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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멈춰진 진실: 대한민국의 123일과 AI의 교훈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 12월초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발의,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다다르는 123일 동안 대한민국은 극도의 혼란과 법적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대중의 불안과 추측이 난무하는 사회적 긴장과 금융 및 경제의 침체속에 정치적 분위기는 극도로 얼어 붙었다, 한국 현대사의 이 모호한 시기에, 하나의 질문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사회 곳곳에서 메아리쳤다. “나는 멈추어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I am stopped, but what shall happen around us?)" 한국이 민주주의 제도의 역할과 법적 해석을 둘러싼 내부 논쟁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글로벌 인공지능(AI)은 역사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OpenAI가 다중모달 기능을 크게 개선한 언어모델을 발표했고, 유럽은 'AI법(AI Act)'을 제정하며 글로벌 규제를 선도했으며, 중국 등 여러 나라는 국가 차원의 AI 거버넌스 체계를 빠르게 구축해 나갔다. 이미 많은 국가들이 산업 자동화와 정책 수립에서 AI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며 혁신을 이어갔지만, 한국은 내부 논쟁과 사회적 양극화에 휩싸여 한발짝도 꼼짝 못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멈춰진 상황은 우리 사회가 가졌던 기존 제도에 대한 믿음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진실을 회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되찾기 위하여 시민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게 하였다. 모든 AI 연구자들이 알고 있듯이, 대형 언어모델은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일으킨다. 이 모델들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거침없이 자신있게 생성한다. 이는 모델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학습 데이터에 기반하여 개연성 높은 다음 단어들을 예측한 결과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이를 '기억의 혼동(confabulation)'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외상, 불확실성, 상충되는 정보에 직면했을 때, 심리적으로 이해 가능한 형태로 기억을 재구성한다. 이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123일 동안 양극화된 해석들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어떤 이들은 탄핵 절차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또 다른 이들은 대통령직의 법적 근거 자체를 문제 삼았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긴장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결국 헌법재판소는 판결을 내렸지만, 그 시점에는 이미 여론이 확고하게 양분된 상태였다. 객관적 사실(facts)은 감정적으로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narratives)들과 경쟁해야 했다. AI의 환각과 인간의 기억 혼동은 발생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위험을 갖는다. 둘 다 진실 그 자체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AI 연구 공동체는 '환각' 현상을 줄이는 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회적 진실 관리 측면에서도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예컨대, 모델이 문제를 단계별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면 정확성과 일관성이 향상된다(Chain-of-Thought Prompting)든가, 검증된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모델의 출력을 연결하면 사실 기반의 정보를 더욱 견고히 확보할 수 있다(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또한 모델이 지나친 확신을 피하고 불확실성을 명확히 표현하도록 훈련시키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Calibration). 이외에도 극단적이고 의도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모델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전체 시스템의 강인성을 개선할 수 있다(Adversarial Testing) 등이 그것이다. 이들 접근법은 단순한 기술적 기법을 넘어, 하나의 철학을 나타낸다. 즉, 지능의 목표는 단순히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추론'(verifiable reasoning)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기계의 오류가 설계를 통해 줄어들 수 있다면, 인간의 인지적 편향도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집단적 추론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설계를 통해 '시민적 기억(civic memory)'을 개선할 수 있다. AI 연구에서 얻은 영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공공기관은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판결, 정책 변화, 제도 개편 등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가능한 한 공개해야 하며(시민 사고의 연쇄 유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공개 증언, 연대표, 멀티미디어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아야 한다(기억 검색 시스템 구축). 또한 교육을 통해 인식론적 겸손을 장려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만이 아니라 '얼마나 확신해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다(확신 조절 교육). 나아가 공공 담론에서 대중의 서사를 구조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조직된 반론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집단 레드 팀 운영). 이러한 원칙들은 추상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적 인식 회복을 위한 실천적 설계도가 될 수 있다. 한국은 AI 기술을 선도할 역량이 충분하다. 그러나 진정한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공동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기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비전을 제안한다. (1) 국가 기억 관측소 구축: AI를 활용해 허위 정보의 유통 경로와 집단 기억 왜곡을 추적하는 공공 플랫폼 마련 (2) 인지 건강 지표 도입: 경제적 사회적 지표와 함께 대중의 신뢰도, 믿음의 정확성, 사회적 양극화 정도 등을 정기적으로 측정하여 관리한다. (3) 대화형 시민 AI 시스템 운영: 국가의 사법·역사·행정 데이터에 기반한 대형 언어모델을 활용하여 시민 교육과 공공 담론을 강화한다. (4) 기억의 성찰을 위한 국가적 의례: 역사적 사건에 대해 비판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AI 도구를 활용한 인터랙티브 행사와 다중 관점의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러한 노력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기억"은 곧 국가 기반 시설(epistemic infrastructure)이다. 김한성

