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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美 상호관세는 불법” 최종판결 나오면…트럼프發 관세전쟁 끝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존폐 여부가 이제 미 연방 대법원 판단만 남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약속한 무역협상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자신의 편을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항소 법원에서도 상호관세는 위법…美정부 “협상 등을 위해 필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사용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와 펜타닐 문제가 국가 비상 사태에 해당된다는 법률 의견서를 2일이나 3일 대법원 송무차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항소 법원은 다만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관세 효력을 유지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서둘러 항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상고심의 구두 변론은 올해 겨울이나 내년 초봄에 시작될 수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구두 변론 개시 이후 수주, 혹은 몇 달 뒤에 나올 수 있다. 상고심이 끝나기 전까지 상호관세는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효가 중단되면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달 29일 항소법원에 진술서를 내고 “수입 규제, 관세 부과 없이는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만한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의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믿을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한국,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미국과 이들 교역 상대국은 이런 프레임워크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한미 통상 협의의 '키맨'으로 꼽히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같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외국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운명은 '보수 우위' 대법원 손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다"며 “대법원이 도와줄 것"이라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 배경엔 연방 대법원의 구조에 있다. 총 9명의 대법권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현재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절대적 우세다. 특히 3명은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은 연방 공무원 해임과 불법체류자 추방, 연방자금 지원 보류 등의 조치에 대해 진보성향 대법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 전례도 있다. 항소법원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일부 판사들도 있다. 항소법원은 7대 4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소수 의견을 낸 판사 중 한명은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리처드 타란토 판사다. 그는 “대통령이 IEEPA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제한하려 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임명한 1명의 민주당원은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했다"며 “그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했다. 다만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1·2심에서 분명한 사유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던 만큼 대법원이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의 들어줄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대법원이 과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효화할 때 인용했던 '중대 문제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명문화한 이 법리는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없으면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지닌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학생 대출 탕감 조치, 직장 내 방역 조치, 퇴거 유예 조치 등을 모두 무효화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학생 대출 탕감 조치보다 훨씬 더 크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 연대가 결집하는 등 중대한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짚었다. ◇ 美 재무 “플랜B 있다"…관세 부과할 법적 근거 5가지 그러나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IEEPA 관세 만큼) 효율적이지도, 강력하지도 않지만 (관세를 부과할) 다른 권한들이 많이 있다"며 예시로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 338조'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조항은 해당 법안은 미국과 상거래에서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5개월간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실제 발동될 경우 새로운 법적 논쟁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부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관세법 338조를 폐지하는 결안을 지난 3월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별 관세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구리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목재, 반도체, 의약품, 트럭, 핵심 광물, 상업용 항공기 및 제트 엔진, 무인항공시스템, 폴리실리콘, 풍력 터빈에 대해서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 법안을 근거로 한 관세는 이번 무역법원과 항소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세율 상한도 없지만 반드시 미 상무부의 조사를 거쳐야 한다.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무 장관은 270일 내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밖에도 무역법 201조, 301조, 122조가 관세 부과 수단으로 거론된다. 무역법 201조에 따르면 특정품목의 수입급증으로 미국 해당 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령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무역법 201조를 활용해 수입 세탁기에 20~50%, 태양전지·모듈에 3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며 관세 부과 기간은 4년이고 최대 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2023년에 만료됐지만 태양광 부품 관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6년까지 연장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할 경우 USTR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시행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세율 상한은 없지만 USTR의 추가 요청이 없을 경우 4년 뒤 자동 폐지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15% 범위 내에서 150일까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는 다양한 조항을 이용해 관세 부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권한, 속도 등 측면에서 IEEPA 관세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값 오르니 은 가격도 껑충…시세 14년만 첫 40달러 돌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과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같은 귀금속인 은(銀) 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은 현물 가격은 한때 1.4% 상승한 온스당 40.292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값이 40달러선 위에 거래된 적은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40.7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값은 올 들어 40% 넘게 오르며 금·백금·팔라듐과 동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값도 덩달아 오르며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일 한국시간 오후 4시 32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470.9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4월 3500.33달러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3516.10달러를 기록, 사상 첫 35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금, 은 등 귀금속이 피난처로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을 거듭 압박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6.5%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은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귀금속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은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강하다. 