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원의 부동산현장] “통학길에 차가 씽씽?”…반포 재건축에 50년 전통 산책로 ‘위기’

낮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저녁에는 반려견의 발걸음이 머물던 반포 플라타너스길. 50년 세월을 품은 이 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재건축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일방통행 도로 계획 때문이다. '산책로를 지키려는 주민'과 '도로가 필요하다는 행정' 사이의 날 선 갈등이 숲길을 뒤덮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힐스테이트 현장 일대는 평소의 정돈된 분위기와 달랐다. 단지 외곽 담장과 게시판, 주요 길목마다 '세화고 남단 산책로 도로화 반대', '세화여중·고 앞 도로 건설 결사반대', '파괴한 나무들 즉각 복구하고 50년 넘은 플라타너스길을 보존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공고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QR코드 서명운동 안내문과 함께 구청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이 일대는 사실상 집단 반대운동의 현장으로 변해 있었다.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반포3주구 재건축 단지와 래미안 퍼스티지 방향을 연결하는 약 300m 구간의 도로 계획이다. 세화고 남단 플라타너스길 일부를 활용해 일방통행 차량 도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주민들은 이 계획이 단순한 교통 보완책이 아니라 통학로 훼손과 생활환경 악화,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기자에게 양팔로 'X'자를 세 번이나 그려 보이며 “(도로 건설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주민들은 지금 이 공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착공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산책로의 플라타너스 나무가 사라진 모습을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감과 불안감이 크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통학로인데 어떤 계획이 진행되는지 제대로 설명도 없었다"며 “이대로라면 산책로가 사라지고 차도가 들어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흔적이 보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부 플라타너스가 잘려 나갔고, 비탈면을 따라 옹벽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사 구간이 세화고 남측 플라타너스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수목이 제거된 지점 역시 해당 공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현수막에 '파괴된 나무들 즉각 복구' '도둑공사'와 같은 강한 표현까지 동원한 것도 이런 절박감 때문으로 읽혔다. 서초구는 본지에 “반포종합운동장 진출입로 개선 공사 과정에서 차량 교행을 위한 도로 확장과 옹벽 설치가 진행되면서 산책로 내 수목 3그루를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해당 조치가 토사 유실 방지와 지반 침하 예방을 위한 안전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쟁점은 세화고 학생들의 보행 안전이다. 플라타너스길은 등하교 시간 수백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핵심 보행 축이다. 여기에 차량 통행이 시작되면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는 '혼용 구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 역시 예고된 문제다. 주민들은 새 도로가 생길 경우 ▲반포3주구 입주 차량 ▲상가 이용 차량 ▲세화고 등하교 차량 ▲반포종합운동장 사거리 우회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래미안 퍼스티지에 거주하며 학창 시절 내내 자전거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는 세화고 3학년 학생은 “이 길은 매일 친구들과 함께 오가는 통학로"라며 “차가 다니는 도로가 생기면 학생들에게 상당히 위험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세화여고 3학년 학생도 “체육 시간마다 플라타너스길을 지나 반포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한다"며 “학생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인데 이곳에 도로가 들어선다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래미안 퍼스티지 127동에 거주하는 한 입주민은 창밖으로 플라타너스길의 공사 상황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플라타너스 산책길을 없애고 트리니원 전용 출입구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특정 아파트 단지에 특혜를 주기 위해 학생과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없애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사업의 출발점이 수년 전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내부에서 제기된 요구였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은 반포주공1단지 3주구를 삼성물산이 '래미안 트리니원'으로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오는 7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주민 설명에 따르면 2020년 5월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 게시판에 세화고 남단 일대 도로 개설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이 올라왔고, 이후 구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해당 구상이 행정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기부채납을 하는 만큼 단지 접근성을 높일 연결 도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이번 도로 계획이 단순한 교통 대책을 넘어 특정 단지의 동선 개선 요구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플라타너스길에서 만난 반포동 주민은 “수십년 공공산책 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계획이 상당 부분 진행된 뒤에야 상황을 알게 됐다"며 “행정 절차가 지나치게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반포3주구 조합 측은 해당 도로가 조합 요구로 새롭게 추진된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세화고 남측 도로는 이미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계획도로로, 조합이 새로 만들자고 제안한 사업이 아니다"라며 “조합 정비계획에 포함된 의무 사업도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공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당초 폭 8m 양방향 도로 계획을 수정하며 진화에 나섰다. 