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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감] 산업부 “RE100 산업단지 내년 착공…2030년 가동 목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RE100) 달성을 뒷받침할 RE100 산업단지를 2026년 착공해 2030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관련 특별법 제정과 부지 조성에 착수, 산업·에너지 전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했다. 김 장관은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업무 보고에서 “기업의 RE100 달성과 지역 균형성장,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이미 가동 중이며, 특별법 제정안 마련 → 2026년 조성 착수 → 2030년 가동 완료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해당 산업단지는 태양광·풍력 등 지역별 재생에너지 자립 기반과 전력 인프라, 그리고 AI·스마트그리드 기술을 결합한 '에너지 자립형 첨단 제조 클러스터'로 설계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인프라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RE100 산단이 지역 성장의 거점이자 한국형 녹색산업 전략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 산업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 생산성 하락, 중국의 추격 등 복합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제조업 AI 전환(M.AX: 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RE100 산단 조성 두 축을 제시했다. 그는 “2030년까지 'AI 팩토리' 500개를 보급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고, 친환경 전환을 위한 RE100 산단을 병행해 산업구조 전반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해 “35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 조성 방안에 대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합리적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미국의 농산물 검역,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통상 리스크 요인을 지속 관리하며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통상 질서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RE100 산단 계획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한국 제조업의 친환경 전환·분산형 전력체계 구축·지역균형성장을 모두 포괄하는 산업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RE100 산단을 중심으로, '에너지 고속도로'(송전망 확충)·'AI 팩토리' 정책 등과 연계해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국 가을비 이어져, 영동 내일까지 120mm↑

오는 14일까지 전국에 가을비가 이어진다. 강원 영동 지방은 내일까지 최대 120mm 이상의 많은 비가 올 전망이다. 13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13~14일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50∼100㎜(많은 곳 120㎜ 이상), 경기 남부, 강원 영서, 충청권, 전북 20∼70㎜, 경상권 20∼60㎜(많은 곳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 산지 80㎜ 이상), 제주도 5∼40㎜이다. 13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는 오후까지 내리고 강원 영동과 일부 남부지방, 제주도에는 밤까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14∼21℃(도), 낮 최고기온은 18∼25도로 예보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에 걸쳐 '좋음'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한전, ‘오픈이노베이션’ 추진...차세대 전력망 혁신 앞당긴다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이 차세대 전력망 구축과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혁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전국 19개 광역·강소특구 소재한 기업을 대상으로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위한 공동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사업을 시행한다. 이번 오픈이노베이션은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대응해 핵심 기술을 적기 확보하고 기술 사업화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13일부터 11월 7일까지 공모에 응모할 수 있다. 11월 중 서류 심사로 6개 기업을 선정하고, 12월 발표 평가를 거쳐 2026년 1월 최종 3개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3개 기업은 한전이 필요한 기술에 대해 해결책을 제안하는 '문제해결형 과제'를 한전과 공동으로 수행하게 된다. 공모 과제는 '재사용 ESS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터리팩 내장형 소화수 분출 장치 개발', 'AI 기반 「액침형 ESS」 최적 운영 알고리즘 개발을 통한 마이크로그리드 사업화', '국산 NPU 기반 AI 추론의 고속화 및 전력 효율성 검증', 그리고 '계통연계 인버터 개발' 총 4개이다. 최종 선정된 3개 기업에는 과제 수행을 위한 협업 자금(기업당 3000만원), 사업부서 전담 매칭 및 실증 기회 부여,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 및 특구제도와 연계한 지원 혜택이 제공되며, 최우수 기업 선정될 경우 추가 사업화 자금도 지원 받는다. 한전이 주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한전의 기술 수요와 특구 기업의 혁신 역량을 연결해 실증과 사업화를 촉진하는 협력 모델로, 향후 '에너지 고속도로' 국가 비전을 실현하고 중소벤처기업 주도의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특구 기업의 민첩한 혁신역량과 한전의 실증 인프라를 결합해 현장 문제 해결부터 실증‧사업화로 이어지는 개방형 협력모델을 확고히 하겠다"며, “우수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빠른 사업화 성과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산업 성장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0월 21일 에너지신기술연구원(나주)에서는 참여를 희망하는 특구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설명회'을 열고 사업 및 공모 과제를 안내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과 공모관련 정보는 한국전력 홈페이지 '홍보센터/협력지원사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OCI홀딩스, 트럼프 압박에도 美 태양광 공략 강화…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확보

