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7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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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여야정협의체 ‘시민권력 참여’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통령 탄핵 가결이라는 '불행한 역사'가 3번이나 재현됐다. 불행이라는 언표(言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짊어질 정치적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떠안아야 할 국가적 불행을 말함이다. 탄핵 가결의 단초가 됐던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은 한마디로 대통령 본인은 물론 집권여당과 국내 보수세력에는 하등의 도움, 아니 자칫 자멸을 초래할 수 있는 '뻘짓'에 해당했다. 더욱이 계엄령 선포의 명분으로 삼은 '거대야당의 입법독재', '지난 총선 부정선거 의혹' 등은 스스로 '자기 부정'을 자인한 행위였다. 총선은 국민의 투표행위로 다수표(국회의원)를 받은 정당이 의회를 장악해 다수의석 수를 바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삼권분립의 주요 메커니즘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다수결 행위를 입법 독재로 치부하고, 다수당의 존립근거인 총선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본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73%(24만 7077표) 차이의 '다수결 신승'을 부정하는 꼴이다. 스스로 자기 정권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논리는 결국 국회에서 일부 여당 의원이 찬성하는 탄핵 가결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정당성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귀결됐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대다수 국민들이 국회의 탄핵 가결을 승인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제 윤대통령의 탄핵 가결은 헌법재판소의 인용 또는 각하라는 최종 심판만 남겨 놓고 있다. 문제는 그 기간까지 대한민국이 '헌재의 시간'만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외 정치·경제 파고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계엄령과 탄핵가결의 암초를 만난 대한민국 선단으로선 어떻게든 난파의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탄핵의 '정치 시침(時針)'도 긴박하지만, 정부·기업·국민들에겐 '경제 초침(秒針)'이 더 절박하다. 다행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회,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하는 분위기여서 국정 혼란의 급한 불을 꺼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혼란기 국정을 바로 잡고 정상화시키는 국정협의체 움직임이 과연 정치권 주도로 전개돼야 하는 것이 올바른 해법(정법)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즉, 윤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와 장관들로 구성된 권한대행의 정부는 최대한 윤 정부의 국정기조를 유지하려들 것이며,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런 권한대행체제를 자기 관리 아래 두고 헌재 심판 이후의 권력 헤게모니를 모색할 것이다. 탄핵 가결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거대야당 민주당은 국정의 한 축으로 수권정당 역량을 과시함으로써 헌재의 탄핵 인용 유도과 이어질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국정 안정과 국민 안심을 내걸고 있더라도 3자의 '정략적 셈법'에 따라 좌충우돌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선 안된다. 정치 논리로 여야정 협의체 운영이 흘러가도록 놔두선 안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협의체에 민간 파트너가 참여해야 한다. 민간 파트너에는 경제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통칭 시민권력이 포함된다. 여야정협의체가 아닌 노사정협의체로 구성해야 여야정의 정치적 셈법을 제 4 권력인 시민권력이 감시·견제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불의하고 부정한 권력을 무너뜨린 맨 선두에는 항상 시민권력이 있었음에도 이후 수습과정에서 역할이 축소되거나 소외됐다. 불행한 대통령 탄핵 가결의 3차례 반복도 정부 및 정치 권력의 시민세력 배제와 탄압에 따른 내재적 견제 시스템의 마비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내재적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선 다수결(절차), 삼권분리(실행) 못지 않게 시민권력의 참여가 필요하다. 지금 탄핵 정국이 바로 적기(適期)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사면초가(四面楚歌)’ 한국 경제, 리더십부터 바꿔야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국외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폭풍전야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대폭 키울 것이다.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의 타격이 예상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도 더욱 압박 받을 게 뻔하다. 국내는 더 심각하다. 내수의 대표적 지수인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골목상권은 이미 황폐화됐다. 지난해 폐업신고 개인 및 법인 사업자는 전년대비 11만9195명 늘어난 98만6487명이나 됐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한국은행의 두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이같은 위기에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3.5%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내린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다시 3.0%로 0.25%p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번 잇따라 조정한 것은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환율 변동성 대응, 가계 부채·물가 관리를 위해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수출·성장 둔화에 대응하려면 인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지난 8월 2.4% 성장에서 2.2%로, 내년 2.1% 성장에서 1.9%로 각각 0.2%p씩 하향 조정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월간 보고서를 통해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장담하다 11월 들어서야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됐지만 인정하지 않다가 최근 약 30조원 결손을 인정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대출 규제를 둘러 싸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국토교통부가 혼선을 빚어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특히 윤 정부가 내세운 '건전 재정 기조'에 얽매여 경제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리더십을 갖고 있는 정치권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마쳐 주길 바란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위해 신뢰도 제고가 급선무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나서 정책 방향 설정, 사회적 신뢰 형성를 통해 위기 극복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몰래 골프를 쳤다가 '트럼프와의 외교'를 핑계대는 등 거짓말을 반복해 국민들이 아연 실색하고 있다. 