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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선 석유협회 회장 “하이브리드·대체연료로 탄소중립 지혜 모아야”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이 “(11월 확정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달성이 쉽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치"라며 “전동화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와 탄소중립 연료 등의 대체연료를 활용하는 현실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회장은 1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유협회가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개최한 석유 콘퍼런스에서 이 같이 말하며 NDC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35년 NDC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박 회장은 이 같은 목표치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짚으며 “중국과 미국 같은 최대 탄소배출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에 미온적이고, (탄소 감축에 적극 나섰던) 유럽연합(EU)도 경제적 현실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며 석유자원 공급망 불안이 초래된다는 우려도 내놨다. 박 회장은 “탄소중립 기조로 석유·가스 부문 투자가 지속해서 축소돼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이라는 공급망 리스크가 상시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지난 9월 정부 조직 개편으로 전통 자원인 석유와 가스 부문을 제외한 에너지 부문이 모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며 석유 산업이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까하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으면서 탈(脫)석유 흐름이 예상보다 더딘 세계 석유시장 변화를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1월 출간한 '2025년 IEA 세계 에너지 전망'을 통해 2035년 석유 수요를 일일 1억500만배럴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 전망치보다 590만배럴만큼 크다.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국제사회가 공감했지만 실제 석유 수요는 쉽사리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정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온 것이 현실"이라며 “석유 공급 안정도 국가적 과제 차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부 예산 편성 기준이 되는 에너지특별회계에 '공급안정' 축을 복원하고, 국내 석유산업을 기존 규제 관점에서 산업 진흥과 에너지 안보 관점으로 재정립할 것을 주문했다. 탄소 감축 목표가 2035년 NDC 기준으로 70%가량인 수송 부문에서는 배터리 전기자동차(EV) 중심의 전동화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탄소배출 저감 효과와 재정부담, 안전성 등, 기술 개발 기간 등을 수시로 계산해 NDC를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경로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며 “2035 NDC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이퓨얼(E-Fuel) 등 다양한 동력원을 활용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세계 정유사들이 인공지능(AI)으로 생산 효율을 개선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도 공정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해 AI 활용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외풍·파도 견디는 보호막…저가 공세 속 공급망 대책 절실

우리나라 중후장대산업을 떠받치는 후판 시장에 중국산 저가 수입물량이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우리 무역당국의 반덤핑 판정으로 한숨 돌렸지만 국내 기업이 보세제도를 활용해 중국산 후판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어 속앓이가 여전하다. 그렇기에 반덤핑 조치를 넘어 국내 철강사의 후판 기술력이 중후장대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받쳐줄 전략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철강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철강사들의 중후판 생산량은 약 630만톤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 줄었다. 국내 판매는 5.2% 늘어난 462만톤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생산이 줄어도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중국발(發) 저가 수입 후판에 대해 국내 통상당국이 반덤핑 관세를 매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산 저가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낸 뒤 무역위원회는 올해 8월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를 인정하며 최대 34.1%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후판을 수출해온 중국 철강사 중 9곳은 5년간 수출 가격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반덤핑 판정이 나온 이후로 국내 철강 시장에서 후판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철강사 입장에서는 그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께가 6㎜ 이상인 철판을 가리키는 후판은 한국이 건설과 중공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을 키울 수 있었던 토대다. 후판 제조는 충분한 강도와 압력 분산을 위해 균일한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 얇고 튼튼한 판만큼 만들기 쉽지 않다. 두꺼울 후(厚)와 널빤지 판(板)의 한자어가 뜻하는대로 후판은 여느 철판 재료와 마찬가지로 쇳물을 직육면체 형태로 주조한 슬라브를 달궈 압력을 주는 열간압연 공정을 거쳐 일정한 두께로 만들어진다. 원하는 두께로 얇게 펴진 철판은 냉각대로 이동해 천천히 식히는 '안정화' 작업을 하면 후판이 완성된다. 후판은 국내에서 건설과 조선 같은 중후장대 산업과 역사의 궤를 같이 한다. 동국제강이 1971년 국내 최초로 생산했고, 뒤이어 포스코(당시 포항제철)가 1972년 시장에 선보이며 국내 중후장대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다. 현대제철도 2010년 후판 초도물량 생산을 시작하며 국내 후판시장은 철강 빅3 구도가 됐다.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어야 선박과 인프라 같은 구조물을 설계도대로 오차를 최소화해 지을 수 있고,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는 압력이 한 지점으로 모이지 않는다. 제조 공정에서 니켈이나 망간, 질소 같은 원소들의 함량을 조절해 영하 200℃보다 낮은 저온에도 견디거나 부식에 특별히 강한 특성 등 원하는 물성을 만들어낸다. 만들기 쉬워 보이는 '두꺼운 철판'은 쓰임새가 중후장대 중심으로 무궁무진하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명예교수는 “후판은 조선부터 플랜트, 대형 구조물, 해상풍력, 방위산업 등 중후장대와 인프라 산업에 필요한 제품"이라며 “후판이라는 이름이 하나지만 품질 수준에 따라 철강사들이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에 명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판 시장에서 한국 철강사들이 중국보다 앞서는 요인로는 조선용 후판 기술이 꼽힌다. 