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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대한 소고

깜짝추위가 왔지만 아직 청명한 가을이다. 아직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이 이래서 좋다. 지난 10월 31일 KBCSD 주관으로 개회한 국제세미나에서 GS칼텍스 상임고문이면서 명예회장인 허명수고문은 “도전을 통한 K-기업가정신 발현과 녹색산업 확산을 위한 민관협력 방안"이라는 발표에서 미국의 'Scale Up America Initiative'와 EU의' 기업가정신 2020 실천 계획'처럼, 대 중소기업의 단계별 성장 지원 방안을 제공하고, 민관차원의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틀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세계 역사상 도전이 없으면 발전은 없었다. 그런 시도가 한국에서는 에너지 분야에 나타나고 있다. 흔히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4법은 해상풍력 특별법,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분산 에너지법 등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분산법은 분산 에너지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등 범주를 구체화하고,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자격요건, 배전망 관리감독, 설치의무제도, 전력계통 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분산 편익 산정, 지역 차등 요금제 및 지원 센터 운영 등이 포함되어 있어 혁신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혁신이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지역별로 특별 지역을 하나씩 선정하여 도입해야 한다. 상당수의 지자체들은 특별 지역 선정을 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울산, 제주, 경기, 부산, 대전, 경북(구미, 포항), 전북(나주) 전남(해남,영암) 등이다. 재생에너지 공급이 많거나 자급률이 높은 지역인 전북, 전남, 부산, 제주도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제주도에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 운영규칙'을 통하여 전력도매 시장형 VPP를 시범 추진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역지정을 오히려 자급율이 낮더라도 분산 에너지를 높이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더 맞다고 본다. 적은 곳은 공급처를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지역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가 지역 에너지 요금으로 인한 지역 쏠림 현상도 막아야 한다. 시행에 발맞춰 전력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2026년부터 지역별 발전 규모와 송배전 비용을 따져 2026년부터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다른 전력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 가격제'를 우선 도입해 발전소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책정 시 근거가 될 원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역별 전기요금 제도의 도입은 의도는 좋은데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화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거나 지역 사업장을 이동하거나 전력 자급율이 높은 지역으로 이전하여 전기요금 상승 리스크를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은 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기업 유치를 위한 과다한 지역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번쨰는 전력계통 영향평가의 모호성과 기업 비용 부담 가중을 해소해야 한다.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평가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기업들은 환경영향평가, 기후영향 평가 그리고 비재무 기후변화 정보의 공시 (TNFD). 자연자산의 정보공시(TNFD) 그리고 심지어 ESG 공시 등 많은 평가와 공시제도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계통의 영향평가로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이 야기될 수 있다. 아울러 분산 편익의 명확한 기준과 보상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분산편익은 분산에너지를 통해 송전 손실 감소와 송전망 건설비용 절감 등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등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 점을 보상하기 위한 것이다. 집단에너지는 열 이용이 많은 곳에서는 송전망 건설이나 이에 따른 송전 손실을 줄이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열 요금 등의 원가 반영이 안되고 있어 중소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가격상한제로 인해 총괄원가 보전을 받지 못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도는 좋은데 결과는 나쁘면 안된다. 처음부터 차분하게 접근하면서 좋은 제도를 완성해 가야 지속적으로 제도가 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흔히 “물마시고 체했을 떄는 약도 없다"는 말이 있다. 쉽다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신중하게 갔으면 한다. 김정인

[EE칼럼] 부산 플라스틱협약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대한다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Baku)에서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기후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가시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길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와 달리 미국 트럼프 당선인의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은 국제사회에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협약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파급력이 큰 또 다른 국제회의가 이번 달 25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다섯 번째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는 해양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 이른바 플라스틱협약 체결을 위해 2022년부터 진행되었고 부산에서 마지막 회의를 통해 협약을 채택할 예정이다.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plastikos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은 합성고분자화합물인 합성수지, 합성섬유, 합성고무를 포함하지만, 일반적으로 비닐, 페트병과 같은 합성수지류를 플라스틱으로 지칭한다. 플라스틱은 세계 경제의 필수적인 물질로 거의 모든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최근 20년 동안 연평균 36%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2000년 2억 3,400만 톤에서 2020년에는 4억 3,500만 톤으로 증가했다.