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급 전보 △첨단항공과장 김기훈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과장급 전보 △첨단항공과장 김기훈 김종환 기자 axkjh@ekn.kr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요소는 지리적 조건이나 인종적 특성이 아니다. 정치나 경제 같은 제도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학자들은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에 천착했다. 이들은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라는 책에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개인의 재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포용적(inclusive) 제도를 만든 나라는 번영한다. 그렇지 못한 나라는 가난해진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남한의 경제발전과 북한의 폭망 역시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남한을 콕 집을 만큼, 한국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동북아의 용(龍)에서 헬조선이 된 한국 그러나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기에는 지금의 현실이 심상치 않다. 성장률은 쪼그라들고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떨어졌다. 젊은이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또는 '헬(hell)조선'이라며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떠나겠다고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지옥 같은 경쟁에 내몰리기 싫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저출산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마저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역동성, 특히 계층이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한국이 활기차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깡촌 출신도 열심히 공부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었고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수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서울 강남 출신과 비강남 출신이라는 새로운 신분제도가 생겼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용어가 상징하듯 부모의 능력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는 세습사회가 되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좋은 대학을 갈 수 없을뿐더러, 대학을 가더라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하느라 학점을 못 딴다. 학점이 나쁘니 좋은 회사에 못 들어간다. 이래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강조한, 다수의 일반 대중이 자신의 재능과 기술을 펼칠 인센티브가 넘치는 사회, 창의성과 기술혁신이 왕성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재능과 열정이 있지만 배경이 없는 젊은이는 좌절하고, 우리 사회는 잠재적 인재들을 잃고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다수 국민에게 기회가 넓어지는 사회로 가야 한국은행과 이창용 총재가 교육문제에 대한 쓴 소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한은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서울대 진학생 10명 중 1명이 강남 3구 출신이라는 통계를 내놓았다. 서울과 비서울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 중 92%는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함한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한다고도 했다. 이는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로의 이주 수요를 촉발해 수도권 인구 집중의 원인이 되고, 서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며, 가계대출까지 증가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은은 대학입학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상위권 대학들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한술 더 떠 서울 강남 출신 학생들에 대해 상위대학 입학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자 '한은이 금리정책이나 잘하지 웬 오지랖이냐'는 비판부터 '위헌'이니 '강남 학생 역차별'이니 하는 반발이 일었다. 지금의 대입제도는 필답형 지식- 상위권 대학-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좁은 문을 향한 지나친 경쟁으로 학생과 부모를 모두 불행하게 만든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죽이는 과거형 교육제도다. 나아가 한은의 지적대로 수도권 인구집중,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등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올려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실패했고, 윤석열 정부는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잡으려 함부로 금융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책 자체도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정책만으로 안 되는 한계도 있다. 한은의 교육 참견이 일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수도권 집중과 서울 집값 상승이 교육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자리와 생활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교육문제가 핵심 요소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한때 경제성장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었으나, 이제는 청년들의 행복뿐 아니라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좋은 제도가 아닐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주목한 것은 경제정책만이 아니었다. 좋은 경제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정치제도와, 일반 대중이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중시했다. 한국 경제가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해야 하는 지금, 좁은 의미의 경제정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며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지게 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환경보호청(EPA) 권한 축소, 천연자원 및 화석연료 채굴 가속화 등을 약속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미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고,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2030년까지 대기 중으로 40억 톤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이미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 저조로 인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기후 세계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트럼프가 돌아왔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제사회가 미국 없는 기후 대응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OWID)에 따르면 매년 탄소 배출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중국과 달리 2005년 61억 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1억 톤으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1792년 이후 2022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 4,269억 톤으로 세계 1위(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의 61% 수준인 2,606억 톤)이며, 2022년 한 해 탄소 배출량은 51억 톤으로 세계 2위(1위는 중국으로 114억 톤)다. 