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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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기록적 폭염과 에너지 복지, 그리고 기후변화 적응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 두 달 동안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악영향을 그야말로 몸으로 체험하였다. 그런데 막상 주변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그들의 논의의 초점이 기후변화 대응 방안들과는 사뭇 다른 것을 알게 된다. 다들 기후변화가 진짜이며 매우 심각하다고들 말하지만, 내년 여름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에너지절약이나 청정에너지의 자발적 생산 등이 아니고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대형 에어컨을 추가로 구매하며, 냉방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현재 가정용 전력 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해 달라거나 아예 복지 차원에서 '냉방용 전기 사용 보장'을 해 달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처지에서 보면 당장 더위를 해결하는 것이 온실가스 등 원인의 해결보다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온실가스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오늘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적인 이슈화가 되어 온실가스 감축 협의가 시작된 것이 1990년대이니 20년이 넘은 이슈이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 전문가나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응' 방안에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막상 실제로 국민이 체험하게 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부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한다. 지구온난화를 대처하기 위한 정책은 원래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억제하는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맞추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해 가는 적응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남지방의 토산품이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가 주산지이며, 제주도의 명물 감귤도 이미 경남이나 호남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어쩌다가 잡히던 참치가 이제는 남해안에서 흔하게 잡히는 어종이 되었다. 농수산물 분야에서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신품종 기술개발과 산업의 조정은 물론 적을 위한 교육에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과 상업 및 산업현장에서의 기후변화 적응 방안은 거의 만들어진 바 없다. 그저 허리띠 졸라매기 형의 에너지절약 방안만을 외치고 있었다. 예전에 사용하던 한 등 끄기나 냉난방 기간 제한, 차량 십부제 등의 조처가 요즈음에도 냉방 온도나 시간 제한하기 또는 제조업이나 상점의 냉방억제 등의 형태로 변화되었을 뿐, 최고기온이 35~40도에 달할 때 국민은 어떻게 냉방용 에너지소비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러니 국민은 이번 여름과 같은 폭염이 또 올까 두렵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할 방책을 모르니 결국 더 큰 용량의 에어컨을 구매하면서 전력 요금은 더 많이 깎아달라고 하는 에너지 복지의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만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소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시행한 지 오래다. 기업은 자기가 사용하는 에너지시스템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 및 상업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국민이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선택의 권한이 국민에게 주어져 있지 않은 것뿐이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산업은 이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용 용량과 요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똑같이 망(network)을 사용하는 전력산업은 그러나 이제 겨우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검침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력 요금 역시 전 국민이 단일요금제도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충분히 냉방을 하며 지내지 못할 이유도 없는 나라이다.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에너지소비는 사회 미덕이자 국제경쟁력이다. 국민과 함께 스마트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대안을 제공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첨단기술이 국민의 선택을 보장하여 주고 국민은 스마트하게 생활하는 방안이야말로 진정한 에너지 복지 방안일 것이다. 이런 방안들이 현실이 되는 시기가 빨리, 가급적 내년 여름 이전에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EE칼럼] 양수발전소, 기후대응 댐이 될 수 있다

2023년 9월 영국 가디언지는 북극곰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하였다. 애초 북극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표 멸종위기 종으로, 그동안 기후 위기의 '상징'처럼 다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난 50년간 평균기온이 4℃나 상승했을 정도로 지구온난화 직격탄을 맞았던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북극곰의 개체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유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줄어들면서 사냥이 어려워져, 북극곰들이 주요 먹이였던 바다표범뿐만 아니라 육지에 서식하는 순록까지 사냥하며 생존 전략을 변화시켰다. 이와 더불어, 북극곰과 회색곰의 교배종인 피즐리(pizzly)가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되었다. 쉽게 말해 북극곰이 기후 변화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면한 기후 위기 자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젠 불가피해진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도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런 기후 변화 적응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준비도 최근 분주해졌다. 