세계 은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은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포함해 5년 연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은은 금속 중 전기 전도성이 가장 높은 만큼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투자자들은 은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FT)에 7개월 연속 순매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반등 실패한 美 달러…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미 달러화 가치가 반등한지 한 달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지난달 1.7% 하락했다. 앞서 7월에는 2.7% 오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월간 상승을 기록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8% 가량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TD증권의 자야티 바라드와즈 외환 전략 총괄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가 무너져 리스크 프리미엄 또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하자 연준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쿡 이사는 이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는데, 쿡 이사의 해임을 통해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런던 나인티원 자산운용 투자연구소의 사힐 마타니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면 이는 다른 신흥국에서 흔히 보던 상황과 유사하며, 통화에 결코 호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스왑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되고, 내년 9월까지 누적 1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역시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지난 3월부터 1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고 있다. 8월에는 두 차례 돌파 시도가 모두 무산되며 100일 이동평균선이 주요 저항선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에 옵션 트레이더들은 향후 3~6개월 동안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세레나 탕 리서치 총괄은 “우리는 미국 자산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달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율을 높여 달러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타니 이사는 환헤지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 이벤트’ 수두룩…다음 14일이 글로벌 증시 향배 가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14 거래일 동안 투자자들의 심리를 뒤흔들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29일 4만5544.88로 마감하여 월간 기준 3.20%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6460.26(1.91% 상승), 2만1455.55(1.58% 상승)에 거래를 마쳤다. 3대 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특히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6500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증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9.8% 올랐으며, 지난 4월 저점 대비 30%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증시는 1일 노동절로 휴장한 뒤, 9월 첫 거래일인 2일부터 19일까지 빅 이벤트들을 소화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오는 5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가 주요 관심사다. 그동안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고용 둔화를 지적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5월과 6월의 고용은 25만8000명 대폭 하향 조정됐다. 만약 8월 고용지표를 통해 노동시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고용이 약 7만5000명 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9일에는 노동부가 '고용 통계 현황'에 대한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정 규모에 따라 고용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어 11일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이번 CPI는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 이전에 공개되는 마지막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오는 16~17일은 대망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날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7.6%로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9일엔 주식 옵션, 주가 지수 선물, 주가 지수 옵션의 계약이 동시에 만료되는 '세 마녀의 날'이다. 세 마녀의 날에는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을 띈다. 주목할 점은 증시가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9월에 이 같은 이벤트들이 예정됐다는 부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지난 30년간 9월에 평균 0.7% 하락했다. 또 미국 대선이 있었던 작년을 제외하고 2020년부터 이후 매년 9월에 약세를 보였다. 2022년 9월엔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9.3% 폭락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아직 낙관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른 데다 지난 91일 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2% 이상 하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29일 15.36을 기록해 연중 최저 수준을 보이는 데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 세력들은 3년만 가장 큰 규모로 VIX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포지셔닝이 증시 폭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지난해 7월 VIX를 대규모로 공매도했다가 다음 달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발생해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S&P500 지수가 지난 2월 중순부터 크게 꺾이기 시작한 것도 VIX가 낮게 유지될 것이란 베팅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역풍을 맞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런 와중에 뉴욕증시의 고평가 논란은 여전하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로 1999년 닷컴버블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장세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높다. 이에 월가 대표적 강세론자들조차 단기 급락 가능성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이번 상승 랠리가 곧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좋은 소식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며 “CPI가 높게 나오고 고용지표가 견고하게 나와 9월 금리 인하가 무산된다는 전망이 커지면 매도세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토마스 리 리서치 총괄도 이번 가을에 S&P500 지수가 5~1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항소심도 “트럼프 상호관세는 불법”…대법원 최종 결론만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여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사라지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지만,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IEEPA가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중대한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지만, 이들 중 어떤 조치도 명시적으로 관세, 관세 부과금,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을 부과하거나 과세할 권한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무제한적 권한을 주려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법은 관세(또는 그런 종류의 동의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도 갖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앞서 미 국제무역법원(USCIT)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이에 즉각 항소했는데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번 결정은 항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든 관세는 유효하다"며 “오늘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들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올 것이고 우리를 재무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며 “미국은 더 이상 거대한 무역적자, 다른 나라들이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그것(관세)들을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법원 상고 방침을 시사했다. 