 플라이휠 1대 가격은 470억, 영국 재생에너지 100%에 필요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설치엔 9조 4천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물론 이를 운영하는 보조 서비스 시장 비용은 별도다. 스페인은 현재 전력시장을 강화 모드 – 재생에너지를 대폭 축소하고 가스 발전을 대거 늘려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스페인은 2026년까지 이 강화 모드를 지속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추구했던 유럽과 서방세계가 전기요금 인하정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 전 총리 바비스가 이끄는 최대 야당 ANO는 에너지 가격 상한제와 EU 탄소배출권 거부로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독일 메르츠 정권은 연간 100억 유로를 들여 전력망 요금과 전력세 인하를 위한 법안을 승인했다. 체코는 한국의 원전을 도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2031년까지 탈석탄을 금지시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값 전기요금'을 공약했고 중국 상하이 등 지방정부는 올해 초 기업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메가와트시 당 최대 16%의 전기요금을 인하했다. 일본은 물가 상승 부담으로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폐지하겠다는 정당까지 등장했다. 이런 전 세계의 흐름에서 역행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럽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으로 제조업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앤트워프 선언으로 뒤늦게 제조업 경쟁력확보를 도모하고 있지만 제조업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2년 이후 70% 이상 오른 '전력 인플레이션'으로 탈한전은 물론이고 제조업 탈한국을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은 수출경쟁을 해야 할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보다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높다. 가야 할 길은 무작정 가는 길이 아니다. 이미 유럽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데스크칼럼] 대통령의 선택적 실용주의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 성향을 소개할 때 '실용주의'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실용주의는 어떤 이념이나 이론의 진리를 그 실제 효용성이나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철학적 관점으로, 쉽게 말해 실제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로 사안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에너지산업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뜬금없이 '탈원전'을 선언해 원전업계의 원성을 샀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태양광 수사를 벌이면서 재생에너지업계가 탄압 아닌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에 거는 에너지업계의 기대는 컸다.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기에 정치적 편견 없는 에너지 정책이 나오길 예상하고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이 대통령의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나온 그의 에너지 인식은 에너지업계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요 발언들을 보자. “원전은 기본적으로 맹점이 있다. (준공하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 지을 데도 없다. 딱 한군데 있는데, 지으려다 만 곳이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아직 기술개발이 안 됐다." “태양광과 풍력은 1~2년 밖에 안 걸린다. 당장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무슨(어떻게) 원전을 짓겠나.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 “화력발전은 탄소제로,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때문에 추가로 건설할 수 없다." “원전도 있는 건 써야 한다. 가동기한 지난 것도 안전 담보되면 연장해서 써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섞어 쓰는 에너지믹스는 변한 거 없다." “11차 전기본 수립 때 원전 2기와 SMR 신규로 한다고 했을 때 하라고 했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 그래서 통과시켰다. 부지 있고, 안전성 확보되면 (신규 건설) 할 수 있겠지만,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실인 것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도 많다. 에너지산업을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것들이다. 우선 원전 건설기간을 보면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고리 1호기는 공사기간이 73개월 걸렸지만,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한울 1호기(2022년 12월 준공)는 153개월, 신한울 2호기(2023년 9월 준공)는 162개월 걸렸다. 공기가 처음보다 2배 이상 길어지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최하 15년, 즉 180개월보다는 적게 걸렸다. 이 대통령은 원전 건설기간을 부풀려 말한 셈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은 건설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1MW 이하부터 수백MW까지 규모가 매우 다양하다. 당연히 소규모일수록 공기는 짧고, 대규모일수록 공기는 길어진다. 대부분 소규모이기 때문에 건설기간이 짧게 보일 뿐이다. 원전의 1기 용량은 1.2GW이다. 이 규모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아마 원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 수년의 공기가 소요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재생에너지 건설기간은 소규모에 해당하므로 원전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화력발전에는 석탄과 가스가 있다. 