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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 이미 일상 속 ‘성큼’…제도 미비한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갈라파고스’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에서 결제·환전 등의 수단으로 실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제도 미비로 세계적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한 테더 환전소 관계자는 기자의 '테더 환전' 문의에 “1% 이하 수수료로 환전할 수 있다"며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 거래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서울 강남과 명동 일대에서는 '테더 환전'을 홍보하는 업장이 눈에 띈다. 주로 백화점 상품권을 사고파는 상품권 교환소에서 테더도 취급하고 있다. 테더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가치 변동이 없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통상 달러화 등 기존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시킨다. 가장 널리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은 USDT(테더)와 USDC(서클)이다. 두 코인은 공통적으로 달러에 연동되어 있다. 사용자가 코인 1개를 발행사에 반환하면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달러라는 안정된 통화에 연동되어 있어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가격이 안정적(스테이블)이라는 장점이 있다. 가격이 안정적이고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사용처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2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는 중국 보따리상이나 소형 수출입 업체가 달러나 위안화 대신 테더로 결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행정부와 주정부가 가상자산의 전략적 비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하는 등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가상자산을 편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가상자산 수요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하면서, 가상자산이 디지털 금융시대 주요 자산 및 결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YWCA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가상화폐, 금융의 신 패러다임 전환인가' 세미나에서 김동환 금융위원회 디지털금융정책관은 “주요국이 자체 법안을 제정해 가상자산의 규제 범위를 명확히 했다"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발행자격과 발행·유통 공시 등에 대한 법적 구체화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상래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상응하는 미국 국채 같은 자산을 매입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디지털 금융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안정성, 결제 효율성 등이 장점이지만,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한 자본유출, 자금세탁, 코인런 등 통화금융정책의 안정성과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현물 통화와 은행 기능을 함께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규제가 필요하다"며 “뱅크런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도 시장 불안정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밸류업, 코스피200보다 3배 더 번 이유는?…코리아밸류업 ETF도 ‘강세’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추진한 '코리아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저평가 해소'를 기치로 출범한 이 프로그램의 지수를 추종하는 ETF들이 한국 증시 대표지수인 코스피200을 크게 앞지르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해 9월 30일 산출 이후 이달 26일까지 6.9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은 2.13%, KRX300은 1.05% 오르는 데 그쳤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기업 가운데 △수익성(ROE) △시장 평가(PBR) △배당 △수익률 등 네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선별한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한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신한지주, 셀트리온 등 자본 효율성과 주주 환원 수준이 높은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들도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4일 동시 상장 이후 이달 28일까지의 기준가격 기준 수익률은 △키움자산운용 'KIWOOM 코리아밸류업 ETF'가 8.52%로 가장 높았고, △한화자산운용 'PLUS 코리아밸류업 ETF'(8.44%) △하나자산운용 '1Q 코리아밸류업 ETF'(8.36%)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코리아밸류업 ETF'(8.35%) △KB자산운용 'RISE 코리아밸류업 ETF'(8.32%) △삼성자산운용 'KODEX 코리아밸류업 ETF'(8.3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신한자산운용 'SOL 코리아밸류업TR ETF'(8.10%)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코리아밸류업 ETF'(7.99%) △NH-Amundi자산운용 'HANARO 코리아밸류업 ETF'(7.54%)도 대체로 유사한 수익률을 보였다. 액티브 ETF는 수익률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는 10.39%로 초과 수익을 기록했지만 △KoAct자산운용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7.01%)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 ETF'(1.15%)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익률 차이는 운용 역량보다 지수를 얼마나 정확히 추종했는지, 수수료 등 구조적 차이에 따른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액티브보다는 패시브가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지수를 기초로 한 ETN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증권의 '삼성 코리아밸류업TR ETN'은 같은 기간 7.31% 수익률을 기록했다. ETF가 자산을 실제 보유하는 것과 달리 ETN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채권 성격의 상품으로 신용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처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기반 상품들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낸 배경에는 지수의 구성 방식이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200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구성돼 실적이 부진하거나 적자인 기업도 포함되는 반면 밸류업 지수는 실적·배당·자본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엄선한다. 