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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칼럼] AI시대, 기대와 두려움

요즘 어딜 가나 인공지능(AI)이 화제다. 지인들의 모임에서는 AI로 음악과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경험담이 꽃을 피운다. 주식시장에서는 AI로 인한 반도체와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은 본격적인 '피지컬(Physical) AI'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뛰거나 앉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LG전자 '클로이드'는 빨래, 요리 같은 집안일을 대신할 홈로봇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해 충격을 준 지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 그 사이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글과 음악, 영상 등 세상에 없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에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에이전트형 AI'로 발전했다. 이젠 '실물형(피지컬) AI'로 나아간다. AI가 컴퓨터 안에 머물지 않고 로봇 등을 통해 물리적 행동을 하는 단계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돼 문화와 여가를 즐기게 된다'고 했던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일까? 아니다. AI시대는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기업들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AI를 개발하고, 상위 10%의 전문가들이 에이전트형 AI 덕분에 5명의 비서를 둔 것 같다고 기뻐할 때 한편에서는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KBS 다큐멘터리 '멋진 신AI세계'는 지난해 시험에 합격한 공인회계사들이 취업은커녕 실습할 기관을 찾지 못해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3년차 신입 회계사가 할 일은 AI가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회계사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계사뿐 아니라 세무사, 웹툰 작가, IT 종사자 등 예전엔 전문직이었던 분야에서 청년들이 AI와 취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야는 기자, 변호사, 의사 등으로 점점 늘어날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에서 AI가 대체할 일자리가 327만 개로, 전체의 13%를 넘으리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사라질 일자리의 60%가 화이트칼라 전문직이라는 것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동안의 기술이 인간의 신체활동을 대신했다면, AI는 인간의 정신활동까지 대체한다는 면에서 혁명적이다. 전문가들이 AI는 인간이 불을 발견했을 때나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처럼 인간의 문명을 통째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저명한 외교관이자 이론가인 헨리 키신저는 국방과 안보에 AI가 사용됨으로써 국제사회의 질서도 바뀔 것이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이미 우리는 AI가 낳은 부정적 결과물의 하나인 '파편화된 세계'를 보고 있다. 한국에서 AI 열풍이 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도나도 AI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한국을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AI를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것 못지않게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보완해야 한다. AI 디바이드(divide)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초월할 것이다. AI는 경제적 사회적 파장을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생성형 AI가 만든 음악과 그림, 글을 인간이 만든 작품과 구별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럴 때 인간 고유의 창의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작가 장강명이 물은 것처럼 AI가 노벨문학상 수준의 소설을 1분에 한 편씩 만드는 시대에도 소설은 '인간 영혼을 담은 예술'일 수 있는가.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이성(理性)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이 지적 활동을 통해 만들어내는 산물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더 우월하다면, 인간 이성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상품의 가치는 그 안에 내재된 인간의 노동 때문이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은 AI시대에도 설득력을 가질까.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지적 결과물을 내놓는 시대는 거꾸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인생의 참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랑, 책임, 의미, 가치… 이러한 인간의 미덕을 고도로 발휘하지 않는다면 AI시대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악몽이 되고 말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신연수 칼럼] 치솟는 집값, 수도 이전이 답이다

정부 규제 때문에 대출을 거의 못 받는 데다 갭투자도 불가능해 당장 필요한 현금만 20억~25억 원이었다.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청약은 이런 상황 때문에 경쟁률이 높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놀라웠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가족 수 5명 이상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가점 70점 이상인 신청자가 5만 463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238대 1을 기록했다. 당첨되면 20억~40억 원의 시세 차익이 그냥 생기니, 묵혀둔 청약통장과 돈가방을 싸들고 몰려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벌써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신축 아파트 25평형(59㎡)이 50억 원, 34평형(84㎡)이 70억 원이니 “집값이 미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은 부글부글 끓는 용암이 분출구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활화산 같다. 사실 땔감은 윤석열 정부가 제공했다. 부동산 세금의 대폭 완화, 전 전부보다 크게 줄어든 공동주택 인허가와 착공이 시장 불안을 예고했다. 이재명 정부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집권하자마자 13조 원의 소비 쿠폰을 풀고 확장재정을 선언하면서 시중 유동성 확대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의 3중 규제로 묶었다. 사상 최강의 규제라는 평가까지 받았지만 별 효과 없음이 드러났다. 강남북을 불문하고 매매가에 이어 전월세 가격까지 뛰고 있다. 