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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별도의 무탄소전원시장 과연 필요한가?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이번 11차 전력기본계획에서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혹은 진일보했다 평가받는) 항목은 무탄소전원 시장의 개설이다. 다양한 무탄소전원의 경제성을 시장에서 평가하고 기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무탄소 경쟁시장 도입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기존과는 다른 이러한 제안을 이번 개편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명분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나쁠거 없을거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시장제도 면에서는 왜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할건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 그동안 10년 넘게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라고 해서 신재생에너지는 몽땅 한 제도에 넣고 가격 경쟁을 시켜왔다. 이에 더해 무탄소전원시장은 마치 과거 신재생에너지에 원자력과 수소발전을 한스푼 추가한 시장처럼 인식된다. 사실 수소연료전지 발전도 기존 RPS에서 수소 발전 의무화제도 (HPS: Hydrogen Energy Portfolio) 로 독립한지 얼마 안되었다. 결국 원자력 발전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시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과거에 이혼한 두 발전원도 합치게 되는 것이다. 제도의 일관성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화석연료 발전 뺀 대부분의 이질적인 발전원이 모조리 들어오는 시장의 형태가 되어버린다. RPS가 그랬던대로 차별적인 사업성을 부여하는게 그 목적일진데, 원자력은 이미 이러한 별도의 헤택을 부여하는 시장 없이도 경제성이 충분하다 알려져오지 않았던가? RPS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원들을 모아놓고 경쟁시키는게 취지였던거 같은데 말이다. 지금 원자력의 경쟁력이 화석연료와 따로 분리시켜 지원해야할 만큼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결코 원전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다만, 시장을 구성하는 발전원들이 경제성면에서 너무 이질적이고, 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무탄소시장이란 테두리가 고정되어버린 상태에서, 재생에너지가 엄청난 경제성을 가지면 원전을 멈출 것인가? 지나치게 이질적인 발전원을 한 우리에 가둬놓고 생존경쟁을 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혹은 이러한 별도의 시장이 오히려 무탄소전원을 옥죄는 손오공의 금테머리띠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지도 걱정된다. 무탄소전원 용량시장에 정해진 발전량만 맡겨서 오히려 그 성장가능성을 억제하려는건 아닐까 등 여러 악용 가능성이 그려진다. 물론 가스시장처럼 가격요소60%, 비가격요소40%로 객관적인 정성적(?)심사를 통해 정부가 재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쯤되면 삼척동자도 공정성 및 효율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감이 올텐데, 이에 대한 논의는 상상만 해도 가관일 듯 하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시장을 별로도 만들 필요가 없다. 탄소가 있고 없고 이분법적으로 시장을 나눌 것이 아니라, 탄소가 나오는 만큼 비례해서 부담을 지게되는 시장, 즉 탄소배출권 시장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유연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더해져서 무탄소전원과 발전단가 경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럼 그냥 배출권 가격이 가산되어 탄소와 무탄소가 가격으로 진검승부 하면 된다. 즉, 기존 화석연료 전원을 의도적으로 보호해줄 요량이 아니라면 오히려 무탄소전원시장 같은 가두리 없이하고, 배출권거래제나 잘 운영 하면 된다. 그럼 인위적으로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정부가 조정할 것도 없이, 국가탄소감축계획만 잘 지켜도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저절로 커지고 화석연료는 시장원리에 의해 퇴출되게 된다. 온실가스 국가 감축목표 외에는 그 누구도 재생에너지해라, 원전해라고 등떠미는거도 없지 않은가. 이미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탄소시장만 운영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은 기존에 있는 시장도 이월제한이나 간접배출에 대한 별도 할당 등으로 발목을 잡고 있으면서, 제도가 잘 안돌아가니 새로운 무탄소시장을 덧붙이는 새로운 K-에너지환경정책을 만들고자 한다. 한마디로 불필요하다. 물론 탄소시장은 환경부 관장이고 산업부가 별도의 무탄소전원 시장을 운영하며 서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가려하는 것이겠지만, 똑같은 정부로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다른 의도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과 정책의 일관성, 올바름, 수용가능성 등 모든 가치면에서 설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얼굴마담으론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유종민

[EE칼럼] 가스요금 정상화는 뒷전이고 경영평가는 D가 말이 되나?