OCI홀딩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 산업에 압박을 가하고 있음에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웨이퍼 사업에 진출한다. OCI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OCI TerraSus는 싱가포르에 특수목적법인 OCI ONE을 설립하고 이달 말 완공을 앞둔 글로벌 태양광 기업의 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취득한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베트남 소재의 엘리트솔라파워웨이퍼가 건설 중인 연 2.7기가와트(GW) 규모의 웨이퍼 공장은 이달 말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이후 시운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초부터 Non-PFE(비금지외국기관) 태양광용 웨이퍼를 생산해 즉각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금지외국기관이란 북한, 중국 등 미국과 정치적 대립 관계에 있는 국가의 기업이나 단체 등을 말한다. 본 사업의 투자 규모는 총 1억2000만달러(약 1700억원)이며 이중 OCI ONE 지분 65%의 투자 금액은 7800만달러(약 1100억원) 수준이다. 베트남 웨이퍼 공장은 향후 4000만달러(약 560억원) 추가 투자 시 6개월 이내에 5.4GW로 확장이 가능해 전략적 투자로 단기간 내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OCI홀딩스의 이번 웨이퍼 사업은 OCI TerraSus의 폴리실리콘을 전량 사용해 Non-PFE 웨이퍼를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지난 7월 OBBB 법안에 따라 도입된 조항인 금지외국기관요건을 충족해 미국 시장에 제품 공급을 통해 수익성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양광 사업을 '세기의 사기극'이라 규정하며 재생에너지 세액공지 폐지 등을 담은 OBB를 시행했으나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이번 전략적 투자를 통해 OCI홀딩스는 미국 수출에 용이한 금지외국기관 서플라이 체인의 완성에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OCI홀딩스는 동남아 현지 회사와의 협업을 추친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두산에너빌 가스터빈 기술력 입증 끝…터빈 종주국 미국에 2기 수출 쾌거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첫 수출한다. 그것도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5번째로 가스터빈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가동 실적이 많지 않아 시장에선 반신반의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미국시장 진출로 이러한 의구심을 모두 씻어 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빅테크 중 한 곳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내년 말까지 가스터빈 2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은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을 위해 자체 가스발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해외 첫 수출을 이뤄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며 세계 다섯 번 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서 1만5000시간 실증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했고, 이번 계약까지 총 8기의 가스터빈 공급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수주의 배경에는 AI 시대 도래에 따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이 있다. 세계 각지의 데이터센터는 기존 전력망으로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자체적인 전력 공급을 모색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건설기간과 공급 안정성, 가동 기간, 효율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가스터빈이 주목을 받고, 자체 가스터빈 모델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 DTS(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도 이번 수주에 기여했다. 가스터빈은 신규 공급만큼이나 유지 보수 등 서비스의 중요성이 크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는 DTS가 수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이번 계약은 대한민국이 가스터빈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뜻깊은 전환점"이라며 “품질과 납기를 철저히 지켜 고객 신뢰에 보답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빠른 피드백 담당할 ‘정책조정위’ 설치 필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추석 연휴를 보내고 14일 국회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통합 부처로서의 면모를 보일 전망이다. 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이름을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라는 긴 이름으로 바꿨다. 출범 전부터 기후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수질·대기 등의 환경 부문)과 기름(석유·석탄·가스·원전 등 에너지 부문)이 합쳐졌으니 쉽게 융합될 수 없고 정책에서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후부가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며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4중 딜레마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 서로 얽혀 쉽게 풀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란 얘기다. 한 부처에서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어느 하나를 앞세우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반발이나 부작용이 터져나올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부처 내에서 갑론을박을" 주문 지난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부의 에너지 차관, 환경 부서이자 규제부서의 환경 담당 차관 등이 한 부처 안에서 막 갑론을박해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고 이러는 거하고 어떤 게 낫나"고 반문했다. 