최근 주춤했던 2차전지 업종은 배당이 없거나 실적이 약해 지수에서 제외됐고, 방산·전력기기·원전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업종은 비중이 확대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지수는 실적 요건(ROE), 시장평가(PBR), 배당 수익률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한 종목만 엄선해 구성되며, 실적이 부진하거나 배당을 하지 않는 2차전지 등 업종은 제외됐다"며 “반면 방산·전력기기·원전 업종은 높은 비중으로 포함돼 시장 반영력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지수 정기 변경 과정에서 편입 종목의 변화도 있었다. 밸류업 지수는 27개 종목을 신규 편입하고 32개를 제외했으며, 밸류업 공시 참여 기업 비중은 61%까지 확대됐다. 다만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소형주는 구조적으로 제외되고, 결과적으로 중대형주 위주로 지수 구조가 형성된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기준이 사실상 대형 우량주 위주로만 편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편입 기준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이다 보니 소형주는 들어가기 어렵고, 중대형주 정도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최근에는 ROE와 PBR 요건을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기준을 조정했고, 실적이나 배당 등 지표가 괜찮은 기업은 편입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삼성·SSG닷컴·롯데 물류센터 줄줄이 매물로…투자 수요·사업 재편 맞물려

최근 삼성전자 포항 물류센터, SSG닷컴 김포 물류센터, 롯데물산 안성·이천 물류센터 등 굵직한 물류센터 매물이 시장에 출회되고 있다. 대기업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과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의 김포 물류센터를 비롯해 롯데물산의 안성·이천 물류센터, 삼성전자 포항 물류센터 등 굵직한 매물이 최근 시장에 출회됐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경기도 김포 소재 물류센터 매각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CJ대한통운과 협상이 진행 중이며, 장부가는 약 1892억원이다. 롯데물산 역시 경기 안성과 이천에 위치한 물류센터 두 곳(2000억원 규모 추산)에 대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자문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안성 중앙물류센터(CDC)는 2023년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이고, 이천 물류센터는 2022년부터 3년간 공사를 마쳤으나 아직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 포항 물류센터는 경북 포항 북구 기계면 내단리에 위치한 대형 시설로,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이다. 해당 물류센터는 삼성전자의 물류 계열사인 삼성전자로지텍이 2023년4월부터 2033년 3월까지 10년간 전면 임차 중인 BTS(Build-to-Suit, 맞춤형 개발) 장기임차 자산이다. 삼성전자 포항 물류센터의 소유주는 삼성전자가 아닌 이지스자산운용의 2대 주주인 지에프인베스트먼트다. 이에 따라 이번 매각은 지에프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인 자산을 투자자에게 넘기는 거래다. 다만 임대계약이 유지되는 한 임대수익 구조는 변함없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잇달아 물류센터를 매각하는 이유는 물류 운영의 효율화와 자산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시장 환경과 각 사의 사업 방향을 반영한 조치라는 후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물류센터 매각으로 신세계그룹 측은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수자인 CJ그룹은 주력인 쿠팡 등에 맞서 육상물류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물산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신규 프로젝트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그룹 내 시너지가 높은 자산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물류센터 시장에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 형성된 점도 대형 매물이 잇달아 출회되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리 인상 기조가 진정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다소 완화됐고,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전자상거래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보이며 물류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여기에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물류센터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재조명되면서, 자산운용사나 리츠(REITs) 등 기관투자자들의 매입 의향이 크게 늘어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환경이 대기업들의 자산 매각 결정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최대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 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2025 한국 투자자 의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매입 의향은 조사 이래 최고치인 62%를 기록했다. 섹터별 선호도에서는 오피스에 이어 물류센터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물류센터도 금리 부담, 경기 둔화, 공급 과잉 우려로 시장 평가가 낮았었다"며 “최근 전자상거래 성장세 회복이 물류센터 시장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외국계 대형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대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세림B&G, 탈플라스틱 정책 수혜 기대에…장 초반 20%대 상승

세림B&G가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43분 기준 세림B&G는 전 거래일 대비 22.31% 오른 15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28일) 시간외 거래에서 상한가(+9.98%)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 정규장에서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등 배경에는 정부 및 정치권의 생분해성 소재 산업 지원 확대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국화학산업협회와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은 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직속 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생분해성 플라스틱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향후 적용 대상과 사용처를 명시한 정책 마련과 함께 지역 기반 처리 실증 및 자원 순환 인프라 구축, 국산 생분해 원료(PLA, PBAT 등)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림B&G는 진공성형 기술을 이용한 식품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와 생분해 필름 제조·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어 정책 수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특징주] 엔비디아 깜짝 실적에 SK하이닉스 강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호실적에 힘입어 29일 장 초반 오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9시24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3000원(1.68%) 오른 21만1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개장 직후 3.12% 오른 21만4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한국 시간으로 이날 새벽 지난 분기(2~4월) 매출이 44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경제 방송 CNBC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33억1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9% 급증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 호실적에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특징주] 나이벡, ‘섬유증 치료제’ 美에 6000억 규모 기술이전…上

