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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 94.5점 기록… 한국 첫 추론 AI, LG ‘엑사원 딥’ 탄생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추론 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현재 AI 시장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지원), 구글(DeepMind), 중국의 딥시크(DeepSeek)와 알리바바 등 소수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LG의 '엑사원 딥' 공개는 한국 기업이 이러한 글로벌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 AI연구원이 18일 발표한 '엑사원 딥'은 단순한 언어 모델을 넘어,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에이전틱(Agentic) AI'로 분류된다. 이는 기존의 '지식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쳤던 것과 달리, 단계적인 사고 과정을 거쳐 논리적인 답변을 생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AI 산업에서 이러한 '추론 AI(Reasoning AI)'는 수학, 과학, 코딩과 같은 복잡한 문제 해결에 강점을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이를 개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의 연산 능력과 추론 능력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AI 모델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AI 시장에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자체 AI 연구 조직 DeepMind, 중국은 알리바바와 바이두가 AI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LG가 '엑사원 딥'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AI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셈이다. '엑사원 딥'의 핵심 경쟁력은 모델 크기를 대폭 줄이면서도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모델인 '엑사원 딥-32B'는 320억 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딥시크의 'DeepSeek R1' 모델(6710억 개 매개변수)의 5% 수준이지만, 수학·과학·코딩 분야의 평가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특히, 한국어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이 강한 점이 두드러진다. '엑사원 딥-32B'는 2025학년도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에서 94.5점을 기록했고,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에서도 1등급을 획득했다​. AI 모델의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MATH-500'에서도 95.7점을 기록해, 글로벌 AI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딥'을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사용자는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통해 '엑사원 딥' 모델을 다운로드하거나 직접 실행해볼 수 있다. 모델을 사용하려면 먼저 파이썬(Python) 환경이 필요하며, 관련 라이브러리를 설치한 후 모델을 로드하면 된다. 사용자는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고 모델이 생성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AI의 논리적 추론 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설치해 실행하기 어려운 경우 구글 콜랩(Google Colab), AWS, GCP, Azure 같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후 LG AI연구원은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API 형태로도 제공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딥-32B' 외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경량 모델 '엑사원 딥-7.8B'와 스마트폰 등에 내장해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모델 '엑사원 딥-2.4B'도 함께 공개했다. '엑사원 딥-7.8B'는 32B 모델의 24%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을 95%까지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엑사원 딥-2.4B'는 외부 서버와 연결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한편 LG는 AI 기술을 단순한 연구 개발을 넘어, 실질적인 산업 적용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LG전자와 LG유플러스 등 계열사들과 협력해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델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구광모 ㈜LG 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를 만든 많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다"며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쓰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간 AI 주도권 싸움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미국, 중국, 유럽이 각각 자국의 AI 생태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엑사원 딥'이 AI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키울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K-조선·K-방산에 대한 ‘한화의 진심’…오스탈 지분 9.9% 취득

한화그룹이 호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조선·방위산업체인 오스탈의 지분을 인수하며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오스탈은 미군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공급업체 중 하나로,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는 전날 호주증권거래소 장외 거래를 통해 오스탈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고 18일 밝혔다. 아울러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 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으며, 호주 외국인 투자 심의 위원회(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승인도 신청했다. 이번 투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 법인을 통해 진행됐다. 한화의 이번 지분 인수는 글로벌 조선·방위 산업의 호조 속에서 한국과 호주는 물론 미국 시장까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담겼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 조선소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바 있다. 