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 무거운 재무부담·대규모 자금조달…증설의 승부수 [장하은의 크레딧첵]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 개발·제조 전문 업체 심텍이 대규모 신규 시설투자에 나선다. 업계 안팎의 시선은 증설에 투입한 자금을 얼마나 빠르게 실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개선되고 있지만 과거 불어난 차입 부담은 여전히 무거운 상황이다. 여기에 상당한 규모의 신규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심텍은 최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2742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투자액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의 47.6%에 달한다. 투자 대상은 소형압축부착형메모리모듈(SoCAMM)과 미세회로공법(MSAP), 시스템반도체(System IC) 등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용 차세대 메모리 모듈인 SoCAMM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객사의 수요 전망이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추가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심텍이 대규모 증설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최근의 실적 회복이 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던 심텍은 지난해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심텍의 이자·세전이익(EBIT) 마진은 2024년 -3.8%에서 지난해 0.8%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는 3.2%까지 상승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도 2024년 3.2%에서 지난해 6.9%, 올해 1분기 8.6%로 개선됐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도 살아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OCF)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은 지난해 6.2%에서 올해 1분기 10.6%로 높아졌다. 본업의 회복이 손익 개선을 넘어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과거 업황 침체 과정에서 불어난 재무부담이 아직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텍의 올해 2분기 현재 부채비율은 183.1%, 차입금의존도는 40.1%다. 자기자본보다 부채가 약 1.8배 많고, 총자산의 40%가량을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30%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고 40% 이상부터는 경고 구간으로 본다. 총차입금/EBITDA는 4.5배, 순차입금/EBITDA는 4.3배다. 현재의 EBITDA가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는 데 4년 이상이 걸리는 수준이다. 영업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현재의 현금창출력과 비교하면 차입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재무상태를 종합해보면 심텍은 업황 회복으로 확보하기 시작한 재무여력을 차입금 축소에 집중하기보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다시 투입하는 선택을 한 셈이다. 문제는 투자재원이다. 이번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절반에 육박한다.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 이를 충당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심텍은 내부 유보자금과 외부조달을 병행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조달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구체적인 외부조달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 2분기 말 현금성자산(911억원)은 전체 시설투자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영업활동을 통해 추가적인 현금이 유입되더라도 기존 차입금 상환과 운전자본, 기존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감안하면 신규 투자를 자체 현금만으로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향후 어떤 방식으로 외부자금을 끌어오느냐가 재무구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차입을 늘릴 경우 총차입금과 이자비용은 함께 증가한다. 현재도 차입금의존도가 40%에 육박하는 만큼 추가 차입 규모가 커지면 최근 개선되고 있는 재무지표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메자닌 등 자본과 부채의 성격을 함께 가진 조달 수단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 차입보다 당장의 재무지표 부담을 조절할 여지가 있지만 향후 주식 전환 등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 발생한다. 더욱이 투자금은 단기간에 회수되지 않는다. 시설투자는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신규 설비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하기 전까지는 자금이 먼저 투입되고 그에 따른 재무부담을 심텍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영업현금흐름 개선 속도가 중요한 이유다. 기존 사업에서 충분한 현금을 만들어낼 경우 외부조달 규모를 줄이고 차입 증가도 억제할 수 있다. 반대로 실적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다면 투자 집행과 기존 금융부채가 동시에 재무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투자로 심텍의 연간 매출 생산능력이 약 4500억원 추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규 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수요가 뒷받침될 경우 이번 투자액을 웃도는 신규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SoCAMM 증설은 고객사의 수요 전망과 요청을 기반으로 결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에는 현재 생산능력으로 일정 기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추가 증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가 계획대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된다면 현재의 재무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고객사의 수요 전망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고 신규 설비의 가동률이 빠르게 올라와야 투자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하거나 가동률 상승이 지연되면 투자금 회수 기간 역시 길어진다. 증권가가 이번 증설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유지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증권사들은 증설 발표 이후에도 목표주가를 17만~19만원 수준으로 유지했다. 성장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실제 수주와 가동률, 실적 기여를 확인하기 전 추가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반영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심텍의 이번 증설은 현재 재무구조에 부담을 더하는 동시에 향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투자라는 양면성을 갖는다. 투자에 성공하면 늘어난 이익과 현금흐름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낮출 수 있지만, 실적 기여가 늦어지면 기존 차입 부담에 신규 투자 부담까지 더해질 수 있다. 향후 분수령은 조달과 회수다. 내년 말까지 필요한 투자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고 이 과정에서 차입과 금융비용 증가를 얼마나 억제할지가 관건이다. 이후 2028년 신규 생산능력이 실제 주문과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할 수 있는지가 심텍의 재무구조를 가를 전망이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잉여현금흐름(FCF) 개선을 감안하더라도 차입 외 추가적인 자금 조달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제외한 만큼 영구 전환사채 등 메자닌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증설 결정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자금 조달의 세부 내용이 중요하다"며 “조달한 자금 전액이 시설투자에 활용된다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 17만5000원과 전통기판주 가운데 심텍의 상대적인 주가 매력도가 높다는 기존 시각을 유지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에코프로 신용도 하방 압력 ↑…‘兆 단위’ 자금조달에도 차입 부담 여전 [장하은의 크레딧첵]

에코프로의 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이차전지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사이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무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자회사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충도 예정돼 있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금도 만만치 않다. 2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전날 에코프로 선순위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했지만 향후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부정적 전망이 붙었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등급을 유지하기보다 하향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다. 에코프로의 현 신용등급은 'A-'로 한 단계 하향될 경우 'BBB+'가 된다. 이 경우 투자적격등급은 유지하지만 A급에서 BBB급으로 등급 범주가 내려간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아지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질 수 있어 차입 부담이 큰 기업에는 추가적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 5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에코프로의 재무안정성 지표가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을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신평사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늘어나는 차입금과 이를 감당할 이익창출력이다. 에코프로 계열은 국내외 생산시설과 원재료 사업 등에 투자를 이어왔지만 2023년 하반기 이후 이차전지 업황이 꺾이면서 영업실적이 악화됐다. 현금창출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금은 계속 투입되고 있다. 실제 에코프로 계열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3년 말 2조6234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7018억원으로 불어났다. 2년 반 만에 2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1조2044억원에서 3조2074억원으로 늘었다. 차입금의존도는 34.7%에서 41.1%로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면 재무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하고, 40%를 넘어서면 경고 구간으로 평가된다. 나신평은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과 환경사업 등에 대한 신·증설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 규모가 제한되면서 계열 전반에서 현금흐름상 부족자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차입금을 뒷받침할 이익창출력 회복도 더디다. 