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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자원협력으로 남북관계 풀어 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냉각기를 유지해 온 남북 소통의 길이 조금씩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천명이나 통일 의지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한국을 상대하기보다 미국과 직거래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실질적인 먹고 사는 일,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KOTRA의 “2024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9억 604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4% 감소한 23억 3567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19억 752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발 등 솜털 가공 제품이며 2023년 3위였던 광물이 40.7% 증가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2023년까지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모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는 커다란 목표 설정보다 우선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등 통상을 넘어 소리없는 전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관계를 갈등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관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협력을 관계 복원의 마중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 양측의 필요 하에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몰리브덴 등의 광물 반입부터 시작해 차츰 신뢰가 축적되면 남북 광물개발 협력도 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북한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생산에 들어가 남한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1,000톤의 흑연을 반입한 사례가 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개성공단 북측 안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실무자 만남을 통해 정촌 흑연광산 재가동과 중단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합의 이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는 2006년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며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을 받았다. 그리고 광물공사와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북한 내 주요 광물이 남북 경제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 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구리·마그네사이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니켈·코발트·흑연과 희토류·텅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텅스텐·몰리브덴·흑연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광물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 연한은 최소 25년 이상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자원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남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EE칼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

2025년은 파리 협정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비용 절감과 제조 능력증가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및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 발전량 증가의 74%를 차지하며 화석연료를 크게 앞섰다. 파리 협정이 채택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2,428GW 증가했으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증가(615GW)의 약 4배에 달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53.6%, 재생에너지 비중은 46.4%였으며,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앞서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보고서 '2025년 중기 전력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4년 대비 3.3% 증가하고, 2026년에는 2025년 대비 3.7%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2025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원별 발전량 증감 분석결과 전체 발전량은 396TWh가 증가했고, 태양광이 292TWh로 전체 증가량의 73.8%, 풍력이 93TWh로 23.5%를 기록했으며, 핵발전 35TWh, 화석연료 15TWh를 압도했다. 반면 수력발전은 41TWh, 석탄은 17TWh 감소했다. 2024년 발전량 기준 상위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의 급격한 증가세보다 2025년에는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 2024년 7% 급증한 중국의 전력 소비량은 2025년에는 5% 증가할 것이며, 이는 산업 부문의 수요 증가 둔화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4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대략 50%를 차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 6% 성장 후 올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2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 설비용량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으로는 1,673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 설비용량 1,475GW보다 198GW 더 많다.특히 태양광의 경우 213GW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02GW 대비 109% 증가했고, 2025년 전체 신규 발전설비 설치 용량의 71.3%를 차지했다. 누적 설치 용량도 5월 말 1,084GW로 1,000GW를 돌파한 후 6월 말에는 1,100GW에 도달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6년 중에는 석탄 화력 발전설비 용량을 추월해 태양광이 제1 발전원이 될 것이다. 발전량 점유율에서도 2025년 상반기 풍력발전 점유율 12.1%, 태양광 발전 점유율 11.2%, 풍력과 태양광 합산 점유율은 23.3%로 역대 최대이자 수력발전 점유율 11.2%, 핵발전 점유율 4.9%를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량 점유율은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인 55.9%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2025년 상반기 18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2GW 대비 51% 증가했다. 21세기는 전기의 시대이며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20%에서 2050년 52%가 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필요성 증가와 AI 데이터 센터, 전기차, 히트펌프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의 확대 때문이다. 전기화 시대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이며, 대한민국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기고] 방송통신대 동두천 학습관 폐관, 철회하라

