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5월 13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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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탈원전과 앞뒤 안맞는 원자로 기술개발

[EE칼럼] 탈원전과 앞뒤 안맞는 원자로 기술개발

작년말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원자로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추진전략안’을 논의하고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향후 8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달에는 여야 국회의원,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 정부부처 주요 인사가 참여하여 ‘I-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여권에서 원자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니 어리둥절해진다. I-SMR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발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한 신호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일부 성급한 언론은 탈원전 포기를 단정한다. 원전없이 2050년 탄소중립이 불가능하고, 세계 원전시장 흐름도 SMR이 대세이므로 신규원전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탈원전 포기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I-SMR 국회포럼에 여당 국회의원이 여섯명이나 참여했고, 정부 주요 인사가 참여한 것도 탈원전 포기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아직은 반대의 해석이 주류다. 무려 2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2050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지방정부추진단’은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중심 사회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I-SMR이 수출을 전제로 개발되는 것이며,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출국을 염두에 두고 맞춤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용화를 주관하는 정부부처는 I-SMR을 국내에 건설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6인의 여당의원들이 I-SMR 포럼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 일탈일까. 권력의 미세한 균열을 드러내는 의미일까. 여러 억측에도 정부·여당의 탈원전 정책 기류는 여전히 강고하다. 야당과 원자력계의 입장은 어떤가. 원전을 지지하고, 여당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으로서 I-SMR 기술개발 추진은 당연히 환영할 일하다. 자신들의 요구와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1,2호기 운영허가 지연, 연속적으로 다가올 운영허가기간 만료 도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시도 여부 결정 등 여러 당면 현안에 직면한 원자력계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I-SMR 기술개발 허용과 연구개발 투자 4000억원에 감사해야 할 것인지, 혹여 이것이 다른 의사결정에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는 우려가 없는 지도 따져볼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운영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의 영업손실은 하루 30억원이 넘고, 연간으로는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원자력연구소만 하더라도 원전 폐쇄로 감액되는 연구기금이 2030년 한 해 동안 750억여원 수준인 것을 생각해보면 I-SMR 개발 연구비 규모는 턱없이 작다.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교환의 옵션은 절대 될 수 없다. 순서가 뒤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이 시점에 원자력계가 자청하여 I-SMR 개발을 띄운 것은 미스터리다. 원자력계 만큼이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반핵단체들의 반응이다. 반핵이 존재 이유고 때로 근거 없는 선동으로 원자력계를 괴롭히는 반핵단체들이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너무 조용하다. 흔한 성명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으로 SMR은 원자력발전이 아니라고 믿고 있나 보다. 가장 앞서 가는 미국 뉴스케일(NuScale)사의 SMR은 규제위원회(NRC)의 인증과 미국 에너지부(DOE)의 승인을 받고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시험 상용로 건설에 착수했다. 여기에 우리의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I-SMR은 2028년 인허가 취득이 목표다. 뉴스케일사에 비해 늦어도 한 참 늦었다.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우리의 I-SMR이 과연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실증을 해봐야 비로서 확인할 수 있다. 2030년쯤은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때까지 우리의 원전산업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지금은 원자력계가 I-SMR 기술개발이 아니라 신한울 1,2호기 운영허가와 3,4호기 건설재개, 그리고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다.노동석 위원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기자의 눈] 백신 혼란 자초하는 정부

[기자의 눈] 백신 혼란 자초하는 정부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백신 접종률과 수급 상황이 개도국보다 뒤처진 상황이지만 당초 언급한 백신 시간표를 맞출 수 있다는 의지를 다시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건 정부였다. 이달 초 방역당국은 ‘8월 백신 대규모 위탁생산(CMO)’을 언급하면서 실체 없는 폭탄성 발표를 한 바 있다. 당시 백영하 백신도입총괄팀장은 "국내 A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백신을 위탁 생산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 중"이라며 8월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명과 백신 종류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그간 계약 당사자 간 비밀 유지 서약을 이유로 기자단 질의에도 입을 닫아왔던 정부가 묻지도 않은 내용에 대해 먼저 알린 것이다.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업계는 물론 국민들도 대혼란에 빠졌다. 관련 기업을 찾기 위해 백신 위탁생산이 가능한 기업에 대한 문의는 빗발쳤고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널뛰기를 보이기도 했다. 모두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항이 없다거나 부인했지만 정부의 갑작스런 발표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가뜩이나 코로나 치료제 등으로 뒤숭숭한 제약바이오 시장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며 "이런 식의 발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백신 수급에 대한 문제를 기업들에게 떠넘기는 꼴밖엔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가능성이 언급된 기업 중 백신 계약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물론 기업 신뢰도 하락 등의 부담은 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수급 일정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문제를 숨기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그 문제에 대한 새로운 계획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민적 백신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은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고문보단 진짜 희망이 필요한 때다.이나경 기자 nakyeong@ekn.kr