지난 2024년 7월 30일 환경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선정한 '기후대응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선정된 댐은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 댐 7곳, 용수전용 댐 4곳으로, 각각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권역에 분포해 있다. 각 댐은 한 번에 80~220mm의 강우를 수용할 수 있는 홍수 방어 능력을 갖추고, 연간 2.5억 톤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원래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많지만, 강수량의 지역적 분포가 고르지 않다. 또한, 특히,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겨울철에는 강수량이 적어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도 심하다. 더욱이 높은 인구 밀도와 급속한 산업화로 물 수요도 높아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강수 패턴, 강우량 등이 변동하면서 최근 가뭄과 홍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가령 2022년과 2023년에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2년 남부지방의 장기 가뭄으로 생활용수 부족과 함께 국가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도 겪었다. 특히 수도권의 주요 용수 공급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이미 용량의 94%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만일 극한 가뭄이 발생하면 인구의 절반에게 정상적인 생활용수 공급도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한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가 이번 환경부 발표의 기본 취지로 읽힌다. 한편 이번에는 제외되었지만, 사실 수자원 관리 적응력 강화에는 양수발전소도 한몫 거들 수 있다. 그동안 양수발전은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하부 저수지에서 상부 저수지로 퍼 올린 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주로 발전기 겸 에너지 저장수단으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다목적댐, 홍수조절 댐, 용수전용 댐 등과 유사하게 역시 '댐'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수자원 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보통 양수발전은 물 저장 용량 및 에너지 저장 주기에 따라 다양한 분류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주파수 조정, 고주파 제거, 공급 중단 시 백업 전력 제공 등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 단위 양수발전이나 일일 전력 수요 변동에 대응하는 일 단위 양수발전 등 주로 단주기 에너지 저장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물 저장 용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저장 주기를 연장하면, 계절 단위나 심지어 연간 단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가령 계절 단위 양수발전의 경우, 주로 대형 강을 따라 평행하게 고위 저수지를 건설되는데, 주로 우리나라의 여름처럼 물 가용성이 높은 시기에는 물을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고, 추가적인 대규모 전력 생산이 필요하거나 물이 부족한 가령 겨울철에 저장된 물을 하부 저수지로 방출하여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완화 등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물 자원의 계절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계절 단위 양수발전 외에도 양수발전을 담수나 지표수 관리에 병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령 일본 오키나와와 같이 담수 자원이 부족한 도서나 해안지역에서는 담수 대신 해수를 저장하여 양수발전을 하는 예도 있다. 이는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확대로 전력 불안정 문제 해결이 시급하지만, 담수 자원이 아쉬운 제주도에 적합해 보인다. 또한, 폐광이나 채석장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지표수 자원의 가용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다. 이는 지하에 위치하기 때문에 증발 손실이 적고, 지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여 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양수발전은 발전기 및 에너지 저장수단 즉 에너지 정책 대상인 동시 이제는 기후 위기에 적응력을 고양하는 주요한 수자원 관리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당면한 에너지와 물 문제 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련 기술개발과 실제 적용에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EE칼럼] 소 키울 사람이 없다

소는 누가 키우나? 한때 유행했던 우스갯소리다. 요즘 그 속뜻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고기와 우유를 얻으려면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 번듯한 축사와 좋은 사료 등. 그런데 핵심은 매일 소를 먹이고 돌봐줄 사람이다. 원전산업 인력난이 심상치 않다. 지난 정부 5년간(2017~2021년) 국내 3대 원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전기술에서 1230명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두산에너빌리티는 직원을 7728명에서 5622명으로 27% 감축했다. 현재 원전산업 인력은 3만5649명으로, 탈원전 이전인 2016년(3만7232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거 정년 퇴직과 젊은 세대의 원자력 전공 기피 등이 더해져 인력난을 가중하고 있다. 원전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6기 원전의 운영을 포함해, 국내·외 신규원전 건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 우리 에너지 안보와 경제발전을 위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 사업을 수행할 핵심 인력 확보가 중요하기 떄문이다. 당장 시행할 단기 대책부터 시간을 두고 지속해야 할 중장기 대책까지 아울러서 말이다. 첫째, 고경력 전문인력 운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퇴직 직후 또는 퇴직을 앞둔 인력의 수십년 현장 경험과 노하우는 사장시키에는 너무 아까운 자산이다. 이들은 원전 설계 및 운영부터 안전규제 업무에 즉시 투입가능한 인력이다. 