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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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전력의 고속도로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이야기하는 책 중에 1998년에 출간된 재래드 다이어먼드의 '총 균 쇠'가 있다. 풀리처 상을 받기도 했는데 벌써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명저로 꼽히고 있다. 다만 너무 분량이 많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지만 하는데 저자도 처음에 볼 때 정말 매우 힘들게 보았다. 헌데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10대 들이 쉽게 읽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김정진의 '10대를 위한 총 균 쇠'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자가 나름 대로 최신의 연구 조사와 분석을 추가하면서 쉽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특히 인간인 호모사피엔스가 이제는 창조주가 되어 AI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어찌될지 보아야 하는 것으로 마친다. '총 균 쇠'의 핵심은 '무기 세균 도구(기술)'로 대변 되는 제목에서 보듯이 인류의 발전을 위 세가지로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민족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라는 것이며 어디에 태어 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이 지정학적으로 다른 날 보다 더 유리해서 일찍 발전이 먼저 되었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농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발달하면서 물건들을 수송하는 도로가 발달했다. 실크로드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경우 역대 강대국들은 영국, 스페인, 포르투칼, 프랑스, 독일,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 해양의 시대부터 선박을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 하지만 독일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고 본다. 1932년 8월 6일 최초의 고속도로가 본-퀼른 사이에 결정된후 잠시 중단되다가 다시 활성화 되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한국도 경부고속도로를 산업의 동맥이라고 부른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전력망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하다. 헌데 요즘에 보면 동맥경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5월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8년까지 탄소 중립·녹색 성장 기본법과 연계하여 원전은 35.6%(249.7TWh) 신재생에너지 32.9%(230.8TWh), 수소·암모니아 5.5%(38.5 TWh)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70.2%로 되고 원전도 신규로 3기 정도를 건설한다. 석탄과 LNG는 감소하여 각각 10.3%, 11.1% 수준이 된다. 미래로 갈수록 전기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건물, 산업 자동화, 자동차, 전력 등 모든 것이 전기화로 가기 때문이다. RE100에 대한 무형의 규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전의 경영 적자 수준도 나쁘다. 이런 와중에 이미 전력의 동맥경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정부가 반도체와 2차 전기, 디스플레이의 미래 산업화를 위하여 7곳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6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용인을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42년까지 5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필요한 전력은 10 GW는 넘을 것으로 본다. 발전소 짓기도 어렵고, 가져 오기도 어렵다. 실로 산너머 산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 속히 지난 국회에서 처리 못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법'을 처리해야 한다. 남부지역의 재생 에너지와 동해안 지역 원전 전기의 수도권 첨단 산업 공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리적인 전력 요금의 개선도 마련해야 하며, 미래에 부응한 전력 시장의 개편도 해야 한다. 정말 전력부분에서는 할일이 태산이다.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 서자니 숭산이다“ 그래도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는 말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야 한다. 김정인