구 관계자는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라는 주민 요구를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설계를 변경했다"며 “래미안 퍼스티지 솔마을 인근의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회전교차로 설치를 포함한 절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햤다. 당초 2022년 교통영향평가에서는 폭 8m, 연장 약 300m의 양방향 도로가 반영됐으나, 주민들의 수목 보존과 산책로 유지 요구를 고려해 현재 폭 5m, 1개 차로의 일방통행 도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구는 “일방통행으로 전환할 경우 보도가 확장되고 차량 상충 위험이 줄어 보행 안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과속방지턱과 표지판 설치 등 교통안전 시설과 속도 저감 대책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세화고 남단 도로 일방통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용역' 협력업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새 도로를 완전히 신설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세화고 남단 기존 구간을 포함한 일대 교통체계를 어떻게 재편할지 검토하는 절차다. 재건축 이후 늘어날 차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근 도로의 흐름을 다시 짜려는 것이다. 반포3주구 재건축 조합은 세화고 남단 도로 논란과 관련해 “해당 도로는 조합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이미 도시계획에 반영된 계획도로"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된 도로로 조합 정비계획에 따른 의무 사업은 아니지만, 교통영향평가 과정에서 구청 인허가를 전제로 조합이 시행하는 방식으로 협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초 양방향 도로 계획이었지만 인근 주민 민원을 반영해 일방통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합은 공사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직접적인 수혜는 없는 상황이라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절차는 일방통행 전환 시 교통 흐름과 문제점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부연했다. 서초구도 세화고 뒤 산책로 일대 도로 개설 계획과 관련해 해당 사업이 신반포로 일대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우회도로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구에 따르면 해당 노선은 신반포로에서 반포3주구와 세화고 사이를 통과해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2002년 고시한 '반포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폭 20m 계획도로로 반영돼 있었다. 이후 반포1·2·4주구, 반포3주구, 래미안 원베일리 등 인근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통 수요가 증가했지만 세화고 앞 구간은 학교 건물로 인해 차로 확장이 어려워 병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보완 대책으로 교통영향평가에 해당 도로 개설이 포함됐다. 반포 일대에서 재건축이 연달아 진행되면서 이에 따라 교통 혼잡도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결국 기존의 도로망을 개편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 입장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행사 관계자는 “서울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지역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꾸준한 곳"이라며 “정비사업이 진행되면 기존의 전통적인 인프라 역시 개발이 필요한데, 이는 주민과 갈등을 불러올 요소가 크다. 관할 지자체가 사전에 주민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장혜원의 부동산 현장] “아파트 담장 하나에 1000억?”…원베일리 ‘발칵’

서울 서초구 반포동 초고가 아파트 단지 래미안 원베일리가 단지 외곽 보안문 설치를 추진하면서 관할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서초구청이 최대 1000억 원 가량의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관계자는 지난 9일 작성한 '공공개방시설 및 공공보행통로 관련 이슈' 문건을 통해 서초구청의 행정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는 해당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서울시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총연합회에 전달됐으며, 총연합회 측은 “안건이 정리되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자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서울시의 '오픈 아파트 정책'을 근거로 관할 구청이 공동주택 단지 경계에 담장이나 보안문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담겼다. 특히 서초구청이 건축법 제75조를 근거로 원베일리의 외곽 보안문 설치 시도를 위법 행위로 판단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건은 “서초구청이 특별건축구역에서 특례를 적용받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행위허가 신청을 일괄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보안문 설치가 강행될 경우 수백억 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주민들에게 여러 채널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건은 또 아파트 단지가 기본적으로 사유지이자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되는 '위요지'에 해당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외부인이 거주자나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승낙 범위를 벗어나 출입 통제를 인식하면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단지 내부에 들어갈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함께 제시됐다. 또 공동주택관리법과 시행령에서 정한 허가기준을 충족할 경우 지자체는 행위허가를 해야 하며, 단순히 사업시행계획 인가 조건이나 지구단위계획을 이유로 행위허가를 거부할 수 없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도 인용됐다. 입대의 관계자는 본지에 “서초구청 설명 과정에서 100억 원 수준을 안내받았다는 주민도 있고 많게는 1000억 원까지 거론됐다는 얘기를 들은 주민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서초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단지 전체 면적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입대의가 추진하는 것은 단지 전체 구조 변경이 아니라 출입 게이트 설치에 불과한 만큼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초구청 측은 본지에 “행정처분에는 원상복구 명령, 건축물대장 위반건축물 등재에 따른 각종 행위허가 제한, 건축 이행강제금 부과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억 원대 이행강제금 부과'와 관련해서는 “공동주택관리과에서 구체적인 이행강제금 액수를 안내한 사실은 없다"며 “다만 제재 방안 중 하나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원베일리 측에 보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건축법 제75조 적용 여부다. 