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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서 마주치는 현대차vsBYD…‘현지화’ 전략이 승부처

올해 BYD와 현대차그룹이 한국, 중국, 일본 3국서 치열하게 맞붙는다. 올해 초 BYD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한데 이어 현대차도 중국 복귀를 노리고 있다. 또 제3국인 일본에서도 두 브랜드가 비슷한 유형의 모델을 출시하면서 두 기업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양사의 현지화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브랜드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사로잡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BYD와 현대차그룹의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양사는 각각 일본과 중국에 '현지 맞춤형' 모델 출시를 예고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선 BYD는 일본 현지화 모델 출시에 집중한다. 지난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BYD가 2026년 말 일본 경차 시장에 맞춘 전용 전기차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 전기차는 BYD가 최초로 일본 시장 '맞춤형'으로 제작한 모델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본 신차 판매의 40%를 차지하는 경차 시장은 진입 문턱이 높기로 유명하다. 길이 3.4m, 폭 1.48m, 배기량 660cc 이하의 차량만 경차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BYD는 일본의 차량 성능, 규격, 가격 등에 최적화된 설계로 제작했고, 일본의 자체 고속 전기충전 방식인 차데모(CHAdeMO)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차량의 경쟁모델로는 현대차그룹의 소형 전기 SUV 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가 꼽힌다. 차급, 가격대 모두 비슷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일본 시장 성적으로 봤을 땐 BYD가 더 우세하다. BYD는 2024년 일본에서 2223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반면, 현대차그룹은 약 400대 내외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인스터 모델 판매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복귀를 노린다. 지난 22일 현대차의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 중국 자동차 매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신형 C-SUV(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 '일렉시오'(ELEXIO) 공개 행사를 열었다. 중국 시장만을 위해 개발된 전기차는 일렉시오가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 행사에서 2027년까지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춘 신에너지차 6종을 선보일 계획을 발표했다. 한때 중국서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던 현대차는 정치적 이슈와 현지 브랜드의 급성장으로 인해 점유율이 1%대로 하락했다. 이에 현대차는 일렉시오를 비롯한 현지 맞춤형 모델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침투한 수많은 중국 브랜드들로 인해 예전같은 판매량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희망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로선 중국과 일본서 모두 BYD에 밀리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그간 쌓은 '현지화 전략'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법을 찾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가득했던 인도, 동남아시아 시장서 현지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인도에선 현지인 취향에 맞춘 차량 디자인, 현지 R&D 센터와의 협업 등으로 '인도 국민차'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잡으며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현지 전략 모델을 적극적으로 개발 중“이라며 “자동차 구입에는 지형, 기후, 도로망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과 가족 구성원, 이동 형태, 구매력, 도로 상태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전기료 폭탄? 층간소음?’…‘올인원 세탁건조기’의 오해와 진실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끝내는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가전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기요금 부담과 층간소음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과연 이러한 우려는 사실일까?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가전 기업들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둘 필요 없는 '올인원'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공간 활용 효율성과 세탁·건조 전 과정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간편함을 무기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세탁이 끝난 뒤 빨래를 꺼내 건조기로 옮기는 번거로움 없이 한 번에 세탁과 건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타워형 세탁기·건조기와 비교해 높이가 최대 90cm가량 낮아 상부 공간 활용에도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인원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며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를 공개했다. 작년 첫 제품을 출시한 지 1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으로, 기존 대비 건조 용량을 3kg 늘려 국내 최대 18kg까지 확대했다. 또한 열교환기 구조 개선과 예열 기능 강화로 건조 시간을 20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판매처도 대폭 확대됐다. 삼성닷컴과 삼성스토어, 하이마트 외에 이마트 130개점, 전자랜드 78개점 등 전국 약 1000개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LG전자도 올 하반기 건조 용량을 강화한 올인원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소비자 접점을 넓히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전기요금을 급격히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올인원 제품을 써보고 싶지만 전기료가 너무 많이 나올까 걱정된다"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전력 수치를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의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 시 소비전력이 2100W, 건조 시 1700W 수준이다. 반면 같은 브랜드의 타워형 제품인 '비스포크 그랑데 AI 원바디 탑핏'은 세탁 2200W, 건조 2400W로 오히려 더 높다. LG전자 제품도 마찬가지다. 올인원 모델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는 건조 소비전력이 570W로, 자사 타워형 제품인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타워'(건조 1400W)보다 훨씬 낮다. 세탁 소비전력은 올인원(2200W)과 타워형(2100W)이 비슷한 수준이다. 