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체크포인트](중) ‘자사 우대 금지’ 등 규제 폭탄 떨어지면…대형 유통사 ‘콜래트럴 데미지’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와 독점규제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거대 플랫폼의 횡포를 규탄하며 법제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들은 공정성 강화를 넘어 국내 플랫폼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국제 통상마찰 등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총 17건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들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주요 기대요인 및 위험요소를 짚어본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독점규제법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온라인플랫폼 대기업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입점 소상공인의 권익 강화와 시장 공정성 회복이라는 명분하에 추진되고 있어 대놓고 반대하기 어렵지만 여권이 추진 중인 법안 속에는 플랫폼 운영사들의 수익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총 17개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독점규제 법안을 살펴보면, 대체로 '자사 우대'를 불공정 행위로 보고 이를 금지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이는 온라인플랫폼 운영사가 자사 상품 또는 계열사 서비스를 노출·검색 알고리즘에서 우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플랫폼운영사로서는 가장 민감한 조항 중 하나로 꼽힌다. 플랫폼 운영사들의 주요 수익구조를 정면으로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이버쇼핑의 2023년 광고수익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전체 커머스 매출의 60%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플랫폼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중 상당 비중이 자사 입점 상품의 우선 노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입점업체가 다른 플랫폼에도 병행 입점하는 '멀티호밍'을 허용하는 것도 플랫폼 운영사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는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법안을 보면, 시가총액 15조원 이상의 기업을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을 지위남용행위로 규정해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 법안도 시장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를 시총 30조원을 기준으로 높여 적용대상 범위를 줄이긴 했지만 역시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들 법안들은 멀티호밍 제한을 통한 독점적 지위와 높은 수수료, 정교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통한 고객쏠림현상 등으로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입점소상공인 권익강화를 위해 플랫폼 운영사의 지위남용행위 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호밍 허용은 플랫폼 충성고객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3년 4분기 쿠팡 IR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경우 2023년 기준 자사 PB상품 중심으로 약 27%의 상품 매출을 구성하고 있는데, 입점업체들의 멀티호밍이 늘어나면 자사몰 충성도가 낮아지고 광고단가 하락, 고객 재방문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입점업체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금지하고 입점 수수료를 둘러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며 협상이 제도화된다면 수수료율 하향 압박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3월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제안서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기준 평균 12.5%의 중개 수수료율을 유지했으나, 한국외식업중앙회는 8% 수준이 적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입점업체와의 수수료 협상이 제도화되면 우아한형제들은 연간 수백억 원의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플랫폼 공정화·독점규제 법안이 시행될 경우 네이버는 법 시행 이전에 비해 매출은 3~5% 줄고 판관비는 3% 증가하며 영업이익률은 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의 경우 매출은 2.5% 감소하고 판관비는 5% 늘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있으며 배달의민족 역시 매출은 6% 감소, 판관비는 2% 증가, 영업이익률은 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의 권익보호와 거래공정화를 위하는 취지의 제도가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에게 '콜래트럴 데미지(군사작전 중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민간인의 인적·물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플랫폼업계는 나아가 대부분의 발의 법안들이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분쟁 발생의 경우 입증 책임을 플랫폼 측에 부과하고 있다고 보고, 플랫폼 운영사가 불공정거래 판단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소명해야 하는 만큼 법무비용 등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 지출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온플법 체크포인트](상) 17개 발의안 뜯어보니…‘공정거래’보다 ‘대기업 옥죄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와 독점규제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거대 플랫폼의 횡포를 규탄하며 법제화를 환영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들은 공정성 강화를 넘어 국내 플랫폼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국제 통상마찰 등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총 17건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및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들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주요 기대요인 및 위험요소를 짚어본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와 독점규제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22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들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으로 각각 병합해 이번 주 중으로 수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현재 국회에는 철회된 법안을 제외하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 법률안 8건, 독점규제 법률안 4건, 공정화와 독점규제를 합친 법률안 5건 등 총 17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대표발의자 소속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14건, 사회민주당 2건, 조국혁신당 1건 등 모두 여권에서 발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만 대상으로 하는 독자법 제정 대신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에서의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기존 발의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독점규제 법률안의 병합을 추진하는 만큼 기존 발의안들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권의 17개 발의안들은 △시장의 공정성 회복 △지배적 플랫폼의 자율 통제 △소상공인 권익 강화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크게 5가지 규제 축을 담고 있다. 첫째, 중개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대부분의 법안이 중개거래계약서 발급 의무, 사전통지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규정을 담고 있다. 이는 플랫폼과 입점사업자 간의 정보 비대칭과 불공정 관계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특히 표준계약서 권장과 약관 등록 및 공개 의무 등이 법적 분쟁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부상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 및 규제를 위해 매출·이용자수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별도로 지정해 규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셋째, 대다수의 법안들이 불공정거래행위 유형화 및 제재 수단 마련을 위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다른 플랫폼에 동시 입점) 제한, 최혜대우 요구, 보복조치 등을 '지위 남용'으로 명시되며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시정조치, 과징금 부과, 임시중지명령, 손해배상 청구 등 실질적 제재 수단도 도입한다. 넷째, 판매대금 지급 기한 및 보호제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부분의 법안이 '10일~40일 이내'로 지급 기한을 설정하며, 일부는 지급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 관리하거나 보증보험, 신탁 등으로 보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용사업자 권익 보호 및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위인 입점사업자들을 위해 단체 구성권, 교섭 요청권, 협의 제도 마련 등이 다수 발의안에 공통적으로 포함됐다. 발의안마다 강조하는 내용이나 규제 강도의 차이점도 눈에 띈다. 강경한 규제를 지향하는 박주민·김남근 의원안은 시가총액 30조원, 15조원 등 매우 높은 문턱을 설정한 반면, 신장식·천준호 의원안은 시총 10조원 또는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을 기준으로 삼아 규제 대상의 폭을 넓혔다. 이강일 의원안은 '3영업일 이내 지급'이라는 매우 짧은 정산 기한을 제시했으며, 김남근·천준호 의원안은 10일 이내를, 박주민 의원안은 최대 40일까지 허용한 점도 비교된다. 이밖에 검색·노출 순위 기준, 계약 조건, 수수료율 등 정보 공개 의무에 대해 강도 높은 공시를 요구하는 법안(김현정, 이강일)과 비교적 완화된 법안(서영교) 간 차이도 눈에 띈다. 이러한 법안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를 막는 동시에 현재 대기업의 소상공인 적합업종 진입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온플법을 제정해 온라인 거래의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특히 플랫폼 입점업체들의 단체구성 및 단체교섭권을 부여해 입점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발의안 안에 플랫폼과 입점업체간 거래 공정화를 넘어 플랫폼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국내 기업에 역차별을 가해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제 통상마찰 일으킬 소지도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매출·이용자수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별도로 지정해 규제할 경우, 중국, 미국 등 외국 플랫폼 대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실실적 규제 가능성이 낮아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 미국 등 특정 국가 기업이 규제대상에 지정될 경우 해당 국가가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국제 통상마찰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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