오스탈은 서호주 헨더슨·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필리핀·베트남 등에 조선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형 수상함·군수 지원함 시장에서 40~6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의 알루미늄 선박 중심에서 강철선 건조로의 전환이 안정화됨에 따라 한화의 조선·방산 역량과 오스탈의 시너지를 통해 향후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담당 사장은 “오스탈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방위·조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략적 투자자로서 오스탈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고, 호주 방위 산업·해군 조선 역량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화의 스마트 조선·방위 산업 역량은 오스탈에 자본·네트워크·운영·기술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글로벌 방산·조선 산업에서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는 글로벌 조선·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재용의 사즉생’은 글로벌 패권 전쟁 ‘칩 워’의 승리 각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사내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을 단순한 결의가 아니라 절박한 생존 전략으로 읽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 속에서 삼성전자가 생존을 위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 TSMC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엔비디아(NVIDIA), AMD, 브로드컴(Broadcom) 등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들은 본래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고객들이다.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을 흔들고 있는 지금, 이 회장의 강력한 메시지는 단순한 위기감 표출이 아니라, 삼성 반도체의 생존을 위한 총체적 혁신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TSMC의 인텔 파운드리 인수 시도다. TSMC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과 협력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부를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니라, 반도체 시장에서 TSMC 중심의 동맹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대할 수 있다. 또 기존 인텔의 고객사들을 흡수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로서는 TSMC에 시장을 뺏길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67.1%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8.1%에 그치고 있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까지 인수하게 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 인수 논의에 포함된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은 원래 삼성전자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잠재 고객이다. 이들이 경쟁사와 손잡고 북미 지역에 거점을 세우려는 시도는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는 과거 엔비디아의 GPU 칩을 생산한 경험이 있지만, 최근 엔비디아는 TSMC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다. AMD와 브로드컴 역시 TSMC를 주요 파운드리 파트너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DS(Device Solutions) 부문은 전체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전체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4년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49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9.3%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반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경쟁,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잠식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수율 문제로 인해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본격적으로 도입했지만, TSMC와 비교해 수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도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 YMTC, CXMT 등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 확보에 실패한 상황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 중이지만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로 향후 사업성도 불투명하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지난 2024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전체 매출은 111조원 수준으로, TSMC의 128조원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의 경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13%대에 그치지만, TSMC는 40%대에 달한다. 반도체 부문이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실적과 수익성 차이는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결국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발언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현실적이고 급박한 위기 신호로 해석된다. TSMC가 인텔 파운드리를 인수하고, 삼성전자가 확보해야 할 고객사들이 TSMC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의 독립성을 확보해 고객사 신뢰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 사업을 함께 운영하다보니 파운드리 고객사인 팹리스 기업들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어, 고객사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서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생산라인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 규모로는 독립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또 이 회장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의 분사에 대해 관심이 없으며, 해당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파운드리 사업의 분사보다는 내부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 우선시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 회장의 강한 메시지가 내부 혁신과 전략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두산그룹 新청사진]① 좌초된 사업구조 재편…기존 골자 그대로 새 기회 노린다

