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감] “뽑을 때 도파민 터진다”… 서브컬처 게임 ‘가챠’ 열풍의 그늘

최근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가 뜨겁다. 서브컬처 게임은 특정 마니아층(오타쿠)이 선호하는 화풍과 감성을 바탕으로 캐릭터 수집, 스토리 등을 내세운 게임 장르를 뜻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원신', '명조', '승리의 여신: 니케', '붕괴: 스타레일' 등이 있다. 실제로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지난 5월 25일 기준)를 보면 △명조(7위) △원신(11위) △승리의 여신: 니케(12위) △붕괴: 스타레일(30위) △이환(32위)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게임 내 시스템이 유사해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가챠(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이다. 가챠는 무작위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획득하는 방식으로 캡슐 뽑기처럼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인기를 끌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 대부분이 이 가챠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희귀 등급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극히 희박한 확률로 설정해 운이 좋으면 한 번에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해진 천장(일정 횟수)을 채워야만 얻을 수 있다. 가챠 시스템은 게임사에는 높은 수익을, 이용자에게는 희귀 요소 획득에 따른 만족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높은 과금 부담과 비합리적인 재화 가격에 대한 이용자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대학생 권모 씨(20)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돈을 안 쓰고 진행이 힘들다"면서도 “딱 하나 좋은 점은 원하는 것을 뽑았을 때 도파민이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확률 요소를 뚫고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었을 때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다만 대부분의 서브컬처 게임이 전용 재화를 통해 뽑기가 진행되는데 재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가챠와 함께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는 단연 '캐릭터 수집'이다. 게임 속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는 이 콘텐츠는 이용자에게 확실한 수집 동기를 부여하고, 가챠를 이용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이용자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서사, 유저와의 상호작용 요소가 필수적이다. 재수생 김모 씨(20)는 “수집형 게임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얻었을 때의 만족감으로 유지된다"며 “이 캐릭터를 뽑아서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만족감이 떨어지며 회의감이 든다"고 짚었다. 대학생 박모 씨(여·23)도 “예쁜 캐릭터와 독창적인 캐릭터성이 필수"라며 “사이버 피규어를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는 이용자에게 단순한 수집을 넘어 재미와 힐링을 선사한다. 대학생 이모 씨(23)는 “캐릭터 수집 그 자체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유이자 대표적인 재미"라고 전했다. 유튜브 이용자 A씨는 관련 영상 댓글을 통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하다가 몇 판 지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원신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 더 오래 플레이하게 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유튜브 이용자 B씨는 “스토리가 좋지 않으면 게임에 남아있을 동기가 사라져 결국 접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서 가챠와 캐릭터 수집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핵심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더해지며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교근 기자·채민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원주 안인데 왜 이렇게 멀죠”…대학생 울리는 ‘통학 전쟁’

강원도 원주시 내에서 통학하기에 크게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대학생들에게는 학교와 집 사이의 이동이 만만치 않다. 버스 노선이 충분하지 않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 환승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신도심에서 대학가로 이동하는 학생들은 자동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원주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버스 배차와 이동 시간문제로 통학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긴 통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는 실정이다. 버스 노선과 배차의 비효율성은 학생들이 꼽는 대표적인 통학 불편 요인이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오모 씨(21·여)는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은 크게 직통과 환승 두 가지인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오씨는 환승 과정도 불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승을 한 번 해야 하는데 환승할 버스가 바로 오지 않는다"며 “학교 통학버스를 이용하려고 해도 단구동까지 이동해야 해서 결국 환승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원주혁신도시는 원주시 반곡동 일대에 조성된 지역으로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 등이 이전해 형성됐다.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자동차를 이용하면 약 20분이면 이동할 수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환승과 배차시간 때문에 이동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 학생들에 따르면 혁신도시에서 환승 지점까지 이동하는 버스의 배차 간격은 약 25분이며, 환승 이후 학교 방향 버스는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학생들은 주로 중앙동이나 단구동 등에서 환승한다. 기업도시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학생 이모 씨(21)는 “기업도시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며 “기업도시에서 학교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말했다. 원주시 지정면에 조성된 기업도시에서 학교까지 자동차로는 약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1시간 20분 이상 걸린다는 설명이다. 