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인터뷰] “주주우대는 한국 주식시장의 새 패러다임”…박성용 IR큐더스 DX본부장

“기업과 주주 간의 관계는 단순한 투자와 수익의 관계를 넘어 장기적인 동반성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한 수단 중 하나가 '주주우대'입니다." 기업설명(IR) 대행사 IR큐더스가 주주우대 서비스를 본격화하며 상장사와 주주 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섰다. 주주우대는 투자자에게 일정 혜택을 제공해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우호적 주주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본, 미국 등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보편화된 제도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IR큐더스의 박성용 DX본부장은 “일본 상장사 4000곳 중 1600개사(40%)가 주주우대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일부 도입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기업과 주주의 동반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주우대 서비스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에서도 주주우대 제도를 시행한 기업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단발성 이벤트로 그쳤다. 대우전자는 1985년 주주에게 20% 할인 혜택을 제공했고, 신세계는 같은 해 10% 상품 우대권을 배포했다. 이후 기아자동차(자사 차량 할인), 강원랜드(호텔·콘도 할인) 등도 운영했지만 주주 인증 절차의 불편함과 인지도 부족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최근의 주주우대 서비스는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다. 일본은 주주명부 기준으로 주주에게 우대 카탈로그를 발송하고, 주주는 원하는 혜택을 선택해 회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증권사와 협업해 실시간 주주 확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박 본부장은 “처음에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주주 확인을 고려했지만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증권사가 주주우대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증권사는 실시간 주주 확인을 담당하고, IR큐더스는 이를 기반으로 상장사의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구조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특정 시점에만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아니라 현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주주 간 소통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주우대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오픈할 당시 1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현재 50여 개 기업이 추가 협의 중이다. 이미 휠라홀딩스, 오뚜기, 부광약품, 시노펙스, 프롬바이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주주우대는 단순한 혜택 제공이 아니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은 기존에 개별 주주들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이번 주주우대 제도를 통해 개별 주주들에게 우대 혜택을 제공하면서 간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주주우대 서비스가 주주총회 참여율이나 의결권 행사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박 본부장은 “주주를 우대하는 정책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주주의 협력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며 “이는 기업 가치 상승과도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R큐더스는 주주우대 서비스를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기업은 주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주주는 기업의 발전을 응원하는 선진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IR큐더스는 기업과 주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인터뷰] 윤태준 컨두잇 소장 “‘상법 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기본 장치”

“회사를 생각하는 재벌 회장들의 마인드를 보면, 자녀가 결혼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와 같은 것 같다. 이런 개념을 적용하면 회사가 비상장사일 때는 '미성년 자녀', (자녀를 키워) 상장시켜 외부 투자자들이 소유하게 된 것은 시집·장가를 보낸 상황이다. 상장 후 본인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인데 이를 놓지 못하는 게 문제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 운영사 컨두잇 윤태준 소장은 대다수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총수일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18일 가 서울시 여의도 컨두잇 본사에서 윤태준 소장을 만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상법 개정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 소장은 소액주주가 상식선에 부합하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배구조가 개선되기 위해선 총수일가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총수일가가 소유한 기업을 2~3세 자녀들에게 대물림하는 방식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대물림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현재까지도 총수일가는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고,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 욕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40~50대가 되면 부모가 컨드롤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지듯이, 상장된 회사에 점점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 총수의 영향력이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윤 소장과의 일문일답. -컨두잇 입사 전에는 무엇을 했으며, 컨두잇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상목 대표의 제안으로 오게 됐다. 이 대표와는 15년 전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금융권 취직 동아리에서 만난 후 인연을 이어왔다. 박사 과정이 재작년 초에 끝난 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봉이나 사회적 인지도나 삼성그룹에서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주변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 ▲가족들의 반대나 고민도 있었지만,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강도나 여러 측면에서 이전 직장보다 어려운 면도 있지만 가치관이 일치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소액주주를 위한 행동'이란 타이틀에 대해 언제부터 고민했고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경제학과 학사 졸업 시기에 고액 연봉을 주는 외국계 금융권 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준비도 하고 인턴을 했다. 하지만 세상에 기여하는 게 별로 없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회의에 빠져 있었다. 금융을 하면서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 수업을 듣는데, 골자는 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업 내용에 감동받고 학기가 끝난 후 교수님께 달려가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때부터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꿈이 굉장히 컸다. 석사, 박사 초창기까지만 해도 그런 쪽 논문만 계속 썼다. 박사 학위도 기업지배구조로 받았다. -컨두잇과 본인의 지향점은 어떤 점에서 일치하나.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이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현재 총수일가의 경영권 대물림 문화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젊은 재벌 자녀들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받는 것보다 돈으로 상속받기를 원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총수들의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를 위한 행동이 계속되고, 법적 제도가 뒷받침해준다면 그 시기는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본다. -상법 개정에 굉장히 공들이고 있는데, 상법은 왜 개정돼야 하나. ▲현재 상법 개정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도입이다. 주주간의 비례적 이익이 지켜지지 않는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때, 그 의사 결정을 내린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를 할 때 1표의 가치가 동일한 것처럼, 주식 한 주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되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회장 일가에게 유리하고 나머지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의사결정이 형식만 다르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상법상의 일반적인 원칙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결국에는 핀셋 규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꼼수들만 나온다. 컨두잇이 이사회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윤태준 소장은? 1986년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박사.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컨두잇 소장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집터뷰]“리모델링은 중요한 주택공급원, 홀대하지 말아라”

“리모델링도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주택공급원이다. 홀대를 멈추고 재건축 수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 겸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무한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리모델링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 위원장은 “리모델링이 100년 주택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아파트의 적정 내구 연한은 약 100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 성행하면서 30~40년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탄소 배출이 심하고 자원·재정 낭비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리모데링으로 아파트의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마감재 등 일부 설비를 교체해 노후화된 건축물을 새것처럼 만들면 내구 연한인 100년을 지킬 수 있게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철근과 콘크리트 구조체는 100년 동안 사용 가능한데, 30년 뒤 전면 철거하는 것은 심각한 자원 낭비"라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구조체를 끝까지 활용하면서 자원 낭비 없이 증축하는 사업 방식으로 100년 주택을 실혈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 건축물이나 소형 건축물의 리모델링은 자연스러운 절차인 반면 공동주택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와 서울프라자호텔,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등 일반 건축물은 필요하면 고쳐서 쓴다"며 “공동주택은 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해 사업성이 덜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선호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택공급 효과도 크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적으로 총 153개 단지 12만1520세대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데, 층고를 더 높이거나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10~20%만 더 짓더라도 2~3만 가구의 아파트를 더 공급할 수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이 있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리모델링은 이미 보편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리모델링 사업은 현재 홀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1.10 부동산 대책, 8.8 부동산 대책 등 정부가 재건축에 대해선 각종 규제 완화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주택 공급 수단인 리모델링은 홀대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대부분의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규제만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법제처는 1층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에 따른 1개 층 상향도 수직증축으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도 가구 수가 늘지 않는 필로티와 1개 층의 상향을 수직증축으로 판단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반면 수직증축은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해 리모델링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셈이다. 리모델링 업계에서 요구하는 내력벽 철거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내력벽 철거와 관련된 연구 용역에 나섰다. 이후 2019년 2차례에 걸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에 대한 입장발표를 미뤄오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이 위원장은 “필로티 문제나 내력벽 철거 허용 등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탄소 중립 시대의 친환경적 주택 공급 수단인 리모델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