항소 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확정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는 취소된다. 이에 따라 한국 등 상호관세 부과 대상국이 트럼프 행정부와 벌여왔던 합의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철강, 반도체, 의약품 등 제품에 부과하거나 부과할 예정인 품목 관세는 해당이 안된다. 미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많은 파트너들이 미국과 프레임워크(틀)에 도달했고 일부는 아직 협상 중"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문서가 없이 구두로 합의한 일본과 한국은 법적으로 더 명확해질 때까지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노력을 늦추면서 자동차 관세 인하를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이라며 50%의 관세 폭탄을 받은 인도는 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튀르키예, 이스라엘과 무역 중단 재확인…“항구·영공 일부 폐쇄”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의 직접 무역 중단을 재확인했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의회에서 이스라엘 가자전쟁과 관련한 튀르키예의 조치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무역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또 피단 장관은 “튀르키예는 무기와 탄약을 이스라엘로 옮기는 화물선이 우리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스라엘) 항공기가 우리 영공을 비행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튀르키예 외교 관계자는 “피단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의 항공기와 무기 또는 탄약을 수송하는 항공기를 의미한 것으로, 상업 항공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튀르키예의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대응한 포괄적인 외교적·법적·경제적 조치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겨냥한 말살정책)라고 칭하며 거세게 비판해왔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의 교역 규모는 2023년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2023년 10월 7일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2024년 5월부터 양국 무역은 전면 중단됐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美 법원 “관세 대부분 불법”…트럼프 “철회되면 국가 재앙”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부과한 관세 대부분이 불법이라는 미 항소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모든 관세는 유효하다"며 “오늘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지만 결국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들 관세가 사라지면 국가에 총체적 재앙이 올 것이고 우리를 재무적으로 취약하게 만든다"며 “미국은 더 이상 거대한 무역적자, 다른 나라들이 부과한 불공정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감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도움 아래 우리는 그것(관세)들을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도록 사용할 것"이라면서 대법원 상고 방침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해 여러 조치를 취할 중대한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한다"면서도 “이들 중 어떤 조치도 명시적으로 관세, 관세 부과금, 또는 그와 유사한 것을 부과하거나 과세할 권한을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회가 IEEPA를 제정하면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무제한적 권한을 주려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법은 관세(또는 그런 종류의 동의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명확한 한계를 담은 절차적 안전장치도 갖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한 국제무역법원(USCIT)의 지난 5월 28일 판결에 정부가 항소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유입 문제로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부과한 관세와 지난 4월 발표된 상호관세가 소송 대상이다.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는 해당하지 않는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번 결정은 항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0월 14일까지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정부가 이번 결정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정치편향적"이라면서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서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국제 금가격 또 신고가…‘금값 4000달러’ 시대 오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1년 이내 4000달러 돌파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금 12월 선물 가격은 온스당 3516.10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 8일 기록된 3491.30달러였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4월 급등한 이후 3200~3400달러선 범위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가격 상승에 방향성을 잡은 모양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정책 (금리가) 제한적인 영역에 있는 상황 속에서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7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 금값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3% 상승해 모두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7.5%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 전(84.7%)보다 더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점도 금값에 호재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금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달러 가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내년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예측한 피델리티의 이안 샘슨 다자산 펀드매니저도 최근 서한을 공개해 미국 경제가 앞으로 몇 달 이내 둔화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샘슨 매니저는 “금리 인하, 끈끈한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는 모두 금값 강세를 가리킨다"며 “미국 재정적자 규모 확대는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켜 금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도 증가시킨다"고 덧붙였다. 일각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연준을 향해 압박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후퇴하는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달러 가치가 반등해 금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아타칸 바키스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이 계속된다면 달러가 하락하고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는 모양으로 미국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부채와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반발이 점점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50년 넷제로 시급한데…“석탄 수요로 달성 더 어려워졌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국제사회의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최대 석유공룡인 엑손모빌은 28일(현지시간) 연례 '글로벌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2030년까지 약 360억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50년에는 270억톤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현재 배출량 대비 약 25% 감소한 규모다.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포집 및 저장(CCS), 수소, 바이오연료 등 친환경 기술 확산으로 탄소배출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전망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만으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글로벌 탄소배출량이 110억 톤 수준으로 줄어야 2도 이하 목표가 가능하다고 제시한 바 있다. 