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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단일 해석은 무리”...집값·환율 상승, 한은의 진단은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을 단일 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16일 공개한 블로그 자료를 통해 최근 나타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화량 증가만으로 현재의 시장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통화정책 수단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통화량 지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현재의 통화정책 운영 체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동성은 협의 통화(M1)를 비롯해 광의 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 등 여러 지표로 나뉘어 측정된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M2는 전년 대비 8.5% 늘었고, Lf와 L도 각각 8.0%, 7.2% 증가했다. 10월에도 증가 흐름은 이어져 M2는 8.7%, Lf는 7.8%, L은 7.1% 확대됐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민간 신용에 반영된 점과 함께,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이 지목됐다. 여기에 정부 재정 지출 증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은 이러한 증가세가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이번 인하기 동안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2년보다는 높지만 2014년이나 2019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비교해도 유동성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보면, 이후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각각 49.8%와 43.7%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한은은 최근 M2 통계 증가의 상당 부분이 기존 통계 범위 밖에 있던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 형태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구성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 풀렸던 유동성이 새롭게 창출된 것이 아니라, 통계상 M2로 편입되는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 역시 유동성보다는 외환 수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외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실증 분석 결과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이 약 65원 상승한 가운데 이 중 약 3분의 2는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역시 시중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한 특정지역 수요 집중이 집값 상승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에서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진 점에 대해서도 신규로 풀린 유동성보다는 과거에 축적된 자금이 수익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의 책임을 유동성 하나로 돌릴 경우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이나 외환시장에 쏠리기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한수원 차기 사장 면접 돌입…김무환·김범년·박원석 등 유력 관측

한국수력원자력이 16일 오후 2시부터 신임 사장 후보 면접 절차에 공식 돌입한 가운데, 김무환 전 포항공대 총장,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 박원석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3강'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원전 정책 기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 사장에게 부여될 역할과 무게 또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한수원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7명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부터 면접을 진행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 경쟁구도는 김무환–김범년–박원석 3명"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무환 전 포항공대 총장은 원전 안전·기술 분야에 강점을 지닌 인사로 평가된다. 김 총장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안위산하 규제전문 위임기관)원장을 지낸 바 있는 국내 원전 안전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기술·안전·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국제 원전 수출전에서 '한국형 원전의 신뢰도'를 대표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그동안 하마평에서 언급되지 않다가 서류 마감 이후 유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은 한수원 부사장 출신으로 발전정비 전문기업인 한전KPS를 이끌며 재무·현장 운영능력을 입증한 후보다. 또한 최근까지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의 원자력산업학과 교수로 국내외 원전인력 양성에 힘싸왔다. 기후부가 요구하는 정책 이행능력과 조직 관리, 해외원전 수출 능력에서 강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가장 안정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박원석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한수원 사장 하마평 초기부터 유력하게 언급되던 인사로 SMR·핵주기기술 등 미래 원전 분야에 강점이 있다. 정부의 '신규 원전 공론화'나 'SMR 전략 수정'과 맞물려 기술·정책을 동시에 아우르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강점이 뚜렷해 3파전 구도가 명확하다"며 “정책환경 변화 속에서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곧 정부의 원전 전략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한수원 사장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후 첫 대형 에너지공기업 인선이다. 문제는, 정부가 최근 △원전 출력 조정 확대(부하추종) △신규 원전 건설 공론화 후 결정 △재생에너지·유연성 자원 확대를 강조하며 원전 운영에 '조정·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수원 사장에게는 다음 두 가지 상충된 책무가 동시에 주어진다. 국내에서는 원전 비중을 조정하며 재생에너지 연계에 협조해야 하고, 해외에서는 한국 원전의 경쟁력과 확장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업계는 이를 두고 “한수원 사장에게 모순된 미션을 부여하는 셈"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기후부 주도로 새롭게 작성되며, 기존 산업부가 만든 11차 계획과 결 방향선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새 사장은 SMR 국제협력, 국내 실증 전략, 비용 구조와 사업성 검증에 대해 한층 더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는 한수원은 기술·운영, 한전은 국가 협상력·금융·외교 채널을 각각 내세우며 미묘한 긴장 관계를 보여왔다. 