에코프로 계열의 매출은 2023년 7조2602억원에서 이차전지 업황 악화가 본격화된 2024년 3조1279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3조4130억원으로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18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EBIT도 513억원에서 39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연간 EBIT는 2138억원으로 2024년 2930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지만.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게 신평사들의 중론이다. 나신평은 주력 계열사의 유형자산 내용연수 조정과 재고자산 평가손실 환입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 폭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불리한 정책 환경과 유럽 내 경쟁 심화,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여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기평의 판단도 비슷하다. 올해 6월 말 현재, 최근 12개월(TTM) 기준 에코프로의 순차입금 대비 조정 EBITDA는 7.5배다. 이는 한기평이 신용등급 하향변동요인으로 제시한 7배를 넘어선 수준이다. 주요 자회사 차입금 증가로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확대된 영향이다. 단기적인 재무부담 완화 요인으로는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가 꼽힌다.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10월 납입을 목표로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계획대로 완료되면 계열의 차입 부담 증가세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지주사 에코프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때문에 1조2000억원이 모두 계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에코프로가 부담할 금액은 약 5000억원 안팎으로, 한기평은 이를 제외한 외부 유입자금을 연결 기준 약 6708억원으로 추산했다. 조달 이후에도 대규모 자금소요가 이어진다. 에코프로 계열은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와 국내외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영규 나신평 수석연구원은 “지분 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와 국내외 시설투자, 운영자금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약화된 EBITDA 창출력과 제반 투자 부담을 감안하면 계열 전반의 재무부담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깨끗한나라, 투기등급 문턱…주가는 10년래 최저로 [크레딧첵]

종이·생활용품 업체 깨끗한나라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확대가 겹치면서 투기등급 문턱까지 밀려났다. 신용평가사는 영업현금창출력 저하와 과중한 차입 부담을 핵심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주가는 최근 10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깨끗한나라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신용등급(ICR)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CP) 등급도 A3에서 A3-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등급 하향 배경으로 ▲영업실적 악화 ▲영업현금창출력 저하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을 꼽았다. 특히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먼저 지목된 것은 본업 경쟁력 약화다. 한국기업평가는 “주요 제품의 수요 둔화에 따른 매출 부진과 원가 부담 확대에 따라 영업실적이 크게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수익성은 가파르게 악화됐다. 깨끗한나라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4년 5370억원에서 2025년 5082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는 -9억원에서 -226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92억원에서 54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EBITDA는 기업의 순수 영업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올해 들어서는 일부 회복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EBITDA는 25억원을 기록했다. EBITDA 마진도 2.0%로 지난해 1.1%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충분한 회복으로 보지 않았다. 1분기 기준 EBITDA 마진 2.0%는 여전히 등급 하향 변동요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신평사는 PS부문 적자 축소 등을 바탕으로 중장기 EBITDA 마진이 6%를 웃돌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는 향후 수익성 개선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실제 회복세가 이어질지, 또 차입 부담을 완화할 수준의 현금창출력 개선으로 연결될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와 투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이어지면서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2023년부터 청주공장 폐합성소각로 신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투자 규모는 약 650억원으로 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446억원이 집행됐다. 올해도 204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 확대는 현금흐름을 압박했다. 2024년 잉여현금흐름(FCF)은 -292억원, 2025년에는 -46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로 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부족한 자금은 결국 차입으로 메워야 했다. 일부 재무지표는 이미 경고 수준을 넘어섰다. 깨끗한나라의 올 1분기 말 현재 차입금의존도는 53.7%다. 차입금의존도는 전체 자산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30%를 넘으면 재무부담이 높다고 평가하고 40%를 넘으면 경고 구간으로 본다. 깨끗한나라의 경우 자산 절반 이상이 사실상 차입금으로 조달된 셈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80.5%다. 자기자본 100원당 부채가 280원이라는 의미다. 한국기업평가가 제시한 등급 하향 변동요인 중 하나가 부채비율 300% 초과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이 동시에 높다는 점이 문제다. 부채비율만 높은 경우에는 매입채무 등 상거래성 부채 영향일 수 있다. 그러나 차입금의존도까지 50%를 웃돈다는 것은 금융기관 차입 비중 자체가 높다는 의미다. 결국 이자 부담이 구조적으로 크다는 뜻이다. 수익성이 조금만 흔들려도 재무 안정성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는 구조다. 차입 부담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3월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31.6배다. 이 지표는 현재 수준의 현금창출력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보여준다. 깨끗한나라의 경우 현재 수준의 EBITDA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조헌성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매출부진과 비용부담 상승 등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됐다"며 “영업현금창출력이 저하된 가운데, 투자 확대로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흐름은 시장의 낮아진 기대를 보여준다. 깨끗한나라 주가는 2021년 4월 장중 93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고 이달 들어서는 1400원대까지 떨어지며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관건은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향후 EBITDA 마진 6% 이상 회복 여부를 핵심 모니터링 요인으로 제시했다. 수익성이 개선돼야 차입금을 줄일 수 있고, 그래야 재무 안정성도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는 수익성 회복과 재무 안정성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원가 구조 개선과 비용 효율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현금창출력 개선과 운전자본 관리 강화를 통해 차입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개선에 무게를 두겠다는 포석이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원가 구조 개선과 비용 효율화,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생산·운영 효율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수익 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무 안정성 확보를 중요한 경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을 통한 현금창출력 확대와 운전자본 효율화, 현금흐름 관리 강화를 통해 재무 부담 완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차입금 규모뿐 아니라 유동성과 만기 구조 등 재무 건전성 전반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풍산, K-방산 축제장서 꺼내든 ‘매각’ 카드…승계 딜레마에 저당 잡힌 미래 [크레딧첵]

풍산이 쥔 가장 강력한 패이자 'K-방산' 열풍의 주역인 '탄약(방산)'이 오히려 경영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풍산의 역설'이다. 최근 불거진 방산 부문 매각설을 통해 경영진이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메기'를 경영권 승계라는 사적 이익을 위한 '현금교환권'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속내가 시장에 노출됐다. 언제든 다시 팔 수 있다는 불신이 확산되면서, 성장 기대감은 커지는데 주가는 뒷걸음질 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풍산은 신동(구리 가공)과 방산(탄약) 두 사업을 영위한다. 매출 비중은 신동이 크지만, 이익의 본질은 방산에 있다. 2021년 방산부문 세전이익은 1247억원이었다. 2025년에는 2108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신동부문 세전이익은 1828억원에서 21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방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한다. 방산이 없으면 풍산은 구리 가격에 흔들리는 평범한 소재 업체다. 풍산의 시계는 최근 급격하게 요동쳤다. 지난 3월, 시장에는 풍산이 방산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지분 38%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22년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한 달 만에 철회했던 물적분할 시도 이후 약 4년 만에 재등장한 분리 카드였다. 하지만 지난 9일, 풍산은 공시를 통해 “탄약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바 없다"며 공식적으로 중단 의사를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모양새지만, 시장은 이 '무산'의 과정에 주목한다. 단순히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된 것이 아니라, 풍산이 가진 지배구조의 치명적 약점이 수면 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류진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류성곤) 씨가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현행 방위사업법상 국내 방산업체의 경영권을 행사하거나 최대주주가 되는 데 엄격한 법적 제한을 받는다. 