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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 “11차 전기본 실망스러워”

“한국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은 10차 전기본보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높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헬렌 클락슨 더클라이밋그룹 대표는 지난달 30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곧 확정을 앞둔 11차 전기본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더클라이밋그룹은 글로벌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캠페인을 주관하는 영국의 비영리단체다. 클락슨 대표는 지난달 29~30일 열린 '2024 충청남도 탄소중립 국제 컨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지난 9월 22일 미국 뉴욕에서 더클라이밋그룹이 주최하는 '클라이밋위크' 행사에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방문한 것에 화답한 셈이다. 11차 전기본 정부안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의 21.6%로 정했다. 이는 10차 전기본의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11차 전기본은 연내 혹은 내년 초 확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에 뒤처져 있다. 지난 2022년 RE100 관련 통계를 보면 주요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최저치 평균이 13%였는데, 한국은 그보다 적은 8% 정도"라며 “게다가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서 더 빠르게 벗어나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태양, 바람, 바이오 등 자연 에너지를 사용하는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만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연료전지와 석탄가스복합발전(IGCC) 등이 포함된 신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묶어서 신재생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산업이 겪는 애로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이다. 그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 늘리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를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이라며 “한국에서는 이격거리 등 여러 규제 떄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매우 까다롭다. 이는 제거해야 할 규제 장벽"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자는 RE100 캠페인은 환경적으로는 환영받으나, 이 캠페인이 전기요금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클락슨 대표는 “한국 경제에 미칠 가장 큰 피해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전 세계 공급망 위기"라며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공급여력이 부족하다며 그 대안으로 원전과 수소를 포함하는 CF100 캠페인(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클락슨 대표는 CF100를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그는 “원자력은 가장 비싼 에너지원 중 하나다. 계속 원자력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해상풍력을 할 곳이 많다. 최대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지만, 해외에서는 사고보험료, 주민수용성, 방사성폐기물 저장소 구축 비용 등이 추가돼 비싼 에너지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클락슨 대표는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한 에너지 회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길거리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거절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어떡하겠냐는 질문에는 80%가 동의했다"며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받으면 전기요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즉시 반영되지 않아 영국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력시장구조를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답하면서도 전력시장에서 유연성을 높이는 건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이끌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클락슨 대표는 “RE100이 각국에 전력시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력시장에 유연성을 높이는 것은 시장 공급자로서 전기요금을 낮추고 투자를 이끌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영국은 낮과 밤의 전기요금이 다르다. 전기차 충전을 (전력소비가 많지 않은) 밤에 충전하도록 유도하면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클락슨 대표는 끝으로 “한국은 석탄과 가스를 호주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많이 수입해오지 않나.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RE100은 한국 경제에 매우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집터뷰] “철도지하화 관건은 사업성과 스케쥴링”

“지상 철도지하화 사업의 관건은 시간과 사업성이다. 제때 추진되면서 상부개발이익으로 막대한 지하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연구위원은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전문건설회관 인근 카페에서 에너지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대표 건설·부동산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영과 건축, 국제관계와 문화를 전공한 후 건정연에선 건설·부동산·도시재생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시, 경기도 등 다수 지자체에서 정책 결정을 돕는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계의 '핫이슈'인 철도지하화 사업에 대해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내다봤다. 철도지하화 서업은 전국 주요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를 지하로 옮긴 뒤 지상부 공간를 복합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마감한 국토교통부의 사업 제안 신청에 5개 광역지자체가 뛰어들었다. 5개 지자체의 제안 노선은 서울 경부선(연계노선 포함 34.7㎞)과 경원선(연계노선 포함 32.9㎞), 부산 경부선(11.7㎞), 인천·경기 합동 경인선(22.6㎞), 경기 경부선(12.4㎞)과 안산선(5.1㎞), 대전 대전조차장 및 대전역이다. 