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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삼성 ‘갤럭시 XR’의 미래는 애플과 다를까

“기업 및 개인 사용자 모두에게 일상의 기기로 거듭나겠다." 최근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헤드셋 신제품 '갤럭시 XR' 공개자리에서 내놓은 출사표이다. 단순한 신제품 소개가 아니라 XR시장 주도권을 노린 선언으로 들렸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애플도 실패한 XR시장에서 과연 삼성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 불과 1년여 전, 애플도 '같은 꿈'을 꿨다. '비전프로'는 애플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시장에서 홀대를 받았다. 높은 가격과 제한된 콘텐츠, 불편한 착용감이 모두 발목을 잡았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결국 애플은 후속 헤드셋을 접고, 스마트글래스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삼성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애플이 포기한) 지금이 절호의 타이밍"이라는 자신감의 근거는 인공지능(AI)이다. 갤럭시 XR에는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기반의 '제미나이 라이브'가 탑재돼 사용자가 보고 듣는 것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단순히 가상공간을 보여주는 기기가 아니라 AI가 감각을 함께하는 '지능형 XR'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직접 착용해 본 갤럭시 XR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상의 도시를 거니는 동안 실제 거리의 소음과 바람, 사람들의 움직임이 오버랩되며 몰입감을 높였다. 유명인물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콘텐츠도 신선했다. 그럼에도 XR 헤드셋의 대중화는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여전히 제품의 부피와 착용감 등 물리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는 '사용자가 매일 쓰고 싶을 만큼의 동기(매력)'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와 직결된다. 삼성은 기술면에서 확실히 앞서 있다. 애플이 아직 폴더블폰도 내놓지 못한 사이 11월에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 공개로 두 발 앞서 나갈 채비다. AI 스마트폰 경쟁에서도 한발 빠르다. 만약 XR 헤드셋마저 시장의 공감을 얻는다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을 손에 쥘 수도 있다. 문제는 포스트 스마트폰의 승부 기준이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자의 일상에 얼마나 스며들 수 있는가, 이 '한 끗 차이'가 삼성을 살릴 수도, 반대로 잊히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갤럭시 XR'은 가상이 아닌 진짜 현실의 시험대인 셈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성우 시평] ESG, 위기를 돌파하는 아시아의 새 해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0월 13일~14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캠브리지 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회사와 국제 로펌 소속 ESG 전문가들 중 약 30명 내외로 선발해 ESG관련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대한 각 국가별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는데, 중국∙호주∙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아시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영국 전문가도 참여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변호사로 채텀하우스 규정 아래 구체적인 사례들 중심의 논의였다. 필자가 토론 과정에서 느낀 아시아의 ESG 흐름은 의무화/현실화/가치화라는 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첫째, 아시아의 ESG규제가 자율에서 의무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 국제공시표준에 연동해 단계별 ESG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 중이다. 상장기업·대기업의 기후 정보 의무 공개부터 추진 중인데,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본격 의무화할 예정이고, 일본도 2027년부터 의무화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진국의 규제가 아시아 지역 기업에 미치는 압력도 체감되고 있다. EU의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으로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 상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식별·시정하도록 의무화)나 EU Deforestation Regulation(EU 산림파괴 방지 규제로 팜유·커피·목재 등 상품의 수입 시 원산지의 산림 훼손이 없음을 입증)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중국 등도 자국 공급망 투명성, 인권 실사 체계를 갖추기 위한 현지 법령을 준비 중이다. 둘째, ESG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규제 시기나 강도를 조절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본래 올해부터 상장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불확실성 및 기업들의 준비 격차를 이유로 지난 8월 의무화 시기를 조절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시아가 국가별 상황에 맞게 정책을 현실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및 EU의 ESG규제 속도 조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EU의 규제 간소화는 ESG 목표의 후퇴라기 보다는 규제 이행의 현실화가 주된 이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데, EU의 탄소국경세 규정 완화로 많은 회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전체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대상으로 남아, 정책 목표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 등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주거나 면제를 해 주는 현실적 조치라는 뜻이다. 셋째, ESG를 통해 실질적 회사 가치를 높이거나 가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이다. ESG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ESG 관련 비용에 민감하게 되자, ESG를 통한 실질적 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ESG 정보 공개 자체 보다는 실질적 데이터의 품질이나 적합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 이행 없이 홍보 목적의 공개만 하거나 목표를 과하게 제시했다가 이행 추적으로 그린워싱 시비에 휩싸여 회사 가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ESG로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에너지전환 추세하에서 인도의 전기차 회사는 적기에 프리미엄 전기차 시리즈 개발에 투자함으로서 9월 기준 인도 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 40%로 승용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직접적 재무효과 외에도 평판, 자본 유치, 보험(ESG·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거절), 정부 보조금·세제혜택 활용 등 다층적 가치요인도 발생한다. 한 투자회사가 투자대상회사들을 대상으로 ESG 진단을 실시한 결과 우수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이 보통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에 비해 평균 168% 더 많은 자금을 유치했고 기업 가치도 62% 높았다는 예시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미 유행이 지나간 ESG에 대해 한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상세히 들어 보니, ESG를 의무화하되 현실을 고려해 이행하고 이를 회사 가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혹시 이들은 아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ESG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김성우

