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를 보낸 한국 증시가 8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로 외국인 매도세가 폭발하면서 '블랙먼데이'가 연출됐다. 그러나 추가 하락은 일단 멈춘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반등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추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관세율 협상과 기업 실적 조정 과정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날 블랙 먼데이 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주요했다. 외국인 이탈 흐름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하다. 외국인은 지난달 27일부터 7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 8조6147억원, 선물시장에서는 4조9731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연일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하루 동안 국내 증시에서 2조원 넘는 자금을 순매도했다. 이에 국내 증시는 크게 요동쳤고, 코스피는 5.57%, 코스닥은 5.25% 급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날 한국거래소는 장초반 코스피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국고채 금리가 급락하기도 했다. 향후 시장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 전개 양상에 따라 한국 증시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관세율이 확정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리츠증권은 관세 충격이 초기 1개월 주가 급락, 이후 3단계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가격 조정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관세로 인한 EPS(주당순이익) 영향이 확정돼야 반등이 가능하다고 봤다.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관세율 확정과 EPS 조정 완료가 선행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 충격은 과거 2018년 10월 사례를 보면 주가 하락이 최초 1개월 동안 극대화되고, 주가수익비율(PER) 하락이 선행한 뒤 EPS 조정이 뒤따랐다"며 “현재 가격 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관세의 EPS 영향이 확정되는 기간 조정을 거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시장 급락 시 전략은 투자 시계열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 투자자는 하락장에서 평균 매입 전략을 고수하고,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초기 충격 시 매도 후 EPS 하향 안정화 구간에서 재매수, 이후 PER 정상화를 유도하는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한국 증시는 세 단계에 걸쳐 반응했다. 첫 번째 1개월은 PER 급락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이후 3~6개월 동안 EPS가 하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통계적 착시로 주가 반등이 나타났다. 마지막 6~12개월 구간에서는 주가와 EPS가 모두 하향 안정화되며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가 2300~2850포인트 밴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하단 이탈 위험성을 경고했다. 관세 협상 여부가 향후 시장 반등의 핵심 변수로, 트럼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과거처럼 초기 강경한 자세 이후 협상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Base 시나리오에서 코스피는 2300~2850포인트 밴드를 유지할 것"이라며 “최악의 가능성을 미리 반영한 상황으로, 합리적 지지선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외국인 패시브 매도에 따른 2300포인트 하향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노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율 발표 이후 '놀라운 제안이 있다면 세율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관세율 협상 여부가 향후 주식시장 반등의 핵심 변수"라고 덧붙였다. 이번 관세 정책의 핵심 변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시점에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지 여부다. 과거 트럼프 1기 때도 '초기 강경→협상 전환' 패턴이 반복됐던 만큼, 세율 협상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 리스크 완화가 한국 증시 반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정책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모든 일은 양면적이다. 트럼프의 관세 이행 의지가 강할수록 주가는 약해지지만, 주가 하락이 트럼프 지지율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관세 협상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