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며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단 시장에서는 한은의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당초 예상대로 이르면 8월에는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다. 한은은 23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11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기준금리를 현재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가 전망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만큼 지난 4월에 비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하반기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기조를 일찍 전환하면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도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로 너무 늦게 정책기조를 전환하면 내수 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시장불안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하반기 이후의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 총재는 본인을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1명은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했다. 나머지 5명은 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낸 금통위원 1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내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보이고,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통화 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5명은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예상 속에서도 수정경제 전망에서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6%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하반기 월평균 전망치를 2.3%에서 2.4%로 변경했다"며 “연간 전망치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상향 조정했는데, 첫째 자리를 변경해 전망 자체를 바꿀 정도로는 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확인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1%에서 2.5%로 2.4%포인트(p) 높였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3%에서 2.1%p로 0.2%p 낮췄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금통위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물가 상방 압력은 있으나 물가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 만큼 전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할 정도는 아니란 설명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생각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점은 시장에 부담 요인일 수 있으나, 반대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되고 물가 전망치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 점에 근거에 해당 재료로 인한 시장 금리의 약세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히려 금리와 연관된 펀더멘털 요인만 고려해보면 향후 정책금리의 인하 유인이 더 우세해 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의 첫 인하 시점을 8월로 예상한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월보다 5월 금통위 톤은 좀 더 비둘기파(완화 선호) 색채가 약화됐으나 그럼에도 매파(긴축 선호)로 전환됐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한은보다 낮은 2.4% 정도로 보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하 실시를 확인한 후 10월 정도에는 국내에서도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