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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주항공 2216편 참사 중간 결론, 겸허히 받아들여야

작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참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해당 사고에 대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중간 조사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사조위는 음성 기록 장치(CVR)과 비행 기록 장치(FDR) 판독을 근거로 기계적 결함은 없었고 조종사가 엔진을 잘못 끈 과실의 정황이 확인됐다고 결론냈다. 이어 내년 4월 경 최종 결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6월 중 공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중간 결과 발표에 대해 제주항공 조종사 노동조합(JPU)와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유가족들은 사조위가 기장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실상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불복하는 셈이다. 조종사 단체들은 비상 상황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고인이 된 동종업계인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항공 사고의 60~88%는 인적 오류(Human Error)에 기인한다는 통계가 존재하는 만큼 '기장 무오주의(無誤主義)'를 경계해야 한다. 제주항공 2216편 사고 조사에는 △사조위 8명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1명 △미국 연방항공청 2명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2명 △유럽 항공안전청 2명 △보잉 2명 △GE사프란 8명 등 총 25명이 참여했다. 외국의 권위 있는 기관들과 기체·엔진 제작사 관계자들이 합동 조사단원 자격으로 참여했다는 건 사조위가 입맛에 맞는 결론을 독단적으로 도출해낸 게 아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조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사조위의 중간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핏대 세우는 건 국제 공조 결과 역시 부정하는 셈이기에 지양해야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ICAO Annex) 13과 사조위 운영 규정 제29조는 사고 조사에 관해 사고 당사자와 유가족 등 이해 관계자의 제척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고 조사 과정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표준으로 이해 관계자의 개입을 허용할 경우 과학적인 조사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에 명문화 됐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부분을 모를 리 없는 조종사협회가 “사고 조사에 유가족 단체가 지정하는 외부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조사 진행 전 과정을 재검토하라"고 성명을 낸 건 대놓고 이해 관계자 개입을 요구한 것이자 다소 감정이 실린 대응이어서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물론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에 있어 독립성 논란이 제기된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고,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언급해 괜한 논란을 촉발한 건 매우 아쉽다. 하지만 국내에서 항공 사고 조사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가장 폭넓게 보유한 곳 역시 사조위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진상 규명을 향한 여정은 길고 험한 법이다. 사조위의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하고 최종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피로 쓰인 항공 안전을 지키는 첫걸음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이재명 대통령의 추측과 엥겔스의 분석

“제가 추측되는 얘기를 한번 해 볼까요? 임금이 총액이 너무 낮아서 8시간씩 일을 시키면 일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닙니까, 혹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사망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SPC삼립 시화공장을 25일 직접 방문해 개최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5월 19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끼어 숨졌다. SPC그룹에서는 2022년 10월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졌고, 2023년 8월에는 또 다른 계열사인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등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등에 “이번(지난 5월) 사고 시간이 몇 시였나"라고 물었고 김 대표는 “새벽 2시50분이었다"고 답했다. 또 “2022년에도 끼임 사망 사고가 있었는데 몇 시였나"라고 물었고 이에 김 대표는 “그때도 새벽 시간이었다"고 했다. 고인들이 “주야, 번갈아 가면서 근무"하는 2교대 근무 중에 사고를 당했는데, 이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2교대 근무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허영인 SPC 회장에게 “경영 효율을 보면, 근로자가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면 8시간을 초과하는 4시간에 대해서는 150%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 않나"라며 “경영자라면 8시간씩 3교대를 시키는 게 임금 지급상 더 효율적이지 않나"라고 말한 뒤 모두의 추측, “8시간씩 일하면 임금 총액이 너무 낮아서 일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닌가"를 제시했다. 나는 SPC삼립 사고를 보며 프리드리히 엥겔스 (1845년)의 한 대목을 떠올렸다. “도자기 공장에 고용된 아이들은 식사 시간 내내 어머니가 밥을 먹여주어야만 한다고까지 전해지는데, 아이들이 너무 지쳐서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란 내용이다. 인용문의 어머니는 노동 현장에 있지만 노동하지 않는다. 아이보다 어머니를 고용하는 게 더 나았겠지만, 자본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동노동이 불법인 지금으론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로, 아이의 인건비가 어머니보다 쌌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덤이다. “밤에 12시간씩 일하면 힘들다. 졸립다. 그러면 당연히 쓰러지고 (기계에) 끼일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이 지적이 옳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 말고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는 장시간 노동을 택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게 8시간씩 3교대가 12시간 2교대보다 얼핏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같지만, 저임금-장시간 일자리가 노동자를 확보하는 데엔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예측할 수 있고 방지도 할 수 있는데 왜 똑같은 일이 벌어지나"라며 이 대통령은 “추측할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예방을 위한 비용과 사고가 났을 때의 대가가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의 추론과 해법은 전반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장과 자본이 부담할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확실히 크다면 기업은 예방에 투자하게 된다. 비정하게도 자본에겐 인간의 목숨보다 손익계산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은 8시간 노동만으로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 임금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노동시장과 경영논리, 금융시장 등 이해관계와 제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당장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인건비에 손대는 것보다 차라리 예방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걸 기업은 더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람 목숨 지키는 일도 비용으로 설득해야 한다. . 안치용