원자력 기관이 고경력 전문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전산업 종사자 개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원전감독법」 제15조(임직원의 취업제한)를 대폭 완화하여, 고경력 전문인력이 직업윤리만 지킨다면, 국내 어디서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둘째,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 원전산업은 공기업 위주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정원과 예산 통제를 받는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어도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 시기를 놓쳐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잦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과 예산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기업이 국내·외 원자력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간기업이 원자력 분야로 진출하는데 걸김돌이 되는 제도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셋째, 불합리한 규제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안전규제에 관해 '규제의 독립성'원칙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규제 관련 기관장이나 회의체 구성원 등을 선정할 때, 피규제기관 임·직원은 물론, 그 기관의 자문, 과제나 용역을 수행한 전문가조차 배제하고 있다. 그렇잖아도 원자력 전문가 풀이 협소한대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대며 전문가를 배제하다 보니, 적합한 전문가 찾기가 모래 밭에서 바늘 찾기가 됐다. 이는 안전규제의 또다른 핵심 원칙인 '규제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하고, 결국에는 인허가 지연으로까지 이어진다. 직업윤리를 준수하는 전문가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활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넷째, 원전산업의 미래 계획을 서둘러 실천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원자력 전공 기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들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원전산업의 미래에 대해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원전산업에 꼭 필요한 기반을 조기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핵심이 신규 원전 부지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려한 대형원전 3기와 SMR 1기를 건설할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아울러 원전 수요 창출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2037~38년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국내 화력발전소 12기 중 다수를 SMR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 수출용 대형원전을 민간기업과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는 15년전 개발을 시작한 APR-1000으로 체코 진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민간기업의 원전 인력양성을 돕고 우리 원전의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문주현

[EE칼럼]진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길

에너지는 국방, 식량과 함께 국가 존립에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최상의 지식과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 높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사용하기 쉬운 형태로 공개되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문제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철저한 분석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의 지정학적 환경, 산업 환경, 중장기 발전 전망 등도 냉철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정 이해관계나 단기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넓은 시각에서 공개적이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5월 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논의가 깊이 있게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와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이해관계에 따라 단편적인 의견을 내놓는 경향이 있고, 정치권의 토론회는 극도로 진영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전문가들조차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며 소신있는 의견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문제 제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의 주요 원인으로 실무안이 충분한 근거자료들과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어떤 전문가라도 에너지 문제 전반을 꿰뚫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수립,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점에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잘잘못이나 현재의 부족한 점을 먼저 따지기에는 올바른 국가 에너지 정책 체계 수립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에너지 문제는 이미 극단적으로 진영화되어 있으며, 급변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 문제를 제대로 따지려다 보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일단 미래를 중심으로 합리적이고 치열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2050년대에 이르러서는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후진사회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1년여에 걸친 논의 끝에 마련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많은 토론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전력 수요 전망과 에너지원별 적정 비중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고, 전력망 확보, 전기 품질 및 적정 가격 문제 등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지만, 2038년까지 무탄소 전원 비중을 70% 수준으로 상향시키겠다는 큰 방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기 때문이다. 전기본은 매 2년마다 수립되므로, 차기 전기본이 최상의 지식과 데이터에 기반하여 신뢰성 있게 수립될 수 있도록 논의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새로 출범한 22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도 국회에서 에너지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논의하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자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를 포함한 정당 차원 활동의 대부분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데 그치고 있다. 