기후부 내에서 격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조직의 우두머리인 장관이 '재생에너지 우선', '화석에너지 감축 속도 조절', '원자력 진흥', '생태계 보존' 가운데 어느 쪽에 힘을 싣는 발언 한마디에 조직 전체가 한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민간 조직도 아니고,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공무원 조직에서 인사권자의 생각에 반하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를 관철하겠다고 나서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한두 번은 있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하기엔 개인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장관이 모든 의견을 충분히 다 듣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제 장관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시간도 부족할 수 있다. ◇물과 물이 만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후부 공무원, 환경부에서 온 공무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온 공무원들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깊이 있게 토론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지나온 길을 보면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드러난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갖고 있던 하천·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넘어왔는데, 7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한 세미나 주제가 '통합물관리 2.0시대의 물시설·정보·산업의 통합 연계'였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2018년 물관리 일원화 이후에도 기존의 물관리 시설, 물정보, 물산업은 개별 구축·관리되고 있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어 분절된 시스템 극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과 기름이 아닌, 물과 물이 만났지만, 7년이 지나도 제대로 된 통합이 안 됐다는 얘기다. 물 관련법 정비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사실 두 조직이 만났을 때는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다. 두 조직 구성원을 가까운 곳에, 혹은 한 공간에 밀어 넣는 것이 물리적 통합이라고 하면 그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 더 노력하면 사람들을 뒤섞을 수 있다. 인사 발령을 통해 조직을 뒤섞을 수 있다. 그게 생물학적 통합이다. 최종적으로는 법과 제도,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합하는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내야 한다. 물과 기름이 만났으니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레드팀' 있었지만 댐 건설 정책 강행 이 대통령의 답변처럼 부처 내에서 융합이 되지 않더라도 갑론을박은 가능하다. 지난 2023년 환경부에서는 차관이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레드팀'을 구성해 운영한 적이 있다. 업무혁신 아이디어와 환경 이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전담 조직(TF)이었다. 탁월한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파격적인 승진까지 제시했지만, TF가 어떤 성과를 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런 레드팀이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반대하는 14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김성환 장관은 환경부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14개 댐 가운데 7개 댐의 건설을 취소했고, 나머지 7개 댐은 공론화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나아가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윤석열 정권의 환경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이재명 정부의 기후부에서 이런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차관의 노력이나 레드팀의 노력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형태의 부처 내 거버넌스 필요 환경부 고위관료 출신인 한 인사는 “섣부른 정책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처에서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미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기후부 내에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 후 외부로 공개한 뒤 사회 여론을 통해 피드백을 받는 긴 주기의 의견수렴 과정이 아닌, 부처 차원의 정책 결정 전에 짧은 주기로 빠른 피드백을 받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0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지속위)라는 게 만들어졌다. 재정경제·외교통상·행정자치·건설교통·환경 장관 등 11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미니 내각' 수준의 거대한 위원회였는데, 환경보전과 개발을 조화시키는 게 위원회의 목표였다. 이 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때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환경부 소속 위원회로 강등돼 운영돼 왔다. 다양한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환경부 내의 지속위가 새로 출범한 기후부 내에서 의견 조정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지속위는 지난해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바뀌었다. 다만 김대중 정부 때처럼 큰 역할은 없어지고, 유엔에 제출할 지속가능발전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형식적인 자문위원회로 그쳐서는 안 돼 이에 따라 기존 환경부에 있던,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문위원회 같은 것을 고쳐서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새 거버넌스는 기존 위원회와는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제가 생길 때 방패막이로 삼기 위해 만드는 일회성, 이벤트성 자문회의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그리고 정책결정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기후에너지환경 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작은 노사정위원회 같은 것을 기후부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과도 같다. 회의도 가능하면 월 1~2회로 자주 열어야 한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더라도 회의록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한다. 