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우리는 지금, 분열된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늘어선 복도 앞에 서있다.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밀밭에서 가자지구의 골목까지 이어지는 있는 전장을 보여주고 남아시아에서는 핵보유국 간의 오래된 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새로운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동쪽에는 미국의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배제의 정치가 심화되면서 불법이민자로 낙인 찍은 이들을 추방하고, 고율의 관세 부가 정책은 단순한 경제조치를 넘어서 '미국의 경제적 주권 회복'이라는 국가적 정체성 논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디지털 공간은 더욱 우려스럽다. 2023년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자의 62%가 편향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두가지 편향된 정보 환경을 만든다.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만 반복해서 듣게 되는 공명실(echo chamber)과 자신의 기존 성향에 맞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노출되는 정보 거품(filter bubble)을 만들어 같은 사건에 대해 완전히 다른 사실을 소비케 한다.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은 공유된 사실 기반 없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의 섬에 고립되어, 생산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세계적 분열의 흐름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상황도 성장률 저하, 가계소비 감소, 자영업자 폐업 급증과 같은 경제 불안으로 인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보수-진보의 진영과 MZ-베이비부머의 세대에서 가치 차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최근 의대 정원 문제에서 드러난 의사와 정부의 입장 차이와 같은 또 다른 사회적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점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지난 6개월간 극심한 사회적 분열의 고통을 겪게한 정치적 혼란과 법적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드러난 민주주의 취약성이다. 계엄령 논란은 헌법 해석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으로 일단락하였다. 그러나 대통령 권력 공백으로 인한 대행 체제의 역할과 기능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는 가운데, 특히 지난 5월초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은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 진행과 함께 2심에서의 무죄 판결을 뒤집은 파기환송으로 법조문과 사실관계에 대해 상반된 해석이 가능함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오랜동안 존중해왔던 사법부의 법 해석 태도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분열과 갈등의 중심에는 '해석'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같은 가치, 같은 원칙, 같은 법문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적 해결책으로 AI의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해석'의 본질을 질문해 본다. 해석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의미를 파악하는 기계적 행위가 아니다. 해석은 마치 거울과 같아서 우리가 텍스트를 들여다 볼 때,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법문을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객관적 진리를 발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가치관, 경험, 세계관을 투영하는 과정이다. 아이가 구름에서 다양한 형상을 보듯, 같은 법조문을 두고도 서로 다른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주관성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 출발점이다. 자신의 해석이 절대적 진리가 아닌 하나의 관점임을 겸허히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해석을 경청하고 다양한 시각을 통합하는 지혜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해석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어떻게 포용하고 공존의 방식을 모색할 것인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분열의 시대에 종교적 지혜는 통합적 해석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성경의 '코이노니아(koinonia, 통공)' 개념은 단순한 집단적 연대가 아니라, 깊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성 속에서 하나 됨을 지향한다. 최근 새로 선출된 레오14세 교황(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이 강조한 '시노달리타스(함께 걸어감)' 정신 역시 교회가 대화와 포용으로 분열된 세상의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개인적 이익을 위한 독단적인 판단이 아닌 공동체적 이해과 열린 소통의 가치를 강조한다. 법 해석도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해석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인정하며 더 높은 공익과 공동체의 화합을 향한 열린 대화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종교적 지혜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 기술인 AI 역시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는 새로운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즉 AI는 가치, 원칙, 법문을 둘러싼 갈등과 단절의 영역에 중간에 서서, '해석의 조정자'로 작동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모으고 보여주기: AI 대시보드가 판결문·뉴스·여론을 자동으로 모아 진보·보수·전문가 시각을 한 화면에 나란히 띄운다.(예로써 “의대 정원 갈등에서 AI가 양측 주장 정리") 둘째, 사실 확인하기: 실시간 팩트체커가 각 주장에 판례·통계 링크를 달아 “근거 있는 말인지" 바로 알려 준다. 셋째, 대화 정리·중재하기: 회의나 공청회에서 AI 중재 시스템이 발언을 요약해 쟁점·공통 관심사·타협안을 화면에 정리한다. 넷째, 공존 스토리 만들기: AI 스토리 메이커가 갈등 서사를 재조립해 “서로 수용 가능한 합의문 초안"을 작성한다. 다섯째, 기록 투명화: 모든 프롬프트와 출처 및 결정 과정을 자동 로그로 공개해 시민이 언제든 AI 편향을 체크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AI가 신속한 정보처리와 다각적 관점을 제공하고, 인간이 지금 보다 높은 수준의 공익적 가치 판단과 책임을 맡는다면, 서로 다른 입장의 해석은 더 이상 분열의 거울이 아니라 공동체를 잇는 다리가 될 것이다. 김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