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70%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2060년에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약 1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용되고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 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세계 플라스틱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의 69%는 매립 혹은 소각 처리되고, 단 9% 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머지 22%는 잘못 관리되거나 버려지고 있는데, 해양 쓰레기의 85%가 플라스틱으로 보고되고 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해양 및 하천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하고 유해 화학물질의 침출 또는 흡착, 생체축적 등을 통해 인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후변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과 플라스틱 사용은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둘 다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1인당 국민소득이 많은 부자나라 일수록 배출량이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갖고 있다. 또한 2000년대 들어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배출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아울러 표면적으로는 환경문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 감축에 따른 비용문제로 인해 기대와 달리 쉽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대체물질 개발이 중요한데 기술의 진보 속도가 더디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국제플라스틱협약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다. 현재 협약 초안은 제시되어 있지만 재활용에서 답을 찾자는 플라스틱 생산국가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소비국 간의 입장 차이로 진통을 겪고 있다. 플라스틱 오염은 대량 생산이 아닌 잘못된 관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재활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생산 감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과 근본적인 플라스틱 오염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생산 감축이 필요하며 2040년까지 2019년 대비 최소 30% 감축목표를 설정하자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어떻게 해야 최종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1994년부터 협상만 30년을 이어온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평가되는 교토의정서가 대표적이다. 1997년 당시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여 개도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실천에 옮겼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이를 경험삼아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은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참여하며 모든 국가가 스스로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되, 목표는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국제플라스틱협약 역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오염의 종식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목표가 있다. 그리고 협약은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차원에서의 체계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국가나 소비국 모두 참여해야 하며, 스스로의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긴 호흡으로 각 국가의 여건을 고려하여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규제는 결국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식품, 보건・의료,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의 비용 증가를 가져오게 되며, 소비자 역시 가격 상승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 제한에 따른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진통을 거치지 않고서는 플라스틱오염 종식이라는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세계 4위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세계 4위의 석유화학산업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은 회의 개최국이라는 부담감과 함께 채택될 협약이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하지만 플라스틱 규제는 피할 수 없는 국제 흐름이며,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모쪼록 부산에서 플라스틱오염 종식을 위한 역사적인 기념비가 세워질 수 있길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CHPS, 국내 수소경제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 전반에 대격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비하면 찻잔 속의 태풍급이지만, 국내 수소 시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일여 년간 관련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 입찰 시장이 개설, 11월 8일 입찰이 마감되었다. CHPS는 한마디로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청정수소로 발전된 전기를 전력 도매사업자(한전)의 의무적으로 구매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 발전사업자는 청정수소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의 kWh당 발전단가(고정비와 연료비)를 산정하여 입찰 시장을 통해 입찰하고, 다양한 비가격적인 요소 등과 함께 평가받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향후 최대 15년간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입찰결과는 다행히도 입찰 참여자가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주었다. 공기업인 4개 발전 자회사와 1개 민간기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우선 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은 각각 석탄화력발전인 삼척 그린파워 1호기와 인천 영흥 5호기에, 중부발전과 동서발전도 각각 충남 당진과 신보령에 암모니아 혼소발전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외국산 청정암모니아를 발전 연료로 조달받을 예정이다. 반면 민간에서는 SK이노베이션 E&S가 중부발전과 광양 LNG 발전소에 충남 보령 생산 플랜트 産 블루수소 10만톤을 혼소하는 방식으로 참여하였다. 다만, 이 10만 톤 중 7.5만 톤을 소비할 광양 LNG 발전소가 보령으로의 이전해야 해, 발전소 이전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들은 남아 있는 상태다. 