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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수급, 지역수요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적 혼란에도 에너지산업과 전력시스템은 아직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한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큰 한파가 없어 아직까지 예년과 같은 동계피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공급예비력에 여유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력수급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지역별로는 어떻게 달라질지, 또한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전력망 확충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오리무중이다. 전력산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바퀴의 축이 맞아야 제대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우리 전력산업 정책은 대부분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력수급만 보더라도 여지껏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과 같은 전원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외형만 보면 전원개발의 산업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근래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매년 적지 않은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십년 넘게 지원했지만 아직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원개발 투자의 효율성도 주기적으로 집어보아야 한다. 우리 전력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직도 여기저기서 보조금에 의존하는 개발러시는 여전하다. 공급주도 정책이 전원의 지역적 편중, 공급신뢰도 문제, 송배전망 부족, 보조금 확대와 같은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신규 전원과 송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주도의 개발계획은 수십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가 계획 무용론, 아웃룩(outlook)으로의 전환, 시장기능의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요지부동이다. 전기사업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기왕에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면 이제라도 계획의 내용이나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수급계획의 초점을 공급보다는 수요에 맞추는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요예측도 거시지표에 의한 방법이나, 여러 국가의 수요패턴을 활용하는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수요예측 니즈에 대응하기 어렵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획득은 물론 실시간 접근도 가능하다. 빅데이터가 순식간에 취합되고 분석이 가능한 시대다. 누가,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의 부하나 수요를 유발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예측도 물론 가능하다. 만약 전력수요를 유발하는 계획이 취소 또는 변경되더라도 주기적인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수요예측의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수요의 위치, 시기, 용량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수시로 취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전력수요는 대부분 주택단지, 빌딩, 공장, 데이터센터, 공항이나 항만, 지하철과 같은 SOC에서 발생한다. 이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접근과 공학적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최소한 행정구역에 상응하는 지역별 수요예측이 필수적이다. 지역별 수요예측이 주어지면 이어서 어떤 공급방안이 가능할 것인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계통계획을 의한 공급 가능성도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만약 송전용량 제약으로 계통연계가 불확실하다면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수급불균형이 큰 지역에서는 분산전원을 설치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수급 정보가 사전에 주어진다면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는 공급 가능성과 조달방식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자체 조달하거나 판매사업자나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으로 구매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사항이다. 대규모 전기소비자는 이를 참조하여 스스로 입지, 규모, 공급방식을 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신도시에는 열병합발전이 들어서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산업체나 대규모 복합시설, 캠퍼스 등에도 앞으로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나 RE-100과 같은 국제적 규제체제 속에서 기업의 의사결정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비용만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 물론 다양한 외부비용과 기업이미지도 고려하여야 한다. 앞으로의 수급계획은 특정전원 중심의 전원개발계획에서 탈피하여 상세한 지역별 전력수요 전망과 다양한 시나리오분석을 포함하는 수요전망리포트로 바뀌어야 한다. 이창호

[EE칼럼] 중국의 희토류 등 “광물 무기화” 시작됐는데 우리는?