입장이 다른 의견은 무시되거나 형식적으로 청취되고, 이는 결국 편향된 정보로 무장된 진영 간의 끝없는 싸움을 초래할 뿐이다. 이미 진영화된 전문가들과 운동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들이 국회 토론회를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이용하는 경향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가와 인류를 위한 에너지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22대 국회의 첫 2년을 에너지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 기간으로 삼길 건의한다. 이러한 학습은 국회만의 일이 아니다. 각 분야 에너지 전문가들도, 이해관계에 얽매여 때로는 아전인수격 주장을 해온 이해관계자들도 함께 참여하여 깊이 있는 학습과 토론을 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높은 여야 국회의원과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회 포럼을 통해, 2년간 다양한 주제에 대해 꾸준히 지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할 필요가 있다. 토론회 전 과정은 국회방송과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공개하면 좋겠다. 국회의원들은 인사말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에 적극 참여하여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포럼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속된다면, 분명한 사실과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안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국가기관들은 토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적기에 제공해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든 정당에 따라 에너지 문제를 보는 시각과 정책의 차이는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은 에너지 문제를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고, 우리나라처럼 심각하게 진영화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국회가 에너지 문제에서부터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EE칼럼] 미국 상무부, 무상할당 된 배출권 보조금이라고 억지 주장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최근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하며 이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값싼 전기요금과 배출권거래제 하에서의 배출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무상할당분이 보조금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는 보조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보조금을 통해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할 경우, 효율성에 기반한 자유무역을 왜곡하고 타국 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기 때문에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때 상대국은 수입품에 포함된 보조금의 금액만큼 추가로 부과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격 우위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상계관세라 한다. 미국 철강 업계는 한국 배출권거래제의 탄소누출 규정에 따라 100% 무상으로 할당 받은 한국 기업들을 보조금 수혜로 판단해 관세부과 대상으로 주장하고 있다. 탄소누출 (Carbon leakage)이란 한 국가나 지역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기업들이 생산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데 탄소누출이 발생하면 한국 철강업계는 생산시설을 한국이 아닌 탄소규제가 없거나 약한 인도 등 개도국으로 옮겨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에 붙잡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한국 배출권거래제에서는 무역 의존도가 큰 기업들에게 100% 무상할당 중이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일반 기업들에게는 90%만 무상 할당하면서 철강업계에는 100%를 무상 할당하는 특혜를 주었기 때문에, 이는 인위적 가격조작을 유발하는 보조금이라는 주장을 한다. 추가로 무상 할당된 10%는 정부가 대가를 받고 지급해 얻을 수 있었던 세수인데, 이를 포기함으로써 세금 감면과 유사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추가적으로 무상으로 할당 받은 탄소 배출권 만큼에 상응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해버렸다. 자국에서는 주어지지 않는 값싼 전기요금에 대해 보조금 판단을 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미국 기업들은 비싸게 발전된 전기를 제 값에 주고 사서 쓰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현재 소매 전기가격이 한국전력 독점으로써 정부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덤핑으로 의심받을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이렇게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전기소비에 따른 형평성을 따지자면 불공평한 경쟁이라 생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출권 무상할당의 보조금 판정은 다르다. 미국 철강사들은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도 일률적으로 적용 받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국내 철강사들과 아예 비교 대상조차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A 기업에 비해 한국의 B 기업이 혜택을 받는다고 해서 이를 상계관세의 대상으로 본다고 판단을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비교하려면 미국의 철강사와 한국의 철강사가 비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무상할당 조정계수가 1이 넘지 않는 상황, 즉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 자체가 규제의 유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감축된 후 나머지 배출량은 보조금이라고 판정되어선 안된다. 정부로부터 일부 배출권을 경매로 구입해야 하는 기업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혜택을 받고 있다 뿐이지, 절대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의 규제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물론 OECD 등 국제기구에서도 아직 배출권거래제에서의 무상할당 된 배출권을 보조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연한 논리이다. 이에 대해 반박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존재 때문이라거나, 혹은 배출권의 무상할당이 보조금이 될 수 없다는 원리를 잘 이해 못해서일 것이다. 만약, 이미 배출권거래제가 운영되어 있는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의 일환으로 관세를 적용한다면,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유럽과 한국 모두가 배출권거래제를 적용 받는 중이고, 무상할당률 만이 차이가 나면 유럽과 한국 철강사간의 공정한 경쟁이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는 배출권거래제의 몰지각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오류이고, 자국 내의 학계나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았는지도 매우 의심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의 조치이니 순순히 받아들이자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상계관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것 또한 업계와 정부 모두의 무지 탓이다. 너무 안타깝다. 유종민