새 사장은 기술보다 조정·협상 능력, 외교적 감각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특정 후보에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정책 방향을 명확히 재정립하지 않은 상태여서, 5배수로 어떤 조합이 올라가는지가 사실상의 '정책 신호'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5배수가 추려진 이후에야 용산에서 어떤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할지 고민을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기 사장은 △원전 역할 조정이라는 정부 요구 △신규 원전 공론화라는 정치적 논쟁 △해외 원전 수출 경쟁의 압박 △한전과의 주도권 조정 문제 △SMR 실증·전략 마련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한꺼번에 짊어지게 된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을 축소하겠다는 정부가 대표 원전 공기업의 수장을 뽑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라며“정책·기술·외교·조직을 동시에 다루는 역량이 없으면 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어떤 인사가 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 면접과 이달 중 발표될 5배수 후보군이 정부의 원전정책을 가늠할 최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민성장펀드 내년 30조 투입...‘국민참여’ 펀드는 6천억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로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10개 첨단산업과 밸류체인(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6000억원은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펀드를 조성해 첨단산업의 성장성과를 함께 향유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참여형 펀드에는 세제혜택을 제공할 계획인데, 구체적인 세부 방안은 내년 1분기 중 발표한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6년 국민성장펀드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11일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을 개최해 향후 투자 구조, 의사결정 체계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내년 구체적인 운용 계획을 상세히 밝혔다. 우선 정부는 금융, 산업계의 관심과 기대에 맞춰 20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공정‧투명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내년 중 총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결정)할 계획이다. 30조원은 직접투자 3조원, 간접투자 7조원, 인프라투융자 10조원, 초저리대출 10조원으로 구성된다. 산업별로 보면 인공지능(AI) 6조원, 반도체 4조2000억원, 미래차 및 모빌리티 3조1000억원 등이다. 산업 현장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 중 직접투자는 시장성 차입·저리 대출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 증자에 참여하거나, 대규모 공장증설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증자 참여하는 방식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직접 지분투자의 당사자가 돼서 해당기업 및 민간금융권과 함께 증자 또는 기술기업을 인수한다. 기업이 투자를 유치하면 민간과 기금이 지분투자자로 공동 참여한다. 간접투자는 첨단기금과 민간자금(은행, 연기금, 퇴직연금 등)이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정책목적에 맞는 지분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이다. 자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민간 운용사의 선구안을 활용해 첨단산업육성과 개별 자펀드의 정책취지에 맞는 투자를 집행한다. 5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성펀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블라인드펀드(3조9000억원, 70%)와 함께 프로젝트펀드(1조7000억원, 30%)를 도입해 건당 투자규모가 큰 메가프로젝트에 민관합동으로 참여한다.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펀드는 6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재정이 최대 20% 수준의 후순위를 보강하고,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세부 방안은 내년 1분기 중 별도로 발표한다. 정부는 첨단산업 유망기술기업 등에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하도록 하는 8000억원 규모의 '초장기기술투자펀드'를 신설했다. 민간 출자보다는 '첨단기금'의 출자비중을 크게 높이고(75%), 높은 위험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재정 후순위를 보강한다. 대규모 설비투자, 연구개발(R&D) 자금을 2~3%대 초저리로 지원하는 초저리대출은 10조원을 투입한다. 다만 국고채수준의 초저리대출은 민간금융권에서는 역마진으로 인해 참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대출은 첨단기금에서 담당하고, 역마진은 산업은행이 감당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수요가 매우 큰 경우 민간은행도 공동대출(신디케이션 론)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을 위촉하고, 투자심의위원회 및 상시적 소통 풀을 구성·가동한다. 이달 중 1차 '기금운용심의회'를 통해 국민성장펀드 2026년 운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말 정책성펀드 운용방안에 대한 '기금운용심의회' 의결 직후 모펀드 운용사 선정절차를 개시한다. 내년 상반기 모펀드운용사에 따른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하반기에는 자펀드운용사의 펀드결성을 위한 민간자금 모집절차를 진행한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더현대 글로벌, 日 Z세대 노린 온라인 전문관 연다

현대백화점이 오는 19일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인 메디쿼터스가 일본에서 운영중인 온라인 패션몰 '누구(NUGU)'에 '더현대 전문관'을 개장한다. 더현대관은 현대백화점이 해외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선보인 '더현대 글로벌' 매장의 온라인 버전으로, 약 450개의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인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일본 파르코백화점과 대만 신광미츠코시백화점에서 더현대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더현대관 개점으로 일본에서는 한국 브랜드를 소개할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더현대관이 들어서는 누구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200만명 이상을 기록 중인 일본 내 인기 온라인 패션몰이다. 전체 이용자 중 20대 비중만 70%로, 패션업계 대형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이들이 입점 브랜드 상품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소개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더현대관의 고객 유입 확대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메디쿼터스와 협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일본 패션업계 대형 인플루언서를 통해 일본 내 K패션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더현대관에 입점하는 브랜드를 '더바넷', '오버듀플레어', '시눈'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인기몰이 중인 브랜드 위주로 선별했다. 아울러 현지 패션 인플루언서의 스타일을 반영한 아이템도 브랜드들과 공동 기획해 더현대관에서 단독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더현대관 개장을 계기로 일본 내 온·오프라인 채널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K패션 열풍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올 9월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 4층에 더현대 글로벌 정규 리테일숍 문을 연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도쿄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 소재 쇼핑몰인 오모카도 3층에 약 660㎡(200평) 규모의 더현대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도 개장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들이 일본 시장에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더현대 글로벌 플랫폼을 고도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거점 전략으로 현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성해 K패션의 시장 안착과 글로벌 확장을 지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 韓 매출이 대부분인데…국회 무시하는 ‘글로벌 CEO’ 김범석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국회의 부름을 거부했다. 