한국가스공사는 202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에너지 공기업들 중에서 가장 낮은 D 등급을 받아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으로 보면 경영을 가장 잘못한 기업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보통 시민들은 무슨 일인지 별 관심이 없을 것이나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고 심지어 연봉이 심각하게 삭감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진정 가스공사 임직원은 경영을 잘못하고 나쁜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인가? 제반 여건을 좀 따져보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전세계 천연가스 가격은 폭등하였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과 비교하면 연평균으로 10배 이상 국제 가격이 폭등하였다. 우리나라 도시가스 요금은 그에 비하면 40% 정도만 소매가격 인상에 반영하였다. 충분한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적자는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장부상으로 미수금 처리된다. 적자를 적자라고 말하지 못하고 현재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미수금이라는 이상한 형태의 회계처리를 통하여 가스공사가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지게 된다. 어차피 부족한 자금은 추후에 천연가스구매를 위하여 채권을 발행하고 이자까지 지급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가 전무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가스공사의 경영비용의 대부분은 국제시장에서 천연가스를 사오는 구매대금이다. 국제시장에서 천연가스를 구매해서 국민들에게 도시가스와 발전용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구매대금을 원료비연동제라는 제도를 통하여 가스소매요금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제도를 만들어 놓은 이유는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추후에 신규로 구매할 때도 가스공사의 신용도를 유지하면서 적기에 충분한 양을 구매해오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고 이미 구매대금을 해외에 지급하고 소매에서 못받는 미수금은 13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서민의 생활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해 도시가스 민수용으로 못받은 대금만 13조원인 것이다. 가스공사가 무슨 불법으로 편취하거나 불합리하게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활안정과 물가안정 위해 제살을 깍아가며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력한 결과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로 나온 것이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손발을 미리 묶어버리고 뛰지도 못하게 해놓고서 꼴등했다고 비난하고 질타하기 급급한 것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현실이다. 다른 지표들도 있겠으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부가가치를 다루는 재무적 평가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무리 경영을 잘하려고 해도 원가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공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공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살짝 못미치는 게 아니라 현재 가스요금 수준의 2배를 받아도 원가를 충족할 수 없는 실정인 기업에게 가혹한 지표를 들이밀어 너의 책임이고 너가 책임져라 하는 식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매출액 증감이 지표에 들어 있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낮아져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가스를 공급했다는 뜻이어서 잘했다고 칭찬을 받아야 마땅하나 매출이 준 것을 경영이 잘못된 것처럼 평가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표적 지표이다. 공기업 직원들은 효율적이 경영활동이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잘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함수가 되고 있고 평가를 잘 받기위해 수개월을 밤낮으로 여기에 매달려야 한다. 한전도 전기요금으로 받지 못한 비용을 모두 채권발행하고 이자만 120억을 매일 지급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할 때마다 국내 채권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어서 공기업의 부실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고 미래 세대에게 그 짐을 다 떠넘기는 이 현실을 당장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갖고 있는 본원적인 오류와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제는 모든 문제를 공기업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조홍종

