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올린다고 공언해 국내 철강업계가 충격파에 대비하고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소재 US스틸 공장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2배로 인상할 것"이라며 당장 오는 4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강화된 조치 시행을 예고했다. 이미 국내 철강업계는 25%의 수준의 관세만으로도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발표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철강 산업은 원가 구조상 영업이익률이 낮아 관세 인상분을 고스란히 판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수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철강 수출국 중 미국은 약 13%의 비중으로 4위를 차지했다. 또 미국 상무부는 한국으로부터 지난해 29억달러 수준의 철강을 수입했다며 이는 캐나다(23%), 멕시코(11%), 브라질(9%) 등에 이른 4위 규모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한국발 대미 철강 수출액은 13억8400만달러이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2% 줄었다고 분석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이 지난해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 호실적 기저 효과가 반영된 것인 만큼 관세 불확실성에 기인한 부정적 영향은 5월과 6월 수출분부터 가시화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은행 조사총괄팀도 지난 29일 발간한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5%의 관세를 전제로 올해 미국으로의 철강·알루미늄 수출 물량이 1.4%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무역법원(CIT)은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으나 항소법원은 판결 때까지 행정부가 조치를 유지할 수 있다며 판결을 뒤엎었다.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실제로 50%까지 인상한다면 글로벌 철강업계의 관세 회피를 위한 몸부림을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관세 정책은 자동차용 강판, 강관, 냉연·도금 강판 등 일본제철과 국내 업체들이 경쟁하는 제품군에서 한국산의 입지를 더 좁힐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제철은 미국 현지 철강 기업 US스틸을 인수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3위 철강사로 도약과 동시에 관세를 물지 않게 됐다. 미국의 철강 쿼터제가 시행되기 이전인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투자를 진행한 세아제강지주는 현지 공장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관세 리스크를 피하고 미국 내 수요를 직접 대응하기 위해 총 8조5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를 공동 건설하는 방안에 합의해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다. 이 공장은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아직 미국 내 공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여서 25%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더해 최근 건설 경기가 좋지 않고 중국산 조강 생산량이 넘쳐나 국내 철강업계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어 3중고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워낙 극적으로 변하고 있어 당장은 추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며 “품목별 전략을 짜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철강 수요를 자체 공급할 수 없고, 관세는 식재료나 자동차 가격 등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국 내 대규모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를 위한 정치적 선언과 실제 이행 간 간극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