[이슈&인사이트]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에 갇힌 도급규제

[이슈&인사이트]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에 갇힌 도급규제

"선의에 찬 우행(愚行)은 악행으로 통한다." 소위 ‘위험의 외주화’ 문제 역시 냉철한 이성 없이 따뜻한 가슴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하물며 따뜻한 가슴마저 없다면 문제해결은 커녕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실효성은 따지지 않고 무작정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과 정책을 남발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취약한 부분의 멀쩡한 규제를 해제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다반사로 저지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명분 프레이밍을 하지만 보여주기용 술수라고 느끼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하청 근로자의 재해가 다발하는 본질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프레임을 씌우기에 바쁘다. 재해에 미봉적으로 대응하는 근시안과 대중영합주의가 결합된 정치적 제스처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효과를 기대하는 수단에 의존하면 할수록 본질적인 해결책에서는 그만큼 멀어진다는 점이다. 국제적으로는 외주화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의 불량이 나쁜 것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외주화에 따른 위험이 크면 이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규제하면 된다. 안전관리가 불량하면 하청이든 원청이든 가리지 않고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외주화를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하청 근로자가 입던 재해가 원청 근로자의 재해로 회귀할 뿐이다. 한 조직 내에서도 각 계층과 부서의 안전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은 안전관리의 기본요건이다. 원청과 하청의 관계라 하더라도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둘 간의 역할·책임을 구분하지 않고 원청에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면 하청 근로자에 대한 보호기제가 제대로 작동될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안전법제는 이런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 원청이 크니까 막무가내로 원청이 다 하라는 식이다. 하청의 자율적 책임을 신장하거나 북돋는 법정책은 발견할 수 없다.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선 도급안전규제가 누더기가 된 채 장식용으로 전락되어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관념적 이념과 생색내기만 보일 뿐이다. 정교하고 세련되지 못한 도급안전규제로는 빈수레처럼 요란하기만 할 뿐 재해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원청에 그 누구도 준수할 수 없는 비현실적 기준을 들이대면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준수하는 척만 하거나 준수를 아예 포기하고 있다. 정부만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아니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도급안전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무책임 행정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외주화 문제에서는 원청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진보이자 정의인 것처럼 생각하는 얼치기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실력과 진정성이 없는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떠들어 주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도급이 무조건 나쁘다는 시각은 단선적인 접근이다. 현실을 직시하자. 도급을 금지한다고 해서 도급작업이 사라지는가. 원청이든 하청이든 누군가는 그 작업을 하게 되어 있다. 누가 하든 위험작업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 위험한 부분이 있으니 하청이 하면 안 되고 원청이 직접 해야 한다는 식의 관점은 흑백논리이다. 이념과 허세가 사실을 이길 수는 없다. 이 정권의 도급안전규제는 애당초 도급을 주는 사람을 적대시하고 응징의 대상으로 삼을 뿐 재해예방 효과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도급에 따른 재해위험의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에 대한 분석보다는 거친 규제를 쏟아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바쁘다. 도급안전규제 더 이상 내지르는 식의 접근은 안 된다. 무능도 문제이지만 위선은 더 큰 문제이다. 이제라도 도급안전규제의 잘못과 허술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실사구시의 접근을 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배경으로 탄생한 정부가 안전법제를 뒤틀리게 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정진우 서울과기대 교수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