즉, 풍산의 본업이자 핵심 수익원인 방산을 물려받을 방법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 결국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방산을 매각해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리 가공업인 신동 부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승계 시나리오다. 시장은 이번 매각 시도의 배경을 기업 비전보다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읽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에게 방산을 물려줄 수 없는 법적 제약이 매각 검토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주식시장이 이번 매각설을 'Management Risk(매니지먼트 리스크·경영진 리스크)'로 규정하는 이유다. 매각 무산 공시 당일인 지난 9일, 풍산을 바라보는 시장 시각은 극명하게 갈렸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은 상향됐고,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하향됐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상환 능력'을 보는 채권시장과 '성장 가치'를 보는 주식시장의 온도 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풍산의 장기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방산부문 수출 확대를 바탕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됐고, 확대된 현금창출능력을 토대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어 21일에는 한국신용평가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1으로 함께 올랐다. 장기신용등급 AA-는 채권시장에서 우량채로 분류되는 기준선이다. 등급 하나 차이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가능 여부가 달라지고 조달 금리도 낮아진다. 두 신평사의 등급 상향 논리는 같았다. 방산부문이 만들어낸 이익창출력이다. 나신평은 지난해 통상임금 소급 적용, 미국 스포츠탄 관세 부담에 따른 현지 수요 위축 등의 악재에도 연결기준 5.9%의 영업수익성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김형진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최근 동남아 중동 등 지역에서 소구경탄 매출이 확대되었으며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규모가 확대됐다"며 “자주포 탱크 등 무기체계 수출 시 대구경탄 매출이 함께 발생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단기적으로 높은 수출 비중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신평은 전기동(LME Copper) 가격 변동 영향이 컸던 2021년을 제외하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3년 이전 2개년 평균 약 2300억원에서 2024년 이후 2개년 평균 약 3100억원으로 늘었다는 수치를 근거로 들었다. 권혁민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방산부문의 안정적인 내수 수요 기반과 해외 수출을 통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통해 신동부문의 실적변동성을 완화하는 등 사업포트폴리오 효과에 기반한 양호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2년 한국기업평가가 A에서 A+로 올렸을 때도 이유는 같았다. 방산이 커질수록 신용등급도 올라갔다. 재무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말 현재 연결기준 부채비율 88.4%, 차입금의존도 24.9%, 순차입금/EBITDA 1.9배, EBITDA/이자비용 11.5배. 신평사 기준으로 모두 우수한 수준이다. 모두 방산부문 성장으로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영향이다. 그러나 두 신평사 모두 등급을 올리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한신평은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사업구조 개편 및 방산부문 매각 가능성"을 명시하고 “향후 추가적인 의사결정 또는 실행 여부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 및 재무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신평도 방산부문 매각 등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을 등급변동 핵심 모니터링 항목으로 올렸다. AA-를 주면서 동시에 “방산이 빠지면 즉각 재검토"라는 조건을 명확히 단 것이다. 채권시장도 신평사와 같은 계산을 했다. 매각 무산 공시로부터 열흘 뒤인 이달 16일, 풍산이 내놓은 3년물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3300억원이 몰렸다. 모집액의 3.3배다. 투자자들은 통상적인 시장 기준금리보다 낮은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풍산 채권에 돈을 넣었다. 금리가 낮을수록 발행사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투자자 수익률은 낮아진다. 그럼에도 뭉칫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풍산의 신용도와 상환 능력을 높게 봤다는 신호다. 실제 발행액은 1200억원으로 증액됐다. 한 시장 전문가는 “신용등급은 채무 상환을 못하는 부도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고, 신용등급 상승과 기업가치 극대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자에게 방산 유지는 이익창출력 안정, 즉 채무상환 능력 우수를 의미한다. 주식 투자자가 보는 성장 스토리와는 출발점이 다르다. 회사가 방산을 팔지 않겠다고 한 날 신평사는 등급을 올렸고, 채권시장에는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달랐다. 성장 기대감은 올라가는데 목표주가는 내려갔다. 경영진은 믿을 수 없고, 성장 의지도 없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풍산은 숫자만 보면 성장성이 나쁘지 않은 기업이다. 삼성증권은 풍산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13% 웃돌 것으로 봤다. 그런데 목표주가는 16만7000원에서 14만원으로 16% 내렸다. 실적이 좋아졌는데 목표주가는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숫자 밖에 있었다. 삼성증권은 풍산의 방산 매각 이슈에 대해 “정황상 어느 정도 매각을 검토했다고 여겨지는 바, 경영진 신뢰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어 매각 가능성을 경영 리스크로 규정하고 방산 사업에 매기던 경쟁사 대비 가치할인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리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다. 앞으로 벌 돈이 줄어들거나, 그 돈을 시장이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거나다. 이번엔 전자가 아니었다. 풍산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 추정치는 그대로였다. 시장이 그 이익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이다. 경영진을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내렸고, 그것이 고스란히 목표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실적 하락이 아니라 신뢰 하락이었다. 현재 풍산 PER는 약 12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방산 대표 기업들의 평균인 39배와 비교하면 70% 가까이 싸게 거래되고 있다. 방산 기업인데 방산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 있다. 신평사들은 “2025년 주요 투자가 마무리돼 설비투자 규모가 감소할 것"을 재무안정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전 세계 탄약 수요가 폭증하는 K-방산 호황기에, 경쟁사들이 생산 설비를 늘리는 것과 반대로 풍산은 투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업을 더 키울 의지가 없다는 신호이거나, 지금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니 팔겠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채권 투자자들은 이를 빚 갚을 능력이 좋아진다는 신호로 읽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읽었다. 매각설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풍산 주가는 최근 3개월간 2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고점 대비로는 30% 이상 빠졌다. 매각 관련 단독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3일 풍산 주가는 종가 기준 13% 급등했다. 그러나 다음 날 보도가 나오자 오히려 15% 급락했다. 삼성증권 백재승 연구원은 “본업 실적 흐름은 꾸준할 것"이라면서도 “방산사업부 매각 이슈 이후 경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을 믿되, 경영진은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방산 매각 자체가 문제냐는 물음에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문제는 매각이 아니라 가격과 방식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풍산이 방산을 정리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며 “결국 가지고 있는 자산을 충분히 제값 받고 파느냐가 문제인데, 당초 거론되던 지분 38%에 1조5000억원은 솔직히 풍산에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2022년 물적분할과 이번이 다른 이유도 짚었다. “당시에는 방산 신설법인을 비상장으로 두겠다고 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나왔던 것"이라며 “인적분할 후 매각이라면 주주들이 분할신설회사 주식을 직접 들고 있으니 방산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같은 맥락에서 봤다. “미래가치를 잘 포장해서 비싸게 팔면 풍산 주주에게 이익"이라며 “방산이니까 비싸게 팔 수 있는 것이지, 일반 제조업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가격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요 테마에서 탈락한다는 것은 타격이 맞지만, 지금 시총이 2조8000억원인데 그 타격을 상쇄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게 받으면 문제가 없다.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돈이 부족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숫자가 이 모순을 드러낸다. 한국투자증권은 풍산 방산부문의 적정 가치를 4조2560억원으로 추산했다. 풍산 전체 시가총액 약 2조8000억원을 1조4000억원 이상 웃도는 수치다. 방산만의 가치가 회사 전체보다 크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시장은 그 가치를 풍산 주가에 온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 방산이 커질수록 팔아야 할 이유도 커지고, 팔려고 시도할수록 주가 할인이 깊어지는 구조적 딜레마다. 이번 매각 시도가 드러낸 본질을 시장은 이렇게 짚는다. 경영진이 방산을 '어떻게 키울지'가 아니라 '얼마에 팔지'를 고민했다는 것이 노출됐고, 그 불신이 주가 할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IB 한 관계자는 “이번 매각 시도에서 풍산 경영진이 장기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 뼈아프다"며 “기업가치를 높여서 비싸게 팔려는 생각만 했을 뿐, 방산을 어떻게 더 키울지는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게 이번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방산 없는 풍산은 그냥 구리 가공 업체"라며 “지금처럼 주식시장 전체가 오르는 국면에서 주요 테마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했다. 