오는 17일 대규모 고객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에 응하지 않는 배짱 두둑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리 설계해놓은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김 의장은 청문회 때 예고된 정치권의 십자포화는 비켜갈 전망이다. 다만, 미국 국적을 방패로 삼는 김 의장의 책임 회피적 태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김 의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오는 17일 열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유서에는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이며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다만, 최근 10년 간 김 의장이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의 출석 요구에 지속 불응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책임 회피'라는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 매출 쏠림 현상이 큰 쿠팡의 실적 구조상 해외 일정도 석연치 않은 사유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쿠팡Inc.의 매출은 약 41조29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90%(약 36조4000억원)가 국내 상품 판매와 관련한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나머지는 대만 사업·명품 플랫폼 파페치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부문에서 벌어들였는데, 이마저도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이 합산된 수치다. 2024년 쿠팡Inc. 연간 실적보고서(2024 Annual Report)를 보면, 프로덕트 커머스는 한국 리테일 사업을 주로 포함하며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당사의 사업 운영 대부분이 한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법·규제, 경제 환경 등 한국 관련 리스크를 주된 리스크로 언급하고 있다. 쿠팡Inc.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사실상 한국 내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보고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 의장이 글로벌 CEO로서의 지배적 지위를 강조했음에도 정작 핵심 사업 국가에서 발생한 중대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행보는 이치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업 일정을 내세워 여론을 외면하는 대신, 청문회에 한국어로 의사소통도 힘든 외국인 경영진을 허수아비로 내세웠다는 의구심도 사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강한승 전(前) 쿠팡 대표, 박대준 전 대표 등 전직 대표들도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의장과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에 지난 10일 한국 쿠팡 임시대표로 긴급 투입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김 의장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문회도 당초 예상보다 맹탕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조직적 책임회피라 판단하고, 김 의장과 전직 대표들을 대상으로 고발과 함께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업계는 대규모 플랫폼의 실질적 오너임에도 책임론을 비켜가는 김 의장의 배짱 행보는 지배구조상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전체 의결권의 약 75%를 틀어쥐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쿠팡의 주요 직책에서 사임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데다, 미국 국적을 내세워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도 회피해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쿠팡의 독점적 위치도 자신감을 얻는 배경이 됐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해 초고속 배송·가격 경쟁력·다양한 상품 수를 앞세운 점, 와우 멤버십을 밧줄로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를 연계해 강력한 록인 효과를 구사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쿠팡이 소비자 정서에 민감한 국내 시장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적 대응 강화 기조만 밀고 갈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률주의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적 감성이 있는 국가인데 김 의장이 이 같은 시장 정서를 잘 모르는 듯하다"면서 “대체재가 없다고 평가받더라도 우리나라에선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히면 벗어나기 힘들고, 이를 쿠팡에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집단소송뿐 아니라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등 회사에 타격을 줄 부분이 많다"면서 “다만, 현행 제도상 해외에 거주 중인 김 의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닿긴 어렵고, 한국으로 불러내기도 어렵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든 본인이 자진해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고려아연 제련소 건설에 美 정부 ‘전폭 지지’…영풍·MBK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고려아연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손잡고 총 11조 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를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는 지정학적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지만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프로젝트와 연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설비 투자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이며, 운용 자금과 금융 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금속부터 은·금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핵심 전략 광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획기적 딜(transformational deal)'로 평가하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국방·반도체·인공 지능(AI)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고려아연 생산 확대분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 권한(preferred access)을 갖는다"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국방 및 경제안보의 필수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하는 이번 결정은 1970년대 이후 쇠퇴한 미국 제련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 역시 이를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 15일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 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의 핵심 근거로는 상법 제418조 