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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새정부의 과제

핵심광물은 국가 경제 및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며, 공급망 교란에 취약하고, 제품 제조 시 부족하면 경제 및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광물을 말한다. 미국은 이와 더블어 자국의 국방 및 국가 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간주되는 광물도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은 제조 산업에서 핵심광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2017년 행정명령으로 핵심광물 목록을 작성하고 2021년부터 공급망 조사에 나섰다. 특히 2023년에는 30개 행동전략을 수립해 북미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의 목표는 핵심광물의 조사를 통해 자원의 수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및 정부기관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EU는 2008년 “원자재 이니셔티브"를 마련해 3년마다 갱신하고 있으며 2023년 3월에는 핵심원자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 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동 법을 근거로 주요 정책 프로그램 선정 및 핵심 원자재 모니터링, 재활용 확대, 국제협력 증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은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의 수출 통제 등을 통해 수급 안정성 및 공급망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은 핵심광물 자원의 국가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부 자원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희토류를 국가 소유로 규정하고, 자원 관리와 개발 수준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또한 파키스탄, 칠레, 러시아 등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에 있다. 우리나라는 2023년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경제와 전략 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관리가 필요한 33종을 핵심광물로 지정했다. 또한 2024년 “국가 자원안보 특별법" 제정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 전략을 구체화하였다. 특히 전기차·이차전지·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10대 핵심광물을 우선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주요 목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재자원화를 통해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또한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자원개발 정보 제공을 통해 위기 대응을 높여 나가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EU·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부존 광물의 종류가 극히 적으며 경제성 또한 낮다. 따라서 국내 주력 산업에서 활용되는 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코발트·마그네슘·망간·리튬·네오디뮴 등 이차전지와 전기차에 관련된 핵심광물의 글로벌 공급망 편재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네슘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국내 연간 수입액 또한 글로벌 연간 교역액의 5%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내 산업 내 수요가 높은 광물이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 확보에 있어 지정학적 문제도 큰 편이다. 2017~2023년 기간 한국·호주·캐나다·EU·영국·일본·미국 등 7개국의 47개 핵심광물에 대한 대중국 수입에서 갈륨·흑연·희토류 등의 품목이 급격히 감소하였으나 이는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나 수출 규제 등으로 발생한 중국의 공급망 교란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중국의 공급망 교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핵심광물 공급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분석해 새 정부는 보다 실용적인 공급망 전략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재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핵심광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는 경제 안보상 중요 관리 품목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기업(특히, 중소기업) 등이 필요한 광물 중심으로 단계별 체계화가 필요하다. 둘째, 비축도 중요하지만 필요시 방출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아울러 공급망 관련 기금이 실효적으로 집행 되도록 각종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경우 기업이 적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주요국과 공급망 관련 정책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자원부국에 대한 중복 투자를 피하려면 주요국 간 정책 방향을 상호 조율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해외에서 우리의 자원영토를 넓혀야 하며, 큰 틀에서 민간 중심으로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 다섯째, 정부의 자원외교가 필요하다. 정상급, 실무진-중간 책임자 간 외교를 통해 자원개발에 나서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정부가 나서 전략적 협정 및 협력을 체결하고, 광물탐사 및 개발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새 정부는 핵심광물 공급망 관련 정책을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 정책을 보완해 실천 가능한 정책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강천구

[EE칼럼]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그리고 에너지 자원개발...새정부에 거는 기대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문제는 서로 떼어 분리해서는 조화로운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과거 정부를 통해 경험해 왔다. 이번 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정책 추진을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연계해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후와 에너지 문제의 바탕에는 자원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화석연료의 지나친 사용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화석연료가 전 세계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간이 갈수록 우세하다. 