이번 달에는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서울에 새로 집 지을 땅이 별로 없는 데다 재건축·재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려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서울 집값은 이미 경제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모든 것이 서울로 몰리는 '수도권 집중'을 끊어내지 않고는 서울도, 지방도 살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줄고 있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는 점점 늘고 있다. 아무리 집을 더 지어도 집값이 오르고 교통난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수치들은 모두 강한 경보음을 울린다. 지난주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한 인구 10명 중 7명이 청년이었다. 2025년 3월 기준 국민의 자산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다. 청년 일자리 부족, 자산 양극화, 계층 이동이 불가능한 '절망 사회', 수도권 교통과 주거난, 저출산 같은 많은 문제가 수도권 집중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수도권 비대화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2003년 전체 인구의 47%가 수도권에 살았는데 지금은 50%가 넘는다. 반면 비수도권은 한때 대한민국 제2의 도시였던 부산마저 해마다 인구가 줄어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다. 집의 노예가 된 서울 사람들을 살리고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가장 시급한 정책은 수도를 옮기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이동이 효과가 크겠지만, 민간을 강제로 보낼 수 없으니 공공이 모범을 보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 국회, 법원 등 힘 있는 기관들은 전부 세종으로 가야 한다. 미국 뉴욕이 경제 수도, 워싱턴DC가 정치 수도인 것처럼 서울은 경제 수도, 세종을 정치 수도로 만들자.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각 지역을 광역으로 묶어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 기본소득을 주는 등 여러가지 정책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을 멈추고 지역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정책은 역시 수도 이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은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정작 정부 여당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굵직한 정책이 없다. 지금 민생에서 가장 심각한 과제는 수도권 주거 안정과 지역 균형발전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 이전과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자. 수도 이전이 성공한다면 이재명 정부의 가장 뚜렷한 치적으로 남을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11일 최종 결정했다.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4년 전 2030 NDC를 정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앞장서는 것이 국제적 책임에 맞고,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원래 목표보다 6.5%를 더 줄였다. 2024년 역시 잠정 집계를 보면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는 원래 목표를 낮게 잡아 이미 2029년도 감축분까지 달성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어차피 기존 경로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무역질서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평소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고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 중 하나다. 회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는 그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지구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표단의 회의 참가마저 막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세계 과학계에 쌓인 많은 연구들은, 급속한 지구온도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온도상승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다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인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인간의 삶이 기후와 얼마나 밀접한 지는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간의 뇌 크기가 아니라 기후였다. 구석기 시대까지는 기후변화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1만 년 전부터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인류 문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는 일부 환경단체의 '공포 마케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어려운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탄소배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금 세대, 대도시의 부자들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의,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와 산사태, 산불 등 극한 기후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도시보다 농촌, 어촌, 산골마을이다. 이 때문에 가장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까지 고통을 느낄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져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과학자들이 말하는 임계점을 넘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있다.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연료를 강조해도 세계적으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되었고,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올 상반기 5.3%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사상 처음 탄소배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경제활동과 국민복지를 늘리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적'을 국제사회는 하나씩 이룩하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해답을 만들 것이다.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이 불문율인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또 다른 인간 본성을 발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신연수 칼럼] 누가 누구를 개혁하는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 법안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취임 일성으로 검찰, 언론, 사법의 3대 개혁을 추석 전까지 완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더니 진짜로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단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진짜 개혁'인가 아닌가. 