선박은 온도가 낮은 바다를 항해할 때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연성-취성 전이온도(DBTT)를 충분히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재는 온도에 따라 끊어지는 특성이 달라진다. 철강재는 압력을 받을 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견디는 '연성'과 형태가 변하지 않다가 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확 찢어지는 '취성'을 가지고 있다. 연성과 취성 가운데 무엇이 나타나느냐는 대체로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연성이 취성으로 바뀌는 온도가 DBTT다. 철강재는 저온에서 취성을 가지기 때문에 DBTT보다 낮은 온도에서 큰 힘을 받으면 똑 끊어진다. 극지방 주변처럼 바닷물 온도가 어는점에 가까운 지역을 항해할 때도 압력을 견디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액체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 영하 200도℃ 안팎으로 낮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수소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탱크도 저온취성을 견디는 후판 소재가 필수다. 이같이 저온에서 나타나는 취성(저온취성)을 견디는 철강 소재는 압연 공정과 철강재 분자 구조, 첨가물 함량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망간강은 망간을 5분의 1 내외로 첨가한 강재로, 망간으로 획득한 강점 중 하나가 저온에서 나타나는 취성(저온취성)을 견딘다는 것이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조선용 후판은 DBTT가 고성능 여부를 가른다"며 “한국 철강사들은 고망간강을 비롯해 저온취성에 강한 조선용 후판을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능이 강화된 후판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적인 후판은 중국 철강사들이 워낙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한국 시장은 반덤핑 관세 부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적 우위와 반덤핑 조치에도 한국 철강사들은 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근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성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쓰이는 범용 후판은 결국 가격 경쟁력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반덤핑 최종 판정에도 저가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가 '보세구역'에 있다. 보세제도는 관세법에 따라 수입 제품에 대해 관세 징수를 유보할 수 제도로, 국내에서 어떤 산업이나 시장을 키우기 위해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조선소쪽 보세구역에 중국 같은 해외 국가로부터 후판을 들여와 배를 건조한 뒤 해외 선주에 인도하면 최종적으로 관세를 물지 않는 구조다. 한국 조선사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하는 중국 기업을 고려해 당장은 중국산 후판으로 원가를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면, 한국산 구매 감소로 철강기업들이 흔들려 모든 후판을 중국 철강사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가격 경쟁력이냐 원자재 공급망 안보냐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중국산 후판도 어느 정도 한국산 수준으로 잘 만들기 때문에 조선사들이 보세제도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며 “10여년 전 조선사들이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산 철강사들에 주문을 넣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기술력이 성장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을 두고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협상하면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러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는 한계를 넘어 양측이 후판 산업에서 볼 피해를 최소화할 길을 정부와 업계가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민동준 교수는 “중국산 저가 후판제품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판정은, 낮은 후판 가격으로 수요자들이 구매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면서 “조선사들이 반덤핑 조치를 받은 중국산 후판을 보세제도를 이용해 들여오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사들이 저가 소재라는 '독배'를 들지 않도록 철강사들은 조선업계가 원하는 고부가 후판 개발과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담합 우려 해소와 공정한 수준의 후판 가격 형성, 고부가 소재 개발 노력 등으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 오랜 딜레마를 해소하는 역할을 자처해야 할 것"이라고 민교수는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 국면에서 조선용 철강소재도 탈(脫)중국 공급망 형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준호 교수는 “미국 법령이 개정돼 미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길이 열린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철강재를 쓰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를 대비해 한미 간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관점에서 철강재 원산지 문제를 외교적인 해법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국민 아이디어로 항공 안전 수준↑”…항공협회, ‘우수 정책 제안 시상식’ 개최

한국항공협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발굴한 참신한 항공 안전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입안하고자 제출받아 우수한 제안에 대해 시상했다. 항공협회(회장 직무 대행 박종흠)는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2동 소재 협회 대회의실에서 '항공 정책 제안 센터 국민 우수 제안 시상식'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시상식은 온라인을 통해 접수된 국민들의 아이디어 중 제안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선정된 우수 제안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센터는 지난 4월 30일 발표된 '항공 안전 혁신 방안'의 후속 조치로, 국민이 항공 교통 이용 과정에서 직접 겪은 안전 위험 요소와 제도 개선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7월 1일부터 공식 운영되고 있는 대국민 상시 소통 창구다. 센터 개설 이후 10월 30일까지 총 101건의 제안이 접수됐고, 협회는 중복 접수 등을 제외한 99건에 대해 정책 실효성과 창의성 등을 심도 있게 심의해 총 3건의 우수 제안을 선정했다. 최우수 제안의 영예는 박서희 씨에게 돌아갔다. 박 씨는 항공 교통 이용자가 예약부터 주차 정보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 이용 전(全) 과정을 통합한 맞춤형 '스마트 공항 앱' 개발을 제안해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항공교통전공 졸업생 백승우(29) 씨의 '비상구 좌석의 안전 책임 강화 방안'과 한국경량항공기연구조합의 '미국 신규 감항 인증 체계(MOSAIC, Modernization of Special Airworthiness Certification) 적용을 통한 경량 항공기 정책 도약 방안'은 우수 제안으로 협회장상이 수여됐다. MOSAIC은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경량 항공기 규정을 성능 기반으로 확대·현대화하는 새로운 인증 체계다. 