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극심한 가뭄이 주는 경고…‘기후공학’ 도입에 신중하라

200여 년 전 조선은 유례없는 대가뭄과 기근으로 인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이 끔찍한 재앙의 뒤에는 다름 아닌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힘이 도사리고 있었다. 오늘날 인류는 기후 변화라는 또 다른 거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과거의 화산 폭발과 유사한 방식으로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려는 '지구공학' 혹은 '기후공학'(Geoengineering)기법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의 비극은 이처럼 지금의 기후 위기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그 대응 만큼은 과학적이고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역사의 경고: 소빙하기 화산 폭발과 조선의 비극 소빙하기(Little Ice Age, 약 1350~1850년)의 마지막 시기였던 1809년과 1814년 조선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두 차례의 대기근에 시달렸다. 특히 1809년의 미지의 화산 폭발과 1815년 4월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 그리고 그 사이의 세 차례 소규모 화산 폭발(1812년 카리브해 세인트빈센트섬의 라수프리에르, 1813년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스와노세지마, 1814년 필리핀 루손섬 마욘 화산)은 지구 기후를 심각하게 교란했다. 특히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은 화산폭발지수(VEI)가 7에 이르는 엄청난 폭발이었다. VEI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스미스소니언 연구소가 제안한 화산 분출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수다. 0에서 8까지 등급으로 나뉘며, 분출된 화산재·화산쇄설물의 양, 기둥 높이, 폭발 강도 등을 종합해 결정한다. 탐보라 화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폭발 가운데 하나로, 대기 중에 엄청난 양의 황 에어로졸을 방출해 '여름이 사라진 해(1816)'라는 기후 재앙을 일으켰다. 탐보라를 포함한 연쇄적인 화산 폭발은 두꺼운 화산 먼지와 화산재를 성층권으로 뿜어 올려, 지구 곳곳에 다양한 기후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몬순 기후대는 매우 건조한 여름을 보냈는데, 이는 쌀 수확량을 크게 떨어뜨려 심각한 기근으로 이어졌다. ◇다산 정약용의 기록과 조선왕조실록 등으로 본 기근 대구한의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김성우 교수는 최근 국제 저널인 '과거 기후 연구 (Climate of the Past)'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빙하기 마지막 시기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심각한 기근을 자세히 다뤘다. 논문에서 언급한 두 차례 기근은 순조 재위 기간(1800~1834년)과 겹치는 1809~1810년, 1814~1815년에 발생했다. 김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과 『경세유표(經世遺表)』,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참고로 당시 심각한 기근 상황을 정리했다. 『다산시문집』은 정약용의 전집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중에서 시문집 22권을 국역서 10책(색인 1책 포함)으로 간행한 것이다. 『경세유표』는 정약용이 조선 후기의 혼란한 상황을 바로잡고 부국강병을 이룩하기 위해 『서경(書經)』과 『주례(周禮)』의 이념을 근간으로 하여 조선 사회의 개혁안을 저술한 책이다. 이들 기록에 따르면, 1809년 여름 전라도 남서쪽 해안의 강진에서는 2월 초부터 8월 초까지 6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가뭄이 너무 심해 대나무는 새순을 돋우지 못하고 소나무는 솔방울을 맺지 못했으며, 모든 수원(水源)이 말라 주민들은 마실 물 부족에 허덕였다. 논의 70~90%에서 벼가 시들어 말라 죽었고, 강진 전체 논 면적의 1.7~10%에서만 벼를 수확할 수 있었다. 나주를 비롯한 다른 지역과 조선 전체의 상황도 비슷했다. 6년 후인 1814년에 또 다른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 7월 하순까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보리 농사는 완전히 실패했고, 모내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늦은 장마로 강변 저지대에 홍수가 발생했는가 하면, 서리가 유난히 일찍 내려 가을 농작물마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경상도 지역의 곡물 가격 변동으로 미루어 볼 때, 1814년의 기근은 1809년보다 1.5~2배 더 심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근으로 생지옥으로 변한 조선 사회 두 차례의 대기근은 조선 사회를 말 그대로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당시 약 1400만 명의 조선 인구 중 약 24%에 해당하는 340만 명 이상이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이질·발진티푸스·,천연두·홍역과 같은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 지방에 피해가 집중되었으며, 강진과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의 거의 30%가 목숨을 잃었다. 유배지인 강진에서 이를 겪은 다산은 “백성은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관청은 이주민으로 붐볐다"고 기록했다. 곡식을 구하기 위해 금과 은을 들고 시장에 가도 살 수 없었고, 겨울이 오기도 전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해적 행위와 산적이 만연했다. 혹독한 추위와 식량 부족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이주민들 사이에서 홍역 등 전염병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1810년 봄 사망자수는 더 늘었다. 다산은 “길과 들판에는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라고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에서는 집의 담이 허물어지고, 문은 뜯겨 나가고, 마당에는 쑥이 무성했다. 1809년 여름에 시작된 대기근은 1810년 6월 말 보리 수확 직전에 절정에 달했다. 유배 생활을 하던 다산은 겨와 모래를 섞은 보리죽을 먹었야 했다. 