세 가지 기준으로 살펴보자. 첫째 누구를 위한 개혁인가? 우선 검찰개혁안.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와 자의적 기소로 인한 폐해는 모두가 아는 바다. 검찰은 지난 정부에서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이 무혐의라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특검은 주가 조작으로 8억 여 원의 이익을 봤다며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없애고 행정안전부로 수사기능을 몰아주자는 데는 반대가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이후, 범죄 수사가 하염없이 길어지고 어떤 분야는 수사가 아예 안 이뤄져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이승만 정부 시절 내무부와 경찰의 횡포 역사를 안다면, 검찰을 없애고 행안부와 경찰에 힘을 몰아주는 개혁안에 찬성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범죄자만 살 판 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 귀 닫고 일사천리로 나아갈 모양이다. 검찰개혁이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인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당한 정치인과 권력자들을 위한 분풀이인가. 언론개혁안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몇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핵심이다. 언론과 유튜브의 허위·조작 보도는 심각한 문제지만, 이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와 맞물려 신중히 다뤄야 한다. 허위·조작 여부가 밝혀지려면 시간이 걸리는데다, 상대방은 무조건 허위·조작 보도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 시절 '바이든 날리면'이나 김건희 씨 의혹 보도 같은 권력 비판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 때문에 2021년에도 민주당이 추진했으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판별이 힘들고 자칫 언론탄압이 되기 쉽다며 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까지 반대해 무산됐었다. 이 법안으로 누가 가장 혜택을 입을까? 언론 보도에 등장할 일이 별로 없는 일반 국민일까, 언론의 비판에 재갈을 물리고 싶은 정치인, 권력자, 대기업 등일까? 누구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인가? 둘째, 민주당이 추진하는 3가지 개혁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가? 물론 언론 사법 검찰 개혁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보면 우리 사회에 더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들이 많다. 세계 경제구도가 재편되고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지금, 산업구조개혁이 시급하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석유화학 구조조정도 업계 자율이란 명목으로 떠넘기고 손 놓고 있다. 중국 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원 때문에 해외로 유출되는 이공계 인재를 살릴 개혁, 아직도 주입식 암기식에 머물고 있는 교육 개혁, AI 시대에 국민의 삶을 돌볼 복지 개혁, 경제 재도약에 필수적인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들이 이렇게 많다. 그런데 누가 그 3개를 개혁의 우선순위로 꼽았나? 민주당은 '국민'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대표를 지지한 유튜버 김어준 씨를 비롯한 일부 민주당 지지층 아닌가. 셋째 누가 개혁을 추진하는가? '국민의 뜻'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어쨌든 현재 추진 주체는 민주당이 중심이 된 정치권이다. 1995년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고 말했는데, 그 후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정치 문화는 더 나빠졌다. 재산 4억 원을 신고하고 차명으로 10억 원을 주식투자한 의원, 사기 대출을 받고도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개인 비리를 뭉개는 의원, 성추행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2차 가해에 가담한 당 간부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돼야 할 대상은 국회와 정치권이다.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말하려면 최소한 정치권의 자정 계획이라도 함께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옛말에 '남의 눈의 티를 보려면 제 눈의 들보부터 빼라'고 했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원칙 없는 세금정책은 안 된다

이재명 정부의 세금정책이 시작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에 발표한 첫 세제개편안을 놓고 논란이 많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주가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두드러진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여당에서는 기준을 다시 50억 원으로 올리자는 안이 나왔다. 세제개편안을 놓고 정부 여당이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확대는 법인세 인상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세제개편안 발표 다음날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민주당 안에서도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10억 원이 대주주 기준에 맞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연말이면 대주주들이 과세를 피하려고 대거 주식을 팔아치워 시장이 출렁인다는 얘기도 나왔다. 반면 세제개편안 다음날 주가가 급락한 것이 과세 대상 확대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 연말에 팔아치운 대주주들이 연초에 다시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주더라도 단기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주식시장을 띄우려고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으로 높였지만 주가가 올라가기는커녕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마다 주가 총액이 다른데 일정 액수 이상이면 다 '대주주'라고 하는 용어 자체도 잘못됐거니와, 10억이냐 50억이냐를 떠나 정부의 세제개편안 자체가 모순적인 것은 사실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은 분리과세 한다면서, 증권거래세는 0.15%에서 0.2%로 높이고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도 늘렸다. 주식시장 활성화와 첨단산업 지원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줄어드는 세수를 확충해야 하는 정부의 고충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개미'들이 당장 체감할 증권거래세는 높이면서 초고소득 금융투자자만 혜택을 볼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특성상, 배당소득을 분리 과세한다고 배당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들이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한 취지에만 충실했다는 생각이다. 