전자제품 사용 시 발생하는 전력 소모량을 뜻하는 '소비전력'은 전기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전자제품마다 소비전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사용해도 전기요금은 천차만별"이라며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라면 소비전력이 낮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요금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올인원 제품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바로 '소음'이다. 특히 아파트 생활이 일반적인 국내 주거 환경에서는 층간소음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제품 기준으로 보면 소음 차이는 거의 없다. 삼성전자의 올인원 제품은 소음 수치가 51.7dB로, 타워형 제품(51.9dB)보다 오히려 낮다. LG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올인원 세탁건조기에 국내 최초로 탑재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칩 'DQ-C'를 통해 세탁물 분포를 자동 조정하고,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다. 업계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고가 제품인 만큼 수익성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사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올인원 세탁건조기 가격은 대체로 300만원 중반에서 400만원 초반에 형성돼 있다. 이는 타워형 제품보다 최소 20%,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보다 높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공하면서도 가격을 상향 설정하는, 이른바 '프리미엄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과거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흡입·물걸레 기능이 결합된 올인원 제품이 빠르게 주류로 자리 잡으며 시장 구조가 재편된 것처럼, 세탁기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한 대로 세탁과 건조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사용이 간편하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이라며,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점도 강점으로,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다방면에서 장점을 갖춘 제품인 만큼, 향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AI 만나 커지는 XR시장…삼성전자 라인업 더 늘리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확장현실(XR) 분야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가 시장 공략 전략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구글과 협업해 제작한 헤드셋·스마트안경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제품 라인업을 더 늘리거나 다양화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XR(eXtended Reality)은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가상현실(VR), 실제 세상에 디지털 요소를 더하는 증강현실(AR), 현실과 가상 세계가 융합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기술이다. 물리적 제한 없이 확장된 3차원의 공간에서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XR 전용 헤드셋(프로젝트명 무한)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구글·퀄컴과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이미 구축한 상태다. 최첨단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착용 중에도 주변 외부 현실을 함께 볼 수 있는 '패스스루(Passthrough)' 기능을 적용할 방침이다. 사용자는 새로운 생태계 안에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와 대화하며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구글 맵으로 전세계를 탐험하거나, 유튜브로 스포츠 경기를 즐기고, 편리하게 여행을 계획할 수도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프로젝트 해안'으로 알려진 스마트안경은 이르면 연내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구글 XR 담당 임원이 스마트안경 시제품을 착용하고 일부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스마트안경은 헤드셋 대비 편의성과 디자인을 강화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XR 기기 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관련 제품 라인업을 더 공격적으로 늘리며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본다. 애플은 작년 2월 '애플 비전 프로'를 공식 출시하며 MR 헤드셋 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공간컴퓨터' 등 마케팅 용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며 이 기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하려 노력하고 있다. 메타는 일상적인 착용이 가능한 스마트안경 '오라이언' 등을 앞세워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활용한 손목 밴드 등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XR기기와 '갤럭시' 브랜드 제품간 호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갤럭시 S시리즈 등 AI폰도 구글 플랫폼 및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작동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기기 없이도 '갤럭시 링'이나 '갤럭시 워치' 등을 활용해 XR기기를 제어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아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돼 있다. 해외 IT전문매체 샘모바일은 최근 삼성전자의 XR 스마트안경이 내년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프로젝트 진주'라는 코드명의 또 다른 XR 기기가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용 컨트롤러나 촉각을 느낄 수 있는 조끼·장갑 등 XR 주변기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XR 시장은 AI 기술 진화와 발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전세계 XR 시장은 작년 기준 최대 1840억달러(약 262조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분산된 직원들을 서로 연결하는 서비스 등에 지출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 기관은 XR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2032년 시장 규모가 1조6250억원(약 2322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작년 기준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금액(6000억원 안팎 추정)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XR 시장은 AI와 5G 기술 발전으로 인해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는 특징이 있다"며 “삼성전자는 애플 비전 프로의 흥행 실패를 지켜봤기 때문에 신제품 관련 소비자 반응을 더 면밀히 살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에어로케이, 외형 확장 속 완전 자본 잠식…DAP 자금 지원 언제까지?

