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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토 생태계’ 넘지 못했다…한화오션, 加 잠수함 수주전 獨 TKMS에 석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TKMS)가 한국을 제치고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최대 500억 캐나다 달러(운영·유지·보수 포함) 규모의 국방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한화오션과 TKMS의 수주전은 독일의 승리로 막을 내릴 전망이다. 양국 모두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앞세워 총력전을 펼쳤지만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동맹국으로서의 오랜 유대감과 풍부한 잠수함 수출 실적을 앞세운 독일이 최종 선택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6일 캐나다 매체 더 글로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은 캐나다 정부가 자국의 차세대 잠수함 12척을 건조할 기업으로 독일 TKMS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현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핼리팩스에서 이 결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카니 총리가 튀르키예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로 출국하기 전 이루어질 이번 발표로 향후 수십 년간 캐나다 왕립 해군의 모습을 결정지을 양국의 치열했던 경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다만 다른 대형 획득 사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발표 역시 최종 계약 서명이 아닌 '우선 협상 대상자(preferred bidder)' 지명 수준일 것고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총리실과 캐나다 주재 독일·한국 대사관은 월요일 발표 계획에 대한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잠수함 도입 사업은 잠수함 자체에만 200억~300억 달러, 유지·보수·운영(MRO)·업그레이드에 400억~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한화의 장보고-III(KSS-III) 배치-II 모델과 TKMS의 212CD 모델 모두 자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고 최종 결정은 두 기업이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에 달려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양사는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내 700억 달러 이상의 무역 및 투자와 함께 2026년부터 2044년까지 매년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온타리오주의 철강업체 알고마(Algoma)에 대한 2억 달러 지원과 5000만 달러 규모의 철강 구매 계획 등이 포함됐다. 반면 TKMS는 노르웨이와 공동으로 제안한 입찰을 통해 계약 기간 동안 캐나다 GDP에 860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제안했고 캐나다 내에 6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계약을 한화오션과 TKMS에 분할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지만 최근 수개월 간 캐나다 관료들은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일축해 왔다. 이번 구매로 캐나다 왕립 해군은 냉전 시기인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신형 잠수함을 12척이나 대량 도입하며 수중 전력을 대폭 강화하게 된다. 현재 캐나다는 중고 잠수함 4척을 보유 중이나 통상 1척만 작전에 투입 가능한 상태다. 캐나다 해군은 12척을 확보함으로써 상시 3척의 잠수함을 배치해 북극·태평양·대서양 연안을 방어하고 적대국을 억제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니 정부는 이러한 치열한 경쟁을 활용해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맞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캐나다 우선주의(Canada-first)' 정책에 부합하는 투자 약속을 최대한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칼턴 대학교(Carleton University)의 국방 정책 연구 담당 필립 라가세(Philippe Lagassé) 교수는 “한화오션과 한국 정부의 공개적인 캠페인은 캐나다의 일반적인 무기 도입 사업에서 볼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가시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며 올봄 한국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직접 잠수함을 캐나다에 파견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TKMS와 독일·노르웨이 정부 역시 초기에는 다소 느렸으나 이내 한국의 움직임에 맞춰 적극적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경쟁에서 독일은 나토를 포함한 오랜 동맹 관계와 글로벌 잠수함 수출 실적을 적극 부각했다. 초르벤 벨만(Tjorven Bellmann) 주 캐나다 독일 대사는 “세 나토 동맹국이자 두 북극해 인접국인 캐나다·독일·노르웨이가 함께 현대적이고 위험도가 낮은 재래식 잠수함 함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이 재래식 잠수함을 생산하지 않아 강력한 동맹국의 압박이 부재했던 이번 입찰에서 '언더독'이었던 한국은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공을 들였다. 전 세계 20개국 해군에 잠수함을 판매한 TKMS와 달리 한국과 인도네시아에만 납품 실적이 있던 한화오션에게 캐나다 시장은 중요한 관문이었다. 라가세 교수는 “한국은 잃을 것이 많았던 만큼 광고와 공공 외교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며 “주요 나토 동맹국인 캐나다 시장 진출은 그들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평을 내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드론’이 바꾼 공군 전투체계…‘미래 유·무인기 복합 운용’ 추진

공군이 2040년대 인공지능(AI)과 자율비행 기술이 주도할 6세대 항공우주전에 대비해 지난 1980년대부터 군사 전력의 절대적 척도로 유지해 온 유인 전투기 중심의 '하이·미들·로우(High-Medium-Low)' 체급 분류 체계를 원점에서 전면 백지화한다. 대신 조종사가 탑승하는 첨단 유인기를 최후방의 '지휘·통제 노드(Node)'로 격상하고, 전투 현장에 투입되는 무인기들을 획득 비용과 작전적 '손실 감내성(Attritability)'에 따라 세분화하는 '4단계(티어) 하이브리드 등급표' 도입을 추진하며 국방 중장기 전력 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에 돌입했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이하 전발단) 개념발전과는 '미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기반 전투기 등급 분류'에 대한 긴급 학술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투입 예산은 3336만6000원이고, 수행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간이다. 공군 전발단은 미래 기술을 적용한 주변국의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대비해 네트워크 기반 아래 차세대 전투기 역할을 고려한 등급 분류 기본 개념을 원점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체의 이륙 중량이나 물리적 제원에만 의존하던 기존 획득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고, MUM-T 중심 체계로 군의 획득 교리를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군이 새로운 체급표 개편에 사활을 건 이유는 기존의 재래식 획득 구조가 전술적·경제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딜레마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재 공군은 ▲F-35A·F-15K(하이) ▲KF-16·KF-21(미들) ▲FA-50·F-5(로우) 등으로 등급을 나누어 왔다. 하지만 고도화된 적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방공망 속에서 생존 장비가 취약한 로우급 유인 전투기의 침투는 조종사의 희생을 강요한다.