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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중앙계약시장, 양수발전에도 문을 열어야

“해상풍력으로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 제21대 대선 1차 TV토론에서 이재명·이준석 후보는 이 질문을 두고 날카롭게 맞붙었다. 쟁점은 전력공급의 '안정성'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해상풍력은 태풍 등 기상 변수에 취약하다"라고 지적했고, 이에 이재명 후보는 “ESS(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하면 간헐성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맞받았다.이때 언급된 ESS는 필요할 때 전력을 공급해 주는 '에너지저장장치'다. 방전 시간에 따라 4시간 미만의 '단주기형'과 4시간 이상의 '장주기형'으로 나뉘는데,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시설에는 장주기형 ESS가 필수다. 현재 이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 기술이 양수발전과 BESS(배터리 ESS)다. 이중 양수발전은 밤에 물을 끌어 올리고, 낮에 흘려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본래는 심야 시간대 원자력발전의 출력을 흡수해 낮 시간대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간 충전-주간 방전' 구조였다. 그러나 전력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양수발전은 전력 계통의 실시간 변동에 대응하는 유연한 자원으로 역할이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 과잉 공급되는 낮 시간대에 물을 끌어 올리고, 수요가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발전하는 '주간 양수-야간 발전'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 양수발전의 시스템적 중요성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의 시간대별 변동 폭이 줄면서, 최대부하와 경부하 시간대 간 가격 차도 축소되었다. 그 결과, 양수발전이 전통적으로 의존해 온 '차익거래'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해, 양수 동력 정산 기준을 실적 시간대의 최저 시장가격(MP)으로 조정하고, 용량요금 산정 시 인정 시간을 기존 6.7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낮은 설비 이용률과 효율 손실, 보조 서비스 정산금의 한계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은 양수발전 사업을 유지하고, 일부는 신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수발전은 단순한 수익성을 넘어 전력 계통의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낮 시간대, 예비력을 확보하고,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대규모 유연성 자원은 사실상 양수발전이 유일하다. 공기업들은 이와 같은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책임을 감수하며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양수발전은 공공 인프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양수발전은 '수익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서,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총 6.9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기업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민간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호주, 미국, 일본, 스페인 등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용량시장, 운영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민자 양수발전 사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익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민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기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양수발전 역시 BESS처럼 중앙계약시장 방식의 보상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전력도매가격(SMP)에만 의존하는 시장 구조로는 양수발전이 수행하는 공공적 기능에 걸맞은 보상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장주기형 BESS를 대상으로 중앙계약시장을 운영 중이다. 이 시장은 입찰을 통해 계약가격을 정하고, 최대 15년간 예측할 수 있는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다. 양수발전에도 이와 유사한 장기 계약이나 성능 기반의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양수발전이 BESS에 비해 받는 제도적 비대칭을 해소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며, 국가 전력 계통의 유연성을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재경

[가스 소식] 경동도시가스 ‘배관 가스누출 비상훈련’, 가스안전公 ‘감사평가 A등급 우수사례 발표’

경동도시가스(대표 나윤호)는 지난 7월 11일 울산 북구 화봉동 일대에서 '미신고 굴착공사로 인한 저압배관 파손 및 가스누출' 상황을 가정한 대규모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실제 사고에 준하는 조건에서 전사 인력, 장비, 협력업체가 총동원되어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및 복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진행됐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상황 통제 ▲긴급 조치 ▲현장 복구 ▲주민 안전 확보 ▲대외 홍보 및 언론 대응까지 단계별 비상조직이 가동됐다. 경동도시가스 전 부서는 협력업체와 총력 대응 체계로 참여해 가스 누출 긴급 차단부터 응급복구, 주민 보호조치까지 전 과정을 실전처럼 훈련했다. 경동도시가스는 Action Safety(실천하는 안전), Base Safety(기반이 튼튼한 안전), Check Safety(확인 또 확인하는 안전)의 ABC Safety 방침과 스마트·IoT 기반 안전관리체계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안전경영을 실현해 왔다. 그 결과, 전국 도시가스사 중 유일하게 16년 연속 안전관리 최고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소 혼입 대응 연구, 안전관리 업무 디지털화 등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나윤호 대표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킬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현장훈련과 기술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사적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 비상 상황에서도 신뢰받는 도시가스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가스안전공사(상임감사 임찬기)는 11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감사평가결과 설명회에서 감사평가 우수사례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설명회는 감사평가단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주관하고 기획재정부가 후원해 2024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감사평가 결과를 기관에게 설명하고 우수기관 사례 등을 소개해 기관과 평가단에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설명회에는 기획재정부 관계자 및 감사평가단, 2024년도 상임감사평가 대상기관 58개의 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공사는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상임감사 직무수행 실적평가'에서 준정부기관 중 단 2개 기관만이 달성한 A등급을 받아 우수사례 발표기관으로 선정됐다. 