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무산된 두산그룹이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재편의 새로운 청사진을 가다듬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청사진에 대한 기대와 함께 기존의 지배구조 개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두산그룹의 신규 청사진을 들여다보고 그 방향성 살펴본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지난해 목표는 한 발 앞선 투자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결국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현재 진행형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회가 오면 곧바로 잡을 수 있도록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앞선 시도를 마무리하고 다른 방향을 찾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기존 방안을 다시 추진할 새로운 기회를 노리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무산된 사업구조 재편의 큰 골자를 지금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두산그룹은 '클린 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3대 축으로 선정하고, 사업 특성별로 계열사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업종 구분 없이 혼재돼 있는 지배구조를 정리해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끼리 뭉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구조 개편 대상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가 지목됐다. 먼저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의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분할한 이후 투자회사를 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후 로보틱스와 밥캣은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해 지분 100%를 취득하고 밥캣을 상장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작업은 초기부터 위기를 겪었다. 금융투자시장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합병비율이 산정되면서 밥캣 소액주주 등이 거세게 반발했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합병비율 등이 기재된 증권신고서의 심사를 맡은 금융감독원도 지속적으로 증권신고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등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두산그룹이 지난해 8월 이 같은 반발에 로보틱스와 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계획을 철회하면서 사업구조 재편은 한 달 만에 밑그림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로보틱스가 밥캣의 지분을 가져가는 큰 틀은 유지됐으나 마지막 문턱인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령 선포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에너빌리티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규모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결국 두산그룹은 5개월 가량 노력해왔던 사업구조 재편 관련 모든 절차를 중단했다. 사업재편이 무산되면서 두산그룹은 투자 적기를 놓쳤다. 특히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한 에너빌리티가 가장 실기했다는 평가다. 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소형모듈 원전(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사업 재편으로 마련한 1조원의 현금으로 원전 르네상스 시기에 발빠르게 대처하겠다는 심산이었으나 계획이 완전히 흔들렸다. 로보틱스도 지난 2023년 상장 당시 천명했던 인수·합병(M&A) 작업을 일시중단하고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집중했으나 무산된 결과 남는 것이 없게 됐다. M&A 작업이 1년 이상 지연된 결과 상장 직후 퀀텀 점프 시기가 지연됐다. 밥캣 역시 사업 영역이 유사한 로보틱스와의 연결고리가 강해지지 못해 시너지 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은 지난해 사업구조 개편이 좌초된 후 주요 계열사별로 새로운 미래 성장 전략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사업재편의 골자와 매우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너빌리티는 자금을 확보해 원전 르네상스 시기에 맞춰 다양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는 지연된 M&A를 진행하면서 밥캣과의 시너지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올해 박 회장이 내놓은 신년사와 맞닿아 있다. 그는 “우선은 안정을 기조로, 기회가 오면 기민하게 대응하자"며 “당장은 시장 여건이 어려워도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여전히 '클린 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3대 성장축으로 언급하면서 “회사나 부문 사이의 경계를 넘는 협업을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적극 장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사업구조 재편이 좌초됐으나 그 방향성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지난해 연말 외부적 변수로 사업구조 재편이 좌초됐지만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다른 방안을 찾기보다는 일단 기존 방안의 골자를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통신 3사, 지난해 ‘여기’ 투자 올인…R&D 대폭 늘렸다

통신 3사가 지난해 인공지능(AI)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타법인 출자 또한 AI 기업의 비중이 높았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익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1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구개발(R&D) 비용 투자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사업자별로 △SKT 3928억4400만원 △KT 2395억9800만원 △LGU+ 1424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0.26%, 5.66%, 18.8% 증가한 수치다. 규모로는 SKT가 3사 중 가장 높지만 증가율은 다소 낮고, LG유플러스는 3사 중 가장 낮지만 성장폭이 두드러진다. 이는 업계 전반의 탈(脫) 통신 기조 속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AI 경쟁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주요 R&D 성과가 관련 기술 향상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다. SKT는 활용처와 업무 종류마다 최적화된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져다 쓰는 '멀티 LLM' 전략을 취했다. 이에 따라 AI 에이전트 '에이닷(A.)'을 비롯해 에이닷 엑스·비즈·비즈 프로 등으로 대표되는 멀티모달 AI 기반 범용모델과 온디바이스 AI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드라마·예능 등 영상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맞게 현지화 효율을 높여주는 솔루션 'AI 미디어 스튜디오'도 선보였다. LGU+ 또한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통화 녹음·보이스피싱 감지 등 기능을 제공하는 AI 통화비서 '익시오'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인터넷TV(IPTV) 'U+tv'에 대화형 탐색 기능과 익시 기반 미디어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AI 고객센터(AICC) 솔루션,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디지털전환(DX) 서비스 'AI 비즈콜' 등 신규 서비스도 선보였다. 