기업도시를 오가는 버스의 배차 간격도 20~60분으로 긴 편이어서 학생들은 주로 단계동에서 환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역을 이용하는 학생들도 버스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대학생 김모 씨(20·여)는 “학교 앞 강원대학교 정류장에서 원주역까지 갈 수 있는 버스가 34-1번과 31번 정도뿐"이라며 “입학 초반에 원주역에 정차하지 않는 버스를 잘못 타 기차를 놓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원주역까지는 도보로 약 30분이 걸리는 만큼 버스를 놓칠 경우 대체 수단을 찾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수업이 조금이라도 늦게 끝나면 버스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오모 씨(21·여)는 혁신도시에서 학교까지 약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는 “직통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원주의 여러 정류장에 다 정차하는 것 같아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환승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통학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학교에서 막차를 타고 환승 지점까지 이동했지만, 집으로 가는 다음 버스가 3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오후 9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원주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있지만 정류장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결국 긴 이동 시간은 학생들의 교통수단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중교통 대신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에서 통학하는 오씨는 최근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씨는 “차를 타고 자동차전용도로로 가면 20분이면 도착하는데 버스를 타면 너무 오래 걸려 요즘에는 택시를 이용한다"며 “택시비가 1만원 정도 나오지만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성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장모 씨(21)도 “버스를 타면 너무 오래 걸리고 집 주변에 정류장도 멀다"며 “택시를 타거나 부모님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 대학도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지역의 통학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강원대학교 통학버스는 원주역과 무실동, 단구동 등을 중심으로 운행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다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운행하지 않는다. 인근 한라대학교는 시외 통학버스와 시내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시내 통학버스는 두 개 노선으로, 하나는 만종역과 버스터미널, 무실동을 거쳐 학교로 이동하고 다른 하나는 관설동과 단구동, 판부면, 원주역을 거쳐 학교로 향한다.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역시 원주세브란스병원과 고속버스터미널, 무실동, 원주역 등을 경유하는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상지대학교 셔틀버스는 혁신도시를 시작으로 관설동과 단구동, 단계동 등을 중심으로 운행한다. 하지만 학교별 셔틀버스 역시 운행 지역과 시간에 제한이 있어 모든 학생이 편리하게 이용하기는 어렵다. 거주지와 셔틀버스 노선이 맞지 않는 학생들은 결국 시내버스 환승이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통학 문제는 단순히 이동의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는다. 장시간 통학하는 학생들은 수업 참여와 팀플,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제천에서 기차를 타고 원주로 통학하는 대학생 신모 씨(21)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탓에 수업 시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신씨는 “아침 일찍 나와야 해서 수업시간에 자주 졸게 된다"며 “하교할 때도 원주역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기차를 놓치기 때문에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 중간에 나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막차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도 시간 제약을 느낀다. 대학생 박모 씨(22)는 “버스를 이용하면 막차 시간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된다"며 “팀플을 늦은 시간까지 해야 하는 날에는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학생들도 지각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혁신도시에서 통학하는 오씨는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탔는데도 간당간당하게 도착할 뻔했다"며 “수업시간에 늦을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통학 시간이 길다 보니 갑작스러운 수업 일정 변화에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통학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수업이 갑자기 휴강하거나 시간이 변경되면 집에 다녀오기가 어렵다"며 “집에 잠깐 다녀오고 싶어도 왕복 2시간이 걸려 결국 학교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원주 지역 대학생들에게 통학은 단순히 집과 학교 사이를 오가는 문제가 아니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환승과 배차시간 때문에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학생들의 하루가 교통편에 맞춰 움직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주거지역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학가와 주요 생활권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의 접근성과 효율성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버스 한 대가 더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환승 구간에서 다음 버스까지, 그리고 학교와 원주역까지 이어지는 전체 이동 과정이 보다 촘촘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주 안인데도 통학이 멀다"는 학생들의 말에는 거리 자체보다 시간과 연결성의 문제가 담겨 있다. 대학생들의 일상과 학업을 좌우하는 통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선 확대뿐 아니라 배차 간격과 환승 체계, 대학 통학버스의 운행 범위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호 기자·이채현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SNS 계정 일부러 지우는 이유…“내 과거가 발목 잡을까 두렵다”

“내 죽음보다 무서운 건 내가 잊고 싶은 과거가 영원히 온라인에 떠도는 것이다." 대학생 손 모 씨(여·20)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페이스북 계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릴 때 올린 사진과 철없던 시절 쓴 이상한 글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될까 봐 공포스러웠다고 말했다. 계정을 삭제한 지금 손 씨는 지우고 싶었던 흑역사가 사라져서 아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타인이 이미 캡처했거나 퍼간 기록은 완벽히 지울 수 없다는 사실에 여전한 찜찜함을 드러냈다. 최근 20대 사이에서는 자신의 온라인 흔적을 지우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의 평판을 결정짓는 잣대가 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이 원인이다. 강원대 에브리타임 이용자 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는 최근 1년 내 블로그나 SNS 등 디지털 기록을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L은 아래와 같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가끔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는데, 예전에 쓴 글이 보일 때마다 소름 돋아서 죽고 싶다. 내가 지우고 싶어도 이미 퍼진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진짜 스트레스다. 차라리 계정을 아예 다 삭제해버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상태로 있고 싶다." 삭제되는 내용의 유형은 다양하다. 취업 준비생 김 모 씨(24)는 인스타그램에 쓴, 이른바 '중2병' 식의 과한 감성 글이나 개인적인 고민 상담 글이 나중에 보면 너무 부끄러워 계정 삭제를 경험했다고 적었다. 