백 씨는 “센터가 접수한 정책 제안들이 항공업계는 물론 국민 모두의 항공 안전 수준을 제고하고 유의미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항공교통 전공을 살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항공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협회 관계자는 “센터는 국민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정책을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소중한 의견을 정책 당국에 가감 없이 전달해 실질적인 항공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11조원 ‘美 제련소’ 승부수…영풍 “사업엔 찬성, ‘신주 발행’은 꼼수” 강력 반발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총 11조 원 규모의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퀀텀점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예정인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가 회사의 미래 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결정적 기회임을 강조하며 영풍 측의 반대를 “적대적 M&A에 집착한 발목잡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약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자금 조달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미국 정부와 재무적 투자자가 담당하며, 당사는 10% 미만의 지분만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고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경제 안보의 승리'로 평가하며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미국은 항공우주·국방·인공 지능(AI) 등에 필수적인 13종의 전략 광물을 자국 내에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한다"며 “이는 지난 50년 간 쇠퇴한 미국 제련 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이를 “지정학적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고려아연은 이번 제련소가 2026년 착공해 2029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아연·연·동 등 기금속뿐만 아니라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 광물을 생산해 미국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풍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영풍은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동맹 강화와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통한 미국 내 경쟁력 제고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다는 것이다. 영풍이 문제 삼는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사업 투자가 목적이라기보다, 외국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여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 법인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주주배정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 대안이 있음에도 굳이 제3자 배정 방식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풍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업 협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되어 신주 발행이 중단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체제 하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러한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당시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와 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영풍 측 사외이사도 참석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방어하느라 불필요한 자금을 소진해 재무 구조가 악화됐는데, 이번 미국 정부 출자는 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영풍은 오로지 경영권 탈취에만 몰두해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한 기회를 발목 잡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반면 영풍은 “특정 개인(최 회장)의 이해 관계가 아닌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며 신주 발행 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와 1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걸린 이번 제련소 프로젝트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름에 따라 향후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현대제철, 美 루이지애나에 ‘친환경 전기로 일관 제철소’ 공동 건립

국내 철강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친환경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공동 건설한다. 16일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위한 타법인 주식·출자 증권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투자는 북미 철강 시장의 보호 무역주의에 대응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자동차 강판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으로 풀이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입 비용은 58억 달러(약 8조55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50%인 29억 달러는 참여사들의 지분 투자로, 나머지 50%는 현지 법인인 현대스틸 루이지애나(Hyundai Steel Louisiana LLC)의 차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투자 구조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가 지분을 나누어 갖는 형태다. 사업의 주축인 현대제철이 특수목적법인(SPC)인 '현대스틸 USA(Hyundai Steel USA, 가칭)'를 통해 14억 6000만 달러(약 2조1521억 원)를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SPC안 '포스-루이지애나(POS-Louisiana, 가칭)'를 설립, 5억8200만 달러(약 8585억 원)를 투자해 지분 20%를 가져간다. 나머지 30%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법인(Hyundai Motor America, Kia America, Inc.)이 각각 15%씩 출자한다. 이날 공시에 적용된 환율은 서울 외국환 중개 매매 기준율인 1474.1원이다. 출자금은 제철소 건설이 진행되는 2027년 말까지 분할 집행될 예정이다. 새로 건설되는 제철소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서며,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일관 제철소' 형태로 지어진다.