HD현대, 2025년 부사장·전무·상무 인사 단행…총 80명

24일 HD현대는 2025년도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 인사로 모두 80명이 승진·발령됐다. 이날 인사에서 류홍렬 HD현대중공업 전무 등 7명이 부사장으로, 정창화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무 등 20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고 장용준 HD현대오일뱅크 수석 등 53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됐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룹 전반의 사업 조정과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속한 조직 안정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미국 등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실행력과 전문성이 검증된 인재들을 중용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임원 인사에 이어 12월 초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2026년 경영 계획 전략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 이를 통해 내년도 사업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확정해 그룹의 미래 전략 추진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임원 인사 명단] ◆HD한국조선해양 △전무 박준수, 박명식, 이운석 △상무 김진권, 정영균, 이재준, 하성원, 김민국, 박종완, 김성훈 ◆HD현대중공업 △부사장 류홍렬, 박용열, 여용화, 최헌 △전무 최병기, 남철, 김산, 강병국, 성석일, 김광우, 최용대 △상무 권대혁, 이종석, 최우철, 김형호, 윤우석, 노준섭, 김해원, 조성윤, 이봉수, 허동헌, 차정보, 안주용, 이용화, 송창현, 권우철, 김종원, 김정일, 신형식, 최태복 ◆HD현대미포 △전무 진상호 △상무 전성진 ◆HD현대삼호 △전무 이승환 △상무 노현석, 주종길, 김기섭, 한정우, 정호진 ◆HD현대사이트솔루션 △부사장 김승한 △전무 박흥근, 정창화 △상무 곽성규, 이병규, 조석현, 이동화 ◆HD현대건설기계 △상무 이동우, 이광명, 조건재 ◆HD현대인프라코어 △상무 정오철, 이병철, 박진규 ◆HD현대오일뱅크 △부사장 오태길, 김종철 △전무 정성균, 문장주, 형성원, 조진호 △상무 장용준, 전기현, 김준흠 ◆HD현대쉘베이스오일 △전무 조성호 ◆HD현대일렉트릭 △전무 이찬주 △상무 박상봉, 강성수, 신동욱, 김홍규 ◆HD현대로보틱스 △상무 한기태 ◆HD현대에너지솔루션 △상무 이경원 ◆HD현대 △상무 배국현, 김지호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장인화 포스코 회장, 밴플리트상 수상…“美는 굳건한 성장 파트너”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한·미 경제 협력 및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4일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장 회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 '2025 벤플리트상'을 수상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 친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양국 간 이해·협력·우호 증진에 뛰어난 공헌을 한 개인·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의 현대화를 이끌며 '한국군의 아버지'로 불린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수 BTS 등이 있다. 올해는 장 회장과 함께 미 의회 한국연구모임(CSGK)도 수상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은 “미국 산업 생태계 재건과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지원해 양국 간 유대 강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장 회장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날 수락 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가치를 높여 온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받게 된 것은 더 없는 영광이자 특별한 의미"라며 “포스코그룹에게 미국은 성장과 도약의 출발을 함께한 가장 굳건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제철소 설립에 있어 미국 철강 산업이 큰 영감(Inspiration)이 됐고, 1972년 포스코 최초의 대미(對美) 수출은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관문(Gateway)'이 됐다"며 “1994년 국내 기업 최초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은 포스코그룹 성장 역사의 '이정표(Milestone)'가 됐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 취임 이후 철강을 비롯해 이차전지소재, 에너지 분야까지 그룹 핵심 사업 전반에 걸쳐 대미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제철소 합작 투자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유타주에서는 국내 기업 최초로 리튬직접추출(DLE) 기술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북미산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와 제조 산업의 공동 발전에 힘쓰고 있다. 장 회장은 한·미 관계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위해 “자동차, 조선,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의 핵심 소재 공급을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인텔리전트 팩토리 실현 등 미래 혁신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제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함께 열어 가겠다"며 "미국의 영원한(Life-long) 파트너로서 미래를 향한 여정을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데스크 칼럼] 이커머스 정산주기 단축, ‘선의의 규제’가 초래할 역풍