중국이 지난달 3일 발표한 갈륨과 게르마늄 그리고 희토류 등의 대미 수출 통제는 향후 예상되는 중국의 “광물 무기화"의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국제 관계에서 외국과의 갈등이 심화할 때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국방 무기 산업 등의 핵심광물인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은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벌일 때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냈다. 당시 중국은 대일 희토류 수출을 40% 줄였다. 그 결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 희토류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면서 공급망에 큰 혼란이 벌어졌다.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에서도 중국은 광물을 무기로 사용한 적이 있다. 작년 8월 중국은 반도체 핵심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의 대미 수출을 통제했다. 당시 각국은 중국의 갈륨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섰다.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제재를 강화하면 중국은 희토류 통제 카드를 가장 먼저 꺼낼 것이다. 희토류는 사실 희소하지도 않고 흙도 아닌지라 이름 자체가 모순이다. 홑 원소로 추출이 어려운 금속이라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전 세계 희토류 최대 매장과 생산은 단연 중국이다. 중국이 매장량, 산출량, 생산량 모두 세계 1위 이지만 세계 희토류의 90%를 가공하는 기술과 산업 체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전략적으로 의미가 더 크다. 희토류는 전자, 통신, 에너지산업, 자동차,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에 많이 쓰인다. 미 국방성에 따르면 스텔스 전투기 F-35 한 대에 희토류 광물 420kg이 쓰인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단 또는 제한하면 90일 이내에 미국의 주요 첨단 무기에 들어갈 재고가 소진된다. 희토류가 국제적 이슈화된 시점은 2010년부터다. 중국-일본 간의 다오위다오(일본명 : 센카쿠 열도) 분쟁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쓴 최초의 사례다. 미국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토류 확보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희토류 수요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은 프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희토류 관리 조례"는 산업 집중도 제고와 수출 통제 및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2030년부터는 자동차의 절반 가량은 전기차가 차지하게 된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엔진이 아닌 배터리와 구동모터이다. 특히 구동모터의 필수 소재는 희토류 이다. 희토류는 연비와 제품의 성능을 결정 짓는다.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차, 로봇, 모빌리티, 풍력발전기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제품 등 모터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희토류가 필요하다. 2018년 희토류 세계 생산량의 30%는 희토류 영구자석을 만드는데 소비 됐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19년 38%, 2022년 40%, 2023년 43%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28년에는 그 비중이 68%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희토류의 중요성이 더 해지고 있다. 한국은 2023년 희토류 원재료 수입량의 60%, 희토류 소재.부품량의 89%를 중국에서 조달 받았다. 필수 산업의 핵심 원료에 대한 대중 의존도가 이처럼 높다 보니 세계 1위의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에서 희토류 수출 제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산업계에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팽배해진다. 한국 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따른 오래된 긴장감으로 피로해진 국가들은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미국은 희토류 확보를 위해 2019년 8월 그린란드에 매장된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통째로 매입하고자 시도했다. 현재도 미국은 자체적인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2001년 정부의 희토류 확보 정책(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2003년 10월 중국 희토 원료 생산업체인 서준신재료유한공사와 합작으로 “서한맥슨 희토류 가공사업"에 진출했다. 총 투자 규모는 1억 위안(약 160억원)으로 이 중 광업공단이 4900만 위안(약 80억원)을 투입, 지분 49%를 확보했다. 중국 섬서성 서안시 하이테크 지구에 있는 가공공장에서 매년 약 1000톤의 형광재, 연마재, 자성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은 1998년 11월 김대중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밝혔던 중국의 서부개발 참여의 일환이기도 했다. 광업공단은 중국산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상무부가 희토류 수출 통제 방침을 강화함에 따라 지분을 매각 하기로 했다. 문제는 희토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 지분을 매각 하겠다는 것이 잘된 결정인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생산 제품의 국내 도입을 추진할 것이지 등 다각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아직까지 희토류 소비량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예측을 뒤 엎을 만한 신기술이나 대체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따라서 한국 제조업의 운명은 희토류의 독자 수급 체계 확보에 달려 있다. 새해도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공급망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희토류 광산개발과 희토류 제품.생산 기업을 육성하는 등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강천구

