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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코너로 몰리는 트럼프 관세와 외교 무대에 등단하는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이 지난 달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 달 28일 국제무역법원(CIT)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의 이유로 들고 있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전세계적 관세 또는 보복관세를 정당화할 어떠한 법적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 전면 무효화 그리고 행정명령의 시행을 영구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바로 트럼프는 29일 미 연방순회 항소법원(CAFC)에 항소하여 CIT 판결에 대한 가처분 인용을 받은 상태다. 5월 10-11일 제네바에서 미·중이 만나 관세회담을 한 후 미국은 중국의 관세를 145%에서 30%로 원상복귀 시켰고 90일 간의 유예 기간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풀지 않자 트럼프는 격노했고 지난 6일 극적으로 시진핑과의 전화 회담이 성사되어 오는 9일 런던에서 미·중 관세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 번 회담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의 예측대로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최근 관세에서 수출통제로 초점이 전환되면서 관세 문제보다는 미국은 중국에게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수출통제의 해제를 다소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은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성향을 알고 있어 관세가 궁극적으로 10%로 수렴될 거라는 자신감으로 각국의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주가지수는 물론 미국의 S&p 지수는 6000 포인트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관세 카드 패가 읽혀면서 중국에게 관세 문제보다 희토류 공급을 요청해야 하는 등 관세 문제에 대해서 양치기 소년이 되어 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 주 트럼프와 머스크의 충돌에서 보듯이 측근과도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그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감세 재원을 만들기 위한 관세의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 하지만 관세협정이 코너로 몰리면서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8일까지 과연 몇 개국과 타결이 될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가 예상한 관세가 징수되지 못한 상태로 감세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발효된다면 10년간 거의 4조 달러에 가까운 재정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감마저 안아야 한다. 사법부도 그 어느 나라도 그의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11월 초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일본 등 주변국에 대한 태도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올 10월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참석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일본도 중국과의 접촉을 늘리며 중일 관계 개선에 눈에 띄게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후 리창 중국 총리를 면담했고 지난 1월에는 일본 자민·공명 연립여당 간사장이 12명의 방중단을 이끌고 중국 공산당과의 정당 간 교류를 7년 만에 재개했을 때도 방중단은 중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최근 10년간 이렇게 많은 공산당 고위 간부가 일본 측을 환대한 건 처음이다. 이런 환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회담에 초청을 받아 드디어 외교무대에 등단한다.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그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 주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이 번 만남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할 게 틀림없다. 다자에서 지역 무역체제로의 전환 시기에 우리도 더는 중립 외교 노선을 취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일본처럼 중국과의 무역 실리는 포기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G7 등단이 우리 국민에게 관심과 기대가 되는 이유다. 최용

[이슈&인사이트]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비상계엄의 원인이 되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로서 필요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그리고 높은 산이 막고 있어 군사.안보적으로도 천혜의 요새와 같다. 또한 국가적 행사나 의전 행사 시설과 공간도 매우 훌륭하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방문했을 때 국가의 위신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청와대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아 소통에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이 좋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 '용산 시대'를 열었지만, 불통 대통령이 되고 불명예 퇴장하게 되었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관저가 필요해졌고 외교목적으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던 외교부장관 공관을 징발하다시피하였다. 