이커머스 정산주기 단축 규제가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제가 오히려 유통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직매입 중심의 유통 생태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산 기간을 일률적으로 60일에서 20일로 줄이면, 중소 납품업체 생존율 급락·독과점 심화·소비자 후생 감소 등 부작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정산주기 단축 규제의 경제적 영향' 토론회에서 발표된 실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정산주기 단축은 보호 대상인 중소 납품업체에 정작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 유병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정산주기를 60일에서 20일로 단축할 경우, 발주량 감소로 인해 플랫폼 파트너업체 생존율은 1년 뒤 평균 74% 수준으로 추락하며, 자금력이 취약한 하위 50% 플랫폼에서는 생존율이 48%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입점·납품업체 피해액은 연간 최대 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 구조적 부작용도 심각하다. 대형 납품업체와 소상공인 간 격차를 나타내는 시장 양극화 지수는 약 2.4배 확대되고, 이커머스 시장 집중도를 나타내는 HHI(독점화 지수)는 16.45% 상승해 독과점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직매입형 플랫폼은 정산 압박이 매입량 축소로 직결되며, 총거래액(GMV) 감소 폭이 중개형 대비 13.9%p 더 크게 나타났다. 그 결과 직매입형 피해액은 약 7.7조 원으로, 중개형의 1.9조 원 대비 4배 이상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는 정산주기 단축이 “선의의 규제가 오히려 고비용 구조를 낳아 중소기업을 더 먼저 퇴출시키는 역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직매입 거래는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납품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중소업체가 선호해왔으나, 정산 기간 단축은 유통업체의 현금흐름 부담을 키워 결국 매입 축소 → 납품 감소 → 재고 리스크 중소업체 전가라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률적 규제보다 정산주기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는 “운전자본 여력과 플랫폼 모델에 따라 정산주기를 차별화하지 않을 경우, 시장의 '롱테일'을 자르는 결과가 된다"며 “직매입·중개 모델별 차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자칫 소비자에게도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품 다양성 축소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소비자 후생은 약 8% 감소, 누적 손실액은 최대 1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규제 도입 취지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획일적 정산 규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잉 처방"이라며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주문했다. “정산의 공정성"이 아니라 “정산의 적정성"이 핵심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라지만, 그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키고 더 큰 문제만 발생시킨다면, 그 규제는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삼는 것과 진배없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볼만하지 않을까?