지구의 기후변화와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그만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방적 희망이 아닌 합리적인 기후와 에너지 전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꾸준한 준비와 장기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간의 관세정책, 국토분쟁, 희토류광물 수출금지 등을 둘러싼 분쟁만 보더라도 에너지자원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즉, 강대국 조차도 자원개발을 통한 최소한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안정적 공급 노력은 중단 없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93%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과거 정부에서 잘못 추진된 사업 또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사실만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등한시하거나 골치 아픈 문제라고 외면하고 버린다며 국가 차원의 중요한 에너지자원 안보를 나 몰라라 하는 또 다른 무책임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국내의 1차 에너지 공급 측면을 보면 10년 전과 비교하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석유는 38%에서 39%로, 석탄은 30%에서 22%, 천연가스 15%에서 20%, 원자력 12%에서 13%, 신재생은 5%에서 6%로 구성이 변화하였다. 화석연료의 비중이 83%에서 81%로 10년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만큼 에너지전환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것이다. 탄소배출과 미세먼지를 수반하는 탈석탄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 주었지만 탈원전은 결국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구성원의 공감대가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좁은 국토 면적과 입지 조건상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사실과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 구성과 소비량 예측이 아마도 세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기후변화가 완화되거나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의 국가 산업경제와 안정적인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점점 불확실해지는 탄소중립 시대에 여전히 에너지원의 2/3 이상을 차지하게 될 화석연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인 확보 전략이 없으면 절름발이 에너지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자원은 일부 국가에만 부존하고 있는 부존의 편재성이 크며 이는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분량의 에너지자원을 마음대로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기후환경 및 에너지시스템 구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변화와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바탕 위에 에너지시스템의 조화가 필요하다. 기후환경과 에너지, 에너지원 구성, 자원개발과 공금망의 조화 등이 함께 고려되어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장기적인 계획하에 정권교체를 넘어서 꾸준히 추진되어야 희망과 미래가 있다. 신현돈

[EE칼럼] 원전이 안전하면 사고가 왜 나냐고 묻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며칠 전인 5월 23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4개의 행정명령에 동시에 서명하면서 25년 내에 미국의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이겠다고 공언하면서 비과학적이거나 불필요한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을 행정명령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대로 실행이 된다면 앞으로 규제 정책과 행정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미국과 세계의 에너지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상세한 내용이 맞는지 틀린지를 논하기에 앞서, 에너지 자원의 분포 및 개발, 관련 기술 동향 및 각국의 과거 기록과 현재 상황까지 온갖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이 무슨 이유로 이런 의사결정을 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은 지난 70년에 걸쳐 100기가 넘는 자국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와 270기가 넘는 군사용 원자로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국가이다. 자신들의 운전기록과 타국에서의 이력을 종합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원자력 에너지를 4배로 늘이겠다는 공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 우리나라의 유력 정치인이 '원자력발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는 왜 난 겁니까'라고 물었던 것과 크게 대비가 된다. 필자를 포함해 평생을 원자력발전소의 위험 요소만 쫓아다니며 연구한 많은 과학자들이 원자력 안전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확신하는 것과는 달리,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렇게 안전하면 사고가 왜 나는가'라는 질문에 더 쉽게 공감이 될 것이다. 만약 일부 비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원자력발전이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되고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화장실 없는 건물을 짓는 겪이라면, 모든 정보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미국은 왜 원자력을 4배로 늘이겠다는 결정을 하고 그것을 당장 실행하기 위해서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일까? 원자력발전의 역사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원자력에너지를 평화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한 것에서 시작하였고 이제 7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전 세계에서 군사목적이나 연구목적이 아닌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것은 딱 3번 뿐이다. 미국의 TMI-2 사고,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가 그것이다. 체르노빌의 원자로형은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된 원자로가 아니다. 서방세계에서라면 건설허가도 받지 못할 출력폭주 가능성이 있는 원자로가 구 소련 체제 하에서 건설된 것이다. 그 와중에 비상전원인 디젤 발전기가 엄격한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자 원자로에 연결된 터빈으로 대신해 보려고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실험으로 인해 안전의 제1원칙인 노심제어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바로 전력생산에 투입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소련에서는 튼튼한 격납건물 짓지 않고 일반 건물에다가 원자로를 넣었다. 따라서 출력폭주에 의해 수천도로 과열된 카본이 수증기와 반응하여 폭발을 일으키고, 일반 건물은 이를 전혀 견디지 못했으니, 원자로 내부에 있단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대량 유출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 카본에 붙은 불을 끄던 소방관들, 소방헬기로 위에서 물과 시멘트를 뿌리던 운전원 수 십명이 사망한 초대형사고가 되었다. UN의 체르노빌사고의 건강영향 25년 추적연구를 책임졌던 의사를 만난 일이 있는데, 주변 지역에서 소아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 가능했다고 하였다. 이 타입의 원자로는 서방세계에는 지어진 적도 없고 이제는 구 소련지역과 동유럽에서도 완전히 퇴출되었다. 