조선왕조는 3년마다 전국 인구를 조사했는데, 전라도와 경상도 등지의 초과 사망자는 1809~1810년 102만명, 1814~1815년에는 232만명이었다. 두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약 3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4.3%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후 재앙에도 불구하고 조선 조정은 농민들에게 이전 수준의 높은 세금을 강요했다. 이에 다산은 토지 개혁(정전제(井田制)) 방안을 제시했지만, 부패한 권력층의 반대와 무관심 속에서 좌절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 대기근의 충격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조선 왕조의 무능과 무책임은 왕조의 멸망과 한일합방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위험한 유혹: 기후 공학에 대한 우려 과거의 화산 폭발이 지구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듯이, 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은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 SAI)이라는 기후공학 기법을 통해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려 하고 있다. 이는 화산 폭발이 성층권에 뿜어내는 황산염 에어로졸과 유사한 물질(주로 이산화황, SO2)을 대량으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태양에너지가 지구 표면에 도달하지 않도록 차단해 지구 기온을 낮추려는 것이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당시 약 1700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분출되어 약 2년간 전 지구적으로 0.5°C 가량의 기온 하강 효과를 보인 사례가 이러한 아이디어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SAI는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전문가들은 SAI와 같은 지구공학 기법들이 기후 관련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책임 있는 접근 방식으로 간주될 필수 기준(예: 실현 가능성 및 성공 가능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도 기후과학 전문가들은 기후공학이라는 '꼼수'로는 온난화를 막을 수 없을 뿐더러 환경에도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 42명은 9일(현지시간)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에 '위험한 기후공학으로부터 극지방 보호하기: 제안된 개념들과 미래 전망에 대한 비판적 평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기술을 통한 환경 개입으로 제안된 방안 중 비교적 널리 거론되는 것을 검토한 결과, 모두 실현가능성과 효과가 의심스러우며 환경에도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검토한 것으로는 ▶에어로졸을 성층권에 살포하는 것 ▶그린란드나 남극 등 대륙빙하에 따뜻한 바닷물이 닿지 못하도록 '바다 커튼'을 설치하자는 주장 ▶해양 빙하가 더 많은 햇빛을 반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바다 얼음에 유리구슬을 뿌려 반사율(알베도)을 높이거나, 펌프로 바닷물을 그 위에 뿌려 해양빙하의 두께를 늘리자는 방안 ▶철분 등 영양분을 바다에 뿌려 식물플랑크톤 번식을 촉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토록 하자는 제안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제안은 급격하고 깊이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외에 다른 수단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제공한다"고 비판했다. 의사 결정자들이 입증된 탈탄소화 전략 대신 기후공학에 집중하게 만들고, 심지어 화석 연료 산업과 같은 '약탈적 지연(predatory delay)' 행위자들이 기후 행동을 가장하여 지속적인 배출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의 진정한 해법: 경각심과 실질적인 행동 과거 조선의 비극은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 현상에 의해 촉발된 기후 재앙이었다. 당시 인류는 그 원인을 이해하거나 통제할 능력이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의 주범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임을 명확히 알고 있다. SAI와 같은 기후공학 기법은 과거의 화산 폭발처럼 성층권에 먼지를 뿌려 일시적인 냉각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재앙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금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기술적 해결책에 자원과 노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고, 오히려 기존에 입증된,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전략에 집중하고 이를 신속하게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의 확대를 제한하는 유일하고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접근 방식은 '넷 제로(net-zero)' 배출 달성을 위한 즉각적이고, 신속하고, 심층적인 탈탄소화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깊은 경각심은 가져야 하지만 불확실한 기후공학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공학 접근법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점과 이러한 기술에 대한 추가 연구가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러한 아이디어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우선순위나 극지방에서 기초 연구를 수행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행성 지구가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직시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검증된 행동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폭염과 가뭄의 악순환…그 치명적인 사슬