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심각한 인구 절벽으로 인한 조종사 수급난과 비행 시간당 유지비가 3만 달러(4500만 원)에 달하는 5세대 스텔스기의 막대한 운용 비용을 고려할 때 퇴역하는 구형 전투기를 고가의 신형 유인기로 1대1로 대체해 공군의 적정 전투 임무기 규모인 400여 대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결국 유인기의 스펙을 낮춰 숫자를 채우던 '로우(Low)급 유인기' 개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다수의 무인 플랫폼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것이 이번 획득 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공군은 이 사업의 핵심 과업으로 강대국들의 차세대 유·무인 획득 기준·분류 동향의 심층 분석을 꼽았다. 현재 글로벌 군사 강국들은 6세대 편제 방식을 두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진보적인 국가는 '작전 통합'을 꾀한 미국이다. 미 공군은 다크 멀린·퓨리 무인 협동 전투기(CCA) 두 기종에 각각 사상 처음으로 전투기를 의미하는 'YFQ-42A'와 'YFQ-44A' 제식 명칭을 부여하며 무인기를 주력 전술 자산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무인기 단가를 강제하려던 미 의회의 비용 상한 시도를 군 수뇌부가 막아내고 자율성 성숙도에 따라 기체를 고도화하는 '증분(Increment)' 획득 방식을 확립해 냈다. 미 해군 역시 무인기를 항모단에 편입시키며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합동성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반면 유럽과 영국은 철저한 '역할 분리' 노선을 걷는다. 영국 왕립 공군(RAF)은 작전 생존성에 기반해 무인 플랫폼을 일회용 소모성(티어 1)·다회용 감내성(티어 2)·고가치 생존성(티어 3)으로 등급화하는 자율 협동 플랫폼(ACP) 전략을 공식화했다. 유럽의 FCAS 프로그램 역시 무인기를 '리모트 캐리어(RC)'로 명명하고 기체 물리적 크기에 따라 경·중·대형으로 분류해 전술적 유연성을 노린다. 중국과 러시아는 강력한 타격력을 중심으로 한 비대칭적 이원화 전술을 구사한다. 중국은 유인기(J)와 무인기(GJ/WZ)의 명칭을 엄격히 분리하고 복좌형 스텔스 유인기인 J-20S 후방석 조종사가 중무장 스텔스 무인 공격기(GJ-11)나 협동전투기(FH-97A)를 전담 통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러시아 역시 현존 세계 최대 크기인 20톤급 무인기 S-70(오호트니크)을 복좌형 Su-57M1 지휘기와 결합해 서방의 군집 드론 전술에 '대규모 화력'으로 맞서고 있다. 중견국인 호주 또한 독자 개발한 무인기 MQ-28 '고스트 뱃'을 조기 경보 통제기(E-7A)로 직접 제어하며 미들급 공군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대안을 증명해냈다. 공군 전발단은 MUM-T 운용 시 '유인 통제기의 최종 통제 하(Human-in-the-loop)' 작전 수행을 가정한 미래 전장 교리의 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대량의 군집 드론이 투입되더라도 인공 지능(AI)이 스스로 무력 사용을 결심하는 '킬러 로봇' 방식을 전면 배제하고, 교전의 최종 승인권은 후방 안전 구역의 인간 조종사가 쥔 채 무인기들이 최전선의 타격과 교란을 전담하는 '분산형 킬웹(Kill-Web)'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기반해 우리 공군이 미국식 '작전 부대 편제 통합'과 영국식 '비용·생존성 중심 획득 분리'의 장점을 결합한 독자적인 '미래 4단계(Tier) 하이브리드 등급 분류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의 경직된 하이-미들-로우 방식을 혁신적으로 대체할 이 체계는 전장의 공간과 기체의 손실 감내성에 따라 항공 전력을 유기적으로 엮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전체 전력의 두뇌 역할을 할 '티어(Tier) 0'은 생존성 100%가 필수적인 최고 가치 지휘·통제 노드로, 기존 하이급 유인 전투기의 위상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F-35A나 향후 전력화될 KF-21 복좌형 기체가 이에 해당하고, 적 방공망 밖(Stand-off)의 가장 안전한 최후방에 머물며 다수의 무인기 편대를 원격 지휘하게 된다. 이들의 통제를 받는 무인 전력 중 유인기와 동급의 비행 성능·대형 내부 무장창을 갖춘 국방과학연구소 K-UCAV 헤비급 등의 하이엔드 무인 스텔스기는 '티어 1'로 묶인다. 이들은 피격 시 아군에 치명적 손실을 입히는 전략 자산으로서 심종심 정밀 타격과 적 방공망 제압(SEAD)을 단독 전담한다. 전술적 방패이자 눈이 되어줄 '티어 2'는 호주의 MQ-28 고스트 뱃 체급과 같은 로열 윙맨들이 맡는다. 이들은 전방 정찰(ISR)과 강력한 전자전(EW)을 수행하는 다회용 자산이면서도 전술적 이점을 위해 교전 중 피격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미들급 전투기의 하위 임무를 분담한다. 마지막 최전선에는 단기 대량 양산이 가능한 1회용 자폭 드론들인 '티어 3' 전력이 포진한다. 이들은 거대한 스웜(군집) 비행을 통해 적의 값비싼 지대공 미사일 소진을 강제로 유도하고, 과거 F-5와 같은 로우급 유인 전투기가 조종사의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야만 했던 고위험 근접 지원 임무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 무인기가 획득 비용과 소모성을 기반으로 티어화되면 턱없이 부족한 국방 예산 운용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다. 평시에는 티어 2 이상의 감내성 자산만 비축하다 전시 등 유사시가 발생하면 민간 항공 제조 인프라·3D 프린팅 적층 제조 등 첨단 상용 기술을 총동원해 소모성 드론(티어 3)을 최전방 작전 기지에서 즉각 대량 복제 생산하는 '유연한 물류 작전'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는 조종사 인구 절벽의 한계를 전술적 물량으로 극복하는 승수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가 표적 찾고 지휘관이 결심”…공군-서울대, 강남 AX 거점서 ‘실전형 국방 AI’ 연구 돌입

대한민국 영공 방어 패러다임이 인공 지능(AI)을 만나 혁명적인 진화를 앞두고 있다. 민간 기업과 대학이 공동 개발한 첨단 AI 기술을 실제 작전 현장에 즉각 투입하는 '실전형 국방 AI 생태계'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서울대학교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과 공군 항공우주전투발전단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 AI 허브 메인 센터에서 '공군 AX 거점 소개 및 연구 과제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기관은 민·군 협력 AI 연구·개발(R&D) 개시를 알렸다. 미래 항공·우주 작전의 판도를 바꿀 국방 AI R&D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도가 높은 만큼 당일 현장에는 70여 명의 AI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공군은 '공군 비전 2050' 실현을 위해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오는 8월 서울 AI 허브 산업 AX 혁신 센터 내에 '공군 AX 거점'을 개소한다. 이 거점의 심장부 역할을 할 '공군 AX 협력 센터'는 김재완 서울대학교 공군 AX협력센터장(교수)이 운영을 총괄하고, 공군 실무진이 상주해 기술 기획부터 보안성 검토와 전력화 연계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센터는 ▲공군 소요 AI 기술 개발 ▲국방 데이터 안심존 기반 실증 플랫폼 운영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의 실전형 AI 인재 양성 ▲민군 협력 생태계 조성 등 4대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 장병탁 서울대 국방AI인재양성사업단장(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공군 AX 거점은 서랍 속 연구로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군이 실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그 결과를 작전 현장에 즉각 적용하는 실전형 민군 협력의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2026년 공군 소요 기술 AI 연구 과제' 3건은 공군이 실전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들로 구성됐다. 대학의 전담 교수진과 민간 AI 기업이 원팀(One-Team)을 이뤄 수행하며, 군사 작전의 특성을 고려해 AI의 오류를 방지하고 작전 결과의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가 함께 적용된다. 우선 장 교수 연구팀은 탄도탄 발사 직후 움직이는 표적의 예상 경로와 은닉 위치를 AI가 자동 식별해 추적하는 'AI 기반 이동 표적(TEL, Transporter Erector Launcher) 위치 추적 모델'을 개발한다. 