제2항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됐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와 지배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신주 발행의 절차적 문제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이 11조 원 규모의 중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15일 오전 7시 30분으로 정해두고, 직전 영업일인 12일(금)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소집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해외 제련소 투자·합작 법인 출자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아 충분한 검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MBK는 “회사가 실제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며 이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제3자 배정을 강행한 것은 경영권 유지 목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제3자 배정을 받는 합작 법인의 투자자 중에는 미국 정부 외에 고려아연의 고객사 자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단순히 미국 정부에 대한 배정으로 볼 수 없다"며 최윤범 회장이 이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가 발행될 경우 추후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최대 주주로서 법적 조치를 통해 지배 구조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겨울철 관절염 대처, 보온·스트레칭·체중관리 ‘삼박자’ 갖춰야

날씨가 추워지면 관절 주변 조직이 수축하고 혈류가 줄면서 통증 민감도가 높아진다.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관절염 환자들의 통증과 불편이 심해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장 정구황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겨울철 퇴행성관절염 예방과 관리, 악화 방지를 위한 건강수칙을 알아본다. 첫째, 관절 보온이다. 차가운 공기는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쉽게 경직시켜 통증을 악화시킨다. 외출 시에는 무릎, 허리, 손가락 등 주요 관절 부위를 보호할 수 있는 보온 기능 의류를 착용하고, 실내에서도 실내에서도 찬바람이 직접 닿지 않도록 무릎 담요나 난방기기 등을 이용해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단순히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절반 이상 경감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꾸준한 실내 스트레칭이다.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며 관절의 유연성과 근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된다. 하루 10~15분이라도 허리·무릎·고관절 스트레칭을 규칙적으로 수행하면 통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30~40분 이상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은 관절염 환자에게 매우 좋지 않으므로, 틈틈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체중관리다. 추운 겨울에는 자연스럽게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늘기 쉽다. 문제는 체중 증가가 고스란히 무릎 관절의 하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경우, 체중 1㎏ 증가 시 실제 관절에 가해지는 하중은 3~4㎏ 늘어난다. 적절한 실내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겨울철 체중 증가를 예방하는 것이 필수다. 넷째, 통증 지속 시 조기 진료이다. 일시적인 통증이라고 방치하면, 겨울철 경직이 더해져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면 조기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절염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생활 관리를 병행하기만 해도 말기 단계로 진행되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 정구황 원장은 “겨울철에는 활동량 감소와 추위로 인해 통증이 심해질 수 있지만, 생활 습관 관리만으로 충분히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보온, 스트레칭, 체중 조절 같은 기본적인 관리가 가장 효과적이며, 통증이 지속된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전문의 칼럼] 스스로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고혈압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15%도 안 되는 13만명만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전체 고혈압 인지율이 77%, 치료율이 74%, 조절률이 59%인 점에 비해, 젊은층은 각각 36%, 35%, 33%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수치는 젊은 세대가 고혈압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혈압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병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고도 “조금 높을 뿐이겠지" 하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높은 혈압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혈관과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젊은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 아무 증상이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뇌출혈이나 심부전으로 두통, 어지럼증, 호흡곤란을 겪으며 응급실을 찾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전조 증상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고혈압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압을 정확히 측정하고,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국가건강검진을 시행하므로, 정기검진을 통해 병원에서 혈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력이 있거나 혈압이 높게 측정된 경험이 있다면, 가정혈압계를 이용해 평소의 혈압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병원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가정혈압은 이보다 조금 낮은 135/85mmHg 이상이 반복될 경우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없이 측정만으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한 번의 수치로 판단하지 않는다. 혈압은 시간, 장소, 심리적 긴장 정도에 따라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는 긴장으로 인해 높게 측정될 수 있고, 반대로 집에서는 정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러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이 활용되고 있다. 