[EE칼럼] 러시아 북극개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EE칼럼] 러시아 북극개발,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아태지역으로의 에너지 수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전략 2035와 북극전략이 반영된 초대형 프로젝트 야말 LNG는 2017년말부터 생산·수출을 시작하였다. 러시아 정부는 2019년 북극 LNG-2 사업을 승인하였으며 연간 2천만톤의 LNG를 처리할 수 있는 환적 터미널을 캄차카 반도에 건설하려고 한다. 이는 파이프라인 중심의 근외 국가 협력에서 벗어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러시아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에서 추진되는 것이다.올해부터 2년간 러시아는 북국 이사회 의장국으로 활동하면서 북극개발의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후에도 미국과의 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북극에서는 양국간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북극 이사회 정식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NG 쇄빙선 건조 능력 덕분에 북극개발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북극항로의 물동량을 8천만톤으로 확대하라고 지시한 바 있으며 2030년에는 1억톤까지 끌어올리려고 한다. 북극항로는 항만 인프라와 조선 산업의 뒷받침 없이 이러한 원대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수에즈 운하가 막혔을 때 글로벌 공급망은 홍역을 겪었는데 가까운 미래 더 심각한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으리라 예단할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남지나해 군사 충돌 등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위협을 주는 지정학적 갈등 요인은 여전히 많다. 60여년에 걸쳐 아랍을 회피하여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은 불과 1만여명의 해군력으로 200년간 패권국으로 번영을 구가하였다. 기후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공업국들이 온실가스 배출 축소에 소매를 걷어 올렸지만 북극항로의 상시 운행가능성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특정지역에 의존하는 현재의 에너지 공급망을 능동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러시아가 북극의 에너지, 항로, 환경문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국가라는 점에서 러시아와 양자 차원에서, 또 북극 연안국 및 북극이사회와 다자차원에서 협력해야 한다. 러시아가 진행하고자 하는 북극 LNG 관련 추가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가 없을 경우, 현재는 대안이 마땅치 않아 한국 조선 산업에 발주하고 있지만, 향후 대형 LNG 쇄빙선의 발주를 크게 늘리지 않을 수 있다. 러시아 정부는 캄차카 LNG 터미널을 건설하여 야말에서 캄차카로 운항하게 될 대형 LNG 쇄빙선박 수를 줄이고자 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의 제재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북극자원개발 분야에서 러시아는 북극 LNG-2 등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국산 장비와 기술사용을 늘리면서 제재의 영향을 피하고자 한다. 따라서 러시아 북극 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KOGAS를 비롯한 자원개발 기업이 지분 참여 및 자원개발 장비 공동 연구개발, 선박 수주, 항만 인프라 공동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는 패키지 협력을 고려할 수 있다. 북극권에 부존된 다양한 자원들을 산업중심지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북극항로 활성화가 필수적일 뿐 아니라 연관되는 북극 운항 정보, 재난 구조, 자원개발 등 산업 파급효과도 있어 협력의 효과는 크다.2030년 세계 교역량의 5%가 북극 항로를 통해 운송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여 부산항과 광양항이 새로운 물류 축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인프라, 항만시설 등을 확보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당분간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된 핵심적인 전략물자는 LNG가 될 것이지만 항로를 따라 새롭게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북극항로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변화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글로벌 가치사슬구도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북극개발을 통합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운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IT 분야의 협력에 대한 논의를 주도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북극, 극동, 환동해 항만 및 동북아 철도 운송 연계 사업 발굴과 전략적 제휴가 가능할 것이며 경제성과 안정성, 물류 수급의 불균형 해소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될 수 있다. 북극개발 참여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대전환에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이상준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

[기자의 눈] 알뜰폰, 부모님 세대에게 외면받는 이유

[기자의 눈] 알뜰폰, 부모님 세대에게 외면받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통신사를 바꿨다. 요즘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알뜰폰’ 요금제 가입을 위해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통신사에 월 납부 금액은 기존 월 4만5000원(부가세, 선택약정할인 포함)가량에서 딱 절반으로 줄었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은 12GB(기가바이트)로 기존과 같았지만, 알뜰폰 업체가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하는 데이터까지 합치니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무려 8년 간 같은 통신사를 이용했는데 알뜰폰과 가성비에서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묘한 배신감마저 들었다. 이참에 부모님의 요금제도 바꿔드려야겠다, 싶었다. 계획대로 바꾸기만 한다면 우리집 통신비는 한 달에만 약 7~8만원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런데 결과는? 쉽지 않았다. 알뜰폰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요금제를 선택한 뒤 유심(USIM)을 배송 받고 셀프 개통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을 부모님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시는 듯 했다. 요금제 가입을 위해 본인인증을 하는 절차도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부모님과 꼬박 시간을 보내는 건 주말뿐인데, 정작 일요일에는 셀프 개통을 할 수 없는 것도 단점 중 하나였다. 단말의 유심 단자를 여는 데만 30분이 넘게 소요되자 어머니께서는 "그냥 대리점 가서 하면 안 되겠니?"라고 한숨을 쉬셨고,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께서는 "내 요금제는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돌아서셨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남은 임기는 1년 남짓이다. 가성비 좋은 알뜰폰 가입자 수가 10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성과는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1000만 안에 부모 세대는 없다. 알뜰폰이 가져오는 ‘가계 통신비 인하’ 효과가 분명한데도, 이를 모르고 넘어가거나 알아도 가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알뜰폰 업체들도 다양한 노력은 한다. 편의점 등에서 유심 판매를 시작하고, 인증 절차를 간단하게 바꾸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를 넘어 부모세대까지 포섭하기 위해서 알뜰폰은 지금보다 더 친절해져야 한다. hsjung@ekn.kr