각종 융합 정보와 지식을 고성능 GPU 클러스터로 분석해 지리 정보 시스템(GIS) 기반으로 실시간 시현하는 고정밀 자동화 분석 체계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의 핵심이다. 이와 더불어 곽노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영상 정보와 텍스트를 결합한 멀티 모달(Multi-modal) AI와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기법을 활용해 'AI 기반 표적 자동 식별 모델'을 고도화한다. 방대한 영상 데이터 베이스(DB)에서 적의 활동 패턴을 찾아내고 비정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는 적의 가짜 기만체(디코이)를 오탐지하는 이른바 'AI 환각(Hallucination)'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김 센터장은 “환각 현상은 주로 텍스트 기반의 생성형 AI에서 불거지는 문제"라며 “도입을 추진하는 영상 기반 표적 자동 인식 기술은 정교한 라벨링 데이터를 활용한 지도 학습(Supervised Learning) 방식이므로 애초에 환각 우려가 적고 정확도가 매우 높다"고 답변했다. 또한 “지속적인 데이터 정제로 오탐지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멀티 모달·RAG 분석 시 작전 결과의 무결성 보장 방식에 대해서도 “AI의 판단을 100% 맹신해 즉시 타격 등의 결정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다"며 “AI가 최적의 분석과 추천을 제공하더라도 반드시 공군의 담당자가 이를 한 번 더 교차 검증하고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유영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통합 작전 지침서에 따른 전력 배당·표적 개발·임무 및 무장 추천 등 방대한 전투 계획 수립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기반 항공우주 작전 전투 계획 작성 모델' 연구를 이끈다. 임무 수행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지만 무장 추천 등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만큼 지휘관이 AI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돕는 최첨단 기술도 병행 도입된다. 김 센터장은 “AI가 작전과 무장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결심은 오롯이 지휘관의 몫"이라며 “결심 중심전(Decision-Centric Warfare)에서 지휘관이 완벽히 납득하고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AI가 특정 결론을 도출한 논리적 근거와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기술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획→개발→실증→전력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참여 기업은 비공개 이하의 실제 군 데이터가 안전하게 보관된 '국방 데이터 안심존' 실증 환경에서 보안 요건을 준수하며 AI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 개발된 기술은 공군 현장 실증을 거쳐 기술이전 및 방산 사업화로 직결돼 참여 기업에게는 국방 AI 시장 진입의 결정적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공군과 서울대는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이번 혁신을 함께 이끌 민간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스타트업·중소기업·방산기업 등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면 지원할 수 있고 과제별 서류 평가를 거쳐 서울대 주관 위원회의 심층 평가를 통해 이달 말 최종 선정된다. 본격적인 연구 착수는 8월 초로 예정돼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오션, ‘7조8000억’ KDDX 우협 선정…“적기 전력화 사활”

총 사업비 7조8000억 원에 달하는 단군 이래 최대 수상함 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의 조타수는 결국 한화오션이 쥐게 됐다. 한화오션은 그간 축적해 온 첨단 함정 기술력을 총동원해 2년 넘게 표류하던 KDDX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고 '적기 전력화'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2일 방위사업청은 전날 업체 선정 평가를 거쳐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입찰 공고 이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 실사와 제안서 평가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사업은 7000톤급 최신예 구축함 6척을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초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최초로 국산 이지스급 함정을 확보하는 핵심 전력 증강 사업으로 꼽힌다. 조선·방산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이번 수주 배경으로 오랜 기간 뚝심 있게 다져온 '초격차 기술력'을 꼽는다. 대한민국 대표 '함정 명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온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오션은 일찍이 KDDX 개념설계를 주도하며 ▲통합 전기 추진 체계 ▲통합 마스트 ▲통합 네트워크는 물론, 인구 절벽 시대에 대비한 병력 절감 자동화 기술 등 차세대 함정의 뼈대가 되는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왔다. 나아가 신개념 함정 설계와 생존성 극대화를 위한 독자 연구를 거듭하며 선도함 건조를 위한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특히 지난해 처음 공개한 '차세대 전략수상함'은 한화오션의 기술적 진보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한화오션이 자체 기본설계를 수행해 세계적 권위의 영국 로이드 선급(LR)으로부터 설계 인증(AiP)을 획득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 함정은 미래 해전의 핵심인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MUM-T)를 구현했고 레이저 함포와 자폭 드론을 아우르는 다층 방어 체계까지 품고 있다는 게 한화오션 측 설명이다. 극한의 지능형 무인화 기술을 적용해 운용 인력은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전투 효율과 작전 지속 능력은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혁신 스마트 기술을 KDDX에 이식해 기존 국산 함정의 한계를 뛰어넘고, 전 세계 선진 해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수준의 구축함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은 신속한 사업 궤도 진입과 전력 공백 최소화에 모든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KDDX 상세 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당사의 첨단 함정 기술력과 사업 수행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 성실히 임해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작전 보고서 치면 심해 전장이 눈 앞에…한화오션-LIG D&A, ‘AI 잠수함 훈련 체계’ 확보

해군 교관이 채팅하듯 대화창에 텍스트만 몇 줄 치면 즉시 복잡한 해저 전술 시나리오가 3차원(3D) 전장 시뮬레이션으로 구축되는 첨단 국방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기술진에 의해 독자 개발됐다. 이로써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무기 수출 외에도 K-방산이 대규모 데이터와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전(SDW)' 생태계를 주도할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함정 플랫폼 건조를 선도하는 한화오션과 국방 전투·훈련 소프트웨어(SW) 명가인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사전 정보 기반 잠수함 훈련 시나리오 생성 장치 및 방법' 등 지능형 훈련 체계의 공동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해군 전술 기획의 오랜 난제를 해결해 나아가 초대형 글로벌 방산 수출전의 판도를 바꿀 '비대칭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잠수함 전술 훈련장의 시나리오 작성기는 훈련 교관에게 수작업을 요한다. 잠수함 작전의 눈과 귀가 되는 수중 음파는 수온·염분·해류 등 해양 환경에 따라 탐지 거리가 천차만별이다. 