나이벡이 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NP-2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29일 장초반 상한가로 직행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2분 현재 나이벡은 전 거래일 대비 29.82% 급등한 2만8950원에 거래됐다. 나이벡은 전일 미국 소재 제약바이오 기업과 최대 4억3500만달러(약 5952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대상은 특발성 폐섬유증(IPF)과 폐동맥 고혈압(PAH) 영역에서 연구개발 및 상업화 경험을 보유한 미국 기업이다. 나이벡은 이 계약을 통해 NP-201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양도했다. 초기 계약금은 800만달러(109억원)로 설정됐으며, 계약 발효 후 30일 이내에 지급될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순매출액의 4%를 로열티로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특별 조항으로는 계약 상대방이 임상 과정에서 제3자에게 기술을 재이전해 수익을 창출할 경우, 마일스톤 기준액과 수입액 기준 비율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수익을 분배받는 내용이 포함됐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TF 200조원 시대 ‘눈앞’…운용사 ‘과열 경쟁’ 주의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이 200조원을 앞두고 있다. ETF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운용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금융당국에서는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과열 마케팅 등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7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989개 ETF의 순자산 총액은 197조39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자산 총액 200조원까지 약 3조원이 남았다. 주식만큼 편한 거래와 펀드 대비 저렴한 보수, 미국 주식 투자 열풍 등에 힘입어 ETF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불어났다. 2002년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 2종이 처음 상장한 뒤 순자산 총액은 2011년 11월 10조원, 2019년 12월 50조원, 그리고 2023년 6월 100조원을 넘겼다. 순자산이 50조원 늘어나는 데 18년 걸렸지만, 100조원에서 200조원까지는 2년여 만에 눈앞에 다가왔다. ETF 인기의 배경은 거래가 편리하고 수수료가 싸다는 점 덕분이다.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주식의 장점을 갖추고 여러 종목이나 자산을 모은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어서 변동성이 낮다. ETF 수수료(운용 보수)는 0.5% 안팎으로 일반 펀드(1~3%)에 견줘 절반 이하다.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올해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사이 '업계 최저 수수료'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한 출혈 경쟁이 벌어졌고, 이는 점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지난 2월 6일 미래에셋운용이 미국 S&P500 및 나스닥100 ETF 총보수를 10분의 1 수준인 0.0068%로 낮췄다. 다음날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내린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나흘 뒤에는 KB자산운용도 RISE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총보수를 각각 0.0047%와 0.0062%로 낮췄다.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사그라지지 않는 건 ETF 시장 점유율 확보 때문이다. 수수료 경쟁의 포문을 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며 과점을 노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 76조5345억원(38.84%),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5조7759억원(33.38%)으로 집계됐다. 순자산 총액 기준 상위 3개 운용사의 비중을 합하면 80.25%에 달한다. 보수 인하 경쟁이 투자자에게 꼭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보수 인하 경쟁은 수익성을 악화시켜 운용 품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28일까지 ETF의 시장 가격과 실제 자산가치(NAV) 간 차이를 나타낸 'ETF 괴리율 초과 발생' 공시 건수는 20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0건)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괴리율이 나타나면 투자자는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수 인하 경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 가격(NAV)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 신뢰를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영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 보호를 위해 상품 운용 및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환율 하락에 뜨는 항공·여행株…호텔신라·모두투어 급등, 진에어·대한항공 회복세