[EE칼럼] 2025년은 에너지정책 재균형의 적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곧 출범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 정책 방향 대부분을 뒤바꿔 놓을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정책은 가장 크게 달라질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는 모두 에너지 정책을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내용은 완전히 상반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 공급망 확충을 통해 물가 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했지만, 트럼프는 화석에너지 개발 확대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하락시켜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에 분명한 반대를 하는 것이다. 선진국 중심으로 추진되는 에너지 전환의 지향점은 곧 탈화석에너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주배출원이 화석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화석에너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11,656 백만TOE이고, 2050년까지 남은 날 수는 10,591일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대형 원전 1기 혹은 태양광 패널 4백만 장에 해당하는 백만TOE의 화석에너지를 무탄소 에너지로 대체해야 2050년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탄소중립으로의 에너지 전환은 국가 간, 세대 간 공정성에도 어긋난다. 아직 탄소 문명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수많은 저개발 국가에 탈문명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윤리적이지도 않다. 또한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구체적인 피해는 미래에 발생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당장의 탈문명을 현세대에게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화석에너지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는 에너지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하향 조정되겠지만, 여전히 중심에너지의 위치를 지켜낼 공산이 크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기후변화협약, 탄소국경조정세 등과 같은 제도를 통해 인류 공통의 의제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음도 부정하기 어렵다. 탄소중립은 실현가능성과 별개로 전 세계 화석에너지 투자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인 것이다. 화석에너지 공급능력이 과거처럼 탄력적으로 증가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에너지 가격 전망은 어렵지 않다.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능력이 과거처럼 늘어나기 어렵다면, 화석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주력 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높은 발전단가가 더해지면, 전체 에너지 가격 수준의 상향 조정은 명약관화다. 가격 수준만 문제가 아니다.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와 함께 가격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다가갈수록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발생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의 급등락이 자주 반복되면서 에너지 위기의 상시화가 우려된다. 트럼프는, 탄소중립은 현실적 어려움으로 장기간에 걸쳐 해결할 과제로 인식하고, 미국 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가교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는 천연가스를 적극 개발하여 재생에너지로 기울었던 에너지정책을 재균형 잡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리도 재생에너지와 원전 양극을 오가는 에너지정책을 바로 잡을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탄소중립에 따른 고에너지 가격 시대의 도래 가능성을 인정하고 널리 알림으로써 경제주체들의 적응력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자원개발과 시장가격 그리고 에너지복지 점검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4%에 이르는 우리나라가 자원개발 없이 변동성 높은 고에너지가격 시대를 맞는 것은 천수답 농사를 고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거의 10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인 자원개발에 다시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스 가격은 유권자 표만을 의식한 정치 흥정의 산물에 가깝다. 원가 따위는 아랑곳없다. 그 결과는 턱없이 저렴한 가격, 한전과 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와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자주 사용했던 유류세 인하, 전기 및 가스 가격 인상 억제 등과 같은 미봉책으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시장 수급을 반영한 정확한 가격 신호를 통해 합리적인 수요를 유도해 변동성 높은 시장 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고에너지가격 시대 도래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빈곤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가격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촘촘한 에너지복지 그물망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화석에너지 재평가, 가격 기능 회복, 에너지복지 향상을 근간으로 하는 균형 잡힌 에너지정책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박주헌

[EE칼럼] 2025년의 불확실성과 미-중 간 제조업 경쟁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2025년의 키워드는 단연코 불확실성(uncertainty)과 위험(risk)의 증대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시작하는 2025년은 중동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 기존의 위험들이 여전하여 21세기 들어 가장 거대한 불확실성을 맞닥트리는 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COVID-19 사태가 사실 불확실성이나 위험성으로 보면 더 큰 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전 세계가 상호 존중과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국가, 특히 선진국들은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에는 COVID-19 시기와 같은 우방의 도움이나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불확실성과 위험의 진폭은 시간에 감에 따라 가라앉기보다는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에 발생할 다양한 변화 및 불확실성 중 특히 미국과 중국 간 4차산업혁명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의 21세기 후반을 선점하기 위한 경주는 우리는 이미 2024년에 미국의 IRA 법과 보조금을 둘러싼 논쟁과 미국의 엔비디아, 대만의 TSMC,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뉴스로 그 전초전을 경험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미국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더 높이는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의 에너지, 특히 전력 생산 인프라가 정책의 중심에 있다. 21세기 초반 미국이 자국 내 셰일가스 대량생산에 성공하였을 때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전력 생산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가스로 바꾸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전력 생산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되어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은 현재 원유생산량 세계 1위이며 셰일가스는 수출하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이다. 