[기고] 다 쓴 것도 다시 보는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에 관심을

장마철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하면 2100년 무렵 1년 절반인 여름으로 봄이나 가을이 사라질 거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현실처럼 와닿는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의 보급을 적극 장려해야 하며, 사용기한이 만료된 사용후 배터리 처리 역시 챙겨야 할 사안이다. 왜냐하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은 계속 증가되어 이는 또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중요한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크게 둘로 나눠지는데, 배터리의 잔존수명을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과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으면 가루형태로 분쇄한 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분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은 2020년 275개에서 2030년이면 연간 무려 10만팩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국내 폐기물관리법에 지정된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지위로 변경된 바 있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재사용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하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굿바이카 주축으로 무선충전 기술 기반 전력 제어 시스템 및 배터리 시험장비 제조기업 그린파워, 그린퍼즐, 피앤아이비가 진행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 다채널배터리 모듈 검사장비 개발' 과제는 그 일환으로 보면 되겠다. 즉 국내외로 급격히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여 연결 확장이 가능한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하며, 이를 위해 그린파워는 사용후 배터리 모듈의 다채널 검사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쉽게 말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등 유관기관에서 배터리의 잔존수명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에 적용할 만한 검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검사 항목 중에 용량, 내부저항검사의 경우 직접 충방전을 통해 가능하므로 제조사, 차종별 배터리 외형과 사양에 따라 적합한 규격의 충방전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교류내부저항(ACIR), 개방회로전압(OCV), 절연저항(IR) 등 배터리 특성 검사를 위한 측정기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전체 검사 프로세스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검사 결과는 규격에서 요청하는 형태로 정리되도록 구현된다. 앞으로 점차 다양한 전기차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사양으로 제조된 사용 후 배터리가 나올 것이고, 각각의 배터리 유형들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종에 대응할 수 있는 충전장치와 방법들이 요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제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전수검사를 통한 잔존용량과 내구성에 대해 시험평가를 가능하도록 기준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 추후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이 본격화된다면, 재사용 배터리 경험이 부족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고 더 나아가 2030년 온실가스(2018년 대비)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곳이란 말이 있다. '사용후 배터리'란 기회에 K배터리 성장저력으로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의 시간을 보내며 탄소중립 사회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도록 이를 극복과 성공의 디딤돌로 삼아보면 어떨까. 지난 10일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사용후 배터리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전력시장 전기요금체계 개편도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에는 재생에너지, 수소, 원전, ESS 등 무탄소 발전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이 전체 발전량의 70%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 전력시장은 화력발전에 최적화되어 이러한 무탄소 전원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즉 지금과 같은 도매시장 체제가 지속될 경우 무탄소 전원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투자비를 모두 회수할 수 없는 리스크가 존재하며, 무탄소 전원의 낮은 변동비가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시장제도가 필요하며, 유연성 자원의 가치를 반영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CBP 기반의 하루 전 시장만을 통해 전력거래가 이루어지는 현행 체제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력산업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에, 우리 정부는 미래지향적으로 전력시장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실시간 시장과 예비력 시장을 개설하여 실시간 수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며,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된 비용평가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단계적으로 가격입찰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대규모 신규 발전설비가 전력시장에 진입할 충분할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저탄소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시장원칙에 따른 발전설비 진입을 유도할 목적으로 신규 LNG 발전을 대상으로 용량시장 개설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도화 및 선진화로 알려진 이러한 개편방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다소 경직적인 체제로 운영 중이던 우리 전력시장에 큰 변화를 주게 될 것이며, 성공적으로 제도가 도입 및 운영된다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도매시장에서 이처럼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소매부문의 전기요금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의 변화 없이 도매시장의 개편만으로는 효율적인 전력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매시장의 가격 변동이 소매요금에 반영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전력사용을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며, 이는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전기요금 개편은 단순히 요금수준을 올리거나, 요금체계를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전력시장 개편방향은 신규 무탄소 발전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생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력망 보강 및 신설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활발하나, 역시 비용 부담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분산형 전원, 에너지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소비자의 전력소비 패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합리적 요금체계 수립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은 같은 비중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총괄원가 규제방식에서 벗어나 성과기반 규제를 도입한 성공적 사례들을 여러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ICT 기술과 접목한 수요관리형 요금제의 확대 적용을 통해 변동성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영향을 완화시키려 노력 중이다. 또한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정책비용의 합리적 회수방안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전기요금과 관련한 논의는, 과연 몇 원이나 올리는 것이 적당하냐에 대한 것이 전부일 뿐이다. 이제는 도매시장뿐만 아니라, 소매부문에서도 선진화된 논의를 할 시점이다. 전력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요금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정연제

[백영현 칼럼] 포천은 교육발전특구 지정, 절실하다!