국토부는 12월 1차 대상 사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선 수십조원의 일감을 기대하고 있고, 해당 부지 인근 주민들은 단절된 도로가 이어지고 지역 전체가 활성화되는 '제2의 연트럴파크' 효과를 기대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지상 철도 지하화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도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실화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넘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우선 어마마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상부개발이익으로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추후 공사비가 오르거나 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투자자, 수요자 입장에선 변수가 아직은 너무 많아 단기적인 '호재'로 여길 수는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공공재원을 경전철 조기 완공 등 다른 곳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철도나 도로의 지하화도 좋지만 현재 서울에서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이 아직도 있다"며 “지지부진한 경전철을 지원해 서울 외곽이나 소외지역 교통망 확충도 우선순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대해선 서울 등을 중심으로 장기간 우상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손을 들어줬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일시적인 가격 조정과 수요-매매간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지만 추세적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인구가 감소할수록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주요 도시·지역으로 인구 편중이 심화한다"고 “지난 정부 때 고공행진했던 수도권 집값은 윤석열 정부 들어 한 차례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금리가 안정화하면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난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세불안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엔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전면 폐지 같은 공급 확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에게는 선호입지 위주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집값이 오르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군지·역세권, 직주근접성 등에 따라 선호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서 집을 장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집터뷰]“서울 집값 계속↑…시기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하지만 공급부족이 심각한 상황이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의 전망이다. 최근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두고 '장기적 우상향' 주장과 '경색 및 대세 하락' 진단이 맞서고 있다.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인 서 교수는 이 가운데 '장기적 우상향' 진단에 손을 들어 줬다. 현재 부동산 시장이 거래 둔화 속 가격 줄다리기가 팽팽한 관망세 상황인데, 결국 길게 볼 때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24일 기준 2843건이 신고돼 전월(6940건)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서 교수는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은 계속해서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공급부족이 심각해 얼죽신(얼어죽어도신축) 심리가 커지고 있고 최근 금리도 인하하면서 장기적으로 집값은 우상향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수요가 높은 강남 3구(서초, 송파, 강남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핵심 입지에서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급등도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그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높은 공사비도 집값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제로에너지건축, 층간소음 등의 규제 강화로 공사비는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시장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만2000가구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이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일반적으로 지역별 대규모 전세물량이 공급되면 지역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거나 하락시키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현재 전세시장은 2+2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4년 치 임대료가 한 번에 올라가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전세 불안 대책에 대해선 “주택자들의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보유세 완화, 양도세 감면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의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등의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한시적인 양도세 면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 대해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서두르라"고 조언했다. 언제가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기다리지 말고 청약이나 급매 등 조건에 맞는 주택을 어떻게 살지에 대해 연구하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부동산을 바닥에서 매입하면 좋겠지만 일반 실수요자들이 이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하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면 내 집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터뷰] 임종혁 SIC이노베이션 대표 “미래화학 초석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 도약”

1989년 설립된 종합화공약품 기업 SIC이노베이션이 '미래화학의 초석을 다지는 스마트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최근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임종혁 신임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신뢰를 강조하셨던 회장님(임창규 전 대표)의 철학과 회사를 성장시킨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고객사·임직원의 신뢰를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2세 경영에 대한 질문에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자신있냐'는 회장님의 말씀에 '네'라고 답했고, 많은 분들이 기대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힘이 된다"고 답변했다. SIC이노베이션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과 충북 음성에 자리잡은 서울아이씨로 구성됐고, 총 8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매출은 최근 몇 년간 400억원, 영업이익은 16억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다. 기초화학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PCB) △수처리 등에 쓰이는 약품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40% 가량이다. 나머지 20%는 식품·화장품 등의 첨가물 수출입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위험물관리법을 포함한 법적 규제를 충족하는 시설을 갖췄고, 매입부터 엔드유저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이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자체 설비와 차량을 비롯한 장비로 제조 및 물류 등을 수행하는 것도 강점이다. 임 대표는 반도체 분야에 적용되는 약품의 개발·생산을 위한 클린룸 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지는것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OEM의 경우 규제와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국내외 기업들의 니즈를 발굴하고 생산 확대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성장에 나선다는 목표로, 독일과 중국을 비롯한 지역을 다니며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서 얻은 영감을 실험실 인테리어에 적용하고, 워크숍 때 노를 저으며 조정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구성원들이 '일단 해보자'라는 마인드를 지닌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대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제조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생산직 종사자들도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엄격한 관리 기준에 의한 공정안전보고서(PSM)도 작성하고 있다. 