청주국제공항을 근거지로 둔 에어로케이항공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사세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고정비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뒷배인 대명화학그룹 덕에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지주사인 디에이피(DAP)의 현금 보유량 역시 전년 대비 대폭 줄어 어느 시점까지 자금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3일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에어로케이항공의 작년 자본 총계는 -805억1854만원이고 부채 총계는 2133억6410만원으로 파악됐다. 2023년에도 이미 324억5144만원 자본 잠식 상태였고 부채 총계는 1161억1126만원이었는데 적자가 쌓여 더욱 악화된 것으로, 재무 건전성이 우려된다. 이 같은 이유로 자본금을 모두 까먹어 부채 비율 조차 산정할 수 없는 상황다. 작년 매출은 1422억4118만원으로 전년 대비 3.01배 가량 확대됐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36억9592만원으로 1.39배 불어나 수익성 확보에 실패했다. 이는 항공기 도입 대수와 운항편수가 늘어나며 리스 비용·인건비·정비비 등 고정비가 급격히 증가한 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20년 2월 첫 기재를 들여와 2021년 4월 1대로 청주-제주 노선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이어 2023년에 항공기 5대를 추가 도입해 청주발 △오사카 ▷도쿄 △타이베이 △클라크 등 다양한 노선에 취항했고, 올 2월 8호기까지 꾸준히 보유 기재 수를 늘려가고 있다. 연내 A320-200 단일 기종으로 10대의 기단을 꾸리는 게 목표이나 당분간 비용 부담이 느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특성상 리스·정비 비용 등은 달러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환율 시대에 영업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이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리스 회사인 에어젠 에어크래프트 원 리미티드가 제기한 82억6562만원 규모의 항공기 인도 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패소해 대전고등법원에 항소하는 등 법정 다툼도 이어가는 중이다. DAP 관계자는 “법원은 항소심 진행을 위해 120억원의 공탁을 지시했다"며 “이에 에어로케이항공은 60억원은 서울서부공탁소에 공탁했고 60억원은 서울보증보험에 냈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에어로케이홀딩스로부부터 연 이자율 4.60%에서 7.00%에 빌려온 단기 차입금도 2023년 97억1279만원에서 2024년 240억763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아울러 DAP는 4차례에 걸쳐 에어로케이항공에 200억7435만원을 대여해줬고 60억원에 이르는 채무 보증도 서줬다고 공시했다. 에어로케이항공이 재무 압박을 받는 가운데서도 버틸 수 있는 배경이다. 한편 별도 재무제표 기준 DAP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작년 말 기준 93억원596만원으로 연초 대비 25.42% 감소해 지속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매각 돌입하는 현대힘스, 조선업 호황이 ‘양날의 칼’

선박 블록 기자재업체 현대힘스가 경영권 매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을 등에 엎고 최근 6개월 동안 기업 가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덕에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대주주인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조선업 호황이 매각에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HD현대가 현대힘스 인수 우선협상권을 포기한 것처럼 원매자들이 조선업 호황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몸값에 부담을 느껴 협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제이앤PE는 이달 말 혹은 다음달 초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경영권 매각 절차를 본격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힘스는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현 HD한국조선해양)이 설립한 국내 1위 선박 블록업체다. 기관실 블록, 중앙부 블록, 구상선수, LPG 탱크의 선박 기자재 등을 HD현대중공업 등 조선사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힘스는 지난 2019년 제이앤PE에 매각됐다. 당시 제이앤PE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과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한 후 특수목적법인(SPC)인 허큘리스홀딩스를 세워 현대힘스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지난해 1월 현대힘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제이앤PE는 현대힘스 상장 당시 설정한 1년 동안의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됐으며 인수에 활용한 펀드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매각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펀드는 이달 만기가 다가왔으나 1년 추가 연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가치를 보더라도 지금이 매각 적기로 분석된다. 지난해 1월 상장 첫날 2만9200원을 기록했던 현대힘스 주가는 차츰 하락세를 보여 지난해 11월 초 958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과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조선산업의 호황으로 인한 실적 개선이라는 호재가 겹치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급등하기 시작했다. 최저점에서 지난 22일 종가인 1만7700원으로 84.76% 급등한 셈이다.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힘스 지분이 1871만7000주(지분율 52.88%)임을 감안하면 22일 종가 기준 가치가 331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3500억원 이상의 가격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원매자들은 6개월 만에 주가가 급등한 탓에 현대힘스를 당장 매입하기보다는 주가 하락을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6개월 이전만 하더라도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사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입 장벽이 높은 조선산업의 특성상 원매자 풀이 한정돼 있고 이들이 과다지출을 꺼리는 경향이 크다. 