임찬기 상임감사가 직접 내부통제 우수사례를 발표해 많은 기관의 관심을 받았다. 임찬기 상임감사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우리 공사의 체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타 기관에 공유하고, 동시에 타 기관의 우수사례를 배우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며, “앞으로도 공사는 타 기관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감사 전문성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최고의 가스안전 책임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③] 신차 2/3는 전기차·하이브리드…중장비까지 전기화 준비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 ④ 친환경 선박 전력분야에서 탄소중립을 거의 달성한 스웨덴에게도 수송분야 탈탄소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과제로 꼽힌다. 스웨덴 에너지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스웨덴에서 수송 분야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70%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25%는 바이오연료, 5%는 전기다. 아직 스웨덴도 기름을 넣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2030년까지 상용차는 50%, 승용차는 90% 탈탈소를 목표로 세웠다. 스웨덴은 이를 위해 트럭과 중장비를 전기화하고, 무선 충전소 및 충전 가능 도로 등을 연구개발(R&D)하고 있다. 마틴 욘슨 비즈니스스웨덴 운송모빌리티 부문장은 지난달 20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 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에서 “볼보자동차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90%를 무탄소차량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스웨덴은 그린철강·그린배터리 실현과 함께 주행 중 충전이 가능한 전기도로를 실증하는 등 여러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현재 스웨덴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약 3분의 2가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며 “최근에는 47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투자가 스웨덴 내 스타트업 기업들에 유입됐고, 대부분 클린테크 기술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트럭 센터에서는 40톤급에 이르는 전기트럭들이 나열돼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전기트럭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소리였다. 볼보 트럭을 직접 시승할 기회가 있었는데 부드럽게 움직이고, 트럭 특유의 소음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전기차를 타면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났는데 안전을 위해서 운전자들이 트럭 움직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소음을 넣었다고 한다. 한계는 주행거리다. 최대 주행거리가 300km 정도밖에 안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도 갈 수 없다. 직접 운전했던 트럭의 경우에도 주행거리가 길지 않기에 도시 내 쓰레기 운반차량으로 쓰이고 있었다. 볼보는 주행거리를 늘려 최대 600km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배터리 용량이 큰 트럭을 빠르게 충전하기 위해 최대 400킬로와트(kW)급의 초고속 충전기도 볼 수 있었다. 트럭 한대의 최대 배터리용량이 약 250킬로와트시(kWh)라고 하니 1시간도 걸리지 않고 충전을 완료할 수 있다. 저속충전기로는 43kW급 충전기를 갖췄다. 전기트럭 외에도 전기로 구동하는 굴삭기, 불도저, 화물차도 있었다. 아직 전기트럭도 상용화가 잘 안된 시점에 전기중장비는 스웨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이라 한다. 전기중장비는 작은 크기의 2톤부터 큰 규모인 40톤급까지 갖춰놨다. 볼보 관계자는 “전기중장비는 화석연료를 쓰는 중장비 수준의 힘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충전기는 트럭과 동일한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기굴삭기를 운전해보니 트럭과 마찬가지로 기존 중장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음이었다. 보통 공사 현장에 가면 중장비들이 내는 소음으로 시끄럽지만, 전기 중장비들은 큰 소음을 내지 않았다. 작동 중인 포크레인 근처에서 대화를 해도 목소리가 충분히 들릴 수준이었다. 다만, 상용차들은 큰 배터리 용량을 요구하는 만큼 배터리 가격 상승에 따라 비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볼보는 현재 수소트럭도 개발 중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수소충전소가 5개 정도로 아직 보급이 미진한 상태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개최된 제38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8)의 행사장 근처에 있는 택시정류장에서는 전기차 무선충전 시설 3개를 볼 수 있었다. 전기택시들은 파란색 네모 모양으로 충전 시설이라 표시된 주차장 위에 차를 대기만 하면 바로 충전이 시작됐다. 마치 스마트폰을 무선충전기 위에 올려두면 충전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겉으로 봐서는 그냥 주차장에 주차된 택시로 보일 뿐, 충전 중임을 알기 어려웠다. 무선충전 시설은 예테보리시와 비즈니스예테보리, 볼보차, 스웨덴 국립연구(RISE)로 구성된 '그린시티존 이니셔티브'에서 만들었다 무선충전기의 용량은 최대 75kW로, 급속충전기 수준에 달했다. 다만, 충전기와 호환되는 볼보차량이 최대 받아들일 수 있는 충전용량은 43kW라 해당 용량으로 충전을 하고 있다. 80kWh 정도의 배터리 용량을 가진 전기차면 약 2시간 정도에 완충할 수 있다. 무선충전 시설을 관리하는 담당자는 충전요금 정산 방식에 대해 “모든 게 자동화 돼 있는 '플러그앤차지 시스템'으로 돼있다"며 “차랑마다 수신기가 있어 충전하면 알아서 청구서가 발송되는 방식이다. 충전 방식이 매우 편해 택시운전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전기차가 무선충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마다 무선충전을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별도로 달아야 한다. 즉 자동차 제조기업이 이를 도입해야 무선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스웨덴에서도 택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수준으로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해당 담당자는 화재 안전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전기차 충전 중 열화상카메라가 주변을 모니터링한다. 이를 이물질 탐지 기능이라고 한다"며 “동전을 누가 충전시설에 던졌을 때 만약 동전이 달궈지면 시스템이 온도 상승을 감지해 자동으로 충전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SK온, ESS용 배터리소재 ‘북미 공급망’ 확보