반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23년 세계 평균 14.6%보다 낮은 11.7%이고,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도 세계 평균 30.2%보다 낮은 22.7%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3,870GW인데 그 중 미국은 약 10%인 388GW(중국은 37.5%인 1,453GW)다.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에서 중국은 2000년 10.1%에서 2023년 37.5%로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은 2000년 12.2%에서 2023년 10.0%로 감소했다. 2023년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419GW 중 약 9.7%인 138GW(중국은 42.9%인 609GW)이며, 누적 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017GW 중 약 14.6%인 148GW(중국은 31.2%인 442GW)다. 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RA의 혜택을 공화당 지역구가 가장 많이 누리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향후 10년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기업에 1조 달러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enewable Standard Portfolio, RPS)를 2003년부터 시작했는데 참여하는 주는 늘어나고 의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23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발전 점유율이 30%가 넘는 주가 아이오와(Iowa) 60.4%를 포함해 12개나 되고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도 2023년 27.8%에서 2024년(7월까지) 32.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용 데이터센터, RE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아지고 전력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우선 적용되는 구조다. 트럼프는 특유의 감성적인 수사법과 슬로건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트럼프가 줄기차게 외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은 11월 발표된 'Clean Power 2030'을 통해 2030까지 풍력을 두 배, 태양광을 세 배 확대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과 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를 무려 6년 앞당겨 2024년 달성한 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2030, 500GW, 2032, 600GW의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고는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례 없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속도는 줄일 수 있어도 멈출 수는 없으며,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황민수
코오롱그룹이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맞서 운영을 효율화·고도화하기 위해 30명에 달하는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12일 코오롱에 따르면 허성 코오롱ENP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허 대표는 2021년 그룹에 영입된 뒤 코오롱인더스트리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고, 지난해 코오롱ENP 사명 변경 및 신사업 영역 개척 등의 혁신을 이끌었다. 김영범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대표는 코오롱ENP 대표, 방민수 코오롱글로텍 대표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제조·기술사업간 시너지 창출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정덕용 코오롱글로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유석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는 코오롱그룹의 중국지주사 대표도 겸직, 패션사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부문을 나눈다. 자동차사업부문은 강이구 코오롱베니트 대표, 신사업부문은 최현석 전무가 대표를 맡게 된다. 이번 인사는 신임 상무보 8명 중 6명을 40대 인물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세대교체를 통한 변화와 혁신 기조를 유지하기 위함으로, 여성 임원 4명도 승진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가치 향상과 지속가능경영의 기반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인사는 각 계열사별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 ◇대표이사 내정 및 승진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대표이사 내정 ▲유석진 중국지주사 사장(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 겸직) ▲강이구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자동차사업부문 대표(코오롱베니트 대표 겸직) ▲최현석 신사업부문 대표 ▲정덕용 코오롱글로텍 상무 ▲김영범 코오롱ENP 사장 ◇임원 승진 ▲이수진 ㈜코오롱 전무 ▲박성중 상무 ▲최유정 상무보 ▲박연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전무 ▲공원석·김선태·나영일·배진철·이민혁 ▲김재철 상무보 ▲문희숙 안태준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전무 ▲손형오 상무 ▲김정은·김지택 상무보 ▲송혁재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권영훈 코오롱글로텍 상무보 ▲김정오 코오롱ENP 상무보 ▲송영선 코오롱생명과학 상무보 ▲김찬기 로터스카스코리아 상무보 ▲최헌식 코오롱미래기술원 상무 ◇전보 ▲방민수 코오롱인더스트리 제조부문 부사장 ▲이기원 MOD/LSI 상무 ▲한우준 코오롱아우토 상무보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롯데렌탈은 자회사이자 카셰어링 서비스 '롯데렌터카 G car'를 운영하는 ㈜그린카가 신임 대표이사로 강현빈 전 라인 대만 대표를 선임했다고 12일 밝혔다. 강현빈 대표는 액센츄어에 입사해 네이버 사업개발&사업전략실장, 라인모빌리티 전무, 라인플러스 글로벌 사업 부사장, 라인 대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강 대표는 플랫폼 전략 전문가로 모바일 서비스와 모빌리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험을 갖췄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에서 앱 기반 택시 배차 서비스 라인 택시(LINE TAXI)를 론칭하고 카셰어링, MaaS(통합교통서비스)로 확장을 추진했다. 또 라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대만과 태국 내 1위 사업자로 성장시켰다. ㈜그린카 관계자는 “강현빈 신임 대표이사가 보유한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이 회사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지난해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었던 서울 광장시장을 논란 1년여가 지난 최근 직접 찾아가봤다. 