[EE칼럼]전력시스템 확대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

더위가 한창인 7월, 전기전자공학에 관해서 최대 기술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의 전력 및 에너지 부문(Power & Energy Society) 총회 격인 “General Meeting"에 2019년 이후 5년 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총회가 개최된 북미 지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모였고, 전력시스템 분야의 다양하고 미래 지향적인 주제를 다루는 세션들이 하루하루 꽉 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여러 세션 중, 필자가 관심 있게 본 내용은 지난 달 6월에 발표된 전력 및 에너지 부문의 주요 기술들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로드맵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는 세션이었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중점적으로 다루어 나가야 할 주요 기술 주제들의 현황과 미래에 대해 정리하고, 그 틈새를 채워 나가는 데 필요한 주요 이슈와 몇 가지 해결 방안들을 담고 있었다. 여섯 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된 보고서는 요약 성격의 첫 번째 장을 제외하면 총 다섯 개로 기술 주제를 구분하고 있다. 우선 탈탄소화(De-carbonization)를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연결 및 통합 부문, 심해지고 있는 기후변화 및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망의 신뢰성 및 회복력 부문이 2장과 3장으로 비교적 앞쪽에 서술되어 있었다. 뒤를 이어, 프로슈머(prosumer)를 중심으로 하는 가상발전소(VPP) 등 분산전원 차원의 효율성 향상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까지 포함하는 Grid Edge 부문, 그리고 시스템 구성 요소의 확장 및 AI의 적용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한 전력시스템의 계획 및 운영에 관련된 모델링 기술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계산(Computation) 부문 등으로 지난 몇 년 동안 해당 총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 왔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눈에 띄었는데,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및 대용량 배터리 등 전력망에 연결되는 접점이 증가 됨에 따라 같이 높아지고 있는 위험 요소 중 하나인 사이버(Cyber) 보안(Security)에 관한 내용이었다. 미국 신뢰도 기관인 NERC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정의들을 군데군데 인용하고 있는 이 장은 전력시스템을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CPS)의 하나로 보고, 예방(보호), 위험 최소화, 탐지, 대응, 복구 등을 중심으로 인력, 프로세스, 기술 차원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미래 전력망의 설계, 개발 및 운영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다양한 외부 요소들과 통합되며 그 연계점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시스템은 공용망과 분리된 전용망을 사용함으로써 각각 따로 운영 및 관리 되어 왔지만 최근 재생에너지 관련 부문 등을 시작으로 공용망과 연계되는 부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전기차의 증가에 따른 충전소와 충전기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많아질 것이며, 이때 전체 시스템의 취약성은 가장 약한 부분의 사이버 보안 수준 등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미래 전력망에 발생 가능한 사이버 위협들을 미리 파악해 보고 예방 및 대응 방안들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가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줬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항공 및 게임 산업 등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작은 구멍 하나가 둑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취약점을 통해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손성호

[김성우 칼럼] 전력수급 안정성 유지를 위한 비용 필요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열대야가 기승이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에 잠을 설치다 깨면,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어 과습한 짜증을 식혀야 겨우 다시 잠들 수 있다. 이 때 에어컨이나 선풍기 스위치를 눌렀는데 전기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잠시 기다려야 한다면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아마 5초 이상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우연하게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스위치를 눌러도 지체없이 전력이 공급되도록 평균 수요보다 더 많은 발전소를 지어 예비로 공급을 준비시켜 둔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 및 운송 등 전 부문에서 필수에너지인 전기는 주로 석탄, 가스, 우라늄 등 다양한 연료로 생산되고, 전력계통을 통해 사용자까지 전달된다. 전기의 특성상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수요과 공급을 일치시켜야 한다. 수요와 공급이 잠시라도 일치되지 않으면 전기를 전달하는 계통이 불안정해져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발전소나 계통망을 건설하는데 5~15년이 소요되어, 수요 예측과 공급 계획을 미리 수립해야만 한다. 이에 전기사업법에 따라 정부는 2년 주기로 전력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향후 15년 계획을 수립한다. 지난 5월말 2038년까지의 청사진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하 '실무안')이 공개되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반도체 산업 투자 및 데이터센터의 증가 추세, 산업부문의 전기화 수요 등을 고려하여 2038년 목표설비 용량을 157.8GW로 전망하고, 이 중 신규 필요설비 10.6GW는 원자력발전, LNG발전, 무탄소발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제10차 대비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신재생 및 수소∙암모니아의 발전량과 그 비중은 증가하는 반면, 화석연료인 석탄과 LNG의 발전은 줄어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산단태양광 활성화, 에너지저장장치(ESS) 조기 보강, 이격거리 규제 개선 등으로 태양광∙풍력 중심의 보급이 증가해 2038년 총 발전량 중 1/3은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할 전망이다. 향후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등 최종 확정을 위한 절차가 연내 진행될 예정인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롭게 확대한다는 전제 하에 전력계통 등 현실적 제약요건을 고려하면서 합리적이고도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 및 원전 등 경직성 전원을 대폭 늘려 계통 부담이 가중되고 점차 강화되는 탄소중립 중간목표에 맞추느라 이론적인 계획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기를 소비하는 기업 및 시민이나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사 및 전기판매자 모두가 이슈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평가는 갈려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반드시 인지하고 동의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역사상 기후위기가 가장 심각한 시점에 기후대응의 핵심 부문인 전력에 대한 장기 계획에 재생에너지 확대 반영은 불가피하다는 점과, 재생에너지는 지금까지 우리가 안정적으로 사용해 온 전기와는 달리 바람과 햇빛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동일한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추가 비용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실무안에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위해 21.5GW의 장주기 ESS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 이유다. 우리는 80년대까지 원전 및 석탄발전 확충, 90년대 LNG발전 확충, 2000년대 들어 발전원별 믹스 조정을 통해 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당연하게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수출바이어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본격화되어야 하므로, 과거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이에 상응하는 추가 비용을 인지해야 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사람도 간헐성에 기인한 생산비용 리스크를 인지해야 하고, 전기를 판매하는 사람도 계통안정성을 위한 추가비용을 인지해야 하며, 소비하는 사람도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기후위기비용을 인지해야 한다. 매년 심각해지는 열대야속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수급하고 싶으면서도 이를 위한 추가 비용을 외면하거나 덮어둔다면, 결국 가장 열대야가 심한 날에 잠에서 깨어 에어컨이나 선풍기 스위치를 다급하게 눌렀을 때 전기가 바로 공급되지 않는 날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김성우