석탄발전은 퇴출되는 추세이나, 가스발전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 법원은 친환경 에너지를 규정하는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서 천연가스를 친환경으로 인정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어 궁극의 무탄소에너지 시대로 넘어가는 가교역할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EU법원은 인정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발전까지 통틀어 더 이상 화력발전이 설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 인식은 선택적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로 답을 정해 놓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에 대해서는 일부러 또는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습득해 효용성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절대 그것은 실용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 인식은 참모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생겼을 수가 있고, 원래 그랬던 것인데 실용주의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감춰왔을 수도 있다. 전자라면 그나마 희망이 있지만, 후자라면...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이차전지 산업, 다시 일으켜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차전지 산업이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적자와 가동률 저하로 추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기 산업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25년 상반기 기준 16.6%에 그치면서 작년 대비 5.4% 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세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위 CATL( 중국, 37.9%), 2위 BYD(중국, 17.8%), 3위 LG에너지솔루센(한국, 9.4%), 4위 CALB(중국, 4.3%), 5위 SK온(한국, 3.9%, 6위 파나소닉(일본, 3.7%), 7위 고타온(중국, 3.6%), 8위 삼성SDI(한국, 3.2%), 9위 EVE(중국, 2.7%), 10위 SVOLT(중국, 2.6%) 이다. 세계 1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3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ESS)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아직은 배터리가 68%로 앞서지만 최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SS는 잦은 충전과 방전을 견뎌야 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대규모로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이 중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대부분 제조업 형태에서 시작 되었다. 성능은 낮지만 비용은 휠씬 저렴한 제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생산비가 낮은 지역에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했고. 이차전지 산업도 제조업 성장 방정식이었다. 우리나라는 2003년 김대중 정부때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를 포함 시키고 육성에 나섰다. 이후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미래 핵심 산업은 전기차이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확보부터 나섰다. 리튬을 포함 배터리 소재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 원료 화보에 주력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이 결정된다. 전구체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재료가 필요하다. 특히 원료 중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죄우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1회 충전시 주행 가능한 거리도 늘어난다. 2018년부터 전기차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배터리 시장이 커졌다. 한국은 그 때만해도 이차전지 시장은 우리것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 상품의 다양성, 기술력 등에서 중국은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배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고성능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삼원계가 들어간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높고 특히 타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뒤쳐졌다. 그 사이 중국은 인산철(리튬-철-인,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 LFP는 처음엔 저가, 저성능이였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이 급속히 향상됐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LFP를 앞세워 ESS 시장도 장악했다. 이제 중국은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없는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을 따라 잡을려면 우선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정부의 체계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전략이 수반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지원이 중구난방이면 안된다. 매년 발표되는 미래 기술 선정은 지원도 분산되고 체계적 관리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보다 체계적이며 일관된 정책과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 결합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도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리튬 이외에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개발에 나서 원료 광물부터 채굴, 정련, 생산, 판매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내재화 했고,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이차전지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다시금 힘을 합쳐야 한다. 우선 인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을 보호하면서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히 필리핀 니켈 광산개발에 뛰어든 제이스코홀딩스 같은 기업에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 기반은 여전히 세계적이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강천구

[기자의 눈] 전세 옥죄기, 방향은 맞지만 보완해야

