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이코노미] ㊦ “시니어, 소비·생산 주체…‘장수 경제’ 나아가야”

“실버비즈니스가 국가 성장의 동력이 되기 위해선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시니어를 돌봄 대상으로만 봤다면,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소비·생산 주체로 인식해야 하죠. 모든 산업에 걸쳐 연령주의(Ageism)에 대한 고정 관념이 해체돼야 합니다." 이충우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연령의 개념을 출생연도 기준인 '캘린더 연령'으로 정의해왔고, 모든 정책·사회 복지의 기준점도 출생연도로만 적용해왔다"며 “개인의 기능적 역량에 맞춘 고용·교육·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면, 단순히 실버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장수 경제로 확장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3년 개설된 숙명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실버비즈니스학과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고령층 대상의 전문 연구 학과다. 출범 초반부터 이곳은 실버산업을 단순히 복지·요양 관점이 아닌, 시장·소비자·산업 등 경영학의 시각으로 연구해왔다. 교육 방식은 원격교육으로 진행된다. 학생 나잇대는 평균 30대 후반으로, 50대부터 70대 이상 학생도 들어온다. 이번 학기만 봐도 74세 최고령 학생이 입학했다. 학부가 아닌 석사과정 특성상 직장인들도 많고, 졸업생의 경우 돌봄·요양·뷰티·교양·원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교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곧 새로운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수동적 노년에서 능동적 삶의 주체로) 실버 세대의 스위칭이 핵심 축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만 15세∼64세) 감소와 전체 인구의 중위연령 증가로 경제성장 동력은 꺼지고 있지만, 산업화 세대(1945년∼1954년 출생자)와 비교해 경제적 파급력을 갖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74년 출생자)가 이를 지탱해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 소비 흐름을 보면 젊은 세대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있지만, 중장년 세대의 지갑은 두툼해지고 있다"며 “다만, 일자리가 단절되면 자산이 있어도 미래의 불확실성 탓에 소비가 망설여질 수 있으니, 정년 연장 또는 일자리 형태 다양화로 조금의 소득이라도 벌 수 있게끔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버 비즈니스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이 교수는 기술적 혁신을 꼽았다. 디지털·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그는 정부의 에이지테크(Age-tech, 고령친화기술) 강화 기조를 두고 “초고령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지역 커뮤니티가 발달돼 동네 슈퍼·약국·신문 보급소 등을 통해 다른 집에 무엇이 있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는 끈끈한 커뮤니티 문화가 아니다"라며 “한때 익명성을 전제로 한 대도시 속에서 편안한 삶을 누렸지만 나이를 먹으면 굉장히 외로워지는데, 이를 고려한 돌봄 로봇·AI 문안 인사 서비스·웨어러블 로봇 등이 새로운 형태의 실버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실버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주된 전략으로 에이지테크 기반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바탕으로 5년 단위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다.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담은 제5차 기본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에이지테크를 비롯해 실버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성을 손보는 한편, 이 교수는 복지적 관점에서 소득 수준의 양극화에 따른 기술 수용 격차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기술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시니어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나 건강보험 수가 적용 등 후속 정책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당초 실버 비즈니스에 대한 정부 정책의 관점이 성장보다 복지 영역에 집중됐다고 꼬집는다. 그는 “정부가 저출산고령위를 통해 고령친화법을 만들고, 제조업·서비스업 등 이와 관련한 산업을 분류해 취급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요양 등 돌봄 분야에 치우쳐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버산업 자체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령층이 소비 대상이자 생산 주체라는 양면적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점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고령층을 여러 측면에서 삶의 주체로 봐야 한다는 이 교수의 관점은 교육 과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숙명여대 실버비즈니스학과는 민간·공공 영역에서 실버산업을 구성하는 상품·소비자·정책 등을 주제로 다학문적 융합특성의 커리큘럼을 앞세운다. 