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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BIFF 30년…생애 주기 거친 영화업, ‘근본부터 성장’ 방안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이니 꼭 30년 전 일이다. 영화감독이라는 분들이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들을 불렀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만든 박광수 감독과 '101번째 프로포즈'를 만든 오석근 감독이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한쪽에 제대로 차려져 있지도 않은 사무실로 불렀다. 부산 지역 대학신문 기자 열댓 명이 둘러앉았고, 본인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유명 감독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감독들은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구구절절 절실하게 호소했다. 당시엔 'PIFF'였다. 부산 표기를 'Pusan'으로 하던 때여서 그랬다. 오 감독은 “피프가 한국 영화를 세계에 전달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고 “자원봉사를 할 학생들이 없다. 대학신문에서 도와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기억한다. 박 감독은 대학신문 기자들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홍보 기사를 부탁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전방 산업이 되는 극장은 죄다 영세한 실정이었다.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감독과 배우가 만든 영화는 쏟아지는데 보러 갈 극장이 너무 적었다. 영화의 재원이 되는 펀드를 포함해 후방 산업도 형성되지 못했다. 영화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산재한 영화관을 하나로 묶어 전방 산업을 형성하려는 한국 영화 산업계의 대형 마케팅 이벤트였다. 당시만 해도 영화제는 칸이나 베를린 같은 곳에서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니 대학신문 기자라도 불러 홍보해야 했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5년 만에 대박을 터트렸다.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멀티플렉스가 날로 늘어나고 영화마다, 감독마다 뭉칫돈으로 펀딩을 받았다. 할리우드와 견줘도 손색없는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 기술도 한국에서 개발됐다. 2010년 국제신문 영화담당 기자로 다시 PIFF를 찾았다. 배우와 감독은 해운대 뒷골목 어묵집과 포장마차에서 저마다 기자를 불러 만나 영화산업의 활황을 자축했다. 만취한 한 유명 배우는 “황금사자든 아카데미든 우리가 다 휩쓸 거야. 두고 봐"라고 했다. 그는 이유를 “투자금 단위가 달라졌어. 찍기만 하면 돈이 되잖아"라고 설명했다. CGV가 멀티플렉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였다. CJ는 영화의 전후방 산업을 모두 차지하고, 영화산업을 '사실상 수직계열화'했다. 영화인은 CGV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영화산업은 영화관을 중심으로 독점에 빠졌다. 천만영화든, 쪽박영화든 내용과 관계없이 CJ가 정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고 또 15년이 흘렀다. 영원할 것 같던 영화업의 전방산업이 교체됐다. 영화관을 OTT와 대형 TV가 대체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영화관을 찾기보다 휴대전화나 홈시어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OTT 업체가 투자를 늘리면서 '영화업'은 '단회 영상콘텐츠업'으로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BIFF를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영화 제작 생태계가 나빠지고 있다는데, 정부도 영화 산업이 근본부터 충분히 성장할 수 있게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배 가까이 늘렸다. 영화 산업은 생애주기를 한 차례 겪었다. 투자자에게 매칭펀드 재원을 주거나,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배우 생계비를 보조해 주는 것만으로는 산업의 근본을 변화시킬 수 없다. 대통령이 영화 산업의 '근본부터 성장'에는 이유가 있을터, 그 방안에 산업 구조적 변화가 들어있는지 궁금하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데스크칼럼] 대통령의 선택적 실용주의

이재명 대통령은 본인 성향을 소개할 때 '실용주의'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실용주의는 어떤 이념이나 이론의 진리를 그 실제 효용성이나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철학적 관점으로, 쉽게 말해 실제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로 사안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에너지산업은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뜬금없이 '탈원전'을 선언해 원전업계의 원성을 샀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태양광 수사를 벌이면서 재생에너지업계가 탄압 아닌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에 거는 에너지업계의 기대는 컸다.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기에 정치적 편견 없는 에너지 정책이 나오길 예상하고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 11일 이 대통령의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나온 그의 에너지 인식은 에너지업계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요 발언들을 보자. “원전은 기본적으로 맹점이 있다. (준공하는 데) 최하 15년이 걸린다. 지을 데도 없다. 딱 한군데 있는데, 지으려다 만 곳이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아직 기술개발이 안 됐다." “태양광과 풍력은 1~2년 밖에 안 걸린다. 당장 데이터센터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무슨(어떻게) 원전을 짓겠나.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 “화력발전은 탄소제로,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때문에 추가로 건설할 수 없다." “원전도 있는 건 써야 한다. 가동기한 지난 것도 안전 담보되면 연장해서 써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섞어 쓰는 에너지믹스는 변한 거 없다." “11차 전기본 수립 때 원전 2기와 SMR 신규로 한다고 했을 때 하라고 했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거. 그래서 통과시켰다. 부지 있고, 안전성 확보되면 (신규 건설) 할 수 있겠지만,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사실인 것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것도 많다. 에너지산업을 조금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것들이다. 우선 원전 건설기간을 보면 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고리 1호기는 공사기간이 73개월 걸렸지만,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한울 1호기(2022년 12월 준공)는 153개월, 신한울 2호기(2023년 9월 준공)는 162개월 걸렸다. 공기가 처음보다 2배 이상 길어지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말한 최하 15년, 즉 180개월보다는 적게 걸렸다. 이 대통령은 원전 건설기간을 부풀려 말한 셈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은 건설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1MW 이하부터 수백MW까지 규모가 매우 다양하다. 당연히 소규모일수록 공기는 짧고, 대규모일수록 공기는 길어진다. 대부분 소규모이기 때문에 건설기간이 짧게 보일 뿐이다. 원전의 1기 용량은 1.2GW이다. 이 규모로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다면 아마 원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 수년의 공기가 소요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재생에너지 건설기간은 소규모에 해당하므로 원전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화력발전에는 석탄과 가스가 있다. 석탄발전은 퇴출되는 추세이나, 가스발전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 법원은 친환경 에너지를 규정하는 그린 택소노미(Taxonomy)에서 천연가스를 친환경으로 인정했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어 궁극의 무탄소에너지 시대로 넘어가는 가교역할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EU법원은 인정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발전까지 통틀어 더 이상 화력발전이 설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 인식은 선택적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로 답을 정해 놓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에 대해서는 일부러 또는 누군가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습득해 효용성을 축소시켰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국민이 보는 기자회견에서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절대 그것은 실용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 인식은 참모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생겼을 수가 있고, 원래 그랬던 것인데 실용주의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감춰왔을 수도 있다. 전자라면 그나마 희망이 있지만, 후자라면...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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