[EE칼럼] 기본에 투자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

우리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현대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제한된 재화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예산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에서는 긴급성과 파급효과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서 일의 우선순위와 예산 투입의 규모를 정한다. 선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정량화 지표를 사용하여 결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중요하고 긴급하다고 평가되는 분야인 상위 1~3등에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명아래 넘치는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점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매년 반복되면 4등 이하는 수십년이 지나도 선정되지 못해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숫자로 평가되어 우리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정량화 지표를 믿는다고 치다. 그럼 4등을 하면 4년 뒤에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매년 4등에 해당하는 예산을 받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과연 어떻게 소중한 국가 예산을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인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선택과 집중으로 1~3등에게만 예산과 관심을 주면 항상 일정한 비율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당장 급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분야는 10년이 지나도 예산과 관심은 받을 수 없다. 여기엔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획일주의도 한몫한다. 10가지 분야와 주제가 정해지면 1/N 나누어 배분하는 식이다.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배분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장기적으론 꼭 필요한 일이지만 매번 같은 중요도로 낮은 순위로 평가되는 분야는 수십 년이 지나도 관심과 지원을 받을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이런 분야가 바로 국가 에너지자원 분야이다. 당장은 지원이나 관심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 결과가 쌓이고 싸이면 훗날에 큰 문제가 되는 분야이다. 이런 평가 때문에 일의 본질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정치적인 곳에는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과학기술 연구 분야에까지 확장되어 있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권에 따라 각광받는 연구 분야가 다르고 이에 따라 연구비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연구과제 제목도 정권의 입맛에 맟춰 선호하는 주제어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녹색이라는 단어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라는 말이 들어가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신재생이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자력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필요한 연구분야에서 조차도 정권교체에 따라 연구 분야별로 부침이 있으니 씁쑬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모든 사람이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만 하지 끝맺을 줄 모르고, 시작한 것을 잘 가꾸어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인색하게 되는 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 연구 분야와 유사하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분야가 인력양성과 에너지자원 분야이다. 국가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에너지자원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민간기업은 손실에 오랜 기간 노출되면 기업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춰 투자할 수밖에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석유가스 및 각종 광물을 포함한 자원가격은 15년 내외의 긴 가격변동 주기를 갖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자원빈국은 민간기업보다는 공기업을 내세워 에너지자원의 확보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점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한 보여주기식 성과와 인내심 부족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해외자원개발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기업의 실력도 외부 요인도 아닌 정부의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있다. 앞으로의 성패도 이런 유혹을 어떻게 없애느냐에 달려있다. 기본에 투자 없이는 국가의 밝은 미래는 없다. 신현돈

[EE칼럼]中 ‘자원무기화’ 대비해 우크라이나 광물개발 참여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등 광물개발 지분 50%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외교의 지향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NBC, NYT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월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침공 이후 그 동안 미국의 군사 지원을 해준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 등 광물 소유권 절반을 요구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약 5,000억 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희토류를 갖기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토록 희토류를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희토류는 대중 관계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거론 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과 생산량은 각각 4400만톤, 27만톤이다. 모두 세계 1위다. 반면 같은 해 미국의 매장량은 190만톤(세계 6위), 생산량은 4만5000톤(세계 5위)이다. 2020~2023년 미국의 희토류 수입량의 70%가 중국산이다. 그래서 희토류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과제가 미국에 시급한 이유다. 현재 전 세계 흐름은 전기화이고 전기화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의 모터 및 배터리 같은 핵심 기술개발에 희토류의 사용이 불가피해 졌다. 하지만 희토류 채굴은 환경파괴, 자원고갈, 매장지역의 편재성, 국제적 갈등 등이 심각한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풍력터빈, 로봇공학, 드롯, 방위산업 등의 다양한 기술에 사용되며 대부분이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다. 2023년 유럽연합(EU)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에 대한 수요는 유럽에서만 2030년까지 지금보다 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까지 희토류를 대체할 광물이 없다는 것이다. 