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블록화가 가중되는 흐름 속에서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의 신흥 개발 도상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블록화 시대, 글로벌 사우스 활용 전략'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우방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블록화가 가속화되며 교역 분절화와 공급망 재편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우방국과의 교역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우방국 교역 비중은 54.6%에 달했다. 이처럼 '프랜드 쇼어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속에 공급망 다변화와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역할이 기대된다. 보고서는 특히 글로벌 사우스 76개국 중 G20 회원국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경제 규모가 큰 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브라질 등 'GS4'(Global South 4)'에 주목했다. GS4는 글로벌 공급망의 유망 생산 거점이자 성장잠재력을 지닌 거대 소비시장인 점도 부각된다. 보고서는 인도와 브라질 수입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5.6%씩 증가해 세계 평균인 4.0%를 상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멕시코는 세계 수입의 53.2%가 중간재인 대표적 글로벌 생산기지다. 인도네시아 역시 2022년 총수입 2천억 달러를 돌파해 주목받는 시장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GS4 시장에서 한‧중‧일 간 경쟁 구도에 주목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15대 품목 중 절반 이상에서 중국·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2015년 대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술 혁신을 통한 제품 고부가가치화,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인도 시장에서 중국·일본 제품과의 수출 경합이 심화되고 있어 인도 내 한국산 반도체 점유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시장에서는 중국(0.472), 일본(0.537)과의 수출 경합이 GS4 중 가장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을 제외한 14대 품목 중 9개에서 일본과의 경합이 심화됐고 특히 지난해 석유제품의 경합도는 1에 가까울 만큼 치열했다. 그러나 최근 기계류 등에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일본보다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다. 브라질 수입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이 2010년 4.7%로 5위를 기록했지만 2023년 2.0%, 11위로 전락해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양지원 무역협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재편은 구조적 축의 전환이므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 변동·인플레이션·각종 규제 등 다양한 현지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진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지원이 요구된다"며 “글로벌 사우스와의 교역‧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다자 협력 참여·ODA 사업 확대 등 경제 협력 채널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