그리고 시설 개·증축 공사를 하느라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 만에 관저 입주가 마무리됐는데, 서초동 사저에 머물던 도중인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하였다. 2023년 11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디올백 수수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디올백 수수에 대한 사과를 둘러싸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끈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였다. 검찰의 불기소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 요구 명분만 키워주었다. 한동훈 대표가 불기소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등 야권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더욱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대통령실과 극심한 갈등관계에 있었던 한동훈계 의원들이 찬성하면 특검이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때 마침 윤 대통령이 명태균 선거 브로커와 통화한 음성이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 통과 가능성도 높아짐에 따라 윤 대통령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멘붕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결국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김 여사 특검 재의결 투표가 예정된 2024년 12월 10일로부터 바로 1주일 전이었다. 군대를 면제받아 총 한 방 쏜 경험이 없었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대통령실 이전과 깊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이 군부 총사령부인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군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쿠테타가 매우 용이해지기 때문에 이것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용산으로 나왔으나 대통령실이 군대에 둘러싸이고 군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군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함께 있다 보면 식사라도 한 번 더 하게 되어 같이하는 시간이 많게 된다. 실제로 용산 대통령실에 군 인사들의 내왕이 잦았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대통령실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동거하면서 용산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비상계엄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은 이른 시일내 청와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 시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제일 좋다"며 “아주 오래됐고, 상징성이 있고, 거기가 최적"이라고 했고,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도청이나 경계, 경호 문제 등 보안이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다가 청와대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할 방침이다. 가능한 빨리 옮기려고 할 것이다.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쌓이고, 미국의 도·감청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가 혼란에 빠졌던 '용산 시대'는 불명예 퇴장한 대통령과 함께 끝나게 되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기 않기를 바란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세종 치세의 시작은 정적의 포용이었다

이 나라가 개국한 이래, 최고의 통치자로서 세종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인지의 《훈민정음》 서문에 “삼가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성인으로서 제도와 시설이 백 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인간 행위의 사심으로 된 것이 아니다."라고 칭송한다. 세종실록 세종 조에 보면 “신하 부리기를 예도로써 하고, 간하는 말을 어기지 않았으며, 대국을 섬기기를 정성으로써 하였고, 이웃 나라 사귀기를 신의로써 하였다. 인륜에 밝았고 모든 사물에 자상하니, 남쪽과 북녘이 복종하여 나라 안이 편안하여, 백성이 살아가기를 즐겨한 지 무릇 30여 년이다. 거룩한 덕이 높고 높으매, 사람들이 이름을 짓지 못하여 당시에 해동요순이라 불렀다."라고 평하고 있다. 세종의 치세를 논할 때 부왕인 태종의 사전 준비에서 찾는다. 조선조 초기 신권과 왕권의 대결에서 완전한 왕권의 확립으로 세종조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다. 1, 2차 왕자의 난을 통해서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한 정사공신과 좌명공신, 거의 전부를 제거해서 신권으로부터 세종을 자유롭게 하였다. 1등 좌명공신 이숙번뿐 아니라 민무구 등 처남 4명과 세종의 장인 심온 마저 숙청하여 왕권을 반석 위에 올렸다. 그러나 어느 왕조도 채찍만으로 선정을 담보한 예는 없다. 선정의 핵심에는 당근이 있어야 한다. 바로 정적의 포용이다. 세종을 조선조의 최고 통치자라고 한다면 조선조의 최고 신하는 황희다. 1449년(세종 31) 모든 벼슬에서 물러나기까지 24년을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세종의 정치 고문이자 명재상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벼슬살이만 73년 했다. 황희는 부친 황군서와 모친 용궁김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태조와 정종 대에는 자신이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임금의 명령이라도 거부하는 완고함으로 여러 번 파직되어 관직 생활이 평탄하지 못했다. 태종 대에 도승지로 임명되어, 양녕대군의 폐세자 건이 나왔을 때는 적장자 계승 원칙을 고수하며, 세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하여 태종의 노여움으로 파직되어 유배를 갔다. 황희는 강경하게 세자 책봉을 반대한 세종의 정적이다. 그런데 세종은 등극하자 맨 처음 정적인 황희를 중용하여,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18년간 영의정으로 세종조의 치세를 이끌게 했다. 세종은 진보적으로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나간 면이 있었다. 황희는 대세를 관통하는 보수적 시각으로 세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했다. 