희토류에 대해서도 영구자석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희토류는 중국에 가장 많이 매장되어 있다. 이로 인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게임임을 세계가 깨닫고 있다. 결국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필요한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및 광물자원 지분의 절반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냈다. 제안서는 “재건 투자기금 협정" 초안이다. 우크라이나는 EU가 지정한 34개 핵심광물 중 희토류, 리튬, 티타늄, 천연흑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광물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광물 생산 기준 24위, 생산 가치 210억 7300만 달러(약 30조원)로 전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전체 석탄 매장지의 63%, 석유 매장지의 11%, 가스 매장지의 20%, 금속광물 매장지의 42%, 희토류. 리튬을 포함한 주요 광물의 33%가 전쟁 지역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미국은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자원개발과 관련해 광물자원 채권 수입의 50%, 자원 수익화와 관련해 제3자에게 부여되는 모든 신규 허가가 지닌 경제적 가치의 50%, 해당 수입에 대한 유치권 등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수출 가능한 광물에 대한 우선 매수 청구권도 요구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는 협약에 따른 채무나 가압류 조치에 대해 국가 면세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은 우크라이나 방위에 기여하지 않은 국가는 재건기금을 통한 투자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재건 사업비 배분을 총괄 관리 하겠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재건 비용을 마련한다는 기금의 목적이 뚜렷하다면 고용을 창출하는 측면에서 이익이 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온 점에서 재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광물개발에 참여하는 것이다.한국과 미국이 서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맡아 우크라니아 광물개발에 뛰어 든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와 미국의 최대 과제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넘어서는 일이다. 중국은 희소광물을 무기 삼아 무역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인 캐나다에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이유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따라서 우리도 핵심광물의 확보는 국가안보에 직결 된다. 미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보여주는 자원 확보 경쟁은 각국이 생존과 직결된 전쟁을 수행하는 것으로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원이 없는 우리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려면 반드시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광물개발은 우리 산업 발전에 있어 다시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민간과 공기업, 정부가 함께 우크라이나 광물개발에 참여했으면 좋겠다. 강천구

[EE칼럼] 용접공과 원전 르네상스

최근 원전 업계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에너지 위기 이후 세계는 원전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원전에 거리를 두고 있다. 다수의 서구 국가가 원전 밸류체인 붕괴로 예산 내 적기 시공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원전 르네상스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건 숙련인력 수급 문제다. 2023년 파이낸셜 타임즈는 프랑스 원전 용접 가능 인력이 500여 명에 불과하며 원전 유지 보수를 위해 미국에서 100여 명의 숙련 용접인력을 불러와야 했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1000여 명의 숙련인력이 필요하지만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까지 최소 7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숙련인력 입장에선 굳이 원전만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AI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대안으로 부상하는 천연가스의 경우 캐나다에서만 LNG 캐나다,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수백 명의 숙련인력이 필요하며 미국 역시 골든패스를 비롯한 셰일 업계의 동시다발 프로젝트 진행으로 경험 많은 숙련 용접공 수급이 어렵다. 연봉을 4~5배 올려준다고 해도 인력난은 여전하고 배관, 전기 기술인력 추가 부족은 고스란히 공급망 비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골든패스 프로젝트 지연을 선언했고 참여기업 자크리는 지난해 5월 비용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국내에서도 조선, 플랜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숙련 인력난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용접공뿐만이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원전 6기 건설에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감독, 보일러 제작과 전기 기술자 등 총 10만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반복 건설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원전 건설 '기회'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마크롱보다 더 공격적인 20기 원자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는데 에너지 정책만큼은 정파를 뛰어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원전 밸류체인 복구를 원하는 국가들도 이를 뒤따를 것이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세계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물결에서 화석연료 투자 급감으로 인한 셰일과 천연가스, 석탄 보틀넥을 겪었다. 에너지 위기 이후 화석연료 수급 부족으로 유가가 급등했고 미국 셰일에 필요한 프랙샌드와 설비 리스 가격이 3~4배가 급등했음에도 관련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유가가 올라가면 관련기업이 모두 '드릴 베이비 드릴'을 실행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고유가가 아닌 고유가의 '기간'이다. 