[EE칼럼]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한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후 한전이 공고하고 시행한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절차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한전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그 수준에 대한 한전의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데 전기요금처럼 중요한 공공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여 인상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부서끼리 긴밀한(?) 협의를 마친 후 이를 한전에 알려주면 한전은 이렇게 정해진 전기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한 후 위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시행한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요식행위의 주체만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8월 한전 주주들은 2조8천억 원 규모의 배임 손해배상소송을 당시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제기하였다. 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임기만료 1주일 전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4.9%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어 한전 이사회가 4.9%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주문으로 내어 의결되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태로는 최소한 10% 이상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소송 이유다.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작은 폭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책임은 한전에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전 주주들은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그런데 이제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상장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대주주인 정부 이외의 소액주주 이해를 이사회가 무시해도 배임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상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진을 견제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2011년 9월 공석이던 한전 사장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임명됐다. 김중겸 사장의 주도로 2011년 11월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가결해 버렸다. 한전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인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전 이사회는 2012년 5월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한전 이사회도 별수 없이 2012년 8월 4.9% 소폭 인상안을 가결해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중겸 사장은 결국 2012년 11월 사퇴했다.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충분하지 못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부결해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6조 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31조 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으로는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허용했던 전기요금의 찔끔 인상은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 당하기에 딱 좋다. 전기요금 인상안뿐 아니다. 가스공사 이사회도 지금까지 가스공사의 이해와 맞지 않으며 주주의 이해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가스전으로부터 들여오는 LNG 도입가격을 정부는 국민부담을 생각해서 낮게 책정하려고 하겠지만 가스공사와 주주를 위해서는 이를 가급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더이상 상장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요식절차가 아니게 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우선과 밸류업(Value-Up)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조성봉

[특별기고]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의 숨은 열쇠는 ‘기상’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숨 막히는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날씨 기사에는 '가장 더운', '역대 최고'와 같은 수식어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9℃(도)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이었고, 7월에도 전국 곳곳의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무더위와 거듭해서 새롭게 쓰이는 기록들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과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의 4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은 60.2%, 미국과 일본은 각각 34%, 35.5%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2%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조만간 확정될 정부 국정과제를 토대로,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다. 여기에는 햇빛과 바람이 연료로 쓰이기에, 날씨에 의해 발전 여부와 발전량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이 해를 가리면 태양광발전이 되지 않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지 않으면 전기가 생산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정확하고 상세한 에너지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전력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기상정보에는 제공되지 않던 발전단지 위치의 일사량 예측정보, 풍력발전기 높이에 해당하는 약 80~220m 고도의 바람 예측정보 등을 필요로 했다. 기상청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전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관련 기관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재생에너지 맞춤형 기상지원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과 천리안 기상위성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신뢰도 높은 일사량·바람 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실증 발전단지 기상관측장비의 관측값과 예측값을 비교·검증하며 기술을 개선해, 내년 하반기부터 에너지기상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 세계 기후위기 극복과 각국의 경제 성장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하늘과 자연이 가져다주는 소중한 친환경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와 직결될 것이다. 기상청은 몇 시간 후부터 며칠 후까지의 일사량과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에너지 기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기상청도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