SK온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겨냥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엘앤에프와 북미 지역 LFP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미국 ESS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하고, 핵심 소재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서울 종로구 SK온 그린캠퍼스에서 열린 이번 업무협약에는 SK온 신영기 구매본부장과 엘앤에프 이병희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양사는 향후 공급 물량과 시기 등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중장기 공급계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ESS 설치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내 ESS 누적 설치량은 2023년 19기가와트(GW)에서 2030년 133GW, 2035년 250GW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LFP 배터리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기준 LFP 배터리가 글로벌 ESS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LFP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이 높고, 안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SK온은 미국 내 LFP 배터리 생산설비 구축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기존 생산라인의 전환 등으로 신속하게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갖추고,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요건을 충족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온은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중심에서 LFP 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다양한 케미스트리(양극·음극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인터배터리 2023'에서 업계 최초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고, 이후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Winter Pro)' LFP 배터리, 장수명 LFP 배터리 등 신제품도 선보였다. 더불어 SK온은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3대 폼팩터'의 LFP 배터리를 모두 개발 완료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과 시장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을 구축했다. 파우치형 LFP 배터리는 ESS 시장을 중심으로, 각형·원통형은 전기차 및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계획이다. 또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LFP 배터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라인 전환과 신규 설비 투자를 추진한다. 기존 생산라인의 전환을 통해 신속하게 LFP 배터리 생산 체제를 갖추고, 현지 생산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다. SK온 신영기 구매본부장은 “이번 업무협약은 SK온의 LFP 배터리 밸류체인 확보와 북미 시장 진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李대통령 공약 ‘RE100 산단’ 본격 추진…글로벌 탄소규제 시장 뚫는다

정부가 글로벌 탄소무역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국가산업단지를 구축을 추진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산단에 '규제 제로'를 지시했다. 정부는 RE100 산단 활성화를 위해 전기요금 할인 혜택 등을 부여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RE100 국가산단과 현재 가장 비슷한 모델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이다. 분산에너지특구를 참고해 RE100 산단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RE100 산업단지 추진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말까지 RE100 산단 조성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TF는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단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실장급이 참여하는 회의체이다. RE100 산단은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즉 서남권 해안지역에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높은 곳에 산단을 조성하고 해당 지역에 입주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서남권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이 있음에도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크다"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첨단 기업을 유치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RE100 산단에는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와 함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도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시설이 필요하다. 김 실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규모로 병행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RE100 산단과 현재 가장 유사한 정책 모델은 분산에너지특구다. 분산에너지특구도 지역 단위에서 에너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가 기본 방향이다. 이를 통해 송전망 등 전력망 건설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적에서 도입됐다. 분산에너지특구는 지난해 6월 분산에너활성화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시작됐다. 현재 분산에너지특구 후보지로는 △제주 △부산 △경기 △경북 △울산 △충남 △전남 등 총 7개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됐다. 이들 7개 지역은 아직 위원 구성 중인 에너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분산에너지특구 내에서는 기업이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를 맺음에 따라 비교적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분산에너지특구 내에서 전력을 구매하면 망이용료 등을 할인받을 수 있어서다. 또한, 정부는 해당 지역에서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우대와 선제적 공용망 보강 검토 등을 통해 기업들의 인허가 부담을 덜어준다. 전력신산업테스트배드를 조성해 네거티브형 규제방식도 도입된다. 이는 이 대통령이 말한 규제 제로와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 분산에너지특구에서는 'V2G' 사업이 실증된다. V2G란 전기차가 ESS처럼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기술을 말한다. 전력공급이 넘칠 때는 전기차로 충전하고, 전력수요가 넘칠 때는 전기차에 저장된 전략을 방전해서 전력시장에 파는 방식이다. 다만, 분산에너지특구는 RE100 산단과 달리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소형모둘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수소연료전지 등의 에너지원으로 포함한다. 울산과 충북에 분산에너지특구에는 집단에너지인 열병합발전설비가 들어선다. 반면, RE100 산단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풍력과 태양광으로 한정된다.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만큼 RE100 산단은 전력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으로 여러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에너지 분야 전문가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할 경우 전력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특히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원을 구성하면 전력생산비용이 급상승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으로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예방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을 만든 이후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본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반복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한전 재정 악화, 소액주주는 뒷전