재생에너지 역시 상당하며 관련 첨단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나라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이 건설한 발전시설 건설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원자력발전 계획 기수만 150개가 넘는다. 재생에너지 제조업 역시 세계 최고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의 제조업은 이제 중국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전력 생산원가는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보통신산업과 반도체 제조업에서 중국은 이미 선진국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조업이 중요한 나라의 경우,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수출 과정에 필요한 도로와 항만 등은 필수적인 공공 인프라이자 공공 서비스이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 통신, 자동차, 이차전지, 조선산업 등은 모두 에너지와 용수 그리고 도로와 항만이 필수적인 산업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총 전력 사용량은 547.9TWh이며 이 중 제조업이 49%에 달하는 266.9TWh를 사용하였다. 제조공정은 물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제조업의 운영에서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원자재는 물론 양질의 에너지와 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이러한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진과 NIMBY 현상 및 지중(地中)화 요구로 인한 사회기반 인프라 건설비용의 급증을 경험하고 있다. 지중화를 해서라도 지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하여 미국은 우수한 전력 생산 인프라를 건설하는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는 제조업, 특히 4차산업혁명에 관련된 제조업이 다수인 우리나라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첨단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전력, 물, 도로로 대표되는 국가 인프라건설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결정적인 이유이다. 여기에 뒤처지게 되면? 그 답은 다들 잘 알고 있다. 2025년이야말로 우리 모두 그 노력을 함께 시작할 가장 좋은 시점이다. 허은녕

[기고] LNG와 석유, 한국 산업 지배력 유지에 필수불가결

한국은 오랫동안 산업의 힘, 기술 혁신, 글로벌 야망의 찬란한 아이콘이었다. 반짝이는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울산 산업단지의 고동 소리 아래에는 섬세하고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라는 실타래가 있었다. 한국은 에너지 수급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최근 석유,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두 배로 늘리는 대담한 조치를 취했다. 탈탄소화 요구가 지배적인 시대에 논란이 되는 이 결정은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경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의 실용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한국의 산업은 경제의 생명줄이다. 현대, 기아 같은 거대 자동차 기업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리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글로벌 명성은 공장의 열기와 최첨단 생산 라인의 정밀성에서 형성된다. 중공업(화학, 철강, 전자, 기계)에서 섬유산업, IT, 농업, 축산, 수산에 이르는 산업의 중심지인 경기도와 석유화학 수도로 알려진 울산과 같은 지역에서는 칩 제조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이 급증해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과 광주와 같은 전통적인 산업 허브가 계속 번창하는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전략도 신흥 중심지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정부가 이 지역을 최첨단 제조업 지역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30억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이미 배터리 생산과 로봇 공학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상당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 이 경제를 구동하려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주로 수입으로 이를 충당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 주요 에너지의 약 80%가 화석 연료에서 생산된다. 석유가 대부분울 차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이 그 뒤를 따른다. 이는 2000년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원자력은 전력 생산에 세 번째로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이 화석연료 수입을 통해 충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2050년까지 LNG와 석유는 한국 경제에서 계속해서 강력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화석연료 수입 시장에 대처하고 낮은 에너지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을 고려할 때 한국은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현재 전력 생산을 위한 LNG와 석탄에 대한 소비세 인하를 2025년 6월까지 연장했다. 이를 보완해 LNG에 대한 수입 관세는 0으로 유지되며, 이는 3월 말까지 연장된다. 이러한 표적 개입은 에너지 부문의 금융 환경을 안정시키고 중요한 인프라 복원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2024년 10월에 인상이 예정됐던 가정용 전기 요금 동결을 허용했다. 현재 카타르와 오만 LNG 계약이 898만톤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KOGAS)는 3년에서 15년에 이르는 유연한 중기 계약을 통해 약 400만톤을 확보하고 잠재적인 미국 장기 LNG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역동적인 조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는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2위 공급국으로, LNG 전체 수입의 19.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카타르와 한국은 장관급 회담을 서울에서 가졌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국은 에너지 공급에 대한 강력한 협력을 유지하고 조선 프로젝트에도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2024년 7월, 한국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1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ADNOC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8~10척의 LNG선을 건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양국은 또한 향후 10년간 양국 간 전체 수입량의 90% 이상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가스공사와 마찬가지로 한국석유공사(KNOC)도 전략적 비축량을 약 300만배럴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계산된 조치는 잠재적인 공급망 중단에 대한 강력한 완충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석유공사는 쿠웨이트석유공사와의 획기적인 계약을 통해 전략적 석유 매장량을 확보해 2024년 말까지 석유공사 울산 저유시설에 400만배럴의 쿠웨이트 원유를 저장할 예정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 호주에서 LNG 수입을 늘리고 중동에서 원유 수입을 계속 늘리고 있다. 