[EE칼럼] 위해성 기반 대기환경 정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대기질 관리를 하는 방식이 주로 배출원으로부터의 오염물질의 농도를 저감하고자 하는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해왔다. 이러한 정책 관리 수단은 상당 기간 잘 관리되고 그 정책 부합성과 투자 자원의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또한 산업계와의 적절한 협력과 논의를 기반으로 단계별 추진이 되어왔으며, 과거 우리나라의 부족한 자원을 감안할 때에 경제 생산 부문과 환경 관리 부문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환경관리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우리나라가 대기 문제와 관련하여 대외 요인 등의 관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산업용 대기 환경관리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은 정부와 산업계의 지속적인 소통에 근거해 왔는데 이제 어느 정도 수준의 대기질 관리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총량 절감이 상당한 투자 비용에도 눈에 들어나는 성과를 이루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과거의 관리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순히 배출 설비로부터의 배출량 관리를 넘어서 실제적인 피해의 대상인 주민들의 건강 보호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기 중의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이 호흡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고 이로 인하여 여러가지 독성 또는 발암성이 높은 성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서 다른 환경매체에 비해 즉각적이고 피할 수 없이 건강 위해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여 대기환경 관리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지역에서는 대기질 측정망을 통하여 실시간 자료를 측정하여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되는 데이터는 주로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오존,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그리고 아황산가스와 같은 물질의 공기 중 질량 혹은 농도 자료들이다. 주로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는 분체상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구성 물질의 화학적 특성이 다를 있을 뿐 아니라, 단순 무기질 물질이 아니라 유기화합물의 형태를 갖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배출원으로부터의 1차 오염물질이 시간을 지나며 화학작용을 통하여 2차 오염물질로 변화하기도 한다. 따라서 측정을 통하여 총량으로 대기질을 표시하는 방식은 이러한 세부적인 부분을 전부 담아 내기가 어렵다. 특히 지역별로 산업 설비의 구성과 배출물질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가지고 정책 목표를 정하고 규제를 만들어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론적인 취지에는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데 있어서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대기분야의 전문가들은 그런 측면에서 보건 분야의 전무가들과 적극적인 공동 연구나 학술 세미나들을 개최하여 인체 위해성이라는 측면에서의 정성적인 접근에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위해성 규명은 질량 농도의 측정이 아닌 미세먼지 구성성분의 건강영향에 미치는 작용 원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밝혀져야만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자료 축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살펴보면 최근 한 연구결과에서는 미세먼지 중의 나트륨, 암모늄 등과 같은 구성이온물질의 심혈관계질환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밝혀졌다. 이같은 내용들을 점차 축적하여 데이터 베이스화 하게 되면, 지역별 인체 위해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자료를 가지게 되고, 선별적 배출 오염원의 추가적 강화 이유에 대한 경제계의 도움과 양해를 구하는데 있어서도 활용될 수 있다. 더 많은 산업별로 배출되는 미세먼지 구성 원소의 종류와 성분을 파악하고 나아가 물리 화학적 특성들을 세밀히 작성하고 분류하여 위해성 등급에 대한 조사 작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미시적으로는 주요 구성 원소종류와 각 구성성분들의 건강영향을 추적하는 연구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 보건을 최우선시하는 대기환경 정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신뢰성 있는 환경위해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보건 분야나 화학 공학 분야 등과 융합적 분석에 기반한 연구를 확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대기환경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할 수 있는 체계의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러한 정책 전환 시도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위해성이라는 개념으로 인한 시민들의 과도한 우려와 함께 일부 산업 시설에 대한 님비(NIMBY)현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는 적극적인 소통과 홍보를 통하여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기서

[EE칼럼]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 딜레마, 열 요금이 핵심이다