2011년의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재해가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최초 타격인 지진에는 설계된 대로 잘 견뎌냈는데, 뒤따라 온 쓰나미로 인해 며칠씩이나 이어진 장기 전원상실이 발생하자 전기없이 노심 냉각을 유지하지 못하여 결국에는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난 것이다. 우리나라 주력노형인 PWR과는 다른 BWR형태의 원자로라서 냉각 스팀을 외부로 방출할 수가 없었고 대형 격납 건물도 없었기 때문에, 격납건물 바깥쪽에 수소가 모이게 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 용융과 구조물 손상이 동시에 발생한 사고이다. 방사선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많기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소개되는 등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 1979년 발생했던 TMI-2호기 사고는 우리나라의 주력노형과 같은 PWR형 원전에서 발생한 것이다. 정비규칙 위반 – 지시계 설계 불량 – 부실한 운전원 교육 – 안전규칙 위반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다중 인적오류로 인한 사고이다. 마지막에는 운전원이 착각을 하여 자동화된 안전 시스템을 모두 수동 정지시키고 원자로를 사고가 나는 쪽으로 운전해 가서 결국에는 노심이 녹는 일이 발생한 어이없는 경우지만, 대형 격납건물과 안전설계 덕분에 방사선은 외부로 누출되지 않아서, 바로 옆의 TMI-1호기는 최근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 정도다. 그렇게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면 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가 나냐고 묻기 전에, 어째서 이 3가지 사고의 결과가 이렇게나 달라졌는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과학적 사고를 해 보면 각각의 경우가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과학의 시선에서 보아야 왜 미국이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저런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전기요금 개편, 정권 초기의 ‘정치적 여유’를 활용해야

전기요금은 정말 '전기세'일까?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021년에 있었다(사건번호 2017헌가25). 한 시민이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전기요금을 사실상 조세와 유사한 강제적 부담으로 간주하고 헌법상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고, 관할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헌재는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대가'일 뿐, 반대급부 없이 부과되는 세금과는 다르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법적으로는 분명한 구분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많은 국민이 여전히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른다. 그 인식의 배경에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어떤 사안이 익숙한 이미지와 닮았을 경우, 깊이 따지지 않고 같은 범주로 인식하는 성향을 뜻한다. 전기요금은 공공기관이 고지하고, 납부를 피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정부 정책과 연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은 전기요금을 '요금'이 아니라 '세금'처럼 받아들이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실제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스웨덴 웁살라대와 동핀란드대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치러진 선거들을 분석한 결과, 전기요금이 인상될 때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의 득표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높은 지역일수록, 탈 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주류 정당보다 그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요금 인상이 단지 경제적 부담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반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정치권도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2024년 총선 모두 여야 정당 간 격차는 5%를 넘지 않았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수백~수천 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최근까지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유권자들에게 가장 직접 체감되는 민감한 영역인 만큼, 주로 산업용 전기요금만을 선택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2024년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대비 약 60%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철강, 시멘트, 디스플레이, 섬유 등 전기요금에 민감한 업종들의 전기료 부담은 평균 36% 이상 증가했다. 기업들은 한국전력을 통하지 않고 민간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전력직접구매제도(PPA)를 확대하거나, 자체 발전설비를 구축해 독립적인 전력망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계는 더는 버티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3일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가 선거 기간 중 약속한 주요 에너지 공약들,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원 체계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 조성 등은 모두 인프라 구축과 막대한 재정 투자를 동반한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의 추가적인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에만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지속이 어렵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도 일정 수준에서 조정을 검토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요금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공정한 부담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전체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부에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에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절호의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 권력 지형을 보면, 여당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과반을 확보하고 있고, 당분간은 대형 선거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중장기적 정책 추진에 필요한 정치적 위험이 낮은 시기라는 뜻이다. 단기적인 표 계산에 얽매이지 않고, 그간 미뤄져 왔던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얘기다. 특히 전기요금 체계의 합리화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정권 초기의 '정치적 여유'가 있을 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 동력은 떨어지고, 이해관계의 얽힘은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적 설득과 제도적 개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김재경

[EE칼럼] 에너지 안보와 한국의 대응