기후 정책의 악당으로 묘사되는 석탄조차도 2021년 이후 인도네시아와 호주로부터 수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차세대 제조 허브를 육성하면서 기존 산업을 유지하는 한국의 이중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양국의 즉각적인 에너지 수요를 해결해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탄소 없는 미래에 대한 이상주의적 비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은 산업 강국은 에너지 안보로 도박을 할 여유가 없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반영한다. 오늘날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혁신하고 경쟁하며 번영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에서 산업의 불꽃을 유지하려면 국가가 모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석탄, LNG, 원자력은 다음 세대 한국을 경제 패권국으로 계속 이끌 것이다. 비제이 자야라지(Vijay Jayaraj)

[김성우 칼럼] 2025년, 기후변화 대응의 딜레마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24년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뉴스는 1.5도 붕괴 가시화와 트럼프의 재당선이다. 지난 11월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올해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발표와 더불어 2024년이 1.5℃ 마지노선이 처음으로 붕괴되는 해로 1.5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의 1.5℃ 상승이라는 마지노선은, 2015년 파리 협정의 전지구적 장기 목표가 수립되고 잇따라 그 근거에 관한 보고서가 채택되며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지구 면역체계에 상당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의미한다. 즉, 연쇄적인 기후재앙이나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를 직면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다. EU 감시기구 발표를 차치하더라도, 난생 처음 경험한 폭염 추석에서 송편이 쉬고 수영장이 북적이는 그 이상한 경고를 우리도 절감했다. 1.5℃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탄소중립 선언이나 목표 수립 단계를 넘어 행동의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예측이 어려운 내년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의제를 비난하거나 그린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폄훼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소식에 2025년 기후변화 대응 관련 이행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고민이 보다 짙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기후정의나 환경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산업∙통상과 연계된 경제 현안이 되어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인 바, 기후위기 심화와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시작하는 2025년에 기업이 고려할 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앞으로의 상황을 냉정하게 조망해 보면,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후국제협력은 약화되고 미국내 에너지는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며 환경 규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로 인한 국제사회에의 영향이 중장기적으로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1.5℃ 저지선의 붕괴로 인해 트럼프의 영향보다 거대한 기후위기에 노출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더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올 것이고, 사회내 이해관계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거의 매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기후위기가 심화된 지금은 더 넓은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배출정보 요구 등의 국제사회 흐름은 미국 대통령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설치 용량이 473GW인 반면 미국은 31GW로 집계되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감소가 글로벌 추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前 USTR 대표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긍정적이고 반스 부통령도 미국내 제품이 타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발언해 미국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업들은 관련 기술의 선제적 확보와 탄소배출 정보관리에 있어 위험을 줄이면서도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GDP대비 수출입비율이 90%에 육박하는 한국인 만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2035년 NDC설정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ETS) 할당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관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 시그널을 주어야 하고, 한국판 IRA같은 종합지원책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공평한 기술 수요 및 시장을 형성해 줌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다. 김성우