일상적인 거래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한 덕목 중에는 “안정성"이 있다. 극단적인 예로 식당 밥값이 하루는 만원이었다가 다음날 만오천원이었다가, 또 하루가 지나니 8천원이 되어있다면 밥맛이 뚝 떨어질 지경이다. 물론 대부분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식당의 경우 음식값을 달러로 매기는 특이한 식당이 있기는 하다. 이는 예외로 하자.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유통의 범위 측면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금방 소멸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원화는 한국을 떠나는 순간 내재가치가 영(零)으로 수렴하는 명목화폐 또는 법화인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의 그림자와 동일하므로 그 가치도 해외에서는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부정하고 싶어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국제화에 있지 않다. 앞서 예시를 들었듯이, 가격의 안정 측면에서 국내에서 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면 그것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없다. 한 예로 일부 우려와 같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스테이블코인이며 이를 활용하여 경제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달러로 표기해야만 한다.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는 이내 계산이 복잡해진다. 휴대폰을 꺼내서 현재 환율을 학인하고 이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원화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는 곧 매회 거래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나 가게에서 자동으로 계산하여 공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원화표시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이와 같이 가격변동이 나타나는 경우, 소위 “위험을 기피하는" 소비자는 소비를 꺼리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자주 변경하여 판매자 수익의 안정을 꾀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같은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낫다는 논의에 기반한다. 가격을 달러화로 책정하게 되면 원화표기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고, 원화로 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달러화 가격이 계속 변하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우리나라 소비자에게는 달갑지 않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를 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소비자는 달러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기 바랄 것이다. 한편, 이 물건 또는 서비스 가격이 익숙할 원화 단위로 얼마인지 가늠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므로, 원화표기 가격도 안정화되길 바랄 것이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의 딜레마라고 볼 수있다. 우리가 미달러화를 도입하거나 달러화 가치에 원화를 고정시키는 달러라이제이션(dollarization) 경제로 전화하지 않는 이상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열려있음을 의미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과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확장해가는 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들여와 정착시키는 것이 해외송금 등에서 일견 나아보일 수는 있을 것이나, 우리의 토양에서 태생한 시스템이 성장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리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이 비록 국내에 대부분 한정되어있고 달러에 비해 잠재력과 경쟁력이 약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우리나라도 이 자리에서 5천년을 버텼고, 원화가 아직 국제통화는 아니나 요동치는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도 아직 살아남았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어느나라보다 선진화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경우, 원화의 국제화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루어질 기회를 잡을 지도 모른다. 불안보다는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추진해볼만 하다. 김수현

[EE칼럼] 중국이 수소마저 우리를 추월하게 둘 건가?

수출경쟁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노동생산성이나 부존자원 같은 공급 요인이 핵심이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연구 이후 시장의 크기가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내수시장이 큰 나라일수록 생산이 빠르게 늘고, 그 힘이 수출 우위로 이어진다. 이른바 '자국 시장효과(Home Market Effect)'다. 이 원리는 중국의 기후산업 성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의 80% 이상, 풍력 부품의 50~70%, 전기차 배터리의 75~85%가 중국산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결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결과다. 이제 중국은 태양광·풍력·전기차를 넘어 수소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소에너지산업 발전 중장기계획(2021~2035)' 아래 수전해 효율 향상과 그린수소 확대를 추진하며, 지방정부는 500건이 넘는 지원정책으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CNPC 등 국유기업은 대규모 그린수소 단지를 조성하고, 허베이–탕산을 잇는 약 1,000km 규모의 세계 최대급 수소 파이프라인 설계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지원 속에 중국은 이미 수전해 투자와 제조 능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기준 600여 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가동 설비만으로도 연간 약 12만5천 톤을 생산한다. 양성자 교환막(PEM)과 음이온 교환막(AEM) 기술은 초기 상업 운전 단계에 진입하는 등 질적 도약 중이며, 설치비는 해외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IEA는 중국이 2030년 전후로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수소 모빌리티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0년 베이징·상하이·광둥에서 시작한 시범사업을 2022년 50개 이상 도시로 확대하고, 사업자들에게 성과 기반 보조금과 금융 크레딧을 제공 중이다. 광둥성은 광저우–잔장(435km) 구간에 '수소 고속도로'를 조성해 냉장 트럭 물류망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삼았으며, 트럭과 버스 등 2024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상용차의 약 95%가 중국에 집중됐다. 이로 인해 도로 운송용 수소의 75%가 중국에서 소비됐고, 한국의 비중은 약 15%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세워 세계 선도국을 자처했지만, 추진력과 성과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수소 승용차 판매는 3,000대 미만으로 2022년 대비 75% 감소했다. 수소 버스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약 1,200대 수준으로 중국의 압도적 물량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국내 수소 상용 트럭은 보조금 기준 15대에 불과하다. 장거리 물류와 군수 등 배터리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화를 이끌 핵심 수단이 지금 뒤처지고 있다. 이런 복합적 상황 속에서 한국 수소경제의 앞길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10월 17일 전력거래소가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경쟁입찰'을 돌연 취소하면서 발전용 수소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석탄+암모니아 혼소가 포함된 입찰이 2044년까지 석탄발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음이 취소 사유로 추정된다. 새 공고에서는 암모니아 혼소 방식을 전면 배제하고 LNG+수소 혼소, 수소 전소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발전용 연료전지 입찰 물량이 여전히 미공고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만일 발전용 연료전지와 석탄+암모니아 혼소가 정책 지원 대상에서 실제 배제된다면, 고비용의 수소 전소나 LNG+수소 혼소만으로는 향후 5년 내 시장이 열리기 어렵다. 100% 수소 연소 터빈은 실증에는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혼소 역시 비용 부담이 커 지난해 민간 투자자들이 입찰을 포기했다. 정부의 우왕좌왕한 태도까지 겹치며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향후 5년간 한국이 선택할 길은 수소 모빌리티와 수송 분야의 집중 육성뿐이다. 발전용 수소 시장이 단기간에 열리기 어렵다면, 상용 트럭과 버스 등 교통 부문에서라도 수소경제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중국이 '자국 시장효과'를 기반으로 기후산업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이 분야마저 뒤처진다면, 한국의 '퍼스트 무버' 비전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김재경