신뢰가 붕괴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명태균 파문과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 관련 논란 등도 해소해야 한다. '게시판 댓글' 논란 등 권력 다툼에 날을 새우는 여당, 소모적 정쟁에 몰두한 야당도 하루 속히 제자리로 돌아와야한다. 정부와 경제 당국도 국내외 도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선 소비를 늘리기 위한 내수 진작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추가 금리 인하 검토와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 추경 편성, 직접 현금 또는 보조금·인센티브 지급, 대규모 공공사업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위해 국회와 머리를 맞대라. 첨단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중장기적 구조 개선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트럼프의 고강도 압박에 맞서 국익을 보호하고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가치 외교'를 버리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용 외교로 돌아오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코너몰린 경제, 플랜B는 어디있나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른바 '스트롱맨'으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4년 만에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감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글로벌 사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나라 정치권과 경제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길을 잃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2%)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출생, 고령화, 내수부진에다가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친 영향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와 달리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각 정당, 더 정확히 말하면 개인의 기득권을 지키고 싸우기에 급급하다. 민심과 국민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직후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개정 시도라는 위험한 길을 자초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와 그 가족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의혹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2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지 중지를 모아도 까마득할 판에 여야는 각자 스스로의 안위를 지키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은 요원해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판의 현실이라니 참으로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트럼프는 예측 불허의 인물이다. 그의 재집권은 당연히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아직 취임 전임에도 환율은 1400원을 넘나들며 급등했고 코스피는 폭락하며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은 이미 현실화됐다. 당장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부양책을 꺼내들었고,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몰고 올 구조적 변화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수 한파가 길어지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내년 사업계획에는 대규모 투자보다는 현금성 자산 확보, 사업부 매각 등 긴축경영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복합적인 경제 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단추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중시하던 기존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 재정 측면에서 보수적 정책운용의 중요성은 유지하되, 단기적인 재정확장운용을 통해 내수소비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현재 상황은 필사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중 후반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저성장 경제의 본원적인 잠재성장률 확보를 위해서라도 재정투입의 선제대응은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과 함께 자국주의와 고율의 관세로 직격탄을 받을 우리 수출기업들을 위한 정밀한 지원책 역시 시급한 과제다. 기업경영 전반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노동·환경·입법에 대한 파격적인 규제개혁과 이들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정책들을 대거 발굴해 기업경쟁력 저하에 대한 최후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정책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이른바 '충성파'를 주요 요직에 발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우리 기업들의 아군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성명.'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 사장단의 외침이 공허하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칼럼] 미국이 하차해도, 탄소중립 열차는 계속 간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트럼프의 공약대로 파리기후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시기(2017년 1월 20일 ~ 2021년 1월 20일)에도 공약대로 미국을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시킨 바 있다. 이후 현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협정에 재가입한 상태지만, 내년 1월 트럼프 정부가 정식 취임하면 다시 탈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기후협정은 글로벌 탄소중립 체제의 근본이다.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현재의 과도한 지구 온도 상승으로는 인류가 감당하지 못하는 심각한 기후 재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세기 안에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로 억제하고, 나아가 최대한 1.5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전 세계가 약속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 주도 하에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2050~206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넷제로화하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발생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문화, 교육, 사회 등 모든 시스템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해야만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기 때문에 탄소중립은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고, 혼자나 소수가 아닌 전 세계가 단합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한단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고, 1인당 배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현 기후위기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미국의 협정 탈퇴는 참으로 어이없고, 무책임하며, 다른 나라들의 힘을 쭉 빠지게 한다. 