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 지위를 수성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전직 장관들은 “주요 경쟁국들이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라며 적극 행정을 주문했다. 14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시 FKI 타워 컨퍼런스 센터 다이아몬룸에서 역대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특별 대담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일본 도시바의 몰락과 미국 인텔의 위상 하락 사례를 되풀이 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도시바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1위 낸드플래시 생산 기업으로 일본 테크 산업의 상징이었으나 작년 12월 74년 만에 증시에서 퇴장했다. 인텔은 2016년 3분기 기준 중앙 처리 장치(CPU)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82.6%에 달해 세계 최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었으나 올해 2분기에는 16억1000만달러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한 파운드리 사업은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미국·일본·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선점을 위해 앞다투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대만에 갈수록 뒤처질 수 밖에 없고, 인공 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며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 환급 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직접 환급 제도는 기업이 수혜할 세액 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것으로,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크거나 적자 발생으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없는 경우에도 공제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보전하여 준다는 점에서 세액 공제보다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장관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기술 한계와 후발국의 추격·전력 수급 등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중국·일본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보고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심각한 전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인력·자금력·전력·데이터 4가지 필수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소형 모듈 원전(SMR)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팹리스 육성은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AI 시대로 진입하며 반도체 산업 제품 수요·기술 변화·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며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정확한 경영 판단·기민한 대응과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