최근 국제 정세 불안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인도·파키스탄 전쟁 및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이는 각국의 에너지 안보를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 전쟁과 관세 폭탄은 이러한 우려에 불을 지폈으며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 심화,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대응 전략 마련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석유, 핵연료(우라늄)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REPowerEU 로드맵'을 발표했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종식하는 동시에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협박, 경제적 강압, 그리고 가격 충격의 위험을 잔혹하게 드러냈다. REPowerEU를 통해 에너지 공급을 다각화하고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유럽의 기존 의존도를 대폭 줄였다. 이제 유럽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와의 에너지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할 때이며, 우리 대륙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되며 크렘린의 군비 증강에 간접적으로 기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 같은 로드맵에 기반한 구체적 법안을 6월 중 제시할 예정이며, 2022년 5월 발표한 REPowerEU 계획 보다 강화된 에너지 효율화 목표 설정 및 수입 다각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21년 1,500억 입방미터(bcm)였던 러시아 가스 수입량을 2024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점유율도 45%에서 19%로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4년 EU는 여전히 520억 입방미터의 러시아산 가스와 1,300만 톤의 원유, 2,800톤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한편, 중국은 조용히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를 통과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2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설비용량을 넘어섰다. 3월 말 현재, 중국은 1,482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설비용량 1,451GW를 앞서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전 세계 발전설비 용량(IRENA) 8,884GW 중 36.7%인 3,256GW가 중국에 있으며 매년 중국의 점유율은 2~3%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설되는 발전설비 용량에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Ember) 452GW 중 중국 점유율은 61.5%인 278GW이고, 풍력은 113GW 중 80GW로 70.5%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풍력 발전설비용량은 6배,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180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던" 중국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미국 등 많은 서방 국가들이 이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중국은 에너지 패권이 화석 연료에서 전기로 옮겨가는 에너지 전환기에 있어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2024년 공개한 '에너지 수급 및 효율 현황'을 보면, 에너지 자립도(2021년 기준)는 OECD 평균인 0.85보다 크게 낮은 0.18로 OECD 최하위권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또한 2024년 93.7%이고 에너지 수입액은 약 230조 원(2025년도 국가 예산은 677.4조 원)에 달한다. 2024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9.58%에 불과해 세계(31.9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5.09%), 심지어 아시아(28.91%), 아프리카(24.64%)의 평균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세계 에너지 통계(Enerdata)에 따르면 2023년 원유 수입국 3위, 석탄 수입국 4위, 가스 수입국 4위다.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에너지 안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환경 파괴를 넘어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원 다변화 및 핵심 기술 개발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에너지 절약 실천 등이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다.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경제적 안정성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다. 새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산업계, 국민이 하나 되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E칼럼] 올해 여름 무더위는 어떻게?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해의 기록적인 폭염의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상당수의 국가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악영향을 체험하였다.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작년의 더위는 미리 준비하여 대응할 시간이 모자랐다. 그 덕분에 국민들은 올해 초부터 이번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대형 에어컨을 추가로 구매하고 있으며,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여 냉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현재 가정용 전력 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아예 복지 차원에서 '냉방용 전기 사용 보장'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들은 십여 년 이상 진행해 온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과는 사뭇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들 기후변화가 진짜이며 매우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당장 올해 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청정에너지 생산이나 에너지절약과 같은 방법보다는 에너지를 더 많이 그리고 저렴하게 사용하고자 하는 쪽으로 선택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방법은 자신들과 먼 이야기이거나 선택이 매우 어려운 옵션들이며, 당장 더위를 해결하는 것이 온실가스 등 원인의 해결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 전문가나 환경단체들이 국가 전체적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변화대응 방안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막상 실제로 국민이 체험하게 되는 기후변화 적응하는 방안이나 국민 개개인이 이행할 수 있는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고 실천하는데 소홀히 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개인용, 가정용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를 위한 보급보조사업은 진작에 FIT, RPS 등 사업자형 보급 사업에 밀려서 보조금의 규모가 매우 축소되었으며 집집마다 설치가 가능한 패시브 하우스 시설 등은 사실 대규모로 개축하기 전에는 적용이 어렵다. 