그럼에도 전 세계가 탑승한 탄소중립 열차는 계속 앞으로 갈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전 세계는 탄소중립이 옳은 길이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36조원)가 투자됐다. 처음으로 친환경 기술 투자가 화석연료에 투입된 자본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는 친환경 투자액이 더욱 커질 것이 명확하다. 간단하게 현대자동차만 놓고 봐도 앞으로 전기차에 더 많이 투자할 지, 아니면 기존 내연기관차에 투자할지 생각해 보면 답은 뻔하다. 심지어 화석연료의 근거지인 중동국까지 탄소중립에 동의하고 있다. 매년 각 국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는 올해까지 3차례 연속으로 중동(이집트, UAE,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렸다. 특히 UAE 28차 회의에서는 123개국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량을 현재 계획보다 3배 늘리고 에너지효율도 2배 늘릴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실질적 탄소 배출 및 감축 당사자인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50년까지 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자발적 캠페인인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수는 현재 435개이다. 한국 기업도 36개나 가입했다. 가입한 기업에는 애플,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나이키, 스타벅스, GM, BMW 등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이 상당하며, 한국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시총 상위기업들이 다수 가입해 있다. RE100은 단순히 가입 기업만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파트너사한테까지 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RE100 대상은 가입기업 수의 몇 배는 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및 탄소중립 거부는 미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중국의 위상만 더욱 강화시켜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미국와 유럽연합의 대중국 공격 포인트는 반환경, 반인권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환경에서 전력을 다해 친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신규 보급자동차 중 절반이 전기차이며, 전력 발생량의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필자가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에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따른 영향을 묻자 “유럽연합과 중국이 기후대응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로 놀라운 예측이 아닐 수 없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기금인 기후재원(NCQG)에서 미국이 빠지고, 중국이 들어간다면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고 그동안 미국이 쌓아 온 위상은 하루 아침에 무너질 것이다. 결국 미국이 탄소중립 열차에서 하차한다 해도 열차는 절대 멈추거나 탈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를 내려주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 아까울 뿐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데스크칼럼]트럼프 재당선으로 ‘기후위기 허구론’ 힘 받나

미국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기존 탄소중립 정책 추진도 늦춰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선진국의 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 저감을 지원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의 의결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레이스에서 “기후위기는 기후종말론자들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재탈퇴도 공약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려 에너지 가격을 최대한 빠르게 낮추겠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인 트럼트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셰일오일 생산이 위축됐다고 여기고 있다. 이에 셰일오일과 가스 생산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에너지 독립국의 위상을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는 정책은 기후환경론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5대 대통령 취임 첫 해 6월에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2019년 11월 유엔에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이번엔 2025년 대통령 취임 첫 날 행정명령을 통해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 속에 “지구온난화로 인류는 대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목소리도 작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글로벌 패권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기후위기 선동은 사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IPCC가 추진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정책에 힘이 실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에 수정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면 한국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지난 8일 열린 에너지미래포럼 조찬 강연에서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해 미국산 원유와 가스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이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LNG선이 많이 필요할텐데 국내 조선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원자력 에너지 생산도 확대할 것이라며 ▲원자력규제위원회 현대화 ▲기존 원자력 발전소 가동 유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등의 공약도 밝혔다. 원자력발전소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과 협력할 부문이 많다. 해외 원전수출에서도 경쟁관계보다는 상생관계를 모색할 수 있으며, 특히 SMR 추진에서 양국이 협력의 수준을 높힐 수 있다. 현재 SMR과 관련해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 협력을 꾀하고 있는데, 양국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수 있다. 