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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선 넘은 한미약품 가족분쟁, 직원은 안중에 없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와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지난 주에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모친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누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를 잇따라 형사고발했다. 배임과 허위사실 유포 등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을 혐의로 들었다. 이번 형사고발이 기소와 재판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9월 임종윤 이사는 모녀측 인사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으나 경찰이 내사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형사고발이 코리그룹과 한미사이언스 명의로 이뤄졌지만 사실상 코리그룹 최대주주인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각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실제 형사처벌보다는 이달 말과 다음달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형제측과 모녀측은 모두 간담회, 입장문 등 기회될 때마다 가족간 화합을 통한 위기 극복을 강조해 왔다. 이번 형제의 형사고발은 겉으로나마 강조해 온 가족간 화합마저 사실상 무너뜨린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모친 송영숙 회장은 아들을 잘 키우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문제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과 한미약품 임시주총 이후에도 현재의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관 변경 등 의결 요건이 까다로운 안건들이 상정된 만큼 캐스팅보드 역할을 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면 형제측이 장약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모녀측이 장악한 주력사 한미약품이 모두 현 지배구도를 유지하면서 대립을 지속할 수 있다. 이번 가족간 형사고발로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한 오너일가 갈등이 자칫 그룹 전체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임종훈 대표가 주도한 한미사이언스 중장기 성장전략 설명회에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배석해 계열사들도 형제측과 모녀측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임직원들이 연구개발 등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요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그룹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축이다. 창업주 일족들은 한미약품그룹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인식하고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려는 욕심보다 회사와 임직원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윤 대통령에겐 기후가 어색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후를 다루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를 보면 호불호를 떠나 기후를 능숙하게 다룬다. 대통령이 되면 파리기후협약에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기후위기는 사기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유럽연합(EU) 소속 일부 국가나 호주를 보면 보수정당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정권을 잡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진보정당의 기후 정책에 제동을 건다. 기후도 중요하나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지도자에게 기후는 청사진을 그릴 좋은 소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보수정당이 기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이 지났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 국민의힘을 패싱하고 졸속으로 통과시킨 '탄소중립법'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탄소중립법을 세운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제조업 중심인 나라가 탄소감축을 시작한 EU를 따라하겠다며 탄소중립계획을 법으로 명시했다. 미국과 중국은 하지 않은 일이다. 보수 지지층 입장에선 문 전 대통령의 과욕이 나라를 망친 것이다. 산업계도 엄청난 우려를 나타낸 일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 정권의 과욕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 임기 초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 목표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발언을 하며 과감한 변화를 주는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사회 눈치를 본 탓일까? 중간 결과적으론 기후에서 죽은 문재인이 산 윤석열을 이긴 꼴이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때 만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은 탄소중립법을 어길 수 없으니 이를 따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그늘을 걷어주지 못하고 행정기관에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고 있다. 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산업계 부담을 일부 줄였다. 하지만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인다는 전체 목표를 줄인 것은 아니다. 산업계 부담은 발전업계로 넘어갔으니 조삼모사다. 여권의 국회 권력이 약하니 탄소중립법을 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2030 NDC를 40%에서 35%로 줄이는 선택지도 가능했다. 탄소중립법에는 2030 NDC를 35% 이상으로 하라고 돼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탈원전을 뒤집어 체코원전 건설 수주를 추진했고 동해 가스전 시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대통령이 임기 내내 자랑하기엔 부족하다. 원전 정책은 중요하나 탄소중립법과 비교하면 급이 다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보수 지지층에서도 흔들리기에 하는 소리다.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기후로 지지층에게 점수를 땄다고 볼 수 있을까. 혹은 그가 속으로는 문 전 대통령의 기후 정책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걸까. 기후로 콕 집어 예를 들었으나 다른 분야라고 크게 다를까 싶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불신 가득한 증권사 리포트