정부가 올 여름에도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건전성과 전기요금 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11일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조치가 단기적 민심 달래기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전력시장 왜곡, 요금체계 불균형, 그리고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소액주주 이익 보호'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두 달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 1단계 누진 구간을 기존 200kWh → 300kWh △2단계를 400kWh → 450kWh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 450kWh를 사용하는 가구는 약 2만2000원, 4인 가구 평균 사용량(406kWh)은 약 1만8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게 된다. 산업부는 이번 누진제 완화 조치 배경이 “냉방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을 전체적으로 줄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2016년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조치로 인한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전력사용량이 늘면서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오르지만, 소매요금은 동결된 상태다. 한전은 가만히 있어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가 할인까지 해야 하는 구조에 내몰리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 여름철인 3분기는 1년 중 전력판매 매출이 많은 시기다. 2021~2024년 누적 적자만 약 35조원, 현재 총부채는 206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는 재무상태를 더욱 갉아먹는 셈이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반면 가정용은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사실상 인상조정 없이 방치되거나 오히려 인하되고 있다. 이번 누진제 완화도 사실상 인하 조치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일부 구간에서는 산업용보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더 저렴해지는 '요금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런 왜곡은 에너지 소비자에게 가격 신호를 제공해 절약과 효율을 유도하는 전기요금 본연의 기능을 무력화시킨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효율화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정면 배치된다. 누진제 완화 조치는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와도 반대 방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배당 확대, 책임경영 강화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전력공기업이자 상장사인 한전은 매년 적자를 반복하고, 요금은 정치 논리로 통제당하며, 소액주주의 이익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한전의 일반 투자자 지분은 약 38%에 달한다. 주주들은 재무구조 악화로 주가 회복도 요원한 상황에서 정치적 할인 정책으로 추가 손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누진제 완화와 같은 '정치형 요금제'가 반복되는 한, 한전의 구조적 적자도, 전력시장 왜곡도, 소액주주 보호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공기업이니 감내하라는 태도로 한전을 계속 희생양 삼는다면, 전력 인프라는 무너지고 투자도 끊길 것"이라며 “이제는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년 여름 반복되는 누진제 완화는 전력시장과 공기업 경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다. 국가는 소액주주 보호를 외치면서도 정작 공기업 주주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독립적인 요금 결정 시스템과, 전기요금의 정상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한국해상풍력과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 협력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이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을 통해, 국내 최초 공공주도 해상풍력 시범단지의 실행력 제고와 기술자립 기반 강화에 나선다. 한전과 한국해상풍력은 11일 한국해상풍력 서울사무소에서 국내 최초 국가주도 해상풍력 개발사업의 일환인 '서남해 400MW 시범단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전주기 해상풍력 기술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고, 국산 기술의 실증‧확산을 지원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자립과 공급망 확장에 기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개발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주도로 설계‧계획된 국내 최초 대규모 공공 추진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본 사업은 2020년 준공된 60MW 실증사업과 함께 계획된 두 번째 사업이다. 한국해상풍력은 2012년 한전과 6개 발전사가 출자하여 설립한 공공 해상풍력 개발사로, 서남해 2.5GW 해상풍력 개발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를 2020년 준공 및 개발‧운영중에 있다. 