학과 근간으로는 실버마케팅·실버소비자행동·노년학 개론 등 세 개의 전공필수 과목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산업 나침반격인 정부의 실버산업 정책에 발맞춰 디지털 헬스케어·스마트홈 서비스 등 에이지테크 관련 분야에 주안점을 두며, 실버소비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교수는 “실버소비자에게 가치를 제공해야만 가치 제공물에 만족할 것이고, 결국 만족의 효용을 체감한 소비자와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 같은 마케팅 선순환 구조에서 소비자의 정보처리과정과 구매의사결정, 실버세대의 소비자행동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뒤 20여년이 지났지만 이 교수는 여전히 국내에 실버 산업 전문 인력 양성요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는 “초고령사회 현상은 거시적 관점에서 (시장은 수요를, 교육기관은 인재풀을 늘릴 수 있는) 기회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실버 산업 관련 학과를 보유한 국내 대학교·대학원은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회복지학과 사회학, 행정학 등이 실버비즈니스의 다학문 체계에 일부 접목돼 있다"면서 “유관 학과에서도 실버 세대와 관련해 공부하겠지만 사실상 사회복지학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교수는 고령층이 같은 시니어 세대를 돌보는 '노노케어'도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실의 단면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뒤 태어난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와 달리 어떠한 열등감과 결여 등이 없다"면서 “봉사 차원에서 돌봄에 나서는 젊은 층 수요는 있지만, 직업적으로 봉사를 하겠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버 산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민·관 차원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인력 개발 방법으로 대학·산업계 간 산학협력을 꼽았다. 이를 통해 융합 교육 과정을 늘려 다양한 분야와 실버산업을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술 투자 유도 등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도 요구했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버 테크 제품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니어 특화 서비스 모델을 대상으로 세제 혜택·연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재원 확보는 정부 정책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서비스 혁신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전문 시설 확립의 경우 사업성과 수익성이 변수이나, 정부 주도의 BTL(건설·이전·임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본의 초고령사회를 언급하면서 디스토피아적 전망과 함께, 한국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점은 25년 전 일본이 맞닥뜨린 초고령사회와 우리가 직면한 현 상황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디지털 기술·로봇·휴머노이드가 세계 최고 수준이니 국내 실버산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실버이코노미] ㊥ “첫 월급으로 손주 용돈 줬어요”…시니어·사회 연결 통로된 편의점

노인 직원들만 근무하는 편의점, 이른바 '시니어편의점'이 일상 속에 안착해 고령층과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 주체 겸 노동 시장의 생산 주체로서 사회적 교류·취업에 관심을 갖는 신노년 세대의 활기찬 노후를 지원하는 것. 민·관 협력 형태로 운영되는 상생형 모델인 시니어편의점을 사례로 노인일자리 현장을 들여다본다. “집에만 있다 보면 나태해지고 밖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죠. 일을 통해 내 시간을 할애해 경제력을 얻고 삶의 보람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GS25의 서울 중구 관내 시니어편의점 1호점인 디오센터점에서 만난 이명화(만 67세)씨는 “특히, 첫 월급을 탔을 때 할머니로서 손주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어 뿌듯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시니어편의점은 GS25가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협력해 운영 중인 사회공헌형 편의점이다. 2019년 부산 내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6개 점포까지 확대됐다. 시니어편의점은 지역별 시니어클럽 주도로 운영되며, 해당 클럽에 소속된 시니어 근로자가 일하는 구조다. GS25는 주로 근무자 교육을 담당하며, 시니어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향후 창업을 원할 때 추가로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전업주부였던 이 씨는 편의점 근무를 계기로 처음으로 사회생활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주 업무는 일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같다. 조금은 속도가 느리더라도 상품 결제와 매장 정리는 물론, 고객 응대 등을 담당한다. 그는 “포인트 적립이나 반품 처리 등 숙지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근무 초반 1~2개월 동안에는 매우 난감했다"며 “종류만 수십 가지인 담배를 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이젠 어디 있는지 다 알게 돼 사소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니어편의점의 가장 큰 특징은 어르신 맞춤형 근무환경이다. 현재 디오센터점은 이 씨를 비롯해 총 15명의 시니어 직원이 근무 중이며, 야간과 주말에는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이 씨는 오후 1시 반부터 5시 반까지 하루 평균 4시간씩, 일주일에 많게는 3회 정도 근무를 선다. 