4월 초 저점을 찍었던 항공·여행주가 원·달러 환율 하락과 맞물려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와 고환율 부담, 미국발 통상 리스크 등 악재가 겹쳤던 당시에는 업종 전반이 조정을 받았지만, 최근 원화 강세 전환과 소비심리 회복 기대가 더해지며 주가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최근 3개월간 약 35% 오르며 관련 업종 중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세계 역시 4월 초 저점 대비 약 33% 상승하며 면세·유통주 전반의 회복세를 이끌었다. 여행주 중에서는 모두투어(17.1%), 하나투어(9.5%) 등이 4월 9일 저점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항공주도 진에어(18.3%), 대한항공(13.3%), 아시아나항공(10.3%) 등 대부분이 두 자릿수 반등률을 기록하며 회복 흐름에 동참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9일은, 전일(4월 8일) 원·달러 환율이 1486.50원까지 치솟아 2025년 들어 최고 수준을 보였던 시점이다. 유가 반등과 함께 환율 급등이 겹치면서 외화 결제 비중이 큰 항공·여행 업종에 실적 부담 우려가 집중됐던 구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며 환율은 가파르게 하락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23일 원·달러 매매기준율은 1368.00원으로, 최근 7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1466.6원) 대비 약 100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환율 하락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외에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년 만기 미국 국채 입찰 부진 등 복합적인 거시 리스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처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상대국 통화 절상을 유도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환율 협상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올해 환율 하단을 13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율 흐름 속에서 유류비·리스료 등 외화비용 비중이 큰 항공사들은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해외여행 수요 회복과 맞물려 여행·면세 소비주도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반등이 단순한 기술적 조정 이후의 일시적 반등에 그치지 않고, 실적 기반의 중기 랠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사들의 주가가 단기 급등하며 수익률 상위 종목에 올랐다"며 “유가와 환율이 모두 항공사에 유리하게 전개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유가·환율 등 비용 변수 부담이 완화되고, 여객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항공 업종의 이익 체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증권株, 실적·정책 모멘텀에 재평가…하반기엔 옥석가리기 ‘본격화’

국내 증권주가 눈에 띄는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실적 개선 전망이 맞물리며 증권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한층 긍정적으로 전환된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는 증권주에 대해 여전히 업종 전반에 걸쳐 우호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하반기에는 종목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올해 들어 코스피 대비 23.9%포인트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증권주 강세의 배경에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채권 운용손익 개선,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자사주 소각 의무화 공약 등 정책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면서 배당주로서의 매력을 키웠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등은 배당성향을 35% 이상으로 유지하고,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증권주 상승에 대해 “금리 하락 국면에서 운용손익 개선이 두드러졌고,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 공약까지 맞물리며 증권업 전반에 우호적인 업황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상반기 증권업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1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3%, 전 분기 대비 86.1% 증가해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았다. DB금융투자는 증권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하며 커버리지를 개시했다.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은 지속가능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기대가 회복되고, 오버행 및 우발부채 리스크가 축소되는 국면"이라며 “더불어 밸류업 정책과 함께 주요 증권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주주환원율의 변동성도 축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주 주가가 크게 오르며 KODEX 증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된 등락 범위 상단을 돌파했다. 특히 금리 인하로 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등은 4~5%대 배당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주식시장 부양·주주환원 공약과 더불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 추진까지 맞물렸다"며 “증권주와 관련 ETF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다만 하반기 증권업종 전망은 단순히 정책과 배당 기대만으로 강세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자기자본 운용 능력, 투자은행(IB) 경쟁력, 리스크 관리 역량, 해외 투자상품 라인업 등에서 증권사별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당분간 증권주 주가가 실적 방향성에 따라 연동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올해 거래대금이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금리 인하 환경에서 트레이딩 손익,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이자손익 개선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사업 다각화가 잘 이뤄진 대형사가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며,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강도와 주당순자산가치(BPS) 성장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단순한 업종 모멘텀 투자보다 개별 증권사의 사업 다각화, 자본력, 리스크 관리 역량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대형사 중심으로 실적 차별화가 나타나고 업종 내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美 LFP 생산라인 설치…신규 이익 성장 기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나란히 미국 공장에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설치한다는 소식에 28일 장초반 두 회사의 주가가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2분 현재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5.12% 뛴 16만84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LG에너지솔루션은 3.49% 오른 28만2000원을 나타냈다. 전일 한 매체는 삼성SDI가 GM과 함께 오는 2027년 완공 예정인 미국 인디애나 합작공장에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 합작한 테네시주 공장의 일부를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양사는 주로 고급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했다. 이번에 미국 현지에서 LFP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면 중저가 시장에서도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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