“교육은 기회이며,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대학교 동두천 학습관의 폐관 방침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의 배움터이자 희망의 공간이던 학습관이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두천은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시 면적의 42%에 달하는 땅을 미군에게 제공하며, 경제적 피해와 발전 제약을 감내해 왔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조건 속에서도 시민은 묵묵히 삶을 일구어 왔으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교육'이다. 일터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간이나 주말을 쪼개 학습관을 찾는 이들, 육아와 생계를 병행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학업,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시작한 도전. 동두천 학습관은 이 모든 이들에게 열린 배움의 창이자 재도약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본부는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동두천 학습관 폐관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 기본계획'을 시행하며, 전국 12개 임차 학습관과 2개 별관 학습관의 운영 종료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당 지침은 임차 건물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두천 학습관 또한 '임차 시설'이란 이유로 폐관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폐관의 기준이 '소유 여부'에 치우쳐 있으며, 실제 교육 수요나 지역 특수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운영 효율이란 명분이, 지역 시민들의 절박한 배움의 권리를 외면할 만큼 정당한가?" 현재 동두천 학습관은 경기북부 5개 시-군에 거주하는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300여명에게 실질적 학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 지역에서 학습관은 사실상 유일한 고등교육 접근 통로이며, 이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학습자들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곧 학업 포기와 학습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생교육, 지역균형발전, 교육복지. 이 세 가지 가치는 오늘날 국가와 공공기관이 강조하는 핵심 원칙이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북부의 소외지역 시민들은, 자신의 배움터 하나조차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동두천시는 2024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민 누구나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사다리를 놓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학습관은 그 사다리의 마지막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고령층 시민에게 이 공간은 재도전의 상징이며, 지역사회 복지 기능을 보완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을 포기하는 도시는 미래를 잃는다. 시민이 학습을 포기하는 사회는 더 큰 복지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 폐관되는 것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교육의 희망'이다. 지금 멈추는 것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폐관은 시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 철학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학습관 존치를 다시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간곡히 호소한다. 지역의 작은 배움터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든, 어떤 형편이든,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시민과 함께 학습관 존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EE칼럼]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의 성공 조건

요즘 더워도 보통 더운 것이 아니다. 폭염, 폭서, 열대야, 불볕 더위, 찜통 더위, 가마솥 더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필자는 사우나 더위를 더하고 싶다. 덕분에 다이어트는 잘 하겠지만 건설 근로자, 농부들 등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럴 때 전력당국은 가장 긴장한다. 전력 예비율이 충분해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이재명 정부에게 에너지 문제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특히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에서도 언급한 2030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2050 U 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중요한 공약을 보면 RE100 전용 산업 단지 조성, 해상풍력 지원, 전력 수요 분산으로 지역기반 에너지 생태계 구축, 햇빛 소득마을, 농가 태양광 설치 지원으로 햇빛 연금, 그리고 기후관련 행정부서의 조직 등이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고 인터넷 고속도로가 IT 강국을 만들었다면 에너지 고속도로는 한국의 탈 탄소 산업의 희망과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최초의 고속도로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였으먀 현대적 고속도로는 1908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모터 파크 웨이가 개인 벤쳐로 시작했다. 잘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은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 네트워크다. 교량, 고가다리, 휴게소 등이 이때 설치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 고속도로를 만들게 된다. 헌데 경부고속 도로 건설에도 아픈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듯이 앞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도 난제가 수두룩 할 것이다. 첫 번째 재원이다. 건설은 당연히 송배전망을 관리하는 한전이 할 텐데 재원은 충분히 있는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기와 같은 품질로 사용하려면 기존 설비보다 약 4.9배의 계통 안정화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24년 기준 한전은 적자 31조, 부채 205조의 회사니 투자 여력은 매우 부족하다. 두 번째 국산 기술은 준비되어 있는 가? 특히 변환하는 설비가 잘 되어 있는가? 세 번째 356kv가 많이 있는 내륙망 건설은 어떤가? 네 번째 에너지 고속도로가 건설된다고 해도 기존 제도에서는 송배전 요금은 기존 전기와 재생에너지 간에 역차별이 생기는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에 대해서는 송배전 요금은 더 비싸게 책정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째 중요한 산업 구조전환과 연계되는데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는 발전-송배전-판매를 한국 전력이 한다. 구분하고 싶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었다. 그러나 공공이든 민관이든 경쟁 체제 도입이 있어야 민간 투자가 들어올 수 있고 그래야 민자 에너지 고속도로가 건설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가? 마지막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전력 요금 자유화로 귀결된다. 최근에 개정된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문제는 한국 전력이나 가스공사 한테도 적자가 누적되어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고 하는 경우, 소송이 제기될 수 있으니,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력요금 문제는 조속히 처리하여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 멋진 말이다. 국가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는 언제나 원활하게 흘러야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이다.

