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양대 산맥인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이 별도 해외 법인 설립과 현지 기업과의 적극 협력 등을 통해 북미 시장 내 저변 확대에 나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1818억원 규모의 '한화오션 USA 홀딩스 코퍼레이션' 주식 1352주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취득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 USA 홀딩스는 당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 회사"라며 “운영 자금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미국 텍사스 소재 한화오션 자회사로, 사장급 대표이사로는 류두형 경영기획실장이 선임됐다. 미국에 세워진 회사인 만큼 현지 당국 승인도 받았다. 류 사장은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다방면으로 대비해왔다. 사외이사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인 조지 프레스콧 부시를 기용했고, 또 지난 2월에는 미 해군과 유지·보수·정비(MRO)를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 사항 등을 점검해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 외에도 유상증자를 실시해 조달한 1조4971억원 중 4200억원을 글로벌 방산 사업 확대 등 생산 거점 확보와 함정 MRO 기업 인수 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HD현대도 이에 질세라 미국 방산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와 손잡고 무인 수상정(USV) 개발에 나섰다.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육군·해군 등을 고객으로 둔 방산 기업으로, 록히드 마틴과 미 해군 통합 전투 시스템 현대화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다. USV는 승조원 없이 수중에서 운항이 가능한 무인 함정으로, 육지·해안 또는 타 선박 작업자가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반 감지 장비와 AI를 갖추고 있다. 감시와 정찰, 기뢰 탐색·제거, 전투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 전세계 해군의 고급 전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HD현대는 자회사 아비커스를 통해 자율 운항 기술을 키워가고 있어 팔란티어와의 동행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지난 8일 HD현대중공업은 북미 최대 해양·항공·우주 전시회에서 GE에어로스페이스와 함정 추진 체계 개발 업무 협약(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은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수출 함정에 대한 MRO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한화오션과 HD현대가 잇따라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것은 미국 내 조선 산업의 쇠퇴와 깊은 관련이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노후 시설 탓에 생산 단가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관련,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에 차례로 방문해 함정 건조·정비 역량을 살펴봤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필리·호주 오스탈 조선소 인수 보도와 북미 함정 시장 진출을 위한 한화오션의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미 함정 건조·창정비 사업 수주를 통한 한화오션 특수선 사업부와 HD현대중공업의 미래 성장이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