서울시민들이 잘 모르는 서울시의 딜레마가 있다. 바로 강서구 마곡지역에 위치한 주택 7만 세대 열 공급을 위한 열병합발전소와 열전용보일러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09년 정부가 이 지역을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하였고 2년 뒤 서울시에서 마곡지역에 대한 집단에너지사업을 허가받았다. 그 후 서울에너지공사가 2016년 설립되면서 서울에너지공사에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사업은 초기 계획과 달리 더디게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6차례나 유찰되었고, 어렵게 수의계약에 의해 업체를 선정하였지만 물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로 해당 업체가 사업 참여를 포기하면서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사업비 인상이다. 서울에너지공사가 사업에 착수할 당시 사업비 규모는 3,528억 원이었지만 사업이 연기되고 여러 번의 유찰과정을 거치면서 2022년 사업비는 총 5,291억 원으로 증가했다. 사업비가 급증하면서 서울시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서울시는 서울연구원을 통해 사업추진의 타당성 및 경제성, 사업비 규모, 대안 등에 대해 재검토를 했다. 검토결과, 마곡지역의 안정적인 열 공급을 위해서는 집단에너지시설은 필수적이지만 기존의 사업방식은 수익성이 부족하고 사업 주체인 서울에너지공사의 재무조달 리스크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결방안을 놓고 이해당사자인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노조)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집단에너지 공급시설 건설에 대한 직접적인 출자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대안으로 외부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즉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가 직접 투자하는 대신 열병합발전소의 규모를 당초 285MW 규모에서 500MW로 확대하여 발전사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서울에너지공사는 발전소의 전기 생산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열을 마곡지역 소비자에게 공급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에너지공사(노조)는 이러한 서울시 정책이 열에너지 공급 관련 오랜 기간 쌓여 온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키며, 정부의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 시점에서 대체 허가권이 절실한 발전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정리하면, 서울시는 막대한 출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서울에너지공사에 대한 불신이 큰 반면, 적자에 허덕이는 서울에너지공사는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운영을 통해 적자 해소는 물론 노후시설 교체를 위한 재원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누가 사업을 시행하며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미곡지역 주민들에게 열을 공급하는데 있어서 열전용보일러 외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왜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열은 더운물 정도지만, 추운 겨울철이 되면 난방을 위한 열에너지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열을 공급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계절별 열 수요의 변동이 커서 적정 시설 규모를 결정하기가 어렵고, 열 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열만 공급해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너지공사를 비롯하여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자체 열 생산 외에 소각장 등 외부 시설들로부터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한계가 있어서 결국 열 판매 외에 전기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연구원에서 수행한 마곡사업에 대한 재평가보고서에는 30년 동안 열병합발전소 시설을 가동하게 되면 열을 판매하여 얻게 되는 수익은 약 2조 7000억 원정도인 반면, 전기를 판매함으로써 예상되는 수익은 열 판매 수익의 2배가 넘는 약 6조 4000억 원으로 추정하였다. 이렇다 보니 적자 상황을 개선하고 노후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 서울에너지공사 입장에서는 알짜 사업인 열병합발전소를 외부 기업에 양보하고 돈 안되는 열만 받아서 공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고, 그 부담은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가 공급하던 열을 안정적으로만 공급받으면 되고, 열 요금이 비싸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과연 소비자와 연관성이 없는 것일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그로 인한 결과가 뒤따른다. 빠른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수출 경쟁력과 물가 안정을 위해 저렴한 수준을 인위적으로 유지해 왔다. 이러한 가격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 수조원의 미수금이 쌓여 있는 한국가스공사를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동일한 일이 서울에너지공사를 비롯하여 열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거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회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회복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올바른 회복 과정은 현재의 첨예한 문제를 비롯하여 오래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 딜레마는 소비자의 선택과 비용 부담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단기적 측면 보다는 중장기적 측면에서의 전략적 판단과 함께 근본적인 열 요금 구조의 개선이 중요하다. 모쪼록 현명한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바이오 연료 전쟁이 온다

이번 여름은 정말 덥다. 이미 각종 기록을 깨고 있다. 일일 최대 전력 수요량, 일일 최고 온도, 그리고 온열진환 환자 수, 강력한 태풍의 발생, 여기에 잦은 난기류의 발생, 심지어 대형 지진의 발생 가능성 등등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나 태풍으로 전 세계가 많은 경제적, 인명적 고통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모든 국가, 특히 개도국들은 충분한 전력 공급과 수요 관리, 효율적이고 적절한 건강 보호의 시스템 마련, 사회 기반시설의 대폭적인 강화, 그리고 기상 예정보 체계의 정확도 향상 등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너무 덥다 보니 사람들이 자동차를 몰고 나오는 것이 더 심해진 듯하다. 당연히 교통 체증이 휴가철과 함께 시내는 물론 지방에서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국가적으로는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를 40-50 퍼센트 감축한 후에 2050년까지 탄소중림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에너지부분에서는 RE100(신재생에너지 공급 100포센트)이니, CFE(Carbon Free Energy), 무탄소 에너지 정책을 통하여 에너지 전환을 이루고자 한다. 