[EE칼럼] 우리가 잊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The trouble with most folks isn't so much their ignorance; it's know'n so many things that ain't so. (보통 사람들의 문제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내용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조쉬 빌링스(Josh Billings), 19세기에 활동한 미국 작가/유머리스트 온 국민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냉방에 사용하는 전기가 부족해져 단전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체 사용량 중 전기의 사용량이 겨우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등 수많은 논의와 정책이 있어 왔지만, 막상 전기의 사용 비중은 21세기가 시작할 때의 15% 수준에서 지난 25년간 그리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보다는 열과 수송용 에너지가 주요 소비 방식이다. 서울특별시에는 발전 시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2023년도 전력 자급률은 1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는 전력 자급률이 62.5%이며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무려 186.3%나 된다는 사실은 다들 잘 모른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에서조차도 서울은 인천의 75% 수준이다. 길거리에 있는 전기 배전반에 쓰여 있는 글이 있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7위 수준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한다는 사실 역시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자족률이 50%를 넘었다는 것도 잊고 살고 있다. 그때 우리 소비의 절반을 책임졌던 국산 에너지원은 바로 무연탄(anthracite)이다. 198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그때까지도 가정용 난방 연료의 80%가 무연탄으로 만든 연탄이었다. 이젠 연탄구이집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연탄은 6.25 전쟁 이후 20세기 말까지 수십년간 우리의 겨울을 따스하게 해준 에너지원이었음도 잊고 지내고 있다. 올해면 마지막 국영 탄광이 문을 닫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무연탄이 최대 에너지원이며, 지금도 무연탄을 생산하여 중국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고 있음도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생산지 대부분이 북쪽이라서 2000년대 초반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활발할 때 북한의 산림 황폐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북한 금강산 지역 등에 상당한 양의 무연탄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미국과 유럽이 21세기 초반부터 OPEC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자기 영토 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여 에너지 자급자족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혔다. 그 반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하면서 기존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어 온실가스를 줄였음을 다들 잘 모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제 천연가스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그 때문에 지난달 말에 이루어진 한-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상당량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1902년 7월 16일 무더운 여름밤, 미국 뉴욕의 25세 청년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8~1950)는 밤을 지새우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지금의 에어컨디셔너(air-conditioner)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이후 여러 대기업 취업 문턱에서 낙방한 그가 1915년에 본인이 세운 회사가 바로 세계 최초의 에어컨 제조업체이자 지금도 유명한 공조기기 전문업체인 '캐리어(Carrier) 엔지니어링'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발명품이라 극찬하였으며, 미국 공학한림원도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발명' 중 10위로 선정한 바 있는 에어컨의 탄생이 바로 대기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그의 용기 덕분이었음도 잊고 있는 사실이다. 올해 여름의 무더위도 바로 캐리어의 발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허은녕

[EE칼럼]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과 합의한 글로벌 관세협정의 개요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일본, EU와 미국과의 관세협정 조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1일 이후에는 직접적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국가들은 추후 미국 통보로 자동 결정된단다. 이는 '협력과 공존- 번영'을 기축 이념으로 하는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 기본'틀'인 '브레튼우즈' 체제의 점진적 종말을 의미한다. 사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換) 중단 선언(닉슨 쇼크)으로 이 체제 붕괴는 시작하였다. 주요국 환율을 유동화와 70 – 80년대 석유파동, 그리고 '코로나 판데믹'사태에 따라 더욱 쇠잔해 졌다. 미국 일방적 관세와 시장개방 압력에다 투자 강요는 쇠잔한 '브레튼우즈' 체제 종말을 재촉하는 것 같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공영의 '틀'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촉구하는 글로벌 움직임이 강하다.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식인 계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적인 '하드(hard)파워'에 집착하면서 그동안 미국의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의 기반인 '소프트(soft)파워' 약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국가의 힘을 군사력, 경제력 등을 강조하는 '하드파워'와 문화, 가치, 이념, 정책 등을 강조하는 '소프트파워'로 구분한다. 민주주의, 인권, 개방성과 같은 '소프트' 요소들이 '미국의 힘'의 원천이라는 의견이 많다. 세계화와 글로벌 상호의존성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이해 부족을 우려한다. 이같은 미국의 글로벌 관세/투자정책 변화가 우리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우선 국제유가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의 영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9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3.77달러 하락한 배럴당 69달러 수준을 기록하였다. 런던시장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오른 72달러로 수준이다. 1년 전보다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다 같이 10%쯤 하락하였다. 이들 시장은 미-일 무역 합의에 따른 세계경기 회복기대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강화 움직임으로 약간의 강세장 성격을 보이나 완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관심 사항은 국제유가 수준 오르내림이 아니다. 그보다도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들(속칭 OPEC+)의 반응과 전략변화일 것이다. 글로벌 관세 부과는 OPEC+ 등 주요 산유국 (특히 중동지역)들에게 정부 세수확보와 지역 안정에 저해요소일 것이다. 특히 OPEC+는 감산전략을 포기하고 2025년 말 220만 배럴/일 수준의 증산을 결정하였다. 이에 석유 시장은 가격 인상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서 특별히 강조할 점은 중동의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대한 큰 관심이다. 그들은 증가하는 동-아시아 상호의존성 증대에 따라 양측 모두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제 걸프 산유국들은 아시아 석유 시장 예의주시가 중요과제가 되었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국제유가는 당분간 안정적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 정책이 에너지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미미한 것 같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정 타결을 보고 우리 입장을 살펴보자.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리보다 일본을 중시해 왔다. 따라서 냉정하게 우리 입장을 재검토하고 차선의 대책 마련에 냉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6.7%로 G20 국가 중 1위이고, 일본(17.0%)보다 배 이상 높다. 더욱이 2023년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6%로 OECD 두 번째이다. 따라서 관세협정이 제조업 성장, 고용 등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6.7%로 G20 국가 중 1위이다. 일본(17.0%)보다 배 이상 높다. 이러니 수출기업 10곳 중 9곳(92%)은 '상호관세 15% 이상이면 감내가 어렵단다.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민간주도 대규모 미국투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도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산업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제안이 데표적이다. 금융 '패키지' 제공 위주의 여타국과는 달리 현지 생산시설에 직접투자(그린필드형) 형태로 실질적 산업육성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만이 인력 양성, 기술 이전, 조선소 건설 및 운영까지 실질적인 미국의 조선업 재건추진이 가능하다. 이런 우리 고유의 협력모델 발굴이 긴요하다. 관세협상의 마무리됐지만 국토정보 등도 적정 수준 개방 검토는 고려해야 한다. 전임 '바이든 정부'때의 '인플레 감축법(IRA)'에 의한 대미 투자실적의 적정 반영을 위한 교섭도 필요하다. 국방비와 연계수준도 냉정히 처리해야 한다. 결국, 경제 논리를 벗어난 '힘'에 의한 관세협정, 투자 강압 등 '거악(巨惡)'이 판치는 세상에서 '고식적' 시장실패 보정 노력만을 오래 해온 에너지 부문은 '힘없는 잔챙이'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석유 위기 방지와 같은 우리 할 일은 꾸준히 해야 한다. 거악들은 언젠가 없어질 것이니까. 최기련