9·7 대책 이후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젊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6·27 대출 규제로 집을 사는 길(주택담보대출)이 좁아진 데다 9·7 대책으로 세입자로 버틸 길(전세대출 3억→2억원 축소)도 줄어들었다. 서울 주요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자산을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선택지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시장을 왜곡해온 것은 분명하다. 전세 제도를 손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일요일 발표 후 월요일 즉시 시행된 규제는 실수요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에 9·7 대책이 전세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전세 공급이 한층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보증금 1억~2억 원에 월세 100~200만 원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는 매달 이 정도의 고정 비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한 번의 목돈으로 '숨 고르기'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의 징검다리가 더 빠르게 좁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예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모델은 미국식 장기 모기지를 접목한 공공분양으로, 목돈이 없어도 30~40년 모기지처럼 집을 장기 할부로 마련할 수 있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세 제도는 국제적으로 드물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월세 또는 장기 모기지를 통해 주거를 확보한다. 한국은 전세가 장기간 유지되며 부동산, 특히 '똘똘한 집 한채' 중심의 노후 대비가 굳어졌고,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추가 매입·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전세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결국 전세 축소에서 장기 모기지 기반의 임대·금융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 모른다. 이번 대책이 그 첫 단추라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연착륙 장치와 세밀한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비(非)아파트 전세 매물 확대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등으로 빠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전세의 부작용을 고치되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을 함께 지켜야 한다. 단기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모기지형 공공분양이라는 큰 그림도 설득력을 잃는다. 정책의 방향은 맞다. 이제 필요한 건 정교한 보완책과 시장을 부드럽게 안착시킬 장치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대통령의 실용주의, ‘여의도 머슴’도 배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난 100일을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규정했다. 또 앞으로의 남은 임기를 '도약과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11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대목은 대통령의 '실용주의'였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우선해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확대를 굳이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고, 현실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 야당과도 얼마든지 '협치'할 수 있다고 했다. 현실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비판도 마다않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우려되는 대목도 없진 않았다. 중소·벤처업계를 포함한 경영계가 반발하는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서는 “기업을 옥죄는 게 아니라 악덕기업의 지배주주를 압박해 기업 경영 풍토를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고, 재정 관료들도 우려했다는 나랏빚에 대해서는 “칡뿌리 캐먹고 맹물 마시면서 어떻게 일하나, 지금은 씨를 뿌릴 때"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악수 하루만에 “내란정당 해산"이라며 날을 세웠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100일은)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시간이었다"며 뻔뻔한 말을 했다. 민생경제 회복을 넘어 도약과 성장을 위한 협치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것이 국민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했다. '머슴'들에게 일을 시켜놨으니, 누가 일을 잘하는지 두 눈 뜨고 잘 보라는 거다. 좌우로 편을 가르면 머슴들이 일은 안하고 편만 짤 거라고도 했다.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일단 정부가 돈을 뿌렸으니 소비심리는 살아났고, 기업 체감경기도 반등했다. 남은 건 가을의 수확이다. 갈길은 멀다. 나랏빚은 많고 한국인 구금 같은 돌발변수도 있다.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지금부터라도, 도약과 성장을 위해 여의도가 좀 더 유연해지기를 바란다.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옆 나라 대통령 가랑이 사이라도 가겠다지 않나.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협치의 착시와 리더십의 시험대: 이재명 정부 100일의 명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여야 대표가 만났다.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라고 말하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결국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이번 만남에서는 여야가 참여하는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협치의 시동'이라 평가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협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과거에도 여야 협치를 표방하며 여야정 협의체 등의 기구를 가동하려 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은 여야 대표가 자발적으로 만난 것이라기보다는, '만나지 않으면 비난받을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성사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방증하듯, 회동 다음 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 해산을 거론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이재명 대통령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여야가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때로는 합의에 도달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후 100일을 돌아보면 그 기대는 더욱 절실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00일은 대통령의 구상과 여당 내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반복된 시간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여권이 '개혁'으로 명명한 검찰 개혁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과 정부는 속도를 조절해 가며 개혁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정청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당은 '속전속결'을 고수했다. 