아울러 '무탄소에너지(CFE)'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국제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수 있다. CFE는 기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 수소, 탄소포집저장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정책과 궤를 같이 할수 있다. 든든한 미국을 우군으로 확보한다면 국제 협의체에 보다 많은 국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고 내년 2월까지 새롭게 제출해야 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늦게 제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듯 한국도 미국의 NDC 추진 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보조를 맞춰가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변화가 불가피한 온실가스감축· 에너지안보 정책을 국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실사구시의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데스크칼럼] 배달앱 상생협의체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배달플랫폼과 외식업 중심의 입점업체 단체간 '배달앱 수수료 상생'을 위한 협상이 합의 도출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상생 협상은 지난 7월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하나로 탄생한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출범 이후 지난달 30일 9차 회의까지 가졌음에도 양측은 이견차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가한 정부측 특별위원들이 '상위 80% 입점업체에 배달 수수료 6.8%를 부과'하는 1차 중재안을 냈지만, 일부 입점업체 단체와 배달플랫폼의 반발로 무산됐다. 더욱이 9차 회의에서 상생협의체가 배달플랫폼업체 쿠팡이츠에 '소비자 무료배달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쿠팡이츠의 거절은 물론 협의체에 제외된 소비자단체가 '배달비를 소비자에 전가하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상생협의체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9차례 만남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배달플랫폼과 소상공 자영업자들이 각자 처해 있는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상생협의체에 참가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등 주요 배달플랫폼들은 고객 확보와 시장점유를 위한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더 빠른 배달, 더 싼 배달'을 요구하는 고객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원활한 배달기사 확보, 우수한 신규 입점업체 발굴에 나서고, 시장점유 확장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광고마케팅 과다경쟁 등 약육강식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선두사업자의 배달료 인상은 입점업체엔 시장지배적 우월행위로 보여질 수 있으나, 유통시장의 특성상 전체 배달플랫폼시장에선 '가격인상 바람잡이' 역할로 동조하는 분위기다. 배달앱에 입점한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경쟁은 폐업만은 피하려는 '하루살이 삶'을 방불케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및 법인 자영업자 중 폐업한 수는 98만여명으로 전년보다 약 12만명이 늘어나 매일 평균 320여명 자영업자가 점포 문을 닫았다. 국세청이 2006년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였다. 더욱이 외식 자영업자의 52% 가량이 연매출액 1억원 미만으로,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출 증가에 따른 폐업이 속출했고, 엔데믹 전환 이후에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 인상은 외식업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더욱 옥죄는 올가미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결국, 무한경쟁에 매달린 배달앱 사업자들의 '수익 극대화'와 영업존폐에 내몰린 외식 자영업자의 '최소한의 생존'이 배달수수료를 놓고 충돌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상생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 배달앱 상생협의회다. 이해관계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출범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운영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상생협의체에 소비자단체를 이해당사자 또는 참관인으로 참석시켜야 한다. 사실 배달앱으로 입점업체 음식을 주문구매하면서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은 고객(소비자)이다. 고객 주문으로 발생하는 배달수수료의 요율 조정, 무료배달의 적절성을 놓고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소비자를 배제한 채 논란을 벌이는 행위에 얼마나 국민적 공감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상생협의체에 참여한 공익위원의 중재안을 법적 구속력을 높여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처럼 이해당사자간 합의 도출이 안될 경우 각자 안을 조정해 중재안을 제시하고, 표결로 승인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최상의 상생안'은 아닐지라도 '최선(최소)의 상생안'으로 단계적으로 이해갈등을 풀어나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모쪼록 4일 열리는 10번째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칼럼] 삼성전자 연말 인사에 거는 기대

삼성전자의 연말 인사가 예년보다 이른 오는 11월에 단행된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인사의 폭이나 구조조정 포함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상황에서 이번 인사는 잦아들지 않는 '삼성전자 위기설'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의 기대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이는 실적,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의 반성문에 대한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최근 10년간의 실적과 비교했을 때 처참한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1000억원 수준이며, DS 사업의 영업이익은 4조원에서 4조원 중반대로 예상된다. 문제는 지난 24일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설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으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보여줬다. HBM 사업만 놓고 보더라도 두 기업의 희비가 갈렸지만,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HBM 성과를 배제하더라도 이미 삼성전자의 위기는 시작됐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DS 부문 전체의 겨우 4%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DRAM, NAND) 부문이나 파운드리 부문에서 균열이 가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듯 신저가를 연일 경신 중이다. 