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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 칼럼]이재명표 실용주의...급변침(急變針)우클릭의 끝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이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변침(變針)'이라고 한다. 변침은 각 항로마다 정해진 '변침점'에서 해야 한다. 전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가 침몰한 곳도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선박이 서로 항로를 바꾸는 이른바 변침점이었다. 사고 직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세월호가 항로를 급격하게 바꾸는 급변침(急變針)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쏠렸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변침점에서 세월호는 목적지인 제주로 항해할 경우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려가야 했다. 침몰당시 배가 좌현으로 급하게 기울었다는 사실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급작스런 '우클릭' 항로 변경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정부여당과 국민들도 우려스러운 눈길을 감추지 못하는 현상도 유사하게 보이는건 왜일까. 그동안 일부 유명 정치인들의 정치적 변침점이 되기도 됐던 대선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계엄 사태에 이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국면으로 대선이 조만간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선 유력후보의 행보로는 있을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는 되나 다소 즉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대표의 실용주의 주창은 당내 의견수렴마저 미흡한 '급변침'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가? 이 대표의 실용주의 우클릭 행보는 당내에서부터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이 대표 일극주의 체제라 내부 설득도 가능하겠지만 그 실천의 진정성 확인은 두고 볼 일이라는게 중론이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지난 5일 '성장 전략 세미나'를 열고 '5년 내 3%대 성장' 목표를 제시하며 이 대표의 실용주의 친기업 성장론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첫시험대가 된 '반도 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부터 삐걱거린다. 이 대표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언급한 예외 조항에 대한 '분리 처리' 방안은 실용주의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후퇴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진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 제안이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한 양보였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당시 참석한 삼성·SK·LG·현대차 등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누구도 이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 대표가 이틀 전만 해도 재계 요구를 수용해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처럼 얘기했는데 오늘은 완전히 다른 기조의 얘기를 하더라"라고 전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는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민주당의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때와 달리 전향적 결단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 비상설특별기구인 '월급방위대'는 사측이 우리사주조합에 주식을 매각하면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또 자녀가 두 명 이상이거나 부모를 부양하는 가구에 소득세율을 최대 3%포인트 인하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고 한다. 직장인과 중산층을 겨냥한 감세 정책을 통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당 일각에서는 “과거 MB(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연상시키는 성장 플랜"이라며 “우클릭에 치중하다가 지지층을 잃을 수도 있다"고 비판 목소리도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이 대표 실용주위 급변침 우클릭의 여정은 앞으로 더욱 험난해보인다.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중도층등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실천은 물론이고 자신부터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동안 잦은 말바꾸기 정치 행태 및 적절치 못한 사법 리스크 대처가 소환되면서 실용주의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부분마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으로서의 실천을 중시한다. 문제 발생시 책임을 지고 해결하려는 태도도 포함해서다. 무슨이유인지 사법리스크 대처부터 옆길로 새고 있다. 본인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무더기 증인 신청, 억지성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 시간 끌기가 의심되는 행태가 발목을 잡는다.비판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지난 5일 재판에 출석하면서 “재판은 지연되지 않고 신속히 끝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태도는 중도 외연을 넓히려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갖은 꼼수를 동원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급변침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자신의 재판도 신속한 판결을 요구해야 합리적이다. 실용주의가 사법 리스크에 매몰되면서 거짓말과 말바꾸기 등 이중적 태도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그리 높지않은 그의 정치적 신뢰도에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줄수 있다. 중도층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특히 중시한다. 공자는 신뢰를 얻는 법과 관련해 “경사이신(敬事而信)하라"고 했다. 경(敬)은 사람이든 일이든 한결같이 집중하여 대하는 마음'을 뜻하는 글자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매사에 천성적 '마음가짐'은 전혀 변함없이 한결같아야 그게 경(敬)이다. 자기중심적 사상이나 생각과는 엄연히 다르다. 실용주의로 바쁘시겠지만 이 지점에 이 대표에게 이솝 우화 '양치기소년'의 가벼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데스크칼럼]비상계엄 사태 해법, ‘헌법·민주주의’ 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다. 거대한 삼각파도가 덮쳐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 처지다. 과도한 가계 부채 등에 의한 내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치적 리더십 실종과 극단적 사회 분열이 삼각파도의 정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급선무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눈앞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달 19일 새벽 우리는 그 일단을 지켜봤다.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수백명의 폭도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법원을 습격했다. 앞으로도 위험하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논란, 절차적 공정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불복 빌드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예정된 탄핵소추 판결과 이어질 조기 대선, 내란죄 재판 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재현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원인은 정략으로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 재판은 그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차기 대권의 향배와 자리 보전만 본다. 