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만큼 가입 이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상품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정효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지원본부장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을 꼽았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회사의 경쟁력도 상품 판매에서 장기적인 자산관리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올해 3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9조9000억원으로 증권업계 1위다. 2위 삼성증권(27조7000억원)보다 22조2000억원 많다. 특히 DC에서는 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 1위, IRP에서는 증권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이처럼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 중심의 연금 운용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연금자산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말 37%에서 올해 9월 말 57.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ETF 투자금액은 15조7100억원에서 43조8700억원으로 약 2.8배 늘었다. 정 본부장은 “상품을 다양하게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직접 관리하고 점검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 차별화된 강점"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더라도 고객이 장기적인 투자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자산배분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올해 3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42조1000억원으로 2023년 같은 기간(349조9000억원)보다 약 55%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2024년 14.3%, 지난해 14.9%, 올해 18.0%로 높아졌다. 그는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와 IRP의 성장"이라며 “최근 3년간 늘어난 퇴직연금 적립금의 약 84%가 두 제도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DB 적립금이 최근 3년간 16% 증가하는 동안 DC는 78%, IRP는 130% 늘었다. 전체 적립금에서 DC·IRP가 차지하는 비중도 45.6%에서 59.2%로 확대됐다. 정 본부장은 이러한 변화를 고객의 인식 전환과 연결 지었다. 예·적금 중심의 운용에서 벗어나 노후자금을 적극적으로 불리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권사로 연금자산이 이동하는 배경으로 수익률과 비용 경쟁력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해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9.79%로 은행(5.27%)과 생명보험(4.53%), 손해보험(3.81%)을 앞섰다"며 “수익률 비교공시가 의무화되면서 운용 성과가 금융회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비용부담률 역시 증권업권은 0.335%로 은행(0.451%)보다 낮았다. 장기간 자산을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특성상 비용 차이도 가입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을 중심으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매달 자산배분위원회를 열어 시장 상황에 맞는 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디폴트옵션위원회를 통해 관련 상품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정 본부장은 “글로벌 자산배분을 기반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 최대 규모의 연금 전담 인력과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가입부터 은퇴설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23일 기준 자사 DC·IRP 전체 고객을 분석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원리금보장형을 웃돌았다.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연령층은 40대였다. 실적배당형 비중이 78.37%로 가장 높았고, 50대(76.44%)와 30대(72.61%)가 뒤를 이었다. 60대와 70대 이상도 각각 70.87%, 72.35%를 기록했다. 정 본부장은 “40대는 경제력이 가장 크고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시기"라며 “20대 이하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58.36%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연금을 시작하는 단계이고 고객 모수도 크지 않아 투자에 소극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령대에 따라 적절한 운용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대는 노후 종자돈을 마련하는 시기이므로 성장형 자산을 활용하고, 시장 조정기에는 분할매수로 대응할 수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성장형 자산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50~60대는 적립과 인출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기다. 은퇴 이후에도 일정 부분 성장형 자산을 유지하면서 이자와 배당을 지급하는 인컴형 자산을 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미국 지수를 핵심 자산으로 두고 다른 국가의 주식과 채권을 조합해 위험을 관리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며 “직접 자산배분을 하는 가입자는 최소 분기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 확대뿐 아니라 은퇴 이후 인출 단계까지 관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 업계 최초로 도입한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해 모델포트폴리오(MP) 구독서비스, 일임형 서비스인 로보랩 등을 운영 중이다. 은퇴 고객에게는 '연금 인출 가이드'와 세금까지 계산하는 연금수령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 본부장은 “퇴직연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하려면 가입자가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미리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며 “연금 수령 가능 연령에 도달한 고객을 대상으로 안내와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도적 개선 과제로는 중도인출에 대한 세제 개선과 디폴트옵션 단순화, 실질적인 가입자 교육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하거나 해지할 때 세제상 불이익이 크지 않아 노후자산이 중간에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불이익을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에 대해서도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작동하는 구조이고 선택지도 많다"며 “직접 투자할지 전문가에게 맡길지라는 큰 틀의 선택만 하도록 제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도입이 논의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기금형 제도 역시 자산배분을 통해 퇴직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자는 취지인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추구해 온 전략과 맞닿아 있다"며 “지난 20년간 계약형 제도에서 쌓아 온 자산배분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금형 제도에서도 가입자에게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