해당 조항은 특별건축구역에서 건축 기준 특례를 적용받아 지어진 건축물의 경우 사용승인 이후에도 건축물의 형태·재료·색채 등 원형을 유지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원베일리가 재건축 과정에서 공공보행통로와 공공개방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건축 인센티브를 받은 특별건축구역 단지라는 점을 들어 보안문 설치가 원형 유지 의무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대의는 보안문 설치가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입대의 측은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단지 주거 공간 출입만 제한하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실제 입대의가 의뢰한 법률 자문에서도 유사한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법인 텍스트는 자문 의견서에서 “펜스 설치는 건축물 외부 디자인이나 형태·색채 등을 변경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공공보행통로 이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축법 제75조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이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원베일리는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특별건축구역' 특례를 적용받은 단지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법상 도시 디자인 개선이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일반 건축 기준을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시설 제공이나 보행 공간 개방 등을 요구하는 제도다. 원베일리는 재건축 당시 공공보행통로와 커뮤니티시설을 외부에 개방하는 조건으로 인동거리 완화 등 건축 특례를 적용받았다. 이에 따라 단지 내에는 스카이브릿지 카페, 북카페, 독서실, 창업지원시설 등 총 13개의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됐으며 외부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오픈 아파트' 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도시 속에서 폐쇄적인 '섬'처럼 형성되는 것을 막고, 보행 동선과 공공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최근 한강 관광객과 방문객 유입이 늘면서 단지 내부가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이용된다는 입주민 불만이 커지면서 사유재산권과 도시 공공성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외부 방문객 증가로 생활 불편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원베일리 단지 현장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지금은 날씨가 추워 단지가 비교적 조용한 편이지만 날이 풀리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한강 나들이를 나온 외지인들이 단지 안으로 들어와 벤치나 놀이터에 앉아 한참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락을 꺼내 나눠 먹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 밤늦게까지 머무르다 새벽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결국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한 입주민은 “서울 외곽 아파트들도 대부분 설치하는 보안문을 왜 우리는 할 수 없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단지에서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이 커피컵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외지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거나 공용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단지 외곽공공보행통로를 따라 산책하던 외부인들이 단지 내부 커뮤니티 시설등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실제 이번 갈등이 특히 원베일리에서 크게 불거진 데에는 단지의 입지와 시설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베일리는 한강공원과 세빛섬, 고속터미널 일대 상업지와 맞닿아 있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단지 내 스카이브릿지 카페 등 공공개방시설이 조성되면서 외부 방문객 유입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베일리가 반포 일대 대표 고가 아파트로 주목받으면서 사실상 '관광 동선'처럼 소비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방문객들이 단지를 산책하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개방시설 가운데 이용률이 높은 스카이11·스카이9 카페 관계자는 “외부 방문객과 입주민 이용 비율이 대략 5대5 정도"라고 말했다. 카페 내부는 평일 오후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과거 사회적기업 스터디 모임 차원에서 공공개방시설을 팀을 짜서 둘러봤다는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원베일리가 공공개방시설 랜드마크처럼 알려지면서 단체 방문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시설 운영 수익이 제3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면 입주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공공개방 공간을 둘러싼 갈등은 서울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디에이치 아너힐즈, 서울숲 트리마제, 마곡 엠밸리 등에서도 외부 방문객 증가와 단지 보안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공공기여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사회적으로 약속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맞다. 다만 외부 이용으로 인한 불편이 있다면 시설을 폐쇄하기보다 관리 강화나 운영 방식 조정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단순한 개방 여부를 넘어 현실적인 타협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외부 이용으로 발생하는 관리비를 지자체가 일부 지원하거나, 예약제·시간제 방식의 '소프트 개방'을 도입하는 방안, 외부인 이용료를 받아 관리비로 환원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개방시설 운영 기준을 마련해 외부인 이용료 징수, 개방 시간 제한, 사고 책임 분담 등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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