설문 응답자 M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보관함에 남은 과거 연인과의 사진이나 음주 사진 등이 해킹이라도 돼서 유출될까 봐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담긴 DM(다이렉트 메시지) 캡처본이 제3자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러한 기록들을 방치할 경우 평판 관리나 취업 등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설문 응답자 조모 씨(20)는 자신의 사진이 딥페이크 등 지능형 범죄에 악용될까 봐 무서워서 SNS를 다 비공개로 돌렸다. 조 씨는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합성 범죄 소식을 접한 뒤 얼굴이 노출된 게시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정리했다. 이처럼 20대에게 디지털 기록은 자아의 확장이 아닌 관리해야 할 부채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전문 업체에 사후 데이터 삭제를 의뢰하거나, 생전부터 유료 서비스를 통해 기록을 관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처럼 오래된 플랫폼의 흔적도 예외는 아니다. 설문 응답자 K는 초등학생 때 지식인에 올린 미숙한 질문과 답변 활동 내역이 검색 결과에 여전히 남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밤새 하나씩 다 지웠다는 경험담을 공유했다. 그는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편향된 생각이나 미숙한 발언이 현재의 나를 규정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 씨(여·21)는 대학 오기 전에 SNS에서 내 흔적을 싹 다 지우니까 그나마 속이 시원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남겼다. 그는 기존 계정을 폐쇄하는 '계정 세탁'을 거친 뒤 새로 계정을 만들어 활동 중이며, 이때부터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게시물을 올릴 때 극도로 조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과거 흔적을 정리했다는 후기가 매일같이 올라온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에 남은 데이터가 미래의 사회적 신용과 직결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설문 응답자의 60% 이상은 취업 시 기업에서 자신의 SNS를 뒷조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시기 게시물의 삭제를 도와주는 '지우개 서비스'는 도입 1년 만에 신청 건수가 1만7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용 의향을 묻는 설문에서 성인 10명 중 7명(71%)이 서비스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할 만큼 과거 기록 노출에 대한 불안감은 세대를 불문한 공통된 정서로 나타났다. 과거의 '나'를 지우고 현재의 '나'를 지키려는 청년들의 사투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풍경이다. 기록의 홍수 속에서 '지울 수 있는 자유'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이상무 기자·김선율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10년 스팀 기록 살펴보니…게임트렌드, ‘경쟁’에서 ‘치유’, 그리고 ‘몰입’으로 이동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의 주류 트렌드가 승패 중심의 경쟁에서 협동과 소통, 그리고 개인의 몰입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최근 10년간(2016~2026년) 연말 결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오랜 기간 게임을 이용해 온 대학생 김모(20)씨의 사례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을 토대로 지난 10년간의 시장 흐름을 살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1인칭 슈팅(FPS)과 다중 사용자 온라인 전투 아레나(MOBA) 장르가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고사양 PC 성능을 바탕으로 타인과의 승패를 가르는 경쟁 콘텐츠를 선호했다. 이 시기 스팀 상위권을 유지한 대표작으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도타 2(Dota 2) ▲배틀그라운드(PUBG) ▲레인보우 식스 시즈 ▲GTA V 등이 꼽힌다. 게이머들에게 이 시기의 게임은 타인을 제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정복 대상에 가까웠다. 그러나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시장 트렌드를 변화시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이용자들은 승패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보다 타인과의 소통과 협동이 가능한 플레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이용자 김씨는 “팬데믹 당시에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모여 함께 플레이하며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을 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 역시 소통과 협동 요소를 강조한 콘텐츠 출시에 집중했다. 이 시기에는 ▲어몽 어스(Among Us) ▲발하임(Valheim) ▲파스모포비아(Phasmophobia) ▲잇 테이크 투(It Takes Two) ▲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는 개인의 플레이 경험과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는 오픈월드 RPG 및 로그라이크 장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완전한 가상세계에 몰입하거나, 짧은 시간 내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점진적인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된 것이다. 최근 순위권에 오른 ▲발더스 게이트 3 ▲엘든 링 ▲사이버펑크 2077 ▲하데스 I·II ▲팔월드(Palworld)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형 개발사의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독창성이 이용자들의 선택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 김씨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존 명작들의 리메이크나 완성도를 높인 신작들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결국 지난 10간 스팀 시장의 흐름은 승부 중심의 '경쟁'에서 팬데믹 기간의 '소통과 협동'을 거쳐 개별 이용자의 '깊은 몰입' 형태로 확장돼 왔다. 이는 게임 선택 기준이 개발사의 규모나 이름값에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본질적인 재미와 완성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교근 기자·추연지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집은 없어도 샤넬은 있다”…20대 사로잡은 ‘스몰 럭셔리’ 열풍

“내 집 마련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명품 립밤 하나를 사는 건 지금 할 수 있잖아요." 최근 20대 사이에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소비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스몰 럭셔리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명품이나 고급스러운 경험을 누리며 만족감을 얻는 소비를 뜻한다. 프리미엄 디저트와 호텔 빙수부터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과 향수까지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소비가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 등 큰 지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비교적 가격 부담이 낮은 제품을 통해 브랜드와 고급스러움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특히 청년층에게 스몰 럭셔리는 단순한 사치를 넘어 자신을 위한 작은 보상이나 또래와의 소통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높은 집값과 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약하기 어려운 장기 목표보다 현재 누릴 수 있는 확실한 만족을 선택하는 소비 심리도 배경으로 꼽힌다. 