세종은 재임 32년간 2,276회(71.1회/년)의 경연을 통해서 정적과 합치를 추구하였다. 당시 조선은 황희, 윤회, 정인지, 최만리 등 유생이 정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불가의 변계량, 도가의 맹사성, 법가의 허조가 이를 견제했다. 지역적으로 변계량, 정인지, 허조는 영남, 윤회와 맹사성은 호남, 최만리는 이북 출신이다. 그 중심에 경기 출신 황희가 있었다. 여기서 세종의 위대함은 정적을 포용하고 균형을 맞춰 견제함으로써 신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여유를 가졌다. 또한 그 여유는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지금의 한국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정적을 관용하는 세종의 포용력이다. 역술인 중에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을 청와대의 풍수에서 찾는다. 그러나 정치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한국 정치는 브레이크(정적)가 없는 자동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직 2년 반에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준석, 김기현, 한동훈 등 3명의 당 대표를 갈아 치운 것은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제거한 것과 같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대결에서 액셀을 계속 밟았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액셀을 계속 밟으면, 사고 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과 가계부채 누적, 대외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저성장 국면을 맞고 있다. 올해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약 0.2% 감소하는 등 경제 성장이 마이너스권으로 전환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기업투자가 위축된 결과다. 실제로 주요 경제지표는 이런 저성장 기조를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작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OECD 평균보다 높았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은 거의 제로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새 대통령은 일시적 수요부양 정책보다는 과감한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내수경기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전월보다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소비는 고물가·고금리·높은 실업률 등 복합요인으로 위축되어 있다. 금리인하와 세금 부담 완화 등의 거시경제 정책으로 소비를 되살리는 동시에, 구조적 개혁으로 장기적 내수회복을 꾀해야 한다. 유아 및 노년층 복지 서비스를 강화로 소비여력을 높일 수 있다. 청년·중장년 등 계층별 일자리 지원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노동소득 기반을 넓혀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금융지원 외에도 근로자와의 협력구조를 통해 무분별한 임금상승보다 중장기적 상생구조를 이루는 것이 좋다. 단기적 경기부양책뿐 아니라 인구구조변화에 대비한 장기 전략도 필요하다. 각 산업계에 AI 적극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그에 따라 임금이 자연히 상승하는 동시에, 가격경젱력 확보로 수출를 증대시키는 공급측면의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누적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구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90%를 웃돌며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150%를 웃도는 등 단연 세계 최고수준이다. 높은 부채비율은 이자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를 억제하고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이 된다. 정부가 도입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등 대출 규제는 과열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으나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가계부채의 본질적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과 소득 불안정에 있는 만큼, 주택시장 안정과 일자리 증대가 해법이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킬 수 있도록 주택 외에도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으로 주택에 대한 투기수요를 줄이는 것이 좋다.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고령화 시대의 노후소득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적연금과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여 생계형 부채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이는 건강한 고령층이 AI의 도움으로 다시 생산성을 높여 노동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급변하는 대외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관세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의 향배는 한국의 수출·투자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여느때보다 우방의 도움이 절실한 시점이며 우리는 이에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협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의 연방 우산 속에 우리의 위치를 확고히 하여 보호무역주의를 회피하는 동시에 한미동맹과 경제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된다. 반면 중국과도 전략적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균형외교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투자로 성장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이므로 정부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AI 인프라 구축에 2000년대 인터넷 망 구축에 투입된 예산의 10%밖에 투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정말 통곡할 일이다. 