같은 기간 최초 취득일 기준 타법인 출자 역시 AI 기술 고도화 및 글로벌 공략에 집중됐다. SKT의 타법인 출자 금액은 총 1850억9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AI 관련 단독투자가 1828억5000만원으로 98.2%에 달했다. 전년(3561억2900만원) 대비 전체 투자 규모는 약 48% 감소한 수치지만, AI 투자 비중은 엇비슷했다. SKT가 거금을 '올인'한 곳은 미국에 설립한 AI 투자전문사(Astra AI Infra LLC)다. 현지 기업용 AI 솔루션 구축기업 '펭귄 솔루션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다. 회사는 이를 통해 북미 기업용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는 지난해 9월 단행했는데, 미국 유니콘 기업 퍼플렉시티와 전략적 협업을 선언하던 시점이다. 이러한 정황들로 미뤄 글로벌향(向) AI 비서 '에스터(A*)'의 북미 출시를 위한 발판으로 풀이된다. SKT는 올해 북미를 시작으로 글로벌 AI 서비스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U+의 타법인 출자는 스타트업 분산투자가 활발한 게 특징이다. 2023년엔 키즈 플랫폼과 연계된 교육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지난해의 경우 사내벤처를 제외하곤 AI 스타트업 투자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가장 공들인 분야는 AI 인프라 구축으로, 주식회사 텐이 대표적이다. 텐은 머신러닝(ML) 등 AI 시스템 구축을 위한 플랫폼 'AI펍(Pub)'을 운영 중인 AI 인프라 전문 스타트업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말 이 회사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9.7%를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공동 추진하는 전기차 사업 '볼트업(500억원)' 다음으로 가장 높은 규모다. 양계 AI 스마트팜 서비스를 공동개발한 유니아이에는 1억2500만원을 투자(지분율 5.0%)했다. LGU+의 사내벤처로 시작한 스타트업 케미컴퍼니와 미니멀메이즈에 각각 2억9900만원, 4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19.4%, 21.9%를 확보했다. 케미컴퍼니는 다대다 매칭 커뮤니티 서비스 '하트트래블'을, 미니멀메이즈는 숏폼 제작 공간 '맥썸 스튜디오'을 운영 중이다. 각각 지난해 1월과 5월 분사했는데, LG유플러스가 이들 기업에 투자를 단행하던 시점과 맞물리는 것으로 미뤄 자금 지원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스타트업코리아 비전 2024 펀드와 IBK-스틱테크챔피언 펀드에 총 21억원을 투자했는데, AI 등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T의 경우 이날 오후 3시 기준 타법인 출자 현황과 주요 R&D 성과가 담긴 사업보고서가 발행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지난해 초부터 'AICT(AI+ICT) 기업 도약'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사업 및 조직 구조를 재편해왔음을 고려하면, 관련 투자 비중이 증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22년까지는 콘텐츠·에듀테크·웹3 등 기술 투자 범위가 다양했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AI 관련 제품성 강화에 비중이 쏠리는 모양새"라며 “해외 기업들과의 협력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프로야구 개막’에 설레는 ICT 업계…“이용자 확보 총력전”

오는 22일 2025 프로야구(KBO) 리그 개막을 앞두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부터 게임사, 통신사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야구 관련 콘텐츠와 서비스를 강화하며 이용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프로야구의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기업들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는 720경기 동안 총 1088만7705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2017시즌(840만688명)보다 20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역시 개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이 감지된다. 15일 개막전 예매가 시작되자 동시 접속자 수가 약 20만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9만여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개막전 티켓 구매를 향한 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9일 열린 시범 경기에서는 하루 만에 7만1288명의 관중이 몰리며 역대 시범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롭게 썼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도 1000만 관중 돌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ICT 업계의 시선이 프로야구에 모이고 있다. ICT 업계가 프로야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탄탄한 팬층 덕분이다. 정규시즌은 월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꾸준히 경기가 열리며, 포스트시즌까지 포함하면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지속된다.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만큼, OTT와 게임사 등은 시즌에 맞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OTT 플랫폼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 중계를 제공하는 티빙은 지난해 야구 시즌 동안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꾸준히 증가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691만 명이던 티빙의 MAU는 10월 810만명으로 늘었다. 이에 티빙은 올해 한층 강화된 중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팬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티빙은 이용자들이 추천 키워드와 최근 검색어 기능을 활용해 원하는 경기 클립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개선했다. 또한 'KBO 리그 스페셜 관'을 신설하고 숏폼 콘텐츠 강화를 통해 팬들이 보다 간편하게 프로야구 관련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여기에 문자 중계에는 투수-타자 승률 예측 데이터를 추가 적용해 경기 흐름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야구 게임 명가인 컴투스도 개막에 맞춰 모바일 야구 게임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컴투스프로야구2025(컴프야2025)'와 '컴투스프로야구V25(컴프야V25)'의 사전 예약을 진행하며,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컴투스는 지난해 스포츠 게임 부문에서 20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1611억원) 대비 27.4% 성장했다. 