[기자의 눈] ‘의사 출신’ 정은경 복지장관, 산업계 목소리도 귀 기울이길

정은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의료보건 및 제약바이오업계의 기대가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출신인 정 신임 장관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1년 반 끌어온 의정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질병관리청장으로서 보여준 위기관리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체계 구축과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에 대한 포부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정 신임 장관이 한의약의 과학화·표준화·세계화를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줬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바이오헬스 업계도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을 밝힌 정 장관에게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정 장관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정 장관은 의료인력의 적정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의료 확대 방침에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해 얼마나 의료인력을 늘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특히 제약업계는 정 장관이 밝힌 제네릭(복제약) 약가인하 방침에 우려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제네릭 매출 비중이 큰 국내 제약업계에 제네릭 약가인하는 제약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주요국에 비해 비싼 것은 맞지만 반면 신약 약가는 주요국에 비해 낮다. 우리 정부는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정책을 통해 제약사의 신약개발 의지를 고취시키고 고수익 신약 중심으로 수익구조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신약이든 제네릭이든 약가인상은 곧 환자 및 재정부담 증가라는 점에서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약가체계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외에도 바이오업계는 정 장관에게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마련을 기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등을 통한 제약바이오 강국 실현을 강조했지만 현재 K-바이오백신 펀드는 1~4호 펀드 합쳐서 조성 금액이 3800억원대에 그치며 집행률도 20%대에 불과하다. 바이오업계는 수 천억원대 메가펀드보다 수 백억원대 소규모 펀드를 다수 조성해 초기 개발 단계의 바이오벤처에게 시의적절하게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업계로부터 두루 환영과 기대를 받고 임기를 시작한 정 장관이 국민보건증진과 산업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의 가상화폐 3법이 일으킬 파장

트럼프가 의도적 자산 버블을 위해 크립토 3법을 소위 가상화폐의 주간(Crypto Week)이라고 불린 최근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가상화폐 3법(크립토 3법)은 각각 클러리티(Clarity)법, 反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Anti CBDC)법, 그리고 지니어스(GENIUS)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살펴보면 클러리티 법,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으로 분류하여 증권거래위원회(SEC) 대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디지털 상품을 감독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약한 기구에 감독권을 주어 코인의 상품화를 확장시켜 준 법이다.또 反 CBDC 법은 스테이블 코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국이 CBDC를 이용해 자국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화폐 패권화에 대한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하면서 달러 패권을 굳건히 하려는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니어스 법 (Genuine Innovation through Efficient Operation of Networks and Interoperability of US Stablecoins Act)은 코인이 합법성을 부여받았고 달러와 미 채권의 유동성 증가의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재미나는 것은 의원 및 그 가족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지만 대통령과 그 가족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대통령과 그 가족들은 밈코인 사업을 계속 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버블이 생기는 것은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실질 금리를 낮추기 위한 또 다른 양적 완화를 실시하고 아니면 그에 준하는 유동성 공급을 하거나 중앙정부가 중앙은행을 통제하는 방법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중앙은행 통제와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두개의 풍선을 트럼프는 불고 있다. 우선 중앙은행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파월을 협박하여 금리를 내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서 달러의 패권을 굳건히 하고 달러의 보급을 확대하면서 감세로 인한 채권 발행 부족분을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창출하려고 한다. 비트코인은 자산 축적의 기능이 강하지만 상거래의 교환 수단으로 달러 스테이블 사용이 확대된다면 향후 결제 기능이 현재 SWIFT 시스템에서 간편한 코인으로 이동할 거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 그들의 최고 수출품인 달러가 더 많이 세계 시장에 펴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면서 버블을 키울 수 있게 만들었다. 당장 중남미의 마약상들이나 중국의 부호들은 자국의 외환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으로 자금 이동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극단적으로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해 달러가 세계 통화가 될 지도 모른다. 자산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미국의 새로운 버블로 인해 이익을 얻을 기회가 또 창출될 것이다. 새로운 버블로 미국 주식이 오르고 우리도 배당금 분리과세와 주식시장 친환경적인 법률과 규범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로 코스피 추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서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악용해 검은 세력들이 국내 외환거래법을 피해 달러를 자유롭게 해외로 송출할 수 있다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국내 자금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읖 통해 해외로 나간다면 우리 국가 산업의 자본이 줄어들어 국가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의 큰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다만 외화의 무분별한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또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거다. 최용