[특별기고] 민주당은 후쿠시마 선동을 사죄하고 배상해야

후쿠시마 발전소에서는 지난해 8월 24일 첫 해양 방류를 시작해 금년 7월16일까지 7차에 걸쳐 총 5만4600톤을 방류했다. 방류 후 후쿠시마 주변 방사능 수치는 어떠한가? 지난 24일 발표한 239차 정부 브리핑에 의하면 도쿄전력은 7월 16일과 22일 사이에 3km 이내 해역36개 정점과 3~10km 해역 1개 정점에서 해수 시료를 분석했다고 한다. 3km 이내 삼중수소 농도는 검출 하한치 미만(

[EE칼럼]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리는 가난해 진다

점점 더 강해지고 빈번해지는 폭우와 폭염, 짧아지는 봄과 가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연평균 기온. 미래에도 토종 사과와 국산 오징어를 맛볼 수 있을까? 사계절 내내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을까?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앞에 다가와 있지만 정작 우리는 외면하거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동빙고와 서빙고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위해 겨울철 꽁꽁 얼은 한강의 얼음을 저장해 두자는 선조의 지혜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명으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정작 예전처럼 얼지 않는 한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가 인지하고 각 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지 30년.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 고어의 경고와 미래 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래타 툰베리의 간절한 호소,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교토의정서를 대체한 파리협정의 채택,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동참 및 2050년 탄소중립 선언. 그런데 이러한 시도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구가 계속 더워지게 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일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다. 2021년 6월, 벨기에와 독일에서는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사상자가 200명 이상 발생하였고, 영국 런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하였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여름, 미국의 데스벨리 국립공원의 최고 기록은 56.7℃를, 캐나다 벤쿠버 지역의 최고 기온은 48.6℃를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은 당시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해서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아시아 대륙에서도 비슷한 이상 기후현상이 발생했는데,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지역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폭우로 인해 지하철 승객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해서 30여 명이 사망 혹은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기상재해로 인해 194명의 인명 피해와 약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은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소득이 하락하면서 일부는 정든 고향을 떠나서 낮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기후난민이 될 수도 있다. 이상기후 현상 외에도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산호초의 백화현상,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농업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 발생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다양화, 대형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선뜻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비용은 개인의 소득을 작게 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당장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은 '빈곤의 덫'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는 시간의 문제일 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결국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누군가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고, 그게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사는 지역과 이웃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소비를 억제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것은 현재의 불편함을 감내하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다함께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경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조용성