지지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배포하고 견강부회를 일삼는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 본 위헌적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우긴다. 수백건의 재판에서 실체가 부인된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특히 사회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최악의 행태다. 판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와 인신 공격, 테러 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사태를 정리하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외국 자본은 철수할 게 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도 헌법 질서 준수, 민주주의 원칙 존중이라는 금도를 벗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1.19 폭동 주도자는 물론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 두 번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과 함께 시급히 민생 해법 마련과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용하지 않고 반도체 특별법 등 민생 관련 법안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한가한 정치 노름으로 비친다. 꽁꽁 언 민생은 최 권한대행과 야당의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검토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를 심사숙고해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세 번째, '피크 아웃'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구조적 한계에 처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의 기회로 삼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에서 나타난 고질적 대기업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규제를 혁신해 사주 일가의 불법적 사익 추구를 제한하자. 몸집을 줄이고 전문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키도록 감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초저출산 등 장기적 성장 동력 유지·향상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도 우선 과제다.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텀 아웃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칼럼] 外憂內患…트럼프노믹스와 계엄노믹스의 간극

국어(國語) 진어(晉語)편. 복잡한 내외 정치 관계에 휘말린 진나라(晉)는 화평을 배신한 정나라(鄭)를 정벌하려 들었다. 그러자 초나라(楚)가 지원군을 보내 언릉에서 진나라와 맞섰다. 진나라 사섭(士燮)은 싸우지 않을 것을 주장하며 “제후(諸侯)로 있는 사람이 반란하면 이것을 토벌하고, 공격을 당하면 이를 구해야 한다. 나라는 이로써 혼란해진다. 따라서 제후는 어려움의 근본"이라고 입을 뗀다. 이어 사섭은 “성인은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다(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 초나라와 정나라는 놔두자. 밖으로부터의 근심을 내버려두지 않겠는가"라고 조언한다. 초나라의 위협(외부 위협)이 약해지면 제후가 반란을 일으키는 내부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사섭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은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지만, 진나라 내부 정쟁이 심화하면서 조, 위, 한 세 가문이 진나라로부터 독립한다. 사섭 말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우(憂)는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근심'이다. '우려'에 이 자를 쓴다. 환(患)도 근심이다. 환은 '어떤 일에 대한 근심'이다. '환란'과 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한 근심에 환을 쓴다. 한국은 지금 내외발 근심과 걱정에 둘러싸여 있다. 안(內)으로는 12.3 계엄에서 시작된 근심이오, 밖(外)으로는 트럼프2.0이 가져올 걱정이다. 모두 한국인의 삶에 직접적인 우환이다. 이를 보면 외우내환이다. 성어 배열을 뒤집어 쓴 이유가 있다. 내외 근심의 양상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12.3 계엄은 이미 사건으로 일어났다. 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을 체포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탄핵을 둘러싸고 국론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갈라진 국론을 두고 논박이 뒤엉켰다.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일으킨 계엄은 정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위쿠데타로 영구집권을 획책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연말 이후 연초까지 모든 이슈는 '계엄'이었다. 여야 협치나 민생이란 단어는 한가한 사람들의 사치스런 말로 치부됐다. 그래서 계엄은 '환'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조 바이든이 형성했던 거의 모든 정책을 뒤집을 태세다.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천명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비교우위론은 순진한 학자들의 옛말로 치부하려 한다. 지원금을 준다며 꼬드겨 한국의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던 미국의 정책도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운영하기 위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9배 가량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남한을 배제하고 김정은과 직거래를 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그 모든 공언이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어디로 얼만큼 튈지 모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래서 트럼프 2.0은 '우'다. 환은 우보다 직접적이어서 충격도 강하다. 계엄으로 나라가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사법 일정에 따라 탄핵 심판의 수순을 밟을 것이고, 여야는 서둘러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은 위험의 잠재성을 이미 보였다. 한국 경제에 이미 선반영됐다. 그러니 '환'은 이미 지나간 근심이다. 우가 더 걱정이다. 트럼프는 많은 위험을 아직 시전하지 않았다. 그 크기와 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트럼프의 말이 으름장이 될 지, 실제 대한국 정책에 반영을 할 지 알 수 없다. 무섭게 다가오는 회색코뿔소다. 위험인 건 맞는데, 한국을 들이받을지 빗겨 나갈지 단언할 수 없다. 그것이 더욱 두럽다. 다가오지 않은 근심, 트럼프2.0은 '우'다. 내환은 연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자극을 준다. 그러나 이미 역치를 넘는 극단의 충격을 받은 국민이다. 내환에 면역마저 생겼다. 이제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다. 외우는 심각한 위험이지만 큰 자극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를 어느 언론도 단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상 트럼프의 행정 지시가 떨어지고서야 부랴부랴 대응할 참이다. 내환은 커보이고 외우는 작아 보인다. 그 시각적 간극은 심리적 상상에 불과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간극은 서로 맞닿아있다. 오히려 외우가 크고, 내환은 작을 수 있다. 그래서 외우내환이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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