지난 25일 삼성전자는 장중 5만5900원을 터치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한때 '10만 전자'의 꿈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외국인은 32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증권가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흔들리는 D램 제국'의 원인을 놓고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의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M&A를 포함한 신성장동력 발굴에 대한 실패와 함께 엔지니어들의 혁신을 담아내지 못할 정도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삼성전자의 체력을 조금씩 갉아먹었다는 증언들이 추가되는 상황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한 '20년 반도체맨이 말하는 삼성전자 위기론'에서 언급된 '실패를 없애기 위해 도전도 없앴다'는 증언은 뼈아픈 지적이다. '실패가 없는 것이 실패'인 아이러니가 된 것인데, 이 즈음에서 삼성은 이건희 선대 회장이 본인의 에세이에서 언급한 시사점을 떠올렸으면 한다. 이 선대 회장은 “실패는 많이 할수록 좋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고 말했다. 이제 실패의 지적, 반성문, 주식시장의 평가도 모두 나왔다. 그렇다면 유능한 일을 할 일만 남은 것 아닌가. 삼성전자의 신저가는 역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HBM 사업의 부진은 삼성전자라는 거함에 뚫린 작은 구멍이지만, 아직 유능하고 열정적인 임직원과 풍부한 유보금,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이 있다. 국민적인 기대감도 충분하다. 에너지경제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과반 이상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지지했다. 이는 삼성을 적대시하거나 시기하기 보다 삼성을 응원하는 마음의 발로일 것이다. 내내 침묵하는 이재용 회장의 첫 일갈이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미래의 삼성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첫 호령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현우 기자 kimhw@ekn.kr

[데스크 칼럼] ‘첫 노벨문학상’,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

“왜 황석영이 아니고 한강이란 말인가?"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의 2024년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 일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황석영도 전쟁과 분단, 군사 독재와 압축 성장,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뤄 온 국내 대표 소설가다. 비영어권이란 한계만 없었다면 진즉에 노벨문학상을 타고도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영어권, 백인, 노인, 남성에게 치중되던 노벨문학상이 갑자기 왜 '변방' 한국의 젊은 여성 소설가에게 꽂혔단 말인가? 다름 아닌 '혁신'에 주목했다. 실제 스웨덴 한림원은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문학평론가들도 비슷한 분석이다. 김명인 평론가는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에 대해 “(한강 등 현재 주류 여성작가들은) 오래도록 민족 민중 계급 등으로 표상되어온 한국 문학의 고질적 남근주의, 가부장주의에 대한 집단적 반란"이라며 “이러한 문학적 위상을 귀신같이 알아채서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한강은 '혁신적 글쓰기', 즉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문법을 깬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나서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에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은 10여년 새 '잘 나가는' 국가였다. 경제적으로 전세계에서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다.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으로 부자가 된 유일한 나라다. 군사독재 청산 등 민주주의 발전까지 쟁취했다.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음악, 웹툰, 드라마, 음식까지 전세계적 유행이다. 1980년대 G2 자리를 노리던 일본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구조적 위기다. 수출로 먹고 살아 온 경제가 단순 싸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와 4차 산업 혁명, 미국·중국간 패권 경쟁 등 국제 질서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속에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전기자동차·배터리는 캐즘(일시적 수요 지체)과 값싼 중국산에 휩쓸리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차세대 산업기술도 주요 국가들에게 뒤처졌다. 선박·철강·화학 등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는 오래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신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앞선 나라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서 성공을 거뒀다. 막상 선두에 서게 되니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마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로 장차 경제 성장은커녕 국방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인구 고령화와 빈부 격차, 마약·사기 등 범죄,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뒤처져 '기후악당 국가'로 전락했다. 칭송받던 민주주의도 언론 자유 후퇴·제왕적 대통령제 등으로 “독재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를 극복할 방향타를 알려준다. 그동안 한국 경쟁력의 원천이 된 '들들볶는 경쟁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 한 단계 진화시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되 자유와 평등, 공정과 경쟁간의 애매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혁신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한 발씩 내딛어야 살아 남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경로 벗어난 尹정부 금융정책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모두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정부의 국정동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의정갈등과 지속되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내수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여력 둔화, 가계부채의 급증은 또 다른 민심 이반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고집과 불통은 윤 대통령을 대표하는 수식어가 된지 오래다. 본인과 김여사 일에는 지나칠 정도로 관용적이고, 방어적인 반면 국가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들은 지나칠 정도로 논리가 없고 성급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산업, 특히 금융업에 대한 접근은 미시적이고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어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이 작년 11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행태는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말에도 논리와 근거는 전무하다. 독과점이란 특정 시장에서 경쟁자가 하나도 없거나, 경쟁자가 소수여서 경쟁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은행만 18곳이다. 이는 은행 한 곳의 경쟁사가 17곳이라는 말과 같다. 대통령의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은 아슬아슬하다. 