저출생과 초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이를 해결할 첫 번째 열쇠로 '교육 발전'을 떠올렸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성장국을 신설하고 교육정책과를 배치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사회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워야 지속가능한 포천 발전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 기초해 포천시는 긴축재정 속에서도 교육 분야 예산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지원보조금 152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학생 1인당으로 계산하면 1278만원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교육 때문에 포천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기 좋은 환경 조성하기 위해서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교육발전특구 지정 역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교육발전특구 시험지역에 선정되면 3년간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까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포천시는 포천형 교육발전특구 모델을 구상했다. 'Edu-In-포천, 행복한 미래를 여는 더 큰 포천 교육!'을 비전으로 모두가 정주하고 싶은 행복한 인문교육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나의 꿈은 포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포천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해 포천에서 행복하게 정주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포천시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도내 7위, 경기북부 10개 시-군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도시다. 포천에는 8100여개 중소기업이 조업한다. 종사자는 인근 의정부, 양주, 남양주 등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포천에 좋은 교육여건과 정주여건만 갖춰져 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방증이다. 포천시는 그래서 다양한 교육 시책과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드론 산업 육성이 그 예다. 포천시는 특기적성진로체험, 방과후 교육을 받은 초-중등 학생이 영북고와 경복대, 대진대 등 관내 학교의 드론 관련 학과에 진학해 관련 기업에 취업하거나 5군단, 드론작전사령부 등 지역 군부대에 드론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등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5년 정부의 유보통합정책 추진에 맞춰 다양한 교육자원을 활용한 교육 돌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북부권 일동청소년문화의집, 중부권 포천동 통합 육아지원센터, 남부권 소흘읍 태봉공원 복합커뮤니티센터 등 신축 공간에 거점형 돌봄 서비스 시설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함께 아이 키우기 좋은 늘봄 환경을 조성한다. 교육에 대한 시민의 높은 열망에 맞춰 다양하고 차별화된 포천형 교육시책 발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선8기 특수시책으로 예체능 분야 특기교육을 지원하는 1인 1특기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역교육 격차 해소와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부터 중-고교생 대상 인터넷 수능방송 온라인 수강권을 전액 지원하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는 영어독서, 화상영어, 수학학습 등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학교별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재단을 설립해 6000여명 포천 학생에게 총 60억원 장학금을 지급했다. 마지막으로 포천시는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통해 지역과 교육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7월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 2차 지정 발표를 앞두고 그동안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교육시책을 모색하고, 포천시 실정에 맞는 교육발전특구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또한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와 토론회 등을 진행하는 등 철저한 준비에 나섰다. 아이부터 학생, 어른 모두 행복한 포천, 꿈을 실현하고 함께 성장하는 '더 큰 포천'을 만들겠다. 교육발전특구 지정이 그 시작을 열 것이다. 백영현 포천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우수 인력이 산업경쟁력이다

1956년, 원자력의 잠재력에 주목한 이승만 대통령은 1인당 6,000달러의 거금을 들여 과학 인재를 유학 보냈다. 4년간 8차례에 걸쳐 150명을 보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달러에 불과했다. 1986년 12월 14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원자로 계통설계 요원 44명을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의 설계센터가 있는 윈저(Windsor)로 파송하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후 3년간 200명의 기술자를 보냈다. 당시 만해도 훈련이나 연수 목적의 장기 해외여행은 규제받던 때였다. 2024년 6월 26일, 올해 1학기 한국과학기술원과 울산과학기술원의 원자력공학과 입학생이 각각 3명과 2명에 불과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원인을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이 재개돼 학생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있다고 해석했다. 앞의 사건들은 시대를 달리하지만, '원자력 인력'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다. 우수 인력은 오늘날의 우리 원자력을 만든 핵심 요소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원자력 1세대들은 원자력 이용에 필수적인 기틀을 다졌다. 원자로 계통설계 기술을 습득해 온 기술자들은 UAE에 수출한 APR 1400 개발의 핵심 주역이 되었다. 지금 원자력 인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갈수록 원자력계로 우수 인력의 유입은 줄고 유출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보도처럼 원자력계는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신진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겹쳐 그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고경력 전문인력의 대규모 퇴직도 앞두고 있다. '2022년도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구·공공기관의 재직 인력 3,542명 중 50대 이상 비율은 31.8%(1,128명)였다. 지금의 원자력 인력 문제는 단순 처방으로 해결이 어렵다. 신진 인력 유치, 대학(원)생의 전공 이탈 방지, 재직 인력 역량 강화, 고경력 전문인력의 대규모 퇴직에 따른 공백 최소화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은 우리 원전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원전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종합적인 원자력 인력수급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어떤 문제 하나만 따로 떼 내 해결한다고 원자력 인력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자력 문제 전체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앞장서고 모든 원자력 기관과 대학이 참여해야 한다. 정치권도 원자력을 더 이상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 인력수급 대책에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과감한 대책도 포함돼야 한다. 지금은 규정과 관행의 틀에 얽매인 인력수급 대책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을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계속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다음을 포함해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취업 보장형 계약학과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원자력 전공의 선택을 꺼리는 우수 학생들에게는 그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반도체 분야처럼 취업 보장형 계약학과를 원자력 분야에도 개설하는 것이다. 원자력 공기업은 규정상 계약학과 개설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규정 타령을 할 형편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원자력 공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소재 지역의 거점대학들과 계약학과 개설을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경력 퇴직 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 근무 경력의 원자력 인력은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대로 사장하기에는 아까운 지적 자산이다. 우리나라는 소형모듈원전 등 다양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원자로 개발과 안전 규제에 대규모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고경력 퇴직 인력은 이들 업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 등 고경력 퇴직 인력 활용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문주현