한편 CHPS는 전력 도매시장의 특수형태인 동시에 국내 수소 경제를 진흥하기 위한 하나의 '제도'라는 사실도 상기해야 한다. 물론 향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이 제도가 안착, 잘 운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염려되는 점은 제도가 잘 운용된다고 반드시 국내 수소산업이 성장하고, 국내 수소 경제가 진흥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제도와 산업·경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탈동조화(Decoupling)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CHPS는 단순히 '제도' 자체의 문제에서 벋어나 국내 수소산업 및 경제라는 큰 틀에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CHPS 자체보다 국내에 직접적인 청정수소 생산을 보조하는 제도가 없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이 자국 내 청정수소 생산에 보조금, 세금공제, 차액지원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재정적 지원을 직접 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렇다 보니 국내 청정수소 생산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청정수소 발전의 연료로 공급하여, 일정 보조를 받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지원책이다. 그래서 만일 지금대로라면 국내 청정수소 생산부문은 청정수소 발전에 연료 공급사로 참여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사실상 고사할 수도 있는 위험이 존재하다. 더욱이 이번 입찰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석탄화력발전소를 보유한 국내 발전사들과 기존의 국제적인 대규모 암모니아 공급사업 간의 '연합' 중심으로 편성, 강고히 구조화될 가능성도 있다. 우려컨대 이 경우 국내 수소산업 및 경제와는 유리될 수도 있다. 국내 수소 경제 진흥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입찰 발전단가 상한을 국내 청정수소 생산 및 공급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소로 암모니아를 만드니 수소는 암모니아보다 비쌀 수밖에 없으며, 더욱이 국내 청정수소는 자국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고 들어오는 해외 청정암모니아보다 비쌀 수 있다. 특히 국내산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그린 수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금처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만을 고려해 입찰 발전단가 상한이 부여되면, 이를 기준으로 입찰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연료가 결정, 그 문턱에 주로 국내산 청정수소, 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한 설정 시 국내 청정수소 생산이 가능한 범위를 고려해야 하며, 특히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가 도태되지는 않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다른 국가들처럼 국내 청정수소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김재경

[특별기고] ‘에너지 大전환’ 정부의 적극적 의지에 달렸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큰 물결 속에서 신재생에너지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만 에너지 대전환을 할 수 있다. 탄소배출 없이 대규모 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와 자연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해상풍력발전 그리고 발전 전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양수발전 등이 있다. 양수발전은 하부댐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 올려 저장해 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저장한 물을 낙하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국내 양수발전의 모범 사례는 한국남동발전의 '금산 양수발전소'이다. 충남 금산군에 짓기로 한 양수발전소는 우선 해당 지역에 수몰 가구가 없어 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주 문제 등 주민 수용성 부분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입지 조건에 따른 지리적 이점과 함께 추가적인 강점은 댐 건설과 함께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송전 철탑을 세워야 하는데 이러한 연계 거리가 가까워 공사 기간이 단축돼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가 된다. 남동발전은 2037년말까지 금산군에 500MW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준공키로 했다. 해상풍력 발전도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은 바다나 호수와 같은 지역에 풍차를 설치한 후 그 곳에서 부는 바람을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얻는 발전 방식이다. 국내 해상풍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주민 수용성이다. 해상풍력 사업은 건설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 소음, 경관 훼손, 환경적 영향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와 반대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합리적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고 그 기준은 정확하게 판단해 줄 심판 역할이 있어야 한다.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단순한 보상 차원을 넘어 주민들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이다. 해상풍력은 정기적이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정부 정책이 변경되면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해상풍력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할려면 정부가 일괄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국회에 발의된 '해상풍력발전 특별법'이 빠른 시일내 통과돼야 한다. 해상풍력 특별법은 해상풍력 추진을 위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지역 수용성 문제 해결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한 개별 사업자가 직접 인허가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해상풍력 산업 전반을 관할해 각종 인허가 문제를 일관적으로 해결하자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셋째, 전력망 확충이다.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내륙으로 안정적으로 송전하기 위한 계통 연계가 원활해야 한다. 해상풍력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치 않아 실질적인 전력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넷째, 공급망 확보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설비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자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안정된 공급망이 확보돼야 한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은 한국남동발전이 가장 선두에서 뛰고 있다. 