전기 오토바이는 길거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며 자전거는 오히려 전기를 더 사용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대처하기 위한 정책은 원래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억제하는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맞추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해 가는 적응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농수산물 분야는 이미 온도변화에 따라 큰 변화가 일어났으며, 이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품종 기술개발과 생산방식의 변경, 그리고 적응을 위한 교육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는 가정과 상업 및 중소기업 산업현장에서 국민이 선택하기 쉬운 기후변화 적응 방안을 국민이 손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AI가 모든 분야의 화두이지만 에너지의 소비에서는 스마트한 선택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 중에서 선택만이 가능하다. 국민은 지난해 여름과 같은 불볕더위가 또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적응할 방책을 모르니 결국 더 큰 용량의 에어컨을 구매하면서 전력 요금은 더 많이 깎아달라고 하는 에너지 복지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만다. 최고기온이 35~40도에 달할 때 국민은 어떻게 냉방용 에너지소비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냉난방 기간 또는 온도 제한, 차량 십부제 또는 제조업이나 상점의 냉방 억제 등 20세기형 정책은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냉방을 충분히 못 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스마트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적절한 적응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첨단기술을 적용하여 스마트한 소비생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야말로 매우 필요한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고 에너지 복지 대책일 것이다. 이런 방안들이 현실이 되는 시기가 빨리, 가급적 올해 여름 무더위가 오기 전에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EE칼럼] 알래스카 LNG를 둘러싼 논쟁

한국 정부가 6월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 대선 기간과 겹친 행사에 정부가 참석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미국이 알래스카 LNG에 보이는 관심을 외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은 일본과 대만에도 초청장을 보냈다. 이 행사엔 미국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투톱인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참석하며 리 젤딘 미국 환경보호청장 등이 연사로 나선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각별히 관심을 보이는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전방위 노력과 압박을 병행할 것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보는 시각은 양분되어 있다.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이유로는 경제성이 있다. 440억달러(약 60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으로 얼어붙은 동토에 1300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프랑스 언론 les echos는 석유·가스 산업에서 누구도 3%의 수익성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젝트 실현 가능성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교체로 프로젝트 운명이 급변하는 것도 리스크다. 이미 트럼프 1기에서 추진했었던 이 프로젝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응, 야생동물 보호구역 환경 파괴와 알래스카 원주민·환경단체 반대 등의 문제로 중단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전임 바이든 정부의 IRA 보조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배터리 제조사 삼성SDI, SK온, LG에너지 솔루션 등은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128억 달러를 투자했다. 반면 알래스카 LNG를 또 다른 한국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러시아와 카타르의 LNG는 후티 반군과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홍해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간다. 이는 러시아의 유조선이 홍해를 통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홍해의 LNG 길목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이며, 다른 국가를 우회시켜 이익을 얻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알래스카 LNG는 빠르면 1주일 안에 한국에 도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알래스카주 댄 설리번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국, 일본, 대만이 알래스카 LNG를 수입한다면 미국 해군이 이를 호위해줄 것"이라며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구동토층 파이프라인 건설 난제 극복은 한국의 또 다른 성공사례로 관련 프로젝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 성공은 전례 없이 사막 오지에서 시작한 UAE 원전 건설의 성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비상상황 시 공급 루트 다변화 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시야를 넓혀보면 미국 내 다른 가스사업자들의 프로젝트가 보인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5개 플랜트가 건설되면 트럼프 정부 마지막 해인 2028년 LNG 수출용량은 1억7000만톤이 된다. 굳이 알래스카만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건 사업자도, 구매자도 마찬가지다. 일본 경산성 무토 요지 장관은 수익성과 공급시기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으며 이번 콘퍼런스도 의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대만은 알래스카 LNG 구매의향서를 체결했음에도 트럼프의 32%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이 알래스카 LNG에 참여한다면 소극적으로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본과 대만까지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더 크게 보면 알래스카 LNG는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세계는 에너지 위기 이후 저렴한 에너지원 경쟁에 돌입했다. 정책당국으로서는 개별 연료원의 안정적 공급만큼이나 이를 반드시 저렴하게 조달해야 하는 미션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협상하더라도 알래스카 LNG는 에너지 공급 가격을 올릴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는 알래스카 프로젝트 실현을 위해 한국을 압박할 것이다. 적극적 참여와 프로젝트 거부의 중간 지대 어딘가 서 있을 한국은 이럴수록 신중해야 한다. 이미 천연가스 가격이 결정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국인 중국, 미국보다 비싸고 격차가 벌어질 것이며 이는 애초 알래스카 LNG 협상 레버리지였던 제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EE칼럼] 곪으면 터진다