당초 다른 일을 하기로 예정됐던 이 씨가 시니어편의점으로 선회한 이유도 근무 시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는 “원래하기로 했던 일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쯤 딸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일을 택했다면 딸이 의지할 곳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보통 일주일에 1~2회 정도 일을 하니 손주들이 갑자기 아플 때도 마음 편하게 달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느덧 근무 1년 2개월차가 된 이 씨는 “최근에는 모임을 통해 동년배들에게 노인일자리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며 “집에만 있으면 사람이 망가질 수 있으니 일자리 좀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설득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처럼 새로운 활력소 차원에서 일자리를 찾은 고령층도 많다"면서 “다만, 소득을 기대하고 나오는 분들도 있을 테니 조금 더 힘들더라도 조금 더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초고령화 길을 걷던 일본에서도 편의점은 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주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에 각 기업 차원에서 인공지능(AI) 무인점포·자동 발주 시스템 등을 통해 부담을 낮추는 한편, 고령층까지 적극 고용해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 일본 내 3대 편의점업체로 꼽히는 세븐일레븐 재팬·로손·패밀리마트 모두 자체 구직 사이트 내 '시니어(シニア)' 옵션을 마련해 고령층 구인 점포를 따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일부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올린 구인글에는 “고령자·중장년층 대환영"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고, 패밀리마트의 경우 전직 운송업·보험업 출신의 시니어 직원들 인터뷰까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고령층 직원을 환영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이들 편의점 3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식품 서비스 접근성이 낮고, 고령층 거주 밀도가 높은 지방 위주로 이동형 편의점을 운영해 왔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BGF리테일이 운영 중인 CU가 편의시설이 부족한 지역 중심으로 이동형 편의점을 선보였다. 현재 국내 편의점업체 중 이동형 편의점을 운영하는 곳은 CU가 유일하다. 나아가 CU는 최근 '식품 사막' 해소와 함께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장점까지 겸한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을 내놓았다. 올 1월 충남 공주시니어클럽이 운영 중인 공주신관로점을 거점으로 관내 식품 사막 지역에 최소 월 1회 이상 이동형 편의점을 파견하고, 지역 축제에도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은 CU가 지난해 10월 첫 선보인 시니어 일자리 창출형 편의점 '이음가게'의 연계형 점포다. 이음가게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한국부동산원 등 공공기관과 협력해 추진 중인 민·관 협력 사업이다.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은 일반 매장 형태에서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한 것이다. 외형은 다르지만 두 유형의 점포에서 근무하는 인력 모두 시니어 직원들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북과 함께 시니어 이동형 편의점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공식적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편의점이 별로 없는 산간 지역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자체 보유한 역량을 동원해 최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실버이코노미] ㊤ 소비시장 게임체인저 된 新노년…주목받는 ‘에이지테크’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만 63세 여성 A씨는 59세에 퇴직한 후 건강관리 고민이 깊다. 활동력 저하와 함께 당뇨까지 찾아오면서, 최근에는 저당·고단백으로 설계된 일동후디스의 당뇨 환자용 영양식 '하이뮨 케어메이트 당뇨식'를 하루 한 끼 식사대용으로 먹고 있다. A씨는 “퇴직 후 별도 소득은 없지만 매월 몇 만원 정도 사용은 무리가 없다"며 “혈당조절하며 직접 식사를 차려먹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사먹더라도 시간을 아끼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 유통업계의 전략적인 소비 타깃으로 신노년 세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구매력이 큰 이들 계층의 화력을 엔진으로 삼아 소비 침체기를 뚫고 나간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신노년층을 겨냥한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뉴 시니어에 대한 사소한 디테일까지 포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조언한다. 나아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이지테크(Age-tech) 육성을 본격화해 새로운 형태의 실버 비즈니스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몇 년 간 활동적인 노년층을 뜻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겨냥한 차별화 상품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노인복지법상 노인은 만 65세 이상으로 규정되지만, 시장에서는 포괄적 관점에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50~70대를 아우르며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시야를 넓힌 만큼 과거와 달리 입고 먹고 바르는 소비재 외에도 문화·여행·교육 등 취급 분야도 다양화됐다. 종합 식품사인 CJ제일제당 사내벤처 브랜드를 통해 시니어 영양음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며, 환자용·당뇨환자용 등 질환별 맞춤형 상품 판매에 공들이고 있다. 화장품·헬스케어 분야도 액티브 시니어 공략에 가세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초 '영 올드(Young Old, 젊은 노인)'를 위해 기획한 얼굴 인상 케어 브랜드 '프레스티뉴'를 내놓았다. 바디프랜드는 퀀텀 등 대표 모델 내 '시니어 모드'를 탑재하는 등 고령층 눈높이에 맞춰 제품 기능을 강화 중이다. 시니어 대상의 체험형 상품·콘텐츠를 선보인 일부 업체도 있다. 대교(눈높이)·교원(구몬학습) 등 교육업계는 시니어 학습지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영·유아에서 실버 세대까지 판매 대상을 확장 중이다. 