[EE칼럼]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7월 23일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행동계획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건설, 외교안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총 90개의 조치를 제시했다. 특히 GW급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풍부한 전력이 AI 시대 미국의 경쟁력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 막대한 AI 데이터센터와 이를 구동할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석유 개발을 강조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을 내세운 미국은 이제 “빌드, 베이비, 빌드(Build, Baby, Build)"를 외치며 AI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는 연구소 수준을 넘어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과 벤처 캐피털이 몰려드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S&P 500에 상장된 AI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2년 이래로 약 12조 달러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22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나 2024년에 5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투자 붐으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더 성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할까?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는 10만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이보다 20배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같은 전력 집약적인 공장만큼이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415TWh)를 차지했다.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의 45%를 차지했으며, 중국(25%)과 유럽(15%)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을 넘는 수치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충족에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분의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충당된다. 재생에너지는 짧은 설치기간, 경제적 경쟁력, 기업의 RE100과 같은 전력 조달전략 때문에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수요 충족을 위해 450TWh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여러 국가의 전력망이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20%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송전선 건설에 일반적으로 4~8년이 소요되며, 변압기, 케이블과 같은 핵심 전력설비의 납품 기간이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다. 발전 설비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어, 가스터빈 납품에 수년이 걸려, 신규 설비는 2030년 이후로 가동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은 에너지 정책을 AI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정책과 AI 전략을 별개가 아닌, 연결된 문제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AI가 몰고 올 전력 수요 폭증에 어떻게 대응할지, AI를 활용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첫째,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지만, 수도권은 전력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지역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전력망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RE100 기준도 충족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여러 대의 독립적인 서버를 하나의 물리적 서버로 통합하면 에너지 비용을 10%~40% 절감할 수 있다. 가동이 중단된 서버를 폐기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고효율 서버, 외기 냉각시스템, 에너지 절약형 설계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는 단지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전력망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비용 감소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AI를 재생에너지를 더 잘 쓸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전력망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바람과 햇빛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장에서는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낭비를 줄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력망에서는 갑작스런 수요 급증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지금은 AI의 성능이나 편리함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에너지가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AI 산업을 기회로 삼아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체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국가는 경제·기후·기술 세 분야에서 모두 앞서 나갈 수 있다. 박성우

[EE칼럼]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한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후 한전이 공고하고 시행한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절차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한전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그 수준에 대한 한전의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데 전기요금처럼 중요한 공공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여 인상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부서끼리 긴밀한(?) 협의를 마친 후 이를 한전에 알려주면 한전은 이렇게 정해진 전기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한 후 위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시행한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요식행위의 주체만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8월 한전 주주들은 2조8천억 원 규모의 배임 손해배상소송을 당시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제기하였다. 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임기만료 1주일 전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4.9%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어 한전 이사회가 4.9%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주문으로 내어 의결되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태로는 최소한 10% 이상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소송 이유다.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작은 폭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책임은 한전에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전 주주들은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그런데 이제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상장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대주주인 정부 이외의 소액주주 이해를 이사회가 무시해도 배임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상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진을 견제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2011년 9월 공석이던 한전 사장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임명됐다. 