[기자의 눈] 경기북부 태양광, 수도권 전력 불균형 해소 대안

'경기북부 에너지고속도로'로 불리는 군사접경지역에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을)은 지난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에너지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장관에게 이같은 의견을 제안했다. 활용되지 못한 군사접경지역을 공공이 주도적으로 개발하자는 구상은 업계에서 이재명 정부의 분산형 에너지 정책을 보완할 새로운 대안으로 평가된다. 전국 태양광 설비의 3분의 1이 호남권에 집중된 편중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 간 기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도 검토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호남은 해양성, 경기북부는 대륙성 기후로 여름철 장마와 겨울철 폭설 패턴이 달라 발전량 변동 폭이 다를 수 있다. 특정 지역에 태양광이 몰리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동시에 급락해 계통 불안이 발생하지만, 경기북부로 일부 분산하면 계통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민간이 개발하기 어려운 군사접경지역을 공공이 주도해 계통·규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입지를 새로 발굴함으로써 공공과 민간의 과도한 경쟁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수도권에도 발전소는 많다. 다만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자급률이 낮을 뿐이다. 수도권 발전의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공간 대비 전력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설비 위주다. 전력거래소의 2024년도 발전설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운영 중인 발전설비 총용량은 3만6257메가와트(MW)로, 이 중 화력발전이 87%(3만1572MW)를 차지한다. 전국 화력발전의 약 40%가 수도권에 위치하지만 전체 전력자립률은 65% 수준에 그친다. 수도권 내 대형 공장과 데이터센터, 교통 인프라 등 고밀도 수요처가 집중된 데 비해 화력발전 외 다른 발전원이 들어서기에는 입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까지 더해지며 수도권 전력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이때 경기북부 태양광이 확대된다면, 수도권의 발전량 부족과 화력발전 편중을 완화하고 전국 단위의 계통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주말 낮 시간에는 북쪽과 남쪽 모두에서 태양광 전력 과잉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수도권 주거지의 높은 난방·온수 등 열 수요가 경기북부 태양광 전력을 흡수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산업용 열은 1000℃(도) 이상의 고열이지만, 난방용 열은 약 100도 수준으로 전기에서 열로의 전환 장벽이 낮다. 핀란드 북부 도시 바사(Vaasa)는 유럽에서도 드문 300MW급 대형 전기보일러를 가동해, 약 7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의 한 달 열수요를 충당한다. 핀란드에서는 전기가 남을 때 '마이너스 전력가격'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때 전기보일러가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작동해 잉여 전력을 열 형태로 저장한다. 수도권 역시 LNG열병합발전소에 전기보일러를 결합하면 유사한 집단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전력시장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다. 지금은 구상 단계에 불과하더라도, 전력시장 개편이 현실화된다면 경기북부 태양광은 단순한 입지 확충을 넘어 열·전기 융합형 분산전력 모델로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부동산 시장은 정치권의 싸움터가 아니다