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 대신 전기로를 택한 것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과 미국 현지의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양사는 2027년 말까지 투자를 마무리하고, 오는 2029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작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동화 전략과 직결된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고품질의 친환경 철강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무역 장벽을 넘고 안정적인 북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중장기 탄소저감 체제 전환을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현대차그룹 및 기타 투자자와 공동으로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를 건설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 또한 “북미 철강 시장 대응·친환경 자동차 강판 기반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확정 공시를 통해 올해 초부터 시장에 돌았던 '현대제철-포스코 미국 합작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양사는 향후 설립될 현지 법인의 구체적인 사명과 주식 수 등이 확정되는 시점에 정정 공시를 낼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UV에 치인 픽업 트럭…기아·KGM ‘밖으로~’ 지엠 ‘안으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좀처럼 커지지 않으면서 완성차 업계가 전략 수정을 고심하고 있다. 기아 타스만 등 '대형 신차'가 투입됐음에도 2019년과 비교해 수요가 반토막난 상태다. 제조사들은 해외 공략에 집중하거나 라인업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 중인 픽업트럭은 기아 타스만, 쉐보레 콜로라도, GMC 시에라, KG모빌리티(KGM) 무쏘 스포츠·EV 등이다. 올해 1~11월 국내에 신규 등록된 픽업트럭은 2만3000여대로 추산된다. 올해 초 타스만과 무쏘 EV 등 신차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숫자다.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KGM의 전신인 쌍용자동차가 이끌어왔다. 인기 차종인 코란도 스포츠의 경우 지난 2013년 내수에서만 2만3435대가 팔렸다. 이후 쌍용차가 렉스턴 스포츠를 출시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지엠도 쉐보레 콜로라도 등을 투입하자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4만2000대를 넘겼다. 6년여 사이 판매가 반토막난 것은 픽업트럭 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사들이 소형부터 초대형까지 SUV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마케팅 경쟁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적은 픽업트럭들이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사별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올해 3월 출시된 기아 타스만은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8132대가 팔렸다. 회사 측이 예상한 수요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치다. KGM과 한국지엠 분위기는 다르다. 타스만과 같은달 나온 KGM 무쏘 EV는 지난달까지 7111대가 팔리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무쏘 스포츠의 1~11월 실적(7454대)이 전년 동기(1만1923대) 대비 37.5% 급감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쉐보레 콜로라도와 GMC 시에라의 올해 합산 판매가 300대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만 놓고 보면 콜로라도는 7대, 시에라는 1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각 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구르 찾고 있다. 기아는 타스만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픽업트럭 수요가 많은 호주 등에서 차량을 론칭하고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식이다. 호주에서 차량 출시 3개월여만에 판매 가격을 인하하는 등 판촉에도 힘을 쏟고 있다. KGM은 '국내 최초 전기 픽업' 이미지를 입은 무쏘EV 인기를 이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 독일, 터키 등 글로벌 시장에 차량을 론칭하고 미디어 시승행사를 여는 등 새로운 활로도 모색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픽업트럭 라인업을 오히려 더 강화하는 승부수를 띄운다. 회사는 전날 제너럴모터스(GM) 청라 주행시험장에서 열린 '2026 비즈니스 전략 콘퍼런스'에서 내년 초 GMC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MC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다. 이에 따라 향후 시에라 외 프리미엄 모델이 추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적재중량 1t 이하 픽업트럭은 개별소비세·교육세 면제, 취득세 할인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차종이 화물로 분류돼 자동차세는 연간 2만8500원만 납부하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픽업트럭은 승차감이 떨어지고 편의사양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제조사들이 이같은 단점들을 대부분 해소했다"며 “가격과 크기 등 선택지가 다양해지면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KT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주형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총 3인의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통해 박윤영 전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이사 후보는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날 이추위에 따르면, 정관상 대표이사 자격요건과 외부 인선자문단의 평가결과 및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반영해 이사회가 마련한 심사기준에 따라 후보 3명의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 및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제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해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추위는 박윤영 후보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DX·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로 평가했다. 박 후보는 주주와 시장과의 약속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실질적 현안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박윤영 후보가 KT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렸다. 주총 승인만 남겨놓은 박 전 사장은 KT 대표이사 도전 '삼 세 번만에 성공'한 케이스다. 앞선 두 번의 도전에서 최종후보군과 막판 경합을 벌일 정도로 대표이사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한 정통 KT 출신인 박 전 사장은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기업부문장(사장)에 오른 B2B 전문가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정재헌 SKT CEO “‘변화관리 최고책임자’ 돼 혁신 이끌 것”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스스로를 '변화관리 최고책임자(Change Executive Officer)'로 규정하며, 이동통신(MNO)과 인공지능(AI)을 양 축으로 한 전사 혁신에 본격 나선다. 