[EE칼럼] 진짜 RE100은 솔선수범에서 시작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귀족은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갖는다"라는 프랑스어다. 이 표현은 오늘날 사회 지도층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조할 때 종종 사용된다. 지금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 100%(RE100)'이다. 최근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RE100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대대적 전환을 요구하며, 이는 국민과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과 삶의 변화를 수반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논란이 있는 RE100 정책을 주창하는 리더들은 말로만 설득할 것이 아니라, 직접 실천을 통해 RE100의 가능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목표만 강조한다면, 오히려 정책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환경부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 장관이 자신의 임기 동안 'RE100 리빙랩(Living Lab)'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는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과 자택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하는 실험이다. 옥상이나 주차장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전기를 사용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갖추는 것이다. 냉난방, 조명, 컴퓨터는 물론 출퇴근 차량까지 모두 이 시스템에 연동하고, 실시간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재생에너지만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업무 수행이 가능한지, 그 과정에서 어떤 불편과 한계가 있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서류상으로만 RE100을 맞추는 거다. 실제로는 화석연료로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구매해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고 주장하는 방식은 진짜 RE100이 아니다. 이러한 행태는 해외 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4년 초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이 '2040년까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공언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그 이행 방식을 살펴보니, 공장과 사무실 운영은 가스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고 그 양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실제 소비지가 다르고, 생산 시간과 사용 시간도 맞지 않아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는 제한적이면서 기업의 전력 비용만 늘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마치 진짜 RE100인 것처럼 포장되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 전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정부가 조성할 RE100 산업단지도 원자력이나 가스 발전은 배제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ESS만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 진짜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ESS와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전력 소비 현장에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RE100을 강력히 주장하는 언론사와 환경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언론사는 자신들의 주장에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직접 겪어보고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언론사는 신문 인쇄기, 방송 장비, 데이터 서버 등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시설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전에 나서야 한다. 흐리고 바람 없는 날에도 취재와 편집, 송출에 문제가 없는지, 마감 시간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을 직접 겪어보고 그 전 과정을 독자에게 솔직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 환경단체도 사무실 운영과 모든 활동을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하고, 이로 인한 장단점과 소요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진정한 변화는 책임지는 리더십으로부터 시작된다. 정부, 언론, 환경단체 등 사회 지도층이 RE100의 가능성과 한계를 일상의 실천으로 보여준다면, 국민과 기업은 이를 현실적인 목표로 받아들이고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진짜 RE100을 할 때다. 문주현

[데스크칼럼] 의료용대마는 마약, 합성니코틴은 공산품?

지난달 대법원은 대마초에서 추출한 의료용 성분 '칸나비디올(CBD)'도 마약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 화장품 원료 수입업자가 환각작용이 없는 성분인 CBD를 수입하려다가 통관이 거부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현행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상 대마초가 마약류로 분류돼 있는 만큼 대마초에서 추출한 성분은 환각성분 유무와 관계없이 마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 국내법이 모든 대마초 품종을 마약류로 분류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유엔과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뇌전증 등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천연성분인 CBD를 다량 함유하면서 환각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은 거의 없는(THC 건조중량 0.3% 이하) 새로운 대마 개량품종 '헴프' 종을 기존 마약 제조에 사용하는 '마리화나' 종과 별개의 품종으로 구분해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법적으로 헴프종도 마약류로 남아있다. 이 때문에 헴프 종에 미량 남아있는 THC를 100% 제거해 순수한 CBD만 생산해도 국내 상용화는 물론 해외수출 길도 사실상 막혀있다. 이 때문에 국내 CBD 생산기업은 제조공장을 해외로 옮기기도 한다. 6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CBD 시장에서 우리나라보다 CBD 추출 기술이 뒤쳐졌던 일본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다는 것도 업계의 한탄이다. 마약 규제를 엄격히 하려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성분이나 효과'가 아니라 대마 식물이라는 '출처'만을 기준으로 규제하는 현행법의 경직성은 품종 개량 등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의 경직성은 담배 산업계의 '합성니코틴' 논란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현행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상 '담배'는 '연초(담뱃잎)'를 원료로 한 제품에 한해 규제대상으로 삼는다. 합성니코틴은 담뱃잎에서 추출되는 천연니코틴과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인공적으로 제조된 화합물로, 천연니코틴보다 순도가 높아 중독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담배 식물에서 추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합성니코틴으로 만드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 판매 금지나 경고문 부착 등 담배에 적용되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청소년은 무인판매기나 온라인 등에서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액상전자담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코카인 등 마약 성분을 섞어 국내에 들여오려던 해외 일당이 검거되는 등 액상형 전자담배가 새로운 마약 전달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를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도 일부 국회의원과 합성니코틴 수입업자의 반대에 막혀 국회 통과가 계속 불발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22년부터 합성니코틴 제품도 미국식품의약국(FDA)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켰고 일본, 영국 등도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품종 개량, 화합물 합성 등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마약 및 중독성 기호품에 대한 입법체계의 경직성은 국민보건증진과 신흥산업육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김성우 칼럼]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최근 우연히 지난 5월 공개된 흥미로운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비영리 안보 정책 연구소인 Council on Strategic Risks가 발간한 'The National Security Rationale for Japan's Transition to Renewable Energy'라는 제목의 보고서이다. 바이든 행정부 국방부 환경 및 에너지 안보 담당 부차관보와 사사카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의 국가안보 및 미일 프로그램 연구원의 통찰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일본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83%가 화석연료) 수입하는 현실이,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심각한 경제 안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야말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지정학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길임을 제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과제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의 상관성을 조명한 것이다. 그럼 일본과 사정이 비슷한 한국의 입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 졌고, 세가지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를 연결하는 첫번째 키워드는 에너지자립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에너지 총 소비량 중 석유가 39.2%, 석탄이 21.9%, 천연가스가 19.7% 를 차지해 화석연료가 80%를 넘는다. 더욱이, 2023년 기준으로 석유는 중동에서 71.9%를 수입하고, 석탄은 호주에서 40%이상 수입하는 등 수입지역 편중과 높은 수입 의존도(2023년 기준 93.9%로 추정)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으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산업경쟁력 저하로 인한 국가 경제 악화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해져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은 에너지자립에 기여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수입에 1달러를 투자하면 연간 가스 수입에서 1달러를 절약하면서도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재생에너지의 안보적 가치를 예시한 바 있다. 두번째 키워드는 기후회복력이다. 기후회복력이란 기후 변화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을 말한다. 당장 이번 달에 우리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직후 400mm에 달하는 폭우를 맞는 유례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기후플레이션은 밥상 물가를 포함한 국민 생활 물가는 물론 이를 재료로 하는 산업에도 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실제로 7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면서 배추 가격이 한 달 만에 31.1% 폭등하는 등 기후플레이션의 심각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이 아닌 지역별 분산형 에너지공급이 주를 이루는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 기후재난으로 인한 정전 범위가 줄어드는 등 비상시 대응이 비교적 용이하고,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역할도 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세번째 키워드는 국방력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에너지수급이 불안해 지거나 이상기후가 잦아 지면, 군사시설 운용에 차질을 초래해 국방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미 해군이 이미 수십억 달러를 기후관련 인프라 피해, 실제 리스크 대응에 투입 중인 이유다. 또한, 에너지수급 악화나 이상기후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국방비 지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자립도와 기후회복력을 높이면, 국방력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추가로 상술한 키워드들과 병행해서 고민할 지점이 있다. 이는 군사적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지난 2022년 영국 NGO들에 따르면, 군사적 활동이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5.5%를 차지하여 이는 항공 및 해운산업을 합친 것 보다 많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 기후회복력을 갖추어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군사적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이상기후가 다시 군사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도록 군사적 활동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견이 적을 것 같다. 김성우