과거에는 교관이 해역의 상태·자함(우리 잠수함)의 무장·적 선단 구성 등 수백 개의 변수를 컴퓨터 시스템에 일일이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만약 '서해에서 작전하던 적 선단을 동해로 옮겨 훈련한다'는 조건을 부여하면 해양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찾아 세팅해야만 했다. 전문 지식이 없는 초급 장교는 현실적인 훈련 시나리오 구성 자체가 불가능했다. 종래에도 시나리오 일부 모듈을 자동 생성하는 '기계-인간 상호 작용' 기반 기술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결국 인간 운용자가 수많은 선택 분기점을 일일이 검토하고 선택해야 하는 '반쪽짜리 자동화'에 불과했다. 한화오션과와 LIG D&A는 '비전문가인 경우에도 일상적인 언어(자연어)로 작성된 훈련 개요를 바탕으로 잠수함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용이하게 생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인지 컴퓨팅 모델 개발을 완성했다. 겉보기엔 채팅창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전문가의 일상 언어를 정밀한 시나리오 코드로 탈바꿈시키는 4단계 딥러닝 파이프라인을 구동한다. 우선 교관이 복잡한 다이얼 조작 대신 대화창에 '10월 중순 독도 서부 3km 지점에서 270도로 기동하는 북한 호위함 2척 출현. 자함은 심도 50m에서 5노트 기동, 중어뢰 2발 장착'이라고 평문의 시나리오를 텍스트를 치면 시스템 내부의 '전처리부'가 조사나 문장 부호를 걷어내고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숫자(벡터) 형태로 변환(토큰화)한다. 이어 복잡한 패턴과 문맥 파악에 탁월한 딥러닝 알고리즘인 '합성곱 신경망(CNN)'이 투입된다. CNN은 전체 문장을 분석해 ▲선단(적 함정 구성) ▲해역(바다 환경) ▲자함 조건(아군 초기 상태)이라는 3대 핵심 의미 단위로 정밀하게 해부한다. 여기서 국방 AI의 생명인 '안전 장치'가 작동한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가 가짜 전장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가 임의로 창작하게 두지 않고 추출된 키워드를 군이 축적한 '기밀 실측 데이터 베이스(DB)'에 1대 1로 매핑한다. '10월 독도'로 실제 동해의 그 시기 수온 실측 데이터를, 'O국 호위함'으로 실제 적함의 엔진 소음 제원을 끌어오는 식이다. 취합된 팩트 기반의 방대한 실측 데이터들은 시뮬레이터 시스템이 즉각 읽고 구동할 수 있는 기계어 표준 규격(XML)으로 자동 변환돼 단 수 초 만에 하나의 3D 전장 시나리오 파일로 최종 합성된다. 이 기술의 특기할만한 요소는 훈련 준비의 편의성 외에도 사후 전술 복기(디브리핑) 기능이다. 한화오션과 LIG D&A 관계자들은 문서로 작성된 기존 실제 작전의 개요에 대해서도 “사람에 의한 별도의 해석 없이 시나리오로써 재현이 가능해 작전 이전 작전 브리핑 혹은 작전 이후의 디브리핑 용도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함장은 칠흑 같은 심해 해상 임무에서 귀환한 뒤 사령부에 제출하기 위해 텍스트로 작성한 '작전 보고서'를 시뮬레이터 창에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불과 수 시간 전 벌어졌던 대잠전 교전 궤적이 사이버-물리 시스템(CPS) 기반의 '디지털 트윈'으로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다. 인간의 희미한 기억이나 평면적인 종이 해도에 의존하던 전술 복기가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3차원 워게임으로 진화해 즉각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전술 검증을 가능케 한다. 이는 서구권 군사 학계가 훈련 시뮬레이션의 미래 트렌드로 주창하는 '인간-AI 협업 시나리오 설계(Collaborative Scenario Development)' 방법론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는 AI가 훈련 통제관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닌 방대한 해양 데이터 검색과 지루한 스크립트 코드 변환을 전담하는 '공동 설계자(Co-designer)'로 대우하는 개념이다. 덕분에 인간 교관은 시스템 입력 작업에 얽매일 필요 없이 오직 훈련생의 성취 목표 달성과 교리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본질적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교관의 비정형적인 일상 언어를 인지 컴퓨팅을 통해 구조화된 기계어 코드(XML)로 번역해 내는 기술적 궤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신 동향·첨단 자율 주행 산업의 메가 트렌드와도 평행하게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나토 워킹 그룹은 기존의 분리되고 경직된 MSDL·C-BML 등의 훈련 통신 규격을 하나로 통합한 차세대 상호 운용성 군사 언어인 'C2SIM'을 도입하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지휘관의 일상적 전술 지시를 기계어 코드로 자동 변환하는 체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가 실측 데이터를 참조해 코드를 짜내는 한화오션과 LIG D&A의 독자적인 AI 훈련 체계 메커니즘은 글로벌 기술 학계가 환각 방지를 위해 연구 중인 '검색 증강 생성(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철학과 보조를 맞춰가는 셈이다. 방산업계는 이 지능형 훈련 솔루션이 한화오션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초대형 글로벌 잠수함 수출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총 수명 비용까지 8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캐나다 차기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와 같은 초대형 수출전에서는 잠수함 선체의 철강 스펙만큼이나 육상 훈련 시설 패키지의 수준이 수주의 향방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신규 도입국들은 당장 첨단 잠수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 교관과 숙련된 해군 인력이 고질적으로 부족한 현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양 지식이 얕은 초급 장교라도 자국어로 텍스트만 치면 인공지능이 현지 앞바다의 해양 환경을 불러와 실전 훈련 조건을 자동 세팅해 주는 K-지능형 시뮬레이터는 독일·노르웨이 등 유럽의 경쟁국들 대비 세일즈 포인트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수소 저상 광역 버스부터 AI 항공 정비까지…K-하이 테크 모빌리티의 향연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이 막을 올렸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우리 국토교통 분야가 맞이한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 비전이 선명하게 제시됐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은 “지금 우리는 디지털 전환·인공 지능(AI)·로봇·자율 주행·하이퍼 스케일 AI 데이터 센터·신재생 에너지 수소 등 기술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며 “레벨 3 자율 주행차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자동화 무인 로봇 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이번 대전이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희망의 연결고리가 되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 부는 고속철도 기술을 발전시키고 얼마 전 초정밀 위성까지 쏘아 올리는 등 국토와 교통 분야의 첨단 기술을 연구·실증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맨 앞에서 개척하는 부처"라고 말했다. 