연봉을 몇 배 더 올려준다고 해도 쉽게 돌아가지 않았던 건 셰일 암흑기에 어렵게 구한 일자리와 터전을 박차고 갈만한 '이유'를 업계가 제시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냐 아니냐로 싸울 때 '모든 산업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밸류체인'은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한국 원전은 1971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중단 없는 건설 경험으로 강력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하고 있고 UAE를 비롯한 해외 원전 적기 시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최근 한미 원전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원전과 SMR 분야에 장밋빛 미래를 그릴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원전 산업 절대 인력 감소, 불가피한 외국인 노동자 활용과 기술 전수, 베이비붐 퇴직인력 활용과 더불어 신규 인력 유치와 양성은 쉽지 않은 과제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주최한 '한미 원전 동맹과 k-원전의 글로벌 선도 전략'에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위기 이후 기후변화가 에너지 안보로 바뀌었듯이 데이터센터와 AI 붐 등 원전에 우호적인 상황이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며 일희일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대로 최근 알리바바 조 차이 회장은 AI·데이터센터 버블을 경고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에 이어 2기가와트 전력을 소비할 미국과 유럽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과잉공급 우려로 철회했다. 기술과 자본만큼 중요한 건 인력 유치를 위한 향후 40년 원전산업의 비전이다. 수축의 시대, 글로벌 에너지원별 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미래에 이 산업에 수십 년 몸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퍼미안 분지로 돌아오는 인력은 같은 이유로 원전산업에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다.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며, 시장 상황으로 얻은 것이 아닌 스스로 일궈낸 비전이 가치를 더할 것이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

[EE칼럼] 전력시장 지역 차등요금제, 소매 경쟁 없이는 허상이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전력산업에 지역별 차등요금제 (LMP, Locational Marginal Pricing)도입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정작 법 통과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전은 LMP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1년 간 하위 규정조차 마련되지 않아 제도가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왔을 정도다. 독점기업 입장에서 자신에게 비용 부담만 지우는 정책에 저항하고 미온적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긴 하다. 사실 소매 전력시장의 경쟁화 없이 지역별 차등요금제라는 반쪽짜리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한국전력이 모든 전력을 독점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지역별, 시간대별로 미세 조정된 가격 신호가 불가능하다. LMP가 본래 목적으로 삼는 송전 혼잡지역 발전설비 회피, 효율적 입지선택, 계통관리 비용 절감 등은 가격 신호가 명확하고 세부적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소매부분의 독점 판매 구조에서 그런 세부적 신호가 전달될 리 없다. 도매시장에서의 발전사업자도 미미한 가격 차등성만 보고 입지를 정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신호가 흐릿한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한전 김동철 사장도 “LMP는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며 정부 방침에 호응하는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말과 계획은 행정수사(修辭)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로 예고됐던 도매 단계 LMP는 기약 없이 밀려났고, 구체적인 시장 시스템 개편이나 시뮬레이션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실제 준비는 지지부진하며, KBS 등 언론에서는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와 수도권 반발 여론으로 LMP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과거에도 송전비용을 지역별로 약간 차등화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끝내 흐지부지된 바 있다. 2013년에 발표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송전요금 차등안에서는 전국을 4개 권역으로 구분해 송전망 이용률에 따라 다른 요금을 부과하도록 했지만, 이조차 시장에 적용되지 못한 채 이론상 방안으로만 남았다. 독점체제에 익숙해진 관성과 정치논리가 개입되면, 어떠한 아이디어도 현실 장벽 앞에 좌초되고 만다. 지금 한전도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론 울며 겨자먹기 식일 것이다. 최근 보도를 보면 산업부가 분산에너지 특구에서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을 거래(PPA)하도록 허용하려던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당초 특구 내 무제한 PPA를 허가해 지역 자체적으로 전력 거래를 활성화하려 했으나, 중간에 “한전 상황을 고려"한다며 결정이 늦춰진 바 있다. 수도권 vs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LMP를 시행한다고 해도, 고작 그 정도 반쪽 적용으로는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애초에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진짜 목적은 보다 정교한 가격 신호를 시장에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를 두 덩이(수도권/비수도권)로 잘라 도매가격만 구분해본들,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비수도권이라 해도 지역별 발전원 구조와 수요 특성이 천차만별인데 일괄적으로 같은 SMP를 적용하면 내부 비효율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전과 석탄이 밀집한 동남권(경북·부산·울산 일대)과 태양광·풍력이 많은 서남권(전남·전북)은 공급 특성이 크게 다른데, 이 둘을 뭉뚱그려 동일 가격을 매긴다면 제대로 된 입지 신호가 나오지 않는다. 또 수도권이라 해도 경기 북부와 서울 도심의 전력사정은 다를진대 한덩어리로 처리해 버리면 미세한 계통 혼잡 비용이나 손실 비용을 반영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 논의되는 3개 권역 LMP(수도권·비수도권·제주) 방식은 시작일 뿐, 궁극적으로는 노드별(발전기별) 가격차등에 근접해가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반쪽짜리 LMP를 도입한다면 해봤던데 별거 없다는 식의 자조감만 들게 하고, 정책 취지는 사라진 채 승자도 패자도 모두 불만인 결과로 끝날 수 있다. 결국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성공은 시장 원리로 돌아갈 용기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나 공기업이 행정 편의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면서 여기저기 민원을 무마하려 든다면 모든 제도는 시작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있다. 어디까지나 정교한 시장 가격으로서 작동해야지,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관치 요금제가 되어선 안 된다. 즉 사실상 전력 소매판매 경쟁 시장을 전제로 해야만 의미를 지닌다. 독점이 지배하는 구도에서는 아무리 그럴듯한 메커니즘도 유령처럼 겉돌 뿐이다. 다양한 소매업체가 지역의 발전 및 전력 소비 패턴과 지역적 여건에 맞는 전력상품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지역별 차등요금이 실제 소비자의 행동 변화로 이어지고, 발전사업자 역시 입지선정과 투자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선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형식적인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 유종민