정부 관료들이 정책 효과나 과세 원칙을 따지기보다 대통령의 의중만 살폈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세제 개편을 하면서 '도로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가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크다. 애초에 이런 혼란은 지난해 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무산시킴에 따라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등 금융 투자 상품에 따라 제각각인 세금 부과 방식을 하나로 통합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실현하려던 제도다. 몇 년간의 논의 끝에 여야가 합의했는데, 작년 1월 느닷없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발표하고, 국민의힘이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폐지가 가시화됐다. 당초 금투세 실시를 주장했던 민주당마저 '주식시장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기에 동조했으니, 지금의 혼란에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큰 책임이 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을 핑계로 댔으나 이는 단견에 불과하다. 미국 등 해외 주식은 몇 백만 원의 이익을 봐도 10~30%대의 세금을 떼지만, 그 때문에 해외 주식 투자를 안 하지 않는다. 주가에는 세금 뿐 아니라 기업 실적, 환율, 유동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금투세는 투자자 친화적이고 선진적인 제도라서 진보 보수에 관계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은 상품별 과세여서 전체 금융투자에서 손실을 봤더라도 세금을 낼 수 있지만, 금투세는 모든 상품을 통합해 5천만 원 이상의 이익이 있을 때만 과세하기 때문이다. 손실을 5년간 이월 공제할 수도 있다. 그때그때 여론에 따라 땜질식 세금정책을 폈다가는 혼란만 가중된다. 정부 여당은 금투세 재도입을 포함해 과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세금정책이 원칙 없이 오락가락 한다면 실용주의도 민생주의도 아니고 나쁜 포퓰리즘일 뿐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기후경제 언박싱 ⑤ 이재명의 에너지고속도로, 실현될까?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산업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질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공약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에너지고속도로다. 박정희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김대중 정부가 인터넷고속도로를 만들었다면,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라는 새로운 경제 동맥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력수요를 분산해야 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부터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 값비싼 해저 송전망 건설이 가장 급한 일인가 하는 비판, 그리고 이재명 정부 5년 내에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까지 다양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차기 전기학회장)와 김승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하나하나 분석해본다. 한국의 전력망이 심한 병목 현상에 부닥쳤다는 지적은 몇년 전부터 제기돼왔다. 발전소를 지어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송전망을 건설하지 못해 발전소를 돌리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동해안에 화력발전소 등이 지어졌으나 송전망이 부족해 총 설비용량 17.9 기가와트(GW) 가운데 최대 7.4 GW의 전력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호남지역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도 수요처가 많은 수도권까지 끌어올 송전망이 없어 출력제한을 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은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인허가가 중단되었다. 반면에 인공지능(AI)의 발달과 경기도 남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로 전기를 조달) 캠페인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많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커서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력망을 필요로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다루기가 까다로워 과거처럼 일방향의 전력망이 아니라 좀 더 스마트한 새로운 전력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과 호남지역을 잇는 서해안 전력망을 시작으로, 호남과 영남을 잇는 전력망, 동해를 따라가는 전력망까지 전국을 U자형으로 에워싸는 해저 송전망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해저 송전망은 기술적 어려움과 건설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지상 송전망에 비해 비용이 몇 배~ 몇 십 배 더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 송전망은 교류(AC) 형태로 전기를 보내지만 해저 송전망은 전기를 직류(DC)로 바꿔 전송하는 등 상당히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한국은 제주 일부를 빼고는 장거리 해저 송전망 설치 경험도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값비싼 송전망 건설에 앞서 전력시장을 개편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부터 “국산 기술에 경쟁력이 생길 때까지 해저 송전망 건설을 늦춰야 한다"는 얘기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사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이재명 정부만의 정책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계획을 발표했다. 호남에서 생산한 원전과 재생에너지 전기를 직접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2036년까지 해저에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를 깔겠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것을 2030년까지 서해안에 첫 1개 선로를 완공하고, 2040년까지는 서해안 뿐 아니라 남해안, 동해안을 포함해 U자형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박종배 교수는 “밀양 송전탑 갈등 이후 정부와 한전의 송전망 건설 방침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다. 지상 송전망은 더 이상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어서 바다 밑이나 땅 밑으로 송전망을 구축하는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2005년부터 경남 밀양시에 건설 예정이던 765kV 초고압 송전선과 송전탑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들과 한전 간에 벌어진 분쟁이다. 주민들은 건강과 생업 피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분신을 하는 등 2014년 이후까지 갈등과 비극이 이어졌다. 밀양 사건 이후에도 송전망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거부감은 갈수록 강해져 송전망 건설이 보통 10여년 씩 늦어지고, 이는 비용 증가와 국가 경제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김승완 교수는 “해저 전력망에 쓰이는 기술은 전부는 아니지만 국산화가 많이 되어 있고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도 있다. 