올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달아올랐다. 6~8월 전국 평균기온이 25.7℃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전국의 폭염일수(낮최고기온 33℃ 이상)는 28.1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강원도 강릉에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강원 영동 지역은 올여름 강수량이 232.5㎜로 평년(679.3㎜)의 34.2% 수준에 그쳤다. 여름철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저다. 가뭄은 점차 다른 지역까지 번져나갈 기세다. 지난 4일 환경부는 안동·임하댐의 가뭄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다목적댐 가뭄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뉘는데 강원도 삼척·정선·태백에 물을 공급하는 광동댐도 곧 가뭄단계가 '주의'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도 가뭄단계가 '관심'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구 온난화가 가뭄과 폭염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들이 서로를 부추기는 치명적인 연쇄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 가뭄(flash droughts)'은 극심한 폭염과 결합할 때 그 피해가 훨씬 커지고, 폭염 역시 가뭄으로 인해 더욱 강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원대 전자⋅AI시스템공학과 김병식 교수는 강릉 지역의 가뭄 상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과 7월 25일을 전후해 '표준화 강수-증발산 지수(standardized precipitation evapotranspiration index, SPEI)'가 급감, 돌발 가뭄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고 7일 본지에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심각한 돌발가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뭄과 폭염이 어떻게 서로를 증폭시키며, 이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가뭄이 폭염을 악화시킨다 가뭄은 폭염의 강도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토양 수분 부족이 지표면의 에너지 분배 방식을 변화시킨다. 일반적으로 토양에 수분이 충분할 때는 증발산(evapotranspiration)을 통해 많은 양의 '잠열(latent heat)'이 대기로 방출된다. 잠열은 물을 수증기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열(에너지)을 말하는데, 수증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가 투입되면서 주변은 온도는 오히려 내려간다. 그러나 가뭄으로 인해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 식물은 잎의 기공을 닫아 증산 작용을 줄이고, 토양 자체의 증발도 감소한다. 이로 인해 잠열의 방출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sensible heat)의 형태로 에너지가 지표면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수분이 부족할 때 방출된 에너지(현열)는 그대로 주변 공기를 끌어올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온도가 더욱 가열되어 폭염이 심화된다. 이를 '토양 수분-온도 결합(soil moisture-temperature coupling)' 또는 '육지-대기 피드백(land-atmosphere feedback)'이라고 부른다. ◇온난화가 가뭄 피해를 키운다 1901년부터 2022년까지의 고해상도 전 지구 가뭄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뭄 심각성의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가뭄 심화의 핵심 동력은 바로 '대기 증발 수요(atmospheric evaporative demand, AED)'의 증가다. AED는 대기 조건(온도·습도· 바람·일사량 등)에 의해 잠재적으로 증발산될 수 있는 물의 양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지닐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AED가 증가하면, 토양과 식생으로부터의 증발이 촉진돼 가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 기후변화에 따른 AED의 증가는 전 지구적 가뭄의 심각성을 평균 40% 증가시켰다. 이로 인해 가뭄 피해 면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5년간(2018-2022년) 전 세계 가뭄 피해 면적은 1981-2017년 대비 평균 74% 확장됐고, 이 중 58%가 AED 증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2년은 기록적인 해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30%가 중간 정도 또는 극심한 가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중 42%가 AED 증가 때문으로 지목됐다. 유럽의 경우 2022년에는 육지 면적의 82%가 가뭄을 겪었는데, 50%는 중간 정도 혹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는 강수량이 35% 줄어든 것과 AED가 40%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서부 및 남아메리카의 건조 지대에서는 AED가 가뭄 추세에 최대 65% 기여하는 등 그 영향이 특히 두드러졌다. 아프리카는 가뭄 추세의 44%, 호주는 51%에 AED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가뭄의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고리 최근의 상황은 기후변화가 극심한 더위를 낳고 극심한 더위는 가뭄을, 가뭄이 다시 폭염을 부추기는 상호 증폭 작용, 악순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돌발 가뭄이 발생하는 것은 강수량 부족과 더불어 극심한 더위로 인한 AED 증가가 토양 수분을 빠르게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대기기후과학연구소는 지난 6월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돌발 가뭄을 폭염 관련성에 따라 구분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compound heat flash droughts, CHFDs)'은 극심한 더위를 동반하는 돌발 가뭄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非) 폭염 돌발 가뭄(non-heat flash droughts, NHFDs)'으로 분류했다. NHFDs와 비교했을 때 CHFDs는 피해 정도가 최대 90.8% 더 심각하며, 회복 시간도 8.3%에서 최대 114.3% 더 길다고 보고됐다. CHFDs는 증발산이 심하고 토양 수분을 극심하게 고갈시키는 특징을 지닌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뭄으로 인해 건조해진 토양은 지표면 냉각 효과를 감소시켜 폭염을 더욱 심화시키도 한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면 잠열이 줄어들고 대신 현열 형태로 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서 지표면 근처 공기 온도를 상승시킨다. 