[EE칼럼]태양광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대개의 산업 분야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는 투입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개별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몇몇 산업 분야에서는 소수의 기업에 의한 독과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사회가 되었고 이를 위해 중앙집중형 관리체제가 발달해 왔다. 그러나 모든 산업 분야가 대량 생산과 관리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 분야는 자연이나 사회 환경의 제약에 의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이루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벼농사가 대표적이다. 벼농사는 무논에서 짓는다. 호남평야의 대농이나 서산간척지의 현대농장 같은 경우는 기업 경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1만평방미터 이하의 소농이 경작하였다. 각지에 산재하는 무논을 대규모로 경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벼농사는 자가 소비도 중요하다. 따라서 벼농사는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어 왔으며 정부는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소농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쌀 수매 제도이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한 쌀 수매제도는 당초 부족한 쌀 수급을 위한 강제 공출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개량 품종에 의해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입이 강요되면서 생산비를 밑도는 쌀 가격을 보전하여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운영되어 왔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시장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나 농협에서 일괄 구매해주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유익한 제도였다. 현재 식생활의 변화와 쌀 생산량의 증대로 제도의 변화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에서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로는 생산비를 보전하는 가격으로 정부나 공적 기관에서 일괄 구매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하였다는 점을 기억하고 가자. 현재 산업 분야 중 다수의 소생산자를 참여시켜야 하는 곳이 바로 태양광 발전이다. 태양에너지는 모든 곳에 골고루 주어진다. 위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낮 시간 동안 지표면 1평방센티미터에 1분 당 1칼로리 정도의 태양에너지가 도달한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은 이렇게 지구에 주어진 태양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이 확대되려면 보다 많은 소생산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모든 건물의 지붕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하며 여유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자가소비도 하고 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할 경우 한전에 판매할 수도 있다. 3~5k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집에서 쓰는 전기는 충당할 수 있다. 20~30kW 용량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할 수 있다면 발전사업자가 되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대규모 토지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간척지나 유휴 염전 등에는 MW급의 대형 발전소도 설치할 수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전남 신안군이나 경북 봉화군의 경우 기획 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분양하거나 협동조합으로 참여하게 하여 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태양광 발전 산업은 다수의 소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생산자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기 전에는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2003년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를 도입하였다가 2012년 부터는 의무공급제(RPS)로 변경하여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촉진해 왔다. FIT는 쌀 수매 제도와 같은 방식이다. 정부에서 규모에 따라 기준가격을 정해 한전에서 일괄 구매하는 것이므로 소생산자들이 참여하기에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다. 그런데 RPS는 생산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급해준 인증서(REC)를 판매하여 생산자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이 인증서를 현물시장이나 계약시장에서 판매해야 하니 전업 발전사업자가 아니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RPS 제도를 폐지하고 지원 정책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도 많이 낮아져 대규모 발전사업의 경우 프리미엄 가격 또는 차액지원 등의 형태로 입찰제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태양광의 확대는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소생산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식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고 한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한 까닭이다. 신동한

[EE칼럼] 국내 원전산업 확충의 절차적 타당성

지금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지난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선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단이다. 조만간 그 판단이 마무리될 것이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관련자들에 대한 파면, 원래 지위로의 복귀(원복; 原復), 제도 개편 등 여러 조치가 예상된다.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저촉 범위가 그 내용과 범주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이나 언론은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탄핵 조치와 후행 조치들의 파급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외 교섭력 저하가 걱정스럽다. 국내정치 혼미가 지속 되어 외교 교섭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적지않다.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자동차·철강 관세 부과와 무차별적인 상호관세 부과 가능성 등이 대표적 후과(後果)의 사례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민감국가' 지정은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조치라고 확인했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은 국가안보와 공급망 보호를 목적으로 특정 국가와의 기술 및 에너지 협력을 제한하는 정책이다. 특히, 첨단 기술, 반도체, 에너지, 원자력, 방산 등 전략산업 관련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민감'국가들과 협력할 때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미국 관련 연구기관 및 기업과 협력할 때 추가적인 승인 절차가 필요해지는 등 실질적인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다 우리 정부가 이런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식수준을 초월하는 위험요인들이 최근 원자력 부문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여 걱정이다. 