우리나라 첫 상업용 해상풍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제주의 한국남동발전 산하 '탐라해상풍력'은 2017년 준공 당시 목표치인 가동률 95%, 이용률 28.9%를 넘어서 가동률 98%, 이용률 30%를 달성했다. 총사업비 1650억원 중 81.2%인 매출액 1340억원은 작년까지 회수했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반응인데 당초 반대와 달리 이제는 해상풍력 증설을 원하고 있다. 우려했던 어획량 감소외 환경 파괴 대신 풍력 지지대가 어초 역활을 하고 있으며, 포토존과 야간 조명 설치로 관광객이 의외로 늘었다. 당연히 식당, 카페, 숙박시설 등 주변 상권이 더 좋아졌다. 남동발전은 탐라해상풍력의 성공을 기반으로 2021년 10월 320MW 규모의 인천 용유무의자월 해상풍력, 2023년 7월 320MW급 인천 덕적 해상풍력 발전 사업 허가를 얻는 등 2.6GW 용량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 해상풍력 보급 목표는 12GW이다. 친환경에너지는 현재와 미래의 세대를 위해 중요한 이슈이다. 정부는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첫째, 지속 가능한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촉진해야 하며 둘째, 친환경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저해되는 법과 규제를 풀어야 한다. 발전공기업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트럼프 당선이 기후위기 대응에 미칠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5일 치러진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130여 년 만에 재선에 실패했다 다시 당선된 전직 대통령이자, 78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당선인이 되었다. 트럼프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한다. 트럼프의 공약은 Agenda 47에 자세히 나와 있다. 청정에너지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며, 배출과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의 재선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는 국제적 노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국의 석유, 천연가스 채굴을 장려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국제사회의 주요 대화주제가 될 것이다.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퇴임하기 몇 달 전인 2020년에야 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할 수 있었고, 후임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재가입을 선택했다. 내년 1월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는 다시 한 번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미국이 1년 안에 빠르게 탈퇴할 수도 있다. 11월 11일부터 제29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다. 100명 이상의 국가 정상이 개최지인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 도착했다. 핀란드, 그리스, 케냐, 스페인, 사우디, 터키, 파키스탄 등 100명 이상의 정상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인도, 브라질, 영국, 독일, 프랑스 지도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바쿠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기름 냄새였을 것이다. 이 냄새는 공기 중에 무겁게 떠다닌다.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이 작은 나라에 화석연료가 풍부하다는 증거이다. 정유소에서 나오는 불꽃이 밤하늘을 밝힌다. 국가적 상징조차도 가스 불꽃으로, 도시 위로 우뚝 솟은 세 개의 고층 빌딩이 이를 상징한다. COP29에서는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금융에 초점을 맞춘다. 신규기후재원목표(NCQG)에 합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의 회의에서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의 기후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지만, 아직은 많은 이들이 포기할 생각이 없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2015년 파리협정 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는 “이번 선거 결과는 세계 기후 행동에 큰 타격으로 여겨질 것이지만, 경제를 탈탄소화하고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행 중인 변화를 막을 수 없고, 막지 못할 것이다." 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여러 공화당 의원들도 IRA를 좋아한다. IRA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에 대한 지출이 3조 달러(약 4,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지출의 85%가 공화당에 투표한 지역에 돌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은 이제 큰 사업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에만 풍력, 태양광, 배터리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약 2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산업 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한다. 캘리포니아는 전력의 54%를 재생에너지에서 얻는다. 미국 전체로 보면 재생에너지 전력이 40%를 차지한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국의 전력망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작년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라는 역사적인 약속을 했다. 산유국과 메이저 석유기업의 로비 때문에 30년 만에 이 결의가 이루어졌다. 사우디를 포함한 일부 산유국은 앞으로 4년 동안은 미국의 기후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에 고무되어 이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엘니뇨 때문에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이 가고, 라니냐 때문에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이 오고 있다. 폭염과 폭우로 사과와 배추 가격이 폭등해 고생했는데, 올 겨울은 바다 수온이 높아 김, 미역, 굴, 바지락, 우럭 등의 해산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임기 동안은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데 힘쓰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기획조정실장