실제 HD현대가 현대힘스 재인수를 포기한 것도 너무 높은 몸값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힘스의 2대 주주(지분율 20.97%)이자 매각 당시 인수 우선협상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내부 논의 끝에 현대힘스 우선협상권을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이앤PE는 펀드 만기라는 시간 제한이 있는 만큼 원매자들과의 협상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자칫 매각 협상이 지연될 경우 유한책임투자자(LP)들의 엑시트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산업 호황이 양날의 칼로 작용될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힘스는 매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할 상황이나 원매자들은 주가 하락을 바라고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길 원할 것"이라며 “다만 제이앤PE가 이미 현대힘스로 이익을 많이 본 상황이라서 매각가를 다소 낮추고 신속하게 매각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中 딥시크가 美 규제 피해 ‘삼성전자 HBM’을 활용한 비밀 경로는?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해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확보해온 경로와 방식이 해외 반도체 분석기관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공급망의 핵심은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정교한 구조를 설계하고, 삼성전자는 직접 거래를 피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협조를 통해 출고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까지도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는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대결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기관 세미애널리시스(SemiAnaly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HBM2E 제품이 화웨이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우회 경로를 제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삼성은 자사의 중화권 유통 채널인 코아시아일렉트로닉스(CoAsia Electronics)를 통해 HBM2E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물량은 대만의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파라디테크놀로지(Faraday Technology)를 거쳐 패키징 전문 업체 실리콘프라임인터내셔널(SPIL·Siliconware Precision Industries Ltd.)에서 재가공된다. 이후 이른바 '패키지 형태'로 중국으로 수출된 뒤, 현지에서 HBM만 분리해 사용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술적 장치는 저성능 16nm급 로직 다이와의 약한 결합이다. 로직 다이는 연산 기능이 거의 없는 반도체로, 규제 회피를 위한 형식적 조합으로 해석된다. SPIL은 이 HBM과 로직 다이를 결합하면서도 '저온 솔더링' 방식으로 부착해 중국 내에서 쉽게 분리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저온 솔더링은 낮은 온도에서 접합이 분해되는 기술로, 이러한 설계를 통해 중국은 HBM을 추출해 자체 AI 칩에 재활용하고 있다. HBM의 최종 사용처는 화웨이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칩 'Ascend 910C'다. 이 칩은 대규모 연산 시스템 'CloudMatrix 384'의 핵심 부품으로 쓰이며, 총 384개의 Ascend 칩이 병렬로 연결된 구조다. 시스템 전체는 49.2TB의 HBM 용량과 1229TB/s의 대역폭을 갖춰, 총량 기준으로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서버인 'GB200 NVL72'를 능가한다. 이 CloudMatrix 384 시스템은 최근 공개된 중국의 초거대 언어모델 '딥시크(DeepSeek)'의 학습 인프라로 사용됐다. 딥시크는 2조 개 이상의 파라미터(parameter)를 가진 모델로, GPT-4에 근접한 성능을 보이며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줬다. 이 모델의 성공은 HBM 확보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화웨이의 우회 전략의 효과를 뚜렷이 보여준다. 현재 미국은 중국으로 향하는 HBM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 수출관리규정(EAR)과 그 하위 조항인 외국직접산물규칙(FDPR)이 규제를 위해 작동한다. EAR은 본래 미국산 물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규정이지만, 두 가지 조건에서 비(非)미국산 제품까지 규제할 수 있다. 첫째는 최소 함유 규칙(De minimis rule)'으로, 해당 제품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될 경우이고, 둘째는 'FDPR'로, 미국 기술이나 미국 장비로 만든 제품은 미국의 통제를 받는다는 원칙이다. 삼성의 HBM은 케이던스·시놉시스 등 미국산 EDA 소프트웨어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 등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통해 생산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FDPR 규정상 미국의 사전 허가 없이는 제재 대상인 화웨이로의 수출이 금지된다. 미 상무부는 2020년부터 화웨이를 FDPR의 구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화웨이가 '거래 당사자'로 포함되는 순간 해당 제품은 무조건 BIS(미국 산업안보국) 승인 없이는 공급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후 2022~2024년에 걸친 고성능 AI 반도체 규제 강화 조치로 HBM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되었고, 2024년 12월에는 미국 장비로 만든 고사양 HBM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됐다. 이에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규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중국 AI 생태계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가 필요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화웨이에 제품을 납품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의 HBM이 중국에 전달되는 구조가 완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대부분이 엔비디아·AMD 등 미국 기업에 이미 배정된 상황에서, 삼성만이 화웨이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점도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는 이유로 분석된다. 실제로 CoAsia의 실적은 미국의 통상 압력 이후 급증했다. 