그 첫 번째 사례로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그동안 공들여 온 유럽의 네덜란드 신규 원전사업 수주 포기일 것이다. 최근 마무리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 협상 때문이란 의견도 많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비밀이지만, 최종 계약단계인 체코 원전사업 이후에는 유럽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고, 한국은 중동·동남아 등 수주에 집중하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 경우 한국 기업만으로 구성된 원전 수출 '팀 코리아' 추진에 구조적 장애가 생긴 셈이다. 한수원이 유럽 원전 수주 중단 선언을 한 건 지난해 말 스웨덴과 지난 2월 슬로베니아에 이어 벌써 세 번째이다. 이제 우리 원전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냉정히 평가하고 효율적 대책강구가 시급하다. 솔직히 우리는 민감한 원전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아예 없거나 제한적이다. 그 대신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자재 제작, 조달, 건설 부문과 완공 후 유지·보수 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이후 원자재와 원천기술 수입- 효율적 가공조립 – 적기적소 납품을 통한 글로벌 공급체인 내에서 대체 불가한 위치 선점이라는 우리 성장정책의 요체는 원전부문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상류 부문(원천기술 개발 및 통제, 해외시장 개척, 금융, 핵연료 조달) 경쟁력에 의존하는 호혜적 보완관계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 정부는 여러 지원과 통제수단을 통해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예산 범위 내 적기 완공'이라는 우리 고유 원전 경쟁력 확보에 성공하였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전체 발전량의 40% 정도를 원전에 우선 배정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비교적 충분했고 미국 스리마일, 일본 후쿠시마 등 원전 사고의 악영향의 국내 파급을 차단하였다. 원전기기 및 부품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도 계속했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기 조립 및 시공능력 확보가 가능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 그 첫 번째 산물이다. 건설단가는 중국보다 낮고 선진 경쟁국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장기 특혜 성장은 항상 비효율을 동반한다. 원전 '마피아'라는 비난이 아직 있다. 그런데 이들은 아직도 무조건 원전 확대와 지원확충만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사업 특성상 단임 정부 임기 내에 대폭적 비중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이에 장기전원개발계획 등을 통한 속칭 '알박기'를 계속 시도한다. 또 다른 정치이념 창출을 시도하는 셈이다. 원전 수출의 관건은 미래 원전기술 확보와 원활한 금융조달 능력이다. 그런데 이 두 부문은 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UAE 원전 수출은 지급보증능력 부족으로 최종계약이 5년쯤 지연됐다. 우리 대신 UAE 재무부가 자국 원전회사에 지급보증했다. 물론 공짜가 아니었다. 그러니 수출 이득은 거의 반 토막 나고 장기 운전·보수 수익도 불명확하였다. 따라서 향후 원전 수출 위험은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 '남지 않는' 원전 수출일 수도 있다. 특히 원가 개념이 우리와 다른 사회주의 원전수출국(러시아, 중국)과의 경쟁이 걱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료, 자동화, 시스템설계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부나마 정치화한 기존 인력 참여에는 신중해야 한다. 한·미 원전동맹 내실화 수단의 재점검은 당연하다. 여기서 우리는 국내 에너지시스템에서 원전과 신재생전력 간의 갈등 고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상호 모순적인 내용을 가진 '에너지3법'의 지난달 국회 통과이다. '에너지3법'이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특별법),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이다. 특히 '해상풍력법'은 우리 전원 구성의 2대 발전원인 원전과 풍력 간의 이해 상충을 간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원 간의 경쟁상황은 2038년까지 적용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산업 변화로 2030년 우리 전력수요는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다. 이에 따른 발전원 구성은 원전 31.8%, 석탄 17.4%, LNG 25.1%, 신재생 21.6%, 수소/암모니아 2.4%이다. 이런 구성의 특징은 무(無)탄소 신규발전이다. 2038년 발전량 중 무탄소 비중이 70%에 달한다. 특히 태양광·풍력은 '30년까지 '22년 23GW 대비 3배 이상인 72GW 수준에 달할 것이다. 이에 반해 신규 대형원전은 4.2GW(3기) 수준 증설에 그친다. 이러한 무탄소 설비 우선적 고려는 건설비가 6조 원 이상 더 들고 전기 요금은 매년 3,835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국회 사무처(전력수급기본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분석하였다. 우리 원전산업의 구조 조정기가 도래한 것인가? 원전부문 인력의 창의적 지적능력이 소진된 것인가? 다만 우리 국리민복에 부응하는 원전산업 구조조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점검하고 국민을 설득할 인재가 나타나기를 빈다. 알박기와 자화자찬은 이제 지겹다. . 최기련

[김성우 칼럼] 트럼프 2기 기후정책 어디로 가나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이 넘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미국의 에너지 및 환경 정책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 그 방향과 영향에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 첫 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화석 연료 개발 촉진을 목표로 다양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환경 정책 철회, 국제 기후금융 중단, 국내 청정 에너지 지원 중단, 인허가 절차 개선 및 에너지개발 저해규정 재검토 등 에너지 개발 촉진에(특히 석유·가스 탐사 확대) 대한 요구이다. 취임 후 쏟아 내는 행정명령 등 정책 발표들은 취임 전 공약집과 선거유세시 발언 그리고 주요 인선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전망을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제협력 분야에서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및 국제기후금융계획 철회로 국제사회내 기후협력 약화는 불가피하고, 트럼프의 반기후정책에 동조하는 다른 국가들이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 직후 부산에서 개최된 UN플라스틱협약이 성안에 실패한 것도 사우디나 러시아 등이 감축합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었고, 지난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 보고서 참여를 금지하고 미국국제개발처(USAID) 직원 2,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하더니, 3월초 개도국 에너지전환 파트너쉽 탈퇴도 선언했다. 