특히 프로야구 시즌 동안 스포츠 게임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면서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컴투스는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과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 유입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컴투스는 컴프야2025 사전 등록 이용자에게 원하는 구단의 시그니처 선수를 제공하는 '구단선택 시그니처 선수팩'을 비롯해 '고급 고유능력 변경권', '3천 스타' 등의 아이템을 지급한다. 또 컴프야V25는 야구 게임 최초로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해 경기의 사실감을 높였다.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는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 흥행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마련한다. 회사는 최근 LG트윈스와 협업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스포츠 굿즈 판매에 나섰다. 서울 잠실야구장 인근에 문을 연 '일상의틈 잠실새내 직영점'은 LG트윈스의 유니폼과 굿즈를 판매하는 '숍인숍' 형태로 운영된다. 기존 통신 상품 상담 및 판매와 함께 굿즈를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해 팬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다양한 지역으로 스포츠 굿즈 특화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거대한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OTT, 게임, 통신사 등 다양한 ICT 기업들이 야구팬들을 잡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고 있는 이유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프로야구는 시즌이 길고 충성 고객층이 확고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야구팬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지난달 자동차 날아 올랐다…‘생산·수출·내수’ 트리플 증가

지난달 자동차 생산과 수출, 내수가 모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며 트리플 증가를 보였다. 2월 수출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2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생산은 35만2000대로 2014년 2월 이후 11년 만에 월간 생산량 35만대를 초과 달성했다.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7.1%가 증가한 것이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7.3% 늘어난 23만3000대를 기록했다. 수출 금액으로는 17.8% 증가한 60억7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연간 2월 실적 중 최초로 6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유럽연합 중에서도 독일(53.1%)과 네덜란드(45.6%)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고, 중동도 이스라엘(348%), 이라크(25.6%)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61.7%가 증가했는데, 산업부는 우리나라 전체 2월 수출액 플러스 전환 및 무역수지 흑자 달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수출을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가 9만6152대로 18.4% 증가했으며, 기아는 9만1561대로 19.5% 늘었다. 중형 3사 중에서는 한국지엠(3만8176대)의 수출이 27.7% 증가했지만, KG모빌리티(5630대·0.9%↓)와 르노코리아(1218대·76.0%↓)는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 증가는 1월 조업 일수가 설 연휴로 인해 작년보다 4일 감소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조업일수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1∼2월 누적 기준 자동차 수출액은 110억6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2.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올해 긴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등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도 2월 친환경차 수출은 6만8960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32.0% 늘었다. 이어 지난달 내수는 14.8%늘어난 13만30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금년 상반기까지 30% 감면(한도 100만원)한 것과, 올해 1월 15일 발표한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조기 개편 및 집행을 추진하며, 2월 전기차 판매량이 1만4000대(298.1%)로 대폭 확대된 영향으로 보인다. 관련해 산업부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인만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자동차 대미협력 TF 등을 통해 미국의 무역조치 가능성에 대한 자동차 업계 의견 수렴 및 관련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조속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수원시 데이터 기반 행정 서비스, 시민 체감 향상에 ‘기여’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누구나 '스마트 도시'나 '스마트 행정'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원시에는 이미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한 행정을 반영한 스마트한 도시 생활이 펼쳐지고 있다. 시민 일상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 의미를 찾고 이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행정의 체감도를 높이는 수원시의 데이터 기반 행정을 알아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의 인구가 살고 있는 수원시에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중심지가 많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인계동, 수원역, 행궁동, 화서역 일대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계동 중심상가와 수원역 로데오거리, 행궁동 행궁거리, 화서역 지하보도 등 4곳은 인파가 집중되는 구역이다. 수원시는 이 네 곳에 총 28대의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활용해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수원시 다중밀집지역의 안전관리를 위한 AI 카메라 설치 과정은 스마트 도시 행정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고, 시민을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까지 스마트하게 정책이 수립됐다. 우선 AI 카메라 위치는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10종에 달하는 내외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지를 선정했다. 먼저 112 신고 데이터는 지역별 특성과 신고 발생빈도 등을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또 핼러윈데이, 수능일, 크리스마스 등 특정일의 유동인구 변화도 확인했다. 