“기자님은 증권사 리포트를 많이 보시나요? 유튜브 증권 방송도 보시나요? 전 요즘 증권사 리포트는 안 본지 오래됐고, 유튜브 증권 분석을 주로 봐요. 오늘 본 유튜브에서는 삼성전자 주가 하방이 4만5000원까지도 열려있다고 보는데, 증권사들은 여전히 저점 매수를 언급해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부분이 많아요."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입문한 개인투자자가 최근 기자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증시가 하반기 들어 변동성이 커진 데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원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만이 재차 터져나오는 중이다. 불과 국내 증권가에서는 2개월 전만해도 삼성전자 주가 10만원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여전히 높단 평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 24곳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전날 기준 8만7208원이다. 여기에 모든 증권사가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 초반으로, 5만원 선도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올해만 35% 이상 하락한 상태다. 국내 증권사 리포트 가운데 매도비율은 10월 기준 3% 수준이다. 매수 비중은 92%가 넘는다. 증권사 리포트에서 '매도' 의견을 찾기 어려워진 건 오래됐다. '중립' 의견이 나오면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볼 정도다. 외국계 증권사에 휩쓸린다는 평가도 있다. 모건스탠리가 올해 '반도체 위기론'을 제시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을 때 국내 증권사들도 일제히 목표가를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기대감이 커지며 주가가 상승하자, 모건스탠리도 긍정적 의견으로 바꿨다. 이후 국내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호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만 30% 이상 오른 상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정책 지원도 필요하지만, 증권가의 지원과 노력도 있어야한다. 증권가 리포트에 대한 지적은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구조적 문제의 해결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내 증시가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증권가가 기업에게 친절한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때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정확한 전문가 의견 습득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난해한' 리포트 보단, 투자자들을 위한 '객관적인' 리포트를 볼 수 있길 오늘도 바란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기자의 눈] 무산된 배달앱 상생, 규제만이 정답 아니다

“중개수수료의 상한선을 정해 규제해도 배달플랫폼이 광고상품 같은 부가상품 비용을 늘리면 오히려 입점업체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간 11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결국 중개수수료 상생안 합의가 무산되면서 '수수료 상한 규제' 입법화 가능성이 커지자 입점업체 한켠에선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수수료 상한 규제를 실행한다고 해도 배달플랫폼들이 수수료 외 다른 방식으로 입점업체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11차례에 걸친 상생협의체 과정에서 일부 입점업체 단체가 '수수료 5%' 입장을 고수해 배달플랫폼의 운신 폭을 좁혔고, 차등수수료 등 몇차례 상생안을 제시했던 배달플랫폼도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다른 비용 부담을 제외한 '수수료 5%'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해 결국 상생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11일 이정희 상생협의체 공익원장이 상생협의체 운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대안으로 수수수료 상한 규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 등 추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상생안 불발 시 수수료 상한제·우대수수료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수수료 상한 규제가 배달앱 입점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지는 따져봐야 한다. 배달앱들이 수수료를 낮추게 되면 기업 속성상 다른 부문에서 '빠진 매출 메우기'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 광고상품 등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다른 부가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선회할 경우 수수료 상한 규제를 가하더라도 입점업체는 비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생이란 일방이 아닌 쌍방의 양보를 전제로 한다. 배달앱 입점업체들도 한 발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 '수수료 5%' 관철보다는 '차등수수료' 혜택 확대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정부 역시 섣부른 규제보다 입접업체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광장시장 자정 노력, 아쉬운 이유

지난해 외국인을 상대로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었던 서울 광장시장을 논란 1년여가 지난 최근 직접 찾아가봤다. 금요일 오후 방문한 광장시장은 '바가지요금 논란'이 다 잦아들었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사실 시장을 찾기 전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와 광장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했다는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했다. 양측 모두 당초 발표했던 '정량표기제' 도입은 상인들 반대로 유야무야, 대신 QR메뉴판을 도입해 부작용을 차단하고 카드 단말기 사용을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방문 당일 현장에서 목격한 사정은 설명과 달랐다. 실제로 음식값을 결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밀었다가 거부 당하고 당황해 하는 외국인 관광객 커플을 마주했다. 무슨 일인지를 묻자 옆에 있던 노점상인은 기자를 '쓱' 한번 훑어보더니 그제서야 카드 단말기를 '쓰윽' 꺼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카드 단말기가 외국인들에겐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었다. 상인의 해명을 들어보니 상인회를 통해 단말기를 대여받았으나, 이 단말기가 외국 카드는 결제 지원을 안 한다고 했다. 외국 카드로 결제를 못 하니 현금만 받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시장 내 몇몇 가게들은 아예 가게 앞에 '현금만 받는다'는 문구를 써 붙여 놓고 있었다. 서울시와 종로구에 해당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문의했더니 “인지는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문제의 핵심은 정량표기제 도입 유무가 아니다. 여전히 시장 안엔 이런저런 핑계로 QR메뉴판을 도입하지 않은 업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꾀를 서서 카드 결제를 회피하고 있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모니터링을 한다니 '구색'은 맞췄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일본 등 해외 전통시장에서도 현금만 받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정부가 나서 전통시장 디지털 전환(DX)에 애쓰겠다고 한 마당에 대한민국 전통시장의 '얼굴'에 해당하는 광장시장의 현주소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량표기제를 '호언장담'했던 지자체는 상인회와 잘 소통하고 있는 것이 맞나.