이보다 앞선 시기인 지난해 2월에도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은행의 돈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뜻한다. 누구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한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국방, 경찰, 소방, 공원, 도로 등이 대표적인 공공재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라고 표현한 것은 그래서 위험하다. 금융업과 은행을 하나의 산업, 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표심의 부산물이자 정치권의 부산물로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은행의 이윤 창출이 곧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발상 또한 대단히 근시안적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은 금융업의 역할 중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 금융업은 기업의 생산 및 투자, 소비 활성화, 경제안정성 유지, 경제위기 예방, 국가 신용도 제고,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융업의 발전이 곧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금융업이 갈수록 자신감과 역동성, 창의성을 잃어가는 것은 그래서 안타깝다. 현 정부가 기업(은행)의 이윤 창출을 비난하고 공공재, 독과점이라는 다소 격한 단어까지 구사하면서 금융업을 위축시킨 결과물이다. 최근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기자간담회는 대한민국의 금융업과 정부 및 한국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 위원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엑셀을 밟는 것을 좋아한다. 정부는 브레이크를 잘 잡지 않는다. 전 세계 모든 정부가 다 그러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레이크를 잡는 주체는 중앙은행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이 (정부와) 함께 엑셀을 밟는다면 (리스크가) 통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내수부진이라는 단편만 보고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집값 상승세, 가계 빚 등의 리스크가 크다는 진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신 위원의 발언은 운전자가 엑셀, 브레이크의 작동법을 명확히 인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자동차를 조작할 때에나 타당한 논리다. 시장의 논리, 각 산업의 생태계는 도외시한 채 자신의 직감만으로 엑셀, 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운전자는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길로 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명운을 좌우할 정부는 엑셀, 브레이크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가.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에도 신호등(시장)은 무시한 채 엑셀만 밟고 있지는 않는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라는 거시경제 변수에는 어떠한 지도를 그리고 있는가. 현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이상한 나라의 국회의원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4년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본명 정주일) 씨가 14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15대 총선 불출마 선언 당시 던진 말이다. 국내 코미디계의 1인자였던 그가 국회에서 한 수 배웠다는 것은 국회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미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웃음을 주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회는 의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5000만원 이상이 될 경우 초과 액수의 22%부터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당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중이고. 금투세를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등 여(與)당은 투자자들의 혼란과 큰손들의 이탈 등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둘 다 이해 가능한 의견이라면 의견이다. 하지만 문제는 금투세 시행을 주장 중인 야당의 행보다. 내부에서조차 찬반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고, 지난 2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금투세 시행 토론회에서는 온갖 구설을 만들어내며 투자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번 민주당의 토론회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학생 모의재판과 다를 바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토론회가 아니었다. 당내 찬·반 의원들 간 의견을 교환하는 데에 그쳤다. 말 그대로 약속대련에 불과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한마디는 이날 토론회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에 투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해 논란을 자초했다. 인버스는 주가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를 최근 주택가격에 견주어 보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던 시기 왜 서울에 집 한 채 사지 않았느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비아냥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금투세 논란으로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수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강행 의지를 내비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금투세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은 조사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리얼미터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의뢰로 지난 지난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금투세 시행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폐지'(34.0%) 또는 '유예'(23.4%)가 필요하다는 비율이 57.4%로 나타났다.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는 “국장은 답이 없다"라는 한 투자자의 말이 모든걸 대변한다. 한국 증시만 소외받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훼손하는 금투세 도입이 현재 상황에서 과연 적절하냐는 거다. 실제 연초 이후 코스피 지수는 0.20%(5.5포인트) 감소한 반면 미국 다우지수는 12.26%(4623.46포인트)가 올랐다. 금투세 도입을 철회한 대만의 가권지수는 연초 이후 27.36%(4903.42)가 뛰었다. 급한건 세금이 아니라 시장 안정화다. 전환사채(CB) 등을 통한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시장을 훼손하는 좀비기업들, 이슈에 급등락을 거듭하는 테마주의 난립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언제까지 여의도발 코미디에 쓴웃음을 지어야 할까. 정치인들의 빠른 결단이 필요한 때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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