[이상호 칼럼] 미 의희 인권청문회 대상이 된 한국

[이상호 칼럼] 미 의희 인권청문회 대상이 된 한국

미국 의회는 지난 15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 위원장 주도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화상 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 명칭은 ‘한국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한반도 인권에의 시사점’으로, 미국 의회가 한국의 인권 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청문 대상이 된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번 청문회는 대북전단법이 북한으로 정보 유입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미국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이런 의견은 미국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자유 진영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심지어 과거 공산국가였던 체코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번 청문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공권력과 무력을 이용해 반자유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KBS 같은 국영 방송사를 장악하고, 한국을 북한처럼 끌고 가는 반인권적인 행보를 하여 한국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지나치게 친북, 친중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과 미국 사이 동맹 관계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치 미국이 한국이 아니라 북한을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세계 자유·민주진영은 한국을 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반인권·비민주주의 국가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인권 후진국이며 언론이 정권에 장악된 사회주의화 된 국가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쌓아 올린 한국 민주화의 업적을 날려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한 현실이다.문재인 정부는 이미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하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미 정계 거물들이 속해 있는 로비회사를 고용해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홍보하고 미국의 비판적인 자세를 무마하려고 시도해 왔다. 이를 위해 매월 3만달러를 지급해 오고 있다.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다. 지난 3월에 발간된 미 국무부의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한국 공직자의 부패와 성추행 사실을 명시적으로 지적한 지 불과 한 달이 안 돼서 벌어진 외교 참사이다. 외교 참사라기보다는 현재 국제 사회의 한국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북·친중 정책과 범 정부·친 여당·범 민주화 세력의 심각한 부정·부패, 성추행 등의 도덕적 타락이 한국을 반 자유민주주의로 인도하고 있다는 냉정한 지적이다. 과거 미 의회 인권위가 청문회 대상으로 삼은 국가들은 아이티, 시리아,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북한, 중국 등 인권 후진국들과 무정부 상태의 실패한 국가들이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부족 간 갈등으로 인종청소가 벌어져 최소 50만에서 100만 명이 살해당했다. 민주콩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되어 온 내전으로 지금까지 400만 명이상이 사망하고 25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들 국가는 민간인 대량학살 등 반 인류 범죄를 자행하였다. 북한, 중국 등은 자국민을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키는 인권 후진국이다. 특히 국제사회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 강제수용소에서의 인권 말살 행위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한국이 이들 반 인류·반 인권 국가들과 비슷한 반열에 오른 것이다.이번 청문회에서는 과연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져줬다. 현재의 극심한 국론분열과 계층 간 대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한국도 순식간에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국민의 기본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는 행위는 인제 그만두어야 한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정책이 자학적이고 자해적이며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삶을 어렵게 하며 국가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재고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정부가 실패를 덮기 위해 사실을 감추는 행동은 바로 멈춰야 한다. 만약 정부 스스로 변화할 수 없다면 국민이 앞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이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E칼럼]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 전환 준비해야