실제로 지난 8일의 결과를 보면 여당의 입장이 관철된 셈이다. 9일 자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 개혁 후속 입법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과 정청래 대표 사이에 신경전이 있었다고 한다. 양측 모두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견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대통령과 여당의 입장이 반복적으로 엇박자를 내는 것은 출범 100일밖에 되지 않은 정부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역할 분담'이라고 해석하지만, 필자는 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나타나는 여러 징후를 보면 단순한 역할 분담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을 향해 한 고위 공무원이 “찐윤" 또는 “오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순한 이견이 아닌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가깝다. 이는 '역할 분담'이라는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는 여당이 대통령을 오히려 압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했든 그렇지 않았든,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여당이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0일간 중도 세력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여당에 의해 거듭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국내 정치가 이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교 분야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이민단속국과 국토안보부 요원 500여 명이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와 LG 공장을 급습해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체포한 사건이 그것이다. 불과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직후까지만 해도, 많은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통령실 역시 미국과의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는, 신뢰 회복은커녕, 오히려 우리의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 역시 재평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종합적으로 볼 때,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순탄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정치란 본질적으로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 영역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남은 4년 9개월 동안은 대통령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시기가 되길 바라는 이유다. 신율

[EE칼럼] 탄소세와 탄소 기본 소득

이재명 정부 들어서서 탄소세 논의가 재점화 되었다. 세계은행의 '2025년 탄소 가격제 현황과 동향'에 의하면 2024년 전 세계 탄소가격제가 창출한 세수는 약 140조 원이며, 50% 이상이 환경·개발사업 등에 재투자 됐다. 또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가 가격규제를 받았으며, 탄소 배출권 수요가 2023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탄소세는 1990년 핀란드가 처음 도입했으며 유럽에서 탄소세 도입 국가는 23개국, 배출권거래제는 34개국, 탄소세와 거래제를 동시에 하는 국가는 21개국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2021), 룩셈부르크(2021), 헝가리(2023)가 탄소세를 도입하였다. 유럽에서 탄소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평균 40퍼센트 수준으로, 주로 수송이나 건물(난방) 등에 적용된다. 거래제도에 참여하면 일부 혹은 전부 탄소세를 감면하거나, 비할당 부문일때에는 대상에서 제외하여 이중부담을 없애고 있다. 흥미로운 나라들은 스위스, 영국, 네덜란드다. 영국은 거래제에서 발생하는 가격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탄소가격 하한제를 운영한다. 발전에 한정하여 운영하며 배출권 가격이 정부에서 정한 가격하한보다 낮으면 배출권 가격과 정부의 가격 하한값의 차이만큼 기후변화세에 추가하여 부과한다. 네덜란드는 목표 배출량을 초과하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자는 거래제에서 배출권을 구입하는 비용에 더하여 탄소세까지 지불함으로 탄소 비용이 가중된다. 그러나 목표 감축량보다 초과하면 초과 감축분만큼 과거에 납부했던 탄소세를 최대 5년치까지 환급받는다. 스위스는 가장 독특하다. 2024년 3월 15일, 개정된 CO₂법은 2025년 1월 1일부터 발효되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감축하며 재정유인, 기후보호 투자, 기술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부터 '넷제로 로드맵 지침(Net-Zero Timetables Directive)'이 시행되어, 농업 이외의 모든 기업은 Scope 1, 2 배출을 반영한 탈탄소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스위스는 가칭 탄소세(CO₂ -Abgabe)보다는 일부에서는 “탄소 기본소득 또는 탄소 배당"이라고 하는데 2018년 탄소세가 1 tCO² e당 96프랑(약 118,400원)에서 2025년 기준, 120 스위스 프랑(약 20만원)이다. 세율 인상은 탄소 시행령에 미리 규정되는데 감축 중간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목표 미달성의 정도에 따라 인상될 세금 액수가 정해져 있다.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재원 활용이다. 탄소세의 연간 세수입은 약 14억 스위스프랑(약 2조 4천억)에 달하는데 이 중 2/3는 개인·기업에 대한 사회보험료를 감면하거나 환급되고, 1/3은 건물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개발 프로그램이나 환경부 의 친환경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위스는 2000년 1월부터 '환경보호법'에 의거하여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을 감축하기 위하여 VOC 부담금(VOC-Abgabe)을 징수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균등하게 국민들에게 환급해주고 있다. 