그는 대항해시대와 산업 혁명을 언급하며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 아닌 새로운 기술과 미래를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역설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 부문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는 화면 밖 현실 세계로 나온 '피지컬 AI'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박 본부장은 “기존 AI가 텍스트나 코드를 다뤘다면 이제 AI는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해 도로를 달리고 로봇의 형태로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비 오는 밤의 젖은 도로나 불법 주정차 등 현실 세계의 수많은 예외 상황에 직접 부딪히며 방대한 데이터를 얼마나 축적하느냐에 달렸다"며 “전남광주특별시에서 200대의 자율 주행차를 투입하는 국토부의 선도적인 대규모 실증 지원과 매년 약 800만 대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탄탄한 양산 체계가 결합한다면 '데이터 플라이 휠'을 구축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의 무한 비행…정비사 조수가 된 AI와 하늘을 수놓을 무인 편대 특히 지상에서 항공기 하부를 누비며 촬영을 전담하는 검사 로버(Rover)는 대한항공의 협력사인 지상형 로봇 전문 기업 'HI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2세대 신형 로버는 크기를 910x686x430mm(가로x세로x높이)로 재설계하며 전고를 430mm까지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HIM 관계자는 “기존 1차 시제품은 전고가 700mm를 넘어 보잉 737 등 엔진이 낮게 깔린 협동체(소형기) 하부에 투입하기 어려웠다"며 “엔진 나셀 밑 여유 공간인 500mm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전고를 430mm로 납작하게 낮춰 광동체는 물론 협동체까지 사각지대 없이 모두 검사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성능과 기동성도 돋보인다. 무게 약 62kg인 이 로버는 초속 1.3m(시속 4.68km) 속도로 최대 4시간 동안 구동한다. 옴니 휠(Omni Wheel)을 장착해 지게차처럼 부드러운 제자리 회전(Zero-radius spin-turn)이 가능하며, 사람이나 지상 장애물을 만나면 스스로 회피한 뒤 원래 경로로 복귀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됐다. 장착된 5000만 화소(50MP) 카메라는 유지 보수와 상용 업그레이드가 쉽도록 내장형 교체 구조로 설계됐다. 실전 배치 시에는 상부 검사용 드론 4대와 지상의 검사 로버 2대가 한 조(크루)를 이뤄 비행기를 동시에 군집 점검하게 된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정비사가 육안으로 대형 비행기를 점검하면 8~12시간이 걸리지만 이 시스템을 통하면 약 50분으로 단축된다"고 귀띔했다. 로봇이 수집한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1mm급 결함까지 정확히 판독해 낸다는 설명도 따랐다. 여기에 국방 분야에서 객체 탐지 기술을 쌓아온 전문 업체 '데이터 메이커'와 협력해 만든 거대 언어 모델(LLM) 기반의 'AI 에이전트'가 한몫 한다는 전언이다. 두꺼운 정비 교범과 이전 정비 이력을 '리-아이디(Re-ID)' 기술로 연결해 경험이 부족한 신입 정비사가 결함 대처법을 물어도 마치 챗GPT처럼 최적의 매뉴얼을 즉각 쏟아낸다. 새로운 검사 시스템 도입에 발맞춰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비사 훈련용 시뮬레이터도 함께 마련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태블릿 화면과 완벽하게 동일한 가상 통제 환경을 구현해 정비사들이 미리 숙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라며 “시뮬레이터 상에서 원하는 항공기 기종을 선택할 수 있고, 가상 기체 표면에 임의로 상처나 결함을 생성하거나 껐다 켤 수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전 같은 대응 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무인 항공체계 코너도 붐볐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 임무 수행 시스템 'AI 파일럿'이 적용된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 모형이 전시됐다.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우크라이나제 엔진을 개조해 활주로 비행 시험 중이지만 향후 국방과학연구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방산 기업 안두릴과의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무인기 4대가 한 편대를 이루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를 2030년대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UAM 생태계 선점을 위한 통합 교통관리 솔루션 '어크로스(ACROSS)'의 청사진도 돋보였다. 운항사의 비행 계획부터 관제사의 모니터링까지 아우르는 이 시스템은 현재 개발이 50% 이상 진행됐다. 대한항공 측은 “내년에는 영국의 버티포트 전문 기업 스카이포츠(Skyports)와 협력해 두바이 공항-시내 외곽 지역을 잇는 해외 실증 비행 연계를 준비 중"이라며 글로벌 진출 의지를 다졌다. ◇우주 공간부터 지상 인프라까지 촘촘해진 모빌리티 핏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개발 중인 수직 이착륙 미래형 모빌리티(AAV) 콘셉트 모델이 위용을 뽐냈다. KAI가 체계 종합을, 현대차가 파워트레인을 맡는다. 흥미로운 점은 기체 곁에 놓인 '저궤도 위성' 모형이었다. KAI 관계자는 “추후 무인화된 AAV가 고도 8000피트 상공을 날 때도 통신이 끊기지 않도록 6G 네트워크를 공중에서 지원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라고 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위성센터와 함께 내놓은 초고해상도 '국토 위성 2호' 모형도 주목받았다. 픽셀당 50cm(0.5m급) 크기를 식별해 지상의 차종과 주차선까지 구분이 가능한 이 정밀 위성은 KAI 주도로 지난 5월 발사됐다. 현재 초기 성능 검증 중이고 오는 9월 경 국토위성센터로 관제권이 이관되면 즉시 대국민 재난 대응·국가 시설 관리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공항공사는 UAM 비행 중 GPS가 단절되는 비상 상황 시 지상의 특수 차량 두 대가 양쪽에서 무선 주파수(RF) 빔을 쏴 대체 가상 항로를 만들어주는 관제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인 헬기 사전 실증은 이미 완료된 상태다. 또한 김포공항 검문소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차량 내 30개의 위해 물품을 찾는 가상 현실(VR) 기반 검색 훈련 시스템도 시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도심 내 적층형 버티포트 환경에 맞춰 2년여의 개발 끝에 탄생한 '소형 기체 이송 로봇' 시스템을 공개하며 다가올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했다. ◇'바닥 탈출구' 뚫은 최장 수소 버스와 3MW급 '괴물 기관차'의 등장 지상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형 부스를 꾸려 로보틱스와 수소 에너지로 한계를 돌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랩 부스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팟'과 '아틀라스' 목업, 상부에 다양한 구조물을 얹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가 관람객을 맞았다. 특히 스팟은 RGB와 적외선 카메라 등을 달고 이미 실제 산업 현장의 안전 인스펙션에 투입돼 활약 중인 사례를 뽐냈다. 그 옆으로는 12.5m 길이의 '저상 수소 전기 광역버스'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2027년 광역 버스 대폐차와 저상화 의무화에 발맞춰 올해 말 양산을 앞둔 이 버스는 수소를 45.6kg 충전해 910km 이상을 달린다. 또한 잔고장과 느린 구동으로 현장 운수사들의 불만이 컸던 자동형 휠체어 리프트 대신 직관적이고 가벼운 수동형 슬라이드 램프를 채택한 실용성도 빛났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저상화로 인한 승차감 저하를 막기 위해 전륜 독립 현가장치와 유압 댐퍼를 적용했다"며 “전복 사고에 대비해 세계 최초로 지붕뿐 아니라 차량 바닥에도 비상 탈출구를 마련했다"고 했다. 철도의 거인 현대로템은 전작 대비 출력을 46%나 끌어올린 560kW급 견인 전동기와 함께 '3MW급 수소 전기 기관차'의 1대1 스케일 연료 전지(FCTS) 모듈 목업을 선보였다. 각 축당 410kW 출력을 내는 모터 6개와 100kW급 수소 연료전지 모듈 6개, 그리고 배터리가 결합해 화물 견인만을 위해 강력한 동력을 내뿜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는 “국토부 연구 과제를 거쳐 내년 하반기면 실제 차량 조립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캐나다 80조원 잠수함 한-독 수주전…메가 옵션 ‘물량 공세’