취업준비생 김모 씨(24·여)는 최근 프리미엄 디저트를 구매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유행하는 제품을 직접 구매했다는 사실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순히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행하는 디저트를 공유하면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정체된 일상 속에서도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몰 럭셔리 소비가 반드시 고가의 제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버터떡과 요아정, 개성주악 등 한동안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디저트부터 호텔 빙수와 프리미엄 디저트까지 '평소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상품들이 청년들의 소비 목록에 들어오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1·여)는 생일에 친구로부터 명품 브랜드의 립밤을 선물받았다. 일반적인 립밤보다 가격이 훨씬 비쌌지만, 명품 브랜드 제품 가운데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가격대였다. 이씨는 “내 돈 주고 직접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가격이지만 선물로 주고받기에는 부담이 크지 않다"며 “파우치를 열었을 때 명품 로고가 보이면 또래들과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몰 럭셔리는 제품 자체의 효용뿐 아니라 '무엇을 소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신이 경험한 상품을 SNS에 공유하거나 친구들과 주고받으면서 소비가 또래 관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식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의 스몰 럭셔리 소비를 단순히 '과소비'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와 결혼, 자동차 등 목돈이 필요한 목표가 현실적으로 멀게 느껴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으로 현재의 만족을 얻으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안모 씨(23)는 한때 장기 적금을 유지하며 미래를 준비했지만, 저축만으로는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씨는 “평생 일해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를 위해 무조건 아끼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며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경험이나 제품에 돈을 쓰는 쪽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손모 씨(26·여)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손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호텔 파인다이닝이나 명품 향수 등 자신을 위한 소비에 사용하고 있다. 손씨는 “내 집 마련이나 결혼처럼 큰돈이 필요한 목표를 생각하면 막막한 느낌이 든다"며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미래만 바라보기보다는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작은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스몰 럭셔리가 모든 청년에게 장기적인 저축이나 자산 형성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처럼 '현재를 참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는 방식만으로 청년들의 소비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장기간의 노력으로도 달성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목표와 달리, 작은 사치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몰 럭셔리 확산의 배경에는 SNS도 자리하고 있다. 프리미엄 디저트나 명품 화장품처럼 시각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제품은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자신의 소비 취향이나 유행 감각을 보여주기 쉽다. 대학생 박모 씨(22·여)는 인스타그램에서 학과 동기들이 명품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잇따라 올리는 모습을 본 뒤 소비 욕구가 커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기들이 올린 일상 사진을 보면서 나만 유행에서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날 밤 비슷한 브랜드의 제품을 찾아보다가 결국 모바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SNS의 알고리즘 역시 이러한 소비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번 특정 상품이나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면 유사한 제품이 계속 추천되면서 소비 욕구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모 씨(26)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명품 립스틱을 소개하는 숏폼 영상을 본 뒤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접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며칠 동안 SNS를 볼 때마다 비슷한 제품이 계속 추천됐다"며 “처음에는 살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보다 보니 갖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결국 구매했다"고 말했다. SNS에서 소비는 더 이상 개인적인 행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무엇을 먹고, 어떤 제품을 사고, 어디를 방문했는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소비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잘 소비하는 것'이 곧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스몰 럭셔리 열풍은 청년들의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고가의 명품을 소유하는 것이 경제적 여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비교적 작은 비용으로 명품 브랜드나 고급 서비스를 경험하며 만족을 얻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NS와 모바일 쇼핑의 발달은 이러한 소비를 더욱 쉽게 만들었다. 상품을 발견하고 정보를 확인한 뒤 결제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고, 소비 경험을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다만 '작은 사치'라는 이름이 소비에 대한 경계심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번의 소비 자체는 부담스럽지 않더라도 반복되면 지출 규모가 커질 수 있고, SNS 속 타인의 소비와 비교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스몰 럭셔리는 단순히 청년들의 '명품 사랑'으로만 바라볼 현상은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현재의 만족을 중시하는 소비 심리, 또래와의 관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욕구, SNS와 모바일 플랫폼의 확산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내 집 마련'이나 '안정된 미래'처럼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필요한 목표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청년들에게 스몰 럭셔리는 어쩌면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작은 보상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작은 만족이 미래를 위한 소비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는 각자의 소비 습관을 돌아봐야 할 문제로 남는다. 김윤호 기자·김사랑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저녁 회식은 옛말…술자리 줄어든 직장과 대학가

