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으로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량 부족으로 배추 가격이 급등하자 직접 담가먹는 김장김치보다 공장제로 생산되는 포장김치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호텔김치를 선호하는 구매 움직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호텔김치인 만큼 가격은 비싸지만 뛰어난 맛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요즘 빠르게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을 내세운 호텔 김치는 연평균 두 자리수 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커힐호텔의 '워커힐호텔 김치'는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1% 증가했다. 호텔 김치는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식품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전 재료 국내산 사용, 셰프 레시피 활용 등으로 품질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김치 제품을 새로 선보인 파라다이스 호텔은 파라다이스 시티의 '아트파라디소' 내 한식 파인 다이닝 총괄 셰프의 레시피로 제품을 제조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시마, 멸치, 고추씨 등을 고온 가열한 특제 육수와 군산 황석어젓, 2년 이상 발효시킨 멸치젓, 단맛을 위한 국내산 감 퓨레도 함께 활용했다. 이에 힘입어 파라다이스 호텔 포기김치는 '카카오톡 쇼핑하기' 사전 판매에서 하루 만에 완판을 기록, 현재 11번가와 신세계푸드 등 다수의 이커머스에서 품절됐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호텔 김치 선두주자로 이름을 높인 조선호텔, 워커힐 호텔, 롯데호텔 김치 제품 인기도 치솟고 있다. 조선호텔은 지난 2004년부터 김치 제품을 출시, 2011년부터는 서울 성수동에 별도 공장을 마련해 배추김치·열무김치·석박지 등 26여 종의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배추 출하량 감소로 수급이 어려워져 배추김치 생산량을 평소보다 줄인 상태로 13일 기준 대표 판매처 중 하나인 마켓컬리에서 배추김치·포기김치 등 배추를 사용한 대다수의 김치가 품절됐다. 알타리김치, 갓김치 등 배추 외 타 재료를 사용한 김치는 지속 판매 중이다. 지난 1989년 업계 최초로 '워커힐 수펙스 김치 연구소'를 개설해 김치 상품화에 나선 워커힐도 호텔 김치 선호 현상 대비 배추 수급량이 부족해 한동안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은 외부 공장에서 생산하는 '워커힐호텔 김치'와 호텔에서 직접 제조하는 '수펙스 김치'로 제품을 이원화했다. 이 가운데 워커힐호텔 배추김치는 온라인에서 판매가 중단된 상태로, 현재는 수펙스 배추김치만 구매 가능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한식당 '무궁화'의 요리 명장과 비법을 내세워 지난해 출시한 롯데호텔의 배추김치도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품절됐다. 김치 제품의 인기가 높은 만큼 물량을 계속 공급하고 있으나, 한정 수량 대비 수요가 높아 지속 품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김장하는 대신 김치를 구매해 섭취하는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이나, 올해 유난히 김치 제품이 주목받은 데는 물가 폭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8758원으로 지난해(6937원)보다 26% 상승했다. 지난달(9963원)에 비하면 가격이 다소 하락했으나 대량 구매하기에는 아직 부담이 높은 가격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최근 배추 생육에 적정한 기온이 유지되고 있어 오는 11~12월까지 배추 생산량이 점차 늘어 가격이 점차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업계도 배추 출하량이 확대되며 김치 공급량을 원활히 해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