건물부분은 제로에너지 빌딩, 녹색 빌딩, 패시브(passive) 하우스,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등을 통하여 에너지를 전환하고자 한다. 수송부분에서는 전기차, 수소차 등이 대두되고 있으며 디젤 자동차를 2035년부터 생산 하지 않겠다는 국가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전기차나 수소차로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 항공기나 선박을 배터리로 운전하는 데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부터 각국의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바이오 연료 기반 수송부분의 정책이다. 즉 바이어 디젤, 바이오 에탄올, 바이오 항공유, 그리고 바이오 선박유 등을 기존의 연료에 혼합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혼합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비교적 많이 발생하는 것이 그 이유다. 당장 발등의 불은 바이오 항공유라고 본다. 2030년까지 미국은 항공사들에게 10%를 혼합하여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유럽은 6%, 일본은 10%, 대만도 5%를 의무화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바이오 디젤의 혼합 의무비욜이 2030년까지 8%로 상향하였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바이오 항공유, 선박유 도입에 대해서는 25년이나 26년 도입 예정일뿐 구체적인 정책이나 목표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의 정유사는 세계 5대 수출국이다. 특히 항공유의 수출이 1등이며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다. 만약 미국이 바이오 항공유를 혼합하도록 하면 수출국에도 요구할 것이 뻔할 것인데 정유사, 산자부, 국토부, 항공사 등은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바이오 항공유는우 아시아 시장 규모가 향후에 가장 클 것이라는 점도 불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산업으로 보고 들어가야 한다. 휘발유 엔진에 혼합하는 바이오 에탄올도 한국에서는 아직 사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좋았다고 해도 미래에는 아닐 것이다. 일본의 정유사들은 500,000 킬로 리터의 바이오 에탄올을 의무적으로 생산 해야 하며 정유사와 자동차 사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바이오 항공유 공급을 위해 “바이오 항공유 공공-민간 파트너쉽"도 결성하여 추진하고 있다. 특히 GX(green Transformation) 추진하에 바이오 연료부분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으로 벌써부터 세계는 다양한 원재료(대두, 콩, 옥수수, 사탄수수, 팜유 등등)의 공급원 확보를 위한 각축전 벌어지고 있다. 미래는 다양한 전쟁의 형태가 나올 것이다. 무기를 가지고 하는 재래 전쟁, 원재료를 확보하는 전쟁, 지적 저작권이나 생물자원을 확보하는 전쟁 등이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치밀한 계획, 우수한 보좌진, 최신의 무기 그리고 강력한 리더쉽과 전사들의 사기일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전쟁에서 승전보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답은 미안하지만 아니다. 그래서 더 덥다. 김정인

[EE칼럼] 기업 밸류업은 상장 공기업부터 제대로 하라..

우리 정부는 선진국 따라하기 잘한다. 그 중 하나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도쿄거래소(JPX)는 2022년 4월 '시장체제 개편'을 단행하였다. 이어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자본효율성·주가를 고려한 경영, 기업지배구조의 질 향상, 주주와의 대화 강화, 영문공시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일련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금년 2월 유관기관합동으로 '한국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하였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을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의 추진과제로 공정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혁신·규제개혁 등을 통한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가 기업 밸류업에 필요한 기본방향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금감원은 상법 개정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8월 21일 상법 분야 전문가를 초청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적 기업지배구조 하에서 일부 회사들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하므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해 여러 상법 전문가들은 이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일반주주에까지 넓히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도 올초 자칫 상법 개정이 주주이익 보호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기업경영의 발목만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상장 공기업의 기업가치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질적 경영과 대주주의 역할을 맡으면서 과연 우리 정부는 상장 공기업 일반주주의 이익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대표적인 상장 공기업은 정부도 시장형 공기업이라고 분류하고 있는 한전과 가스공사이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 43조원의 누적적자와 200조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한해 이자비용만 4조원대다. 하루 이자가 100억원이 넘는다. 가스공사는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13조7천억원을 넘었고 전 분기보다 미수금 수준이 2천억원 증가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도매 가스요금을 제때 올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과 가스공사 뿐 아니라 또 다른 상장 공기업인 지역난방공사도 4천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묶인 상태에서 열요금을 무슨 수로 올리겠는가? 정상 이하의 전기요금은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년째 전기요금을 적정 이하로 유지하면서 엉망진창이 된 한전 재정을 돕기 위해 정부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작전에 돌입하였다. 한전의 전력구입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매 전기요금 못 오르게 도매 전력시장에 개입해 왔다. 2023년에 시행하였던 SMP 상한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민간 발전소들도 도매 전력시장에서 제값 못 받고 발전한 전기를 판 셈이다. 