[EE칼럼]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 전환 준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 수소경제 추진이 본격화한지 햇수로 어느 덧 3년째를 맞는다. 물론 2005년 정부의 ‘친환경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 발표나 더 거슬러 올라가 2002년 제레미 레프킨의 ‘수소 혁명’ 발간까지 떠올리면 국내 수소경제 추진 기간도 상당히 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수소경제라는 명칭에 부합하게 관련 시장 창출 및 산업 육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2019년으로 보는 것이 온당하다. 이같이 비교적 짧은 국내 수소경제의 역사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사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작성될 즈음의 주된 관심사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을 수출상품화하는 것이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수출 효자상품으로 수소차나 연료전지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내 시장 창출에 우선적인 무게 중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확대될 수소차나 연료전지 시장에 수소를 양적으로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적어도 2019년 이전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산업용 수소는 다른 공정의 부산물 수소(부생수소)를 정제하여 사용하거나 필요시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수소(추출수소)가 전부였기에,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부생, 추출수소 중심의 공급전략이 당시로서는 합리적이었다. 다만 흔한 말로 "누가 총대를 메느냐"가 문제였다. 대규모 수소 공급능력을 지닌 정유·석화·제철 등 민간기업들은 정권교체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선뜻 나설 수만은 없어 관망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가스공사를 포함하여 공공부문이 주도적 수소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부 주도형 수소경제라는 큰 틀이 완성되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수소경제의 성공을 위한 우선 조건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답변은 한결같이 민간기업들의 수소 공급사업 진출이었다. 그러다 2020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큰 국면전환이 있었다. 그린뉴딜,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등 새로운 경영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관망세였던 정유·석화·제철 등 민간기업들이 앞다투어 수소 공급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현재 기업들의 투자계획만 고려한다면, 당분간 국내 수소는 공급과잉 상태로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민간 수소산업 진출 러시는 수소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당시 수소 수요는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 에너지 용도만 국한되었다. 그러나 탄소중립 달성에 불가피한 수소환원제철, 탄소중립 연료(E-fuel)나 합성 나프타 제조 등을 위해 새로운 산업용 수소 수요가 창출, 확대되어, 애초 2040년 526만 톤이었던 국내 수소 수요 전망을 2050년에는 이보다 3~4배 정도 상향 조정해야 할 실정이 되었다. 이처럼 수소의 수요와 공급, 양 측면 모두에서 민간기업의 역할이 확대되고, 그만큼 위상 또한 고양되고 있다. 그래서 2021년 현재는 국내 수소경제가 정부 주도형에서 시장 주도형으로 급격히 기조가 바뀌는 전환기라 할 수 있다. 조만간 민간기업 중심의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가 본격화되면, 심지어 정권교체 등 정책 동력의 약화에도 국내 수소경제가 지속 가능할 시장의 내적 동력을 갖게 될 수 있으며, 그만큼 수소경제의 성공도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상 밖으로 너무 일찍 찾아온 바람에, 이 같은 국내 수소경제의 기조 변화에 대해 아직 정책적 준비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제라도 더 늦지 않도록 민간중심의 시장 주도형 수소경제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간 수소 사업자들과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천연가스나 전기 등 수소 생산원료 세제공과금 인하나 가격체계 구축,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지원 등 민간 수소산업 육성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유효한 시장 친화적 정책 프로그램 개발도 요구된다. 기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업데이트하여 현재 수립 중인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도 이런 방안들을 적극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김재경 위원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자의 눈] ‘사면초가’ 테슬라와 리더의 품격

[기자의 눈] ‘사면초가’ 테슬라와 리더의 품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전기차 업계 ‘리더’ 역할을 해온 테슬라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16년 동안 본업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에 뒤늦게 가담한 기존 완성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기술력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사람이 계속 죽고 있다는 사실은 결정타다. 급발진, 운전자보조시스템 오류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국내외에서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기업 경영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테슬라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블루오션’을 남들보다 훨씬 빨리 발견해 개척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사실상 경쟁 상대가 없는 가운데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친환경’이라는 강렬한 메시지 하나로 몸집을 불려왔는데, 완성차 업계 ‘공룡’들이 덤벼들고 있는 셈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테슬라가 그간 ‘품격’과는 거리가 먼 행보만 보여 왔다는 점이다. 페이팔 성공신화 등으로 인지도가 높았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노이즈 마케팅을 워낙 많이 펼쳐온 게 화근이다. 세상에 없는 차를 일단 공개해 사전계약금을 받고 회사를 굴리는 게 테슬라의 경영 전략이다. 로드스터, 모델 S, 모델 3 등 주력 차종 계약자 대부분들은 약속된 시기보다 1~3년 차량을 늦게 받았다. 2017년부터는 거짓말이 도를 넘기 시작했다. ‘신형 로드스터’가 제로백 1.9초, 주행가능거리 1000km의 성능을 갖췄다며 계약금 5만달러(약 5600만원)를 받은 것이다. 학계에서 "현재 기술력으로 불가능하다"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테슬라는 고객들의 돈을 받아 챙겼다. 4년여가 지났지만 신형 로드스터 출시는커녕 개발 일정도 감감무소식이다. 머스크 CEO는 신형 로드스터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 자동차는 생명과 직결된 재화다. 휴대폰이 망가지면 바꾸면 되지만 차는 누군가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 그 많은 사고를 낸 테슬라는 이렇다 할 사후안전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소비자들의 불만 제기나 언론의 지적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게 테슬라의 홍보 방침이다. 1959년 3점식 안전띠를 최초로 개발한 볼보는 "모든 운전자들이 안전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해당 특허를 다른 제조사들에게 개방했다. 2021년 현재도 ‘안전의 볼보’는 전세계 시장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리더의 품격’이 얼마자 중요한지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yes@ekn.kr