[EE칼럼]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며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1.5°C 한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전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속도는 느려지게 됐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해체, 환경보호청(EPA) 권한 축소, 천연자원 및 화석연료 채굴 가속화 등을 약속했다. 컨설팅 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라 미국의 2050 탄소중립 목표는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고,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2030년까지 대기 중으로 40억 톤의 탄소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9)에 이미 정치 및 경제 지도자들이 대거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관심 저조로 인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기후 세계는 피하고 싶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트럼프가 돌아왔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국제사회가 미국 없는 기후 대응 체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 미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OWID)에 따르면 매년 탄소 배출량이 증가 추세에 있는 중국과 달리 2005년 61억 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51억 톤으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나, 1792년 이후 2022년까지 누적 탄소 배출량 4,269억 톤으로 세계 1위(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의 61% 수준인 2,606억 톤)이며, 2022년 한 해 탄소 배출량은 51억 톤으로 세계 2위(1위는 중국으로 114억 톤)다. 반면 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2023년 세계 평균 14.6%보다 낮은 11.7%이고,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도 세계 평균 30.2%보다 낮은 22.7%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3,870GW인데 그 중 미국은 약 10%인 388GW(중국은 37.5%인 1,453GW)다.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에서 중국은 2000년 10.1%에서 2023년 37.5%로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은 2000년 12.2%에서 2023년 10.0%로 감소했다. 2023년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419GW 중 약 9.7%인 138GW(중국은 42.9%인 609GW)이며, 누적 풍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 세계 1,017GW 중 약 14.6%인 148GW(중국은 31.2%인 442GW)다. 트럼프 재집권이 재생에너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IRA의 혜택을 공화당 지역구가 가장 많이 누리고 있으며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지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향후 10년 청정에너지와 관련된 기업에 1조 달러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경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enewable Standard Portfolio, RPS)를 2003년부터 시작했는데 참여하는 주는 늘어나고 의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또한 2023년 기준 태양광과 풍력발전 점유율이 30%가 넘는 주가 아이오와(Iowa) 60.4%를 포함해 12개나 되고 공화당의 텃밭인 텍사스도 2023년 27.8%에서 2024년(7월까지) 32.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용 데이터센터, RE100 등 재생에너지 수요는 많아지고 전력시장이 민영화되어 있어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우선 적용되는 구조다. 트럼프는 특유의 감성적인 수사법과 슬로건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세계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이 트럼프가 줄기차게 외친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내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할 예정이며, 영국은 11월 발표된 'Clean Power 2030'을 통해 2030까지 풍력을 두 배, 태양광을 세 배 확대하기로 하였다.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과 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를 무려 6년 앞당겨 2024년 달성한 후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도는 2030, 500GW, 2032, 600GW의 재생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고는 등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전례 없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재집권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속도는 줄일 수 있어도 멈출 수는 없으며,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황민수

[박원주 칼럼] 에너지 정책,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할때

경제정책, 특히 통화금융정책을 논의할 때, 정부의 재량적 의사 결정을 반대하고 사전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정책이 집행될 것을 요구하는 소위 '준칙주의' 논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경제 현장의 각종 지표 변동에 즉흥적으로 대응하다가 정책효과가 시차를 두고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경기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준칙주의가 거시경제정책뿐 아니라 다른 실물경제분야 중장기 정책의 성패도 좌우한다는 사실은 놓치는 분들이 더 많다. 필자는 1988년 동력자원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2차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급조된 미니부처였던 동력자원부는 부처 창설 10주년을 맞아 첫번째 '동력자원행정10년사'를 막 발간했던 참이었다. 그리고 이 첫 10년사가 동력자원부의 마지막 10주년 백서가 되었다. 1993년 집권한 김영삼정부는 개혁과제의 하나로 정부부처통합을 제시했고 그 첫번째 성과물로 가장 규모가 작았던 동력자원부를 상공부와 통폐합하는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당시 부처의 과장급 간부들이 부처 통합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각자 사직서를 써서 호주머니에 담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자기 부처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사적 동기도 없지야 않았겠지만, 통합반대의 대외적 명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일반적인 산업정책처럼 그때그때의 시장환경과 정치적 여건변화에 따라 불안정하게 뒤집히다 보면 국가의 백년대계가 무너진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이때 이 결정이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초래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때까지 일반국민들의 관심권 바깥에서 정부관료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주도되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화려한 비전과 퍼포먼스로 덧칠되면서 국가 정책의 하일라이트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DJ정부의 자원외교, 노무현정부의 패키지딜,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과 녹색성장전략, 박근혜정부의 수소경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과 그린뉴딜, 그리고 지금 정부의 친원전정책 등 이후 모든 정부의 핵심 어젠다가 에너지정책의 '변화'를 담고 있다. 