한전도 손해 보는데 다들 고통분담하자는 식의 논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돈과 의욕이 떨어진 한전이 송전선을 제대로 짓지 못하자 동해안의 석탄 및 원전에서 발전한 전기를 수도권과 반도체 클러스터에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규제가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전,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주가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민간 상장기업에게는 일반주주의 이해를 고려해 밸류업하라고 하고서는 자신들이 대주주인 상장 공기업 일반주주의 주머니는 거의 빈털터리로 만들어 놓았다. 여기에 그친 것이 아니다. 다른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시켜서 관련 산업의 주주도 손해보게 한 셈이다. 우리 상장 공기업에 대한 가격규제는 미국의 SEC도 지켜보고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진 국민연금도 한전과 가스공사 주식을 당장 팔아치워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서 민간보고 밸류업 제대로 하라고 할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조성봉

[김성우 칼럼] 산업 탈탄소가 시급한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미국 국립 해양대기국(NOAA)이 지난 17일 발간한 기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가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77%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의 지난달 지표면 기온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7월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지난 14개월 연속 매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렇게 심각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 주요국이 탄소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등 관련 정책을 예고하고 있는데,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제품을 국가간 교역할 때 과금하는 탄소무역장벽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연합이 올해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작하면서 영국 등 주변국들도 유사한 정책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주요 교역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탄소배출량을 미국의 제품 탄소배출량과 비교·평가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을, 상원에 이어 지난 7월 하원에서도 양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수입품에 탄소가격을 부과하려면 우선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파악해야 하므로 이는 탄소무역장벽 설치의 신호탄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의 경우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산업 탈탄소를 가속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필자는 지난 1월 유럽의 싱크탱크인 몽테뉴 연구소(Montaigne Institut)가 주최한 유럽연합(EU)-아시아 정책 워크숍에 참석해 탄소가격으로 인한 기업 영향에 대해 논의했고, 지난 5월에는 동 연규소 산업 탈탄소 전문가인 조셉 델라태 박사를 한국으로 초대해 산업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수단과 어려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산업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3/4은 철강, 시멘트, 화학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 3대 업종에 논의를 집중했다. 철강의 경우, 주요 감축 기술은 전기를 활용해 고철을 녹이는 전기아크로(Electric Arc Furnace)와 석탄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수소직접환원(Hydrogen Direct Reduction)이 대표적인데, 문제는 청정전력 및 순수고철의 확보와 청정수소 인프라 구축이다. 시멘트의 경우, 주요 감축 기술은 산업 부산물인 슬래그(slag)나 플라이애시(fly ash)로 시멘트 원료를 대체하거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로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대체제의 수급과 포집된 탄소의 활용처/저장공간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화학의 경우, 화석연료 기반의 나프타 원료를 바이오매스 기반의 바이오나프타로 대체하는 기술과, 공정연료를 재생전기나 청정수소로 대체하는 기술이 주요 수단인데, 문제는 역시 청정 원료 및 연료의 수급이다. 한마디로 수단은 있는데 장애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 탈탄소 추세로는 기후 위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산업 탈탄소 기술에 대해서는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 대표적인 공통 기술이 청정수소와 탄소 포집·활용·저장인데, 최대한 빠르게 기술 가격을 하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탄소가격을 부과하면서도 보조금을 지불해 기술가격이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초기 시장을 만들어 줘야 하고, 바이오매스나 폐플라스틱 등 산업 탈탄소에 필요한 청정 원료 및 연료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줘야 한다. 또한, 모험 자본도 늘려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시장의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의 조건 없는 사회책임기금이나 다자간 은행의 양허성 자금 등 우선 손실을 감당할 모험 자본이 상업 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기술, 정책, 금융이 동시에 산업 탈탄소 공통 기술 상용화를 위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산업 제품의 탈탄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 상술한 공통 기술들은 한국에게만 필요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실기하면 다른 국가나 기업이 먼저 상용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그 기술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와야 하고, 이는 우리 제품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우리가 지금 공통 기술을 적극 상용화해 확보한다면 우리는 제품 수출은 물론 산업 탈탄소 기술까지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선택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이다.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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