금요일 오후 방문한 광장시장은 '바가지요금 논란'이 다 잦아들었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사실 시장을 찾기 전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와 광장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했다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 양측 모두 당초 발표했던 '정량표기제' 도입은 상인들 반대로 유야무야, 대신 QR메뉴판을 도입해 부작용을 차단하고 카드 단말기 사용을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방문 당일 현장에서 목격한 사정은 설명과 달랐다. 실제로 음식값을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가 거부 당하고 당황해 하는 외국인 관광객 커플을 마주했다. 무슨 일인지를 묻자 옆에 있던 노점상인은 기자를 '쓱' 한번 훑어보더니 그제서야 카드 단말기를 '쓰윽' 꺼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카드 단말기가 외국인들에겐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었다. 상인의 해명을 들어보니 상인회를 통해 단말기를 대여받았으나, 이 단말기가 외국 카드는 결제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 외국 카드로 결제를 못 하니 현금만 받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시장 내 몇몇 가게들은 아예 가게 앞에 '현금만 받는다'는 문구를 써 붙여 놓고 있었다. 서울시와 종로구에 해당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문의했더니 “인지는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제의 핵심은 정량표기제 도입 유무가 아니다. 여전히 시장 안엔 이런저런 핑계로 QR메뉴판을 도입하지 않은 업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꾀를 서서 카드 결제를 회피하고 있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모니터링을 한다니 '구색'은 맞췄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일본 등 해외 전통시장에서도 현금만 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정부가 나서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DX)에 애쓰겠다고 한 마당에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얼굴'에 해당하는 광장시장의 현주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량표기제를 '호언장담'했던 지자체는 상인회와 잘 소통하고 있는 것이 맞나.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전통시장 진흥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서울 정동에 사는 필자는 늘 광화문이나 시청 앞, 정동길 등 시내를 산책하곤 한다. 토요일의 시내는 항상 시위로 복잡하지만, 정겨운 덕수궁 돌담길은 외국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이고 그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은 적은 적어도 필자가 기억하는 한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날은 웬일인지 덕수궁 돌담길의 앞뒤를 차량으로 막아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플래카드를 보고 구호를 들어보니 시위의 주체는 민주노총이고 주제는 교육이었다. 그들은 대학 교육 무상화와 경쟁 없는 입학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무상화와 입시 없이 모두 입학시키자는 주장을 하며 시위한다는 것에 처음 놀랐고,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엄청난 스피커 볼륨에 두 번 놀랐다. 주말의 덕수궁 돌담길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버스킹을 하는 거리의 악사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고 시민들은 그들의 연주를 즐기는 등 자발적인 문화 활동이 빈번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대규모 시위 집회를 허용한 당국의 무지함에 세 번째 놀랐다. 경쟁 없는 대학 입학과 대학 교육의 무상화는 생각해 볼 만한 정책 이슈다. 특히 저출생으로 국가소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걱정하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과다한 교육비를 없애고 등록금 걱정 없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젊은이가 출생을 고려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무상교육과 무경쟁 입학을 한다고 과외가 없어지고 국민이 만족할까. 누구나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SKY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명문대학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입시를 없애면 '운빨'로 명문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노력과 능력이 아닌 뺑뺑이로 명문대를 갈 수 있다면 그게 공정한 사회인가. 대학들은 어떤 형태로든 우수 학생을 유치할 방법을 강구할 것이고, 입시는 없어질 수 없다. 입학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어진다고 입시가 없어질까.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나도 입시가 없어질 수 없는 이유는 경쟁 없이 대학, 특히 명문대학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보편적 상식과 본능에 반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누구나 더 노력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남보다 더 잘먹고 잘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더 나은 대학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은 그것이 자식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대학에 들어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이 원초적 본능을 무시하자는 것이다. 한때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이미 이를 포기한 지 오래다. 1960년대 유럽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만 나오고 취업했기에 대학 입학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지만, 1970년대 경제난을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우수한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무경쟁 무상교육을 시도한 적도, 얘기해 본 적도 없다. 지금도 명문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97%가 불합격되는 놀라운 경쟁상태에 있고, 그런 경쟁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필고사나 학력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와의 합의로 경쟁 자체를 없애기로 했고, 경쟁을 없애려니 학력평가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평가 없는 교육이 계속되다 보니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적 교육감들의 정책 중에도 좋은 것이 많지만 학생들의 평가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그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나라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학생들의 교육에서 경쟁과 평가를 없앤다면 혹시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면 사회는 경쟁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경쟁 없이 들어가고 평가도 없으면 공부는 왜 하나.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대학의 무경쟁 입학과 무상교육이 왜 현실화될 수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민주노총이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답을 해보라. 홍성걸