모든 중대 정책은 이 위원회에서 먼저 심의를 거친 다음, 그 심의 결과가 장관에게 보고된 다음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태훈 전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장(중앙대 명예교수)은 “프랑스의 생태환경부 같이 대부처의 운영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고, 자문위에서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제6회 에너지통상포럼, 탄소중립 시대 CCUS와 수소 역할 조명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민간LNG산업협회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제6회 에너지통상포럼이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에는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계 관계자 등 100여 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며,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략과 방향'을 주제로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기후 대응 압력 강화 속에서 한국의 대응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첫 발표는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감축량평가연구단장이 '탄소중립 시대, CCUS와 수소의 역할'을 주제로 천연가스 탄소감축의 핵심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에 대해 알아보고, 수소경제 확산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가지는 의미를 설명한다. 이어 고윤성 제주특별자치도 미래성장과장이 '제주도 2035 탄소중립 이행 전략과 수소 모델'을 발표하며, 제주도의 특화된 탄소중립 실행 계획과 수소 생산·수송·활용 전략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정기석 삼성물산 에너지기술팀장(상무)이 '수소와 LNG 밸류체인 국내 사업 전략'을 주제로, 수소와 LNG의 상호 보완적 역할과 국내외 프로젝트 사례, 향후 산업 전략을 제시한다. 발표 이후에는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과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본부장이 참여해 발표 내용을 종합 정리하고,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을 둘러싼 쟁점과 대응 방안을 심층적으로 토론한다. 에너지통상포럼은 2024년 출범 첫해에는 분기별 총 4차례 개최되었으며, 올해부터는 상·하반기 2회 정례 개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제6회 포럼은 탄소중립, 수소, LNG를 핵심 의제로 삼아 한국의 전략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2025 국감] 기후부 국감서 재생에너지 확대·신규댐 철회 쟁점 부각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대상 첫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수자원 정책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과 신규 댐 사업 절반 철회 방침이 집중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현재 누적 약 34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최소 100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기존에 수립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0년 목표치인 78GW보다 약 22GW 상향된 목표다. 야당 측은 국감에서 100GW 목표가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 원전 정책은 소홀히 하고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을 가져올 정책은 아닌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당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위축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지적하며 기후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한편,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부는 지난 정부가 발표한 14개 '기후대응댐' 후보지 가운데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하고, 명칭도 '기후대응댐'에서 '신규댐'으로 변경했다. 중단 대상에는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천) 등이 포함됐다. 기후부는 이 결정으로 사업비가 기존 4조7000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약 2조원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부는 철회 배경으로 홍수·가뭄 대응 실효성이 낮고, 지역 주민 동의나 대안 검토가 부족했다는 내부 평가를 제시했다. 여당은 지난 윤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에서 기후부가 신규댐 철회를 두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 역시 신규댐 철회 방침을 밝히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되돌아볼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재자연화와 전기차 보급 둔화도 국감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김 장관은 4대강 유역별 협의체를 복원해 공론화 절차를 거쳐 일부 보를 개방하거나 철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농업용수 확보·홍수 관리·수질 안정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복원 범위와 방식이 핵심 쟁점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장)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77만4878대로 집계됐다. 신규 등록 증가율은 2021년 71.5%에서 지난해 25.8%로 급락해, 정부가 제시한 2030년 420만대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분석된다. 국감에서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배출권거래제 운영 방향도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부는 2035년 NDC 후보 시나리오로 2018년 대비 48~67% 감축 범위를 제시했다. 산업계는 48%를, 환경단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취지를 반영해 67%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환경단체 주장에 따라 67%를, 야당에서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48%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기후부는 배출권에 대해서는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및 기업 부담 과중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윤병효의 에·바·다] 에너지 고속도로? 전국에 이미 깔려 있다…“바로 가스관”