통신 본질 회복과 AI 사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구히 존속·발전하는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CEO는 16일 서울 을지로 본사 수펙스홀에서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이제부터 CEO의 C는 Change"라며 “앞으로 나는 회사 변화의 속도를 직접 책임지는 변화관리 최고책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과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과거 방식을 반복하는 '활동적 타성'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며 “실패에 대한 책임은 경영진이 질 테니 구성원들은 창의력을 발휘해 마음껏 도전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CEO는 SKT의 궁극적인 목표로 '영구히 존속·발전하는 회사로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근원적으로 탄탄한 회사 체질을 구축하고, 새로운 혁신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미래를 이끌 인재 육성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향 아래 통신·AI·AX·기업문화 전반의 과제와 전략도 구성원과 공유했다. 통신 사업과 관련해 정 CEO는 '고객이 곧 업(業)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며, 품질·보안·안전 등 기본과 원칙을 중심으로 고객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해 핵심 관리지표도 기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에서 ROIC(투하자본이익률)로 전환한다. ROIC는 자본 효율성과 가치 창출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중장기 경쟁력과 투자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외형 성장보다 자본을 얼마나 내실 있게 사용했는지를 중시하는 '실질 생산성' 중심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AI 사업에 대해서는 그간의 실험과 인큐베이팅을 통해 일정 수준의 유·무형 자산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는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의 속도에 맞춰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솔루션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제조 AI와 독자 AI 모델 등에서는 지속적인 전환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AI 전환(AX)을 통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특정 부서가 아닌 전 구성원이 참여해야 할 생존 과제라고 규정했다. 이를 위해 SKT는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AI 툴 활용 지원, 업무용 AI 개발 프로세스 정립, 아이디어 교류 공간인 'AX 대시보드' 구축 등을 추진한다. 조직문화의 지향점으로는 '역동적 안정성(Dynamic Stability)'을 제시했다. 구성원은 스스로 변화와 도전에 나서 조직 성장을 이끌고, 회사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기회의 터전이 되겠다는 의미다. 정 CEO는 “다시 뛰는 SKT가 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이를 실행할 진취적 역량과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면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실현하는 드림팀이 되자"고 당부했다. 이어 목민심서의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를 인용해 “구성원의 목소리를 성의 있게 듣고, 겸손과 존중의 자세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고려아연 제련소 건설에 美 정부 ‘전폭 지지’…영풍·MBK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고려아연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손잡고 총 11조 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를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는 지정학적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지만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프로젝트와 연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설비 투자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이며, 운용 자금과 금융 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금속부터 은·금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핵심 전략 광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획기적 딜(transformational deal)'로 평가하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국방·반도체·인공 지능(AI)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고려아연 생산 확대분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 권한(preferred access)을 갖는다"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국방 및 경제안보의 필수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하는 이번 결정은 1970년대 이후 쇠퇴한 미국 제련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 역시 이를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 15일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 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의 핵심 근거로는 상법 제418조 제2항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됐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와 지배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신주 발행의 절차적 문제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이 11조 원 규모의 중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15일 오전 7시 30분으로 정해두고, 직전 영업일인 12일(금)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소집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해외 제련소 투자·합작 법인 출자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아 충분한 검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MBK는 “회사가 실제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며 이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제3자 배정을 강행한 것은 경영권 유지 목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제3자 배정을 받는 합작 법인의 투자자 중에는 미국 정부 외에 고려아연의 고객사 자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단순히 미국 정부에 대한 배정으로 볼 수 없다"며 최윤범 회장이 이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가 발행될 경우 추후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최대 주주로서 법적 조치를 통해 지배 구조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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