현재는 AI라는 기술대륙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전쟁 중인데 우리는 아직 전쟁에 뛰어들 엄두도 못내고 있으니 오호통재이다. 의대정원을 증대로 사회 내분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AI 로봇으로 수술하고 진단하여 의료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AI에 집중 투자해야할 시기이다. 이외에 새 대통령이 풀어나가야할 문제는 너무나 많으나 지면이 짧을 뿐이다. 새 대통령은 우리나라 향후 백년의 운명을 가르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부디 현명한 정책으로 향후 백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김수현

[윤석헌 칼럼] 새정부 금융정책의 혁신과 위험

21대 대선 본투표가 내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로 들어설 새정부는 금융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지 궁금하다. 대선 막바지에 각 캠프가 발표한 새정부 금융정책 공약은 악화된 경기침체 속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금융취약계층의 어려움 해결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주 내용으로 한다. 이에 금융권으로부터 벌써부터 상생금융 압박을 우려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런 이슈들이 대선공약의 주 내용을 차지하는 이유가 금융권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불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간 인터넷뱅크 성과에 비추어 기대할 게 없음에도 복수 후보들이 제4차 인뱅을 언급하고 있는 이유 역시 은행의 미흡한 중개역할 때문으로 이해된다. 더 나가 토큰증권 법제화, 원화 스테이블 코인, 가상자산 ETF 상장과 STO 발행허용 그리고 디지털자산허브 공약 등도 대부분 그 배경에 전통금융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깔려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한국금융은 두 가지 커다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첫째는 이제부터 한국경제 선진화 과정에서 금융의 중개역할에 대한 요구다. 한국금융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정부주도형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규제와 보호 속에 안주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소매금융으로 전환하면서 소위 '부동산 불패' 신화 속에 특별한 위험부담 없이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하여 수익을 창출했다. 국가 경제활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은 누군가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금융권이 부담하지 않으면 소비자 및 국민 부담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위험관리 전문가인 은행이 금융행위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정부 또는 고객에게 전가하는 기이한 구조가 지속되었다. 결국 금융권의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가 초래된 셈인데, 향후 한국경제 선진화 과정에서 이를 탈피하기 위해 금융중개역할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둘째는 디지털금융으로의 전환이다. 한국은 높은 IT 부문 경쟁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디지털금융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여 전통금융의 취약한 중개역할을 보완할 수 있다면 금융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요즘 디지털금융이 추진하는 탈중앙화 금융(deFi)이 전통금융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상자산 지급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화를 위해 비트코인, 예금, 국채 등 담보자산 투자를 확대하여 국제 가상자산 패권 경쟁의 주도권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업계와 국회 일부를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근본적인 문제는 deFi의 탈중앙화 철학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deFi의 결제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안정화되고 널리 쓰일수록 이는 deFi가 당초 추구했던 탈중앙화 철학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deFi 및 스테이블코인은 지속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특히 아직 기축통화 위상을 누리지 못하는 원화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민간 스테이블코인 추진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중간 격화되는 가상자산 패권 경쟁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없지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투자자 피해를 부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의욕이 충만한 새정부 초기 정부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는 것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려, 전통금융의 예금을 가상자산 투자로 밀어내 '디지털화로 인한 탈중개화' 초래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전통금융의 금융중개역할은 더욱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건전성 악화와 소비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금융 관련 정부의 장려나 규제완화 보다 감독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시의적절해 보이는데, 새정부의 디지털금융 정책 추진을 견제하고 균형을 취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금융사태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금융은 카드사태, 저축은행사태, 사모펀드사태 등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유사한 사태를 다수 경험한 바 있다. 한편 전통금융과 디지털금융이 반드시 대체재는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전통금융의 안정성과 디지털금융의 혁신성을 보완적으로 이끄는 투 트랙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전통금융엔 중개역량 개발을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고 디지털금융엔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규제・감독의 기본 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윤석헌