대만 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CoAsia의 매출은 2024년 12월 2985억대만달러에서 2025년 1월 4871억대만달러로 63% 급증했다. 2월에도 4794억대만달러를 기록해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이 급등이 수출 통제 직후에 발생한 점에 주목하며, 우회 공급망을 통한 HBM 출고와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반도체 수출 통제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화웨이·SMIC 등을 '엔티티 리스트'에 올려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한 장본인으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중국의 AI 역량을 미국 기술로 키우게 둘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이번 화웨이·삼성 간 우회 공급망 사례는 미국 내에서 “FDPR 규정의 구멍"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패키징 제품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거나, 한국·대만 등 동맹국 기업에 대한 사전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회색지대 공급망은 향후 미국의 규제 확대로 인해 직접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미국이 패키징 제품까지 규제 범위를 확장할 경우, 지금의 공급망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되풀이…보안 투자 비중은 ‘1% 미만’

최근 4년 동안 통신 3사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 순위에서도 보안 이슈가 밀리거나 축소되는 등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통신업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고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해킹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어 보안에 대한 적극 대응이 요구된다.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4년 동안 이들의 연간매출 중 정보보호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0.33%에서 최대 0.46%로 파악된다. SKT는 2021년 0.33%에서 2022년 0.36%로 늘었다가 2023년 0.31%로 급감했다. 이 기간 정보보호 투자액은 627억원에서 550억원으로 12.28% 줄었다. 지난해 550억원으로 다시 늘리며 매출액 차지 비중도 0.33%로 회복했지만, 통신 3사 중 투자 규모가 가장 낮다. KT와 LGU+는 SKT와 달리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과거 해킹 공격으로 수십만 건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전적이 있는 탓이다. KT는 2012년 83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LG유플러스는 2023년 약 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양사의 투자 비중은 연간매출의 1%를 밑돌았다. LGU+는 2021년 0.16%에서 2024년 0.43%로 2배 이상 늘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KT는 0.39%에서 0.46%로 상승했다.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은 1228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높다. 다만 KISA의 정보보호 공시는 유·무선 사업의 분리 여부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유선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SKB)에 대한 정보보호 투자액을 합치면 △2020년 753억원 △2021년 861억원 △2022년 787억원 △2023년 867억원으로 투자 규모는 3사 중 두 번째가 된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KT·LGU+는 유·무선 사업을 모두 담당하지만, SKT는 무선사업만 담당하고 있다"며 “유선사업인 SKB에 대한 정보보호 투자액을 합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1%대를 밑도는 건 신사업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보안 이슈가 이중 중대성 평가 순위에서 밀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기업 활동으로 발생한 이슈가 사회·환경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포괄적으로 살펴 그 해 경영에 가장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 이슈의 경우 고객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통신 3사의 2020년~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LGU+를 제외하고 보안 이슈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SKT의 경우 2022년까지 보안 이슈를 △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관리 강화 등 별도 항목으로 3순위에 올려 왔으나, 2023년엔 신규 편입된 '서비스 품질 관리 및 책임'에 통합한 모습이다. 이는 △시스템 안정성 확보 △재난·안전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 △유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을 포괄한다. 이 기간 함께 편입된 신규 이슈로는 △AI 기반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지배구조 건전성 및 투명성 강화 △자원순환 체계 강화 △상생협력 활동 강화 △네트워크 퀄리티 향상 등이 있다. AI 사업의 본격화와 함께 기후 온난화 대응 체계 구축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고, 동시에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옴에 따라 우선순위로 배치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KT는 보안 관련 이슈를 2020년 2순위에서 2021년 4순위, 2022년 10순위, 2023년 8순위로 배치했다. SKT와 유사하게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디지털 플랫폼 기업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 기반 기업 경쟁력 강화 △AI 혁신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LGU+는 2022년 보안 이슈를 5순위에 배치했다가 사고 이후인 2023년에는 2순위로 올렸다. 