[EE칼럼] SK어드밴스드가 던진 질문: 전력시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최근 24년11월7일 본지에서 단독 보도 된 SK어드밴스드가 전력 도매시장 직접 접근을 모색한 사례는, 우리 전력시장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현재 한국의 전력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도 없는 왜곡된 형태를 띠고 있다. 도매시장에서는 다수의 전력 공급자가 있지만, ㈜한국전력이라는 단일 독점 수요자가 존재하며, 소매시장에서는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자로서 모든 전력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시장의 기본 원칙인 자유 경쟁과 완전 경쟁의 정의에 어긋난다. 전력시장의 개방이 왜 필요한가?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는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넘어서 경제 효율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도매 전력 가격이 소매 가격보다 낮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명백하며, 기업들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PPA(전력구매계약)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RE100의 핵심 수단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이는 전력시장이 유통 과정을 축소하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SK어드밴스드의 사례는 이와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준다. 기업 입장에서 도매시장 접근권은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요구하는 본질적 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마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것과 유사하다. 중간 유통업자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거래 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이다. ㈜한국전력의 역할 변화는 불가피하며 이러한 변화의 핵심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미 정부 당국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다양한 이해관계 때문에 손을 대고 있지 못할 뿐이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망 구축 사례를 보자. 한국전력은 전용 송전망 구축 비용을 기업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업들은 이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만약 기업들이 시장에서 전력을 도매가격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다면, 송전망 구축 비용 역시 자발적으로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송전망 구축 비용도 물면서 소매가격으로 전력구매를 하자니 억울한게 아닌가. 정부가 ㈜한국전력의 재정난을 이유로 도매시장 개방을 막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 명분 모두 부족하다. 도매시장 접근권을 차단하는 것은 국영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려는 행위로, 자본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굳이 전기사업법 제32조를 근거로 한 법적 분쟁의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전력시장이 시장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전력도 공정한 가치가 매겨져야 하는 상품의 하나이다. 이는 경제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자원으로, 그 시장구조가 공정하고 효율적이어야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전력시장은 정치적 시혜나 소득 재분배의 도구로 악용되며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켜 왔다. ㈜한국전력의 독점 구조를 유지하려는 시도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으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다. 시장의 접근성은 자본주의의 핵심 근간이다. 우리가 비웃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징이, 공급자에게는 충분한 보상도 안 주고 제품생산을 강요하며, 소비자에겐 어처구니 없이 싼값에 상품을 제공하는 거 아닌가.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정부가 시장의 중간에 끼어서 공급자는 소매시장에 접근 못하게 하고, 소비자는 도매시장에 접근 못하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전력시장은 그와 다를 바 없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시장에서 중간 브로커로서의 역할과 존재를 강제시키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연결될 수 없게 적극적으로 방해자를 두고 차단벽을 치는 것이다. 전력시장 개방은 공급자에게는 더 나은 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더 낮은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전력시장이 진정한 시장다운 구조를 갖추는 첫걸음이다. ㈜한국전력은 독점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하며,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과감한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의결 이후, 정치권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그러나 권력이 어느 방향으로 재편되든, 미래를 이끌 새로운 권력에게 전력시장 개혁은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낼 강력한 이니셔티브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제안한다. 보수 진영에게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적용하는 정책으로, 진보 진영에게는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매력적인 아젠다를 제공할 수 있다. 유종민

[EE칼럼]중국산 태양광시설들이 전국 산림을 파괴할 거라는데...?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산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지난 12월 12일 대통령 담화를 듣던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하고는 곧바로 전문을 찾아보았다. 아뿔싸! 그대로였다. 일국의 대통령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의 한 요인으로 '중국산 태양광'을 꼽은 것이다. 지난 3년 윤석열정부가 재생에너지에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것을 우려해왔지만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고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인식을 살펴보고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보자.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여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 도입이 제한된 유럽연합은 에너지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은 파이프로 싸게 들여오던 러시아 가스 대신에 좀 더 비싼 미국의 LNG를 들여와야 했다. 이와 함께 주춤하던 태양광 발전 설비의 보급을 확대하였다. 외국의 에너지 자원에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립에너지인 태양광의 확대는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연간 200조원을 써야 하는 우리에게 자립에너지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태양광은 또한 청정에너지로서 탄소 감축에 핵심적인 수단이다.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적극적인 것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에 누구보다 앞서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이 국내보다 더 유리한 해외 사업장의 확대에 가중치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은 우리의 안보를 해치는 적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주도할 중요한 산업으로서 우리의 아군이다. '중국산'은 주적인가?