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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주택용 누진제 개선을 위한 고려사항

주택용 누진제는 제1차 오일쇼크 이후 전기소비절약 유도 및 서민층 보호를 목적으로 1974년 11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국제유가 및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누진단계 및 누진배율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였는데, 2004년부터는 6단계 11.7배수로 운영되다 2016년 여름철 폭염을 계기로 3단계 3배수로 완화되었다. 이후 2019년부터 여름철에 한해 누진구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 2년간 기준연료비 조정에 따라 누진배율이 2.56배 정도로 조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틀에는 변화가 없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비록 2016년에 누진제 구조에 큰 변화가 있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누진배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3년 한전의 누적적자가 약 43조원이며, (평균적으로) 원가 이하로 공급됨에 따라 주택용에서 발생하는 손실이 적은 액수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주택용 전기요금의 요금수준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오히려 우리나라 요금체계의 왜곡된 구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앞으로 주택용 누진제 개편을 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누진 단계별 기본요금에 대한 재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주택용은 저압 기준으로 1단계 910원, 2단계 1,600원, 3단계 7,300원의 기본요금이 부과된다.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는 이러한 기본요금 수준은 주택용의 원가구조를 적절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누진 1단계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910원의 기본요금은 전력공급에 따른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회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필자의 추산으로는 (저압 기준) 2,500원 정도로 기본요금을 통일한다면 한전의 판매수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3단계 소비자의 요금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전력량요금 인하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본요금만 현실화하더라도 지금보다는 누진제를 더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둘째, 2016년 누진제 개편을 통해 누진배율이 완화되긴 했으나, 최소 1.5배수 이하가 되도록 더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단가가 늘어나는 현행 구조는 요금제에 대한 불신을 발생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며, 전기요금 수준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급격하게 누진배율을 완화하는 것은 요금체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배율을 완화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과거 누진배수가 4~5배에 달했으나 약 10년에 걸친 요금 조정 과정을 거쳐 1.2배수 수준으로 완화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만하다. 셋째, 누진배율 완화는 단순히 3단계의 단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되며, 반드시 1단계 단가 인상을 수반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1단계에 해당하는 소비자의 비율이 높다.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3단계 단가를 많이 낮출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1단계 단가 인상을 통해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고, 이를 3단계 단가 인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으나, 전기소비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전기를 싸게 공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불분명한 다수를 대상으로 요금헤택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주택용 복지할인 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취약계층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정연제

[김성우 칼럼]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기후위기를 실감케 하는 9월 무더위 속에서 지난 4일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서밋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기후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에너지(CFE) 시대'라는 주제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정부와 공동 개최해, 50여개국 500여개 기업 포함 국내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리더들이 참석했다. 마침 필자는 CFE서밋과 기후서밋에 각각 연사로 초대되는 바람에 에너지와 기후를 흥미롭게 연계할 기회가 생겼다. CFE서밋에서는 지난 8월 BloombergNEF가 발간한 보고서(Clean Electricity Breaks New Records) 통계가 인용되었다. 2023년 전 세계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무탄소 에너지원이고, 이는 태양광과 풍력 13.9%, 수력 14.7%, 원자력 9.4% 등으로 구성된다는 통계로, 그 비중은 브라질 및 프랑스 등은 75%가 넘는 반면, 인도 및 멕시코 등은 25%에 못 미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에너지는 대표적인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 경쟁력에 중요 요소인데, 최근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무탄소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도 중요 요소로 추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서밋에서는 투자자 및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후공시가 화두였다. 즉, 투자자나 소비자가 투자의사결정이나 제품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기업이 공시한 기후전략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기후공시규정들이 소개되었는데, 대표적인 공시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기후 영향, 탄소가격 전망, 경영층 관여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술한 두 서밋의 연계점은, 기후공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탄소함량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의무공시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예로 들어 보자. CSRD는 EU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인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전기사용으로 인한 배출(Scope2)의 경우 절대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 보고가 달라지는 셈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인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구매하거나 획득하여 사용한 전기, 증기, 난방 또는 냉각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그 절대배출량을 공시 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다. 바람이나 태양 등 자연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력 발전의 비중도 현저히 낮고, 전력인프라 건설시 주민 합의가 어렵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발전지역과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사정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 되기 시작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전력망의 무탄소 비중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과 국내 여건과 차이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필요한 요소 1위라고 호소한 배경이다. WCE 환영만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는 엄마와 아빠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환영만찬에서는 뻔한 이야기로 들렸었는데, 상술한 두 서밋에 참석해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을 확인하니 비로소 사무총장의 말이 선명해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에너지와 기후가 연계되어 가중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김성우