[EE칼럼] 인공지능 산업 변화와 장기 정책 마련 필요성

최근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어렸을 적 고사양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를 사던 시절에는 엔비디아가 이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에서 이런 소식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현재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는 대부분 투자만 이루어지고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은 엔비디아처럼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공급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개인용 컴퓨터 산업 초기 주로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수익을 내다가 점차 소프트웨어 기업들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컴퓨터 기반 업무 처리가 일반화된 것과 유사하게 전개될 것 같다. 인공지능 산업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공지능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반도체 수출 증대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이란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하드웨어인 반도체 산업 발전에 국한해 접근하는 것은 더 큰 시대적 흐름을 놓치는 것이기도 하다.엔비디아는 이미 장기적 성장을 위해 자사의 GPU에서만 구동되는 CUDA라는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로 자신의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엔비디아는 애플이 스마트폰 앱 개발에서 구축했던 생태계를 AI 프로그램 개발 영역에 구축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챗GPT로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던 오픈 AI에서도 자사 모델에 기반한 개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산업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력의 상향 평준화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 하드웨어 산업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하드웨어인 반도체가 '산업의 쌀'로 불린 것처럼,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인공지능 개발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특히 양질의 정제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금융, 의료, 법률 등 국내 전문 서비스 영역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활용은 아직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국내에서 신용정보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의 신용정보를 가명 정보화해 금융접근성을 높이고, 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여전히 국내에는 세계에 내세울 만한 투자은행이나, 데이터에 기반한 퀀트 투자 기업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바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회보장정보원, 질병관리청 등에 막대한 공공의료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시스템에 입력하는 진단과 처방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공공 의료데이터의 품질을 장담하기 어렵다. 법률 분야에서도 법률 인공지능 개발과 활용의 가장 기초가 되는 데이터인 판결문조차 전면 공개되어 있지 않다. 변호사법은 인공지능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에 제정되어 인공지능에 기반한 법률사무 처리에 어떻게 적용될지 아직 불분명하다. 변화된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던 이른바 '인공지능 기본법'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이번 국회 개원 후 발의된 유사 법안은 기본적으로 EU의 인공지능법을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산업 경쟁에서 뒤처지며 시장 장벽을 위해 규제만 수출하고 있다고 회자되는 EU의 위 법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현재는 더 넓고 긴 안목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양희철

[EE칼럼] AI 발 전력수요 폭증, 전력산업은 준비되었나?