직장과 대학가에서 술자리가 줄고 있다. 저녁 회식을 점심 식사로 대신하거나 모임을 열더라도 술 없이 식사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 술을 중심으로 조직의 단합을 꾀하던 회식 문화가 퇴색하는 느낌이다. 이모 씨(여·35)가 다니는 경기도 안양시의 한 서비스업체는 회식을 아예 하지 않거나 점심 식사로 대신하는 편이다. 이 씨는 “저녁에 술을 마시는 자리는 거의 없어졌다"며 “직원들의 업무 외 시간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김모 씨(여·34)도 “부서원들이 간혹 저녁을 함께 먹더라도 고깃집에서 술 없이 식사만 간단히 하고 헤어진다"고 말했다. “누군가 술을 권하는 순간 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음료를 주문해 마시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했다. 대학의 대표적인 술자리로 꼽히는 MT에서도 무알코올 음료가 선택지로 제시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칵테일 마이너 갤러리의 한 이용자는 MT 출장 바텐딩을 준비할 때 주류와 함께 무알코올 음료를 제공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필자가 참석한 MT도 술과 함께 탄산음료와 무알코올 맥주를 준비해 참가자들이 원하는 음료를 고르게 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학생들은 음료와 다과를 들면서 게임과 대화를 즐겼다. 선배가 후배의 잔을 채우고 권하는 모습은 없어졌다. 대학생 이모 씨(20)는 “동아리 모임에서 술은 안 마셔도 된다"고 했다. 변화의 주된 배경에는 술을 권하다 후배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선배와 상사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상사나 선배가 술을 강권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지만, 요즘엔 먼저 의사를 묻거나 술자리를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위계적 회식문화가 하루아침에 없어지진 않는다. 때문에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 갈등도 발생한다. 지난 5월 디시인사이드 취업 갤러리에서 이용자 취○○은 “채용 공고에 적힌 '회식 강요 없음'이 실제로는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며 “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하면 이유를 계속 묻는다"고 했다. 기성세대는 '술을 의무적으로 마셔야 하는 회식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문화'에서 '술을 의무적으로 마시진 않되 회식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문화'로의 점진적 변화를 원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술도 의무적으로 마시지 않고 회식에도 의무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문화'로 바로 넘어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같은 달 디시인사이드의 다른 게시판에서 첩○○은 “회식 때 부장은 건배 후 술을 조금만 마시면서 젊은 직원들이 마시지 않으면 눈치를 준다"고 했다. 이런 비판 글은 이제 상사가 부하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규범과 에티켓의 일탈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원치 않는 술자리 참석을 확실히 꺼린다. 후배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직장 상사나 학교 선배가 저녁 회식을 없애거나 점심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MT 뒤풀이에 참석한 대학생 주모 씨(20)는 “무알코올 맥주나 음료를 마시면서 자리에 남아 있었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 씨(여·20)도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밝히자, 주변에서 음료를 권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음주를 하지 않아도 각자 편한 방식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10대 후반과 20대가 술을 덜 마시는 경향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19∼29세의 1인당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2023년의 95.5g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같은 연령대에서 술을 마시지 않거나 월 1회 이하로 마신 비율은 56.0%에 달했다. NH농협은행이 농협카드 고객과 NH멤버스 회원 1217만명의 카드결제·구매 데이터 약 2억6000만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젊은 층의 주점 이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5년 20대가 주점에서 지출한 금액은 전년보다 20.9% 감소했다. 이상무 기자·강건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청년공감] “코딩 하나도 모르는데 웹사이트를?”…문과생의 ‘노코드’ 제작 도전기

“테슬라가 이제 차를 안 만든다는데?" 최근 한 친구가 인스타그램에서 '이제 차 안 만든다? 테슬라 상징 생산 중단'이라는 게시물을 본 뒤 물었다. 하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테슬라는 지난 1월 플래그십 모델인 모델S·X의 단종과 해당 생산라인의 로봇 생산 전환을 발표했지만, 주력 모델인 모델3·Y는 현재도 생산하고 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내건 SNS 게시물이 잘못된 정보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셜미디어에서 시사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의 77.2%가 허위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 정보가 주로 확산되는 채널로 유튜브를 꼽은 응답도 58.4%에 달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는 환경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전달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SNS의 허술한 게시물을 비판하는 데 그치기보다 시사 이슈를 정확하게 정리해 전달하는 콘텐츠를 직접 웹에서 발행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필자가 웹 프로그래밍 기초조차 없는 문과생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코딩 없이 웹사이트 만들기'에 도전했다. 준비물은 입문서 한 권이었다. 박현우 작가의 '만들면서 배우는 워드프레스'(한빛미디어)를 옆에 두고 웹사이트 제작에 필요한 개념부터 하나씩 익혔다. 책은 도메인과 호스팅 개념부터 테마 설정까지 전 과정을 화면 캡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낯선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도메인은 숫자로 이뤄진 서버의 IP 주소를 사람이 기억하기 쉬운 주소로 바꿔주는 것이고, 호스팅은 웹사이트 파일을 올려둘 서버 공간을 빌리는 것이다. 사이트 이름은 '망고 뉴스'로 정했다. 국내에서 널리 사용되는 카페24에서 도메인 'mangonews.kr'을 2년간 3만7400원에 구매했다. 서버 한 대를 여러 사용자가 나눠 쓰는 웹 호스팅 가운데 가장 저렴한 '뉴 아우토반 절약형'을 선택했다. 비용은 월 450원, 최초 설치비 1만원이었다. 도메인과 호스팅에 들어간 비용은 총 4만7850원. 도서 구입비를 제외하면 커피 열 잔 정도의 비용으로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웹 공간을 마련한 셈이다. 웹사이트의 기본 틀은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가 담당한다. CMS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관리자 화면에서 글과 사진, 디자인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워드프레스를 선택했다. 설치 과정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카페24 '나의서비스관리'에서 프로그램 자동설치 메뉴에 들어가 워드프레스를 선택하고 버튼을 누르면 기본적인 설치가 완료된다. 워드프레스에서는 디자인을 '테마', 기능을 '플러그인'이 담당한다. 스팸을 차단하는 'Akismet'이나 검색엔진 최적화를 돕는 'Yoast SEO' 같은 기능도 앱을 설치하듯 추가할 수 있다. 사이트 디자인은 워드프레스의 테마 기능을 활용했다. 관리자 화면의 '외모→테마' 메뉴에서 원하는 테마를 검색해 내려받는 방식이다. 