탄소세를 통한 탄소 기본 소득이나 배당도 이러한 사례를 준용한 것이다. 개인 대상자는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사람은 국적 불문하고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기초 건강보험 가입자가 대상이며 탄소세수가 균등하게 배분된다. 이때 개인은 탄소 배당과 함께 VOC 배당금도 함께 받는다. 2024년 개인 탄소 배당금은 64.20 프랑(약 10만원)이다. 기업배당은 징수한 탄소세액을 고용주에게 배분하는데, 배당금액은 모든 기업에 균등한 것이 아니라 피고용자의 노령연금 납부를 위한 임금 총액에 비례한다. 이 배당은 환경부가 위탁한 지역 노령연금 담당기관이 실시한다. 고용주의 노령연금 보험료를 정산하거나 배당금액이 많으면 차액을 지급한다. 스위스는 탄소세 도입으로 건물에너지 개선이 기존 프로그램보다 2~3배 효과를 가져왔고 가계에서 저탄소⋅무탄소 에너지로 전환 투자가 증대하고,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소득 대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소세액이 증가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세수가 약 2조원 정도인데 건물 부분이나 신재생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해서는 적다고 본다. 적정 세율을 설정하는 것도 과제라고 본다. 스위스식 탄소세는 건물, 가정이 취약한 한국은 연구할 가치는 있지만 발전이나 산업부분이 포함 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세금 하면 누구나 싫어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플러스가 마이너스를 훨씬 초과할 때 가능하다. 탄소 기본소득에 관한한 탄소중립이 아니라 모두에게 탄소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

[EE칼럼] 액화수소, 기체수소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최근 창원시 액화수소 플랜트를 둘러싸고 여야 시의원단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정감사 결과 공개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의와 해법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적 공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1,050억 원을 들여 2023년 준공된 이 플랜트가 수요 부족으로 가동이 지연되다 운영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고, 결국 금융권 인수까지 이어졌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지난 6월 어렵게 상업운전을 시작했지만, 창원산업진흥원이 하루 5톤 규모, 연간 약 300억 원대의 구매 의무를 떠안으면서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창원의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인천에서는 SK E&S가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3만 톤급 액화수소 플랜트를 준공했지만, 가동률 확보가 쉽지 않다. 울산과 삼척 역시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부는 여전히 시험 운전에 머물러 있고, 일부는 특수목적법인 구성 단계에서 멈춰 있다. 문제의 핵심은 '수요'다. 액화수소는 기체 수소를 영하 –253℃까지 냉각해 부피를 1/800로 줄인 형태다. 덕분에 액화수소 충전소는 기체형보다 더 많은 양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어 수소버스·트럭 등 대형 모빌리티에 적합하다. SK E&S가 2026년까지 전국에 40곳의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높은 비용과 까다로운 안전 규제로 보급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충전소 확충이 늦어지면 생산된 액화수소가 소비되지 못하고, 이는 플랜트 가동률 저하와 재정 부담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수소차는 최종적으로 모두 기체 상태의 수소를 충전한다. 그러나 충전소는 고압 기체수소를 직접 공급받을 수도 있고, 액화수소를 기화해 공급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두 같은 '수소'지만, 충전소 운영자에게는 전혀 다른 수소다. 그렇다면 기체수소와 액화수소를 정말 같은 시장의 동일한 상품으로 볼 수 있을까. 이 지점을 이해하려면 '차등된 상품(grades)' 개념을 참고해야 한다. 화학적 성분은 같아도 물리적 상태, 순도, 가공 정도, 용도에 따라 다른 가격과 조건으로 거래되는 경우다. 금은 순도에 따라, 철강은 가공 형태에 따라, 곡물은 품질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원유는 대표적이다. 국제시장에서 원유는 API 중력과 황 함유량에 따라 저유황 경질유와 고유황 중질유로 나뉜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경질유 생산이 급증했지만, 멕시코만 정유공장은 고도화 설비 덕분에 중질유를 선호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경질유는 2016년 수출 규제 해제 이후 해외로 흘러나갔고, 결국 정유 인프라의 특성 때문에 두 유종은 사실상 대체가 어려운 '차등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즉, 똑같이 '원유'라 불려도 경질유와 중질유는 서로 다른 시장 논리를 가진다. 수소 역시 인프라에 따라 기체와 액화가 분리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두 상품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네트워크 외부성 문제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치가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커지는 현상이다. 특정 상품이 임계 규모를 확보하면 다른 상품이 배제되는 '잠금효과(lock-in)'가 나타난다. VHS와 베타맥스의 비디오테이프 경쟁, 휴대전화 초창기 GSM과 CDMA 경쟁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초기 네트워크의 규모였다. 만약 기체수소 충전소가 먼저 임계 규모를 확보한다면, 후발주자인 액화수소는 잠금효과에 막혀 성장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액화수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두 유형 충전소 인프라 간 호환성을 높여 상호 보완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보급된 기체수소 충전소에 액화수소 저장탱크와 기화기를 추가해 액화수소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개조 비용, 부지 확보, 안전 규제 등 만만치 않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정부의 재정 지원(, 인허가 절차 개선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신규 액화수소 충전소 건설도 병행되어야 한다. 액화수소가 기체수소와의 경쟁에서 네트워크 외부성의 벽을 넘어 독자적인 시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그렇지 못한다면 액화수소는 결국 '잠재력만 남긴 채' 사라질지도 모른다.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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