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전통시장 진흥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금융감독원의 결단에 박수를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기업들에 칼을 겨눴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들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합병,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자 금융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금융당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늦은 감이 있지만 그 방향성에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려아연과 두산이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갑작스럽게 발표했다. 차입금 상환을 목표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은 반발했다. 주주가치 훼손, 불공정거래 의혹 등의 비판이 커졌다. 금감원도 다음날 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공개매수 관련 부정거래 의혹을 적극 조사하겠다며 엄정 대응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유상증자 공시 이후 엿새 만인 지난 6일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현재 신고서의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두산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합병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싸늘한 시장 반응에 합병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두산을 향해 정정 제출을 요구하면서 “증권신고서상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 없이 무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작심발언한 것 또한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기업에 대해 발언하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장이 원장 권한을 넘어 본인의 의견을 외부에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한다"며 “시정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가 시장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도 금감원의 적극적인 조치에 사뭇 놀란 눈치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고, 두산의 합병안도 쉽게 통과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과 두산 사태를 본보기로 향후 다른 기업들도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거나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바꿀 절호의 기회다. 기업들은 더 이상 주주를 배제한 채 기업 가치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기자의 눈]‘노후 안전판’ 주택연금, 취약계층 혜택 늘려야

주택연금은 소유 중인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일정 수준 돈을 받는 제도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집만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가입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경제구조 특성상 주택연금 역시 '수도권 쏠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입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수도권 거주자다. 수령액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월지급금은 154만4000원이다. 서울이 224만7000원, 전라남도가 67만5000원으로 3배 넘게 차이난다. 더 큰 문제는 연금이 정말 절실한 취약계층이 소외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이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특히 주택 가격이 낮을수록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우대형 주택연금은 집값이 2억5000만원 미만이거나 기초연금을 받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대형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중 상한선(작년 기준 2억원)에 인접한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이는 전체의 47.6%(896명)를 차지했다. 5000만원 미만 가입자 수는 21명(1%), 5000만~1억원 미만 가입자 수는 289명(15.3%)에 그쳤다. 해지자 현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주택가격 5000만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67%에 달하는 14명이었다. 가입 해지 시 불이익이 있음에도 '급전'이 필요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1억5000만~2억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2%(16명)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을 추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낮은 수령액 탓에 '안전판'을 스스로 제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5000만원 미만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자의 지난해 월평균 수령액은 20만원 안팎이다. '우대형' 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가입 가능 상한선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월 지급액 추가 요율 적용 등을 통해 해지율을 낮춰야 한다. 강 의원은 “저가주택을 소유한 취약계층도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노령화와 함께 정년 연장 논의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은퇴자들의 생활자금 마련 고민 역시 우리 사회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 적극 장려하되 소외받는 이들은 없어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한국 에너지정책 수정 불가피