[기자의 눈] 소비쿠폰 덕 못보는 대형마트, 할인 행사 부담만

휴가철이 낀 3분기 업계 전통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대형마트들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정부가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돼 아쉬운 듯 입맛만 다시는 실정이다. 민생지원금 대상은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업체·가맹점으로 제한돼 있는데, 소상공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상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유동성 확대에 따른 소비 여력 회복으로 시장 전반에 낙수 효과가 확산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여기에 수요 확보를 위해 주요 먹거리 위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까지 펼치면서 방어전까지 펼치는 모양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시장에서 바라보는 대형마트 경기 전망은 유독 낮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전망치는 전 분기(75) 대비 27포인트(P) 오른 102였다. 2021년 3분기(106) 이래 4년 만에 기준치(100)를 넘은 수치다. RBSI는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업태별로 편의점(108)과 온라인쇼핑(105)가 기준치를 상회하고,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각각 100을 기록했다. 반면 대형마트(89)만 기준치를 하회했다. 시장에서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것을 주 원인으로 꼽지만, 단지 이 이유만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당 지표에서 대형마트와 같이 소비쿠폰 사용이 불가능한 백화점·온라인쇼핑몰은 긍정적인 전망치를 보여서다. 실제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함께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오전 10시), 새벽배송 금지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반면 오프라인 가운데 대형마트만 0.8% 감소했다. 소비쿠폰 수혜가 물 건너 간 가운데 울며 겨자먹기로 할인까지 주도해야 하니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는 8월 6일까지 주요 대형마트들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축산물 등 수요가 많은 품목을 최대 40% 저렴하게 선보인다. 유통업체 모두 정부 지원에 더해 자체 할인을 의무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내수 진작을 목적으로 정부가 현금성 지원까지 꺼냈지만, 고통 분담만 요구하며 오프라인 마트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 침체 속 주요 대형마트들도 실적 부진 등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에 걸쳐 형평성 있는 정책 설계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려는 시각이 필요하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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