캐나다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자국 해군 수중전력의 세대교체라는 1차원적인 목표를 넘어 국가 산업 지형 전체를 뜯어고치는 거대한 거시경제 지렛대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30년대 중반 퇴역을 앞둔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형 플랫폼을 도입하는 CPSP는 총 수명주기 전체 비용이 최대 800억 캐나다달러(약 8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천문학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마크 카니 총리의 캐나다 행정부 정책 의지는 험난한 국제 정세와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 북극해 빙하의 해빙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적 위기,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아시아발 저가 공세에 밀려 붕괴 직전에 내몰린 캐나다 자동차·철강 산업의 구제라는 거시경제적 과제를 고려한 프로젝트다. 현재 CPSP의 최종 후보로 맞붙은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주도 연합 간 진검승부는 잠수함의 잠항 심도나 무장 탑재량 같은 장비 제원에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한·독 두 나라가 자국의 자동차·철강·에너지·항공우주 등 비(非)조선 분야 대기업들을 동원해 캐나다에 제시한 '거시경제적 절충교역 패키지'의 파급력과 실현 가능성이다. ◇ 캐나다 실물경제로의 환원 이번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의 가장 엄격한 채점 기준은 캐나다 정부의 '산업·기술 혜택(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정책이다. 국방조달 계약을 따낸 국가는 수주금액의 100%에 상응하는 비즈니스 창출·재투자를 캐나다 영토 내에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입찰국이 제출한 가치 제안이 캐나다 산업 체질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를 △방위산업 육성 △공급망·중소기업 개발 △연구·개발(R&D) 역량 증진 △수출 확대 △기술교육 등 5대 전략 기둥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카니 정부가 잠수함 도입을 지렛대 삼아 방위산업과 무관한 승용차 조립공장 신설이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거세게 종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글로벌 무기 획득 사업이 이종산업 간 국부를 교환하는 거대한 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기발생 투자(Banked Investment)' 제약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입찰 이전에 이미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민간기업의 투자는 가치 제안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며, 엄격한 조건부 승인 아래 최대 50% 한도 내에서만 부분수용된다는 것이다. 이번 잠수함 입찰을 매개로 새롭게 유발된 부가가치만을 평가하겠다는 깐깐한 잣대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독일 진영의 득점 전략에 구조적인 제동을 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 수소 생태계부터 내륙 철강 부활까지…전례 없는 '하향식 생태계 창조' 우리 정부는 전폭적인 외교 지휘 아래 현대자동차·한화·HD현대·대한항공·LIG D&A 등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최고위 제조기업들을 일사불란하게 결집시켰다. 이들이 캐나다에 약속한 총 700억 캐나다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경제활동 창출과 50만 개 장기 일자리 조성 청사진은 캐나다 핵심 산업의 '체질 부활'을 조준하고 있다. 당초 캐나다 정책 결정자들은 내심 완성차업체의 전기자동차 조립공장 신규 유치를 열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의 복잡다단한 역학관계를 고려해 31억 캐나다달러를 투입해 캐나다 전역에 '수소 상용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로 화답했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지정학적 판단의 산물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압박으로 인해 전기차 최종 조립거점을 캐나다에 두는 것은 관세 폭탄의 위험을 내포하는데 캐나다 내수시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에 취약하다. 반면에 '수소 화물트럭'은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캐나다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온타리오주에 전용 제조시설을 세우고 전국 192개 충전소 거점을 깔겠다는 이 계획은 ITB 정책의 핵심인 '캐나다 공급망 개발'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제안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쇠락하는 내륙철강산업의 피를 수혈하는 이종산업 융합 모델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현지 굴지의 철강기업 알고마와 연합해 51% 캐나다 자본 중심의 합작법인(JV)을 세운다. 이들은 100% 캐나다산 군용 등급 철강 소재를 활용해 온타리오주 현지에서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전량 조립 생산하기로 확약했다. 미국 철강 관세 여파로 자동차공장 가동률이 예년 대비 30% 급락한 상황에서 이 딜은 해상전력 획득 예산을 내륙의 육상 방산·자동차 부품소재산업 육성 예산으로 치환한 절충교역의 획기적 사례로 꼽힌다. APMA는 합작법인 설립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과 맞먹는 3만 개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더해 HD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최대 2000만 배럴 규모 캐나다산 원유 장기수입 확약과 퀘벡·노바스코샤 최고 조선소들에 대한 최상위 군함 건조 지식 재산권(IP) 이전, LIG D&A의 현지 어뢰 생산공장 구축, 대한항공의 캐나다 봄바르디어 제트기 G6500 교차 구매까지 더해졌다. 해양·육상·항공·에너지를 망라한 전방위적 국가 개조 패키지의 완성인 셈이다. ◇獨 TKMS 컨소시엄, 구조적 거버넌스 한계 속 'EU 방산망 편입' 제시 반면에 독일-노르웨이 연합을 이끄는 TKMS는 '잠수함 건조는 곧 국가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1600억 캐나다달러의 거시경제 유발과 6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다. 그러나 독일의 접근법은 한국의 다부문 융합 생태계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입찰 초반에 자국 대표기업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PowerCo)가 온타리오주에 건설 중인 7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잠수함 사업의 최대 경제적 혜택이라고 홍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장 투자는 주주 이익과 글로벌 전략에 따른 독자적 결정일 뿐 국가 간 국방 계약과 무관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자유시장 경제에 깊이 뿌리내린 거대 다국적 민간기업의 의사 결정을 정부의 방산 수주 로비에 억지로 종속시킬 수 없다는 서구 경제 시스템의 명확한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만큼 캐나다 ITB의 '기발생 투자' 제약 요건에 걸려 신규 유발 혜택으로 온전히 채점받기 어려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거시경제 대기업 동원에 난항을 겪는 독일은 곁눈질 없이 고도화된 하이테크 방산부품 생태계의 내재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퀘벡의 초정밀 하이엔드 제조사 마르멘에 최고난도 압력 선체 제조 권한을 전면 이양하고, 글로벌 인공 지능(AI) 선도 기업인 코히어와 잠수함 전술 워크 플로우를 공동 설계하여 수중 인지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청사진을 그렸다. 특히, 눈에 띄는 혜택은 유지·보수·운영(MRO) 인프라 구축에 있다. 212CD 잠수함을 공동 운용할 파트너 국가 노르웨이가 자국의 핵심 잠수함 수리기지 청사진을 캐나다에 무상으로 전격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가 시행착오나 과도한 추가 비용 없이 자국 동·서부 연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리 기지를 복제할 수 있는 파격적인 국가 간 연대다. 독일이 제안하는 혜택은 '유럽 안전보장 조치(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 체계로의 직접 편입'이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진영 재래식 잠수함 함대의 70% 가량은 TKMS가 장악하고 있다. 캐나다가 212CD 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캐나다 현지의 방산 중소기업들은 이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감으로써 약 24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EU 방산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통로를 얻게 된다. 