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산업 구조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대만 TSMC의 독보적 위상과 중국의 맹추격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480조원 규모의 이 국가적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라는 최대 난관을 해결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에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까지, 우리가 직면한 기회와 위기의 본질을 살펴봤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도전의 기로에 섰다.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엔진이 되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환경 규제와 인재 확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와 주요국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경쟁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협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가장 큰 위협은 환경 규제가 꼽힌다.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2년 1722만톤에서 2040년 2384만톤, 2050년 3377만톤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 글로벌 사업장의 2022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1607만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전력 공급 계획이다. 정부는 2036년까지 3GW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동해안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을 통해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서해안 해상풍력 단지 전력 활용도 검토 중이지만, 화석연료 발전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력 공급 계획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추세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며,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TSMC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40% 달성, 2040년 100% 달성을 약속했다. 대만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텔 역시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선언했으며,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와 자체 발전 설비 확충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의 환경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다. 애플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협력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이들 기업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환경 기준 충족이 필수적이다. 인재 확보도 메가클러스터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최소 3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반도체 관련 학과 신규 졸업생은 650명에 불과했지만, 산업계 수요는 1600명에 달했다.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가 한국 기업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반도체 인재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발급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천인계획' 등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메가클러스터를 채울 인력 확보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후솔루션의 임장혁 연구원은 “용인 산단이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공급 로드맵을 구축할 수 있도록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소 및 해상풍력 인허가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