[김성우 칼럼] 기후정상회의, 밀린 숙제 풀어낼까

[김성우 칼럼] 기후정상회의, 밀린 숙제 풀어낼까

올해 지구의 날(4월22일)에는 국제사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 40여명의 정상들이 초대되어, 날로 심각해 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국가별 노력과 국제 사회의 공조를 다짐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국가들까지 참석해, 기후 위기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 되어 긴박한 대응이 필요함을 천명했다.먼저 주최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도적 역할을 다짐했다. 미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구촌 리더로서 미국의 귀환을 알렸다. 이는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약속한 2025년까지 26~28% 감축에 비해 획기적인 수치다. 2005년부터 지난 15년 동안 12%를 감축했는데 앞으로 10년 내에 추가로 40%가까이 감축해야 한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과 국제사회 기후리더십 재건이라는 의지도 확실히 엿보인다. 상세계획은 올해중 발표될 ‘국가기후전략’에 담길 예정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미국이 돌아온 것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미국의 목표를 게임 체인저로 지지했다.다른 국가들도 과거 보다 상향된 감축 목표를 발표하며 공조 의지를 피력했다. 일찌감치 기후리더를 자청했던 유럽연합(EU)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기후정상회의 하루 전 새로운 목표를 ‘기후법’에 반영하는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실행에 한발짝 더 다가간 선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30년 감축 목표를 2013년 대비 46%로 2/3 이상 높여 선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005년 대비 40~45% 감축을 약속했다.문재인 대통령도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 중단 방침을 언급하며, 2030년 감축 목표를 추가 상향해 연내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유엔에 제출한 상태다.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을 차지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선언한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장기 목표를 재천명하면서, 2025년부터 석탄 소비를 감축(phase down)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리더가 석탄소비 감축을 약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다른 개발도상국 정상들은 기후 위기 대응에 동감하면서도 공정한 정환을 위한 선진국의 원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나렌드 라모디 인도 총리는 선진국이 저소득국에게 약속한 석탄발전 대안마련 자금(수십억달러)의 집행을 요구했고, 세계의 허파 속에 위치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30년까지 아마존 열대우림에 대한 불법 벌채를 종식하겠다며 공정한 대가를 요구했다.국제사회 리더십, 기술경쟁력, 경제성장연계, 기후위기완화, 국제원조수혜 등 나라마다 속내는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기후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이는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금번 기후정상회의에는 미국, 중국, EU, 일본 등 전세계 75%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태라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하지만 문제는 실행의 담보다. 국제 사회는 밀린 숙제를 하기 위해 이제 겨우 시간표만 발표한 것과 같다. 지구의 시한을 고려할 때 미국이 4년 전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대신 기후정상회의를 소집했어야 했다.허비된 시간을 벼락치기로 만회하듯이 올해는 기후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정상회의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5월 P4G(녹색성장)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고, G7 및 G20를 거쳐 유엔 당사국총회가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다.올해 내로 각 국가별 감축목표 및 국제협력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하기 때문이다.시한이 있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10년 걸리는 백신을 1년내 만들어 낼 만큼 벼락치기가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것은,이 벼락치기의 결과를 우리의 아이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벼락치기라도 실행을 담보할 내재화가 중요한 이유다.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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