결론적으로 지난 19일 발생한 SKT의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는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축소해온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10년 동안 해킹 공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안일함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유심은 모바일 기기에 꽂아 쓰는 작은 칩으로, 통신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식별·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전화번호 및 통신 서비스 이용 권한 등 정보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개인정보 악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탈취자가 가입자의 유심을 무단 복제하거나 바꿔치기한 뒤 가상자산 등을 털어가는 '심 스와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T는 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도록 '유심보호서비스' 안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엔 AI·클라우드 등 기술 발전에 따라 고도화된 해킹 수법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 투자 확대 및 위험 관리 체계 정교성 향상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는 보안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데, 이를 뚫었다는 점에서 고도화된 기술이 악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사고 발생 후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최신 동향에 지속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재벌 지배구조에 메스를 든 이재명…재계 ‘초긴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재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총수 일가의 자사주 방어막까지 손대겠다는 공약도 선보인 상태다.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제시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대기업들은 '지배구조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며, △상법 개정 재추진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 △분할상장 시 일반주주 신주 우선배정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기존보다 한층 강화된 기업 지배구조 개혁 공약을 꺼냈다. 재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면 의결권이 부활한다. 이 때문에 자사주는 총수일가가 필요할 때 '우호지분'으로 전환해 경영권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또 자사주는 인수합병(M&A), 교환사채(EB) 발행, 임직원 성과급 지급 등 다양한 전략적 도구로 쓰이며 기업의 유동성과 사업 확장에도 실질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는 결국, 모든 주주의 것인 회사 자산으로 특정 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자사주 소각은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사업 전개의 유연성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재벌 구조에서 자사주는 유사시 '비상용 지분'으로 기능해왔다. 자사주를 일정 수량 보유하고 있다가, 적대적 M&A 위협 시 이를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는 자사주가 총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된 대표적 사례다. 2015년 7월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76% 전량을 우호 세력인 KCC에 매각했다. KCC는 이 지분을 바탕으로 합병 찬성표를 행사했고, 이는 근소한 차이로 합병안이 가결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5년 SK C&C와 SK㈜의 합병 과정에서도 자사주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합병 전 SK㈜는 상당량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 과정에서 의결권 없는 이 자사주에도 합병 신주(통합 SK㈜ 주식)가 배정되었다. 이렇게 배정된 신주는 합병 후 통합 SK㈜의 자사주가 되었다. 이 방식은 회사의 자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활용해 합병 법인의 자사주 비율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통합 SK㈜는 이후 추가 매입을 통해 25%에 달하는 막대한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는 잠재적으로 경영권 방어 등에 활용될 수 있다. 2022년에는 KT와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주를 교환하여 상호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도 있었다. 양사는 약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바꾸며 서로의 주요 주주가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내세웠지만, 소유분산기업인 KT에게는 경영권 안정화 수단이, 지배구조 개편 과제가 있는 현대차그룹에게는 우호 지분 확보라는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 거래로 평가된다. 이 전 대표는 이러한 자사주 구조가 한국 자본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순이익 대비 배당성향이 낮고, 자사주가 주가 부양용으로만 쓰이거나 오히려 총수의 지배력 유지에 활용되면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상법 개정은 그동안 이 전 대표가 꾸준히 당론으로 내세운 공약으로 재계도 이를 충분히 예상했던 바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현행 상법은 이사가 '회사'에 대해만 충실의무를 지지만, 이를 '회사 및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조항이 도입되면 경영진이 다수 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채 최대주주의 지시에만 따를 경우, 소액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실제로 2020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과의 조건부 계약으로 인해 기존 주주의 가치는 희석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일부 소액주주는 이사회가 대주주와 정책금융기관의 이해관계에 편향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현행법상 이사들의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웠다. 이 전 대표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자투표 의무화 등 주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장치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이사회 구성을 소수 대주주 중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취지로, 특히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시장에서 주주권 강화의 일환으로 주목된다. 