지난 7월 초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전력산업연구회는 “AI발(發)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란 제목의 정책세미나를 개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흘에 하나꼴로 새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은 2030년까지 AI에 따른 추가 전력수요가 뉴욕시가 7개 새로 생긴 것과 같다고 전망한다. 이처럼 엄청난 전력수요 폭증 추세에 우리 전력산업은 준비되어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 본 세미나의 취지였다. 발제를 맡은 전남대학교의 전우영 교수는 전기화와 AI의 영향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2038년 목표수요 대비 약 31%의 전력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전교수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 전원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어서 상당부분 수도권에 편중된 수요를 고려할 때 앞으로 수요-공급의 지리적 불일치가 클 것으로 지적하였으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계통보강에 100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난 60여년간 우리 전력산업의 3대 주역이었던 정부, 한전 및 전기사업자들의 역할이 향후 모두 불확실하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와 태양광 등 인버터 발전원의 증가로 전력망과 전력계통 운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단지와 데이터센터 등이 수도권 중심으로 전개되어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지효 박사는 AI 데이터센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기집약적 산업의 성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수집과 분석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산업계가 무탄소에너지 활용비용의 인상과 전력설비 일정지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송전제약 지역에서 PPA가 가능해졌지만 정부는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데에 소극적이며 한전은 송전망 공급도 책임지지 못하면서 독점사업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것 같아 전향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지금처럼 다기화된 전력산업 구조하에서는 전력계통 규정의 제·개정, 신뢰도 유지여부 감시 및 발전과 송전망을 아우르는 중장기 전력공급 안정성 평가 등을 담당하는 기술적 상설 규제기구를 전기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조헌혁 LG CNS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처럼 전력공급 상황이 열악하다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게 AI 및 데이터센터 등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였다. 본 정책세미나에서는 우리 전력산업이 이러한 전력수요 폭증에 대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참석자들이 지적하였다. 무엇보다도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송전망 확충이 전력수요가 폭증하게 될 시점에는 더 큰 어려움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였다. 이와 함께 최근 시행령이 마련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고 정착되어 과연 지역별 차등요금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분산에너지 특구에서의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의한 전력공급에 장애가 없을지 등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송전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특별법' 및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아울러 현재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겪고 있는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전기요금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별개로 현재 공급의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 대한 문제도 논의되면서 전력산업의 경쟁체제가 가속화될 필요성이 제기되어 전력수요 폭증에 대한 꼼꼼한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조성봉

[기고] 미래 원자력 전문가들의 만남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국가 산업 전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향후 투자 급증이 예상되는 반도체 산업, AI의 확산으로 2030년에는 전력수요가 2023년 수요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을 위해서라도 원자력 발전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 원자력 산업계와 학계의 후퇴는 원자력 관련학과를 진학하기를 주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7월 5일 경주고를 방문하여 진행한 '원자력 진로진학 멘토링'은 전국 15개 대학교 원자력 전공생들이 활동하는 원자력발전포럼 청년분과 활동 중 하나였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이해증진을 위한 특강이다. 원자력 전공 대학생이 직접 나서 고등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해할만한 전공의 장래성, 실제 대학에서의 경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해주는 시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원자력공학과' 하면 원자력 발전소만 알고 있었다. 이에 핵융합, 중성자 연구, 원자로 연구, 의료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특히 차세대 원자로로 각광받는 SMR 소형 모듈 원자로가 에너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소형 원전 연구 개발 소식을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SMR이 대형 원전에 비해 왜 안전한지 궁금해 했다. 소형 원전은 발전 용량의 축소, 냉각재의 자연 순환으로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함을 대형원전과 비교해 형태, 크기 계통 등을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또한 크기가 작은 만큼 대부분 사람들이 우려하는 방사능 유출 사고에도 대응 조치가 필요한 구역을 나누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의 범위가 작다는 점, 지역 단위로 분산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원자력 발전은 자원을 자급자족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멘토링을 통해 미래 인재들이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 어떤 점이 장점이고, 단점인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또한 멘토링을 진행하며 원자력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과 투명한 정보공개가 왜 필요한 지 느꼈다. 질의응답 시간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오해하는 시각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매체에서의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다. 원자력을 공부하는 공학도로서 국민들이 원자력을 보다 신뢰하고 기대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계속 고민해봐야겠다. 이를 계기로 진로를 고민하는 중·고등학생에게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멘토링 활동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정원웅 원자력발전포럼 청년분과 위원