커프형이나 반지형 혈압계를 하루 동안 착용한 채 일상생활을 하면서 혈압을 측정하면, 시간대별 혈압 변화와 평균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낮과 밤의 혈압 차이, 아침 혈압 상승 여부 등을 분석하고, 진료실 혈압과 실제 생활 혈압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검사는 '가면 고혈압'(진료실에서는 정상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높은 경우)이나 '백의 고혈압'(병원에서만 높게 나오는 경우)'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약물치료의 필요성을 결정하고, 생활습관 개선 방향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약을 복용 중이라면 가정혈압을 함께 기록해 진료실 수치와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압이 오르거나 내려가는 패턴을 파악해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혈압 관리의 기본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염분을 줄이고,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며, 체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과 과음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비만·고지혈증·당뇨병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스스로 혈압을 관리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혈압계를 통해 측정값을 자동 저장하고, 앱에서 그래프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나의건강기록' 앱을 이용하면 진료, 투약, 건강검진, 예방접종 이력을 통합 조회할 수 있으며, 복용 중인 약물 이름과 처방 일자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혈압 관리뿐 아니라 운동량, 식사 패턴까지 체계적으로 기록·조절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익숙하므로, 이러한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 혈압 수치를 단순히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생활습관과 연결 지어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혈압을 재고, 염분 섭취를 줄이며,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노력이 쌓이면 혈관 건강은 확실히 달라진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스마트한 자기관리'가 고혈압을 예방하고 평생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글=손일석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

배민, 경기·강원 소상공인 협약보증대출 지원 확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경기·강원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협약 보증 대출 지원 사업을 신규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강원 지역은 내년 1월부터 30억원 규모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경기 지역은 지난 달 말부터 150억원 규모로 지원을 확대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올 1월 카카오뱅크, 지역신용보증재단과 1000억원 규모의 협약보증 대출 프로그램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외식업주 등 소상공인에게 대출 보증을 지원 중이다.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뱅크가 35억원씩 70억원을 보증 재원으로 분담하고,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이 재원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한다. 올해는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울산, 세종, 충남, 충북 지역은 이미 대출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제주와 경남, 경북, 대전, 전남, 광주에서는 협약 보증 대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지역의 경우 올 1월 말 대출 지원을 시작한 이후 기존 30억원이 4개월 만에 조기 소진돼 이달 말 추가로 30억원을 확대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KB국민은행,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협업해 1050억 원 규모로 보증 대출 상품을 출시해 소상공인을 지원한 바 있다. 현재까지 협약 보증 대출 사업을 지원받은 소상공인은 5200여 명으로 1700억 원 이상의 대출이 실행됐다. 김중현 우아한형제들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배민의 협약 보증 대출 사업이 지역과의 상생에 도움은 물론, 어려운 외식업 및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열(熱)도 전기로 생산…기후부 “히트펌프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

정부가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나서면서 국회에서 추진 중인 '청정열공급의무화' 제도와 맞물려 열(熱) 부문 탈탄소 정책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설치비가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비용 구조 속에서 난방비 인상 압박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는 히트펌프 전용 요금체계를 이르면 연내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해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다. 히트펌프는 외부의 공기열·지열·수열을 활용해 냉난방과 급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설비로,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 건물 부문 탄소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과 높은 설치비로 보급이 정체돼 왔다. 기후부는 이에 맞춰 히트펌프 사용 가구가 전력 사용 패턴과 재생에너지 연계 여부에 따라 주택용·일반용·계시별 요금제 중 유리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태양광이 설치된 주택의 경우 히트펌프와 연계 시 냉난방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히트펌프 설치비에 대한 보조도 확대된다. 기후부는 내년 히트펌프 보급 예산으로 583억원을 편성하고,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단독주택과 공공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지원에 나선다. 이와 함께 히트펌프산업협회(가칭)를 신설해 산업 전반의 통계를 구축하고, 기술개발·실무기술·유지관리 등 분야별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등 산업 생태계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히트펌프 지원 정책은 국회에서 추진 중인 '청정열에너지법'과 청정열공급의무화 제도와 맞물려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는 위성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일정 규모 이상 열을 생산하는 난방사업자에게 청정열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법안은 청정열에너지를 재생열·미활용열·폐열 등으로 정의하고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열 부문에 확장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서울에너지공사, GS파워 등 주요 난방사업자가 직접 청정열 설비를 도입하거나 인증서를 구매해 의무량을 충족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재 별도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 공기열 히트펌프가 재생열로 인정될 경우 히트펌프는 청정열공급의무화의 핵심 이행 수단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청정열 의무화가 도입될 경우 난방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일러 설치비는 평균 100만원 정도가 들지만, 히트펌프는 본체(550만~700만원)와 급탕조(200만~300만원)를 합쳐 최대 1000만원가량이 소요된다. 또한 열 공급업체가 단가가 높은 청정열을 도입할 경우 요금이 올라 갈 수밖에 없다. 전기요금도 RPS 이행에 대한 비용이 기후환경요금으로 반영돼 4인 가구 기준 매달 약 3000원을 부담하고 있다. 기후부가 히트펌프의 법적 지위를 정비하고 요금·보조금 지원에 나선 배경 역시 향후 제도 연계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전기요금 누진제 미적용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히트펌프 단가를 최대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시대적 소명으로 이번 대책이 건물부문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나아가 탈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모두 고려한 열에너지 전반의 청사진을 조속히 마련해 국민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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