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하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예측한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입장을 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핀 CEO는 18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학생 토론회 조직인 옥스퍼드 유니언에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그의 재집권으로 미국 경제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핀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정책 중 핵심인 관세와 관련해 “길고 미끄러운 경사"라고 비유하면서 단기적으로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역 정책을 관세로 관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매우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리핀 CEO는 “미국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에 대처하는 대신 향후 4년간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업과 경제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돌아롤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지출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정부가 관여하는 범위가 축소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리핀 CEO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보수 법률 단체 '사법 워치'(Judicial Watch)를 이끌고 있는 톰 피턴의 관련 게시물에 “사실이다(TRUE)!!!"라는 댓글을 달았다. 피턴은 지난 8일 올린 게시물에서 “보도에 따르면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추방 프로그램을 통해 '바이든의 침공'(불법이민자 다수 유입을 의미)을 뒤집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준비가 돼 있으며, 군사자산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고 썼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백악관에 복귀하면 첫날부터 대규모 불법체류자 추방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리핀 CEO는 불법이민자 대규모 추방 가능성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또는 경제적으로 어떻게 정당화될지 모르겠다"며 “미국에 와서 근로소득을 얻고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어떻게 추방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단순히 추방하는 것보다 이민 정책에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핀 CEO는 지난달 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패널 토론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 오늘날의 시장 전망"라며 “대선 레이스에서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동전 던지기와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에 거액의 자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자금 연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그리핀 CEO는 이번 대선 시즌에 1억달러를 공화당에 기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기부액 순위 5위에 올랐다. 1위는 재벌가 멜론가문의 장자 티모시 멜론(1억7200만달러·공화)으로 나타났고 트럼프 당선에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3위(1억3271만4600달러)로 나타났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