시니어 세대의 외로움 해소를 골자로 신노년 전용 여가 큐레이션 앱 '오뉴', 소개팅 앱 '시놀' 등 이색 플랫폼을 내놓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시장에서 판매 타깃·용도가 분명한 시니어 대상의 핀셋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이유는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수요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을 기점으로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시장 규모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 전문가는 “75세 이전에는 벌어놓은 돈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지만, 그 이후로 나이대가 넘어가면 신체 기능이 떨어져 욕구 실현에 다소 어려움을 느낀다"며 “따라서 65세부터 75세 사이 10년을 골든 사이클로 볼 수 있는데, 이 시기를 소위 1차·2차 베이비부머 세대나 이후 밀레니엄 세대들도 헛되이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 전문가들은 두터운 금융 자산을 보유한 뉴 시니어 특성상 청년 세대보다 비교적 경제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점을 지목한다. 다만, 아직 시니어세대가 '경험재'로서 누릴 만 한 상품·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라고 평가한다. 다양한 구매 요인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많은 젊은 층 대비 시니어 세대가 취향과 경험 중심의 소비를 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장에서는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할 때 가격·재미·디자인 등 여러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전과 달리 시니어 세대도 여러 활동에서 각자의 취향을 가져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뉴 시니어족을 단지 나이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의 일상생활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한 상품으로 구매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현 시점을 실버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대해야 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대안으로는 고령친화 산업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에이지테크'가 꼽힌다. 복지 측면에서 돌봄·간병 인력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유통·산업·금융·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버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이미 일본 등 고령화가 진전된 국가에서도 에이지테크를 새 성장 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표한 '초고령사회 일본의 에이지테크' 자료를 살펴보면, 고령 인구가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소비·지출을 주도함에 따라 신성장 분야로 에이지테크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령자의 건강·주거공간 관리용으로 사용되는 일본 인픽(Infic)사·NTT동일본이 개발한 AI 기반의 '라식(Lashic) 센서'가 대표 사례다. 아울러 일본 헬스테크 업체 ASKEN은 AI 기술을 통해 맞춤형 식단 가이드·전문가 상담을 결합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로봇기업 후지(FUJ)의 돌봄 로봇 'HUG'는 고령층의 이동 보조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산업 전반에서도 이와 유사한 에이지테크 관련 상품을 취급하며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2019년부터 SK텔레콤은 AI 스피커 누구(NUGU)를 기반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AI돌봄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세라젬은 올 초 열렸던 CES2026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통한 'AI 웰니스홈'을 대거 공개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고령친화식품을 낙점한 현대그린푸드는 생성형 AI를 적용한 영양상담 솔루션 '그리팅 X'까지 선보이며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밖에 2020년부터 삼성전자 역시 반려로봇 상품으로 '볼리'를 개발 중이지만, 현재까지 출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시니어 산업 성장의 엔진으로 부상한 에이지테크'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0년 73조원 규모였던 국내 시니어 관련 산업은 2030년 24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세대 대비 경제력·디지털 수용도가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 특성상 여러 분야에서 기술 기반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도 초고령화 위기 대응을 위한 해법으로 에이지테크 육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5대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로 '에이지테크'를 선정했다. 지난해 5월에는 '에이지테크 융합얼라이언스'를 출범해 국내 시니어산업 중 강점이 있는 5대 분야 위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혜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에이지테크가 시니어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부상 중이나 아직 시장 형성 단계"라며 “국내 시니어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로 시장에 진입해 에이지테크의 성장을 주도하며 시니어산업 생태계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으로 시니어 요구에 맞는 에이지테크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대규모 실증을 통해 사업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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