이는 불확실한 약속이 아닌 ITB '수출 역량 강화' 항목에서 즉각적으로 수치화해 증명할 수 있는 실질적 이권이라는 평이다. ◇마크 카니 내각의 고차원 방정식…'조건부 전면 도약' vs '검증된 심층 통합' 수십조 원의 경제 파급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독일의 화려한 제안 이면에는 거버넌스의 구조적 차이와 리스크 관리라는 묵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이 약속들의 '증빙 수준과 담보력'을 가장 날카로운 잣대로 심사할 전망이다. 한국 제안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은 현지 산업투자가 '잠수함 사업 수주 성공 시 발효'라는 조건부에 묶여 있어 입찰 결과에 따라 공중 분해될 여지가 있는 유예된 약속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특사로 나서 민간기업 최고위층을 대동하고 국가가 대외 신인도를 걸고 이행을 보증하기에 일단 계약만 체결되면 이탈 없이 실행될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를 제공한다. 반대로 독일은 비방산 민간 투자를 인위적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체제의 한계를 명확히 수용했다. 대신 이미 수십 년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입증된 범대서양 방산 공급망 네트워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캐나다를 안전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LIG D&A 탑승객 맞춤형 ‘스마트캐빈’, 민간항공시장 노린다

유도 무기와 군용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IG D&A가 상업용 여객기 객실 통합제어 시스템을 내세워 민간항공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방산 분야 전파 제어기술을 상용 항공산업에 접목해 탑승객 기내 진입 시 디스플레이로 좌석을 안내하는 체계와 기내식 물류 재고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스마트 캐빈(Smart Cabin)'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LIG D&A는 지식재산처에 항공기 서비스 제공 시스템 및 방법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정보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우주항공청(KASA)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발주한 '스마트 캐빈 기술 개발 사업'의 결과물이다. 세부 과제명은 '항공기용 대형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시스템 개발'이며, LIG D&A의 사명 변경 전 방산기업 LIG넥스원이 지난 2024년부터 과제수행기관으로 참여해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LIG넥스원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 2024(AIX)'에 참가해 보잉, LG디스플레이와 함께 3사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캐빈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3사는 OLED 패널을 항공기용으로 적용하고 제어하는 데 주안점을 두며 기술 상용화의 초석을 다졌다. 시스템은 무선주파수 식별(RFID) 기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연동해 기내 통신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기내 하드웨어 단말기와 데이터베이스(DB) 서버를 이더넷 기반 유선통신과 무선 와이파이 망으로 연결해 승객 동선과 객실 물류 데이터를 처리한다. 기술은 승객 탑승 안내 체계를 전산화하는 구성을 포함한다. 여객기 출입구 주변 하드웨어와 중앙서버 연동으로 작동한다. 탑승객이 기내 입구를 통과할 때 게이트 주변에 설치된 티켓 인식 안테나가 탑승권에 내장된 태그를 스캔한다.DB가 정보를 수신해 통합 디스플레이 처리 모듈(IDPM)로 분배하면 출입구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이나 객실 칸막이에 설치된 30인치 투명 OLED 화면에 개별승객의 탑승 안내 이미지가 표출된다. 디스플레이에는 △승객 영문 이름 △지정 좌석 번호 △시각화된 기내 좌석 위치도 △사전 주문 기내식 종류가 나타난다. 이와 함께 기장 메시지, 기내 면세품 판매 내용, 기상 상태 등 다양한 정보는 물론 항공사 브랜딩 등을 패널에 담아 승객 경험 혁신에도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객실 승무원이 입구에서 개별 탑승권을 확인하고 좌석 방향을 구두로 안내하던 방식을 시각 자료 표출로 교체한다. 개별 탑승객이 통로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여객기의 지상 체류 시간(TAT, Turn Around Time)을 단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통로가 좁고 내벽이 둥근 항공기 객실 구조를 고려해 기체 벽면 곡선에 부착할 수 있는 플렉서블 OLED와 반대편 시야를 가리지 않는 투명 OLED를 하드웨어로 채택했다. LIG D&A가 비중 있게 다분 분야는 기내식 재고 파악 시스템이다. 여객기 기내식 준비실에 비치되는 밀카트와 컨테이너는 화재 예방을 위해 알루미늄 등 금속 재질로 제작된다. 밀폐된 금속 공간 내부에서 다수 RFID 태그 전파를 송출하면 신호가 내벽에 반사돼 얽히는 '다중경로 페이딩' 현상이 발생한다. 물류 창고에 쓰이는 전파 식별 장비를 항공기 카트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원인이다. LIG D&A는 방공 레이더·전자전 신호 처리 기법을 도입해 기내 전파 간섭 현상을 통제했다. 전파 노이즈가 발생하는 환경에서 표적 신호 강도를 분석하는 수신 신호 강도 지표(RSSI)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반영했다. 기내식 포장에 부착된 소형 태그 수백 개가 좁은 공간에서 전파를 방출하며 빚어지는 충돌 현상을 억제해 개별 식별 부호 수신율을 높였다. 밀카트와 컨테이너 내부 각 층에 스캐너 안테나가 장착되며 적재되는 기내식 단위마다 소형 태그가 부착된다. 사용에 따라 태그 개수에 변동이 생기면 카트 내부에 내장된 리더기가 신호를 해독해 네트워크 스위치를 거쳐 중앙 데이터 서버로 전송한다. 승무원은 준비실에 부착된 고정형 디스플레이나 휴대용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기내식 잔여수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특허, 도면에 따르면 승무원 단말기 화면에는 특정 통신 연결 상태·여객기 내 준비실 위치·개별 컨테이너와 밀카트 기호가 나타난다. 화면에서 카트 아이콘을 누르면 내부에 수납된 도시락·면세품 품명·형상·잔여 수량이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비행 중 승무원이 카트 문을 열고 적재 물품 수량을 파악하는 절차가 전산망으로 전환된다. 탑승 마감 시각이 임박했을 때는 단말기에 탑승을 완료한 승객과 미탑승 승객 좌석 위치를 색상으로 구분해 표시하며 기내 인원 점검 업무를 돕는다. 수집된 재고 데이터는 항공사 운항 비용 감축을 위한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단말기에 구현되는 데이터 분석 화면에는 전체 기내식 사용 수량과 함께 미사용 중량 데이터가 누적 표시된다. 항공기 탑재 중량은 비행 시 항공유 소비량에 비례한다. 수요 예측 오차로 인해 승객에게 제공되지 못하고 남는 기내식이나 음료 하중은 기체 무게를 늘려 연료 소모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스템은 운항 구간·시간대·좌석 등급별 기내식 소진 통계와 미사용 중량을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한다. 항공사는 누적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 운항편에 필요한 적정 기내식 탑재량을 역산해 여유분 명목으로 실리는 기체 잉여 하중을 덜어낼 수 있다. 상용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들은 여객기 객실 공간을 정보통신망과 연결하는 사물 인터넷(IoT) 설비 도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항공기 인테리어·기내 네트워크 부품 시장은 대형 항공기 제조사와 인가를 받은 부품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LIG D&A는 자사가 보유한 통신망 설계 기술과 국내 산업계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기술을 결합해 상업용 여객기 부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OLED 패널 시스템 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용 네트워크와 연동이 가능한 시스템 체계 장착을 지원한다. 특히 항공기 운용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장비를 저전력 고효율로 설계해 시장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IG D&A 관계자는 “해당 네트워크 시스템을 민간 항공기에 국한하지 않고 선박·크루즈·대형 전시회·공연장 등 탑승권을 기반으로 입장을 제어하는 다중 밀집 시설물 전반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찬란한 K-방산의 이면, 그리고 참사의 기억법