황산을 비롯한 물질이 부식을 야기하기 때문에 쉽지 않으나, 설비 자동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에스아이씨이노베이션은 자동화 소포장기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아이씨는 내년부터 팔레타이징을 비롯한 분야에 새 기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는 “회사와 동갑이고, 어렸을적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 아직도 함께하는 만큼 여러가지 부분에 마음을 쓰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랬던것처럼 앞으로도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와 60대를 아우르는 임직원들과의 소통 및 복리후생 정책 마련에는 미국에서 전공한 심리학 및 영업팀 등 현장에서 직접 동료들과 느낀점 등을 녹여내고 있다. 최근 셋째아이의 아빠가 된 것도 육아 문제로 고심하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체감하는 이벤트가 됐다. 임 대표는 내부 의견이 엇갈렸음에도 대외 홍보에 나서기로 결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30여년의 업력과 10개 이상의 특허를 등록하면서 축적한 기술력에 맞는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인터뷰] “조선호텔 간편식 성공비결은 호텔 셰프 레시피·합리적 가격”

“호텔 리테일 식품은 일상에서 즐겨야 하는 음식이니 가격대가 호텔에서 식사하는 정도로 높으면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품을 어디서 판매해 어떤 고객이 구매할 것인가에 맞춰 품질을 어느 정도로 구현할지 선택한 것이 조선호텔이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약 140%씩 성장하며 호텔업계 리테일 상품 선두주자로 앞서나간 비결입니다." 호텔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음식부터 숙박까지 호텔 리테일 상품이 온라인으로 확장돼 현재는 마켓컬리, 지마켓,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이커머스에서 호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호텔은 지난 2022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호텔업계 최초로 입점하는 등 리테일 상품 판매에 앞장선 선두주자로, 호텔업계가 신규 사업에 연이어 뛰어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기자가 만난 정지혜 조선호텔앤리조트 리테일팀 식품MD(상품운영·기획)파트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중식 제품군 위주로 소소하게 판매하던 리테일 식품을 육개장, 삼계탕 등 한식부터 베이커리까지 60여개 제품으로 확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다. 정 파트장은 대학원에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간편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을 토대로 홈플러스에서 온·오프라인몰 인기 상품을 출시·유통(소싱)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조선호텔에서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과 레스토랑 상품(RM) 등 2개 카테고리의 상품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정 파트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리테일 상품을 개발할 때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상품만 구현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현재는 호텔 레시피를 활용한 레스토랑 상품뿐 아니라 셰프가 제안하는 가정간편식 상품까지 확장했다"며 “가정에서 프리미엄 식사를 하려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셰프들과 논의를 거쳐 원재료 풍미를 살리기 위한 레시피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레스토랑 상품의 경우 조선호텔의 중식 레스토랑인 '홍연'에서 탕수육을 먹어본 사람이 리테일 상품을 먹었을 때 비슷한 맛이 난다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다. 음식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공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공장과도 다양한 논의를 거쳤다고 정 파트장은 덧붙였다. 반면, 가정간편식은 호텔에서 현재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적용했을 때 시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첫 가정간편식 제품은 기력회복을 위한 음식인 만큼 프리미엄급 품질에 대한 수요가 높은 보양식인 삼계탕으로 출시했다. 실제로 이 삼계탕 제품은 출시 당시 마련했던 물량 6000개가 완판된 데 이어 지난 5~8월에는 3개월 사이에 19만개가 판매됐다. 정 파트장은 “이마트 자체 브랜드 삼계탕이 1만원이면 저희는 1만1900원 수준"이라며 “집에서도 호텔 음식 경험을 느끼고 싶다는 고객의 수요가 있으나 호텔에 와서 상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는 가격 선과 마트나 온라인몰에서 구입할 때의 기준은 다르다"고 말해 호텔 셰프의 레시피와 노하우가 담긴 음식이면서 마트 제품과 차이가 크지 않게 가격을 책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선호텔은 마트·온라인몰 등 시장 상품 대비 20~30% 정도 높은 금액을 상한선으로 정해놓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전략은 조선호텔이 2020년 식품 리테일 사업에 본격 뛰어들어 매년 연평균 약 140%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85%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정 파트장은 “조선호텔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호텔이 새로운 비지니스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호텔 관점에서만 보고 사업을 해 나가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쉽지 않다"며 “결국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마트나 온라인몰인 만큼 호텔과 다른 색을 가진 유통시장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파트장이 프리미엄 간편식 출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도 호텔 관계자들한테 이 점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다만 정 파트장은 호텔 영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조선호텔 셰프가 조리한 레스토랑 음식과 가정간편식 등을 구분하지 않고 한 제품에 만족하면 다른 제품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결이 같은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부 방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조선호텔 개관 110주년에 맞춰 선보인 애플파이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양식당이자 조선호텔 양식 레스토랑의 전신인 '나인스 게이트'에서 판매했던 음식 레시피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호텔 스토리텔링을 담아 식품 리테일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고 정 파트장은 귀띔했다. 정지혜 파트장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비전은 고객이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조선호텔과 함께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것을 저희의 최종 목표로 삼고 고객의 일상을 조선호텔 상품으로 채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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