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上하는 금융플랫폼] ‘디지털’ 외치는 지주사 회장들...이사회 ‘모험’을 용인하라

[편집자 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기존 시중은행들도 기존의 성공방식만으로 미래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플랫폼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상(上)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에 없는 플랫폼 모델을 상상(想像)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해본다.<글 싣는 순서>1)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2)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3) ‘플랫폼 강화’ 외치는 지주사 회장들...이사회 ‘모험’을 용인하라[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1일 온라인으로 열린 ‘그룹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그룹의 새 비전을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으로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조용병 회장은 "고객이 바라는 금융의 진정한 모습에 맞춰 신한이 달성해야 할 미래의 꿈을 다시 정렬할 때"라고 강조했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고객들 눈높이에 맞춘 독창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한금융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략 강화’는 국내 시중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전 금융사의 필수적인 과제이자 정답을 알 수 없는 과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빅테크의 진정한 ‘대항마’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CEO는 물론 CEO를 평가하는 이사회 역시 디지털 사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뒤 금융사의 모습은 현재의 실적을 넘어 CEO, 임직원들의 창의성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사회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빅테크...금융사 CEO, 실적-디지털 전략 등 부담 막중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간 금융사들이 황금기를 누려온 ‘금융사업’ 혹은 금융사들이 직면한 ‘리스크’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CEO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금융사들이 펼치던 해외사업과 같은 신규 사업의 경우 그 사업 기반이 금융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플랫폼 사업은 ‘공급자 시각’이 아닌 ‘소비자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사들이 영위하던 사업들과 차이가 크다. 만일 기존 금융사들이 관점을 바꾸지 않고 현재 자리에 안주할 경우 잠재고객인 MZ세대에 대한 주도권을 빅테크에 빼앗길 수 있다.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시행착오 용인, ‘모험심’ 필수 플랫폼으로 MZ세대를 사로잡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카카오뱅크다. 단적인 예로 카카오뱅크가 작년부터 이마트, 마켓컬리, SPC와 손잡고 만든 26주 적금의 계좌 개설 건수는 총 120만좌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가 짧은 시간에 많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소비자의 경험’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이다.소비자, 특히 MZ세대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어떠한 브랜드 가치를 갖고 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빅테크, 시중은행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어떠한 기업이 빨리, 얼마나 더 쉬운 방법으로 기존에 소비자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존 은행에서 취급하던 상품과 서비스를 그대로 모바일에 디지털화한 것을 디지털 성과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상품, 서비스 특성이 과거 지점에서 취급하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행동 심리학적 관점에서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소비자의 고충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금융사 CEO는 실적뿐만 아니라 향후 해당 금융사가 미래 금융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CEO를 평가하는 이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비전, 사업 계획보다 실적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질적 성장보다 ‘양적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은 고객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향후 잠재 고객이 될 MZ세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 즉 기존에 금융사들이 영위한 사업들과 전혀 다른 영역인 만큼 이사회 역시 보다 과감한 모험심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이러한 역량을 가진 CEO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주식계좌개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투자도 모바일로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러한 서비스가 성공한 것은 MZ세대들이 투자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MZ세대 관점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행보는 플랫폼으로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기존 기업들의 인식을 깬 것"이라며 "마켓컬리, 이마트 등 다른 기업들도 카카오뱅크와 함께 제휴적금을 만드는 등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카카오뱅크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CEO 디지털 전략에 방해?..."바뀐 시대 흐름 인정해야" 일각에서는 CEO의 경우 2년 혹은 3년 단위로 이사회로부터 성과를 평가받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은행 내부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등에 대해 일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를 두고 금융권 플랫폼 사업에 정통한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금융 플랫폼을 강화하거나 빅테크와 경쟁하는데 있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책임 회피’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빅테크가 당국의 일방적인 규제 완화로 인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거 금융사들의 황금기도 금융사 역량보다 ‘당국의 힘’이 컸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의 토대는 IT기업이기 때문에 고객이나 금융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1년에 영업이익만 4조원이 넘는 금융지주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주목할 점은 과거와 달리 CEO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데 한층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CEO의 연임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1년 혹은 임기 내의 실적이 중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행, 증권 등 금융사에서 오너가 아님에도 오랜 기간 장수하는 CEO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재임 