경제정책, 특히 통화금융정책을 논의할 때, 정부의 재량적 의사 결정을 반대하고 사전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정책이 집행될 것을 요구하는 소위 '준칙주의'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경제 현장의 각종 지표 변동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다가 정책효과가 시차를 두고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경기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칙주의가 거시경제정책뿐 아니라 다른 실물경제분야 중장기 정책의 성패도 좌우한다는 사실은 놓치는 분들이 더 많다. 필자는 1988년 동력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급조된 미니부처였던 동력자원부는 부처 창설 10주년을 맞아 첫번째 '동력자원행정10년사'를 막 발간했던 참이었다. 그리고 이 첫 10년사가 동력자원부의 마지막 10주년 백서가 되었다. 1993년 집권한 김영삼정부는 개혁과제의 하나로 정부부처통합을 제시했고 그 첫번째 성과물로 가장 규모가 작았던 동력자원부를 상공부와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당시 부처의 과장급 간부들이 부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각자 사직서를 써서 호주머니에 담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자기 부처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사적 동기도 없지야 않았겠지만, 통합반대의 대외적 명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일반적인 산업정책처럼 그때그때의 시장환경과 정치적 여건변화에 따라 불안정하게 뒤집히다 보면 국가의 백년대계가 무너진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이때 이 결정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초래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때까지 일반국민들의 관심권 바깥에서 정부관료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화려한 비전과 퍼포먼스로 덧칠되면서 국가 정책의 하일라이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DJ정부의 자원외교, 노무현정부의 패키지딜,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과 녹색성장전략, 박근혜정부의 수소경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 그리고 지금 정부의 친원전정책 등 이후 모든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담고 있다. 에너지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도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비례해서 에너지정책을 정치 어젠다로 활용해야 할 이유도 더 늘어났다. 문제는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정권에 따라 무조건 바뀌어야 하는 '개혁과제'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도 에너지에 대한 쌍팔년도의 미신과 편견은 한치도 바뀐 지점이 없다는 사실. 가구당 전기 요금이 통신비의 1/3에 불과한 지금도 kWh당 전기 요금을 몇십원 올리면 선거에서 진다고 믿는 정치권, 공급망 교란으로 도처에서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제품과 서비스가격이 올라가는데 당장의 지표를 관리하겠다며 에너지요금만 압박하는 우리 물가당국, RE100, CBAM 등으로 우리 수출길이 막히고 있는데도 화석 에너지와 원전 등 전통 에너지만이 살길이라고 믿으면서 '값비싼'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직 패치가 덜 된 우리 지식인들. 지금의 현실에 대한 한 줄 평은 '바뀌어야 할 것들은 그대로인데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정도일 것이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mba 과정에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현안 이슈가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 보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대부분 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들이긴 했으나, 그리드 부족, 석탄발전 경영난, K-RE100, 재생에너지 전기 부족, 에너지 가격 상승, ESS, 수소에너지정책, 탄소중립 등 나름 다양한 주제들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정책환경에 더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난제가 쌓여있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송전망, 발전소 등 에너지인프라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문제가, 환경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Net-Zero, NDC 달성 문제가, 통상 이슈로는 CBAM, RE100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무역장벽 해소가, 사회적 수용성 차원에서는 고준위 방폐장과 분산형 전원의 실현 문제가,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 에너지산업의 시장기능 회복, 재생 에너지 연관 제조업의 육성이 대표적 국가과제로 남겨져 있다. 하나같이 골치 아프고 손대기 어려운 숙제들이다. 에너지 정책 여건의 변화 또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민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NIMBY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 자금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이 지금 와서는 이해관계 집단 간의 갈등, 이익분쟁으로 지연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웠던 과거의 에너지정책은 이제 포퓰리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이해관계 또한 과거 순수한 국내적 이슈에서 이제는 통상문제, Carbon Leakage 등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마찰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신중하게 집행할 수 있었던 우리 에너지정책은 이제 법적 절차를 둘러싸고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수건돌리기의 무대로 변질되어 있다. 5년에 한 번씩 정책이 뒤집히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극도로 훼손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과 환경보전을 위한 신기술 수요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미 기술 한계선에 도달한 우리 경제로서는 새로운 기술이 없이는 한발짝도 떼기 어렵다. 방폐장 등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책 당국은 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NIMT 현상도 일상화되고 있다. 30여년전 소소한 정부 기관 하나 문 닫으면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이 부풀대로 부풀어 이제는 누구도 가로지를 수 없는 거대한 협곡이 되고 말았다. 얽힌 실타래를 단칼에 끊어내던 알렉산더의 지혜가 진심으로 아쉽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젠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정책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최대한 통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갈등 이슈들이 시장의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송전망 건설이 멈춰 있는 것은 전선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이 겪는 희생에 충분한 댓가가 지불되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전이 지역에 충분한 댓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전기를 팔아서 그 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충분한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들은 10년 후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민보호, 민생,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대안 물색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젠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소비자들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에너지공급자들의 적자를 해소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여러 주정부에서 도입한 디커플링제도는 에너지공급자가 에너지 절약에 투자하게 하면서 그 성과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여 소비자의 요금고지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급사 수지를 개선시켜 주는 사례중 하나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실패가 산업 경쟁력의 악화로 직결되고,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머리를 쥐어 짜서라도 답을 낼 때다. 정치권, 기업, 환경단체, 지역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 또한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박원주