이는 온도가 더 상승하고 AED가 더 높아지는 '양(+)의 되먹임 루프(positive feedback loop)'를 형성해 가뭄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3년 여름 중국 북부 폭염-가뭄 사례 2012년 미국, 2010년 러시아, 2015년 남아프리카, 2018년 호주 동부, 2022년 중국 남부 등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이 농업 및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했다. 중국과학원 대기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지구의 미래 (Earth's Fu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가뭄-폭염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바로 2023년 여름 중국 북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 사례다. 2023년 6월 22~24일 이 지역의 일(日)최고기온은 35°C를 넘어섰고, 64년 만에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 폭염은 대기 순환(이상 고기압)과 토양 수분-온도 결합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23년 폭염이 발생하기 전, 5월부터 6월 초까지 중국 북부의 누적 강수량은 1979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러한 이른 건조한 토양 조건은 육지-대기 되먹임이 강력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상 고기압으로 인한 하강 기류가 공기를 가열하면서 폭염이 촉발됐고, 이에 건조한 토양은 증발 냉각을 감소시키고 현열 방출을 증가시켜 폭염의 강도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표층 열 방출 증가 → 총 구름량 감소 → 토양 수분 증발 강화 → 잠열 방출 감소 → 현열 방출 증가 → 지표면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된다. ◇돌발 가뭄 피해 국내 사례도 국내에서도 2022~2023년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극심한 가뭄은 돌발 가뭄으로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강원대 김병식 교수팀은 최근 한국방재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강원도 지역의 11개 기상관측소의 2015~2024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돌발가뭄과 일반가뭄의 발생특성을 분석한 결과, 10년 동안 39회의 돌발가뭄과 96회의 일반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강원도 지역의 돌발가뭄은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해안지역보다는 내륙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되는 것이 분석됐다. 김 교수는 4주 이내에 SPEI가 -2 이상 급감하고 최종 지수가 -1.5 이하에 도달하는 경우를 돌발 가뭄으로 정의했다. 김 교수는 논문에서 “돌발 가뭄의 발생이 기상학적, 증발산 조건 그리고 지형특성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생태계 및 식량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폭염과 가뭄의 연쇄 작용은 전 세계 생태계와 식량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은 생태계 생산성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진다. 특히 경작지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져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복합 폭염 돌발 가뭄은 식생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탄소 흡수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토양 수분 고갈과 산림 화재 증가, 나무 고사 등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농작물의 주요 성장 시기와 가뭄이 발생하는 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작물은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에는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농업 위험은 지난 수십 년간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는데, 중국·인도·인도네시아와 같은 취약 국가들이 복합 폭염 돌발 가뭄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한 인구 및 농업 위험에 직면해 있다. ◇돌발 가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기온 상승에 따른 대기 증발 수요(AED)의 증가는 미래의 온난화 시나리오에서도 심각한 가뭄을 유발하는 데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가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미래에는 2023년 중국 북부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온도가 '일상적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반대로 중국 북부의 경우 세기 말에는 육지-대기 결합의 영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없지는 않다. 이는 동아시아 여름 몬순 시기에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토양 수분도 증가해 육지-대기 결합의 강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근에 발표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미래에 폭염을 동반한 돌발 가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한다.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 회복력을 높이면서, 더 나은 사회경제적 및 환경적 적응 조치 등을 강구해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전 세계 식량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가뭄에 취약한 경작지의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 한국 2035년까지 온실가스 60% 줄일 수 있다