망고 뉴스에는 해외 제작사 AF themes가 만든 '모어뉴스 프로(MoreNews Pro)' 테마를 적용했다. 시사·매거진 사이트에 적합하도록 미리 디자인된 일종의 '기성복'이다. 테마를 선택하면 사이트 전체의 생김새가 한꺼번에 바뀐다. 특히 머리기사와 분야별 글 목록 등이 구성된 견본 사이트를 클릭 한 번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 이후 로고와 사이트 이름, 기사 내용만 바꾸면 기본적인 뉴스 사이트 형태가 갖춰졌다. 각 요소 역시 마우스로 끌어다 놓는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었다. 이처럼 공개된 워드프레스 무료 테마만 수만 개에 달한다. 별도의 디자인 작업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형태의 사이트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이유다. 기사 작성 역시 블록 에디터를 활용하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댓글을 관리하거나 기사를 예약 발행하는 기능도 기본적으로 제공됐다. 결국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도 '망고 뉴스'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코딩이 완전히 필요 없는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한 웹사이트 개발자는 “조회 수 표시를 빼는 것과 같은 세부적인 수정에는 결국 코딩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사이트 제작은 코딩 없이 가능하지만, 원하는 기능을 세밀하게 수정하거나 추가하려면 코딩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의미다. 말 그대로 '코딩 제로'라기보다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셈이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줄여주는 방식이 등장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다. 원하는 웹사이트의 형태와 기능을 말로 설명하면 생성형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일부 서비스에서는 배포까지 지원한다. 코딩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AI와 대화하면서 웹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 이용자는 '클로드 코드'에 원하는 내용을 말로 지시해 광고 수익형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개설 한 달 만에 구글 노출 1만4000회를 넘겼다는 사례도 있다. 그는 사이트의 목적과 대상, 디자인 등을 담은 기획안을 먼저 AI에 제시한 뒤 AI와 문답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다듬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창업·마케팅 저자 신태순 씨도 AI 웹빌더 '러버블'을 활용해 하루 만에 애드센스 광고를 붙인 사이트를 만든 뒤 브런치에 “정말 개발자 없이도 이런 게 가능해?"라고 썼다. 물론 한계도 있다. 코드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류가 발생했을 때 직접 수정하거나 사이트를 유지·관리하기 어렵다. AI가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는 것과 웹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웹사이트 제작 자체는 예상보다 쉽게 끝났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사이트에 정확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는 일에는 여전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아무리 보기 좋은 사이트를 만들어도 잘못된 정보가 담긴다면 처음 웹사이트 제작에 나섰던 이유와도 맞지 않는다. 관리 역시 필요하다. 해킹의 표적이 되기 쉬운 워드프레스 본체와 테마, 플러그인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데이터를 백업해야 한다. 회원 정보나 결제 정보 등을 다루는 사이트라면 보안 인증서(SSL) 적용 등 추가적인 보안 관리도 필요하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술의 문턱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워드프레스 같은 CMS를 활용하면 코딩을 몰라도 기본적인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고, AI를 활용한 '바이브 코딩'은 그 문턱을 한층 더 낮추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곧 콘텐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어떤 정보를 담고, 어떻게 검증하며, 얼마나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코딩 없이 웹사이트를 만드는 도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망고 뉴스'를 만든 뒤 알게 된 것은 따로 있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김윤호 기자·김상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청년공감] “비밀번호도 안 친다”…‘화석’된 PC쇼핑, ‘대세’된 모바일쇼핑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정모 씨(20·여)는 스마트폰 화면에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 무신사 등 여러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번갈아 열었다. 같은 상품을 놓고 가격과 할인 조건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에이블리에서는 할인 쿠폰을 적용해 2만1900원, 지그재그에서는 무료배송을 포함해 2만2900원이었다. 무신사에서는 적립금을 적용하기 전 가격이 2만4000원으로 표시됐다. 정씨는 몇 차례 화면을 넘긴 뒤 가장 유리한 조건을 골라 결제했다. 정씨는 “가격을 한눈에 비교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한다"며 “굳이 컴퓨터를 켜서 쇼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이라는 말이 여전히 익숙하지만, 젊은층의 소비 행태를 들여다보면 쇼핑의 출발점부터 결제까지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서도 온라인 거래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스마트폰이 단순한 상품 검색 수단을 넘어 쇼핑 플랫폼 자체가 된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게 모바일 쇼핑은 단순히 '편리한 구매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여러 앱을 오가며 가격을 비교하고, 쿠폰과 카드 할인·적립금·배송비까지 따져 가장 유리한 조건을 찾는 소비 습관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학생 이모 씨(20·여)는 상품 하나를 고르면서 여러 쇼핑 앱을 번갈아 확인했다. 이씨는 “여기는 쿠폰이 되고, 저기는 카드 할인이 된다"며 할인 조건을 하나씩 비교했다. 그는 “몇 번만 눌러보면 어떤 곳에서 사는 게 가장 저렴한지 알 수 있다"며 “원하는 상품을 가장 합리적인 조건으로 살 수 있다는 게 모바일 쇼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가격뿐 아니라 배송비와 적립 포인트, 결제 수단까지 비교 대상이다. 한정된 시간 안에 여러 조건을 동시에 따져 구매하는 방식이 모바일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 쇼핑의 또 다른 특징은 '실시간성'이다. 대학생 김모 씨(20·여)는 주요 쇼핑 앱의 알림을 켜 놓고 있다. 인터뷰 도중 화면 상단에 타임세일 알림이 뜨자 김씨는 곧바로 해당 상품 페이지를 열었다. 김씨는 “타임세일이 뜨면 바로 들어가야 한다"며 “몇 분 지나면 할인이 끝나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임세일은 특정 시간 동안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방식으로, 높은 할인율을 내세워 소비자의 즉각적인 구매를 유도한다. 실제 할인율이 80%를 넘는 사례도 있지만, 할인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되는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타임세일 등의 할인 효과를 과장한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할인 정보가 실시간 알림으로 전달되고, 상품 페이지에 남은 시간이나 수량까지 표시되면서 구매 결정을 재촉한다. 