한편 본지는 이번 사업구조 개편 논란과 지배구조 리스크에 대해 입장을 확인하고자 ▲지배구조 리스크에 따른 가치할인 해소 방안 ▲방산 매각 재추진 가능성의 진위 ▲매각 시 특별 배당 등 주주환원 계획 ▲CAPEX 축소에 따른 향후 성장 전략 ▲오너 3세의 외국 국적에 따른 경영권 제한 규제 대응책 ▲승계 구도와 방산 매각의 상관관계 등 6개 항목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풍산 측은 “회사의 입장 및 전달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현대로템, 우량등급 안착…K2전차가 바꾼 재무 지형 [크레딧첵]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이 상향됐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뀐 지 반년 만이다. K2전차 수출이 차입금을 소멸시키고 영업이익률을 6배 끌어올린 결과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현대로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기업어음·단기사채 등급을 'A2+'에서 'A1'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다. AA-는 국내 신용등급 체계에서 사실상 대형 우량 기업군의 진입 문턱으로 여겨진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상향의 근거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양질의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장기 수익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 등 자금 소요에도 확대된 이익창출력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뒷받침됐다. 사실 이번 등급 상향은 업계에서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수주잔고 확대를 기반으로 잇따라 신용등급 상향을 받아온 흐름 속에서, 현대로템 역시 지난해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조정되며 상향 시점만 남아 있던 상태였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 집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현대로템의 방산 부문 합산 수주잔고는 2021년 말 1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51조4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현대로템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방산(디펜스솔루션), 철도(레일솔루션), 환경플랜트(에코플랜트)로 구성된다. 지난해 연결 매출 기준 비중은 각각 55%, 36%, 9%다. 이 중 디펜스솔루션 부문이 전사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축이다. 전환점은 2022년이었다. 폴란드 군비청과 K2전차 180대를 포함한 1차 계약(33.6억달러·한화 약 5조원)을 체결하면서 수주잔고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한 방은 지난해 8월 체결된 2차 계약이다. K2전차 261대와 군수지원·탄·기술이전 등을 포함해 총 64.6억달러(10조원) 수준이다. 납품 일정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로 장기 수익원이 확보됐다. 전사 수주잔고는 2020년 말 약 9조원에서 작년 말 31조원으로 5년 새 세 배 이상 불어났다. 디펜스솔루션 부문만 따지면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7배 이상 확대됐다. 레일솔루션 부문도 수주잔고 확대에 힘을 보탰다. 모로코·호주 전동차, 미국 LA 메트로, 이집트 카이로 전동차, GTX-C 노선 전동차 등 대규모 국내외 수주에 힘입어 2025년 말 레일솔루션 수주잔고만 19조원에 달한다. 숫자가 체질 변화를 증명한다. 매출액은 2021년 2조8725억원에서 지난해 5조8390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02억원에서 1조56억원으로 12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서 17.2%로 수직 상승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 역시 5.0%에서 18.8%로 올라섰다. 방산 물량 특유의 높은 채산성이 전사 수익성을 통째로 끌어올린 결과다. 재무 구조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총차입금은 2020년 1조1693억원에서 지난해 1324억원으로 5년 만에 89%가 줄었다. 차입금의존도는 27.9%에서 1.4%로 급격히 줄었다. 총차입금을 EBITDA로 나눈 비율은 6.8배에서 0.1배로 떨어졌다. 예전엔 빚을 갚는 데 7년 가까이 걸렸다면, 지금은 한 달이면 된다는 의미다. EBITDA 대비 이자비용 배율은 2020년 4.3배에서 지난해 139.1배로 치솟았다. 이자 부담이 사실상 소멸됐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206.4%로 2024년(163.1%)보다 늘었다. 다만 이는 폴란드 2차 계약금으로 수령한 선수금 약 2조원이 계약부채로 계상된 탓이다. 실제 재무 악화가 아닌 대규모 선수금 수령에 따른 회계적 착시다. 작년 말 현재 순현금은 1조원이며, 올해 초 폴란드 2차 계약금으로 약 3조원을 추가 수령했다. 실질 재무안정성은 오히려 더 개선된 상태다. 다만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등급 상향과 함께 중점 모니터링 포인트도 명시했다. 우선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수출 지역 다각화가 실제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는지가 첫 번째 관건이다. 현재 수출의 상당 부분이 폴란드에 집중돼 있어, 이라크·사우디·UAE 등 중동 국가로의 확장 속도가 수주잔고의 질을 결정한다. 레일솔루션 부문의 수익성 변동성도 변수다. 2024년 해외 프로젝트에서 추가 원가를 반영하며 4년 만에 부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EMU-320 고속철 프로젝트 본격화로 수익성이 회복됐지만, 해외 프로젝트 특성상 환율·규제·지정학적 리스크는 상존한다. 창원 방산공장과 철차공장의 대규모 보완투자(2026~2028년 1조원)에 따른 재무 부담 확대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채선영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수주물량의 양적·질적 저하나 레일솔루션 부문의 비용 상승으로 이익창출력이 저하되고, 운전자본과 투자자금 소요로 재무부담이 확대돼 조정차입금 대비 EBITDA 비율이 6배 이상 지속될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의 전차 기술이전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다하고 있으며, 추가 수출 기회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며 “철도 부문 역시 그동안 여러 차례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대외환경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무림페이퍼, 빚더미에 눌린 수익성…신용등급 강등 ‘경고등’ [크레딧첵]

종이·제지 전문업체 무림페이퍼가 재무 구조 악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펄프 가격 약세와 수출 판매량 감소, 대규모 시설투자 후폭풍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꺾였다. 이에 신용평가사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굴리는 구조 속에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이다. 업황 반등 없이는 재무 체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무림페이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등급 자체가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전망 하향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펄프 가격 약세에 따른 이익창출력 악화다. 펄프 가격은 지난 2023년 톤당 713달러, 2024년 773달러로 일시 반등했다가 지난해 679달러로 다시 내려앉았다. 문제는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친환경 보일러 신규 도입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설비 가동이 멈추면서 펄프와 제지 부문의 생산량이 줄었고, 중국·동남아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의 판매량도 감소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으로 고정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수익성이 복합적으로 악화됐다. 시설투자 부담도 재무 구조를 짓눌렀다. 무림페이퍼는 2023년 이후 울산공장 친환경 고효율 보일러 시설 교체 등을 위해 연평균 1800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집행했다. 수치는 재무 부담이 단순한 우려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급감이다. 무림페이퍼의 EBITDA는 2024년 1844억원에서 2025년 955억원으로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94억원에서 60억원으로 급감했다. 외형보다 이익창출력이 훨씬 가파르게 훼손된 셈이다. 수익성 저하는 곧바로 최종 손익 악화로 이어졌다. 무림페이퍼는 지난해 2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이 60억원에 그친 반면 이자비용은 400억원을 웃돌면서, 영업단의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된 모습이다. 재무지표도 부담이 크다. 차입금의존도는 61.1%까지 상승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40%를 넘어서면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해석하는데, 60%를 웃돈다는 것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리 변동이나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경우 재무 부담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부채비율 역시 270.6%로 높다. 제조업 기준으로 200% 이하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수치는 자본 대비 부채 부담이 상당한 구간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동시에 높다는 점은 단순한 운전자금 부담과는 결이 다르다. 매입채무 등 상거래성 부채가 아니라 금융기관 차입 비중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자 부담이 구조적으로 크다는 뜻이고, 수익성이 추가로 흔들릴 경우 이자상환능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다. 총차입금 대비 EBITDA 배수도 부담 수준이 높다. 총차입금을 EBITDA로 나눈 값은 16.5배로 집계됐다. 현재 수준의 이익창출력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16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다. 설비투자 부담이 큰 제지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보기 어려운 수치다. 한신평은 대규모 CAPEX가 일단락된 만큼 순차입금이 앞으로 추가 급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차입이 더 늘지 않더라도, 이미 낮아진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재무 부담이 여전히 무겁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표 개선 속도는 당분간 더딜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핵심 변수는 펄프 가격 반등 여부다. 다만 펄프 가격이 반등하더라도 실적 회복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문창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무림페이퍼 영업실적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펄프 가격이 일정 수준 반등하는 경우에도, 국내외 인쇄용지 수급 저하와 목재칩 가격 상승, 고정비 부담 증가로 악화된 수익구조가 이익창출력 회복의 폭을 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림페이퍼 측은 지난해 실적 둔화가 펄프 가격 하락과 계열사인 무림P&P의 수익성 저하, 설비 가동 중단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바이오에너지 생산 설비인 친환경 회수보일러 연결 공사 과정에서 생산이 일시 중단되면서 전반적인 이익창출력이 약화됐지만, 이는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올해 들어 펄프 가격 반등과 설비 정상화, 환율 환경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 개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펄프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면 펄프와 종이를 동시에 생산하는 사업 구조상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신규 친환경 회수보일러가 본격 가동되면 전기와 스팀 등 에너지 생산 효율이 개선되면서 연간 EBITDA 기준 약 500억원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비중이 약 50% 수준인 만큼 최근 환율 환경도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외부 환경과 내부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반영되면서 재무지표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좀비기업’ 뉴인텍, 또 유증 카드…주주 신뢰 한계 시험대 [크레딧첵]