다만, 3월초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정부의 대외원조 동결 행정명령 관련 완료된 업무에 대한 대외원조는 지속될 수 있도록 임시제한명령을 내려, 향후 트럼프 정책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내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나, 글로벌 청정에너지 시장에 대한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당분간 미국내 화석연료나 원자력은 증가하고 해상풍력은 대폭 감소하는 등 기술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다. 지난 2월 루이지애나 및 텍사스 LNG 수출 프로젝트가 승인되었고, 3월초 LNG수출 관련 1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도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설치 용량이 500 GW 에 육박하는데 이 중 미국의 비중이 6% 남짓이기 때문에 글로벌 추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내에서도 절반 이상의 주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 중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도 연방 정부의 청정에너지 지원 혜택을 많이 받고 있어서, 연방 정부의 인허가가 필요한 해상풍력을 제외한 나머지 청정에너지 보급을 대폭 축소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환경 분야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기후공시 의무화는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뉴욕주에서 발의된 기후공시 의무화 법안이 제정될 경우, 캘리포니아주와 함께 미국 대기업 90%가 사실상 기후공시 의무화 대상이 된다는 전망도 보도되었다. 또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환경 정책이 철회되면서 메탄/자동차/발전소 배출기준은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청정기술 관련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EU가 시작한 탄소국경조정에 대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과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미국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탄소국경세 도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기도 했고, 지난 2년간 다수의 탄소국경세 법안이 발의되었기도 했다. 지난 12월에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기존에 발의한 탄소국경세 법안인 Foreign Pollution Fee Act에 대해 수정안을 공개했다. 기존에는 16개 품목(알루미늄, 철강, 시멘트 등)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하던 내용이었는데, 이를 15%+ 관세율을 적시하고 대상을 알루미늄/시멘트/철강/비료/유리/수소 등 6개로 한정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트럼프 2기 기후정책은 이제 드러나기 시작했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속도나 강도는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많지만, 그 방향은 선명하다. 한마디로 환경과 무관하게 싼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뉴튼의 운동법칙 중 제3법칙이 작용반작용의 법칙인데, 이는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향후 기후정책이 구체화되면서 그 속도나 강도에 대한 전망은 아무래도 이 법칙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우

[EE칼럼] RPS 제도는 이제 그 역할을 다한 걸까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달 통과된 에너지 3법 중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주요 축을 담당하여 온 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와 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제도의 개편을 예고하였다. 정부가 RPS 및 REC 제도의 개편을 이야기하게 된 주요 원인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규모로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로 쪼개서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태양광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2017년 8.7GW에서 2023년 30GW로 늘어났는데 이 중 태양광이 90%에 이르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지어야 하는 풍력, 수력, 바이오 등의 비중이 작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행 RPS 제도가 도입 시의 의도와 달리 소규모사업자에게 유인책을 더 많이 주는 형태, 즉, RPS 제도 이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육성 제도였던 FIT (Feed-In-Tariff, 발전차액지원) 제도의 성격을 일부 지니도록 변경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한 유인책으로 REC를 대량 발행하고 이 인증서를 현물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REC 제도는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였던 2000년대에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한다는 장점으로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REC 가격의 높은 불안정성 및 추가적인 국민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이후 폐지해 왔으며 현재 우리나라 만이 REC 거래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역시 제도의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제도는 중동발 석유 위기가 발생하였던 1980년대에 시작되어 상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한 개인/법인에 직접 정부 재원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변화 이슈와 함께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늘려야 하자 2001년 정부는 기존의 보급 보조를 대폭 축소하고 그 대신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인 FIT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사업자에게 주는 유인이 매우 커서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입안이 가능해지자 공급자 간 시장경쟁의 형태를 갖춘 제도인 RPS를 2012년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 도입하였다. RPS는 재생에너지 생산업체 간에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하기에 FIT 제도에 비하여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FIT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견이 일부 반영되어 소규모 업자 및 농어촌 등을 지원해 왔으며, 제도를 여러 번 손보면서 효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RHS 등 열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도를 함께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준비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여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도 받았다. RPS 제도는 그렇지만 2010년대를 지나며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지금의 규모로 키우는데 크게 이바지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RPS 및 REC를 대체할 새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와 연구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 재생에너지를 경쟁 입찰하는 방식의 제도가 준비 중이다. 이제 재생에너지의 공급 규모가 기존 대형 화력 발전원과 비교할 만큼 커졌으며, 생산 단가 역시 상당히 낮아져서 오히려 유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을 도입하여야 하겠다. 먼저 재생에너지 중 열을 생산하는 에너지가 그 규모가 훨씬 크고 잠재력도 상당함을 고려하여 재생 열에너지에 대한 보급 지원제도 역시 마련하여야 하겠다. 함께 재생에너지를 자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헐성을 크게 낮출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할 경우 기존 RPS 제도를 일부 분야에 입찰제와 병렬하여 적용하거나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계획 등을 함께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EE칼럼]재생에너지 지원을 늘려야 할 때