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산업국가이다. 세계 교역량 순위 6위인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이 독자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크지도 않고 부존자원도 부족하다. 우리 경제가 현재의 수준으로 올라온 것은 오롯이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한 수출기업들에 의존한 바 크다. 더구나 21세기 들어 우리의 최대 교역국가는 중국이다. 무역수지에서 우리가 가장 이익을 보는 나라이기도 하다. 시골 5일장의 장돌뱅이도 내 물건을 많이 사주고 나도 사오는 거래처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빈말이라도 상냥하게 하고 서비스라도 하나 더 준다. 윤석열 정부 초기 급감했던 대 중국 수출이 왜 발생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설치한 태양광 셀 중 중국산의 비중은 74.2%에 달했다. 2019년 33.5%였던 중국산 비중이 4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국산 셀 비중은 2019년 50.2%에서 지난해 25.1%로 줄었다. 바로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왜 이리되었을까? 첫째는 중국의 퀀텀 전략의 성공이다. 21세기 들어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및 보급에서 세계 최대의 투자국은 중국이었다. 우리의 반도체와 무선통신이 세계 일류가 되었듯 중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미 싸고 효율 좋은 수준에 들어서고 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셀, 모듈 등 세계 태양광 산업 공급사슬의 70~80%를 중국산이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는 국가 온실가스 저감목표의 하향 조정과 재생에너지 지원 축소 등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축소에 기인한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패널제조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 중동 등 새 시장을 찾아 떠났다. 며칠 전 태양광 셀 제조업체인 한화큐셀은 세계 최초로 페브로스카이트 적층 셀의 상용화에 한발 다가섰다고 발표했다. 기존 실리콘 셀과 페브로스카이트 셀을 적층하여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흡수함으로써 발전효율을 28.6%까지 끌어올려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시스템연구소로부터 국제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셀이 상용화되면 현재의 셀보다 15%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일류에 진입하고 있는 '중국산 태양광'을 극복하는 길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국내 보급 시장을 확대하는 데 있다.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비를 삭감하고 한국과학기술원 학위수여식에서 이에 항의하는 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는 사태가 다시 발생해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끝으로 '전국의 산림'은 어떤지 살펴보자. 2018년 2443ha로 최고치를 기록한 태양광 목적 산지전용 허가 면적은 점차 줄어들어 2020년에 229ha로 급감하고 2021년 상반기엔 32ha에 불과했다. 2018년 산림청이 산지전용허가 경사도 기준을 25도에서 15도로 강화하고 2019년에는 환경부가 생태자연1등급 지역을 회피지역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에 이미 산지 태양광 발전은 매우 어려운 사업이 되었던 터이다. 국가의 모든 고급 정보가 올라오는 대통령실에서 무엇을 보고 정책 결정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새해에는 정상적인 경제 인식을 가진 이들에 의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기를 희망해본다. 신동한

[EE칼럼]기후변화 대응의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명연설이 있지만 고(故)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연설 중 'Connecting The Dots'라는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요약하면 인생 속 경험과 과정들을 일련의 점으로 표현하고 그 점들을 연결하다 보면 현재의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한 점은 미래의 우리와 후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지구의 위기, 인류의 위기, 노동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1월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막을 내렸다. 이번 총회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막 전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이력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주요국 정치,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난항이 예상되었고, 개막일에는 100여 명의 국가 및 정부 수반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는 와중에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는 화석 연료를 '신의 선물'이라고 말하며 기후변화를 서방의 가짜 뉴스에 비유해 비난했고, 환경단체나 정치인들이 허위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연설을 해 참석자는 물론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참석한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자국의 가스를 수출하는 협상을 벌이는 등 반 기후적 행동도 서슴없이 했다. 이번 COP29에서는 국제 탄소 시장 운영을 위한 표준 확정(파리협정 제6조), 선진국이 기후 재원을 매년 최소 3,000억 달러(약 420조 원) 조달 합의, 2025년 이후 신규기후재원조성목표(NCQG)를 수립하기 위한 논의 진행 등의 일부 결과가 있었지만, 파리협정 제6조 이외에는 사실상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고 개도국이 요구하던 5,000억 달러(약 700조 원)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기후 재원에 합의하는 등 개도국의 불만이 크게 제기되었다. 이에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니키 라이쉬(Nikki Reisch) 기후·에너지 책임자는 'COP29는 재앙(dumpster fire)이었다'라고 비난했다. COP29에서의 제한적인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이 그 중심에 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4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는 약 600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약 600기에 해당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홈페이지에 명시된 11월 현재 가동 중인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 총용량 374.531GW의 1.6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태양광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주요국은 2024년 신규 태양광 설치량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2023년 216.9GW에서 2024년 최대 260GW를 설치할 것으로 보이며, EU는 2023년 51GW에서 