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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후보자를 벗고, 대통령이 되기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 아쉬운 지점이 있다. 이번 선거 과정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책 논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선거 기간 중 재계는 AI 역량 강화와 규제 완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시민단체들은 주거권 보장, 연금 개혁, 보건의료 확충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들을 절실히 요구했다. 노동계도 보편적 노동권 보장과 반노동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모든 요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들이었다. 후보자들은 이런 정책을 두고 뜨거운 토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후보자들의 공개적 발언과 토론은 어떠했는가. '커피 원가' 논란, '내란' 의혹, 과거 부패 및 의문사 의혹, '독재자' 수사 등 개인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을 둘러싼 공방이 토론을 지배했다. 최근의 '젓가락' 논란은 차마 글로 옮기기도 조심스러운 지경이다. 이러한 괴리는 단순히 아쉬운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선거 기간 중 상대방 공격과 과거 변명에 치중하여 당선된 정부는 구체적인 정책 개혁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위임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우선순위화하고 이행하는 데 근본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도 우려다. 대립적이고 비방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집권한 행정부가 국가적 통합과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핵심적인 국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합의 형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선거는 내일 치러진다. 그리고 6월 4일부터는 새로운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차기 대통령에게는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세가 요구된다. 무엇보다 역할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후보자'에서 모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가 지도자'로의 완전한 변신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이 제시한 절실한 정책 요구에 진정성 있게 응답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주거 안정과 사회 복지 확충을 통한 민생 안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의로운 사회 구현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다. 또한 소통 방식의 혁신이 절실하다. 상대를 공격하고 과거를 변명하는 데 익숙해진 정치적 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정책의 필요성과 방향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분열된 선거 과정을 치유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갈등하는 가치들 사이에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지혜로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선거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차기 대통령이 진정한 국가 지도자로서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민들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김병헌 칼럼] ‘백척간두(百尺竿頭)’의 경제 앞에 선 정치

“물을 건너지 않고는 바다를 알 수 없고, 산을 넘지 않고는 그 너머의 세계를 알 수 없다."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정식 시문(詩文)에서 확인되지는 않지만 그의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 이 고전의 통찰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정부도, 한국은행도, 여야 정치권도 바다 건너는 배에 타지 않았다. 산 너머를 보려는 망루도 짓지 않았다. 우리 경제는 지금,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3고(高)'라는 질긴 덫에 빠져 있다.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2.75%로 동결했다. 표면적으론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 위축, 부채 부담을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그 안엔 방향을 향한 철학도, 구조 변화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서민에게는 숫자가 아닌 체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기준 2%대를 기록했지만,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더구나 농축수산물 가격은 6% 이상 올라 체감 물가는 통계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한 끼 외식비가 1만 원을 넘는 시대다. 커피 한 잔 가격은 6천 원대를 넘본다.공자(孔子)가 편찬한 역사서인 춘추(春秋)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상화이민곤(上和而民困/윗사람은 평안한데 백성은 곤궁하다"는 말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가계부채는 1,806조 원. 국민 한 사람당 약 3,500만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약 70%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15조 원이 늘어난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대출로 연명하던 이들이 이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지만, 경기는 되살아나지 않는다.앞으로 나가자니 부채가 발목을 잡고, 물러서자니 물가의 칼끝이 서민 경제를 베어낸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9%로 상승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월세 내고 직원 월급 주면 남는 건 마이너스"라는 말이 상식처럼 오간다. 이제는 장사를 접을지, 버틸지를 두고 줄을 서는 형국이다. 와중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된 자산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이다. 경제에서 금리는 신호다. 정책은 방향이고, 금리는 그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신호도 그 등대도 없다. 그러면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해 4월 총선 이래 12·3 계엄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지금까지 여야는 경제 회복보다 '주도권 싸움'에 몰두해왔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코앞에 두고서야 뒤늦게 유력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경제회복에 외치고 있지만 공약은 하나같이 공허해 보인다. 실천 의지가 제대로 담긴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의 무망한 '경제 공백' 속에서 국민의 삶은 오늘도 무너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한다. 기존 전망치는 2.1%였지만, 1% 중후반 혹은 1% 초반까지 하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민간 연구기관은 무려 0.8% 전후까지 하락할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더큰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다. 우리의 성장 궤적은 수년간 점차 기울어왔다. 팬데믹의 후유증, 글로벌 금리 인상, 공급망 재편, 미·중 패권 경쟁, …이 모든 것이 구조적 요인으로 누적되어 왔다. 여기에 트럼프 관세 전쟁은 새로운 불확실성까지 가중시키고 있다.고통은 현실이고, 위기는 현재다. 아쉽게도 해답은 경제 통계 속에는 없다. 거리의 노점상, 새벽의 택시 기사, 반찬 앞에 선 주부, 빚내어 집을 산 청년의 눈빛 속에 있다. 정치란 결국, 국민을,사람을 위한 것이다. 정치는 위기 앞에 비로소 진심을 보인다고 하니 이번 대선을 통해 정치는 진심을 회복하고 다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불씨를 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 경제는 결코 숫자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사실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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