기간 금융사고 등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고, CEO가 임기 내 보여준 비전, 성과가 탁월할 경우 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통상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디지털 사업과 같은 신사업을 추진할 때는 무엇보다 CEO의 의사결정과 판단이 중요하다"며 "CEO가 이사회나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금융플랫폼의 중요성, 향후 발전 방향, 투자비용 등을 설득할 경우 이사회나 주주도 CEO의 의견과 생각들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사 CEO, 혹은 임직원들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할 때 비(非)금융인의 ‘상상력’을 활용하는 것도 플랫폼을 고도화하는데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내놓은 플랫폼 전략들은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사업’, 다시 말해 금융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려면 비금융인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오너가 아님에도 오랜 기간 임기를 유지하는 전문경영인들은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미래 비전이 탁월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금융사가 금융플랫폼, 디지털 금융과 관련해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울 때는 기존 금융사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전략을 이끌어내는 사람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上上하는 금융플랫폼]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

[편집자 주] 38조9107억원. 해당 수치는 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금융주 시가총액 1위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후 ‘금융 대장주’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11위로, 기아(12위), 현대모비스(14위), 삼성물산(15위)보다 높다. 기존에 금융 대장주였던 KB금융은 시가총액 22조794억원으로 22위에 그친다. KB금융은 카카오뱅크를 제치고 다시 금융주 대장주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플랫폼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상(上)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에 없는 플랫폼 모델을 상상(想像)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해본다.<글 싣는 순서>1)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2)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3) 금융지주 이사회, ‘00을’ 용인하라[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카카오뱅크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단숨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플랫폼의 힘’으로 요약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의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선점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십 년간 쌓아올린 가입자 수, 상품 경쟁력 등을 단숨에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첫날인 8월 6일 6만9800원에서 이달 현재 8만1900원으로 17% 올랐다.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가 우정사업본부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이슈로 하루새 7.7% 빠진 점을 감안해도 양호한 성과다. 카뱅 주가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88%)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을 비롯해 다른 지주사들 주가는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3년만에 흑자...‘플랫폼 고집’ 통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045억원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2018년 201억원 적자로, 손실 폭을 축소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37억원으로 출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2% 증가했다.카뱅 측은 "이자부문 수익과 함께 주식계좌개설 신청 서비스, 제2금융권 연계대출 등 플랫폼부문 수익도 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출범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플랫폼 부문에서 수익 모델을 찾은 방증이라는 게 투자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사들은 사업 모델 확장성, 사업 모델의 기반이 되는 이용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며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냈다는 것은 자신들이 구상한 사업 모델과 수익성 간에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번 연결고리를 찾고 나면 그 뒤로는 무서운 속도로 실적이 증가하는 게 투자업계의 오랜 법칙"이라며 "카카오뱅크도 플랫폼 사업을 수익화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하는데 첫 걸음을 뗀 만큼 앞으로 실적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을 끊임없이 늘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네트워크 효과’를 꼽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의 경우 고객과 은행이 1대 1로 연결되는 선형 구조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1명의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가 확대되는 네트워크형 구조라는 것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러한 네트워크는 카카오뱅크 내에 활동성이 높은 고객이 다른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카뱅 내에 고객 간에 연결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는 과거 카카오톡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인 단톡방의 네트워크 확장 효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MZ세대에 ‘습관’을 심어라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업종 간에 대장주 경쟁은 금융 플랫폼, 즉 애플리케이션(앱) 고도화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해 잠재적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금융사 간에 기업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MZ세대는 다른 연령층과 달리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물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디지털 금융에 친숙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도 MZ세대의 ‘생활’에 깊숙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서비스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20대, 30대의 이체, 송금, 수신 등 금융생활 전반에 깊숙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이 습관은 그들이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들도 향후 10~20년을 내다보고 MZ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향후 플랫폼 금융 성장성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카카오뱅크와 같은 수익 모델이 10년, 20년 뒤에도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토스, 카카오의 사업모델을 접목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과거와 달리 상당수의 시중은행 고객들이 앱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만족도가 높고, 신규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 주가는 흐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플랫폼 가치가 반영된 것인지, 은행의 가치가 반영된 것인지, 혹은 주린이들이 카카오라는 이름만으로 투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현 주가가 플랫폼의 가치를 반영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ys106@ekn.kr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주요 금융주 8월 6일(카카오뱅크 첫 상장일) 대비 9월 2일 주가 수익률. 시가총액 및 시총 순위는 9월 2일 기준.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上上하는 금융플랫폼] 배달, 알뜰폰...금융사,