미국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기존 탄소중립 정책 추진도 늦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선진국의 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 저감을 지원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의 의결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레이스에서 “기후위기는 기후종말론자들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도 공약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려 에너지 가격을 최대한 빠르게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트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셰일오일 생산이 위축됐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셰일오일과 가스 생산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에너지 독립국의 위상을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는 정책은 기후환경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5대 대통령 취임 첫 해 6월에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2019년 11월 유엔에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번엔 2025년 대통령 취임 첫 날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 “지구온난화로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목소리도 작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기후위기 선동은 사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IPCC가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 힘이 실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에 수정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조찬 강연에서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해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이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LNG선이 많이 필요할텐데 국내 조선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원자력 에너지 생산도 확대할 것이라며 ▲원자력규제위원회 현대화 ▲기존 원자력 발전소 가동 유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등의 공약도 밝혔다.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협력할 부문이 많다. 해외 원전수출에서도 경쟁관계보다는 상생관계를 모색할 수 있으며, 특히 SMR 추진에서 양국이 협력의 수준을 높힐 수 있다. 현재 SMR과 관련해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 협력을 꾀하고 있는데,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수 있다. 아울러 '무탄소에너지(CFE)'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국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수 있다. CFE는 기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 수소, 탄소포집저장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궤를 같이 할수 있다. 든든한 미국을 우군으로 확보한다면 국제 협의체에 보다 많은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내년 2월까지 새롭게 제출해야 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늦게 제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듯 한국도 미국의 NDC 추진 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보조를 맞춰가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온실가스감축· 에너지안보 정책을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실사구시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기업들에 칼을 겨눴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합병,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자 금융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금융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방향성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려아연과 두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차입금 상환을 목표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은 반발했다. 주주가치 훼손, 불공정거래 의혹 등의 비판이 커졌다. 금감원도 다음날 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공개매수 관련 부정거래 의혹을 적극 조사하겠다며 엄정 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엿새 만인 지난 6일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신고서의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두산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합병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싸늘한 시장 반응에 합병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두산을 향해 정정 제출을 요구하면서 “증권신고서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 없이 무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작심발언한 것 또한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기업에 대해 발언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장이 원장 권한을 넘어 본인의 의견을 외부에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한다"며 “시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가 시장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도 금감원의 적극적인 조치에 사뭇 놀란 눈치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고, 두산의 합병안도 쉽게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두산 사태를 본보기로 향후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기업들은 더 이상 주주를 배제한 채 기업 가치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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