2018년 5월 29일 폭발 사고(5명 사망), 2019년 2월 14일 폭발 사고(3명 사망), 그리고 2026년 6월 1일 폭발 사고(5명 사망·2명 부상). 불과 8년 새 국내 방위산업 현장에서는 도합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들이 유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사업장에서 반복됐다. K-방산의 눈부신 기술 발달과 전례 없는 수출 호황으로 매 국면마다 수조 원대 수주 잭팟 소식이 삽시간에 퍼지고, 국가 경제를 견인한다는 장밋빛 전망들이 판을 쳐 정부가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이런 호황 속에서 중심을 잡고 현장의 안전을 객관적으로 통제해야 할 방위산업체 경영진과 유관 기관은 실질적인 유해·위험 요인 파악을 소홀히 해 무기체계 생산 실적과 시험 평가 일정에 목을 맨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비극이 채 잊히기도 전인 이달 1일, 추진제를 닦아내는 56동 세척공실에서 또다시 원인 미상의 폭발이 일어났다. 지난 8년간 무려 44건의 배기 장치 교체 등 안전 개선 요구를 받고도 묵살하고 배관이 막힌 잔류 화약 찌꺼기(슬러지)에 작업자들이 직접 손과 공구를 대도록 사지로 내몬 상황이 누적된 결과다. 왜 K-방산의 이면에서는 피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가. 최근 학계에 발표된 방위산업 안전 관련 3편의 내용을 깊이 교차 분석해 보면 이 비극은 철저히 구조화된 인재(人災)임이 명백해진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법과 제도의 방관'이다. 2024년 '안전문화연구(31호)' 실증 연구에 따르면 민간 방산 종사자들은 무기체계 시험 평가와 정비를 위해 군사 통제 구역에 들어가 위험천만한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행 안전 지침인 '국방 안전 훈령'의 적용 범위는 국방부·소속 군 기관으로만 한정돼 있어 방산 종사자들은 철저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적용은 커녕 사고 발생 시 명확한 피해 보상 제도조차 붕 떠 있는 실정이다. 방산 현장의 민낯은 더 처참하다. 2025년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안전보건융합공학과에서 발표된 박사 학위 논문의 '지오르기(Giorgi) 현상학적 심층 면담' 결과를 보면 종사자들은 “시험 평가 일정이 최우선이라 사소한 안전 문제는 무리하게 감수해야 한다", “사전 안전 점검은 서류상으로만 끝나는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또 시야가 차단돼 위험한 장갑차 내부를 다루면서 작업자 간 의사소통 오류를 방치하거나 폭우·폭염과 같은 기상 상황 악화 속에서도 무리하게 야외 일정을 강행하는 부끄러운 행태도 목격됐다. 방산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 외부 안전 교육이나 전담 통제 인력조차 없이 사고가 터져야만 사후 대처가 이뤄지는 환경에서 작업자들은 매일같이 극도의 불안감을 안고 화약고로 출근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아가 방산업체들은 무거운 기계 장비를 옮기거나 폭발물을 취급하는 시험 평가 현장에 전담 안전 인력도 없이 종사자들을 반복적으로 내몰아 위험천만한 작업을 강행했다. 때문에 현업자들에게 큰 위험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지만 이 같은 관행은 10년간 1570건의 방산 사업 현장에서 산업 재해가 발생했다는 통계로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방위산업 조직 내 안전 관리 활동의 핵심은 '경영층의 확고한 안전 책무'를, '방산 현장에 맞춘 실질적 안전 교육'을, '투명한 의사소통'을, '사전 유해·위험 식별'을, '페널티가 아닌 포상 중심의 안전 문화'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 어느 것 하나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무시되기 일쑤다. 시간이 지나도 실적 앞에서 참사를 대하는 업계의 자세는 변하지 않아 '현장 안전제일'은 공염불에 불과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 고질적 병폐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2025년 '한국안전학회지(40권 1호)'에 게재된 연구는 279명의 방산 종사자 데이터를 구조 방정식(PROCESS Macro Model 7)으로 분석해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는 조직의 겉치레식 안전 관리 관행이 실제 작업자의 '안전 행동'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매개하고 조절하는 경영진과 관리 감독자의 실천적인 '안전 리더십'이 절대적임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학계는 이를 억지로라도 끌어내기 위해 강력한 외부 통제력을 주문한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부가 직접 나서 방산업체 정기 안전 점검을 제도화하고, 규정 위반 업체에는 정부 방위사업 입찰 시 치명적인 타격이 될 '감산점(Penalty Point)'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스스로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실적으로 직결되는 압박을 통해서라도 통제해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다. 나아가 현장 종사자들에게는 처벌(페널티)에만 급급한 문화를 넘어 자발적 안전 준수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상 문화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안팎의 엄중한 지적과 잇따른 참사 비판에 직면하자 사고 당사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14일 회사는 화공 분야 권위자인 연세대 문일 명예 특임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독립기구 '안전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외부 전문가 11명과 노조가 추천한 현장 직원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를 통해 화약 등 위험물 취급 사업장의 표준 작업 절차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2단계 종합 진단을 거쳐 오는 9월 노사 합동 '신(新) 안전 문화 혁신 선포식'을 개최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자본 투입도 약속했다. 2023년 538억 원, 2024년 1114억 원, 2025년 2470억 원으로 안전 투자비를 매년 배 이상 늘려왔으며, 올해는 무려 4524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한 개선 조치를 취하고, 막대한 예산과 외부의 객관적 시선을 수혈해 무너진 현장의 신뢰를 재건하겠다는 경영진의 늦었지만 절박한 결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천문학적인 예산 투입과 화려한 위원회 출범 그 자체가 온전한 '안전 리더십'을 단번에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 거창한 계획이 과거 종사자들이 토로했던 '서류상으로만 끝나는 요식 행위'로 또 다시 전락하지 않으려면 앞서 지적된 '44건의 배기 장치 교체 요구 묵살'과 같은 안일한 실적 지상주의부터 철저히 뜯어고쳐야 한다. 새롭게 개편될 시스템이 현장 최말단 작업자의 투명한 의사소통과 실질적 안전 행동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면 선포식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일부 엄격한 통제 구역에서는 크레인 취급 인원 제한 등 철저한 규정 강화를 통해 대대적인 사고 예방 효과가 나타났고, 안전 선진 기업들은 대형 참사 이후 재해 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이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는 문화를 구축했다. 참사를 기억하고 예방하는 방식이 곧 그 사회와 산업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법이다. 그런 만큼 제도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서류로만 남기는 요식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K-방산의 찬란한 금자탑이 언제까지 근로자의 피와 땀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야 하는가.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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