[EE칼럼]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에너지 산업

히틀러는 “여자의 세계는 남편, 가족, 자녀, 집이다. 여자가 남자의 세계에 밀고 들어오는 일은 옳지 않다."라며 여성 근로자 80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했다.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바람에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다. 이들은 전후 경제 부흥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여성은 우리 경제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1966년부터 10년간 1만 명이 넘는 간호사가 독일에 파견되었다. 이들이 낯선 곳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외화는 경제 발전을 위한 마중물로 사용되었다. 독일로부터 차관을 받을 때도 간호사들의 월급을 담보로 제공했다. 경제 개발 초기에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은 1970년 총 수출액의 9.3%를 차지하며 수출 품목 3위에 올랐다. 가발의 원료인 머리카락은 당시 우리 어머니와 누이의 것이었다. 1970년대 봉제공장이 밀집한 동대문 평화시장의 근로자 중 85.9%가 14~24살 여성이었다. 당시 섬유·의류 산업은 경제를 일으켜 세운 효자산업이었다. 과학자의 이미지는 늘 남성적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주인공은 모두 남성이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듯 보이지만 이성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이들로 묘사된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는 자연은 여성의 소명을 어머니와 주부로 설계해 놓았다며 한때 여성 과학자를 제자로 받지 않았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에밀 피셔는 여성의 긴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실에 여성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 여성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여성은 추상적인 과학이나 엔지니어링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사물 보다는 인간관계에 관심을 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수십 년간 실시한 '과학자 그리기'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에 여성 과학자를 그린 비율이 1%였던 것이 계속 증가하여 28%에 이르렀다.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결과이다. 대표적인 과학기술 분야인 에너지 산업 역시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적합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 세계 에너지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 여성 인력은 20% 미만으로 전 부문 평균인 40%에 훨씬 못 미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석유·가스 산업의 여성 비율은 22%, 재생에너지 산업은 32%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기업의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한전은 23.5%, 석유공사는 18.2%, 가스공사는 13.1%에 불과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장 중요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에너지 공기업이 전력망, 가스망, 열수송관과 같은 인프라와 발전소를 건설하면 됐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에너지 믹스를 고효율의 저탄소형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업계는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전력 분야의 갈등의 골이 깊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전통적인 발전 연료인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은 줄고, 대표적인 무탄소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일사분란, 빠른 속도가 성장시대의 덕목이었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는 다양성, 창의성, 관계지향성이 필요하다. MIT의 집단지성센터는 여성 참여 확대와 같은 다양성이 커지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은 비언어적 단서를 읽어내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데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IEA에서도 여성이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솔루션의 핵심 원동력이므로 성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산업에 여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이들의 의사결정 권한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오래 전부터 각종 컨퍼런스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작은 일부터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필자도 위원회, 회의, 발표에 여성 전문가를 꼭 참여시키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여성들은 경제 부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에너지 업계도 여성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을 완화시키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여성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기업이 지원과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박성우