에너지 이슈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도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에 비례해서 에너지정책을 정치 어젠다로 활용해야 할 이유도 더 늘어났다. 문제는 신중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에너지정책이 정권에 따라 무조건 바뀌어야 하는 '개혁과제'로 변질되었다는 점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도 에너지에 대한 쌍팔년도의 미신과 편견은 한치도 바뀐 지점이 없다는 사실. 가구당 전기 요금이 통신비의 1/3에 불과한 지금도 kWh당 전기 요금을 몇십원 올리면 선거에서 진다고 믿는 정치권, 공급망 교란으로 도처에서 생산 비용이 급등하고 제품과 서비스가격이 올라가는데 당장의 지표를 관리하겠다며 에너지요금만 압박하는 우리 물가당국, RE100, CBAM 등으로 우리 수출길이 막히고 있는데도 화석 에너지와 원전 등 전통 에너지만이 살길이라고 믿으면서 '값비싼' 재생에너지는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직 패치가 덜 된 우리 지식인들. 지금의 현실에 대한 한 줄 평은 '바뀌어야 할 것들은 그대로인데 바뀌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다' 정도일 것이다. 필자가 강의하고 있는 mba 과정에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현안 이슈가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 보도록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대부분 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들이긴 했으나, 그리드 부족, 석탄발전 경영난, K-RE100, 재생에너지 전기 부족, 에너지 가격 상승, ESS, 수소에너지정책, 탄소중립 등 나름 다양한 주제들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정책환경에 더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난제가 쌓여있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송전망, 발전소 등 에너지인프라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문제가, 환경 측면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Net-Zero, NDC 달성 문제가, 통상 이슈로는 CBAM, RE100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무역장벽 해소가, 사회적 수용성 차원에서는 고준위 방폐장과 분산형 전원의 실현 문제가,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는 전기요금 정상화, 에너지산업의 시장기능 회복, 재생 에너지 연관 제조업의 육성이 대표적 국가과제로 남겨져 있다. 하나같이 골치 아프고 손대기 어려운 숙제들이다. 에너지 정책 여건의 변화 또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민들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치적 관심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전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해서는 극도의 NIMBY 현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 자금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이 지금 와서는 이해관계 집단 간의 갈등, 이익분쟁으로 지연되고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앞세웠던 과거의 에너지정책은 이제 포퓰리즘 앞에서 힘을 잃고 있다. 에너지 정책의 이해관계 또한 과거 순수한 국내적 이슈에서 이제는 통상문제, Carbon Leakage 등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마찰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고 신중하게 집행할 수 있었던 우리 에너지정책은 이제 법적 절차를 둘러싸고 행정부와 국회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수건돌리기의 무대로 변질되어 있다. 5년에 한 번씩 정책이 뒤집히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극도로 훼손되어 있다. 에너지 효율과 환경보전을 위한 신기술 수요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지만 이미 기술 한계선에 도달한 우리 경제로서는 새로운 기술이 없이는 한발짝도 떼기 어렵다. 방폐장 등 시한폭탄과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책 당국은 책임있는 의사 결정을 다음 정부로 미루면서 NIMT 현상도 일상화되고 있다. 30여년전 소소한 정부 기관 하나 문 닫으면서 시작된 미세한 균열이 부풀대로 부풀어 이제는 누구도 가로지를 수 없는 거대한 협곡이 되고 말았다. 얽힌 실타래를 단칼에 끊어내던 알렉산더의 지혜가 진심으로 아쉽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젠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정책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최대한 통합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또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많은 갈등 이슈들이 시장의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송전망 건설이 멈춰 있는 것은 전선이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이 겪는 희생에 충분한 댓가가 지불되지 못하는 탓이 크다. 한전이 지역에 충분한 댓가를 치르지 못하는 것은 전기를 팔아서 그 비용을 충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충분한 전기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들은 10년 후에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서민보호, 민생, 산업경쟁력을 이유로 대안 물색에 난색을 표하는 것도 이젠 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소비자들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에너지공급자들의 적자를 해소하는 대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여러 주정부에서 도입한 디커플링제도는 에너지공급자가 에너지 절약에 투자하게 하면서 그 성과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여 소비자의 요금고지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공급사 수지를 개선시켜 주는 사례중 하나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에너지 정책의 실패가 산업 경쟁력의 악화로 직결되고,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머리를 쥐어 짜서라도 답을 낼 때다. 정치권, 기업, 환경단체, 지역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 또한 자신들의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박원주