[이상호 칼럼] 힘이 지배하는 시대 한국 국민의 선택

요즘 세상 모든 일이 뒤숭숭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전례 없는 '독단주의'로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 폭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들기. 갈라치기 정치를 통한 권위주의적 지배 시도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행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승리 굳히기, 중국의 전방위적 영향력 확산 시도는 강대국이 어떻게 평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현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균열과 이상 징후는 코로나 사태 때부터 예견되었다.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해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전 세계가 무제한 돈 풀기를 하면서 국가의 경제 체력이 바닥났다. 이는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문제해결에 나선 강대국은 외부에서 희생양을 물색했다. 러시아는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인내, 협력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무력을 사용한 국가의 의지 관철이 선호되는 시대가 왔다. 힘이 지배하는 현실주의 세계가 온 것이다. 강한 안보와 안전한 자유 무역은 지금의 부강한 한국을 만든 기반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번영했고 한미동맹으로 핵무장 북한과 강압적인 중국, 변덕스러운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 번영 가능성은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안보 환경과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국익을 위한 무력 사용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한국은 양자택일보다 중립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제3의 길인 중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중요시 여겨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속국 또는 조공국을 자처하게 하여 점차 중국 세력권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 사례를 볼 때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더 의존할수록 중국은 한국을 조련하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제재하고 속박하며 통제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누린 경제적 번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 '독단주의'가 싫어도 한국은 한미동맹을 지켜야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서로를 위해 피를 흘린 75년의 혈맹이다. 이런 역사와 가치는 쉽게 훼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며칠 뒤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내 정치 논리와 권력 투쟁에 매몰되어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말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지만, 따지고 보면 부패한 카르텔, 무능한 웰빙족, 정신 나간 평화주의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리는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 부동산과 기본소득 등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경제 이슈 때문에 실체가 가려져 있지만, 이번 선거는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포함한 반민주세력 국가들이 만들고 있는 신 권위주의적 세계질서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국민의 선택은 오직 국익과 번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치솟는 세계 금리, 트럼프의 딜레마 그리고 한국의 역주행

트럼프의 관세는 현재 90일 유예 기간 중이다. 그가 관세를 유예해준 이유로는 첫번째, 그가 관세 부과 타겟으로 잡은 중국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올 크리스마스 물건 값의 폭등을 두려워하여 중국 관세 부과에 유예기간을 주었다고 얘기하지만 결국은 희토류 그 중에서도 고성능 자석, 레이저, LED, 군사용 기술 등에 필수적인 중희토류(HREE) 공급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두번째는 수입 감소로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내년 중간선거에 표를 생각해 이들을 달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크다. 세번째는 소매판매가 선수요가 사라지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2월 0.8%, 3월 0.5% 성장이 4월에 -0.2% 성장으로 나오자 소비위축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지막 요인은 시중 금리의 상승과 감세안의 실효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난 22일 감세법안이 미 하원에서 단 1표 차이로 통과됐다. 이로서 미국은 10년 동안 국가채무가 최대 3.8조 달러 늘어날 것으로 분석 진단되었다. 