지상 송전망 건설에 따른 민원 해결에 많은 비용이 들고, 제 때 건설을 못하면 경제에도 부정적 효과를 주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보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해저 전력망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균형 발전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에너지고속도로가 수도권 집중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시골에도 공장 만드는데 왜 삼성과 SK는 수도권만 고집하냐. 반도체 공장을 지방으로 옮겨라" 같은 비판이 대표적이다. 수요처를 지방으로 옮길 생각을 해야지, 지방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에너지고속도로는 지역 균형 발전과 분산형 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승완 교수는 “에너지고속도로는 하나의 브랜드명일 뿐, 실제 정부의 설계에는 분산형 에너지를 포함한 미래형 전력망 개념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 서해안 해저 송전망 외에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송전로,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위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배터리 설치로 송전망 수요를 줄이는 에너지휴게소, 계통안정화 설비 등 5대 설계요소를 다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방은 생산만 하고 수도권은 소비만 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설계도가 에너지고속도로의 핵심"이라면서 해저 송전망 뿐 아니라 지역 내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치, 송전망의 필요성을 줄이는 전력 안정화 장치 등이 모두 잘 건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도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하면서 “에너지고속도로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에너지고속도로란 서울로 가는 뻥 뚫린 길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첨단 전력망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배 교수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가진 기업들을 전부 지방으로 이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수도권 기업들에게 전기를 제공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전기 수요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요 분산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겠지만, 수도권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신규 송전망 건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분산화와 송전망 건설이라는 투트랙(two track)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전기의 수요지와 공급지가 달라서 전력망이 더 필요하다는 데는 기업들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문제는 새로운 전력망을 구축하는데 드는 재원 마련이다. 올해 5월 한전이 발표한 '제11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력망 확충에 72조 8천억 원이 들고, 서해안 해저 송전망에만 11조 원 가량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제도상 전력망 건설과 운영은 한전의 책임이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200조 원, 누적 적자가 34조 7천억 원이다. 전기요금이 정치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경영상의 이유로 전기요금을 올릴 수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까지 에너지고속도로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선 공약에서는 공공- 민간 합동투자 모델을 도입하고, 민간 자본 유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포괄적인 안만 제시했다. 국비, 전력산업기반기금, 발전사업자 부담금, 녹색채권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겠다고도 했다. 사실상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셈이다. 김승완 교수는 “그동안 전력망 재원 마련과 건설 책임은 한전에 있었으나, 이제는 국가가 직접 나서서 민간과 함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국처럼 직접 재정을 투입하거나 국책은행 출자,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그만큼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한전 역시 계속 적자를 늘릴 수는 없으니 결국 전력망 구축 비용은 전기요금에 전가되거나 국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박종배 교수는 “결국은 전기요금이 더 인상돼야 한다"면서 “송전망 건설 속도를 높여야 조금이라도 소비자의 요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고속도로를 실제로 건설하려면 수많은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원 마련부터 비용 분담, 노선 설계에 따른 각종 민원 등을 해결해야 한다. 송전망을 해저에 건설하더라도 해저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지점의 변환소, 변전소 건설에서 또 민원이 발생한다. 이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서울로만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역균형 발전을 함께 도모하려면 RE100 산업단지 건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 여러 가지 제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범 부처 차원의 강력한 콘트롤 타워를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박종배 교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들려면 산업부는 물론이고 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부처와 기관들이 관련된다. 에너지고속도로가 2040년, 2050년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인프라라고 생각한다면 범 부처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이왕에 범부처 차원의 사업을 추진하려면 전력망 뿐 아니라 통신망과 수소망, 가스망을 포함해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승완 교수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리더십 차원의 강한 의지, 재원, 전문 인력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전문 인력은 있는 것 같다면서 재원을 마련할 창의적인 방법과 실행력을 성공의 조건으로 꼽았다. 시간도 촉박하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에 끝난다. 그 때까지 기후에너지부를 만들고, 전력망 구축과 재원 조달을 위한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고, 세부 설계를 완성해 서해안 해저 송전망을 1개라도 깔려면 빠르고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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