[EE칼럼] 경제안보를 위한 장기적 관점의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전 세계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정세에 따른 에너지자원 수급 불안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다양한 광물자원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이후 급증한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중심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60%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탄소 기반의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에너지자원 공룡 국가인 30억 인구의 중국이 2060년에, 인도가 2070에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한 사실을 고려하면 탈화석시대로 부터의 독립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많은 경우 우리가 희망하는 것을 미래의 전망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은 한 국가 산업의 뿌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가 열매를 잘 맺는다는 말도 있듯이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게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원확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자원개발이 얼핏 선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 번만 더 따져보면 금방 필수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0년 이상의 자원가격의 긴 변동 주기와 세계 경기의 변동 주기, 투자 후 생산에 이르는 10년 이라는 자원산업의 주기, 대통령 임기 5년 이라는 여러 가지 변동성 주기가 자원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자원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려면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국가 자원공급망 확보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애초부터 연속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치기에는 불가능하다. 이제 시행을 앞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 제대로 작동되길 기대하는 이유이다. 에너지자원 부존의 편재성과 유한성으로 자원공급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에 에너지자원은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자원안보차원에서 최소한의 확보가 필요하다. 유사시를 대비한 자원안보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 소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비축과 적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개발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자원안보 대책은 국가별로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부존자원이 풍부해 자국 내에서 자원을 생산하는 국가는 자원비축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게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 문제는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해외로부터 도입해 국내에 자원을 비축하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확보한 광구는 해당 자원을 수십 년에 걸쳐 생산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천연비축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10년 전 손 놓고 방치한 자원개발이 현재의 자원공급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10년 뒤에 더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원가격이 높을 때 투자하고 자원가격이 하락할 때 철수하는 엇박자 정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어렵겠지만 국가적 자원안보 차원에서 자원개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하에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안 해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원개발을 포기하다가는 다가오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시대에도 국가 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에너지자원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신현돈

[EE칼럼]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싸움, 리튬부터 확보해야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배터리는 리튬을 소재로 한 리튬이온배터리이다. 리튬배터리 시장을 두고 NCM(니켈 코발트 망간)과 LPF(리튬 인산 철)의 대결이 본격화 되고 있다. 한국의 NCM과 중국의 LPF로 대표되는 시장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극재로 구분되는 두 배터리 중 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은 높은 성능과 주행거리를 장점으로 하고 있고, 리튬인산철(LPF)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다.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장 초기만해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업력이 오래된 NCM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로 이후 LPF가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소재를 한번에 포장하는 셀투펙(CTP) 기술 등의 등장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은 점차 양분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LPF가 더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시장은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중국 CATL의 점유율에 못미치고 있다. 2분기 양극재 평균 판가를 참고해 보면 LPF 셀은 미드니켈 삼원계 셀에 비해 27%가 낮다. NCM(A) 8과 같은 하이니켈의 경우 니켈 비중이 높다 보니 미드니켈에 비해 LPF와의 괴리는 좀 더 크지고 있다. 또하나의 배터리 원료 확보 경쟁은 리튬이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배터리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앞으로 5년은 한.중.일 3국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차지하겠지만 10년후에는 미국, 유럽에 따라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리튬 금속은 리튬 정광을 채굴하거나 염호(소금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원재료 생산과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나눤다. 현재 사용되는 리튬은 대부분 카메라, 노트북 컴퓨터의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전지에 사용된다. 또 전기차에도 리튬전지가 많이 쓰이고 있어 리튬의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리튬의 세계 매장량의 절반 가량을 갖고 있는 지역이 남미의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인데 이 중 볼리비아가 가장 많은 매장량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볼리비아가 최근 리튬 개발-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컨소시엄과의 첫 리튬 개발 협약에 이어 이번에는 중국. 러시아 업체와 각각 리튬 개발 협약을 했다. 볼리비아 국영기업 꼬미볼과 해외 기업 간 협약을 통해 볼리바아의 리튬 개발은 리튬의 구조적인 수요 증가에 대한 확신을 강화시켜 주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리튬 공급 증가에 기반한 가격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리튬 매장량에 있어 염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그 중에서도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는 대표적인 리튬 염호 중심지이다. 