[편집자 주] 지난 여름 시민들은 폭염과 폭우가 교차한 극단적인 날씨를 경험했다. 기후변화가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전 세계 인류 역시 열병을 앓고 있는 지구를 몸으로 겪고 있다. 본지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국내외 기후 관련 과학기술과 정책을 점검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어보는 '강찬수의 기후 신호등'을 주 1회 연재한다. 지구가 되돌려주는 경고를 전하고,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을 제시하며, 위기를 극할 수 있는 희망을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60% 감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야심차게 주장하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도 힘겹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2035년까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박상인 교수와 최현태 연구원, KAIST 녹색성장 지속가능대학원(GGGS)의 전해원(해원 맥전)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제출한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가 2035년 국가 감축 목표(2035 NDC)를 마련하는 일이 '발등의 불'이기 때문이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월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NDC 초안을 9월 중에 만들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0월에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정에 가입한 세계 각국은 협정에 따라 2035년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계획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35년 NDC의 제출 기한은 당초 지난 2월 10일이었으나, 9월로 연장됐다. 지난달 4일 기준으로 제출한 나라는 27개국에 불과하다. 박 교수팀의 논문은 현재 동료 검토(peer review)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부가 2035 NDC를 한창 마련 중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본지는 저자에게 양해를 구해 논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미국 태평양북서부 국립연구소(PNNL) 등에서 연구하다 2년 전부터 KAIST로 옮긴 전해원 교수는 “이번 연구가 정부의 2035년 NDC 수립에 참고가 됐으면 한다"면서 “제시한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부문에 걸친 체계적인 전환, 제도적 개혁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정책으로는 2030년 목표 달성도 불충분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1.55℃가 상승했다. 파리기후협정이 제시한 지구 기온 상승 마지노선인 1.5℃를 초과한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는 3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평균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어서 한 해 기온이 1.5℃를 초과했다고 해서 당장 마지노선이 무너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온 추세를 본다면 1.5℃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상황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감축목표를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UNFCCC)에 지난 2016년에 제출했다. 당시 각국이 제출한 감축목표를 다 이행하더라도 지구 기온이 2.7℃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고, 파리기후협정의 마지노선은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각국은 2020~2021년 파리협정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에 맞춰 2030 NDC의 목표를 상향해 제출했다. 한국은 화석연료 사용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의 배출국인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서울대·KAIST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34%(30~41% 범위)의 배출량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이 현재 정책 프레임워크인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탄소중립 핵심기술 개발사업'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러한 결과는 2035년에 이르러서도 2030년 목표치(40% 감축)를 달성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국내에서 못 줄인 온실가스를 해외에 나가 줄이겠다는 국제 상쇄 메커니즘이 제대로 이행되더라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한국은 2030년 NDC가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에 상당 부분(37.5MtCO₂e)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 상황에 따라 이행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37.5MtCO₂e는 CO₂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3750만톤으로, 2030년 전체 감축량의 12.9%이다. 이제 2035 NDC를 제출해야 하는 세계 각국은 더 강화된 감축목표를 제시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목표도 감축하기 어려운데, 얼마를 더, 어떻게 줄여야 할까. ◇강력한 정책 도입하는 '야심찬 시나리오' 적용해야 연구팀은 기존 시나리오로는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만큼 '강화된 야심찬 시나리오(Enhanced Ambition scenario)'를 모든 부문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로 야심차고 실현 가능한 조치들을 각 부문에 반영해서 실행한다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0%(54~64% 범위)의 배출량 감축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를 곧바로 실행에 옮긴다면 국제 탄소 상쇄에 의존하지 않고도 2030년 NDC를 초과 달성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연구팀이 제시한, 야심찬 시나리오에 따른 부문별 주요 감축 동력은 다음과 같다. ▶전력 부문: 전체 감축량의 가장 큰 비중(약 50.3%)을 담당하게 된다. 2035년까지 암모니아 혼합소각을 포함한 석탄발전의 완전한 단계적 폐지를 해야 한다. 