세계는 1.5℃를 넘어 2℃, 3℃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대응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지난 3월 16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2024년 12월까지의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이스라엘 미포함)의 총발전량은 2023년 10,567TWh에서 2024년 10,833TWh로 2.5% 증가했으며, 이 중 태양광이 137TWh 증가하여 전체 발전량 증가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석탄 발전량은 57TWh가 감소하며 화석연료 전체 발전량은 0.9% 줄었다.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 OECD 평균은 35.8%였다. 덴마크 87.8%, 독일 58.5%, 스페인 58.4%, 영국 52.9%, 네덜란드 51.0% 등 20개 나라가 50%를 넘었고 이탈리아 49.4%, 중국 34.3%, 일본 25%, 미국 23.8%, 인도 21.8%를 기록했다. 한국은 10.5%로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였으며 지난달 정부가 많은 논란 끝에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목표 29.2%를 달성해도 2024년 OECD 평균보다 6.6% 낮게 된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경우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의 통계를 보면 2023년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10.5%였고 2024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Enerdata 등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 13~14%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한국은 이스라엘을 포함해도 최하위다. 또한, 2023년 대비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도 포르투갈 12.4%, 리투아니아 10.5%, 스페인 6.5%, 헝가리 6.0% 등 OECD 평균이 4%인데 반해 한국은 1.3%로 당분간 OECD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정부는 RPS(신ㆍ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경쟁입찰로 일원화하려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제도의 복잡성, 가격 변동성, 체계적 관리의 어려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상실, REC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위협 등을 제도개선의 이유로 하고 있다. RPS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을 위한 대표적인 정부 지원제도로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 전력의 판매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더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판매금액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제도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수혜자, 대상자의 동의와 만족을 기반해야 하며 정책 설계 시 대상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실효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사업자 측에서는 재생에너지 점유율 10.5% 수준에서 정부가 물량을 정하고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것은 사업자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계통 부족으로 31GW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부담의 요인이 될 것이고, 잦은 제도 변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또한 투자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경매 대상, 낙찰자 선정 방식, 계약형태 등에 따라 제도의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제도의 복잡성, 체계적 관리 어려움은 정부 법령과 편의를 고려한 것이고, REC 가격 상승은 발전사업자에는 수익이 늘어나 오히려 보급확산에 기여 요인이다. 이번 개정 추진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보다는 정부의 행정 편이와 RPS 의무대상기업, RE100에 가입한 대기업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이라는 의심이 받는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30.2%를 21.5%로 낮췄고,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도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형 FIT 제도 폐지, 1㎿ 이하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 보장제 폐지, 2032년 1월까지 호남지역 발전사업 불허가 등을 추진해 의심을 키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제도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2019년 IEA PVPS 보고서에 따르면 2018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FIT 지원을 받는 비율은 67.2%에 달했으며, RPS는 2.1%에 불과했다. 한국은 2012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FIT를 RPS 변경했으나 같은 해 일본은 RPS를 FIT로 변경하면서 태양광 붐을 맞았고 2012년부터 2023년까지 80GW를 추가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26GW에 그쳤다. 1990년 세계 최초로 FIT 제도를 도입했으며 경매제도를 운영 중인 독일의 경우 2000년 FIT 기준금액이 전기요금의 약 2.5배였으나 2023년에는 약 20% 수준으로 낮아져 FIT로 계약하는 것보다 자가소비 또는 경매가 더 경제적이 되었으며, 일본도 2012년 주택용 FIT 기준금액이 주택용 전기요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2023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기후변화의 긴급성, 에너지 안보, RE100, CBAM 등 글로벌 요구를 고려할 때, 한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라 급격히 늘려야 한다. FIT 재도입 및 확대, RPS 의무비율 상향,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상향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OECD 국가들과 경쟁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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