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그룹의 정기주총이 1달 앞으로 다가왔다. 김영준 회장을 위시한 최대주주 측과 이화그룹 주주연대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23일 이화그룹 주주연대에 따르면 주주연대는 이번 이화그룹 정기주주총회 때 주주제안을 통해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그리고 이트론에 주주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선임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다.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및 범주주연대 대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사외이사 추천만 연대해서 종목 별로 1명씩 추천했다"면서 “사외이사로 이화그룹 이사진에 진입하겠다는 의미보다는 이화그룹이 거래소가 거래재개를 위해 요구한 사항을 모니터링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화그룹은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내에서도 집결력 기준으로는 단연 손꼽힌다. 액트 내에서 지분율 순위 1위, 2위, 9위가 이화그룹의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이다. 이화그룹 주주연대는 22일 기준 △이화전기 24.07% △이아이디 20.97% △이트론 13.73%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와 비교할 때 지분율이 다소 부족하다. 이화그룹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이화전기 25.24% △이아이디 25.51% △이트론 29.95%다. 이화그룹 3사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초와 비교해 지분을 상당히 늘렸다. 이는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의 순서로 서로를 지배와 피지배하며 순환출자 구조를 띄고 있는 이화그룹 지배구조 덕이 컸다. 순환출자 방식의 기업 지배는 지분율을 손쉽게 늘릴 수 있다. 만약 이화전기가 400억원의 현금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를 바탕으로 이아이디의 유상증자에 이화전기가 참여한다면 이화전기는 이아이디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고, 이아이디에는 자금이 유입된다. 이아이디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트론의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한 번 더 반복한다면 현금은 이화전기로 다시 돌아오고, 최대주주는 지분율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즉, 돈 한 푼 쓰지 않고 자금 회전만으로도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환사채(CB)를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시점까지 조율할 수 있다. 이화그룹은 이 사례와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지분을 늘렸다. 이트론은 이화전기 CB를 행사하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렸고, 이화전기는 △CB전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권리 행사 △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활용했다. 이아이디는 이화전기로부터 유입된 현금을 바탕으로 3자 배정 방식으로 이트론에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아이디는 최근 5년 중 4년이 적자인 회사로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누적된 결손금만 1700억원에 육박한다. 여유 현금이 없었다. 하지만 이화전기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이트론의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순환출자를 단행했던 시점이 주주주연대 활동이 본격화된 시점과 겹친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화그룹의 지분율 확대 과정을 '꼼수'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분율 확대 과정에서 김영준 회장의 자금은 1원도 투입되지 않았다. 더욱이 그는 이화그룹의 주식이 1주도 없다. 하지만 그는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의 이사회를 장악해 그룹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비교할 때 이화전기와 이아이디 주주연대의 지분율은 소폭 부족하다. 다만 지분율이 확대된다면 이론적으로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이화전기는 1.17%p의 차이만 있기에 주주연대 측이 1달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주식을 위임받느냐에 따라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주주연대와 액트는 힘을 합쳐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헌 액트 팀장은 “주주총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더 있으나 어르신 분들이 많아 액트 가입을 못하고 있다"면서 “자녀들은 어르신들이 혹시라도 보이스피싱 당할까 봐 핸드폰 문자 인증 같은 것도 막아놔 마이테이터 연동처럼 복잡한 일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면으로 수거하는 작업도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만에 하나 있을 주주총회 내 문제도 대응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있었던 이화그룹의 임시주총 당시 주주연대가 내놓았던 주주제안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당시 이화전기는 소액주주가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면 800만주가 누락될 뻔했다. 주주총회 장에서 생길 이슈에 대해 그는 “기술적으로 더 나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