에너지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하지만 에너지 시설은 배출물질을 과도하게 내뿜는다는 선입견으로 지역주민들로부터, 심지어는 국가로부터도 기피되고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에너지의 실제에 대한 여러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에·바·다는 '에너지를 바로 보니 다르네'라는 의미로, 이 코너를 통해 독자들에게 에너지의 실제에 대해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이재명 정부가 국토 남부에 쏠려 있는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수도권까지 끌어오기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른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다. 하지만 최대 일백조 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송전탑 등 송전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도 떨어지고 환경론자들의 반대도 심해 실제 건설로 이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미 에너지 고속도로가 구축돼 있다고 말한다. 바로 가스관이다. 잉여 전력은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로 전환이 가능하고, 수소는 이미 깔려 있는 가스관에 혼입해 일반 가스 소비처에 공급할 수 있다. 10% 혼입 실증을 마쳤고, 20% 혼입 실증이 진행 중이다. 고속도로가 막힌다면 국도나 다른 고속도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해야지, 새로운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것은 심각한 낭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첫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전력망위원회)를 열고 99개 송전선로·변전소 구축 사업을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해 전력망특별법에 따라 인허가 특례를 부여하고 도로와 함께 건설하는 방식을 적용해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기로 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정부는 서해안을 시작으로 추후 남해안, 동해안까지 전국적으로 U자형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남부 등 해안쪽에 집중 설치됐거나 설치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수요지로 공급해 에너지 대전환과 RE100 및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다. 우선 총사업비용으로 100조원가량이 필요하다. 정부의 11차 장기 송변전 설치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국 송전망 구축에 72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송전망에는 배전망이 따라 붙는데, 최근 한전이 발표한 1차 배전망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필요 비용은 10조2000억원이다. 현재 기준으로 전국 송배전망 구축에 드는 비용만 83조원이며,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이보다 확장된 개념인 것을 감안하면 총사업비는 10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국내 유일한 송배전망 사업자인 한전은 돈이 없다. 한전의 총부채는 206조원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120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송배전망 구축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데, 정부도 세수부족으로 예산이 없다. 민간에 송배전망 구축을 맡기는 방법이 있지만, 이는 전기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를 재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차 송전망 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송전선로 2만5587C-km를 새로 구축하고, 변전소도 391개나 신규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송전탑 수는 2015년 4만947개에서 2024년 4만951개로 10년 동안 단 4개밖에 늘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밀양 사태 이후로 송전탑 설치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변전소 건설 역시 최근 하남시의 불허 사태만 보더라도, 주민 민원에 부딪혀 단 한개조차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신정훈 의원(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에너지가 있는 곳에 기업이 와야 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에너지 고속도로는 신중한 재검토를 요청합니다"라며 “데이터센터 유치해 놓고, 대기업이 들어설 RE100 산단을 지정해 놓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설치해서 전남이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 가져간다? 이것은 이율배반이고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은 전기만 생산하고 수도권이 그 전기를 가져다 쓴다? 균형발전 없는 서울공화국을 계속하자는 다짐에 다름 아니다. 에너지 고속도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시각으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밀양 사태 이후 송전망 건설이 불가능해지면서 나온 게 분산에너지 정책이다. 즉,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라며 “그런데 에너지 고속도로는 다시 송전망을 건설하자는 계획이다. 밀양 사태를 재연하자는 것인지,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굳이 송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에너지 고속도로는 이미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가스관을 말한다. 잉여 전력은 수전해 기술을 통해 수소로 전환이 가능하고, 이 수소는 가스관을 통해 전국 공급이 가능하다. 사람의 동맥에 해당하는 가스 주배관 길이만 5200km에 달하며,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공급관까지 하면 무려 6만km의 가스관이 전국에 깔려 있다. 한국가스공사 등 도시가스업계는 도시가스에 수소를 혼입하는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0% 혼입까지는 실증이 완료됐으며, 현재 가스공사 평택공급기지에서 20% 혼입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약 4000만톤 이상으로, 수소를 20% 혼입하면 연간 278만톤의 LNG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른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766만톤에 이른다. 이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의 2.63%에 해당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력계통의 출력 제어량은 164.4GWh이다. 이는 전년 13.2GWh보다 무려 약 12.5배나 증가한 것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될수록 출력 제어량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계획은 잉여 전력에 따른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대규모 송전망 구축 계획인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비용문제, 송전탑 등 송전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 문제, 환경론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기간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아예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것이지만 이 방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방법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실제로 새만금에 구축될 예정인 RE100 산업단지에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법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어 “다만, 여기에 공급되는 전력과 수소에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화석연료도 일부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산업단지 이름을 굳이 'RE100'으로 한정시켜 에너지 사용을 제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송전망 에너지 고속도로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현실적 문제가 큰 만큼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수전해 설비의 에너지 효율은 약 55%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송배전 손실률은 2021년 기준 약 3.5%로, 미국(5.1%), 독일(6.8%), 일본(4.7%)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우수한 편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자체만 놓고 보면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술 확보와 주민수용성 문제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고, 정권 역점 사업인 만큼 집권 초기에 착공하지 못하면 결국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수소 등 플랜B도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EIA의 저유가 전망···재고 급증·수요 둔화가 원인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26년의 국제원유 가격 평균치가 배럴당 52달러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10월 7일자 단기에너지예측보고서(Short-term Energy Outlook)에 전망된 브렌트 원유 기준 예측치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아예 5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았다. 52달러라는 가격은 2023년 평균인 83달러, 2024년 평균인 81달러에 비하여 매우 낮아진 것이며, EIA가 예상한 2025년도 평균인 69달러에 비해서도 25% 정도 하락한 수치이다. 더욱이 이 수준은 현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장에서의 내년도 원유 선물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EIA의 이러한 낮은 원유 가격 전망치가 7월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8월 보고서부터 하락하더니 3개월째 낮은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EIA는 왜 이렇게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였을까?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은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의 재고가 2025년 여름에 크게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2025년 4분기에 재고량은 2천6백만 b/d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25년 5월에서 9월까지의 5개월 동안 세계의 석유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1천9백만 b/d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류 소비 감소가 재고량을 늘어나게 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EIA는 특히 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2925년 여름 동안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음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중국이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들자 그 대신 비축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이 비축을 늘리고 있다고도 분석하였다. EIA는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EIA는 2025년도 4분기에 원유 국제 가격은 62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며, 2026년 상반기에 곧바로 52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하반기에는 50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낮아지는 두 번째 이유로 EIA는 국제 석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를 들었다. OPEC+ 에 속한 국가도, 속해있지 않은 국가도 모두 증산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북중남미의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 등이 2025년에만 2백만 b/d 이상 증산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들이 증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았다. OPEC+ 역시 2025년과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를 늘릴 것으로 보았다. 한편,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는 2025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제 수요는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았으며 대부분 BRICs 및 개발도상국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EIA는 그러나 천연가스의 가격은 2026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재고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과 수출량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26년은 전반적으로 석유류의 감소세 속에 천연가스의 강세가 드러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21세기 들어서 국제원유가격이 50달러 선 이하로 떨어졌을 때 대부분 그 지속 기간이 1년 정도였고 곧바로 80~100달러 선으로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번 하락세가 국제적인 경제 침체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면, 이번에는 그 보다는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50달러 이하 수준의 국제유가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저유가인데 그저 알아서 하라고 놓아두기에는 우리의 에너지 사정도 이미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저유가의 기회를 살릴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불경기에 힘들어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하여 이들에게만 낮은 가격으로 석유류를 공급하는 방안은 어떨까. 아니면 중국처럼 이 기회에 전략적 비축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모쪼록 오랜만에 찾아오는 좋은 기회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한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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