대학생 서모 씨(20)는 “쿠폰에 카드 할인까지 전부 적용해 본다"며 “이렇게 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송모 씨(20·여)도 “한 군데 쇼핑몰만 보고 사면 불안하다"며 “모바일로 최저가를 찾아보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모바일 쇼핑은 상품을 직접 검색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방송이나 콘텐츠를 보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곧바로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도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라이브 커머스다. 라이브 커머스는 판매자가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가 방송을 보며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네이버 쇼핑라이브와 카카오 쇼핑라이브, 쿠팡 라이브, 그립(Grip), 11번가 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0조원에 이른다. 직장인 이모 씨(28·여)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낀 채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실시간 채팅과 함께 구매 수량이 표시되고 있었다. 이씨는 “'지금만 할인한다'는 말이 반복되고, 다른 사람들이 계속 구매한다고 나오니까 마음이 급해진다"며 “방송을 보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바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모바일에서는 구매 이후의 과정도 끊기지 않는다. 결제가 끝나면 배송 시작과 이동 경로, 배송 완료까지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모 씨(24)는 “방송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결제한다"며 “배송 과정도 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간편 결제 역시 모바일 쇼핑의 속도를 높이는 요소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카드번호나 비밀번호를 매번 직접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줄었다. 생체인증 등을 활용하면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를 마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정모 씨(26·여)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비밀번호도 안 친다"고 말했다. 지문 인증을 거친 뒤 결제가 완료되자 정씨는 “그냥 누르면 끝이라 생각할 틈이 없다"고 했다. 결제 과정이 짧아지면서 구매를 망설일 시간도 함께 줄어드는 셈이다. 과거 PC 기반 온라인 쇼핑에서 상품 검색→장바구니→결제로 이어졌던 과정이 스마트폰에서는 검색과 결제가 한 화면 안에서 빠르게 연결된다. SNS 역시 젊은층의 모바일 소비를 변화시키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를 넘겨보다 상품을 발견하고, 게시물에 연결된 구매 페이지로 이동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검색하기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상품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구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 씨(21·여)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넘기다 의류 광고 게시물을 발견했다. 크롭 후드집업을 소개하는 영상 아래에는 구매 링크가 연결돼 있었고, 할인 적용 가격은 2만원대였다. 김씨는 “검색해서 사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며 “게시물을 보다가 괜찮으면 바로 산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에 따라 김씨의 피드에는 의류와 액세서리 관련 영상이 계속 노출됐다. 김씨는 “편하긴 한데 원래 살 생각이 없던 것도 사게 된다"며 “심심해서 영상을 보다가 결제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모바일 쇼핑의 확산은 소비자에게 분명한 편리함을 제공한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상품을 비교하고,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결제와 배송 조회까지 한 번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리함이 커질수록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할 때 숙고할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타임세일과 실시간 알림, 라이브 방송, 간편결제, SNS 알고리즘 등이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필요해서 사는 소비'와 '보여서 사는 소비'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PC 앞에 앉아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던 온라인 쇼핑에서, 이제는 스마트폰을 보다가 상품을 발견하고 몇 번의 터치만으로 결제하는 모바일 쇼핑으로 소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층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를 넘어 쇼핑을 발견하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하나의 소비 공간이 된 것이다. 김윤호 기자·박예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야구는 찍어야 완성된다”…KBO 관람 문화 바꾼 쇼츠 열풍[청년공감]

주말 서울 잠실야구장 응원석. 응원가가 울려 퍼지자 관중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었다. 카메라에는 그라운드 위의 선수뿐 아니라 응원단, 옆자리 관람객의 움직임까지 담겼다. 촬영은 경기 시작 전부터 끝난 뒤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22·여)는 잠실구장 대표 먹거리인 김치말이국수와 맥주를 든 채 구장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곧바로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갔고 프로필 하이라이트에도 저장됐다. 공개 계정에는 '#야구장', '#잠실구장' 같은 해시태그를 달았다. 더 많은 이용자에게 게시물이 닿게 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야구는 경기만 보는 게 아니다. 찍어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동행한 대학생 문모 씨(20·여)도 “요즘 경기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찍어서 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 영상·사진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공유했다. SNS(소셜네트워크)는 새 관중을 불러들이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서울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백모 씨(18·여)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응원 영상에 이끌려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 백 씨는 “야구 규칙은 잘 모르지만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며 “현장에 와 보니 다 같이 즐기는 느낌이라 더 재미있다"고 했다. 대학생 한모 씨(21·여)는 “야구를 몰랐던 친구들도 영상을 보고 관심을 갖더니 결국 함께 야구장에 오게 됐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도 야구는 끝나지 않는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최모 씨(24·여)는 경기 장면을 캡처해 글자를 얹은 '짤'(사진)을 만들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린다. 실책이나 극적인 순간이 그날 대화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최 씨는 “실시간 반응 사진부터 경기 후 하이라이트 쇼츠까지 하루 종일 콘텐츠가 이어진다"며 “세 시간짜리 경기가 아니라 하루 종일 이어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을 자주 쓰는 대학생 윤모 씨(22·여)는 “숏츠 영상만 봐도 어떤 이슈가 화제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차모 씨(21)는 “친구들은 경기 결과보다 영상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SNS에서 본 장면을 중심으로 대화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연구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올해 발표된 강원대 허만섭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야구 쇼츠를 보고 댓글·좋아요 활동을 한 집단은 하지 않은 집단보다 시청 시간도 길었고 시청 만족도도 높았다. 야구 쇼츠를 만들고 거기에 댓글을 달면서 관중은 자신의 이러한 적극적인 사이버 응원이 경기 흐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고 한다. 변화는 구단 마케팅에도 미치고 있다. 프로 야구단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조모 씨(25·여)는 “구단이 영상을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팬이 만든 콘텐츠가 팬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으며 더 빠르게 퍼진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과 협업한 캐릭터 굿즈나 챌린지 영상도 경기 비하인드 영상만큼 중요해졌다"고 짚었다. 신교근 기자·백소예 강원대 AI콘텐츠공학과 학생 shin1948@ekn.kr