부동산 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줄며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지만, 이는 단기적인 안정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선 충분한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울시와 정부간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지난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여야간, 정부·서울시간 협력 방안 모색은 커녕 정치적 공방과 책임 전가만 난무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시장이 2021년 취임한 후 5년 동안 무엇을 했냐고 추궁했다. 말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공급을 약속했으면지만 실제 공급 실적은 저조했다며 책임을 물은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강남 3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취소했다가 부동산 가격 상승세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점을 집중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윤 정부가 280만 호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며 “공급절벽이 심화되는 동안 강남 집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의원은 “잠실·삼성·청담 지역 토지거래허가제 해제가 강남 집값 불쏘시개가 됐다"며 오세훈 시장을 질타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한 것이 공급 절벽의 원인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또 정부가 10·15 대책을 세우면서 서울시와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 시장에게 “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 서울시 의견이 반영됐나"라고 묻자, 오 시장은 “없다. 다만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이냐 반대냐" 재차 묻자 “반대"라고 답했다. 이같은 야당 의원-오 시장간 문답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정책을 두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보다 서로 다른 목표와 계산법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최대의 현안에 대해 여야가 민생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 시장이 이날 국감에서 국토부 장관과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만남도 실질적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지, 또 다른 신경전으로 끝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여야의 싸움터가 아니다. 시장의 불안은 '누가 이겼느냐'가 아니라 '누가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성장-소비 선순환에 올라가는 자산 시장…그러나 무너지면?

미국 주식은 AI 산업 붐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초창기 AI 산업을 이끈 엔비디아의 주가가 지금은 잠시 주춤거리지만 구글, 애플, AMD 등 빅테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과 전망으로 소위 순환매 장세를 이끌면서 시장 상승의 건전성을 더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다음 주 연준회의(FOMC)에서 최소 25bp 금리인하가 예상되면서 유동성 추가 공급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 셧다운도 다음 주까지 해결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가장 문제가 되었던 관세정책은 관세부과의 타겟이었던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면서 이번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기간동안 두 정상간의 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 협정을 방해하고 있는 희토류, 대두, 펜타닐 3대 문제가 해소되면서 미-중간 무역 협정이 타결될 거라는 희망이 시장에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코스피 역시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반도체가 2017년 이후 다시 한 번 붐을 일으킬 거라는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만의 ADATA 천리바이 회장은 “D램, 낸드플래시, 하드디스크(HDD)까지 4대 주요 메모리 제품이 동시에 부족한 건 30년 업력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라고 하면서 AI 고정 수요가 과거 3~4년 주기의 메모리 경기 순환을 완전히 깨뜨리고 있고 이번 호황기는 최소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산을 중단한다고 예고한 DDR4 16Gb(기가바이트) 현물 가격은 석 달 새 약 44%나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413%) 넘게 뛰었다. DDR5 16G 제품 역시 1년 만에 약 83% 비싸졌다. 특히 DDR4 칩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려는 고객이 줄을 서고 있는 상태다. 지금 자산 시장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성장, 특히 AI 산업에 대한 기대를 머금고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성장이 흔들리더라도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나와 유동성의 힘으로 자산 가격이 올라갈 수 있기에 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라버린 자산 가격으로 소비를 늘리니 소득 하위층의 소비가 줄고 있음에도 전체 소비가 양호하게 버텨주고 있다. 자산 가격의 상승이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성장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올라버린 자산 가격이 소비 성장을 자극하니 또 자산 가격이 오르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주식 시장을 비롯한 자산 시장 전반이 어떤 충격을 받아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가가 하락하면 소득 상위층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소득 하위층의 소비는 초토화 되어있는데 상위층의 소비까지 줄어들면 전반적인 소비 위축의 민감도가 높아져 자산 가격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거다. 그렇다면 어떤 리스크가 자산 가격의 하락을 만들 수 있을까? 예상 외의 인플레이션, 국가 부채의 문제, 은행권의 신용 위험,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우려, 미중간의 갈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관련 규제 등. 하지만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은 J.P Morgan의 다이먼 회장과 무디스 수석연구원 마크 잔디 등 유명 비관론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버블을 키워 가고 있다. 상승론자들은 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돌아왔기에 앞으로 최소 2년간 자산 시장 상승은 이어질 거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가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용기 있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항상 욕심과 두려움의 경계에 서 있다. 재무투자론 1장에 나오는 영원한 딜레마 두려움(Fear)과 욕심(Greed) 사이에서 투자자의 고민은 계속 이어질 거다. 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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