김중겸 사장의 주도로 2011년 11월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가결해 버렸다. 한전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인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전 이사회는 2012년 5월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한전 이사회도 별수 없이 2012년 8월 4.9% 소폭 인상안을 가결해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중겸 사장은 결국 2012년 11월 사퇴했다.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충분하지 못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부결해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6조 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31조 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으로는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허용했던 전기요금의 찔끔 인상은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 당하기에 딱 좋다. 전기요금 인상안뿐 아니다. 가스공사 이사회도 지금까지 가스공사의 이해와 맞지 않으며 주주의 이해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가스전으로부터 들여오는 LNG 도입가격을 정부는 국민부담을 생각해서 낮게 책정하려고 하겠지만 가스공사와 주주를 위해서는 이를 가급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더이상 상장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요식절차가 아니게 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우선과 밸류업(Value-Up)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조성봉

[특별기고]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의 숨은 열쇠는 ‘기상’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숨 막히는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날씨 기사에는 '가장 더운', '역대 최고'와 같은 수식어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9℃(도)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이었고, 7월에도 전국 곳곳의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무더위와 거듭해서 새롭게 쓰이는 기록들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과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의 4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은 60.2%, 미국과 일본은 각각 34%, 35.5%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2%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조만간 확정될 정부 국정과제를 토대로,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다. 여기에는 햇빛과 바람이 연료로 쓰이기에, 날씨에 의해 발전 여부와 발전량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이 해를 가리면 태양광발전이 되지 않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지 않으면 전기가 생산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정확하고 상세한 에너지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전력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기상정보에는 제공되지 않던 발전단지 위치의 일사량 예측정보, 풍력발전기 높이에 해당하는 약 80~220m 고도의 바람 예측정보 등을 필요로 했다. 기상청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전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관련 기관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재생에너지 맞춤형 기상지원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과 천리안 기상위성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신뢰도 높은 일사량·바람 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실증 발전단지 기상관측장비의 관측값과 예측값을 비교·검증하며 기술을 개선해, 내년 하반기부터 에너지기상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 세계 기후위기 극복과 각국의 경제 성장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하늘과 자연이 가져다주는 소중한 친환경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와 직결될 것이다. 기상청은 몇 시간 후부터 며칠 후까지의 일사량과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에너지 기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기상청도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EE칼럼] 진짜 RE100은 솔선수범에서 시작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갖는다"라는 프랑스어다. 이 표현은 오늘날 사회 지도층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조할 때 종종 사용된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 100%(RE100)'이다. 최근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RE100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대대적 전환을 요구하며, 이는 국민과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과 삶의 변화를 수반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논란이 있는 RE100 정책을 주창하는 리더들은 말로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을 통해 RE100의 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목표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환경부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장관이 자신의 임기 동안 'RE100 리빙랩(Living Lab)'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과 자택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는 실험이다. 옥상이나 주차장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갖추는 것이다. 냉난방, 조명, 컴퓨터는 물론 출퇴근 차량까지 모두 이 시스템에 연동하고, 실시간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불편과 한계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서류상으로만 RE100을 맞추는 거다. 실제로는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해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고 주장하는 방식은 진짜 RE100이 아니다. 이러한 행태는 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4년 초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204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공언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그 이행 방식을 살펴보니, 공장과 사무실 운영은 가스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실제 소비지가 다르고, 생산 시간과 사용 시간도 맞지 않아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기업의 전력 비용만 늘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마치 진짜 RE100인 것처럼 포장되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가 조성할 RE100 산업단지도 원자력이나 가스 발전은 배제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ESS만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진짜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ESS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 소비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E100을 강력히 주장하는 언론사와 환경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사는 자신들의 주장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겪어보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언론사는 신문 인쇄기, 방송 장비, 데이터 서버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흐리고 바람 없는 날에도 취재와 편집, 송출에 문제가 없는지,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직접 겪어보고 그 전 과정을 독자에게 솔직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도 사무실 운영과 모든 활동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로 인한 장단점과 소요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변화는 책임지는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 언론, 환경단체 등 사회 지도층이 RE100의 가능성과 한계를 일상의 실천으로 보여준다면, 국민과 기업은 이를 현실적인 목표로 받아들이고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진짜 RE100을 할 때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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