[EE칼럼] 미국 대선과 불확실한 화석연료의 미래

올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있으며 두 번째 백악관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에너지 부문, 특히 석탄을 포함한 산업 부문에서는 다가오는 미래 예측이 분분한 실정이다. 이는 미국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기후환경과 탄소중립이라는 중차대한 전세계적인 아젠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에너지 다소비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부문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 대통령 선거를 치루어 가면서 선거 캠페인 차원에서는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하여 전기 자동차와 풍력 발전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자제하였지만, 과거에 비하여 지난 세기 미국을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킨 석탄 산업에 대한 선거 유세 중의 노출도 비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줄여 왔다. 이번 11월 선거의 승자가 독단적으로 미국에서 급격하게 쇠퇴하고 있는 석탄의 궁극적인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차기 대통령은 기후문제로 제한을 받고 있는 전세계에서 석탄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력 공급원으로 유지되는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트럼프의 경우에는 그 영향이 좀 더 불확실한 쪽에 가깝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꽤 많은 사람들은 이번에 당선되면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석탄 발전소들이 더 오랫동안 가동될 수 있는 상태로 유지되도록 도움이 되는 원칙과 규정을 뒷받침함으로써 전력 수요에 대한 가변성이 적은 석탄의 사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석탄 발전의 미래와 관련하여서 미국에서 생각하는 비장의 카드는 환경국(EPA)의 발전소 규칙들이다. 이는 기존 석탄 화력 발전소를 2032년까지 보완하고 개조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90% 정도 저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인데, 이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 2039년까지 폐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규칙은 최소 40%를 가동하며 운용되는 새로운 천연가스 화력 발전소에 대하여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석탄의 미래와 관련된 잠재적인 생명선인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분명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는 있다. 일부 조심스러웠던 입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으로 정부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비난해왔다. IRA가 지원하는 풍력 및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입장이며,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통하여 재집권에 성공하면 IRA를 폐기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물론 일방적으로 지금까지의 괘도를 100%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화석 연료 사용이 어느 정도 확대될 조짐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세계의 에너지 믹스의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석탄 생산이 많은 국가에 뚜렷이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발효된 IRA에 따르면 석탄발전소와 같은 고정 발생원으로부터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가스/오일 회수 증진 기술(EOR/EGR)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US$60/톤, 단순 지층 저장의 경우에 US$85/톤을 세제 혜택으로 12년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한국에서의 탄소세 (Carbon Credit)가 2024년 1월 기준으로 약 9000원/톤 (US$6.5/톤)을 감안할 때에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인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미국에서는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 47개와 진전된 단계의 개발 프로젝트 78개, 건설 중인 프로젝트 8개와 운영 중인 설비 16개 등 많은 수의 CCS 프로젝트들이 기획되거나 진행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세제 지원을 통한 CCS에 기초한 화석연료의 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IRA법의 규칙도 트럼프 후보자의 공공연한 폐기 주장은 석탄화력 발전 가능성과 미래의 퇴로를 닫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치 환경과 코로나 이후 자국 이익 우선 주의 환경에서, 미세먼지와 탄소 중립 기후 환경의 국제 공조와 연대 강화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장기 전원 계획에 따른 에너지 믹스와 관련하여 미국발로 흔들릴 지 모르는 탄소중립 기후 환경 상황에 어떻게 우리 또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대응 정책 시나리오를 만들어 갈 것인지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박기서

[EE칼럼] 전력의 고속도로

인류 문명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이야기하는 책 중에 1998년에 출간된 재래드 다이어먼드의 '총 균 쇠'가 있다. 풀리처 상을 받기도 했는데 벌써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명저로 꼽히고 있다. 다만 너무 분량이 많아서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지만 하는데 저자도 처음에 볼 때 정말 매우 힘들게 보았다. 헌데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10대 들이 쉽게 읽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김정진의 '10대를 위한 총 균 쇠' 책을 다시 읽었다. 저자가 나름 대로 최신의 연구 조사와 분석을 추가하면서 쉽게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본다. 특히 인간인 호모사피엔스가 이제는 창조주가 되어 AI를 만들었으며 그 결과 어찌될지 보아야 하는 것으로 마친다. '총 균 쇠'의 핵심은 '무기 세균 도구(기술)'로 대변 되는 제목에서 보듯이 인류의 발전을 위 세가지로 집약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민족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라는 것이며 어디에 태어 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이 지정학적으로 다른 날 보다 더 유리해서 일찍 발전이 먼저 되었다는 것도 저자의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농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발달하면서 물건들을 수송하는 도로가 발달했다. 실크로드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경우 역대 강대국들은 영국, 스페인, 포르투칼, 프랑스, 독일, 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 해양의 시대부터 선박을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 하지만 독일은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발전 시켰다고 본다. 1932년 8월 6일 최초의 고속도로가 본-퀼른 사이에 결정된후 잠시 중단되다가 다시 활성화 되어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한국도 경부고속도로를 산업의 동맥이라고 부른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전력망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명하다. 헌데 요즘에 보면 동맥경화 현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5월에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8년까지 탄소 중립·녹색 성장 기본법과 연계하여 원전은 35.6%(249.7TWh) 신재생에너지 32.9%(230.8TWh), 수소·암모니아 5.5%(38.5 TWh)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70.2%로 되고 원전도 신규로 3기 정도를 건설한다. 석탄과 LNG는 감소하여 각각 10.3%, 11.1% 수준이 된다. 미래로 갈수록 전기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건물, 산업 자동화, 자동차, 전력 등 모든 것이 전기화로 가기 때문이다. RE100에 대한 무형의 규제도 이미 일어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전의 경영 적자 수준도 나쁘다. 이런 와중에 이미 전력의 동맥경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정부가 반도체와 2차 전기, 디스플레이의 미래 산업화를 위하여 7곳을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61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용인을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42년까지 5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문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필요한 전력은 10 GW는 넘을 것으로 본다. 발전소 짓기도 어렵고, 가져 오기도 어렵다. 실로 산너머 산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 속히 지난 국회에서 처리 못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법'을 처리해야 한다. 남부지역의 재생 에너지와 동해안 지역 원전 전기의 수도권 첨단 산업 공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합리적인 전력 요금의 개선도 마련해야 하며, 미래에 부응한 전력 시장의 개편도 해야 한다. 정말 전력부분에서는 할일이 태산이다. "가자니 태산이요 돌아 서자니 숭산이다“ 그래도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는 말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야 한다. 김정인