[EE칼럼]한은 총재 지적 구조적 문제, 에너지 분야도 예외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신용정책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위해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6월에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서 농산물 물가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즉,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까지 하였다. 한편, 지난 8월에는 대학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춘 선발기준을 제시하였다. 입시문제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집값 상승,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이창용 총재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본래 중앙은행이란 발권과 통화량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등의 통화신용정책을 관장하는 곳인데 이런저런 분야까지 간섭하는 것은 한은의 본질적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이 장기적인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이 문제들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문제들이 수십년 간 누적되면서 통화정책 같은 단기 거시경제 정책에도 선택을 제한하는 수준이 됐다고 진단하였다. 필자는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우리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압력단체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 이를 조금이나마 바꾸려 할 때 엄청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난다는 점을 이번 의대 정원확대 파동을 통해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한은 총재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런 제도적 개선을 하나씩 둘씩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OECD와의 비교를 통해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낮은 공공요금을 환영할 법하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즉,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분야의 구조적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올 4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6월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만 127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한지 한전은 발전회사에 줄 전력 거래대금 지급일정까지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연료비를 가스공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대한 대금일정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폭탄 돌리기가 에너지업계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1982년에 출간된 '개발년대의 경제정책: 경제기획원 20년사'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 첫머리 부분을 읽고 아연실색하였다. 1955년의 가장 큰 문제가 가격의 이중구조였는데 자유경제체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환율, 저금리, 저곡가(低穀價), 저공공요금정책을 추구한 결과 자원배분면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곡가를 제외하고는 무려 70년 전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미루고 미루어서 지금까지 온 셈이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의 공공요금인 전기·도시가스 값이 낮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배분의 문제점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은 이 총재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조성봉

[EE칼럼] 모두가 꺼리는 전력가격 분석과 예측

에너지 관련 부문 종사자들이라면 해결과제 중 앞자리가 전력 안정확보와 시장 효율화라는 점을 잘 안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전력가격예측과 해석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요체인 것도 잘 안다. 사실 전력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며, 전력공급 불확실성은 완전해결이 힘든 과제이다. 우리가 자랑해온 반도체 산업도 안정적 전력확보가 필수 전제조건인 AI 기술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2030년대에는 지금보다 최대 10배쯤 AI 산업용 전력 수요가 예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벨트지역이 AI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 수급체계로는 어림도 없다. 미래 AI 산업 벨트 지원을 위한 특화된 국가전력배급/저장을 위한 망(網) 구축을 위해 기존 전력/에너지 수급계획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먼 지방 발전소에서 화성/동탄 등 수도권 전자단지로 직송하는 고압 송/배전망 투자가 화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장기확보를 위한 전력가격 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 우리 전력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 시스템 적정화 비용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력과소비와 환경공해 유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오래된 것이다. 국민을 대신한 정부가 공기업인 한전의 총괄비용보전의무가 엄연히 존재하다. 국민 부담으로 귀결할 전기요금 인상은 여건만 된다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진제 대상인 가정용 요금이 가장 먼저, 크게 오를 것이다. 취약계층인 서민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따라서 전력가격 설정에서 시장경제 논리 적용에 한계가 있고, 사회 형평 차원 고려가 불가피하다. 이에 급한 대로 가정용 요금보다 산업용 요금을 가중 인상하여 서민층 부담경감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 가격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가격 기능 허약, 독과점 등 각종 시장실패와 오랜 정부규제에 따른 정부 실패 요인들이 한 번에 보정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허한 말 잔치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충당이 겨우 가능한 정도이다. 총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02조 원 규모이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에서 50% 정도 늘었다. 당연히 이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 올해 4조~5조 원대에 달할 것 같다. 그러나 한전 적자 추정은 민간 경제계나 학계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시장구성의 핵심인 전력가격은 변동비(연료비)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확한 한전 적자 규모 산정은 어렵다. 그리고 생존 필수재인 전력요금 인상이 수요 감축과 투자 절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 전력 수요관리는 여전히 가격 기능보다 5천억 원 이상 절전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전 공급 과점과 송-배전 독점에다 전력거래소 가격 결정 독점이라는 중첩 독점체재 아래에 있다. 이런 독점 폐해를 막는 가장 좋은 대응방안은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적정 규제' 도입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 철폐는 시장 논리에 부응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전력시장 불완전성을 심화시킨다는 역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내 생산전력을 일괄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 경우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가격(계통한계가격; System Marginal Price)만이 있다. 소매가격은 없고 도매(都賣)가격만이 존재한다. 소비자 차원 고려 부족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적 이윤은 내부에 독점배분하고 사적 비용을 공적 비용 형태로 대중에게 배분하는' 비윤리적 운영이 우려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을 정부가 크게 탓하지 않는다. 관ㆍ민 집단이기주의 의혹이 이는 이유이다. 여기다 정부도 한전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 배당금 지급을 제도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활용한다. 한전 적자에 대한 정부 책임 거론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들과 담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전력산업 내부거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 차원 적정성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력산업 공정성과 효율성 검증은 관련 전문가와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2년마다 정부가 수립, 공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 지금 2038년까지 관련 계획(안)의 얼개가 마련되어 년 말까지 최종 검토와 공청회 그리고 국회와의 조정-협의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38년까지 무탄소(無炭素)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부 전원별 구성비율은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이다. 원전은 소형모듈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 등 5기가와트(GW)에 용량증가로 2038년 35.6%라는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2038년 발전 비중이 32.9%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계획도출과정에서 총괄분과에만 100명 수준, 그리고 기초 조사를 포함하면 지난 2년 동안 수백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가용 가능 인원 모두가 참여한 것 같다. 그러나 전문영역별 이기주의 등 전문가 시장실패, 그리고 정부관여/책임구현 과정에서의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벌써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SMR 등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러니 전력에너지 부문과 같은 학제적/융합적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간다. 학제적/융합적 분야에 대한 논리 추론은 전통적 과학과 학문과는 달리 그 범위 등 영역 구획에 차이가 난다. 인위적 제도가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Institutional) 경제학' 차원 정밀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자칭' 에너지 전문가들의 기득권이 이권화되고 영속화되는 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최기련