'글로벌 선거의 해'의 대미를 장식할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IRA를 비롯한 기존 바이든의 탄소중립 정책은 크게 후퇴되거나 폐지되고, 석유・셰일가스 등 화석 연료에 대한 지원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럽의회는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우세력이 장악해 현재의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루고, 이후에도 휘발유·경유차 중고차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는 유지하겠지만 가계의 생활비 부담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는 “미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날아온 전혀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공기 속에 숨 쉬면서 불가능한 것에 수조 달러를 쓰며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모두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수백개씩 짓고 있으며 독일도 막 여기에 동참했다“면서 “수낵 총리가 너무 늦기 전에 이런 사기를 알아챈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를 대놓고 부정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이같은 기조는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미국에선 트럼프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ESG는 수익성이 떨어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투자보다는 화석연료를 포함한 인프라 분야 투자로 이동하고 있으며, 안보 이슈로 방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고위관료들로 구성된 또 다른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인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에서도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기후 의제에 치우친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만 높아졌다. 셰일 등 미국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업들도 화석연료 발전원 조기 폐지,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존 기후에너지 공약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역행하는 대출금리에 소비자는 한숨 쉰다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주택담보대출의 대환대출을 알아봤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가지고 있는 주담대 금리가 연 3%대인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만큼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고 했으나 갈아탈 만한 상품이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주담대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졌는데 당시에 대환대출을 하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움도 나타냈다.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에 맞춰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이 심한 상황이라 혼란스럽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주담대 금리가 들쭉날쭉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을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7~8월 주요 은행들은 20회여 차례 가산금리를 높이며 대출금리를 인상했고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4%까지 뛰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지고 있는 시장금리 흐름을 역행했다.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인상을 문제 삼자 은행들은 한도 조절 등으로 대응하기도 했지만,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가계대출 금리를 높이고, 대출 취급도 억제하며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사이 예금(수신)금리는 낮아지면서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22%포인트(p)로 전월 대비 0.19%p 더 확대됐다. 결국에는 은행들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란 명분을 내세우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 결국 피해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앞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로 더 이뤄질 예정이지만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내년까지 가계대출 조이기를 지속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도 동시에 하락해야 한다는 시장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오락가락한 금리 방향에, 이러다가는 운이 좋아야만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겠다는 한숨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가계대출 조이기...누굴 위한 정책인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조치가 시중은행을 넘어 이제는 제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은행권이 당국 기조에 맞춰 대출금리 인상, 유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제한, 대출한도 및 만기 축소 등 다방면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은행권을 넘지 못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은 상호금융권을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이 약 2조원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를 차단하고자 이달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목표치를 받고 그래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규제조치를 가동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시중은행은 물론 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을 둘러싼 시장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는 속속 인하되는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다. 결국 예대금리차만 확대되면서 은행권은 올해도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렸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사실상 묵인하면서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며 은행권에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대출금리 인하일까, 은행권의 혁신일까.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달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를 놓고 입장을 번복한 것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은행권에 디딤돌대출 취급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불과 이틀 만에 규제를 잠정 유예하겠다고 했다. 사전 예고, 유예기간을 주고 디딤돌대출 요건을 변경해도 부족할 판에 은행권을 앞세워 서민 실수요자 지원상품인 디딤돌대출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망각하는 우를 범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잘못을 은행권에 떠넘기고, 들끓는 비난 여론을 '오해'라고 발뺌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대출 규제는 은행이 아닌 금융당국에 주어진 책무이자 의무 아닐까.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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