2024년 최대 64GW, 미국은 2023년 24.8GW에서 2024년 최대 40GW, 인도는 2023년 10GW에서 2024년 최대 23GW(11월까지 20.8GW 신설), 독일은 2023년 14.3GW에서 2024년 최대 18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요국에서 신규 발전설비의 70~80%를 태양광이 차지하고 있어, 태양광이 이미 주력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사태로 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탄핵 정국'의 후폭풍은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모든 정책은 표류하고 있고 특히 당장 시급한 기후·에너지 정책은 길을 잃은 모양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롯해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년 감축 목표) 수립이 대표적인데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COP29에서 우리나라는 2년 연속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3위에서 올해는 1위로 올라서는 등 글로벌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이러한 오명은 향후 국제 협력에서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어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와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부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이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황민수

[EE칼럼]막판 탈원전 정책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매우 묘한 시기에 발생하였다. 정권의 마지막 해였던 2022년이 되자 탈원전을 선언했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에너지가 부족해지자 탈원전의 선두주자였던 독일도 폐기하려던 원전의 재가동을 시도하였다. 영국은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 16%에서 2050년까지 25%로 올리겠다고 발표했고 일본도 당초에 폐기할 계획이었던 원전 3기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태리, 스위스, 벨기에 등 탈원전을 선언했던 나라들이 기존원전의 계속운전을 추진하거나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하였다. 불가리아, 체코,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이 대형원전을 건설할 수 없는 나라의 희망이 되면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중국 등 여러 나라가 각자 고유한 SMR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가 도입되면서 데이터센터 한 곳에 필요한 전력량이 원전 5기분에 달하고 그런 데이터센터가 5곳 이상 필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전에 대한 수요가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는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유럽연합(EU)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에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이다. 또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하여 무탄소 에너지를 현재보다 세 배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조짐은 2018년 송도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에서도 있었다. 지구온도상승을 1.5도씨 이내로 낮추기 위한 4가지 시나리오중 하나만 원자력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나머지 3개의 시나리오는 적게는 50% 많게는 400%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첨단 원자력 즉 소형모듈형원자로를 전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탈원전을 선언한 시기는, 탈원전을 적극적으로 또는 소극적으로 주장했던 나라들이 친원전으로 돌아서려는 바로 그 시기였던 것이다. 물론 우리보다 약간 먼저 탈원전을 선언하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대만이 유일한 예외지만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다들 친원전으로 돌아서려는 시기에,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유일한 예외국가인 독일을 따랐다. 사실상 독일의 제조업이 높은 전기요금 때문에 숨이 막혀가고 있는 상황을 못 본 체 하면서 예외를 마치 좋은 사례인 양 포장하였다. 원전가동을 멈추게 하고 신규원전 건설을 하지 않으면서 태양광 발전을 턱없이 늘렸기 때문에, 가정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은 각각 50%와 70% 인상하였다. 한전의 부채는 1백조 원에서 2백조 원으로 늘었다. 꼭 그 때문은 아닐지 모르지만 마무리가 되어가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수출은 멈춰섰고 영국 원전수출에서는 우선 협상자 지위를 상실하였다. 그간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국내에서는 신한울3·4호기 건설이 5년간 중지되었고, 천지1·2호기와 대진1·2호기는 백지화되었고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원전부품 공급망이 일부 붕괴되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웨스팅하우스이다. 미국내에서 40년간 원전건설을 하지 않다가 4기의 원전건설이 정부지원하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보글3·4호기는 7년의 공기지연 끝에 지난해와 올해에 준공되었고 VC 서머2·3호기는 건설하다가 중간에 포기하였다. 그 결과 웨스팅하우스는 도산하였고 소유자였던 도시바는 헐값에 이를 캐나다의 헤지펀드에 매각하였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를 놓고 도시바와 수주경쟁을 하였던 우리나라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2천 명 감원, 두산건설 매각, 산업은행 1조원 차입경영을 할 때였기 때문에 구매에 나설 수 없었던 것이다. 월성1호기을 조기 폐쇄하여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고 한빛3·4호기를 5년간 정지시켜 10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였다. 그보다 더 한 것은 신한울1·2호기의 준공이 2년여 미뤄지고, 신한울3·4호기 건설이 5년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손실이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했다. 득도 없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많은 국민이 원자력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원자력 사회는 국민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원전 안전성에 대한 폄훼를 극복하고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대한 확실한 오해불식 등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재인식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나아갈 길을 평탄히 해주었다. 이제는 안보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영역에 무지한 정치의 간섭을 막아야 할 때이다. 정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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