이 밖에도 자회사 분할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신주 우선배정 제도 도입, 자회사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은 모두 상장사 주주구조 내 '소수의견'에 제도적 권한을 부여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공약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으나, 재계와 보수 진영은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에 대해 “기업 자율성 침해"라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전 대표는 공약 발표 이후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결국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개혁의 방향이 옳고 그르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개혁의 강도 자체가 상당히 부담이 된다는 것은 재계 모두가 걱정하는 부분"이라며 “시장과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과원, ICT 혁신 디바이스 서비스 개발 지원...중소·스타트업에 최대 2000만원까지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은 23일 ICT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제품·서비스 상용화를 지원하는 'ICT혁신 디바이스 서비스 개발지원' 사업의 참여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과원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기도, 대구시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열린 혁신 디지털 오픈랩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며 ICT 디바이스 분야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제품화 및 기술 고도화를 지원해 관련 서비스의 출시와 상용화를 촉진하는 사업이다. 지원대상은 디지털 혁신 기술(AI, 5G, 빅데이터 등) 도입으로 ICT 디바이스 제품 및 서비스의 제작·고도화를 희망하는 전국 소재의 중소·스타트업이며 신청은 내달 12일까지 디지털오픈랩 누리집에서 접수하면 된다. 선정된 기업은 제품·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개발비를 지원받는다. 지원 분야는 △하드웨어(HW) 고도화 지원 △AI 기술활용 지원 등이며 HW 분야는 건당 최대 1000만 원, AI 기술활용 분야는 건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총 25개 내·외의 과제를 선정할 예정이며 참여 기업은 총 사업비의 25%를 부담해야 하고 이 중 10% 이상은 현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경과원은 사업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이 최신 ICT 기술을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며 향후 선정기업에 대한 사업화까지의 전주기를 위한 후속 지원도 검토 중이다. 김현곤 경과원장은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끄는 핵심은 기술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역량"이라며 “첨단 기술을 보유한 유망 중소·스타트업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과원이 바이오 분야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관련 협회, 의료기관, 대학 등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과원은 지난 22일 광교 바이오센터에서 '2025년 경기도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바이오협회, 분당서울대병원, 성균관대학교, 동국대학교(일산), 을지대학교(의정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바이오 실무인력 양성 교육과정 공동개발 및 운영, 바이오 양성 인력의 취업지원 등 상호 협력이다. 협약식에는 이종석 경과원 바이오산업본부장,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센터장, 조재열 성균관대 교수, 이광근 동국대(일산) 교수, 김인식 을지대(의정부) 교수 등 6개 기관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경과원은 실습장비 21종 32대를 구축한 GG바이오허브 에듀스테이션 내 교육장을 제공한다. 5개 협력기관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기술 기반 맞춤형 바이오 인력 양성 과정을 운영한다. 바이오 인력 양성 과정은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기업 수요 및 미래기술 기반 인력 양성 과정으로 진행된다. 운영분야는 △바이오(유전체) 데이터 분석 및 공정개발 △디지털 헬스케어 AI 솔루션 개발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이며 경과원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구직(예정)자 140명, 재직자 360명 등 총 500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을 양성해 바이오산업체 인력난 해소와 디지털 전환 수요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종석 경과원 바이오산업본부장은 “유수의 교육기관과 협력해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강화하고 미래 기술을 선도할 바이오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성공적인 교육 운영을 위해 과정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협력기관과의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대한항공 컨소시엄, KAI 제치고 ‘9613억’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 우협 선정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제치고 UH-60 '블랙호크' 성능 개량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는 약 9613억 원에 달하며, 노후화된 다목적 헬기 36대에 대한 대대적인 성능개선을 목표로 한다. 23일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UH-60 블랙호크 헬리콥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과 관련, 대한항공은 LIG넥스원·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경쟁사인 KAI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UH-60은 육군과 공군이 운용 중인 주력 다목적 헬리콥터다. 이번 성능 개량은 △조종실 디지털화 △엔진 성능 향상 △생존 장비·통신 장비 업그레이드 △창정비 통합 △전력화 지원 등 헬기의 전반적인 현대화를 포함한다. 대한항공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UH-60을 면허 생산하며 130여 대를 전력화한 실적이 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창정비와 성능 개량을 수행해 왔다. 30년 넘는 노하우와 방대한 기술 데이터를 강점으로 내세워 이번 경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컨소시엄은 방사청과의 세부 조건 협의를 거쳐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9년부터 개량 완료된 기체를 군에 순차적으로 인도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축적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특수 작전 수행 능력 향상과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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