현재는 '서남해 400MW 시범사업'을 공공주도형으로 추진, 국내 기업의 기술자립과 공급망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국내 해상풍력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으며, 입지분석부터 단지설계, 운송설치, 단지운영에 이르는 전주기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개발 과정에서 군 레이더 간섭 해결, 환경영향 분석, 어업 공존형 해상풍력 개발전략 제시 등 사업 전반의 기술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이번 협약으로 한전 전력연구원의 고도화된 기술력과 한국해상풍력의 사업 경험이 결합되어, 정부의 해상풍력 보급 확대 정책에 기여하고 자체 개발기술의 현장 실증 기회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해상풍력 분야의 One KEPCO 협력체계 구축과 사업역량 강화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심은보 한전 전력연구원장은 “한전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전환 기조에 따라 총 2.86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을 2030년까지 추진 중"이며, “이번 협약이 한전 해상풍력 사업의 실행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석포제련소 “환경단체 사실 다른 일방적 주장에 깊은 우려…환경개선 위해 지속 노력 중”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석포제련소는 최근 환경단체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 표명을 근거로 제기한 주장과 관련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으로 오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11일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제련소 측은 올해 3월, 환경단체 소속으로 추정되는 민원인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하고, 권익위에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관련 행정기관에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게 제련소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는 금일 기자회견을 열고 권익위의 의견만을 근거로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중금속 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법적 책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련소 측은 “권익위가 의견을 표명한 것만을 근거로 한 기자회견은, 권익위를 기자회견 논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처럼 활용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제련소는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상황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며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 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봉화군 낙동강 상류에 설립된 이래, 환경보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전사적 차원의 환경개선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을 도입해 폐수를 전량 정화 후 공정에 재사용하고, 오염지하수의 낙동강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차단시설도 설치한 상태다. 대기오염물질 저감시설 확대와 원격감시시스템을 통한 모니터링도 시행 중이며, 법적 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양오염 정화 역시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른 절차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환경혁신개선계획 시행 이후 석포제련소 주변 하천에서는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환경단체가 카드뮴 오염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제련소 관계자는 “당사는 석포제련소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신뢰를 회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환경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제련소는 외부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모니터링 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인 의견수렴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 대책위원회 역시 이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끝으로 제련소 측은 “사실과 다른 비방은 실효적 환경개선을 위한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 기반을 흔드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 아래 낙동강 유역의 환경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에너지는 내 꺼”…산업부vs환경부 힘겨루기 정부조직개편 늦어진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로 에너지 부문을 담당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대통령실의 정부 조직 개편안 확정까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8일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부처 간 정책 조율에 착수했지만, 대통령실에 보고된 조직개편안은 여전히 '기후 중심 통합' 대 '산업 중심 분리 유지'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산업부 vs 환경부, '기능 병합'보다 '기준 우선' 놓고 충돌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정책을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입장을 고수한다. 김정관 지난달 말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산업과 에너지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에너지 기능 이관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관성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후·에너지 기능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역시 환경부 중심의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공공연히 언급해왔다. ◇ 참여정부 전례처럼 '기능 분리'는 가능하지만…조정 메커니즘이 관건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에서 기획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신설한 조직개편은 정책 기획과 집행 기능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정부는 경제부처의 기획권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정책 전략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분리 이후 기획예산처가 단독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예산 집행은 타 부처들이 맡는 구조는 현장성과 전략 간 괴리를 초래했다. 중복기획, 부처 간 이견, 책임소재 불분명 문제가 이어지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기획재정부로 재통합했다. 당시 재통합은 기획-예산-세제-금융을 하나로 아우르는 전 주기 통합 체계를 통해 정책 집행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사례는 기능 병합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조율과 실행 체계 없이 기능을 나누었을 때 오히려 더 큰 혼선이 발생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기후에너지부 논의도 유사한 구조적 맥락을 안고 있다. 기후정책은 규제 중심, 에너지정책은 공급·안보 중심이라는 정책 성격의 차이를 단순한 병합으로 해소하긴 어렵다. 기획 기능과 기술 실행·시장 운용 기능이 분리되면 정책의 정합성과 실행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와 일부 행정부 내에서 제기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정책 조율 체계와 권한 분장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으면, 통합은 오히려 행정 혼선과 정책 이원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닌, 정책의 흐름을 아우르는 정교한 조정 메커니즘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전례는 중요한 참고 사례다. ◇ 신재생에너지 정책 실패의 전례…“부처 이원화가 혼선 키웠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과거 실패 사례를 기후에너지부 설계 논의의 경고 신호로 지목한다. 