감세안 핵심은 트럼프가 2017년 1기 집권 때 성사시킨 10년 동안 4.5조 달러 규모의 '감세'를 2026년 종료 후에도 계속 유지하도록 개인소득세와 법인세 세율을 유지하는 것이다. 2017년 당시에는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4.5조 달러를 풀어 경기를 살렸지만 이번에는 소비 증가 효과 보다는 금리가 상승한다면 이는 재정 부실에 대한 우려로 시장은 경기를 일으킬 것이다. 게다가 경기 침체를 위해 추가로 재정 정책을 시행할 경우 추가 금리 폭등으로 인해 더 깊은 경기침체를 걱정해야 한다. 현재 미국 국채는 일본, 영국, 그리고 중국이 거의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들 국가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 4.7%와 4.5%로 영국이 오히려 높아졌고 일본의 30년 국채 금리는 2.7%로 1%대였던 일본 금리가 상대적으로 엄청 올라와 있다. 중국은 러시아의 자산 동결을 지켜본 후 계속해서 미국 국채를 줄이고 있다. 프랑스, 독일을 포함한 세계는 인플레 후폭풍으로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나바로, 마이런이 무리하게 달러 약세를 추진하면서 달러는 현재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국의 금리가 오른 상황에서 달러마저 약세로 전환되는데 굳이 미국채를 살 만한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거기에 비둘기파의 수장인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장도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10-16개월 정도 뒤로 밀릴 수 있다."라고 지난 24일 발언하였다. 연준 의장 파월은 지속적으로 관세의 영향이 물가와 경기에 어는 정도 영향을 줄 지 모르기 때문에 결과를 보고 금리 결정을 내리겠다고 고집을 피고 있다. 90일 유예기간을 주면 앞장서서 보따리를 싸서 올 줄 알았던 나라들이 아무 소식도 없고 영국을 제외하고 어디 하나 관세 타결이 된 나라가 없자 트럼프가 EU에게는 50%를 그리고 애플 해외 제조 물품에도 25% 관세를 다음 달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De-escalation 전략에서 관세 정책의 강화(re-escalation)로 전략을 변경했다. 이런 와중에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을 통해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금리를 내리고 있다. 정부가 내수 침체, 경기 후퇴 그리고 부동산 하락을 막기 위한 이유라 주장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외 복잡한 이유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있는 29일 금통위가 중요하게 되었다. 금통위가 금리 하향으로 정책을 발표한다면 세계 각국의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이 때 반대의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위험한 도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용

[이슈&인사이트] 정치적 보릿고개...제대로 넘겨야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1년 중 요즘과 관련한다. 과거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 태어난 말로, 어원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떠돈다. 보릿고개는 말 그대로 보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힘겹게 넘는 굶주림의 고개다. 아직 이삭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보리를 수확할 수 없던 요즘 같은 때에, 지난해 추석 무렵에 거둬들인 쌀 등 먹거리가 바닥나 손가락을 빨며 버텼다. 생선이나 조개 같은 해산물을 구할 수 있는 어촌과 달리 농촌은 정말 어려운 시기였다. 쌀도 보리도 없다 보니 허기를 면할 먹거리를 찾으려 사투를 벌였다. 주식을 대신한 감자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이 요긴한 역할을 했으나 기후가 변덕을 부리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 생키는 소나무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하얀 부분을 일컫는다. 액즙이 나오고 씹으면 산뜻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먹을 게 동나면 이 생키를 다른 나무뿌리에 수수나 조를 섞어 끓여 먹었다. 말 그대로 초근목피로 연명했다. 문제는 이것들이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 배설할 때 항문이 찢어지기도 했다. 늦봄 배곯는 이들에게 이 '찢기는 아픔'이 실재했다. 중종 36년(1541년) 충청도 관찰사로 있던 안위(安瑋, 1491~1563)가 쓴 에 “솔잎은 먹을 수 있으니 연명에 도움이 된다. 풀죽에 솔잎가루를 섞어 먹으면 훨씬 좋다"라고 돼 있다. 다만 과다 섭취시 솔잎이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문제. 솔잎가루를 섭취한 후 '하도(下道)가 막혀 용변을 볼 수 없는' 곤경을 피하기 위한 여러 해결책이 나와 있던 것으로 보아 춘궁기에 솔잎이 널리 쓰였음을 짐작게 한다. 먹을 게 없어 나뭇잎을 뜯어 먹어 병이 생기면 그 병을 낫게 하려고 다른 종류 나무의 껍질을 먹었다고 한다. 아무튼 소나무는 생키 말고 잎까지 내주었으니 조상에게 한 기여로 보아 애국가에 등장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칡뿌리, 풀뿌리를 캐거나 송피를 벗겨 죽을 쒀서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진흙까지 식재료 썼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입자가 매우 고운 흙을 물에 개어 가라앉은 부분을 쪄서 먹었다고 하는데 정말로 흙을 먹었는지는 논란이다. 초근목피마저 구하지 못하게 되면 먹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노르웨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크누트 함순의 소설 을 떠올리면 늘은 아니겠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다. 나무껍질과 마찬가지로 흙 또한 인체에 이상을 야기하고 나중에 심각한 변비를 일으켜 “똥구멍이 찢어지는" 사태를 초래했다. 영국에는 우리말 보릿고개에 해당하는 '굶주린 시기(hungry gap)'가 있다. 통상적으로 겨울 채소가 소진되고 여름작물이 아직 자라지 않아 농산물 공급이 부족한, 보릿고개보다 좀 이른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영국발 외신에 따르면 올해 토마토, 가지, 오이, 피망 등 지중해성 채소가 모두 예정보다 2~3주 일찍 익어 도시로 출하됐다. 몇 주 전 이야기다. 