심지어 올해 엑손모빌이 예측한 2050년 글로벌 탄소배출량 전망치는 작년에 발표된 보고서 대비 4% 증가한 수치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견고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실제 작년과 비교해 올해 발표된 보고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석탄 비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석탄소비는 88억톤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감축을 약속했지만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 비중이 14%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2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IPCC가 요구하는 석탄 비중 목표치인 5%와는 큰 격차가 있다. 또 석유와 천연가스 비중은 55%로, 지난해 전망치(56%)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2050년 화석연료 전체(석탄·석유·천연가스) 비중을 67%로 예상한 바 있다. 단순 계산하면 작년에 예측된 2050년 석탄비중은 11%로, 올해 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는 의미다. 엑손모빌은 석탄 수요 확대 배경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발전 구조를 꼽았다. 크리스 버드살 경제·에너지·전략 계획 총괄은 기자들에게 “전 세계적으로 석탄을 이용한 발전 비중이 다시 늘고 있다"며 “석탄발전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석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에너지 믹스에서 석탄 비중이 지난해 11%에서 2050년 3%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비(非)OECD 국가들의 경우 같은 기간 34%에서 19%로 줄어드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여전히 석탄발전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중국에서 21기가와트(GW)의 석탄발전소가 새로 가동됐다고 밝혔다. 상반기 기준으로 봤을 때 이는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같은 기간 새로 착공되거나 건설이 재개된 석탄발전소 규모는 46GW에 달했다. CREA는 “정책적 조치가 없다면 석탄발전소가 새로 가동되는 추이가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석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폐쇄 대상인 석탄발전소들의 수명이 연장됐다. 미국 석탄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 에너지부는 연방전력법 202조(c)에 의해 가동 중단을 앞둔 미시간주 JH캠벨 석탄발전소를 지난 5월 말부터 90일 동안 연장하라는 긴급명령을 두 차례 연속 내렸다. 이에 따라 이 발전소는 오는 11월 19일까지 강제로 가동된다. 올해 폐쇄 예정인 펜실베이니아주 에디스톤 화력발전소도 가동이 90일 연장됐다. 해당 법안은 전력수급이 불안해지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 에너지부 장관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한편, 엑손모빌은 전기차 판매 둔화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30년 정도에 정점에 도달하고 2050년에도 하루 1억배럴 이상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발전 확대에 힘입어 2050년 글로벌 수요가 지난해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재명 정부 해상풍력 늘리는데…세계 곳곳선 ‘탈출 러시’

이재명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설비를 대폭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세계 각국에선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되면서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도쿄 인근 지바현 1곳과 북부 아키타현 2곳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장에서 모두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세계적인 자재·인건비 인상 등으로 지난 2월 사업 재검토에 나섰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미쓰비시는 성명에서 2021년 해상풍력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환율,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해상풍력 사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나카니시 카츠야 미쓰비시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했지만 건설비용은 입찰 당시 예상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앞으로 더 오를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가 설정한 재생에너지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본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40%까지 늘리고 풍력비중 또한 4~8%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NEF(BNEF)의 우머 사디크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이미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철수로 목표 달성이 더욱 힘들어졌다"며 “일본 에너지믹스는 당초 계획보다 더욱 탄소집약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쓰비시의 해상풍력 사업 철수는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의 위축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영국 해운시장 분석기관 MSI는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정치·경제적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전 세계에서 300기가와트(GW)에 달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들이 취소, 중단 혹은 연기됐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생에너지를 사기라고 부르며 특히 풍력에 강하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풍력발전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리 젤딘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의 경제성에 대해 일관되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며 “풍력이 환경, 어업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는 비싸고 안정적이지가 않으며 중국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완공을 앞둔 미 로드아일랜드주의 '레볼루션 윈드' 풍력발전 사업을 중단하라고 최근 명령했다. 이 여파로 사업 시행사인 덴마크 오스테드의 주가는 2016년 6월 첫 상장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최근에는 메릴랜드 해안과 델라웨어 연안에 개발 중인 US윈드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 승인 철회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해상풍력 개발이 적합하다고 지정된 해역인 풍력발전구역(WEA)의 지정을 모두 무효화하기도 했다. 호주에서도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미국 해운전문매체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기업 에퀴노르는 지난달 호주 타즈매니아 인근의 '베이스 해상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포함해 3건의 사업에서 모두 철수했다. 스페인 에너지 업체인 블루플로트 에너지도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호주 빅토리아주에 건설 중인 2GW 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지난달 중단했다. 유럽에서도 해상풍력에 대한 인기가 시들어가고 있다. 독일 해상풍력협회(BWO)는 이달초 성명을 통해 북해 2건의 해상풍력 사업에 단 한 건의 입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테판 팀 BWO 대표는 “투자자들이 독일 해상풍력 시장에 관심을 잃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에서도 입찰자 부족으로 2G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 입찰을 연기하기로 했다. 오스테드는 또 지난 5월 영국에서 진행 중인 '혼시4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이 위축받는 배경엔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재생에너지 단체 리뉴어블UK의 닉 히버드 매니저는 “철강 및 희토류와 같은 원자재 비용 증가와 선박, 케이블, 스위치기어 및 변압기 등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실제 해상풍력 발전비용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기타 재생에너지 발전원보다 여전히 높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가 지난 6월 발표한 연례 '18차 LCOE(균등화발전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해상풍력의 LCOE는 1MWh(메가와트시)당 113달러로 분석됐다. 이는 태양광(58달러), 육상풍력(61달러), 복합 사이클 가스 터빈(78달러), 지열(88달러) 등 보다 높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우드맥킨지의 소렌 라센 해상풍력 시러치 총괄도 작년말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해상풍력 평균 발전 비용이 MWh당 230달러로, 2년 전보다 30~40% 뛰었다"며 “육상풍력 평균 비용인 75달러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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