전기차(EV)·신재생에너지 수혜주로 꼽혀온 필름 커패시터 업체 뉴인텍이 또 한 번 주주에게 손을 벌렸다. 13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전방 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뉴인텍의 재무 구조는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이 구조 개선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한 차례 연명에 그칠지 주목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인텍은 128억4600만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방식은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진행된다. 예정 발행가액은 보통주 1주당 1736원에 740만주가 신규 발행될 예정이다. 신주발행가액은 무상감자(5대1)를 반영한 예정발행가액을 기준으로 25%의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했다. 자금 사용 목적은 시설자금 40억원, 운영자금 70억원, 채무상환자금 18억원으로 구성된다. 시설자금은 주요 고객사의 친환경 차량용 커패시터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화라인 증설에 투입된다. 운영자금은 OPP FILM, 케이스, 버스바 등 주요 원재료를 사전 확보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회사 측은 오는 3분기부터 4분기까지 총 95억원 규모의 원재료를 구입할 계획이며, 이 중 70억원을 이번 유증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자체 자금으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채무상환자금 18억원은 기발행된 제16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 상환에 사용된다. 해당 전환사채의 당초 발행총액은 50억원이며, 이 중 32억원은 이미 전환청구가 완료돼 상장된 상태다. 잔여 발행액 18억원을 이번 유증 자금으로 일괄 상환함으로써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부채비율을 일부 낮춘다는 구상이다. 뉴인텍은 자동차용·전력용 커패시터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EV·에너지저장장치(ESS)·인버터용 DC-Link 커패시터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현대차·기아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대응 전용 라인까지 갖추고 있다. 전방 산업은 이미 수년째 고성장을 달려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1400만 대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운행 중인 전기차는 2018년 대비 6배 이상 늘어난 4000만 대에 달한다. 글로벌 EV 시장이 2021년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뉴인텍도 외형 확대 기대는 꾸준히 유지돼 왔다. 실제 뉴인텍의 매출액은 최근 4년간 8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매년 소폭이나마 성장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최근 수년간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2022년부터 현재까지 30억~6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8배, 2023년 -7배, 2024년 -4배, 2025년 -5배로 4년 연속 1배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배 미만이면 '좀비기업(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뉴인텍은 이미 이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필름 커패시터 밸류체인에 속한 성문전자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성문전자는 금속증착필름 등 소재 사업을 기반으로 2021~2022년 각각 54억원, 43억원의 EBITDA를 기록한 뒤에도 20억~30억원 수준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 성문전자가 소재 중심의 업스트림 사업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동일 밸류체인 내에서도 수익 구조에 따라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무 지표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뉴인텍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83.1%에 달한다. 2022년 342.9%까지 치솟았다가 2023년 유상증자 직후 139.6%로 낮아졌지만, 이후 가파르게 반등해 당시 수준을 넘어섰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부채비율은 100%를 안전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5.4%, 단기차입금의존도 역시 33.2%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차입금의존도는 업종마다 다르지만 30%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판단한다. 이 비율이 3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이 총자산 대비 빌린 돈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으로, 업황 악화 시 이자 부담이 커져 재무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20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5억원에 불과하다. 결손금 누적도 심각하다. 2023년 223억원이던 결손금은 2024년 290억원, 2025년 415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재고자산도 2022년 128억원에서 2024년 145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재고회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제품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020년 2배에서 2021년 5.3배로 급등한 뒤, 2022년부터는 분모인 EBITDA 자체가 마이너스로 전환돼 지표 산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차입 부담을 가늠하는 것 자체가 의미를 잃었다는 뜻이다. 뉴인텍의 자본 조달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30억원)를 시작으로 2019년 주주우선공모(시설자금 62억원·운영자금 80억원), 2023년 8월 주주배정 유상증자(261억원 조달)에 이어 이번 증자까지, 최근 5년간 유상증자와 주권관련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 약 511억원에 달한다. 2023년 증자 당시에는 99.75%의 청약률을 기록하며 주주들의 신뢰를 확인했다. 당시 뉴인텍은 군산공장 자동화라인 증설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45만 대에서 180만 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차·기아 차세대 플랫폼 대응은 물론 독일계 상용차 및 건설장비 제조사 ZF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현재, 수익성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고 재무 부담은 오히려 더 가중됐다. 잦은 자본 조달은 최대주주 지분 희석으로도 이어졌다. 2018년 말 23.78%에 달했던 장기수 대표의 지분율은 2022년 말 19.83%, 2025년 말에는 14.88%(특수관계인 포함 15.52%)까지 낮아졌다. 이번 유상증자가 청약 미달로 이어질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대표주관사가 잔여주식을 인수할 경우 뉴인텍은 기본 인수수수료(발행금액의 2.0%)에 더해 잔여주식 인수금액의 20.0%에 해당하는 실권수수료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실제 유입되는 자금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뉴인텍은 전방 산업의 구조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지속되며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유증이 실적 개선 없이 단순 유동성 보충에 그친다면 향후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인텍은 실적 악화가 단순한 수익성 문제를 넘어 상장 지위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뉴인텍은 작년 말 기준 최근 5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결과, 지난달 19일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은 주가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은 물론, 자본시장 내 자금조달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실상 악순환의 시작점이 된다.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 비율이 83.63%로 기준치(5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비율이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서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만큼, 올해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지정 요건에 걸린다. 자본잠식률도 43.48%로 기준선(50%)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동전주 관련 상장폐지 리스크도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일 기준 주가는 315원으로,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강화한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회사 측은 5대1 무상감자를 통해 주당 단가를 끌어올리고 자본잠식률을 일부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한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인텍도 이러한 위험성을 투자자들에게 직접 고지하고 있다. 뉴인텍은 증권신고서에서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인해 자본잠식이 심화되어 관리종목 지정사유에 해당되거나, 주가 변동성으로 인해 동전주 관련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의 유의를 당부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지주 ‘우량 등급’ 뺏은 롯데케미칼, 적자폭 또 확대… “끝이 안 보인다” [장하은의 크레딧첵]