올해 영국에서 '헝거 갭'이 사라진 이유는 봄이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수확이 앞당겨지고 농산물 공급 공백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농민은 크게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해마다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기후 변화가 농가에 불확실성과 부담을 안기기 때문이다. 올해는 좋았지만, 내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기후변화로 전통적인 농업 방식과 농작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가뿐 아니라 식량안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당연히 영국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소수를 제외한 한국인에게 보릿고개는 개념어에 불과하다. 지금 겪는 정치적 보릿고개가 더 심각할 따름이다. 정치적 보릿고개를 잘 넘지 못하면 기후위기와 맞물려 종국에 현실의 보릿고개가 도래할 수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 “똥구멍이 찢어지는" 세상이 두렵다. 허투루 듣지 말았으면 한다. 안치용

[이슈&인사이트]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파워’꿈을 무너뜨린 트럼프 시대

얼마 전, 미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S. 나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힘이 아니라 매력과 설득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다. 국제정치의 언어가 군사력과 경제제재 같은 하드파워 일변도였던 시대, 나이는 미국이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 그가 꿈꾸었던 미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는 부드러운 문화국가였다. 인권, 민주주의, 관용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며, 이웃국가들을 억압하지 않고 모범으로서 세상을 이끄는 국가였다. 그러나 그의 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스스로 그 이상을 저버리고 있는 순간과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소프트파워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그는 동맹국을 모욕하고, 이민자를 사냥하며, 미국의 외교적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 그가 해체한 USAID(국제개발처)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인도적 이미지와 글로벌 영향력을 지탱해온 상징적 기구였다. 트럼프에게 설득과 모범은 의미 없는 수사(修辭)이다. 그의 세계관에서 힘은 협박과 거래, 무력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조지프 나이가 말했던 소프트파워는 더 이상 미국 외교의 중심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지프 나이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이들은 남아 있다. 빌 게이츠는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자신의 부를 공공보건과 빈곤퇴치에 쏟아부으며, 민간 차원의 소프트파워를 실천했다. 2025년 5월,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 99%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고, 2045년까지 재단을 해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미국인 출신의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그 역시 세계적 책임을 고민하며, 부유국의 의무를 강조하는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지프 나이가 옹호했던 '설득의 힘'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소프트파워를 밀어내고, '검열파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흑인 전투기 조종사의 역사 교육을 금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학생들을 추방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 정부 웹사이트에서는 '다양성', '젠더' 같은 단어가 사라졌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시온주의 비판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고, 유럽연합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방송을 금지했다. 루마니아에서는 러시아 개입 의혹을 이유로 특정 대선 후보가 결선 진출에서 배제되었으며,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을 통해 소셜미디어 검열을 제도화했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표현을 억압하는 이중적 현실. 검열은 더 이상 권위주의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국가들조차 검열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제3공화국 시기의 검열을 풍자한 캐릭터 '아나스타지의 가위'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불편한 표현을 자르고 통제하려는 충동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충동이 장기적으로 더 큰 불편과 억압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조지프 나이는 설득과 모범의 힘을 믿었지만, 지금 세계는 권력의 이름으로 표현을 자르고,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이견을 억누른다. 한쪽의 검열은 다른 쪽의 복수를 부르고, 그 악순환 속에서 결국 사라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유다. 조지프 나이의 경고, 오늘의 우리에게 조지프 나이가 남긴 소프트파워의 가치는 단지 외교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본질, 자유사회의 근본 원칙과 맞닿아 있다. 힘이 아니라 매력으로, 강압이 아니라 설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는 그 유산을 밀쳐내고 있다. 검열의 칼날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시대, 조지프 나이의 꿈은 우리에게 묻는다. “힘이 아닌 설득으로,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성일권

[박영범의 세무칼럼] 국세청이 신고한 종합소득세를 점검한다는데...