[편집자 주] "카카오뱅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국내에서 가장 완벽한 플랫폼 사업자가 시작한 Full-Banking 서비스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카카오뱅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상품 혁신을 통해 한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를 넓히는 네트워크 구조를 갖추면서 대한민국 100년의 금융역사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최근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의 등장을 계기로 디지털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플랫폼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상(上)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에 없는 플랫폼 모델을 상상(想像)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해본다.<글 싣는 순서>1)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2)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3) 금융지주 이사회, ‘00을’ 용인하라[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최근 금융사들이 알뜰폰, 택배, 배달 서비스 등 이종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플랫폼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금융사들의 이종산업 진출이 여전히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 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이 ‘금융’의 틀을 깨고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이 해당 서비스를 ‘주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종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각 사가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택배, 배달, 알뜰폰'...진화하는 금융 플랫폼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2019년 12월 출시한 금융 및 통신 융합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은 국내 금융사가 이종산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많은 시중은행이 금융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서비스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택배 플랫폼서비스 전문업체 ‘파슬미디어’와 함께 ‘우리WON뱅킹 My택배’ 서비스를 내놨다. 해당 서비스는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기사 방문택배와 편의점 택배 예약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신한은행은 오는 12월 음식주문 배달앱을 출시할 계획이다.금융사들이 최근 다른 업종과 합종연횡에 나선 것도 이같은 비금융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중순 생활금융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롯데쇼핑과 디지털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은 금융, 유통을 결합해 빅데이터 기반의 생활금융 서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일상' 주도권 잡기...이종업종, 스타트업 등 모두가 파트너이자 경쟁자 다만 아직까지 금융사들이 구축한 ‘비금융 사업’은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업에서 나올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선점하고,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고민한 것과 달리 은행들이 내놓은 서비스들은 아직도 고객 중심이 아닌 ‘은행 중심’에 그쳐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기존 자사 고객뿐만 아니라 다수의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지만, 자사 고객들조차 이를 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다보니 파급력도 미미한 편이다. 특히 시중은행 앱의 경우 네이버, 유튜브 등과 달리 송금, 이체 등 사용자의 목적성이 뚜렷한 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새로운 고객들을 유입시키는데도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비금융 사업을 통해 자사 고객을 넘어 기존의 생활 금융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트래픽 증대, 유저 유입 확대 등을 통해 고객 경험을 높이겠다는 것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비스만으로는 은행들이 목표로 하는 ‘슈퍼앱’을 만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에 대한 변화는 물론 금융인이 바라보는 ‘생활금융 플랫폼’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의미다. 신우석 베인앤컴퍼니 파트너는 "플랫폼 경쟁은 고객들 일상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경쟁으로, 시중은행, 빅테크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은행 관점이 아닌, 외부에서 봤을 때도 그간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탁월한 서비스라는 호평을 듣기 위해서는 이종산업과의 제휴를 통해 각사가 보유한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끌어올리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활플랫폼 진출 초기 단계..."규제부터 완화해야" 목소리도 한편에서는 현재 금융사들이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새로운 시도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규제로 인해 금융사들이 상상한 사업들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사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 진출의 목적은 금융사들이 배달, 택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닌, 금융과 비금융업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빅테크 업체들도 현재와 같은 자리에 오기까지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던 것처럼 금융사들도 여러 모델을 실험하고, 구상하고, 시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포털 업체들이) 금융업까지 진출한 것과 달리 금융사들이 다른 업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빅테크와 시중은행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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