▲크레이씨(CRAiSEE) 롯데그룹의 핵심 기둥인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미 수년간 이어진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이 반영되며 롯데지주 등 그룹 전반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적자 규모가 오히려 확대되자 시장의 우려가 더 깊어지고 있다. 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에서 신용도의 추가 하락을 압박하는 재무 리스크의 핵심으로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 5일과 6일, 단 이틀만에 16% 가까이 급락했다. 4일 종가 기준 8만5400원이던 주가는 6일 7만2900원까지 밀렸다. 단기간에 500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적 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주가 급락의 주요 원인은 실적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4일 오후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18조4830억원, 영업손실 943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1% 감소했고, 적자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이로써 2021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규모는 최대치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2022년 7627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1억원이다. 특히 4분기 부진이 컸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액 4조7099억원, 영업손실 43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었으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2337억원에서 85.7% 확대됐다. 이는 시장 추정치(컨센서스) -2350억원 대비로도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단기적인 실적 회복 가시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화학 시황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주가는 연초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최근 한국 증시 전반의 강세를 감안하면 상승 폭은 사실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공급 축소에 대한 기대감과 현재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뚜렷한 반등 모멘텀 역시 부재한 구간으로 판단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4분기 실적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악화와 인니 LCI 초기 가동 비용 부담으로 인해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며 “1분기에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글로벌 화학 업종 구조조정 기대감으로 주가 하방 압력은 제한적이나, 단기적 반등 모멘텀도 부재하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을 둘러싼 업황 환경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석유화학 산업을 단순한 경기 하락 국면이 아닌 '구조적 저점' 구간으로 평가했다. 수요가 더 이상 급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성이 회복되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수요 측면에서 일부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공급 구조는 여전히 과잉 상태다.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공급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급 불균형이 누적돼 왔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업황 반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다. 중국 업체들은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내수 시장을 넘어 수출까지 겨냥한 증설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수급 균형은 크게 훼손됐다. 시장에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공급 물량이 누적돼 있다. 단기간 내 이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러한 공급 구조를 감안할 때 석유화학 제품의 수급 환경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가동 중인 설비 규모가 방대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부 프로젝트는 향후 수년간 추가 물량을 시장에 유입시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공급 조정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스프레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과잉 국면은 롯데케미칼과 같은 범용 석유화학 업체에 특히 불리하다. 범용 제품은 '가격을 내가 못 정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경쟁이 심해질수록 수익성을 지키기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업체들의 자급률 상승 추세가 지속되는 한, 주요 제품 스프레드가 과거 평균 수준을 회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순한 경기 회복 여부와는 다른 문제다. 산업 구조 자체가 과거와 달라졌다는 인식에 기반한 평가다. 과거와 같은 업황 반등을 전제로 한 실적 회복 시나리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비효율 라인 가동 중단이나 비용 절감과 같은 내부 대응만으로는 구조적인 마진 압박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일부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전반적인 스프레드 수준이 낮은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현재의 업황은 '바닥 통과'라는 표현보다는 저수익 구조가 장기화되는 국면에 가깝다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수요 급락이 멈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공급 과잉과 산업 구조 변화라는 제약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적과 현금창출력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문아영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롯데케미칼의 주요 제품인 올레핀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산업 내 생산능력 확대가 누적되어 왔고,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동안 비우호적인 산업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향후 주요 제품 스프레드는 당분간 과거 대비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에 연동하여 회사의 수익성 개선 폭 역시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은 이미 롯데그룹 전반의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진 상태다. 지난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우량 등급의 상징이던 AA 밴드에서 이탈한 것이다. 화학 등 핵심 계열사들의 수익성 저하와 현금창출력 약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다. 롯데지주의 신용도 하락은 롯데케미칼과 궤를 같이한다. 지주회사 구조상 롯데지주의 핵심 수익원은 계열사로부터의 배당금이다. 그러나 그룹 자산의 43%, 매출의 49%를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이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유입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 2022년부터 시작된 신용도 하방 압력은 결국 등급 강등으로 이어졌고, 이후에도 적자 폭이 더 확대됐다는 점이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롯데케미칼발 크레딧 리스크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전환되면서 롯데물산,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들의 등급과 전망도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 계열 통합 신용도가 하락하며 그룹 전반의 조달 여건이 악화되는 구조다. 지주사의 재무 지표 역시 악화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19조원대에서 2025년 9월 말 기준 30조원을 넘어섰다. 이중레버리지 비율도 176.2%로 권고치인 15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계열사는 부진한 반면, 신사업 투자와 계열 지원 부담은 지주사에 집중되며 재무적 탄력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A+ 등급은 원리금 상환 능력은 인정받지만, 경기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등급이다. 기관투자가들의 선호도는 낮고,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 차례 등급이 하향된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적자 확대가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신용도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자산 매각 등 외부 현금 유입을 제외하면 재무 부담의 유의미한 완화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은 롯데그룹 전반의 크레딧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학 부문이 구조적 저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롯데의 신용도 역시 당분간 하방 압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민호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주력 계열사의 신용도 변화 여부, 자체·계열 합산 재무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후순위성 변동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롯데케미칼 등 핵심 계열사의 신용도 변화는 롯데지주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LG에너지솔루션, 흑자 전환에도 커진 차입 부담… 이익보다 무서운 이자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가 1월 들어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60만원 선을 오가던 목표가는 이제 40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전기차(EV) 부진의 시름이 실적과 주가로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차전지 업황은 단기 반등의 신호보다 구조적 둔화의 징후가 더 뚜렷하다. EV 수요 회복 시점은 반복적으로 늦춰지고 있고, 시장이 기대했던 성장 궤적은 점점 완만해지고 있다. 업황이 다시 살아나기 전까지 실적과 재무 모두에서 버텨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 판단 역시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흥국증권·유진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약 10곳이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불과 지난해 11~12월 목표주가가 60만원대까지 상향됐던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당시에는 북미 투자 확대와 중장기 수주 가시성이 성장 기대를 떠받쳤지만, 지금은 같은 요인이 비용 부담과 실적 불확실성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목표주가는 대체로 40만~50만원 초반대로 내려왔으며, 유진투자증권이 41만원으로 가장 보수적인 수준을 제시했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흥국증권은 40만원대를, 나머지 증권사들은 50만원 초반대를 목표가로 제시했다. 증권업계가 일제히 목표가를 낮춰 잡은 배경에는 예상보다 깊어진 EV 시장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58만원에서 41만원으로 29% 하향 조정했다. 포드와 푸르덴베르크 등 주요 고객사와의 13조5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 해지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하며 2026~2027년 실적 전망치를 낮춰 잡은 결과다. 특히 수주 잔고 120GWh를 돌파한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EV 라인의 ESS 전환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 수익성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원 수준으로 하향하고, 목표주가 산출 시에도 보수적인 멀티플을 적용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 파워 시스템과 체결했던 EV 배터리 공급 계약을 상호 합의로 종료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약 3조9000억원이다. 