[EE칼럼]기후변화와 태양광 발전의 신흥 강국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는 592GW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될 것이며 이는 역대 최대 신규 설치량을 기록했던 2023년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1위 국가였던 중국의 국가에너지국(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216.9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86.1GW 대비 152% 증가하는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도 7월까지 126.1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280GW 이상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실시간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적하는 Cleanview에 따르면 2023년 유틸리티 규모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19.3GW 추가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72%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38GW를 추가할 것이며 이는 기록적인 성장을 했던 지난해의 거의 두 배다. 인도의 경우 중앙전력청(Central Electricity Authority)에 따르면 2023년 10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14GW 대비 감소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13.9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7.8GW 대비 78%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인 18GW 내외를 설치되게 된다. 태양광 설치 강국들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신흥 강국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 연례보고서에 따른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순 증가량 순위를 보면 1위는 중국으로 2022년 대비 224TWh 증가했고 2위는 브라질로 38TWh 증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일본, 이란, 네덜란드 스위스, 폴란드가 그 뒤를 이었으며 우리나라는 56위로 0.2TWh 증가했다. 반면 인구수 5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2022년 대비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가 사우디아라비아로 153%, 2위 UAE 78%, 3위 이란 55%였으며 우리나라는 인구수 관계없이 전체 국가 중 66위로 증가율은 0.4%였다.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을 100%로 가정했을 때 2024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는 리투아니아로 1,820%, 2위 콜롬비아 1,618%, 3위는 2023년 OECD 국가 중 석탄발전량 점유율 1위인 폴란드로 941%였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브라질, 헝가리 등이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국 32개국 중 최하위로 177%였다. 한편 Ember의 중국 태양광 모듈 수출 현황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많은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한 나라는 네덜란드로 47.2GW였다. 지난해 약 4.3GW를 신규로 설치했고 나머지는 국외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브라질로 21GW, 3위는 인도로 14.5GW, 4위 스페인 12.2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8GW, 6위 파키스탄 7.9GW가 뒤를 이었다. 2024년 7월까지는 네덜란드가 1위로 28.5GW, 2위 브라질 12.8GW, 3위 파키스탄 12.5GW, 4위 인도 10.5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9.7GW 순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2.2GW였는데, 2023년 8G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 9.7GW를 수입했다. 수입된 모듈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이내에 설치된다고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글로벌 신규 태양광 설치국가 10위 이내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파키스탄 또한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1.2GW였는데, 2023년 7.9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는 무려 12.5GW를 수입했다. BNEF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세금이 파키스탄의 상업 및 산업(C&I) 태양광 프로젝트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글로벌 순위 14위에서 올해는 5번째로 큰 신규 태양과 투자 시장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미국, 인도 등 전통적인 태양광 강국들의 질주와 함께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UAE, 이란, 폴란드 등 신흥 강국들이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 등 여러 나라는 이미 가장 큰 발전원이 태양광이 되었고 7월 기준 역대 최대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한 나라도 Ember 통계 기준으로 최소 11개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역성장했고 관련 지원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되고 있으며 지원 예산도 3년 연속 축소되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핵심적인 솔루션이며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치러야 할 비용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걸 우리 정부만 잊은듯하다. 황민수