이어 수원시 전 지역을 4개 군집으로 특성화했으며, 거리 현황과 특성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 지역도 분석했다. AI 카메라 설치대상지 선정에 인구부터 행정경계, 시설물, 상가, 도로와 등고선 등 지리정보를 활용한 시공간적 분석 등의 데이터가 총망라됐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인계동 중심상가와 수원역 로데오거리, 행궁동 행궁거리 등 3곳에 총 26대의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AI 카메라는 실시간 영상을 분석하고 정확한 인파 밀집 정도를 파악하며 위험 상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1㎡ 면적에 3~4명이 넘으면 '주의', 5명이 넘으면 '위험' 상태라는 경고를 재난담당자에게 알려 빠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또 현장에서도 비상 상황 안내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새로운 쇼핑몰이 들어서며 유동인구가 많아진 화서역 인근에도 2대의 AI 카메라를 추가 설치했다. 수원시의 데이터 기반 행정은 안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한 시정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생활 편의를 향상하거나, 여가를 증진하고, 촘촘한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해 시민의 체감을 높인다.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으로 인한 시민 생활 편의 향상은 교통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광교지구의 수요응답형 버스 운행 특징을 분석해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 및 마을버스 노선과 정류소, 운행 정보와 수요자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배차간격 편차와 요일 및 시간대별 유동인구, 특성 등을 파악했다. 또 이 결과를 지수화해 신규 사업 추진 적합 지역에 적용함으로써 올해 신규로 입북동 지역에서 확대 운영 시 반영할 사항을 제시했다. 시민의 여가를 증진하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수원시는 '주요 산림 이용객 분석'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확인해 효율적인 산림 정책을 수립했다. 이동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지적도 데이터를 활용해 광교산과 칠보산 이용객의 특성을 파악한 뒤 맞춤형 정책을 만든 것이다. 광교산은 지역별로는 광교저수지 인근, 계절별로는 봄(3~4월)에, 시간대별로는 오후 1~3시에 집중된다는 특성을 확인했다. 또 칠보산은 5~7코스 등산로에 집중되는데, 겨울을 제외한 모든 월별 비율은 일정하고 저녁 7~9시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수원시는 맨발걷기길 조성과 산림치유 저녁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했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시민을 위한 데이터 기반 행정의 미래를 보여준다. 노인인구 추이와 노인 장기요양 수요 및 공급을 분석해 장기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시설의 효과적인 신규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 그 예다. 또 최근에는 고위험 고립위기 청(소)년이 언제든 상담을 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심리 지원 서비스 구축에도 활용됐다. 이처럼 수원시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정책에 활용한 사례는 2022년부터 3년간 총 35건에 달한다. 공동주택 민원을 분석해 공동주택 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유동인구와 카드 매출, 기업 현황 분석 등을 전 부서에 공유해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원시는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 정책도 추진 중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사업 영역을 구축하는 데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시각화된 정보를 제공해 시민의 데이터 활용도를 향상하는 노력도 더한다. 수원시는 빅데이터 플랫폼에 총 1천5종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 행정, 환경 등의 분야별 데이터와 이를 분석한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이 중 30%에 해당하는 294종의 데이터는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개방하고 있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갱신하는 데이터를 다운받아 민간 연구나 프로그램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 2023년 1~2월 2천757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792건으로 7.8%가량 증가하는 등 늘어나는 추세다. 수원시가 자체 운영 중인 '수원시 데이터 포털'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자료가 제공돼 원하는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구생활, 행정경제, 도시환경 등의 분야별 데이터가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또 17종에 달하는 분석보고서도 공개돼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데이터활용 분야는 총 13종의 분석 자료를 시각화해 보여준다. 유동인구는 많은 지역이 어디인지부터 우리 동네의 연령별, 요일별, 시간대별 유동인구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시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도 가득하다. 어르신께 할인을 제공하는 효도업소, 임신부 배려 할인을 제공하는 업소, 비건 메뉴를 제공하는 업소 등 가까운 할인업소도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수원시의 데이터기반 행정은 수상 실적을 이어가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원시가 선제적으로 체계적인 데이터기반 행정 밑거름을 마련한 결과다. 수원시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2024 데이터기반 행정 실태점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데이터 분석과 활용, 공유, 관리체계 등 평가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수원시(총점 96.5점)는 다른 기관의 평균 점수(59.2점)를 훨씬 웃돌며 4년 연속 우수기관의 명예를 높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4년도 데이터 산업진흥 유공자 포상'에서도 장관 표창을 받으며 데이터행정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앞서 수원시는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4대 추진 전략별 중점 추진 과제와 세부 실행 과제를 포함한 로드맵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개선과 공유 확대, 분석·활용 역량 강화, 데이터 활용 문화 조성 등을 전략으로 삼았다. 데이터 기반으로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혁신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일상화하고,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현안을 해결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고, 민간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도 추진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확도가 높은 데이터를 제공해 공공데이터의 신뢰를 높이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해 데이터 활용을 확산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시는 올해 데이터 정제 및 표준화 작업을 강화해 정확도를 높여 공공데이터의 신뢰도를 향상할 계획"이라며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행정이 활성화되고, 수원시민이 체감하는 정책이 활발히 수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양주 육군 비행장서 8m급 무인 드론-수리온 헬리콥터 충돌…“‘IAI 헤론’ 추정”