또한, 연간 4GW(기가와트)의 해상풍력 발전 용량 확대, 2030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 3배 증대 등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장이 중요한 몫(2035년 41%)을 차지하게 된다. 이를 달성한다면 2035년에는 탄소 없는 전력 비중이 69%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탄소포집저장(CCS) 기술도 일부 확대 적용되지만, 경제성·사회적 수용성 문제로 불확실성 존재하므로, CCS 의존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를 더 높여야 안정적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부문: 전력 부문 다음으로 많이 줄여야 하는 부문이다. 수소환원제철을 도입하면서 기존 제철 고로(용광로)는 수명 연장을 제한하면서 2035년까지 완전 폐지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서 탄소차액계약(CCfD)을 통해 탄소가격을 CO₂ 1톤당 8870원에서 3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CCfD는 기준(약정) 탄소가격을 정부와 기업이 미리 정한 다음, 실제 탄소가격이 약정보다 낮으면 정부가 보전금 지급(지원)하고, 실제 탄소가격이 약정보다 높으면 기업이 초과분을 정부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또, 저탄소 시멘트 확산, 바이오 기반 화학 원료 사용, 플라스틱 재활용 확대 등도 주요 내용이다. 저탄소 시멘트(Limestone Calcined Clay Cement, LC3)는 석회석과 소성 점토(칼시네이티드 클레이)를 혼합해 클링커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 시멘트를 말하는데, 클링커 함량 약 50%로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보다 CO₂ 배출을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수송 부문: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ICEV) 판매 전면 금지를 포함한 제로 배출 차량(ZEV)의 급속한 보급(승용차 신규 판매의 55.3%, 화물차 신규 판매의 60.7%), 연료 효율 표준 강화, 대중교통 보조금 확대 등이 주요 감축 수단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ZEV 보조금을 2035년까지 연장하고, 충전 인프라 지원을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건물 부문: 강화된 제로에너지빌딩(ZEB) 표준의 적용, 전기화 장려, 에너지 효율 자원 기준 강화, 제로 배출 가전제품 의무화 등을 시행한다면 이 부문에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48.5%의 배출량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타 부문 (농업, 폐기물, 불화가스): 벼논의 물 관리를 개선해 메탄 발생을 억제하고, 질소 비료 사용 감소, 저메탄 사료 보급, 전국적인 매립 금지, 메탄 및 수소불화탄소(HFC) 세금 부과, 직접 공기 포집(DAC) 용량 증대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감축 목표 상향 요구하는 압력 거세 연구팀의 최현태 연구원은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감축목표 상향을 요구받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한국의 공정한 감축량으로 60% 후반대의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감축 수준과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감축량 사이의 격차를 정량적으로 산정한 첫 번째 시도"라고 설명했다.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끌어모아 국제적 요구와 국내 역량 간의 간극을 최대한 좁힐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전해원 교수는 “한국이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감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2035년 감축목표는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부문 석탄 완전 퇴출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산업부문 기술혁신과 제도개혁 △수송·건물 전기화 △메탄·불소가스 대응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화된 시나리오'를 채택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고, 막대한 재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산업계의 반발이나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 계획만 세우고 책임은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식이라면 온실가스 감축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사용한 분석방법은 서울대와 KAIST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GCAM-ROK 모델(전 지구적 변화 분석 모델(GCAM)의 국가 맞춤형 버전)을 사용했다. 개별 정책 수단과 기술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상세하게 분석한 뒤 이를 통합하는 '부문별 상향식 정책 정량화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GCAM은 미국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의 공동 지구 변화 연구소(Joint Global Change Research Institute)에서 개발한 오픈 소스 다부문 모델이다. 온실가스 및 대기 오염 물질 배출량, 지구 농도, 복사 강제력 및 기온 변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포함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GCAM-ROK 모델을 업데이트해 2020년 국가 통계에 맞춰 보정하고, 에너지 및 산업 분야의 최근 부문별 결과를 반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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