전체 계약금액 가운데 실제 이행된 물량은 4% 수준에 그쳤으며, 거래 상대방이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이에 앞선 같은달 17일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EV 전략을 조정하면서 약 9조6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두 계약 해지 공시의 간격은 9일에 불과했다. 이 기간 취소된 계약 금액만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계약 기간을 감안하면 연평균 기준으로는 2조원 초반대의 매출 경로가 사라진 셈이다. 설립 이후 공급 계약 해지 사례가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두 차례 대규모 계약이 취소된 것은 이례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시장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한 건씩 계약이 무산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EV 시장 둔화가 신규 수주뿐 아니라 기존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둔화된 매출 흐름 위에 추가적인 공백이 더해지는 구조다. 흥국증권은 중저가 EV 시장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목표주가를 48만원으로 종전 대비 11% 낮췄다. 2025년 4분기 잠정 영업손실이 122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한 점이 주요 근거다. 전 분기 일회성 이익이 소멸된 가운데 EV 판매 감소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는 평가다. EV용 중대형 전지 부문의 실적 부진이 전사 수익성을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전방 산업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 심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차전지 산업은 EV 캐즘이라는 구조적 장벽에 직면해 있다. 시장의 시선도 빠른 성장 재개보다, 침체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 “2025년 4분기 영업적자는 전분기 일회성 이익 소멸과 EV 판매 감소 영향에 기인한다"며 “ESS 고성장은 긍정적이지만 EV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만 놓고 보면 적자 탈출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9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1조5000억원에 달했던 2023년에 견줘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러나 재무 지표를 함께 보면 상황은 다르다. 차입 부담이 훨씬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은 22조7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50% 증가했다. 그간 안정권을 유지하던 재무 지표도 변곡점을 지났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부채비율은 125.3%로 전년 말 94.7% 대비 30.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3.9%로 25.5%에서 8.4%포인트 상승했다. 차입금의존도의 경우 통상 안정권으로 분류되는 30%를 넘어섰다. 실적 회복보다 빠른 재무 레버리지 확대가 신용도 관점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이유다. 차입 확대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금융비용은 626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542억원에 그쳤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약 4배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이익 창출력이 차입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총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가동률 저하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은 지연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총차입금/영업활동현금흐름(OCF) 배수는 2021년 2.1배에서 지난해 3분기 현재 4.4배까지 높아졌다. 이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대비 차입금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EV 수요 둔화로 현금창출력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로 차입이 늘면서 부채 상환에 필요한 기간이 구조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업현금흐름이 실질적인 재무 완충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차입 부담은 향후 실적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신용도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력 시장인 미국의 수요 역성 우려와 신규 공장 고정비 부담으로 배터리 셀 업체의 부진한 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수요 둔화에 대응해 업체별로 투자 속도와 규모를 조절하고 있지만, 약화된 이익창출력과 LFP·ESS로의 전환 비용, 금융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과중한 재무 부담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 대해 업황 회복 지연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EV 수요 회복 시점이 반복적으로 후행 조정되면서 배터리 셀 업체들의 가동률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변동성과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실적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기 경기 둔화가 아니라, 수요 구조 변화가 동반된 장기 조정 국면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ESS는 EV 수요 둔화를 만회할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SS 판매는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배터리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에 그친다. EV 수요 공백을 메울 결정적 대안보다는 실적의 하단을 방어하는 완충재에 가깝다는 평가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미 집행된 상황에서 가동률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감가상각비와 고정비 부담은 계속 손익을 압박한다. 설비투자 축소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이익창출력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재무 부담 완화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업황 회복이 지연될수록 재무적 체력 소모는 누적된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완성차 업체들의 협상력 강화 역시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술 경쟁력만으로 가격 압박을 상쇄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는 평가다. 업계 전반의 수익성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외형 성장보다 이익 창출력 회복이 선행돼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흑자 전환만으로는 확대된 재무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현금창출력 개선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민원식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ESS 시장은 국내 이차전지업계의 현시점 유일한 물량 증가 기대 요인"이라며 “다만 올해까지는 ESS 물량 증가분이 EV 물량 둔화를 충분히 상쇄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SS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며 “ESS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크레딧첵] SKC, 요원한 성공 속 곪은 재무…신용도 하락으로 드러나다

SKC가 재무상태가 악화하며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비주력 자산 매각과 대규모 자금 수혈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업재편(리밸런싱)도 신용도 방어로 이어지지 못했다. 과거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이차전지 사업은 업황 부진 속에 '현금창출원(캐시카우)'에서 '재무 부담의 축'으로 전환됐다. 화학 부문 역시 구조적인 공급 과잉에 갇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라는 안전판 덕에 우량등급의 끝단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 스토리가 실적과 현금흐름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재무 부담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SKC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말 SKC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기업어음 A2+에서 A2로 하향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보다 몇 달 앞선 6월에 이미 신용등급을 내렸다. SKC의 신용등급은 형식상 우량등급(A급)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경기와 업황 변화에 대한 완충력이 크게 약화된 '우량등급 하단'에 해당한다. SKC는 SK그룹 내에서 반도체·배터리 소재 계열사들을 거느린 중간지주사다. 계열사와의 밀접한 영업 관계와 그룹의 우수한 대외 신인도, 재무적 지원 여력을 바탕으로 신용도 하방을 일정 부분 방어해 왔다. 이번 신용평가 과정에서도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은 SKC 신용도에 긍정적인 요소로 반영됐다. 이를 반대로 보면, 신용등급이 우량등급의 끝단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그룹의 후광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재무 부담이 이미 임계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 가능성이 '안전판' 역할을 하며 등급 하방을 간신히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계열 지원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영업적자 장기화로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차입과 투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개별 신용도의 하방 압력을 막기 어렵다고 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C는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최근 2년간 전사적인 리밸런싱 작업을 본격화했다. 우선 지난 2024년 2월, 화학 부문에서는 SK피유코어를 매각하며 전통 화학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고, 성장 사업 투자 재원 확보에 나섰다. 같은 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부문을 매각하며 반도체 소재 내 비핵심 사업 정리에도 착수했다. 이차전지 부문에서는 지난해 4월, SK넥실리스가 디스플레이용 FCCL 박막사업을 매각하며 동박 중심의 사업 집중 전략을 강화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을 핵심 축으로 삼고, 주변 사업을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는 구조조정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2024년 12월, SK엔펄스는 일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아이세미를 설립했다. 이는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된 지난해 4월 해당 법인을 매각하며 사업 구조를 대폭 슬림화했다. 