[EE칼럼] 한전 등 공기업들의 지방 이전...기계적 평등의 후과는

공기업을 지방으로 실질적으로 이전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과연 공기업을 10개의 혁신지역으로 이전한 결과 과연 지방경제는 살아나고 있는가? 한국은행이 지난 3월에 내놓은 '지역경제보고서 이슈분석'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동안 수도권의 경제성장기여율은 70.1%였고 2001년에서 2014년 동안 기여율 51.6%보다 더 증가했다. 수도권은 경제가 더 커지고 비수도권은 경제가 쪼그라들어서 지역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기존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적나라하게 들어난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지방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연구한 '지역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인구 증가에 대한 청년 유입의 기여율은 78.5%이며 반대로 인구가 감소한 동남, 호남, 대경권에서 청년 유출의 기여율은 각각 75.3%, 87.8%, 77.2%로 주요한 지역의 인구 유출이 모두 청년층임을 지적하고 있어서 지역 인구 유출로 인한 지역 소멸의 문제는 미래에 더욱 심각해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인구가 유입된다고 하여 시작한 공공기관 지역 이전의 결과는 왜 이리 처참한 수준이 된 것인가? 결국 관념적으로 기계적인 평등을 추구하고 지역적 이해관계에 얽매어 공기업을 나눠먹기한 필연적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떠한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연구없이 단행해버린 정책실패이자 비효율적 자원배분의 결과로 지역 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나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한전은 나주로, 가스공사는 대구로, 한수원은 경주로, 발전 5개사는 부산, 진주, 태안, 보령, 울산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이전하였다. 에너지공단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울산으로 본사를 이전하였다.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본사를 지키는 시간보다 서울이나 세종을 오가는 시간이 더 많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관련 미팅은 세종에서 주로 하고 위원회나 주요 기관들간의 미팅은 서울에서 주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앉아서 본업에 집중하기보다는 돌아다니면서 KTX나 SRT 기차안에서 모든 일처리를 하면서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관념적으로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도 괜찮은 양질의 공적 일자리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 인재들이 고향에 정착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 국토균형발전의 아이디어는 실패로 판명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은 서울로 더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 서울이라는 브랜드는 K-pop처럼 지역을 내포하는 세련된 이미지로 젊은 층에 더욱 각인되고 있다. 서울과 비서울의 브랜드 차이가 부동산도 격차를 발생시키고 임금격차도 뛰어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선호하는 브랜드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자율을 결정할 때 주요 경기지표나 국제정세보다 서울 집값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져서 지역 소멸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집값도 적정수준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대가 학생선발에 지역인재를 할당해야 한다는 무리수로 보이는 정책까지 제안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된 것은 서울이 독보적인 도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의 글레이저 교수는 서울과 같은 메가시티가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기계적 평등에 빠져 공공기관을 흩뿌릴 것이 아니라 서울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최고의 교육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을 갖추어 인재들이 살고 싶어 하는 자족가능한 한 두개의 메가시티를 키웠어야만 했다. 이미 기계적 평등에 너무나도 익숙해진 결과로 효율성을 기준으로 다시 재배치하는 것은 지자체의 반대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브랜드 도시를 키울 수 없을 것 같다. 조홍종