군이 운용 중인 무인 드론이 육군 비행장에서 착륙 중이던 헬리콥터와 충돌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최근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에 이어 군 항공기 안전성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17일 이날 오후 1시 9분 경기 양주시 광적면 가납리 육군 항공 부대에서 군용 무인 드론이 착륙 중이던 헬리콥터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리콥터가 전소됐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육군과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훈련을 마친 무인 드론이 착륙하는 과정에서 주기 중이던 수리온 헬리콥터와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 당국은 즉시 출동해 오후 1시 20분께 초진을 완료하고 1시 35분께 완전 진화를 마쳤다. 사고 무인 드론의 정확한 기종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월간항공에 따르면 사고 기체는 길이 약 8m, 전폭 16.6m급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해당 무인 드론은 우리 군이 2014년부터 운용 중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사의 중고도 장기 체공(MALE) 무인 정찰기 '헤론(Heron)'일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헤론은 최대 10.5km 상공에서 52시간 연속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내부 GPS 네비게이션과 지상 관제소의 수동 조작을 병행해 운용된다. 특히 자율 복귀·자동 착륙(ALR) 기능을 갖추고 있어 원격 조작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체적으로 복귀하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박성영 월간항공 편집장은 “헤론 무인 드론은 자율 비행이 가능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시스템 오류 △GPS 통신망 이상 △실시간 원격 조작 과정에서의 실수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GPS 신호 장애가 발생할 경우 무인 드론이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비행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는 최근 군 항공기 관련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때문에 군의 안전 관리 실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포천에서 공군 전투기가 훈련 중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군의 항공기 운용 및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당국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테러나 적의 공격 등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예뻐야 산다”…‘냉장고 경쟁’ 전선 디자인으로 넓어진다

가전업계가 국내 냉장고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 경영'에 힘을 주고 있다. 다양한 색상이나 특이한 외관을 지닌 제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빌트인 스타일'로 집에 녹아들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비스 강화를 위해 펼쳐지던 신기술 경쟁 전선이 디자인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키친핏 맥스 비스포크' 냉장고를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존 냉장고 장에 좌우 4mm 간격만 있어도 빌트인처럼 빈틈없이 딱 맞게 설치할 수 있는 제품이다. 냉장고 문도 90도 이상 활짝 열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강화를 위해 상품 구조까지 변경했다. 좌우로 여유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열재 두께를 줄이는 데 주력했다. '키친핏 맥스'의 경우 해당 두께를 기존 제품의 3분의 1 수준인 8mm까지 내렸다. 이를 통해 음료·소스류 등을 보관하는 문 안쪽 수납 공간을 약 22%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LG전자는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 핏 앤 맥스' 제품군을 확대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핏 앤 맥스는 힌지(제로 클리어런스·Zero Clearance) 기술로 냉장고와 벽 사이의 틈을 최소화해 빌트인처럼 설치하는 제품이다. LG전자 역시 최적화된 냉장고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아파트 등에 적용된 일반적인 가구장 깊이(700mm)에 맞춰 냉장고를 설계한 게 대표적이다. 냉장고에서 나오는 열을 앞쪽으로 배출하게 하는 신기술도 적용했다. 제품군은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김치냉장고, 컨버터블(냉장·냉동·김치냉장고) 등으로 확대했다. 고객이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일렬로 설치한다면 각각 기능을 활용하면서 하나의 제품처럼 보이는 일체감 있는 주방을 꾸밀 수 있다. 가전업계가 냉장고 디자인 경영에 몰입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벌어졌던 '맞춤형 가전 경쟁'이 고도화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2010년 비스포크, LG전자는 2021년 오브제컬렉션 브랜드를 각각 선보이며 개인의 취향을 존중한 가전제품을 판매해왔다. 고객들은 특이한 색상의 냉장고를 구매하면서 에어컨, 세탁기 등도 통일하는 소비 성향을 보였다. 업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충성 고객을 늘릴 수 있었다. 다만 제품 색상과 라인업이 워낙 다양해지고 AI 기능 등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냉장고 마케팅 차별화 요소도 사라졌다. 이에 양사는 B2B 형식으로 주로 나가던 빌트인 냉장고의 고객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 가정에도 이같은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힌지·방열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 삼성·LG전자는 빌트인 스타일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오프라인에서 제품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키친핏 맥스 냉장고와 JBL 블루투스 스피커, 비스포크 큐커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LG전자는 서울 양평동에 있는 '베스트샵 서울양평220점'에 핏 앤 맥스의 장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냉장고 장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제거해 완전히 빌트인 스타일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제품에 새로워진 AI 기능 등이 있음에도 양사 모두 디자인을 최우선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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