이와 함께 2024년 5월과 9월, 중국사업 관련 자회사 지분을 처분하며 자산 유동화를 병행했고, 2025년 9월에는 블랭크마스크(Blank Mask) 사업부문 영업양도를 결정하는 등 현금 확보에 속도를 냈다. 나아가 지난해 10월에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SK엔펄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안도 의결했다. 자산 매각뿐 아니라 외부로부터도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SK넥실리스 해외법인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2022~2023년 약 7000억원, 별도 기준 영구교환사채 발행으로 총 3850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재무구조를 떠받치기 위해 자산 유동화와 자본성 조달을 동시에 동원한 구조다. 쉼 없이 진행된 일련의 리밸런싱 작업과 외부자금 수혈은 큰 폭의 재무건전성 변화를 맞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SKC의 부채비율은 2023년 178.6%에서 2024년 194.4%로 상승한 뒤, 2025년 3분기 기준 182.4%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2023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023년 48.9%에서 2024년 53.1%로 높아진 이후, 2025년 3분기 기준 50.7%로 다소 낮아졌으나, 안전성 기준인 30%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순차입금/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비율은 2022년까지 3.9배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후 EBITDA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산출 자체가 중단됐다. 이는 단순한 지표 악화를 넘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차입 부담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순차입금/EBITDA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력(EBITDA)으로 순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재무안정성 지표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사업양도 대금 추가 유입과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투자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약화된 이익창출력과 비우호적인 업황 전망에 따른 더딘 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영업창출현금을 통한 재무부담 축소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이익창출력 대비 높은 수준의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C의 주가 궤적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온 사업 구조 전환의 성과와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때 20만원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하던 주가는 현재 10만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SKC 주가의 황금기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궤를 같이했다. 2021~2022년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힌 동박 사업(SK넥실리스)에 대한 기대가 집중되며 주가는 20만원 선을 넘어섰다. 당시 SK넥실리스는 연간 800억~9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하는 '캐시카우'이자 '성장 엔진'으로 평가받았다. 주가 고점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글로벌 동박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수익성은 급격히 훼손됐다. SK넥실리스는 2023년 68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데 이어, 2024년에는 손실 규모가 1700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영업손실도 1200억원에 달한다. 과거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핵심 사업이, 불과 몇 년 만에 전사 재무 부담의 중심축으로 뒤바뀐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SKC의 차입금의존도는 SK넥실리스 인수 직전인 2019년(130.1%)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부채비율은 130.1%에서 182.4%로 40%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1월 20일 장중 18만1000원을 기록했던 SKC 고점은 전일 종가 기준 10만5900원까지 밀리며 약 42% 급락했다. 이차전지에 이어 유리기판 등 각 사업부문에서 시장이 기대했던 '성장 옵션'이 실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채, 고정비와 투자 부담을 동반한 재무적 리스크로 전환됐다는 인식이 주가에 반영된 결과다. 전략적 중심축이었던 이차전지 소재 부문은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해외 공장 증설을 통한 외형 확대는 이어졌지만, 가동률 저하와 수율 안정화 지연으로 영업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이차전지소재 부문 합산 영업손실은 2023년 -512억원에서 2024년 -1505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1077억원으로 확대됐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양극재 사업 역시 철회되며, 시장에서는 “성장 옵션 확장이 아닌 방어적 조정에 그쳤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 기초 체력을 뒷받침해야 할 화학 부문 역시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구조적인 업황 부진 속에 프로필렌옥사이드(PO) 등 주력 제품의 수익성 악화가 직격타로 작용했다. 이에 2023년 -724억원, 2024년 -526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418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과거 실적 방어 역할을 해왔던 화학 부문마저 부담 요인으로 전락한 셈이다. 반도체 소재 부문이 2024년 446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3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전사 매출 비중이 약 12%(2025년 9월 기준)에 그쳐 이차전지와 화학 부문의 구조적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사 실적과 주가의 방향성을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갖기에는 아직 체급 차가 뚜렷하다. 결국 SKC는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미래 성장 기대주'에서, 막대한 고정비 부담과 투자 지연에 신음하는 '투자 집약형 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는 '돈 잘 버는 소재 기업'이 아닌 '돈만 계속 써야하는 부담스러운 기업'이 됐다는 의미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주가 측면에서만 보면 회사가 성장성이 큰 사업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사실 이는 재무적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사업이 잘되면 주가가 오르고, 자금조달이 잘되니 재무구조도 탄탄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SKC 주가 변동을 보면 코스닥 상장사 중 기술 하나로 급등했다가 고꾸라진 사례를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의 재무적 투자가 현금으로 돌아올 미래가 점쳐진다면 장밋빛 미래는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주요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이 기대조차 가지기 어렵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이차전지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수요 회복 시점은 계속 늦춰지고 있고, 정책 변수 역시 산업 전반의 반등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목해 왔다. 실제 ESS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산업 전반의 실적과 재무 체력을 되살릴 만큼의 파급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전체 배터리 수요 가운데 ES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둔화를 감안하면, ESS 단독으로 산업 전반의 실적 반등을 견인하기에는 체급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산업계 의견을 모아보면, 기대가 집중됐던 미국 ESS 시장 역시 단기적인 반전 구간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ESS 시장은 중국산 배터리가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즉각적인 수혜를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ESS 시장의 성장 속도 자체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배터리 ESS 신규 발전용량은 17GW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작년 연초 제시한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해 예상 규모 역시 공식 전망치 대비 실제 집행 가능 물량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SKC 주요 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인 석유화학 부문 역시 단기간 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화학 산업 전반에 대해 '업황 부진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석유화학 산업의 중단기 전망은 밝지 않다. 당분간 주요 기초유분의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 부담은 구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사이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3000만 톤 규모로 추가 증설될 예정인데, 이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의 과거 평균 증설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욱이 글로벌 증설 계획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돼 있어, 동북아 역내 수급 구조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단기적으로 공급 과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업황 반등 없이 부진한 산업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신평은 올해에도 석유화학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 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구조화되며, 현재의 비우호적인 업황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투자 부담 완화에도 불구하고,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제한적인 현금흐름이 이어질 경우, 완화된 CAPEX 환경에서도 전반적인 재무상환능력은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SKC 관계자는 “그동안 비주력 사업 자산 유동화와 영구 EB 발행 등 자금 조달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건전성 강화를 추진해 왔다"며 “동박 사업의 북미 ESS향 수요 모멘텀과 AI 중심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사업의 성장 등 각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의 성장 구조 확립에 집중해 중장기적 안정성 강화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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