[백영현 칼럼] 적극행정 추동력은, 포천시민 참여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개선 등 공공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포천시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소극행정을 근절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경직되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행정을 펼쳐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고, 업무편의를 높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다양하고 세분된 행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적극행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이나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풀어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천시정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신 있게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적극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한 2024년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적극행정 관련 교육과 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한 의견 제시, 사전 컨설팅 강화, 면책제도 및 소송 지원 의무화 등을 운영해 적극행정 추진하며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을 돕고 있다. 시민을 위한 적극행정인 만큼 적극행정에 대한 시민 여러분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적극행정은 비단 공무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민 여러분 참여가 더해져야 진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더욱 향상되고, 정책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우리 포천시는 시민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포천시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적극행정 사례를 게시하는 등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누리집을 통해 시민이 직접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발견했을 때는 규제 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적극행정은 행정기관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 목소리가 더해져야 한다. 시민 참여가 더해진 적극행정은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모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적극행정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더 나은 포천시정을 만드는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백영현 포천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미국 대선, 에너지 및 기후 쟁점과 한국의 대응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미국 대선이 불과 한 달 반 뒤로 다가왔다. 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겠는데, 그 근소한 차이를 가를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이다.우리 시간으로 9월 11일 오전에 방영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양 후보 간의 TV 토론에서도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셰일 가스 생산과 관련된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fracking)'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근거를 둔 전기차 보조금 관련 사안은 두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대조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사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선 프래킹 관련된 문제는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를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州)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보니,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이번 TV 토론 중에도 후보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트럼프는 줄곧 셰일 가스 생산을 장려해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셰일 가스를 핵심 경제 성장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프래킹을 통한 셰일 가스 생산은 미국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미국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으므로 재선에 성공한다면 프래킹 규제를 완화하고, 셰일 가스 생산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한편 해리스는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만 하더라도 프래킹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右) 클릭' 했다는 비판을 마주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프래킹을 금지할 것이라고 거듭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문제에 이렇게까지 두 후보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프래킹을 비롯한 셰일 가스 생산이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지역에서 막대한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의 세수 및 예산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에 관해서는 해리스가 훨씬 적극적이다. 그녀는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미국 내 전기차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망가뜨리고 중국에게만 이득을 가져다 줄 뿐이라고 비판하며, 본인이 당선된다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면서 전기차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주요 차종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회의적이며, 보조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결국 또 다른 경합주에 해당하는 미시간주나 조지아주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미시간은 그야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다. 따라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반대 입장은 미시간의 일부 노조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GM)도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편 조지아 같은 지역에는 현대차나 SK온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여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조지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후 기술, 특히 전기차 관련 산업이 부흥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양 후보의 정책적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셰일 가스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안정성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처럼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들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된다면 전기차 관련 투자와 기술 개발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한국의 관련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프래킹 규제가 강화되면서 셰일 가스 생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대체 공급처 확보를 고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기후기술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미국 내 한국 전기차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누가 당선 되더라도 모든 분야가 다 수혜자가 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없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대선 결과 여하에 따라 대응 전략을 신속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정책을 활용하여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셰일 가스 생산 축소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민·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임은정

[EE칼럼] 덴마크 해상풍력 역사로 본 우리의 과제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이다. 2023년에 전체 전력의 약 58%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전체 민간부문 일자리의 약 2.3%가 풍력 산업 공급망에 속해 있다. 풍력발전 비중을 더욱 확대하여 2035년까지 최대 84%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폴 라쿠르(Poul la Cour)는 덴마크 풍력발전의 선구자이자, 계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891년에 풍력 터빈을 제작하여 전기를 생산했으며, 풍력을 활용하여 농업을 기계화하고 난방과 조명을 개선하고자 했다. 1918년에 약 2~3만개의 덴마크 농장에서 펌프, 전기톱, 분쇄기, 탈곡기 등을 구동하기 위해 소형 풍력 터빈을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에너지 부족을 경험한 덴마크는 중앙집중식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 수입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의 석탄 수입은 불안정했고 서유럽의 석탄은 비쌌다. 당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석탄이나 석유로 생산한 전기보다 두 배나 비쌌기 때문에 풍력발전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1963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유는 저렴하고 풍부하며 운송이 쉬워서 주력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의 오일 쇼크는 충격이었다. 경제는 악화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1970년대에 덴마크는 초기 단계에 있던 풍력 산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1976년에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고, 덴마크 시험센터에서 인증받은 풍력 터빈에 대해 30%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79년에는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베스타스가 풍력 터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협동조합 역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협동조합이 조직되었으며,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90년대 후반 덴마크에 있는 6,300기의 풍력 터빈 대부분은 협동조합과 개인 소유였다. 풍력 터빈의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적, 법적 복잡성이 증가했다. 투자 규모와 리스크도 커졌다. 협동조합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덴마크 국민은 풍력발전 단지와 터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육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단체가 조직되었고,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저항 소식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육상풍력 단지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했다. 1987년에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설립됐다. 1991년에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인 빈더비(4.95MW)가 설치되었다. 2010년에는 앤홀트(400MW) 단지가 운전을 시작했다. 에스비에르항과 같은 배후항만 조성과 전력망 연결 지원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수용성 문제로 육상풍력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 해양플랜트, 조선, 철강, 해저케이블 등의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회이다. 국내에는 124.5MW의 해상풍력이 설치되어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과 전남해상풍력(99MW) 단지가 준공되면 올 연말에는 323MW로 늘어난다. 2023년에 해상풍력을 대상으로 입찰을 처음으로 실시하여 5개 단지 1,431MW가 낙찰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풍력발전은 40.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해상풍력 산업계에서는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중장기 입찰 물량 제시를 요청했는데,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4~2026년까지 7~8GW를 입찰한다. 차세대 산업인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별도로 전망을 제시하고 입찰시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비가격지표 배점을 확대하고, 거점·유지보수, 안보·공공역할 측면도 평가에 추가로 반영한다는 내용은 에너지안보와 지역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사례를 봤을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배후항만,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해상풍력 관련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항만 미비로 인한 차질이 예상된다. 전력망의 경우, 미국도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 설치를 위해 멕시코만과 대서양 지역의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공급망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올해 제정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활용하여 해상풍력의 공급망 취약점을 분석하고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이 29GW 이상에 달한다. 해상풍력을 통해 우리 산업이 성장하고 기후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우