[EE칼럼] 과유불급(過猶不及) 에너지 전문가

세계가 실질적인 에너지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관계 악화, 인플레이션, 다양한 '포플리즘' 등에 따른 것이란다. 신중한 국제기구들도 우려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적정 대처를 통한 긴축 위주 경제안정화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유럽 등지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시대상황적 특수요인도 가세한 것 같다. 전 세계 차원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의견은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진국 내지 선도 개도국들에게는 예상 외로 큰 부담초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요즈음 에너지위기의 발단은 2020년 '코로나'사태에 따라 인간과 물자의 이동 통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계 장애 현상에서 유발된 측면이 크다. 2차 대전 이후 인류공영의 기반인 개방형 자유무역체제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공급 장애가 심화되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러시아 규제조치 강화로 동-서 냉전체제 복원 우려마저 있다. 지난 50년 이상 인류복지 증진의 밑바탕인 '호혜적 경제협력체제' 붕괴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는 생존의 기반으로 공공 필수재(財)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장경쟁대상이다. 여기다 정부의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시장왜곡이 빈번하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 불확실성 고조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해외공급 불안이나 물량부족 걱정 보다 미래예측 혼돈과 한계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이 축적되고 나아가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장기 전력수급계획이다. 거의 2년 단위로 수정-변동되고 있어 미래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다 청정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른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정 논리근거 구성이 어려운 상태이다. 따라서 전력계획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공공계획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존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전력수급구조 급변이 심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정권에 따라 각기 신재생과 원전을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 예컨대 석탄발전 효율성에 주목해온 보수정권에서는 전력사업 확대와 기술혁신에 따라 원전 확대를 지속하였다. 그 후 문재인 진보 정부에서는 탄소 중립정책의 실행 수단으로 신재생 중시 전력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원전부흥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0조 이상의 한전 적자에도 지속된다. 결국 갚아야 할 공기업 적자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도 변함없다. 석유제품과 천연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석유 관련세금 징수유예로 국제유가변화 압력을 상쇄하는 동시에 민수용 천연가스비용을 한국가스공사 부담으로 전가하는 시장개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정책으로 호도하는 가운데, 정부실패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초당적 추진된 원전 확대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민간의 원전참여 확대를 위해 정부는 사업여건 조성지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형 시장경제체제에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5% 수준이다. 이에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에너지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성과 사명의식으로 무장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진다. 지금도 전력수급계획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문적 의견과 견해들은 진짜 쓸 만한 것일까? 한마디로 너무 많아서 가치충돌로 판단불능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전문 분야가 융합하는 에너지 문제 특성 때문이다.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논리의 특성이기도 한다. '학제적 특성'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그 정체성(Identity)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혼란이 많다. 그 개념의 정의(定義)와 범주(範疇)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공과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의적으로 에너지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 시장의 진입이 너무 쉽다. 그리고 그 퇴출경로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신규인력 진입도 기득권 보호 수준에서 이루어져 시장수요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진다. 한마디로 쓸 만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더욱이 자칭(?) 전문가들이 진짜 전문가를 밀어내기도 한다. 구축(驅逐; Crowding-Out)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 에너지 전문가시장은 '정도(正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논어(論語)의 경구(警句)를 생각하게 한다. 최기련

[EE칼럼] 자발적 탄소시장과 기후테크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규제 대상 법인 및 사업장에 연간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혹은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사업장은 잉여 또는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물론 규제를 받지 않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외부감축사업도 있지만 이는 규제적 탄소시장의 보완적 장치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없어도 탄소배출 감축과 그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주로 미국, 유럽, 싱가포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같은 시점에 동일한 가격이 책정되는 규제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과 달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탄소감축기술이나 방법, 감축활동 지역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삼림조성이나 생태계 복원과 같은 활동에서 비롯된 배출권이 산업용 불소가스의 포집 및 파괴에서 비롯된 배출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또한 아프리카나 남미의 최빈국의 지속가능개발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배출권이 중국, 인도 등 선발 개도국에서 발생한 배출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배출권의 구매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과 가치에 따라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배출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Story)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국내 증권사에서 탄소시장 전문팀을 신설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싱가포르 등에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0억 달러 수준이던 시장규모가 2023년에 표준 및 신뢰 문제로 답보했다. 게다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기업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목되어 규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이 톤당 200달러 이상의 매우 높은 가격으로 삼림복원이나 농업분야 감축 프로젝트와 더불어 혁신적인 신기술, 즉 기후테크에서 발생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미래 신기술의 실증 및 확대 측면에서 구매했다. 예를 들면, 공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제거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구매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 경제성은 없다. 하지만 미래 신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며,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없으면 누가 대규모의 비용을 써서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겠으며, 또한 누가 탄소배출권을 굳이 구매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미래를 이끌 수는 없다. 빅테크 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시장 자체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의 거래소나 방법론을 그대로 복사하는 형태가 되면 곤란하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후테크에서 비롯되는 탄소감축을 실증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표준화하여 국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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