[기고] 다 쓴 것도 다시 보는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에 관심을

장마철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하면 2100년 무렵 1년 절반인 여름으로 봄이나 가을이 사라질 거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현실처럼 와닿는다. 진정한 탄소중립을 위해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차를 퇴출하고,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의 보급을 적극 장려해야 하며, 사용기한이 만료된 사용후 배터리 처리 역시 챙겨야 할 사안이다. 왜냐하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으면 폐기물은 계속 증가되어 이는 또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중요한 사용후 배터리 시장은 크게 둘로 나눠지는데, 배터리의 잔존수명을 이용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과 더 이상 사용 가치가 없으면 가루형태로 분쇄한 뒤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재활용 분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사용후 배터리 발생량은 2020년 275개에서 2030년이면 연간 무려 10만팩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는 국내 폐기물관리법에 지정된 사업장 일반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지위로 변경된 바 있고,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재사용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하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굿바이카 주축으로 무선충전 기술 기반 전력 제어 시스템 및 배터리 시험장비 제조기업 그린파워, 그린퍼즐, 피앤아이비가 진행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 다채널배터리 모듈 검사장비 개발' 과제는 그 일환으로 보면 되겠다. 즉 국내외로 급격히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재사용하여 연결 확장이 가능한 소용량 에너지저장장치를 개발하며, 이를 위해 그린파워는 사용후 배터리 모듈의 다채널 검사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쉽게 말해 사용후 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등 유관기관에서 배터리의 잔존수명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에 적용할 만한 검사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검사 항목 중에 용량, 내부저항검사의 경우 직접 충방전을 통해 가능하므로 제조사, 차종별 배터리 외형과 사양에 따라 적합한 규격의 충방전기가 있어야 한다. 또한, 교류내부저항(ACIR), 개방회로전압(OCV), 절연저항(IR) 등 배터리 특성 검사를 위한 측정기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장비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전체 검사 프로세스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며, 검사 결과는 규격에서 요청하는 형태로 정리되도록 구현된다. 앞으로 점차 다양한 전기차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사양으로 제조된 사용 후 배터리가 나올 것이고, 각각의 배터리 유형들을 검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종에 대응할 수 있는 충전장치와 방법들이 요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제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전수검사를 통한 잔존용량과 내구성에 대해 시험평가를 가능하도록 기준안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겠다. 추후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이 본격화된다면, 재사용 배터리 경험이 부족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충분히 나설 수 있고 더 나아가 2030년 온실가스(2018년 대비)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나는 곳이란 말이 있다. '사용후 배터리'란 기회에 K배터리 성장저력으로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의 시간을 보내며 탄소중립 사회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도록 이를 극복과 성공의 디딤돌로 삼아보면 어떨까. 지난 10일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사용후 배터리에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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