[EE칼럼] 핵심광물 확보와 ESG, 자원 안보의 ‘굿 파트너’ 돼야

최근 이혼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굿 파트너'가 요즘 공중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원래 드라마에서 이혼이나 출생의 비밀은 인기있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상반된 견해를 가진 베테랑 변호사와 신입 변호사가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서로의 모습에서 위로를 얻고 성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이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들이 오히려 궁합이 잘 맞는 경우가 있다. 바로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그러하다. 중국은 작년부터 반도체 핵심광물 게르마늄과 갈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흑연 수출을 통제하였으며, 올 8월에는 반도체와 배터리에 사용되는 안티모니를 통제하기로 발표하였다. 이 때문에 해당 광물의 가격은 폭등하여 반도체와 배터리의 공급망은 매우 불안정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정부가 그 다음으로 텅스텐을 통제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텅스텐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주요 원료이며, 온을 잘 견딜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열전자 필라멘트, 전기용접, 포탄, 로켓, 그리고 더 나아가 핵융합 발전에도 필수적인 광물이다. 따라서 전세계 텅스텐의 80% 이상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반도체와 각종 소재 산업, 그리고 방위 산업이 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게 동시에 위협이 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몇 년 전부터 강원도 영월의 상동 텅스텐 광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중석을 인수한 캐나다 기업 알몬티가 상동 광업소를 다시 열기 위해 수 년간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지난 8월 미국 지질조사국 국립광물센터 대표단이 강원도를 방문하여 텅스텐 정광 생산 재개 가능성, 운반 갱도 및 가공 공장 건설 진행 상황, 그리고 텅스텐 산화물 공장 건설에 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다시 상동 광업소가 개장하여 텅스텐을 생산할 수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자원 안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1990년대에 상동 광업소가 텅스텐이 고갈되어 문을 닫은 것이 아니다. 중국 수입 텅스텐과 비교하여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에 문을 닫은 것이다. 또한 현재 시점이 대한중석이 우리나라 수출 절반을 차지하던 1960년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50년이 넘게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가 완전히 변화하였다.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이 일하던 방식으로 일할 한국인 근로자는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월 국내 모 비철금속 제련소의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바와 같이, 산업재해나 환경오염을 무시하던 과거의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리고 채굴과 제련, 정련 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다. 상동광산이 폐쇄되었던 30년 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의 선진국이므로, 국내에서 광업 및 비철금속업을 영위하려면 경제성과 더불어 환경과 노동/인권/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ESG경영을 해야만 한다. 국내에서 텅스텐 원재료 공급망을 다시 구축하려면 각 단계별로 환경오염과 산업재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마침 국내에서도 인력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IoT 스마트 마이닝(채굴) 기술을 비롯하여,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정련/제련 기술, 그리고 부산물에서 다시 희토류/희유금속을 추출하는 기술, 그리고 텅스텐 스크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 기술이 순차적으로 확보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발판으로 하여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을 구축한다면, 핵심광물 확보와 ESG경영이 우리나라의 자원 안보를 지키는 '굿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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