대표적으로 태양광·풍력 보급사업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는 연구개발(R&D)와 보급 인프라를 담당하고, 환경부는 탄소 감축 효과와 온실가스 관리 지표를 따로 집행했다. 목표 부합성은 사라지고 통계는 이중 집계됐으며, 사업 기준도 달라 민간 기업이 혼란을 겪었다는 지적이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민수 의원은 “같은 신재생 사업을 두고 산업부와 환경부가 보급·평가 체계조차 달라 일관된 성과 평가가 어렵다"며 부처 이원화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 TF 조정 시작됐지만...컨트롤타워 설계 없인 되풀이 우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후에너지 TF를 통해 세부 실천과제와 부처 역할 조율에 착수했지만, TF는 실무 조율기구에 불과해 제도 설계 권한은 없다. 실질적인 정책 총괄 권한을 부여한 구조적 조정 메커니즘 없이 단순 기능 병합만으로는 과거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은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복수안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싼 산업부-환경부의 주도권 경쟁은 결국 제도 설계 방식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과거 신재생 정책의 혼선 사례에서 보듯, 정책 기능의 이원화가 가져오는 비용은 단지 부처 간 불협화음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에너지전환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이자, 부처 신설로 인한 행정비용 증가, 중복 정책 집행에 따른 예산 비효율, 전력정책 혼선으로 인한 요금 인상 가능성 등 실질적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 논의는 단순한 부처 간 기능 병합을 넘어, 미래 에너지 체계의 기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통합은 수단일 뿐,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설계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단독] 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SMR 제작 순항…한-미 원전 협력 ‘핵심 연결고리’ 주목

미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 설비용량 400GW 달성을 목표로 'Make Nuclear Great Again(원전을 다시 위대하게)' 전략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NuScale)사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듈 제작을 차질없이 수행하며 글로벌 SMR 공급망 및 한미 원전협력의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하고 있다. 뉴스케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의 SMR 모듈 12기를 제작 중"이라며, “조만간 월 1기씩 제작이 가능한 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SMR은 기존 1GW 이상의 대형원전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소형 원전으로, 산업단지에도 구축이 가능하며, 모듈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용량 조절도 용이하다. 뉴스케일은 2020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승인을 받은 최초의 SMR 설계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국내 투자사는 뉴스케일에 1억400만달러를 지분 투자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의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모듈 압력용기(RPV)를 포함한 주기기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중순, 뉴스케일과 미국 TVA 등 관계자들이 두산 공장을 직접 방문해 생산 공정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단은 뉴스케일 원전 노형 최종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 실사 차원에서 한국을 찾았으며, 두산 측의 설계 및 품질관리 시스템, 생산능력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현재 모듈 12개의 소재를 제작 중이고 이는 향후 완제품을 위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4대 행정명령을 통해 발표한 원전 정책과도 상당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민간이 원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력직접거래(PPA) 제도, 투자 세액공제, 규제 간소화 등 입체적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원전 전력의 직접 구매가 금지되어 있고, 인허가 소요 기간도 길다. 미국은 기술은 있지만 제조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주체가 바로 한국의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력원자력, 현대건설 등이다. 두산은 이번 뉴스케일 SMR 모듈 제작을 통해 단순 하청을 넘어 글로벌 SMR 공급망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단순 수주를 넘어 국내 원전 생태계의 유지·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SMR 수출이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들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뉴스케일 SMR 양산을 통해 한국과 미국 간의 원전 협력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 뉴스케일 SMR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초로 설계인증을 받은 소형 원자로로, 향후 미국 내 다수 프로젝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두산은 미국·체코·폴란드 등지로의 추가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 단기간 내 대형 원전 건설 재개가 어렵다면, SMR 수출을 통해 기자재 생태계를 유지·확장하는 '우회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이같은 틈을 활용해 SMR 수출을 국가전략사업으로 격상하고, 제도 개선과 함께 두산의 SMR 제작 경험이 국내 실증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과의 기술협력 확대, SMR 표준 설계 인증 공동 대응, 국산 고유형 개발(R&D) 등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병행된다면, 한국형 대형원전인 APR과 함께 양축 전략 구축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SMR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양산 기반을 갖춘다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원전 시장 재진입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대한 계기"라며 “미국의 원전 부흥 정책과 발맞춰 '한국 제조 + 미국 기술' 협력 모델을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제도적·금융적 뒷받침을 통해 민간 원전 수출에 힘을 실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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