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의 수요탄력성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보다 면밀한 시황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등락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기자 대상 해운 알리기 4차 행사'를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김경태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해양정보1팀 과장은 '글로벌 해운시황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업들이 해상운임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22년 1월7일 5109.6포인트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팬데믹에 직면한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선대를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과장은 지난해 들어 예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가 올 여름 3000포인트를 넘고 지난 8일 2331.58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평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올해 운임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점쳤으나, 홍해사태와 중국의 물동량 밀어내기 및 견조한 미국 수요에 힘입어 구조적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향후 운임에 대한 질문에는 “올 하반기의 경우 상반기 보다 낮을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도 재작년 (이전) 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1만t이상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필두로 114만TEU에 달하는 선복량이 더해졌음에도 5월10일 기준 3대 주요 얼라이언스 선사의 25개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이 36척 부족했던 점을 들어 선복량 중심의 운임 예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미국 수요가 향후에도 컨테이너 운임을 뒷받침하는 중으로, 희망봉 우회 등 공급과잉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남아프리카를 돌아가면 기존 항로 보다 왕복 기준 2주 가량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김 과장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들이 속도를 낮춘 것도 공급과잉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컨테이너 박스와 장비 등 컨테이너선 운항에 필요한 다른 요소의 수급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선사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자산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집중해 발주에 인색했던 것도 선박들의 운항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구리값과 해상운임이 연동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구리는 경기에 선행하거나 동행하는 원자재로 전기전자 제품과 건설 뿐 아니라 2차전지 분야에도 쓰이는 특성상 산업수요를 보여준다는 이유다. 김 과장은 최근 업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등을 들어 내년부터 업황 부진을 점치고 있으나,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했다. 보편관세와 상응관세 및 미국 리쇼어링 강화로 물동량·운항거리가 감소할 수 있지만, 베트남·인도를 비롯한 국가의 수출 증가 및 새로운 교역루트 개척으로 항로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부산항과 인천항이 환적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항만의 자동화는 정치적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 친환경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친환경 기술 도입을 늦출 수 있다"며 “암모니아추진선의 경우 선사들이 직접 벙커링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메탄올과 암모니아의 독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