[청년공감] 대학 졸업 전 5000만원 모으기…성공 열쇠는 ‘이것’이다

대학 졸업 전에 5000만원을 모으는 일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20대 청년 7명을 만나 물은 결과, 답은 “제도를 알고 지출을 통제하면 닿을 수 있는 숫자"로 모아졌다. 5000만원은 비수도권 소형 아파트 보증금이나 수도권 창업 자금, 혹은 사회 초년생의 자립을 위한 종잣돈 기준선으로 통한다. 남학생의 경우 핵심은 장병내일준비적금이다. 병역의무를 이행 중인 장병이 월 최대 55만원(은행당 30만원, 2개 은행 분산 가입)을 저축하면, 2024년 이후 납입분부터는 정부가 납입 원금의 100%를 매칭지원금으로 얹어 준다. 이자소득도 비과세다. 육군 기준 18개월 동안 한도를 채우면 원금 990만원에 매칭지원금 990만원, 연 5% 안팎의 비과세 이자 약 39만원이 더해져 전역과 함께 약 2020만원을 손에 쥔다. 적금을 붓고 남는 봉급까지 아껴 모으면 3000만원에 다가설 수 있다. 국방부는 병사 봉급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6년 병장 기본급은 150만원이며, 적금 매칭까지 포함하면 월 최대 205만원 구조가 된다. 한도인 55만원을 붓고도 계급 평균 기준 매달 50만~60만원의 여유 자금이 남는다. 영내 생활로 숙식이 해결되는 만큼, 군 복무 기간은 사실상 저축을 극단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구간이다. 현장 대학생들의 첫 반응은 냉정했다. 대학생 이모 씨(20)는 “졸업 전에 5000만원을 모으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대에 맞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고물가로 점심값 지출이 커져 저축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취생의 한계는 더 뚜렷했다. 대학생 남모 씨(여·20)는 “자취를 한다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본가에서 통학하는 학생은 고정 지출이 적어 해볼 만할지 몰라도, 자취생은 매달 나가는 월세와 공과금을 감당하기가 벅차고 본가를 오가는 교통비조차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취생도 대학 기숙사나 LH 청년매입임대주택(시중 시세의 40~50% 수준)을 활용하면 주택에 따라 주거비를 월 10만원 안팎까지 낮출 수 있다. 반면 부모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의 계산은 달랐다. 상지대 재학생 임채율 씨(20)는 “힘들긴 해도 노력하면 된다고 본다"고 했다. 본가에서 통학하는 임 씨는 군 적금으로 쌓은 자산에 적당한 아르바이트 수익이 뒷받침되면 목표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육군 하사 방모 씨(20)는 “유흥비를 줄이면 당연히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 국가근로장학금 시급은 교내 1만320원, 교외 1만2790원으로 최저임금(1만320원)과 같거나 그 이상이다. 학기 중 국가근로와 주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월 90만원 안팎을 벌 수 있다. 방학에 최저임금 풀타임(주 40시간)으로 일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세전 월 215만원이 나온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장 일을 시작한 고졸 취업자의 속도는 훨씬 빠르다. 강원 원주시 태장동에서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는 백모 씨(20)는 “군 적금을 기본으로 들고, 전역 후 현업에 복귀해 3년 동안 생활비를 통제하면 5000만원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창업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학생도 있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 재학생 염모 씨(20)는 군 적금을 종잣돈 삼아 친구들과 학교 인근에 식당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창업 전문가들은 청년전용창업자금 같은 저금리 정책 자금을 활용해 개인 자본의 손실 위험을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주식 투자를 지렛대로 삼는 청년도 있었다. 원주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전모 씨(20)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오천만원을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년간 투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 못 넘을 숫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여학생도 지렛대가 없지 않다. 청년미래적금은 청년(만 19~34세)이 월 최대 50만원을 3년간 자유적립하면 정부가 납입액의 6~12%를 기여금으로 얹어 준다.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우대형에 해당해 월 50만 원을 채우면 3년간 최대 216만원의 기여금이 붙는다. 이자소득은 비과세이고 기여금에도 이자가 붙어, 금융위원회는 체감 효과가 연 18~19%대 적금과 맞먹는다고 설명한다. 만기에 약 2170만원을 쥐는 셈이다. 여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적 수단이다. 최저임금, 국가근로장학금, 장병내일준비적금, 병사 봉급표, 적금 단리 공식, 청년미래적금 등 공개된 수치와 파이썬 기반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가상 청년 20만명)을 활용해 통학 남학생(군필), 자취 남학생(군필), 통학 여학생, 자취 여학생의 오천만원 저축 확률을 분석했다. 네 집단 모두 등록금은 부모나 국가장학금이 부담하고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지 않는 조건이다. 등록금 전액(사립 기준 4년 약 3000만원)을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 어느 집단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집단 간 차이는 뚜렷했다. 통학 남학생은 졸업 시점까지 중앙값 약 4310만원을 모아 5000만원 달성 확률 28.6%로 유일하게 승산이 있는 집단이었다. 중앙값은 집단의 중간 정도만 가면 모으는 금액이다. 출발점부터 군 적금 만기금 2019만원을 깔고 시작하는 데다 통학 덕분에 학기 중 아르바이트 소득(기준 월 91만원)에서 교통비와 용돈을 빼고 월 30만~40만원을 남길 수 있어서다. 자취 남학생은 중앙값이 약 3070만원이고 5000만원 저축 확률이 1.5%로 급락했다. 군에서 만든 목돈은 같지만 전역 후가 문제다. 학기 중에는 월 60만원의 주거·식비가 아르바이트 소득과 맞먹어 저축이 사실상 0원이 되고, 방학 풀타임 몫만 쌓여 군 시절의 2000만여 원에서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다. 통학 여학생은 중앙값이 약 1600만원이고 5000만원을 모을 확률이 0.5%였다. 매달 돈을 모을 여건은 자취 남학생보다 낫지만, 군 적금이 없어 청년미래적금 기여금(우대형 12%)과 이자를 보태도 48개월 내내 벌어 모으는 것만으로 5000만원을 마련하기 벅찬 편이다. 자취 여학생은 중앙값이 약 300만원이고 확률 0%에 수렴했다. 학기 소득은 주거비에 전액 흡수돼 방학 기간 저축 외에는 쌓일 것이 없는 구조 탓이다. 군 적금과 주거비(4년 누적 약 2300만원)는 네 집단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변수였다. 이상무 기자·박준우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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