코로나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뉴스에서는 물가 안정세라고 하지만 아직도 장바구니 물가는 높다고 체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4년 소비자 물가 지수는 3.2%이지만 22년은 5.1%, 23년 3.6%다. 하락하는 추세이기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농식품, 가공 식품 그리고 외식비가 높다고 생각한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경제성장도 안 좋다. 한국은행이나 KDI는 올해 성장율을 1%에서 0.7% 내외로 잡고 있다. 그 이유는 트럼프 관세, 정치적 불안 가중, 중국의 엄청난 기술 속도 등등, 모든 상황이 한국에게는 위기다. 한국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하여 전력이나 물요금 만큼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면서 조금씩 전력요금을 올리게 되었다. 그것도 산업용에 국한하였다. 2021년에서 2022년 동안 한국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21.1% 인상하였지만 이탈리아는 702.7%, 영국은 173.7%, 일본 44.1% 인상하였다. 영국은 '21년 한해 동안에만 전기 판매사업자 30곳이 파산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부채가 급증한 EDF를 완전 국유화하였다. 하지만 전력 요금이 현실화 되지 못한 이유로 한전은 2024년 말까지 34.7조원 누적적자와 200조 이상의 부채를 안게 되었다. 이러한 적자는 투자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된다. 한전에 따르면 2024년 말 유동 금융부채는 44조 4,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조원 증가했다. 이자 비용은 2024년 4조4,516억원에서 4조6,650억원으로 2000억원 늘었고, 현금성 자산은 2조 3,829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그러나 2033년까지 원자력 발전과 양수발전소, 신재생에너지 등을 위한 투자가 17조 5,069억원 남아 있다. 2024년 투자비 집행률은 91%로 이연된 투자도 진행해야 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행을 위해 2038년까지 350조원을 투자해야 하며, 송배전망에만 100조의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2024년 투자집행 실적에서도 송‧배전망 건설에 5조 4,633억원, 유지보수에 2조 5,174억원 등 약 8조원을 사용했다. 이는 전체 투자 금액의 47%에 해당한다. 투자 지연은 결국에 한전의 주가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에 대한 정책이 추진되면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전력 요금의 현실화를 미룰 수 없다. 곪을 대로 곪은 종기는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적기에 수술하지 않으면 더 어려워 진다. 영국은 발전․판매부문이 자유화되어 두 개를 겸업하는 6개사가 판매의 73%를 점유한다. 가스, 전력 시장위원회가 일반 가정용 판매 전력에 한해 요금 상한제를 도입중이지만 이외 소비자는 자유 요금제를 운영중이다. 독일은 4대 전력회사 중심으로 소규모 시영과 민영회사들이 운영 중이다. 다수의 판매회사가 복수의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어 판매 사업자를 교체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07년 판매시장 전면 개방후 요금 규제가 전면 폐지되었다. 현재는 발전원별 요금 고정 옵션에 따른 다양한 자유 요금제다. 프랑스에서는 '07년 소매시장을 전면 개방하였으나, EDF사가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에너지 규제위원회에서 주택용 등 소용량 고객에 한정적으로 규제요금을 시행하고 있으나, '25년 일몰 후 전면 자유 요금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일본은 '16년 발전 및 소매시장 전면 자유화로 10대 전력사를 포함한 다수 판매사업자들의 출현과 모든 소비자가 다양한 자유 요금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50kW 미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규제 요금을 유지 중이며, 판매사업자는 초고압 및 고압 소비자 대상으로 맞춤형 요금제의 설계가 가능하다. 가장 좋은 의사는 병을 예방하는 의사이고, 다음은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이다. 나쁜 의사는 시기를 놓치어 병을 더 크게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전력에 관한한 예방은 지나갔고, 이미 시기를 놓쳤다. 시기가 더 늦어져서 회생 불능이 되기 전에 바르게 수술하는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EE칼럼]에너지는 경제, 산업, 기후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는 우리 사회와 현시대의 주요 의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고 그에 대한 제 정당과 후보의 견해가 공표되어 서로 토론하고 유권자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경쟁하는 한마당이다. 이번 선거는 워낙 정치적 이슈가 크게 작용하여 여타의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공약과 티비 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유권자들에겐 고르는 재미가 있다. 집으로 배달된 공보물과 티비 토론을 통해 밝혀진 각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보며 어떤 시각으로 관전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았다. 첫째,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다. 에너지는 말 그대로 '일을 하는 힘'이다. 우리 몸이 음식을 먹고 화학적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면 살 수 없듯이 우리 경제도 에너지를 통해 작동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중 4위인 한국전력을 비롯해 12개의 기업이 에너지 관련 산업체들이다.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돌릴 수 없으니 경제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의 매장이 빈약하여 현재 93%에 이르는 1차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보니 국제 유가와 수급 상황에 따라 산업 활동이 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에너지 정책의 가장 우선 순위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1980년대 초반 '대체에너지촉진법'을 제정하고 2000년대 초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이름을 바꾸어 시행하고 있다.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자립에너지로 재생에너지가 자리잡은 지 이미 20년 이상이 흐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공급이 줄어든 유럽이 더 비싼 미국의 가스를 들여오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그동안 확대해온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도 빠르게 전개되었다. 국제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국내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산업은 1990년대 태동기를 거쳐 21세기가 되면서 중심권으로 진입하였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한화가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여 상위권으로 진입하였으며, 해양 석유시추 관련 시설의 제작 경험을 가지고 있는 조선산업은 해상 풍력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로 삼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0년대가 되면서 재생에너지산업의 수출액은 원전을 뛰어넘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총 수출액이 원전산업 수출액의 26배가 되었으며 산업 종사자수도 4배에 이르는 수준이 되었다. 