칠레는 아타카마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현재 몇 군데 염호에서 리튬을 생산 중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국가 주도로 리튬 사업을 통제하고 있는 볼리비아는 리튬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탄산리튬 매장량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2010년 3월 26일 한국광물자원공사(현,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3기관의 결의로 시작됐다. 한국 사업단은 볼리비아 염수를 이용한 독자적 탄산리튬 제조 기술 개발을 통해 볼리비아 리튬 개발권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프랑스, 일본, 독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볼리비아 리튬 확보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결국 우리나라 사업단이 최종적으로 선정되었던 이유는 독창적인 리튬 개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튬을 얻기 위해 한국의 노력은 볼리비아 정부를 감동시켰고 마침내 2011년 7월 29일 한국과 볼리비아 간 리튬 사업은 체결 되었다. 볼리비아는 여러 차례 리튬 개발을 추진 했지만 정권의 불안정성과 리튬의 국유화 정책 등의 이슈로 그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리튬 개발 자체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현시점에서 볼 때, 볼리비아의 리튬 개발은 리튬의 구조적 수요 증가를 더욱 확실하게 하는 요인이자 중장기적으로 리튬 가격을 안정화 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향후 리튬 가격 변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볼리비아의 리튬 생산 확장 의지 현실화를 우리의 리튬 공급망 확보에 잘 활용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보다 먼저 볼리비아 리튬 사업을 따낸 노하우를 거울삼아 민관이 협력해 다시 리튬 확보에 나서야 한다. 강천구

[EE칼럼] 초대형 국내 민간 에너지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00조 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에너지기업이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등장했다. 제대로 된 부문별 수직계열화를 갖춘 에너지기업이 이제 우리나라에도 생긴것이다. 11월 1일 자로 출범한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합작회사 이야기이다.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1980년 선경이 인수하여 민영화 이후 오랫동안 '유공'으로 국민에게 불려 왔으며, 1990년대 이후 SK의 이름 아래 여러 법인으로 나누어져 있다가 이번에 통합법인으로 재출발하게 된 것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자산 100조 원대, 매출 88조 원대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민간기업 중 최대 규모이다. 한국전력공사의 2023년 매출액이 88조 원 규모였으니 실로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아시아에서도 중국 등에 더 큰 규모의 에너지 공기업들이 있지만 이들을 포함해도 아시아에서 8~9위권이다.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에너지자원의 개발을 담당하는 상류 부문은 물론 정유, 석유화학, 주유소 등 중류 및 하류를 모두 갖추고 있는 명실공히 제대로 된 에너지기업이다. 엑손모빌(ExxonMobil),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 아람코(Aramco) 등 국제적인 에너지기업은 상·중·하류 부문을 모두 한 회사 안에 가지고 있어 실로 우리나라 기업으로서는 공기업 및 민간기업을 통틀어 국제적인 에너지기업들과 가장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력, 원자력,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도시가스, 그리고 수소와 배터리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사업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 명실공히 제대로 된 에너지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로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주주 95%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한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의견을 내었다. SK이노베이션 주주가 합병으로 손해 볼 수도 있음을 우려하였다고 한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당장에는'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된다고 한다. 통합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SK E&S 부분은 SK이노베이션 E&S이라는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한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그리고 배터리 회사인 SK온 등도 함께 합병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이를 통하여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SK E&S가 매년 1~2조 원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었기에 다양한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의 발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을 통하여 2030년에는 연간 영업이익 20조 원대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두 기업의 사업역량과 연구개발 역량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달성이 그리 쉽지 않은 목표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수익 대부분이 정유 및 가스 부분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미래 최대 먹거리로 평가받고 있는 전력 기반 탄소중립 시스템과 자원순환 사회시스템의 구성과 운영에 상당한 사업 기반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통합 SK이노베이션이지만 기업의 체질과 과감한 사업 분야 구조조정 과정을 잡음 없이 부드럽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제적 경쟁력 있게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현재 전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져 있으며 이들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SK이노베이션에 거는 기대는 정말 크다. 에너지 분야는 규모의 경제성(economies of scale)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지난 반세기 내내 국제적 규모의 에너지기업 하나 제대로 없어 선진국은 물론 자원 보유국들에 무시당하고 사업에 참여할 기회도 얻지 못하였다 한탄해 왔다. 이번에야말로 우리나라도 제대로 한번 에너지 사업을 해 볼 수 있겠다는 기대, 그것도 국가 예산에 기대지 않고 민간기업의 역량으로 해 볼 수 있다는 기대, 이 기대가 아주 들뜬 마음으로 통합 SK이노베이션을 바라보고 또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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