종합소득세 신고가 다음 달 2일까지로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많이 나온 세금에 놀라 수입을 누락하거나 소득의 종류를 바꾸거나 여러 사적 경비를 무리하게 넣어서 세금을 줄이고 싶을 수 있다. 국세청이 이런 납세자의 무리한 절세(?) 시도에 대하여 6월 말까지 신고와 납부를 마무리하고 7월부터는 아래 사항을 중점으로 분석하여 잘못 신고한 것에 대하여 해명을 요구하거나 세무조사를 할 예정이다. 최근 대통령 탄핵과 대선 등 국내 정국 불안정과 미국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유튜브 시사 채널의 조회 수와 회원 수가 급증하고 후원금인 슈퍼챗이 쇄도하고 있고,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에 영상을 공유하는 크리에이터, BJ, 스트리머 등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미디어 콘텐츠 제공에 따른 유상 대가 또는 무상으로 받은 자산도 모두 총수입 금액에 포함하여야 하며, '후원금', '자율구독료' '굿즈' 판매 등 금전 등을 받는 경우도 명칭에 상관없이 모두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미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해외플랫폼으로부터 수취한 외화 수입금액 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인터넷 화면에 노출한 후원 계좌 등도 정보 수집을 하고 있어 자칫 해외 수입이나 개인 후원금 등을 수입금액 신고 누락해 탈세액으로 추징당하면 불성실 납세자로 활동을 못 할 수 있으니 조심하여야 한다. 국내 기업에서 파견한 수많은 해외 주재원과 해외 활동 연예인이나 야구와 축구 그리고 골프 등 해외 활동 스포츠 선수는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면 국내 소득과 현지에서 받은 소득을 합산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해외에서 소득을 받은 원천징수 자료와 보유한 현지 계좌에 대하여 매년 9월 미국은 물론 홍콩 등 100여 개국 국세청과 해외 과세 자료와 계좌 정보를 서로 교환하여 신고한 내용과 비교하여 누락한 소득을 추징하는 사례가 많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최근 국세청이 가장 많이 추징하는 사례로 소득 종류를 바꾸어 절세를 시도하는 경우로 기업에 다니던 임원이 퇴직한 후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많다. 법인의 임원으로 근무하는 A 씨는 2024년 초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 후 고문으로 재취업하고 매월 고문료를 받았으며, 회사는 고문료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하고 A 씨는 이듬해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 소득 종류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였다. 국세청은 회사에서 제출한 지급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임원 A 씨는 퇴직한 후에도 동일한 회사로부터 소득을 매월 지급받아 회사와 고용 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해명을 요구했고 A 씨는 근로계약에 의해 지급받은 급여임을 시인하고 기타 소득을 근로 소득으로 변경하여 가산세와 함께 종합소득세를 냈다. 제조업을 하는 개인사업자 B 씨는 외국인이나 신용불량 있는 직원을 고용하면서, 주민등록번호가 없거나 계좌번호 노출을 꺼려 제대로 인건비를 근로소득으로 원천 징수하지 못하자, 현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는 복리후생비와 여비 교통비 금액으로 나누어 경비로 신고하였다. 국세청은 제조 회사가 직원이 꼭 필요한데도 근로소득 원천징수 내역이 없는데 복리후생비 및 여비 교통비 금액은 과다하여,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필요경비는 인정하는 대신 원천 징수하지 않은 근로소득세를 가산세와 함께 추징하였다. 도매업자 C 씨는 고용 직원 없이 혼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없음에도 여비 교통비, 복리후생비 등을 많은 직원이 있는 것처럼 신고하였다.국세청은 근로소득 지급명세서 제출 내역은 없는 반면 종업원 관련 필요경비 비율이 동종 업종 대비 너무 많은 것으로 파악하여, C 씨의 장부상 계정별 원장과 금융 거래 자료 등을 대사한 결과 소모품비, 여비 교통비, 복리후생비 등 필요경비 대부분이 실제는 사업과 무관한 사적 경비를 넣어 소득을 축소한 것을 확인하여 가산세와 함께 종합소득세를 추징하였다. 100여 개국 해외 보유 금융 계좌와 과세 자료 그리고 외화 환전 자료까지 수집하여 신고 내용을 검토하여 추징하는 국세청에 대해서는 성실한 신고가 최선의 절세이다. 박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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