정부의 정책과 공공자원의 투자는 현재 시장의 수준과 장래성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아직도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산업에 투자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판단이다. 둘째, 에너지는 기후이다. 에너지가 기후변화의 주요 변수가 된 것은 화석연료의 태생적 한계이다. 화석연료는 탄화수소화합물이 연소하면서 에너지를 내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한다. 그리고 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를 가져와 지구온난화가 초래되었다. 요즘 초여름 날씨가 예년보다 낮은 이유도 온난화로 인해 북극 기단이 느슨해진 까닭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인류의 생활을 위협하기 시작했으며 세계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량을 '영'으로 만들기 위한 '넷제로'에 합의하였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을 3배 증가시키기로 하였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또다시 탈퇴하였다. 아들 부시의 교통의정서 탈퇴에 이어 트럼프는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 뛰쳐나간 것이다. 세계 1위의 산유국인 미국은 대통령에 따라 탈퇴와 가입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재생에너지 보급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보다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2배를 상회한다. 대통령과 관계없이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에 가입하였다. 자신들의 제품이나 용역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하기 위해 납품이나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사용 증명을 요구한다. 유럽연합은 그동안 기후변화대응 비용을 지불해온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세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의무이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한 제조 공장을 국내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절대적인 사안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에너지는 경제이고 산업이고 기후이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한

[EE칼럼]열요금 규제 개편,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부터 확보해야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열요금 규제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민간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원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한국지역난방공사(한난)의 열요금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만 요금을 설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기존의 신고제를 실질적인 인가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민간사업자들이 연료 직도입 등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 LNG를 공급받고 있으나, 이로 인한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얻고 있는 과도한 초과이익의 문제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이 옳다고 해서 과정과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우선, 현행 집단에너지사업법상 민간사업자에게 원가자료 제출을 강제할 법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정부도 인지하고 있기에 원가자료 제출을 '자발적 선택'으로 두면서,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처벌성 조치로 요금을 강제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법적 정당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규제를 사후적으로 갑자기 바꾸는 방식이 민간사업자들의 규제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민간사업자들은 현행 규제 환경하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투자를 결정했고, 이에 따라 효율적 운영을 해왔다. 그런데 정부가 사후적으로 초과이익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바꾸어 버리면, 이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앞으로 투자나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규제의 신뢰성 손상은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업자들의 투자 위축과 운영 효율성 저하는 결국 소비자에게 품질 저하와 서비스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를 고려할 때에도, 사업자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규제 환경이 필수적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적 결정과 규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책 목적에 따라 규제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손상될 우려를 낳는다. 특히 집단에너지처럼 민간 참여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규제기관이 정치적, 행정적 영향력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정책적 목표와 규제 목적이 충돌할 경우, 결국 시장의 신뢰성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정책과 규제 기능은 명확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독립 규제기관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오직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에서도 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을 통해 규제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개편을 추진함에 있어서 정부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참여자들이 새로운 규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과 단계적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민간사업자들이 규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더불어 규제 체계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가 자료 제출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하게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기밀이 적절히 보호될 수 있는 환경에서 투명한 원가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민간사업자들의 초과이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 체계 개편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그 과정과 방식이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규제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라는 최종 목표까지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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