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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유(原乳) 기본가격이 3년 연속 동결됐다. 생산비가 4% 이상 증감할 때만 협상이 열린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는 협상 테이블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음용유 가격은 리터당 1084원, 가공유는 882원으로 유지된다. 다만 가격과 별개로 이달부터 시작되는 용도별차등가격제의 음용유·가공유 물량과 비율 조정을 두고 낙농가와 유업체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우유가 안 팔리는데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원유가격연동제'에 있다. 일반적인 시장이라면 수요가 감소할 때 가격이 내려가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원가에 초점을 맞춰 생산비를 보장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시장의 가격 조절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다. 소비가 줄면 가격이 내려가 수요를 재창출해야 하지만, 제도가 가격을 하방 경직적으로 묶어두면서 생산자와 제조사 모두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카드를 잃어버렸다. 원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격은 요지부동이고 유업체는 의무 매입 부담을 진다. 결국 가격을 낮춰 수요를 회복할 길이 막히자 유업체는 매입 물량을 줄이려 하고 낙농가는 생존권을 이유로 맞서는 악순환이 고착화됐다. 시장의 수급 변화를 무시한 채 생산비 보전에만 매몰된 제도가 낳은 그늘이다. 이 인위적인 지지선이 버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이미 밀크플레이션에 지쳐 리터당 3000원에 육박하는 국산 우유 대신 1000원대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택하고 있다. 공급자가 가격을 지키는 사이 소비자가 시장을 탈출하는 현상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 미국산 우유의 무관세 진입에 이어 당장 다음 달인 7월부터는 유럽산 유제품의 관세마저 전면 철폐된다. 그동안 국내 낙농업계를 보호해주던 유통 관세 장벽이 무너지며 국산 우유가 무방비 상태로 진짜 무한경쟁 체제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외산 우유의 공습 앞에, 그동안 인위적으로 버텨온 국내 가격 지지선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 국내 원유 자급률이 40%대 중반까지 주저앉은 상황에서 안방에 앉아 물량 몇 톤을 두고 싸우는 것은 다가오는 파도 앞에 무의미하다. 낙농가의 생산비만 보전해 주면 시장 수요와 상관없이 가격이 지지되던 원유가격연동제의 정책적 소비기한은 이미 끝났다.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제도는 공급자도 지킬 수 없다. 시장 원리와 수요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가격 결정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 없이는 다가올 개방 파도 속에서 낙농 생태계의 고사를 막을 수 없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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